[사회혁신 일반]사회혁신 생태계와 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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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사회혁신
생태계와 대전략

퓨처메이커를 위한 조망과 상상


 JACOB HAROLD



Summary. 다가올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 자기 이익을 넘어 생태계를 재구성하기 위한 대전략을 다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류는 이타주의에 기반하여 견고한 글로벌 체계를 만들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거대한 실체를 우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흔한 어휘들은 아쉽게 느껴진다. ‘섹터Sector’라는 말은 영혼이 없는 것 같고, ‘공동체community’ 는 무언가 불충분하게 느껴진다. ‘시장Market’이라는 표현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말이고, ‘자선활동philanthropy’은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를 포함하지 못한다.


아마도 이것을 ‘생태계ecosystem’, 더 정확히는 ‘사회혁신 생태계social innovation ecosystem’라고 부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사회Social’는 우리의 일이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이다. ‘혁신Innovation’은 우리가 끊임없이 해결책을 모색함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최신 기술에 맹목적으로 집착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또한 ‘생태계ecosystem’라는 표현은 우리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 주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생명의 집합체라는 걸 의미한다.


많은 결함이 있지만 사회혁신 생태계는 인류의 마음과 정신이 이뤄낸 승리이다. 수십 년에 걸친 모금 요청, 이사회 회의, 투자자 피칭, 전략 회의, 예산 회의를 거치면서, 이타주의는 비로소 우리 사회의 경제와 정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는 파티를 열어 축하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파티가 끝나고 후무스와 오이를 담았던 쟁반을 치우고 나면,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회혁신 생태계의 수많은 결함을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불평등은 사회혁신 생태계의 조직에서도 너무 자주 반복된다. 우리 관계에는 힘의 불균형이 만연해 있다. 우리의 일은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경우가 너무 많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가 당면한 도전에 대해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할 피할 수 없는 혼란에 대비하고 있을까? 사회의 많은 부분을 분열시키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사회혁신 생태계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사회혁신 생태계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위해 생태계와 우리 자신을 준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대전략grand strategy’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역사학자 존 루이스 가디스는 대전략을 ‘시간과 공간, 스케일을 넘나들며 목표에 맞게 역량을 연계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1 사회혁신 생태계는 엄청난 역량과 강력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시간, 공간, 규모에 제한 없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니 이 대전략 프레임을 활용해 다음의 중요한 질문에 답해보자. 우리가 가진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일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시간과 사회혁신 생태계

역사의 메트로놈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전산처리 능력, 환경오염, 교통, 부의 축적, 데이터 등 각종 사회지표는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거대한 가속’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혁신 생태계도 점점 더 심화되는 이러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을까? 속도, 리듬, 수명이라는 세 가지 시간의 차원에서 우리 생태계를 살펴보자.


속도

사회혁신 생태계는 너무 느리다는 비판과 너무 빠르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소셜임팩트 활동의 핵심인 기금을 모으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일은 느긋한 리듬으로 진행된다. 비영리단체가 재단을 처음 만나는 시점부터 보조금을 받는 시점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전략 기획 과정은 보통 18개월에서 36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때로는 사회혁신 생태계가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단체들과 기부자들은 그들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서두른다. 그 결과, ‘깨끗한 물과 행복한 아이들’ 대신 ‘수천 대의 녹슨 회전목마 동력 식수펌프역자주: 원형교차 펌프를 회전목마 형태로 만든 놀이기구 펌프’만 남게 된다.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경우,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좋다. 우리 생태계가 조급함이나 무기력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언제 서두르고 언제 여유를 가질지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때는 목표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리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은 대부분 1년이라는 생체 리듬을 갖고 있다. 조직의 예산과 전략 계획, 운영 일정은 모두 연 단위로 세워지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계절의 영향은 매우 크다. 사막이나 숲의 변화에 있어 물과 온기가 핵심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과연 사회혁신 생태계에도 1년은 적절한 리듬일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의 대부분은 수십 년에 걸쳐 작동한다. 그래서 기후변화 모델은 보통 2100년을 내다보고 세워진다. 한편 수 세기가 지났지만 샤텔 노예제chattel slavery, 감수자주: 영국 식민지에서 시행된 노예제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소셜임팩트를 연 단위로 활동하는 것은 사회혁신 생태계 가 선택한 것일 뿐이다. 사회 전체가 1년 단위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거 정치는 2년 주기로 돌아가고, 공공자본 시장은 분기별로 운영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며 이번 달 월급으로 겨우 살아가는 리듬을 따른다. 이제는 연 단위의 조직 리듬 대신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적합한 리듬을 찾아야 할 때일지 모른다.

 

수명

소셜섹터의 주요 자원은 대부분 영구적일 거라는 전제를 갖고 관리 운영되는 기관 안에서 기획된다. 비영리단체가 설립될 때는 문을 닫는 시점을 정해놓지 않는다. 민간 재단은 설립자보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물론 매우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기관도 있다. 귀중한 예술품이나 사라져가는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의 경우가 그렇다. 롱나우 재단감수자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활동을 촉진하는 비영리단체이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 볼트감수자주: 기후변화, 재난, 전염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작물의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시드 저장소 같은 기관도 여러 세대에 걸쳐 운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속성은 예외적이어야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되어선 안 된다. 영속성이 기본값이 되면 목적으로부터 멀어진 자기영속적인 조직이 생겨나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러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영속성을 가져야 한다.

 


공간과 사회혁신 생태계

사회혁신 생태계는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왔다. 우리는 커뮤니티 기반의 비영리단체와 동네 가게, 토지신탁을 소중히 여긴다. 우리는 물리적인 장소로부터 정서적인 안정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고, 얻어야 한다. 그러나 교통, 통신 기술의 변화는 우리가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에 따라 장소와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도 바뀌었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 공간과 우리의 관계를 둘러싼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중앙화, 지형, 사이버 공간의 이슈를 살펴보자.

 

중앙화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국가적 요소나 국제적 요소뿐 아니라 지역적 요소를 갖고 있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노력은 연방 경제정책과 얽혀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은 지역적인 실행을 요구한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 차원의 혁신은 주택에 대한 국가적 논의로 이어진다. 사회혁신 생태계는 이렇게 중앙부와 주변부라는 이원성을 보여준다.


많은 비영리 네트워크가 중앙 본부의 필요와 지역 사무소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단체들이 정관과 브랜딩을 변경했으며, 자금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정치가 전국화되면서, 전미낙태법폐지협회나 미국총기협회 같은 단체가 중앙의 본부를 통해 메시지와 전략을 조율하게 된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리더는 현대 사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복잡성과 씨름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및 글로벌 리더들은 지역의 다양성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지형

권력은 공간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내륙보다 해안에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경제를 지배한다. 금융 권력은 뉴욕에, 기술 권력은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어 있다. 인구와 무관하게 모든 주가 두 명의 상원 의원을 두게 되는 미국 상원 제도는 인구가 적은 주에 상대적으로 적은 정치권력을 부여한다.


이러한 지형적 불균형은 사회혁신 생태계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필란트로피 영역은 오랫동안 농촌에 대한 자금조달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 몇 년간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비영리 영역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데 반해, 미국 남부 지역은 그곳의 인구에 비해 적은 영향을 미쳤다. 소셜섹터는 이처럼 불균형적인 권력 지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

인터넷은 소셜섹터를 크게 변화시켰다. 아랍의 봄부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와 #미투, 기빙투스데이에 이르는 사회운동들은 인터넷을 능숙히 활용함으로써 동력을 얻었다. 많은 이들이 불만족스러워하긴 하지만, 인터넷은 그렇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점점 더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실리콘 버블silicon bubbles, 감수자주: 기술 산업 및 기업에 대한 과장된 기대와 평가를 바탕으로 투자 열풍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처럼 파편화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집단행동도 진화할 것이다. 또한 그와 관련한 새로운 모델도 등장할 것이다. 분산형 자율 조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의사 결정이 위계적인 제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옳을 수도 있지만 기술혁신만으로는 공간을 넘나들며 일어나는 인간의 연결을 중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 기반의 거버넌스나 행동 모델을 모색하는 동시에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물리적 장소와의 연결 또한 유지해야 한다.



규모와 사회혁신 생태계

우리 생태계는 스스로 큰 규모를 선호하는지 작은 규모를 선호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관료주의에 얽매이거나 거대 자본의 냉담한 논리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이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동시에 대규모 문제에는 대규모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서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사회혁신 생태계는 규모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조직 규모 분포, 재조합, 섹터 간 협업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어려운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다. 과연 우리는 함께할 때 부분의 합보다 더 큰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까?

 

조직 규모 분포

생태계의 하위 그룹들은 각기 다른 크기의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총기 권리 운동은 전미총기협회라는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 주도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환경운동은 하나의 조직이 운동을 주도하지 않는다. 자연보존협회, 천연자원보호위원회, 환경보호기금, 시에라클럽 등 몇몇 대규모 기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수만 개의 중 소규모 단체가 환경운동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운동의 가장 큰 조직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더 강력해질까? 그럴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규모 분포가 모든 생태계(실제적이든 은유적이든) 기능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혁신 생태계의 규모 분포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조직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이다.

 

재조합

소셜섹터는 조직구조 측면에서 유동성이 적다. 인수합병은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 두 개 이상의 조직이 합쳐져 더 큰 조직을 이루는 ‘롤업roll up’은 비즈니스 영역에선 흔하지만, 소셜섹터에서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소셜섹터에서도 조직을 분할하거나, 독립적일 때 더 효과적인 부문을 분사함으로써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고 조직을 강제로 합치거나 분리하는 전문가 그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신 조직의 재결합과 재구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를 가로막는 법적 장벽은 거의 없다. 결국 조직을 결합하거나 재결합할 능력은 우리의 거버넌스와 자아에 달려 있다.


섹터 간 협업

규모에 대한 질문은 곧 섹터에 대한 질문이다. 비영리섹터는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정부나 기업섹터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영리단체의 혁신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때론 시장 기반의 솔루션이나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


여러 섹터를 넘나드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효과적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자원봉사 영역을 예로 들어보자. 비영리 플랫폼인 벌룬티어매치는 정부 데이터미국 국세청 IRS 양식 990를 활용해 기업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우리는 개인, 조직, 분야별로 고유한 역량을 발휘할 때 혁신의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와 비즈니스 모델, 권력의 역학관계에 있어 창의성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시간, 공간, 규모에 대한 구조적 논의가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선한 목적을 위해 우리의 자원을 배분한 실제적인 선택들이 반영된 것이다. 더 큰 문제에 직면하고, 그 문제에 대응할 시간이 줄어들수록 우리는 전체적인 구조를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조직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에서 ‘우리의 미션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더 큰 가치와 앞으로 다가올 도전을 위해 생태계를 새롭게 구조화해 보자.

 



참고 

1.     존 루이스 가디스, <대전략에 대하여On Grand Strategy>, 펭귄프레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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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B HAROLD

제이콥 해롤드는 <소셜임팩트를 만들기 위한 전략, 도구 상자The Tool Box: Strategies for Crafting Social Impact>의 저자이다. 그는 가이드스타의 CEO로서 파운데이션 센터와의 합병을 주도해 캔디드를 설립했다. 그는 어반 인스티튜트의 비영리 및 자선 센터의 펠로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