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트로피]필란트로피에서 시간의 중요성

댓글   


필란트로피 
필란트로피에서
시간의 중요성

퓨처메이커를 위한 조망과 상상


BENJAMIN SOSKIS



Summary. 향후 10년의 중대한 논쟁 중 하나인 필란트로피 영역에서의 시간의 중요성을 다룬다.



향후 몇 년간 필란트로피가 직면하게 될 가장 중요한 논의는 시간과 관련된 주제일 것이다. 예를 들어 기부를 지금 할 것인가 나중에 할 것인가,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책임에 어떻게 가중치를 둘 것인가, 재단의 수명과 기금의 배분 속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와 같은 주제들 말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00년 전 현대 필란트로피가 시작된 이래로 기부자들은 이 주제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는 창간 이래 이러한 논의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왔다.1 그러나 여러 이유로(레이 마도프와 공동 집필한 책 <시간적 기부Giving in Time>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최근 몇십 년 동안 필란트로피에서 시한과 관련된 논의는 더욱 중요해졌고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부자들이 시간이라는 문제에 점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는 유산 기부로 설립된 재단들이 주도적이었던 반면, 최근 20년 동안은 살아있는 기부자들이 필란트로피의 지형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유산 기부로 설립된 재단들도 시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유산기부 재단 리더들 다수가 기부자에 대한 책무성의 본질, 자금이 배분되는 속도, 영원히 존속하는 재단의 합법성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그러나 개인 고액 기부자들은 기관, 특히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기관들과는 다른 시간 프레임을 가지고 활동한다. 개인 기부자들은 삶을 드라마와 감동이 있는 일생으로 승화하고자 하며, 윤리적 삶이라는 캔버스 안에서 기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변화는 맥켄지 스콧, 아짐 프렘지 등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부유한 개인들이 죽기 전에 재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한 것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기부 서약들은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런 질문들을 통해 앞으로 이루어질 거액 기부에 대한 논의가 규정될 것이다. 기부에 있어 긴급함을 반영하여 신속하게 기부금을 전달하는 접근 방식과 학습하고 숙고하는 접근 방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많은 기부자들이 생애 초기에 자선 활동을 시작하고, 몇십 년 동안 적극적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부자의 인생에서 시기별로 적합한 기부 접근 방식이 있을까? 출생, 결혼, 이혼, 사망과 같은 인생의 주요 사건들은 기부의 우선순위와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업가들과 기업의 리더들은 어느 시점부터 자신들이 재산을 모은 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부에 전념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며, 기부자와 일반 대중이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변하는지에 따라 향후 수십 년에 걸쳐 거액 기부의 특징이 결정될 것이다.


시간이 더욱 중요해진 또 다른 요인은 기부자 조언 기금donor-advised funds, DAFs, 감수자주: 기부자가 공익재단에 기부한 기금을 금융회사가 운용하여 수익금과 원금을 함께 배분하는 기금의 형태로, 기부자가 기부금의 운영과 배분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음의 폭발적인 성장에 있다. 이는 자선 자원이 단체에 전달되는 적절한 속도에 대한 토론을 가속시켰다. 이와 유사한 역사적 교훈을 주었던 사례로는 1969년 조세개혁법이 있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시행된 의회 조사는,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우후죽순 생겨난 민간 재단의 수에 대한 우려와 이러한 재단들이 도움이 필요한 자선 단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할 자금을 창고에 보관만 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되었다.


이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20세기 후반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필란트로피와 시한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이끌었으며, 재단의 배분 요건이 의무화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 법은 민간 재단과 기부금 지급 요건이 없는 공공 자선단체 사이의 ‘틈새’(역사학자 라일라 코윈 버먼의 말을 인용하자면2)를 만들어내며 기부자 조언 기금이 뿌리내릴 수 있게 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재단의 성장이 재단 기금의 배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처럼, 2010년대 기부자 조언 기금의 성장도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재단의 성장이 재단 기금의 배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처럼, 2010년대 기부자 조언 기금의 성장도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필란트로피에서 시간의 중요성이 높아진 또 다른 이유는 시민 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게 된 위기감 때문이다. 정치적 또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는 언론 및 유명 인사들에 의해 선정주의가 조장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압박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가 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기후변화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나 불안정, 인종적 불평등, 그 밖에 무수히 많은 질병과 관련된 위기들도 마찬가지로 중대하다. 위기 경험은 종종 시한에 대한 압박감을 높여, 현재에 대한 관심과 자원을 끌어 당기는데 이는 위기의식이 상시적으로 존재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한편 현재의 이러한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미래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기에 대해서 필란트로피가 해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의 위기는 필란트로피의 실행에 있어 복잡한 시간적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필란트로피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는 앞으로 이를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필란트로피에서 기부자와 수혜자 간의 역학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간에 대한 고려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신속성은 신중성과 더불어 필란트로피의 주요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급 속도에 대한 결정은 기부자가 권한을 행사하는 가장 심도 깊은 방법이다. 기부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더 가까운 단체에 자원을 배분하고, 단체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부자가 자신의 힘을 넘겨주는 의미 있는 방식이다.


기부금을 신속하게 단체에 전달하는 것은 권한을 위임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권한을 누구에게 위임할 것인가에 대한 기부자의 적극적인 의사 결정과 분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권력의 행사라 할 수 있다. 즉,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생전에 상당 부분의 재산을 자선 사업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한다면, 이는 필란트로피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뿐만 아니라 필란트로피의 힘을 보여주는 전례 없는 사건이 될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은 현대 필란트로피에서 시간이 왜 중요한지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다른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해왔지만, 이 글에서는 간략히 언급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효과적인 이타주의 운동은 먼 미래에 대한 우리의 책임에 관한 논의를 집중시켰다. 또한 인종적 정의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은 역사적 과오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필란트로피의 역할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간이라는 주제가 지난 10년간 필란트로피 담론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이 논의들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언제 기부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하는 방식이 자선기관의 형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고, 이는 다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논의로 번지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향후 몇 년간 어떤 규범과 관행이 등장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기부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시간이라는 요소를 고려할 것이고, ‘제때 기부하는 것’에 대한 건강한 의지가 강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참고

1.     사례 참조, 마이클 클라우스너, <시간이 돈이 아닐 때: 재단의 지급금, 그리고 재산 자원으로서의 시간의 가치>,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03년 봄호; 최신 사례 참조, 래리 크레이머, <경제 위기에서의 재단 지급금 정책>,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21년 1월 4일 참조.

2.     라일라 코윈 버먼, <민간 자선단체의 빈틈: 1969년 세제개혁법과 기부자 조언 기금의 부상>, 히스트필, 2020년 1월 27일자.



> 원문 기사 보기


BENJAMIN SOSKIS

벤자민 소스키스는 어번 인스티튜트 논프로핏 필란트로피 센터의 선임 연구원이자 히스트필의 공동 편집자이다.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에도 자주 기고하는 그는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애틀랜틱,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타운 앤 컨트리 등에도 기고하고 있다. 또한 2023년에 로우맨 앤 리틀필드, 어반 인스티튜트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시간과 기부: 필란트로피에서 시간의 문제>의 공동 편집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