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지식은
누구의 것인가?
대학혁신 특별호
Shawn Smith · Stuart R. Poyntz · Am Johal · Dara Kelly · Stephen Dooley
Summary.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는 공동체 중심 연구 방식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는 연구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는 연구자들이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관계 형성이나 공동의 이익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 없이, 지역사회의 삶의 방식과 문제, 그리고 이미 그 안에 축적되어 있는 지식을 연구 대상으로만 다루는 경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는 협력의 과정이 아닌 지역의 시간과 경험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추출적extractive 경험으로 인식되곤 한다. 지역사회에 늘 존재해 온 지식을 마치 새로 '생산'하는 것처럼 만들고, 그 결과를 학술지에 가두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경제·환경적 어려움에 직면한 공동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회혁신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지만, 연구는 여전히 일방향적이다.
지역사회 참여 연구Community-engaged research, CER는 이러한 관계를 재설계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지역사회의 우선순위와 리더십을 중심에 두고, 연구 결과가 연구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상호 가치로 돌아가도록 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려면 CER을 뒷받침할 전용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성과를 가로막는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지원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이 분야를 이끄는 대표 기관으로는 러트거스 대학교의 지역사회 기반 연구 협력센터Rutgers' Collaborative Centre for Community-Based Research, 브라운 대학교의 스웨어러 센터Brown's Swearer Centre 그리고 캐나다 지역사회 기반 연구 네트워크Community-Based Research Canada 등이 있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역시 지역사회 참여형 학술활동의 전통을 이어오며, 최근 외부 파트너와의 윤리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우리의 출발점
가장 넓은 차원에서 지역사회 참여 연구CER는 지식 생산 자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다. CER 접근은 이론과 학문적 지식을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 세계와 연결지으며, 우리 삶을 규정하는 조건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목적을 둔다. CER은 연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당사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며, 연구의 설계와 실행, 그리고 결과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전제로 한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연구에 필수적인 맥락 정보와 전문성을 제공하고, 이들의 참여는 연구 결과가 연구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의미 있고 활용 가능한 지식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지역사회의 리더십과 연구 참여는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반에서도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CER은 또한 참여예산제와 헌법포럼, 사회혁신랩처럼 당사자들과 지식을 공동생산하는 사회혁신 이니셔티브에서도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맥락에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CER의 성과를 가로막는다.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는 교육과 훈련, 성과 인정, 자금 지원, 연구 언어, 윤리 프레임워크와 절차, 지역사회-대학 간 권력 역학, 종신재직tenure 및 승진 제도 등이 꼽힌다.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은 교수·직원·학생들과 1년에 걸친 연구 및 협의를 진행한 뒤, 2020년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Community-Engaged Research initiative, CERi를 출범했다. CERi는 CER을 지원·선도·촉진하는 동시에, 이 분야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CERi는 총장실과 연구부총장실의 지원을 받는 대학 차원의 연구 인프라로서, 연구윤리 체계, 대학원생 및 신진 교원 교육, 지역사회 참여 조직과 연구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또한 CERi는 대학의 연구자, 학생, 직원,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유연한 연구 공간과 지역 연구자 프로그램, 레지던스 프로그램, 연구비, 학습 자원, 미디어 제작 시설을 제공한다. 이에 더불어 실천공동체를 형성하고, 종신재직 및 승진에서 CER 인정 같은 이슈를 다루는 정책 중심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CERi의 활동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참여형 연구의 제도적 역사와 실천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지식의 창출과 적용이 얼마나 지역사회 중심으로 설계 및 운영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목소리':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 모델
지역사회 참여 연구에서는 결과만큼이나 '어떻게' 프로젝트가 수행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목소리Our Community, Our Voice, OCOV'는 2015년 브리티시컬럼비아 서리Surrey에 거주하는 난민의 필요를 조사한 연구이다. 서리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난민의 40%가 유입되는 도시로, 이 연구는 이후 시의 공식적인 난민 정착 계획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 과정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 모델Active Community Engagement Model, ACEM'을 적용했다. 이 모델은 지역사회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연구보조원을 채용 및 훈련해 전 과정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게 설계되었다. 또한 초기 연구 결과에 기반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직접 권고안을 도출하는 '지역사회 계획의 날'을 갖기도 한다. 지역사회가 권고안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수록, 그 결과물이 실제 정책과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22명으로 구성된 지역사회 운영위원회는 총 8차례 회의를 열어 프로젝트 설계와 실행 전반에 의견을 반영했다. 미얀마, 소말리아, 이라크, 엘살바도르에서 최근 난민으로 이주해온 7명의 청소년이 참여자 모집과 대화 진행, 통역, 운영을 주도적으로 지원했다. 연구보조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신감과 역량, 기회를 얻었다고 말하며, 이 프로젝트에서 지역사회는 연구의 과정과 결과 모두를 공동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2. 선주민 공동체와 연구 방법론을 재설계하다
대학이라는 기관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식민주의적 관계가 작동해 왔고, 현재에도 식민주의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따라서 탈식민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연구자는 공동체의 고유한 맥락과 이해의 방식ways of knowing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연구의 효과성 측면에서나 사회적 정의의 측면에서 볼 때 모두 중요하다. 선주민 공동체와의 협업은 지식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는지, 누가 접근 권한을 갖는지, 지식의 전달 방식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는지에 대한 전제를 점검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이먼 프레이저 비디 경영대학에서는 선주민 경영 이론Indigenous business theory이 빠르게 성장하는 연구 분야이다. 이 연구는 지역의 목소리와 역사, 그리고 장소에 뿌리내린 오래된 제도적 맥락에 기반한 실증 자료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피상적인 참여를 넘어서는 연구 실천을 보여준다. 이는 연구가 이루어지는 장소 자체가 지식의 맥락임을 인식하고, 그 땅의 선주민이 축적해 온 지식과 세계관을 연구의 출발점이자 기준으로 삼는 접근이다.
선주민 연구 방법론의 핵심에는 정체성ways of being과 장소성sense of place(공간적 지향), 세대적 책무성intergenerational responsibility(시간적 지향)이 있다. 이러한 요소를 가시화하는 연구에서는 대화와 관계적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심층 인터뷰, 포커스그룹 인터뷰 같은 귀납적·질적 방법론이 활용된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훈련, 경험이 필요하다. 예컨대 연구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선주민의 지식과 세계관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 속에서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발화 내용의 문맥적 의미를 해석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며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가진 연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순간은 연구 과정과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CER가 직면하는 더 넓은 도전과 맞닿아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선주민 연구 방법론에 기반한 연구 결과를 학술적으로 출판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주민 지식 체계에서 타당성과 신뢰성은 대체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검증을 통해 확인된다. 예를 들어 인터뷰 과정에서 원로Elders들이 어떤 지식을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동일한 내용이 다른 원로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동의되는 데 있다. 그러나 연구 윤리 기준에 따르면 인터뷰는 비공개로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선주민 지식이 전승되고 검증되는 방식과 학계가 전통적으로 요구해온 외부 검증 기준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3. RADIUS SFU: 지역사회 중심 사회혁신랩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 비디 경영대학의 RADIUS는 지역사회와 대학을 연결하는 사회혁신랩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RADIUS의 전문 인력은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시스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혁신랩을 설계 및 운영한다. 각 랩은 수년에 걸쳐 운영되며, ① 시스템 연구 ② 솔루션 실험 ③ 지역사회 역량 강화 ④ 지식 확산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개발랩Local Economic Development Lab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에서 포용적인 지역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활동했다. 이 지역사회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동시에 빈곤과 관련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이들은 과거 연구자들의 추출적 연구 활동 때문에 연구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이에 랩은 1년간 지역사회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며, 연구가 지역사회에 환영받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묻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랩은 11개의 신규 벤처를 인큐베이팅하고, 60명의 시민 이해관계자에게 290시간의 전략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1,006시간의 교육을 운영하고, 두 건의 정책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새로운 협력 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30개의 대학원생 인턴십 기회를 만들었으며, 정책, 벤처 모델, 새로운 랩 운영 방법론의 개발 및 확산을 뒷받침할 다양한 지식을 남겼다.
난민자립랩은 OCOV 프로젝트를 계기로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사회적으로 인종화되어 제도적·구조적 차별을 경험해온 이주민 공동체가 직면한 어려움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 왔다. 이 랩 역시 지역사회의 필요와 지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적절한 프로그램 설계를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직원과 자문위원, 참여자들은 난민 당사자이자 서비스 제공자, 정책결정자, 옹호자로서 난민 이슈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활동 초기 18개월 동안, 이주 배경을 지닌 혁신가들은 23개의 벤처를 설립하고 수백 명의 지역사회 구성원을 연결했으며, 난민의 사회·경제적 정착을 가로막는 여러 구조적 장벽을 식별해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팝업 마켓플레이스,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하도록 돕는 보드게임, 고용주와 난민 기술 인재를 연결하는 해커톤, 그리고 정착 시스템 내에서 이주민 리더십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RADIUS가 각 랩을 통해 축적한 지식은 CERi와의 협업을 비롯한 다양한 확산 활동을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된다. 이러한 성과는 다시 공동 연구, 프로그램 자문, 인력의 중복 참여, 발표와 행사 등을 통해 체인지랩과 같은 응용 교육 프로그램에 통합된다. 이 과정에서 연구와 교육은 분리되지 않고, 순환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이룬다.
성찰과 교훈
지역사회 중심 연구를 진정성 있게 수행하는 과정은 연구자인 우리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 변화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 참여 연구라는 분야를 성장시키고, 상호성에 기반한 지역사회 관계 속에 이를 진정성 있게 뿌리내리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의 연구 실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천적 조언을 제시한다.
- 관계가 우선이다. 진정으로 상호적인 연구 과정은 신뢰와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그 과정에는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 연구자는 CER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훈련과 실천, 경험이 필요하다.
- 과정은 결과만큼 중요하다.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수록 우리는 자신의 전제와 관행을 재평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가정과 마주하게 된다.
- 참여는 형식적으로 충족해야 할 조건이 아니다. 지역사회는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실행하는 주체여야 하며, 연구의 결과 역시 지역사회에 접근할 수 있고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형태로 남아야 한다.
- 지역사회의 우선순위를 중심에 두고, 대학-지역사회 간 권력 역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프로젝트 리더를 채용하고 지원하라.
- 대표성과 리더십은 중요하다. 예컨대 BIPOC 공동체와 협력하는 경우라면 BIPOC 리더십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구조를 우선해야 한다.
- 전통적인 연구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시스템은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성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중심 연구를 위한 전용 자원과 인프라를 갖추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모범 사례가 축적되고, 실천 공동체가 형성되며, 필요한 절차와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새로운 서사와 초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구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기회이자 과제는 연구 문화와 그 안에 내재한 전제 그리고 인센티브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제도 안에서 CER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강점을 구축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주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일이든, 선주민 파트너들과 함께 더 나은 방식으로 연구 방법을 형성해 가는 일이든, 혹은 지역사회의 목표를 출발점으로 삼아 연구와 혁신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든, 우리는 항상 "당사자에 관한 일은 당사자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새롭게 '창출한다'라고 말하는 지식은 이미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구는 이 사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존중이 결여된 접근에 대해 지역사회가 그 가치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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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wn Smith
숀 스미스는 RADIUS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렉터이며, 비디 경영대학 겸임교수로서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사회혁신 디렉터를 맡고 있다.
Stuart R. Poyntz
스튜어트 R. 포인츠는 사이머 프레이저 대학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의 공동 디렉터이자 커뮤니케이션 스쿨 부교수이다. 그의 연구 분야는 아동 미디어 문화, 공적 삶 이론, 도시 청소년의 미디어 제작이다.
Am Johal
엠 조할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밴시티 지역사회 참여 사무소의 디렉터이자,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 공동 디렉터이다.
Dara Kelly
다라 켈리는 북미 지역 선주민 공동체인 스토:로 코스트 살리시Stó:lō Coast Salish 계열의 레콰멜 퍼스트 네이션Leq'á:mel First Nation 출신으로, 선주민 경영 분야 조교수이다. 그는 공공교육 활동을 통해 정부 관료와 정책결정자들에게 소수 집단 관련 이슈를 전달해왔다.
Stephen Dooley
스티븐 둘리는 2013년 11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서리 캠퍼스의 두 번째 총괄 디렉터로 취임했다. 합류 이전에는 콴틀렌 폴리텍 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근무했으며, 다학제 연구와 지역사회 학습 및 참여 센터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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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교육
지식은
누구의 것인가?
대학혁신 특별호
Shawn Smith · Stuart R. Poyntz · Am Johal · Dara Kelly · Stephen Dooley
Summary.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는 공동체 중심 연구 방식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는 연구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는 연구자들이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관계 형성이나 공동의 이익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 없이, 지역사회의 삶의 방식과 문제, 그리고 이미 그 안에 축적되어 있는 지식을 연구 대상으로만 다루는 경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는 협력의 과정이 아닌 지역의 시간과 경험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추출적extractive 경험으로 인식되곤 한다. 지역사회에 늘 존재해 온 지식을 마치 새로 '생산'하는 것처럼 만들고, 그 결과를 학술지에 가두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경제·환경적 어려움에 직면한 공동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회혁신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지만, 연구는 여전히 일방향적이다.
지역사회 참여 연구Community-engaged research, CER는 이러한 관계를 재설계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지역사회의 우선순위와 리더십을 중심에 두고, 연구 결과가 연구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상호 가치로 돌아가도록 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려면 CER을 뒷받침할 전용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성과를 가로막는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지원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이 분야를 이끄는 대표 기관으로는 러트거스 대학교의 지역사회 기반 연구 협력센터Rutgers' Collaborative Centre for Community-Based Research, 브라운 대학교의 스웨어러 센터Brown's Swearer Centre 그리고 캐나다 지역사회 기반 연구 네트워크Community-Based Research Canada 등이 있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역시 지역사회 참여형 학술활동의 전통을 이어오며, 최근 외부 파트너와의 윤리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우리의 출발점
가장 넓은 차원에서 지역사회 참여 연구CER는 지식 생산 자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다. CER 접근은 이론과 학문적 지식을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 세계와 연결지으며, 우리 삶을 규정하는 조건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목적을 둔다. CER은 연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당사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며, 연구의 설계와 실행, 그리고 결과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전제로 한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연구에 필수적인 맥락 정보와 전문성을 제공하고, 이들의 참여는 연구 결과가 연구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의미 있고 활용 가능한 지식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지역사회의 리더십과 연구 참여는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반에서도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CER은 또한 참여예산제와 헌법포럼, 사회혁신랩처럼 당사자들과 지식을 공동생산하는 사회혁신 이니셔티브에서도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맥락에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CER의 성과를 가로막는다.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는 교육과 훈련, 성과 인정, 자금 지원, 연구 언어, 윤리 프레임워크와 절차, 지역사회-대학 간 권력 역학, 종신재직tenure 및 승진 제도 등이 꼽힌다.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은 교수·직원·학생들과 1년에 걸친 연구 및 협의를 진행한 뒤, 2020년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Community-Engaged Research initiative, CERi를 출범했다. CERi는 CER을 지원·선도·촉진하는 동시에, 이 분야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CERi는 총장실과 연구부총장실의 지원을 받는 대학 차원의 연구 인프라로서, 연구윤리 체계, 대학원생 및 신진 교원 교육, 지역사회 참여 조직과 연구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또한 CERi는 대학의 연구자, 학생, 직원,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유연한 연구 공간과 지역 연구자 프로그램, 레지던스 프로그램, 연구비, 학습 자원, 미디어 제작 시설을 제공한다. 이에 더불어 실천공동체를 형성하고, 종신재직 및 승진에서 CER 인정 같은 이슈를 다루는 정책 중심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CERi의 활동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참여형 연구의 제도적 역사와 실천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지식의 창출과 적용이 얼마나 지역사회 중심으로 설계 및 운영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목소리':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 모델
지역사회 참여 연구에서는 결과만큼이나 '어떻게' 프로젝트가 수행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목소리Our Community, Our Voice, OCOV'는 2015년 브리티시컬럼비아 서리Surrey에 거주하는 난민의 필요를 조사한 연구이다. 서리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난민의 40%가 유입되는 도시로, 이 연구는 이후 시의 공식적인 난민 정착 계획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 과정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 모델Active Community Engagement Model, ACEM'을 적용했다. 이 모델은 지역사회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연구보조원을 채용 및 훈련해 전 과정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게 설계되었다. 또한 초기 연구 결과에 기반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직접 권고안을 도출하는 '지역사회 계획의 날'을 갖기도 한다. 지역사회가 권고안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수록, 그 결과물이 실제 정책과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22명으로 구성된 지역사회 운영위원회는 총 8차례 회의를 열어 프로젝트 설계와 실행 전반에 의견을 반영했다. 미얀마, 소말리아, 이라크, 엘살바도르에서 최근 난민으로 이주해온 7명의 청소년이 참여자 모집과 대화 진행, 통역, 운영을 주도적으로 지원했다. 연구보조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신감과 역량, 기회를 얻었다고 말하며, 이 프로젝트에서 지역사회는 연구의 과정과 결과 모두를 공동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2. 선주민 공동체와 연구 방법론을 재설계하다
대학이라는 기관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식민주의적 관계가 작동해 왔고, 현재에도 식민주의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따라서 탈식민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연구자는 공동체의 고유한 맥락과 이해의 방식ways of knowing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연구의 효과성 측면에서나 사회적 정의의 측면에서 볼 때 모두 중요하다. 선주민 공동체와의 협업은 지식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는지, 누가 접근 권한을 갖는지, 지식의 전달 방식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는지에 대한 전제를 점검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이먼 프레이저 비디 경영대학에서는 선주민 경영 이론Indigenous business theory이 빠르게 성장하는 연구 분야이다. 이 연구는 지역의 목소리와 역사, 그리고 장소에 뿌리내린 오래된 제도적 맥락에 기반한 실증 자료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피상적인 참여를 넘어서는 연구 실천을 보여준다. 이는 연구가 이루어지는 장소 자체가 지식의 맥락임을 인식하고, 그 땅의 선주민이 축적해 온 지식과 세계관을 연구의 출발점이자 기준으로 삼는 접근이다.
선주민 연구 방법론의 핵심에는 정체성ways of being과 장소성sense of place(공간적 지향), 세대적 책무성intergenerational responsibility(시간적 지향)이 있다. 이러한 요소를 가시화하는 연구에서는 대화와 관계적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심층 인터뷰, 포커스그룹 인터뷰 같은 귀납적·질적 방법론이 활용된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훈련, 경험이 필요하다. 예컨대 연구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선주민의 지식과 세계관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 속에서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발화 내용의 문맥적 의미를 해석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며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가진 연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순간은 연구 과정과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CER가 직면하는 더 넓은 도전과 맞닿아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선주민 연구 방법론에 기반한 연구 결과를 학술적으로 출판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주민 지식 체계에서 타당성과 신뢰성은 대체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검증을 통해 확인된다. 예를 들어 인터뷰 과정에서 원로Elders들이 어떤 지식을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동일한 내용이 다른 원로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동의되는 데 있다. 그러나 연구 윤리 기준에 따르면 인터뷰는 비공개로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선주민 지식이 전승되고 검증되는 방식과 학계가 전통적으로 요구해온 외부 검증 기준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3. RADIUS SFU: 지역사회 중심 사회혁신랩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 비디 경영대학의 RADIUS는 지역사회와 대학을 연결하는 사회혁신랩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RADIUS의 전문 인력은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시스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혁신랩을 설계 및 운영한다. 각 랩은 수년에 걸쳐 운영되며, ① 시스템 연구 ② 솔루션 실험 ③ 지역사회 역량 강화 ④ 지식 확산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개발랩Local Economic Development Lab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에서 포용적인 지역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활동했다. 이 지역사회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동시에 빈곤과 관련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이들은 과거 연구자들의 추출적 연구 활동 때문에 연구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이에 랩은 1년간 지역사회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며, 연구가 지역사회에 환영받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묻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랩은 11개의 신규 벤처를 인큐베이팅하고, 60명의 시민 이해관계자에게 290시간의 전략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1,006시간의 교육을 운영하고, 두 건의 정책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새로운 협력 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30개의 대학원생 인턴십 기회를 만들었으며, 정책, 벤처 모델, 새로운 랩 운영 방법론의 개발 및 확산을 뒷받침할 다양한 지식을 남겼다.
난민자립랩은 OCOV 프로젝트를 계기로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사회적으로 인종화되어 제도적·구조적 차별을 경험해온 이주민 공동체가 직면한 어려움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 왔다. 이 랩 역시 지역사회의 필요와 지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적절한 프로그램 설계를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직원과 자문위원, 참여자들은 난민 당사자이자 서비스 제공자, 정책결정자, 옹호자로서 난민 이슈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활동 초기 18개월 동안, 이주 배경을 지닌 혁신가들은 23개의 벤처를 설립하고 수백 명의 지역사회 구성원을 연결했으며, 난민의 사회·경제적 정착을 가로막는 여러 구조적 장벽을 식별해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팝업 마켓플레이스,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하도록 돕는 보드게임, 고용주와 난민 기술 인재를 연결하는 해커톤, 그리고 정착 시스템 내에서 이주민 리더십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RADIUS가 각 랩을 통해 축적한 지식은 CERi와의 협업을 비롯한 다양한 확산 활동을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된다. 이러한 성과는 다시 공동 연구, 프로그램 자문, 인력의 중복 참여, 발표와 행사 등을 통해 체인지랩과 같은 응용 교육 프로그램에 통합된다. 이 과정에서 연구와 교육은 분리되지 않고, 순환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이룬다.
성찰과 교훈
지역사회 중심 연구를 진정성 있게 수행하는 과정은 연구자인 우리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 변화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 참여 연구라는 분야를 성장시키고, 상호성에 기반한 지역사회 관계 속에 이를 진정성 있게 뿌리내리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의 연구 실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천적 조언을 제시한다.
우리는 연구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기회이자 과제는 연구 문화와 그 안에 내재한 전제 그리고 인센티브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제도 안에서 CER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강점을 구축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주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일이든, 선주민 파트너들과 함께 더 나은 방식으로 연구 방법을 형성해 가는 일이든, 혹은 지역사회의 목표를 출발점으로 삼아 연구와 혁신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든, 우리는 항상 "당사자에 관한 일은 당사자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새롭게 '창출한다'라고 말하는 지식은 이미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구는 이 사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존중이 결여된 접근에 대해 지역사회가 그 가치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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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wn Smith
숀 스미스는 RADIUS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렉터이며, 비디 경영대학 겸임교수로서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사회혁신 디렉터를 맡고 있다.
Stuart R. Poyntz
스튜어트 R. 포인츠는 사이머 프레이저 대학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의 공동 디렉터이자 커뮤니케이션 스쿨 부교수이다. 그의 연구 분야는 아동 미디어 문화, 공적 삶 이론, 도시 청소년의 미디어 제작이다.
Am Johal
엠 조할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밴시티 지역사회 참여 사무소의 디렉터이자, 지역사회 참여 연구 이니셔티브 공동 디렉터이다.
Dara Kelly
다라 켈리는 북미 지역 선주민 공동체인 스토:로 코스트 살리시Stó:lō Coast Salish 계열의 레콰멜 퍼스트 네이션Leq'á:mel First Nation 출신으로, 선주민 경영 분야 조교수이다. 그는 공공교육 활동을 통해 정부 관료와 정책결정자들에게 소수 집단 관련 이슈를 전달해왔다.
Stephen Dooley
스티븐 둘리는 2013년 11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서리 캠퍼스의 두 번째 총괄 디렉터로 취임했다. 합류 이전에는 콴틀렌 폴리텍 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근무했으며, 다학제 연구와 지역사회 학습 및 참여 센터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