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어떻게
현장으로 권력을
이동시킬 수 있을까?
재단, 소멸을 선택하다
NWAMAKA ADBO
Summary. 카탈리 재단은 커뮤니티가 더 성장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의 투자를 지향한다.
필란트로피 영역에서는 지원기관이 가장 효과적이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주제는 지원기관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여러 논쟁 중 하나는 재단이 자산을 단기간에 소진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단을 영구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벗어난 잘못된 질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뤄야 할 질문은 ‘경제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개인과 단체가 어떻게 사회운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며, 착취적 경제 구조와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권력, 시스템,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가’이다.
지원기관인 우리는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수단 중 하나는 파트너 단체에 대한 투자이다. 현재 필란트로피 분야의 투자 중 일부는 소셜임팩트를 고려하긴 하지만, 여전히 ‘재단의 수익’이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고 있다. 투자가 진정한 혁신의 수단이 되려면, 우리는 이러한 기준을 거부하고 커뮤니티에 돌아가는 유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탈리 재단Kataly Foundation은 비 착취적Non-extractive 투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재무적, 비재무적 가치가 커뮤니티에 남도록 설계된 대출 방식이다.
2018년에 설립된 카탈리 재단은 10~15년 이내에 모든 기금을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란트로피의 취지가 본래 자선 활동에 자원을 제공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기금 소진이 급진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만약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힘을 강화하고 주체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한다는 명확한 전략 없이 지원한다면, 기금을 소진하는 접근 또한 기존 재단들이 보여주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행을 결국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
카탈리 재단에게 있어 기금 소진은 자원을 커뮤니티로 이전하여 권력을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커뮤니티 내에서 자원이 다시 순환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한 기관에 자산과 권력이 집중되는 대신, 커뮤니티가 스스로 자산과 복지,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동의 번영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권력의 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카탈리 재단의 ‘마음 챙김과 치유정의Mindfulness and Healing Justice’프로그램은 관련 단체 및 네트워크, 실무자에게 자원을 재분배해 커뮤니티의 힘을 강화한다. 이 프로그램은 명상과 같은 치유와 성찰적 접근이 운동의 조직화와 해방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환경정의 투자 콜렉티브Environmental Justice Resourcing Collective, EJRC는 환경 및 기후정의가 많은 사회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불평등의 부담을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가장 크게 떠안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부의 재분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JRC는 급진적인 부의 재분배를 실험하는 장으로, 단체를 구성하는 9명의 유색인종 여성 리더가 7,500만 달러의 자산에 대한 분배 권한을 전적으로 갖고 있다.
회복 경제 기금Restorative Economies Fund, REF을 통해 재생적인 부의 재분배를 달성하는 것은 단순 기금 지원을 넘어선 개념으로, 3억 달러의 자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할지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의미한다. REF는 이를 위해 ‘통합 자본 전략Integrated capital strategy’을 활용한다. 이 개념은 사회적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 신용 한도, 주식 투자, 보증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통합 자본은 주로 재무적 자본을 의미하지만, 프로젝트 지원에 필요한 비재무적 형태의 자본이나 자원도 포함될 수 있다.
REF는 기금을 비 착취적 투자, 기술 지원, 전략적 조언과 결합해 제공한다. 통합 자본 전략의 핵심은 투자 수익이 카탈리 재단으로 귀속되지 않고, 재단이 투자한 커뮤니티에 남아 재순환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좋은 예로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더 길드The Guild를 들 수 있다. 더 길드는 협동조합 부동산,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소외된 커뮤니티의 자본접근성 향상을 통해 커뮤니티의 부와 영향력을 강화한다. 이들은 커뮤니티 관리 신탁 모델을 통해 복합 용도 부동산을 취득하고 재개발하며, 이를 신탁으로 보유해 토지 가치를 안정화한다. 신탁 구조상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일정 자격을 갖추면 신탁의 주주로 참여할 수 있어, 커뮤니티가 함께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러한 커뮤니티 소유 부동산 모델은 장기적으로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주민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을 촉진한다.
카탈리 재단은 통합 자본 모델을 통해 더 길드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5만 달러의 신속 대응 보조금, 3년간 연간 55만 달러의 일반 운영 지원 보조금, 그리고 10년 만기 무이자 500만 달러 대출이 포함됐다. 재정 지원 외에도 기금 모금을 위한 전략적 조언, 기금 제공자를 위한 브리핑 지원,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재무 자문도 함께 제공했다. 더 길드는 건물 구입, 건설 공사 착수 그리고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비 충당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러한 포괄적 지원이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REF는 더 길드와 같이 커뮤니티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산 구축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커뮤니티의 자기결정권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주권을 강화한다. REF의 운영 방식은 지원기관들에게 자원, 권력, 사회적 위치를 활용해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억압하고 착취하며 이들의 자산 축적 기회를 차단해 온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투자 방식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의 투자 모델은 이처럼 커뮤니티를 배제해 온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미래에 정의롭고 풍요로우며 공정한 경제를 위한 전략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자본을 통합하여 배분하는 방식은 재단이 시스템을 변화시키려 할 때 요구되는 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돕는다.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학자와 전문가들은 구조적 인종 차별이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자본 접근성을 제한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음을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서 REF는 흑인 및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비 착취적 통합 자본 투자를 제공하며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 경제적 불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커뮤니티에게 기존 금융 기관이 제공하지 않는 유리한 조건으로 핵심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커뮤니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 커뮤니티 중심 프로젝트에 초기 자본을 제공하되,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장기 투자한다. REF의 현행 장기 인내자본 투자 포트폴리오(최대 5,3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0~2% 이자율, 최장 10년의 인내자본 기간)는 투자자의 수익 창출보다 조직이 미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 투자 위험 평가의 기준을 투자자와 그들의 주된 관심사에서 다른 요소로 전환한다. ‘내 돈으로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투자자 중심의 질문에서, ‘이 커뮤니티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가?’라는 커뮤니티 중심의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반면, 후자는 소외된 커뮤니티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
REF는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프로젝트의 전체 투자 자본 구조에서 후순위 위치subordinate role를 자발적으로 취한다. 이는 REF의 비 착취적 투자 성격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핵심 특징이다. 프로젝트가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REF가 다른 투자자보다 더 큰 위험 부담을 감당하며 더 많은 투자자, 특히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REF가 차입자에게 일종의 지원과 보증 역할을 함으로써, 프로젝트가 다른 투자자나 기존 자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레버리지 역할을 한다. 동시에 다른 투자자들이 이 과정에 함께하며 비 착취적 투자 모델을 배울 기회도 제공한다.
비 착취적 투자는 투자자의 금융 수익을 산정할 때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겪는 불균형적인 부담, 즉 사회경제적 불이익이나 차별을 고려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된다. 또한 대출 상환이 차입 단체나 그들의 미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차입자의 부담을 던다. 이러한 유형의 투자는 부의 불평등이 자연 자원의 착취와 흑인 및 유색인종의 노동 착취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따라서 비 착취적 투자는 인종 간 부의 격차와 구조적 인종차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커뮤니티에 부와 자원을 재분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현재의 금융 구조와 전략이 노예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여전히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인종차별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통합 자원 배분이 소수의 부유한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의 건강과 복지에 중점을 둔 경제적 역량 강화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 지켜봐 왔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켄싱턴 코리더 트러스트Kensington Corridor Trust, KCT는 근린 신탁모델을 활용해 사업장 및 주거용 건물에 투자를 진행하여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적정 주거비를 유지하며, 주민들이 주도권을 갖고 경제적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KCT는 지역 경제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체와 세입자들이 켄싱턴 지역에 장기적으로 생활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역의 부동산과 그 자산 가치를 지역 주민들이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REF는 KCT에 첫 투자로 3백만 달러 규모의 비회전 신용한도(원금을 일시불로 상환하는 대출 형태)를 비 착취적 투자 형태로 제공했다. 10년 대출 기간 중 첫 3년간은 0% 이자율이 적용되며, 4년 차부터는 1%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이 대출 외에도 카탈리 재단은 KCT에 3년에 걸쳐 35만 7천 달러의 일반 운영 지원금과 5만 달러의 안정성 강화 기금을 제공했다. 2023년 겨울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다년간 지원을 받는 기관을 대상으로 안정성 강화 기금을 재분배했다.
통합 자본 배분 방식은 커뮤니티를 성장시킬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자원과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주민들은 커뮤니티 자원을 주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이 아닌 커뮤니티 전체를 위한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는 것이 회복력 있는 커뮤니티의 강점임을 인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농업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자선 통합 자본 기금인 팟리커 캐피털Potlikker Capital은 인종정의와 기후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며 활동하는 흑인 및 원주민 농부들을 위해 설립되었다. 팟리커 캐피털은 미국 남부의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농부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토지 소유권 회복 및 세대 간 안정적인 부의 창출 그리고 협동조합 형태의 소유권 획득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한다. 카탈리 재단은 여기에 5만 달러의 긴급 대응 지원금과 6년간 연간 25만 달러의 일반 운영 지원금을 제공했다. 또한 REF가 아닌 그들 스스로가 정한 조건에 맞춰 각각 100만 달러의 대출을 두 차례 승인하기도 했다.
이처럼 커뮤니티에 필수적인 자산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것은 모든 지원 파트너와의 관계를 돌보고, 배려하며, 권력의 역학관계를 항상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재단이 기금을 소진하든 영구적으로 유지하든, 필란트로피 분야는 대체로 재단의 손에 있는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으로 지원기관은 누구에게, 무엇을 지원할지 결정하며, 지원 대상은 이러한 지원기관의 기준에 맞춰 활동이나 프로젝트의 임팩트를 정의해야 했다.
이상적인 필란트로피는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드는 사람과 단체에게 대규모의 자본을 신속하게 이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원기관이 걸림돌이 아닌 촉진자의 역할을 하려면, 누구를 지원할 것인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도 현재의 불평등과 불공정의 근본 원인을 인정하고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지원기관이 재분배하는 자원은 오랜 차별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원은 역사적으로 소수에게 집중되어 왔고, 유색인종이 세대를 넘어 부를 축적하지 못하도록 막으며 축적된 것이다.
우리는 재단의 기금 소진과 통합 자본 전략 활용이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권력을 의미 있게 이전할 수 있는 접근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른 다수의 단체도 자체적으로 권력 이전을 위한 자금 지원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주의 프론트라인 펀드Democracy Frontlines Fund, 아치 커뮤니티 펀드Arch Community Fund, 캔디드 그룹Candide Group의 올라미나 펀드Olamina Fund, 솔리데어 네트워크Solidaire Network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공동 기부, 참여형 기금 제공, 임팩트 지향 대출, 기부자 조직화 등을 통해 부를 획기적으로 재분배하고 있다.
어떤 도구와 방법으로 기금 지원과 투자를 하든, 우리는 우리의 접근 방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당사자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이 혁신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와 권력 및 통제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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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AMAKA ADBO
느와마카 아드보는 카탈리 재단의 회복 경제 기금 사무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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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어떻게
현장으로 권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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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멸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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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카탈리 재단은 커뮤니티가 더 성장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의 투자를 지향한다.
필란트로피 영역에서는 지원기관이 가장 효과적이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주제는 지원기관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여러 논쟁 중 하나는 재단이 자산을 단기간에 소진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단을 영구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벗어난 잘못된 질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뤄야 할 질문은 ‘경제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개인과 단체가 어떻게 사회운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며, 착취적 경제 구조와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권력, 시스템,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가’이다.
지원기관인 우리는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수단 중 하나는 파트너 단체에 대한 투자이다. 현재 필란트로피 분야의 투자 중 일부는 소셜임팩트를 고려하긴 하지만, 여전히 ‘재단의 수익’이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고 있다. 투자가 진정한 혁신의 수단이 되려면, 우리는 이러한 기준을 거부하고 커뮤니티에 돌아가는 유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탈리 재단Kataly Foundation은 비 착취적Non-extractive 투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재무적, 비재무적 가치가 커뮤니티에 남도록 설계된 대출 방식이다.
2018년에 설립된 카탈리 재단은 10~15년 이내에 모든 기금을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란트로피의 취지가 본래 자선 활동에 자원을 제공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기금 소진이 급진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만약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힘을 강화하고 주체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한다는 명확한 전략 없이 지원한다면, 기금을 소진하는 접근 또한 기존 재단들이 보여주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행을 결국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
카탈리 재단에게 있어 기금 소진은 자원을 커뮤니티로 이전하여 권력을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커뮤니티 내에서 자원이 다시 순환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한 기관에 자산과 권력이 집중되는 대신, 커뮤니티가 스스로 자산과 복지,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동의 번영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권력의 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카탈리 재단의 ‘마음 챙김과 치유정의Mindfulness and Healing Justice’프로그램은 관련 단체 및 네트워크, 실무자에게 자원을 재분배해 커뮤니티의 힘을 강화한다. 이 프로그램은 명상과 같은 치유와 성찰적 접근이 운동의 조직화와 해방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환경정의 투자 콜렉티브Environmental Justice Resourcing Collective, EJRC는 환경 및 기후정의가 많은 사회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불평등의 부담을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가장 크게 떠안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부의 재분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JRC는 급진적인 부의 재분배를 실험하는 장으로, 단체를 구성하는 9명의 유색인종 여성 리더가 7,500만 달러의 자산에 대한 분배 권한을 전적으로 갖고 있다.
회복 경제 기금Restorative Economies Fund, REF을 통해 재생적인 부의 재분배를 달성하는 것은 단순 기금 지원을 넘어선 개념으로, 3억 달러의 자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할지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의미한다. REF는 이를 위해 ‘통합 자본 전략Integrated capital strategy’을 활용한다. 이 개념은 사회적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 신용 한도, 주식 투자, 보증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통합 자본은 주로 재무적 자본을 의미하지만, 프로젝트 지원에 필요한 비재무적 형태의 자본이나 자원도 포함될 수 있다.
REF는 기금을 비 착취적 투자, 기술 지원, 전략적 조언과 결합해 제공한다. 통합 자본 전략의 핵심은 투자 수익이 카탈리 재단으로 귀속되지 않고, 재단이 투자한 커뮤니티에 남아 재순환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좋은 예로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더 길드The Guild를 들 수 있다. 더 길드는 협동조합 부동산,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소외된 커뮤니티의 자본접근성 향상을 통해 커뮤니티의 부와 영향력을 강화한다. 이들은 커뮤니티 관리 신탁 모델을 통해 복합 용도 부동산을 취득하고 재개발하며, 이를 신탁으로 보유해 토지 가치를 안정화한다. 신탁 구조상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일정 자격을 갖추면 신탁의 주주로 참여할 수 있어, 커뮤니티가 함께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러한 커뮤니티 소유 부동산 모델은 장기적으로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주민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을 촉진한다.
카탈리 재단은 통합 자본 모델을 통해 더 길드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5만 달러의 신속 대응 보조금, 3년간 연간 55만 달러의 일반 운영 지원 보조금, 그리고 10년 만기 무이자 500만 달러 대출이 포함됐다. 재정 지원 외에도 기금 모금을 위한 전략적 조언, 기금 제공자를 위한 브리핑 지원,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재무 자문도 함께 제공했다. 더 길드는 건물 구입, 건설 공사 착수 그리고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비 충당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러한 포괄적 지원이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REF는 더 길드와 같이 커뮤니티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산 구축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커뮤니티의 자기결정권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주권을 강화한다. REF의 운영 방식은 지원기관들에게 자원, 권력, 사회적 위치를 활용해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억압하고 착취하며 이들의 자산 축적 기회를 차단해 온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투자 방식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의 투자 모델은 이처럼 커뮤니티를 배제해 온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미래에 정의롭고 풍요로우며 공정한 경제를 위한 전략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자본을 통합하여 배분하는 방식은 재단이 시스템을 변화시키려 할 때 요구되는 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돕는다.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학자와 전문가들은 구조적 인종 차별이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자본 접근성을 제한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음을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서 REF는 흑인 및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비 착취적 통합 자본 투자를 제공하며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 경제적 불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커뮤니티에게 기존 금융 기관이 제공하지 않는 유리한 조건으로 핵심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커뮤니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 커뮤니티 중심 프로젝트에 초기 자본을 제공하되,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장기 투자한다. REF의 현행 장기 인내자본 투자 포트폴리오(최대 5,3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0~2% 이자율, 최장 10년의 인내자본 기간)는 투자자의 수익 창출보다 조직이 미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 투자 위험 평가의 기준을 투자자와 그들의 주된 관심사에서 다른 요소로 전환한다. ‘내 돈으로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투자자 중심의 질문에서, ‘이 커뮤니티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가?’라는 커뮤니티 중심의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반면, 후자는 소외된 커뮤니티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
REF는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프로젝트의 전체 투자 자본 구조에서 후순위 위치subordinate role를 자발적으로 취한다. 이는 REF의 비 착취적 투자 성격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핵심 특징이다. 프로젝트가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REF가 다른 투자자보다 더 큰 위험 부담을 감당하며 더 많은 투자자, 특히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REF가 차입자에게 일종의 지원과 보증 역할을 함으로써, 프로젝트가 다른 투자자나 기존 자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레버리지 역할을 한다. 동시에 다른 투자자들이 이 과정에 함께하며 비 착취적 투자 모델을 배울 기회도 제공한다.
비 착취적 투자는 투자자의 금융 수익을 산정할 때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겪는 불균형적인 부담, 즉 사회경제적 불이익이나 차별을 고려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된다. 또한 대출 상환이 차입 단체나 그들의 미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차입자의 부담을 던다. 이러한 유형의 투자는 부의 불평등이 자연 자원의 착취와 흑인 및 유색인종의 노동 착취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따라서 비 착취적 투자는 인종 간 부의 격차와 구조적 인종차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커뮤니티에 부와 자원을 재분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현재의 금융 구조와 전략이 노예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여전히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인종차별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통합 자원 배분이 소수의 부유한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의 건강과 복지에 중점을 둔 경제적 역량 강화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 지켜봐 왔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켄싱턴 코리더 트러스트Kensington Corridor Trust, KCT는 근린 신탁모델을 활용해 사업장 및 주거용 건물에 투자를 진행하여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적정 주거비를 유지하며, 주민들이 주도권을 갖고 경제적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KCT는 지역 경제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체와 세입자들이 켄싱턴 지역에 장기적으로 생활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역의 부동산과 그 자산 가치를 지역 주민들이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REF는 KCT에 첫 투자로 3백만 달러 규모의 비회전 신용한도(원금을 일시불로 상환하는 대출 형태)를 비 착취적 투자 형태로 제공했다. 10년 대출 기간 중 첫 3년간은 0% 이자율이 적용되며, 4년 차부터는 1%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이 대출 외에도 카탈리 재단은 KCT에 3년에 걸쳐 35만 7천 달러의 일반 운영 지원금과 5만 달러의 안정성 강화 기금을 제공했다. 2023년 겨울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다년간 지원을 받는 기관을 대상으로 안정성 강화 기금을 재분배했다.
통합 자본 배분 방식은 커뮤니티를 성장시킬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자원과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주민들은 커뮤니티 자원을 주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이 아닌 커뮤니티 전체를 위한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는 것이 회복력 있는 커뮤니티의 강점임을 인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농업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자선 통합 자본 기금인 팟리커 캐피털Potlikker Capital은 인종정의와 기후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며 활동하는 흑인 및 원주민 농부들을 위해 설립되었다. 팟리커 캐피털은 미국 남부의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농부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토지 소유권 회복 및 세대 간 안정적인 부의 창출 그리고 협동조합 형태의 소유권 획득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한다. 카탈리 재단은 여기에 5만 달러의 긴급 대응 지원금과 6년간 연간 25만 달러의 일반 운영 지원금을 제공했다. 또한 REF가 아닌 그들 스스로가 정한 조건에 맞춰 각각 100만 달러의 대출을 두 차례 승인하기도 했다.
이처럼 커뮤니티에 필수적인 자산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것은 모든 지원 파트너와의 관계를 돌보고, 배려하며, 권력의 역학관계를 항상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재단이 기금을 소진하든 영구적으로 유지하든, 필란트로피 분야는 대체로 재단의 손에 있는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으로 지원기관은 누구에게, 무엇을 지원할지 결정하며, 지원 대상은 이러한 지원기관의 기준에 맞춰 활동이나 프로젝트의 임팩트를 정의해야 했다.
이상적인 필란트로피는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드는 사람과 단체에게 대규모의 자본을 신속하게 이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원기관이 걸림돌이 아닌 촉진자의 역할을 하려면, 누구를 지원할 것인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도 현재의 불평등과 불공정의 근본 원인을 인정하고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지원기관이 재분배하는 자원은 오랜 차별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원은 역사적으로 소수에게 집중되어 왔고, 유색인종이 세대를 넘어 부를 축적하지 못하도록 막으며 축적된 것이다.
우리는 재단의 기금 소진과 통합 자본 전략 활용이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권력을 의미 있게 이전할 수 있는 접근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른 다수의 단체도 자체적으로 권력 이전을 위한 자금 지원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주의 프론트라인 펀드Democracy Frontlines Fund, 아치 커뮤니티 펀드Arch Community Fund, 캔디드 그룹Candide Group의 올라미나 펀드Olamina Fund, 솔리데어 네트워크Solidaire Network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공동 기부, 참여형 기금 제공, 임팩트 지향 대출, 기부자 조직화 등을 통해 부를 획기적으로 재분배하고 있다.
어떤 도구와 방법으로 기금 지원과 투자를 하든, 우리는 우리의 접근 방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당사자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이 혁신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와 권력 및 통제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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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AMAKA ADBO
느와마카 아드보는 카탈리 재단의 회복 경제 기금 사무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