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재단은 운영에서도
신뢰를 구현해야 한다
재단, 협력을 우선하다
JAMIE ALLISON · JENNIFER C. HAAS
Summary. 지원기관은 파트너 단체들이 그들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뢰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018년, 제이미 앨리슨은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Walter & Elise Haas Fund의 상임이사로 합류하며, “내가 어디에 와있는 걸까? 이곳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이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가졌다.
다른 이사들 또한 더 깊고, 더 효과적이며, 더 대담하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며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는 경영진의 교체와 함께 이사회 내 가족 이사들이 3세대에서 4세대로 교체되던 시점으로, 이사회가 성찰의 시간을 갖기 시작한 때였다. 4세대 이사회의 구성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인 제니퍼 하스는 그 당시를 조직의 점진적인 변화가 시작된 시기로 기억한다. 이 변화는 조직의 역사와 미래를 위해 기반을 다지며, 기금 운영에 ‘신뢰’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행할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71년 전 설립된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은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프로그램 파트너들과 더 깊이 소통하며 ‘우리가 관행적으로 일을 처리한 순간’과 ‘목표를 가지고 실행한 순간’을 구분해보려 노력했다. 우리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졌고, 이 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우리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려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과정이 재단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것임을 일찍부터 인식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자원, 지식, 강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금제공자이자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우리는 신뢰에 뿌리를 두면서, 형평성과 정의라는 핵심 가치에 전념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금제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금 배분의 본질을 탐색하며
2022년, 코로나19와 인종정의를 위한 투쟁을 계기로 우리의 업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동안 인종정의를 위한 노력에 기금을 지원해오긴 했지만, 우리는 그 문제들에 더 분명히 헌신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기금지원 활동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이사회는 가족family, 가능성possibility, 공동 책임shared responsibility, 소속감belonging이라는 네 가지 가치를 업무의 이정표로 삼았다. 또한 지난 5년간의 배분 활동을 정의justice, 형평성equity, 다양성diversity, 포용성inclusion의 측면에서 점검해보고, 재단이 15년간 수행해온 핵심 배분 사업들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했다.
검토 결과, 재단이 오클랜드Oakland, 미션Mission, 베이뷰-헌터스 포인트Bayview-Hunters Point 등 유색인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자본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반면 재단은 오랜 시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또한 재단의 대규모 기금과 자본 기부가 백인이 주도하는 대규모 문화 기관이나 대학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고 비영리 파트너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시도했다.
분절에서 통합으로 | 우리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경제적 웰빙Economic Well-being이라 불리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 통합적 접근은 구조, 정책, 실행 간의 상호 연결성을 고려하여, 미래 세대에게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배분 프로그램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세대 간 대물림되는 빈곤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동시에 개인과 가족이 처한 삶의 현실에 맞춘 지원을 제공하고자 했다.
증상에서 해결책으로 | 코로나19와 구조적 인종 차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은 위기 상황에서 필란트로피의 효과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커뮤니티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이제 우리는 위기 상황에 도달하기 전 해결책을 모색하는, 보다 선제적인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 형사사법 제도, 정부, 노동 시장 등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시스템에서 활동하는 조직을 지원함으로써 말이다.
일회성 지원에서 장기적인 헌신으로 | 기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수혜단체의 미션을 지지한다’는 증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금을 지원하더라도 지원의 범위, 기간,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비영리단체를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동책임 구조의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새로운 지원 방식은 더 큰 규모의 일반 운영비를 더 오랜 기간 제공하는데, 이는 비영리단체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원을 받는 단체와 헌신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우리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가능성
재단 실무자들의 역할에 대한 일부 관행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한 건 하스 시니어 펀드Haas Sr. Fund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인식한 관행에는 가령 프로그램 담당자와 운영지원 담당자를 구분해온 방식 등이 있었다. 우리가 재단 프로그램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은 프로그램 리더들과 운영지원 리더들이 협력하는 매트릭스 팀(번역자주: 여러 부서나 역할을 넘나드는 협력적인 팀 구성을 의미) 체제에서 일하게 되었다. 대규모 지원금의 경우, 재단의 운영이사가 재정 실사를 진행하고, 재단 프로그램 리더와 수혜단체에게 결과보고서를 공유한다. 행정부담이 줄어든 단체들은 고마움을 표하며, 재정 실사 보고서를 내부적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모델들은 수혜단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재단이 어디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의 일환으로 실무자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했는데, 그 역할에는 재단의 업무 및 지원 구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반영되었다. 전통적인 재단 모델에서 프로그램 담당자는 전문가인 동시에 자원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 재단은 커뮤니티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목소리가 재단 업무에 반영되도록 하는 촉진적 리더십에 초점에 맞춰 업무를 재편했다. 우리는 상호학습과 상호의존성의 가치를 인정하며, 커뮤니티 구성원과 비영리단체 리더를 전문가로 바라본다.
수혜단체를 중심에 두고 학습하기 위해 우리는 ‘정의⋅형평성⋅학습 전담 전략가Strategist for justice, equity, and learning’라는 직책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 직책은 수혜단체의 목표를 재단의 목표로 삼고, 파트너십의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상호학습한 내용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기금 배분은 여전히 재단의 주요 기능이지만, 이제는 후원자 조직화, 수혜단체 네트워크, 재단의 방법론 공유, 수혜단체의 경험 공유 같은 다른 핵심 활동이 병행되고 있다.
우리는 재단의 기금 배분 방식에 회복적 관점을 적용하기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재단 직원들은 이 태스크포스팀의 결과물을을 지침으로 삼아 이사회에 제안할 자금 배분안을 만들었다. 이렇게 프로그램과 부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협력적으로 일한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프로그램 책임자, 기금 배분 담당자, 정의⋅형평성⋅학습 전담 전략가, 운영이사 등 다양한 구성원 간의 협업이 필요한 이 접근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단이 커뮤니티와 맺고자 하는 수준의 신뢰와 협력이 내부적으로도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청과 타협, 권력의 공유 그리고 집단의 지혜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변화시킨 또 다른 부분은 이사회 회의 자료이다. 다른 재단들과 마찬가지로 회의 자료는 프로그램 담당 직원들이 자신의 가치와 전문성을 증명해보이는 수단이었다. 직원들은 자료를 길고 자세하게 만들수록 자신의 의견이 더 잘 전달되고 존중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료의 양이 방대해 내용을 소화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회의 자료는 재단의 기금 배분이 학구적이고,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이사회 회의 자료는 실질적인 임팩트보다 절차를, 이사회와 함께 학습하고 협력하기보다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결국 우리는 회의 자료를 간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이슈와 배분 사업을 포괄하였을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에 집중했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과 이사회 구성원이 재단 업무와 미션이 합치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이사회는 지원금을 개별 승인하는 방식에서 여러 지원금을 함께 검토해 일괄 승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파트너들이 활동하고, 실험하며, 투자하고,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그리고 자금 지원이 재단의 가치에 더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자금 지원 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엔데버 펀드Endeavor Fund는 우리 재단의 필란트로피 투자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부의 격차 해소를 목표로, 이 펀드를 통해 7개의 주요 비영리단체에 350만 달러씩, 7년간 총 2천 45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다년간의 이니셔티브는 유색인이 이끄는 단체들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할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는 직원 임금과 전문성 개발을 포함해 조직 역량에 투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적극 지지한다.
다년간의 제한이 없는 지원금은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다. 다년 지원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평균 지원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앨리슨은 몇 년 전, 한 기금 지원기관 컨퍼런스에서 목격한 장면을 기억한다. 당시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프로젝트Trust-Based Philanthropy Project의 선임 펠로우인 피아 인판테Pia Infante는 ‘앞으로 기금을 10년 단위로 지원하자’고 제안했고, 청중들은 그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저를 포함해 청중이 놀란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지원기관들이 아직 검증해보지 않은 아이디어를 서로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입니다. 특히 우리의 비영리 파트너가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서로 아이디어를 나눠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단위로 운영되고, 제안서나 보고서의 형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전통적인 필란트로피 관행은 기금 배분 주기를 예측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재단이 지위에 안주하고, 기존 문서 양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관행은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었지만, 동시에 영향력과 성취감을 떨어뜨렸다. 이제 우리는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파트너의 역할을 해야 한다. 통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커뮤니티, 직원, 이사회 등 모든 파트너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운영의 측면에서 신뢰를 구현해오며, 이 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실무에서 신뢰를 구현하는 것은 급격한 전환이 아닌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일 수 있다. 우리의 목표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라면 그리고 비영리 파트너들이 보다 공정하고 신뢰에 기반한 미래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 원문 기사 보기
JAMIE ALLISON
제이미 앨리슨은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의 상임이사이다.
JENNIFER C. HAAS
제니퍼 C. 하스는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의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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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재단은 운영에서도
신뢰를 구현해야 한다
재단, 협력을 우선하다
JAMIE ALLISON · JENNIFER C. HAAS
Summary. 지원기관은 파트너 단체들이 그들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뢰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018년, 제이미 앨리슨은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Walter & Elise Haas Fund의 상임이사로 합류하며, “내가 어디에 와있는 걸까? 이곳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이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가졌다.
다른 이사들 또한 더 깊고, 더 효과적이며, 더 대담하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며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는 경영진의 교체와 함께 이사회 내 가족 이사들이 3세대에서 4세대로 교체되던 시점으로, 이사회가 성찰의 시간을 갖기 시작한 때였다. 4세대 이사회의 구성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인 제니퍼 하스는 그 당시를 조직의 점진적인 변화가 시작된 시기로 기억한다. 이 변화는 조직의 역사와 미래를 위해 기반을 다지며, 기금 운영에 ‘신뢰’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행할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71년 전 설립된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은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프로그램 파트너들과 더 깊이 소통하며 ‘우리가 관행적으로 일을 처리한 순간’과 ‘목표를 가지고 실행한 순간’을 구분해보려 노력했다. 우리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졌고, 이 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우리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려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과정이 재단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것임을 일찍부터 인식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자원, 지식, 강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금제공자이자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우리는 신뢰에 뿌리를 두면서, 형평성과 정의라는 핵심 가치에 전념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금제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금 배분의 본질을 탐색하며
2022년, 코로나19와 인종정의를 위한 투쟁을 계기로 우리의 업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동안 인종정의를 위한 노력에 기금을 지원해오긴 했지만, 우리는 그 문제들에 더 분명히 헌신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기금지원 활동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이사회는 가족family, 가능성possibility, 공동 책임shared responsibility, 소속감belonging이라는 네 가지 가치를 업무의 이정표로 삼았다. 또한 지난 5년간의 배분 활동을 정의justice, 형평성equity, 다양성diversity, 포용성inclusion의 측면에서 점검해보고, 재단이 15년간 수행해온 핵심 배분 사업들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했다.
검토 결과, 재단이 오클랜드Oakland, 미션Mission, 베이뷰-헌터스 포인트Bayview-Hunters Point 등 유색인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자본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반면 재단은 오랜 시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또한 재단의 대규모 기금과 자본 기부가 백인이 주도하는 대규모 문화 기관이나 대학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고 비영리 파트너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시도했다.
분절에서 통합으로 | 우리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경제적 웰빙Economic Well-being이라 불리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 통합적 접근은 구조, 정책, 실행 간의 상호 연결성을 고려하여, 미래 세대에게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배분 프로그램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세대 간 대물림되는 빈곤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동시에 개인과 가족이 처한 삶의 현실에 맞춘 지원을 제공하고자 했다.
증상에서 해결책으로 | 코로나19와 구조적 인종 차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은 위기 상황에서 필란트로피의 효과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커뮤니티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이제 우리는 위기 상황에 도달하기 전 해결책을 모색하는, 보다 선제적인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 형사사법 제도, 정부, 노동 시장 등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시스템에서 활동하는 조직을 지원함으로써 말이다.
일회성 지원에서 장기적인 헌신으로 | 기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수혜단체의 미션을 지지한다’는 증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금을 지원하더라도 지원의 범위, 기간,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비영리단체를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동책임 구조의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새로운 지원 방식은 더 큰 규모의 일반 운영비를 더 오랜 기간 제공하는데, 이는 비영리단체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원을 받는 단체와 헌신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우리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가능성
재단 실무자들의 역할에 대한 일부 관행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한 건 하스 시니어 펀드Haas Sr. Fund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인식한 관행에는 가령 프로그램 담당자와 운영지원 담당자를 구분해온 방식 등이 있었다. 우리가 재단 프로그램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은 프로그램 리더들과 운영지원 리더들이 협력하는 매트릭스 팀(번역자주: 여러 부서나 역할을 넘나드는 협력적인 팀 구성을 의미) 체제에서 일하게 되었다. 대규모 지원금의 경우, 재단의 운영이사가 재정 실사를 진행하고, 재단 프로그램 리더와 수혜단체에게 결과보고서를 공유한다. 행정부담이 줄어든 단체들은 고마움을 표하며, 재정 실사 보고서를 내부적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모델들은 수혜단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재단이 어디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의 일환으로 실무자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했는데, 그 역할에는 재단의 업무 및 지원 구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반영되었다. 전통적인 재단 모델에서 프로그램 담당자는 전문가인 동시에 자원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 재단은 커뮤니티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목소리가 재단 업무에 반영되도록 하는 촉진적 리더십에 초점에 맞춰 업무를 재편했다. 우리는 상호학습과 상호의존성의 가치를 인정하며, 커뮤니티 구성원과 비영리단체 리더를 전문가로 바라본다.
수혜단체를 중심에 두고 학습하기 위해 우리는 ‘정의⋅형평성⋅학습 전담 전략가Strategist for justice, equity, and learning’라는 직책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 직책은 수혜단체의 목표를 재단의 목표로 삼고, 파트너십의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상호학습한 내용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기금 배분은 여전히 재단의 주요 기능이지만, 이제는 후원자 조직화, 수혜단체 네트워크, 재단의 방법론 공유, 수혜단체의 경험 공유 같은 다른 핵심 활동이 병행되고 있다.
우리는 재단의 기금 배분 방식에 회복적 관점을 적용하기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재단 직원들은 이 태스크포스팀의 결과물을을 지침으로 삼아 이사회에 제안할 자금 배분안을 만들었다. 이렇게 프로그램과 부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협력적으로 일한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프로그램 책임자, 기금 배분 담당자, 정의⋅형평성⋅학습 전담 전략가, 운영이사 등 다양한 구성원 간의 협업이 필요한 이 접근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단이 커뮤니티와 맺고자 하는 수준의 신뢰와 협력이 내부적으로도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청과 타협, 권력의 공유 그리고 집단의 지혜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변화시킨 또 다른 부분은 이사회 회의 자료이다. 다른 재단들과 마찬가지로 회의 자료는 프로그램 담당 직원들이 자신의 가치와 전문성을 증명해보이는 수단이었다. 직원들은 자료를 길고 자세하게 만들수록 자신의 의견이 더 잘 전달되고 존중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료의 양이 방대해 내용을 소화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회의 자료는 재단의 기금 배분이 학구적이고,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이사회 회의 자료는 실질적인 임팩트보다 절차를, 이사회와 함께 학습하고 협력하기보다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결국 우리는 회의 자료를 간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이슈와 배분 사업을 포괄하였을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에 집중했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과 이사회 구성원이 재단 업무와 미션이 합치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이사회는 지원금을 개별 승인하는 방식에서 여러 지원금을 함께 검토해 일괄 승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파트너들이 활동하고, 실험하며, 투자하고,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그리고 자금 지원이 재단의 가치에 더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자금 지원 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엔데버 펀드Endeavor Fund는 우리 재단의 필란트로피 투자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부의 격차 해소를 목표로, 이 펀드를 통해 7개의 주요 비영리단체에 350만 달러씩, 7년간 총 2천 45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다년간의 이니셔티브는 유색인이 이끄는 단체들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할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는 직원 임금과 전문성 개발을 포함해 조직 역량에 투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적극 지지한다.
다년간의 제한이 없는 지원금은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다. 다년 지원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평균 지원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앨리슨은 몇 년 전, 한 기금 지원기관 컨퍼런스에서 목격한 장면을 기억한다. 당시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프로젝트Trust-Based Philanthropy Project의 선임 펠로우인 피아 인판테Pia Infante는 ‘앞으로 기금을 10년 단위로 지원하자’고 제안했고, 청중들은 그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저를 포함해 청중이 놀란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지원기관들이 아직 검증해보지 않은 아이디어를 서로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입니다. 특히 우리의 비영리 파트너가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서로 아이디어를 나눠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단위로 운영되고, 제안서나 보고서의 형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전통적인 필란트로피 관행은 기금 배분 주기를 예측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재단이 지위에 안주하고, 기존 문서 양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관행은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었지만, 동시에 영향력과 성취감을 떨어뜨렸다. 이제 우리는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파트너의 역할을 해야 한다. 통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커뮤니티, 직원, 이사회 등 모든 파트너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운영의 측면에서 신뢰를 구현해오며, 이 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실무에서 신뢰를 구현하는 것은 급격한 전환이 아닌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일 수 있다. 우리의 목표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라면 그리고 비영리 파트너들이 보다 공정하고 신뢰에 기반한 미래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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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ALLISON
제이미 앨리슨은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의 상임이사이다.
JENNIFER C. HAAS
제니퍼 C. 하스는 월터&엘리스 하스 펀드재단의 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