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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포화 속에서
문화유산을 지키다
2025-4
PAUL HOCKENOS
Summary. 우크라이나 방주The Ark for Ukraine 프로젝트는 이동식 기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을 지켜낸다.

이동식 기술을 활용해 전쟁 중 훼손된 서적과 기록물을 복원하는 방주 1호가 키이우의 야로슬라브 무드리 우크라이나 국립도서관에 도착했다.
(사진 출처: Jan Hromádko)
2025년 1월 27일, 전쟁으로 훼손된 문서와 서적을 복원하기 위한 최첨단 솔루션인 '방주 1호Ark I'가 체코산 트레일러에 실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야로슬라브 무드리 우크라이나 국립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회색 선적 컨테이너처럼 보이지만, 방주 1호의 내부에는 진공건조기와 세척기, 현미경, 열화상 카메라, 세척용 화학약품 등 최첨단 장비로 구성된 소형 실험실이 들어있다. 체코에서 설계된 이 장비의 목적은 도서관과 연구기관, 교회, 박물관 등에 소장된 수천 권의 귀중한 우크라이나 서적을 구출하고, 보호하며, 보존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문화유산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기억을 지켜내는 일은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우크라이나 방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체코 카렐 코마렉 가족재단Karel Komárek Family Foundation의 이사 루보시 베셀리는 이 프로젝트가 전쟁으로 인한 문화적 파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주를 우크라이나의 전시 방어 전략의 일부로 이해한다. 베셀리는 냉전 시기의 체코계 미국인 외교관이자 중부유럽 예술의 후원자였던 얀 빅토르 믈라덱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문화가 살아남으면, 그 나라도 살아남는 법입니다."
전쟁이 남긴 파괴의 규모는 이미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컸다. 러시아군은 문화 유적을 의도적으로 폭격하고, 도서관을 불태우며, 박물관을 약탈해왔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 도서관과 박물관 종사자들은 소장품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자료들은 지하실과 안전한 수장고로 옮겨졌고, 일부는 국경을 넘어 인접 국가로 이전되었다. 현재 러시아의 점령하에 있는 케르손 도서관의 소장품 대부분은 키이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은 한때 극심한 홍수로 문화유산을 잃을 뻔했던 체코에서 시작되었다. 2023년, 체코 국립도서관의 복원 기록 전문가들은 최첨단 문화유산 복원 기술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체코팀은 장비를 가지고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모인 18명의 사서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그때부터 사서들은 4인 1조로 팀을 이뤄, 훼손된 문서를 닦고 말리고 다시 꿰매는 작업에 밤낮없이 매달려 왔다.
우크라이나 국립도서관장 올레그 세르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희귀하거나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기록물이 아니라, 훼손 정도가 가장 심한 자료를 우선적으로 복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50점의 원고가 복원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에서 온 수십 명의 사서들이 복원 기술을 전수받았다. 안전을 위해 대부분의 작업은 표적이 될 위험이 있는 이동형 선적 컨테이너가 아닌 도서관 내부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주 프로젝트의 2단계와 3단계를 위한 재원은 아직 다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2단계가 추진될 경우, 우크라이나 기록 유산의 디지털화, 즉 수만 점에 이르는 문서와 서적을 디지털 사본으로 제작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포함될 예정이다. 2D 사물용 이동식 디지털화 장비, 이른바 '방주 2호Ark II'는 대형 밴 형태로, 첨단 스캐너와 컴퓨터 장치, 스캔 데이터를 처리·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이동식 저장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 장비는 원본 자료의 유실 위험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안팎의 더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기록 자산에 접근할 길을 열어줄 것이다.
프로젝트의 3단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위기에 처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직접 찾아가 유물을 기록하는, 이동식 3D 디지털화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밴 내부에 설치된 고정형 스캐너 한 대와 휴대형 스캐너 한 대로 구성된 이 첨단 장비는, 고도화된 이동형 사진측량 기술을 활용해 유물의 이미지를 정밀하게 포착하고, 실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3D 모델을 생성함으로써, 각 유물의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를 만들게 된다.
올레그 세르빈 관장은 훼손된 필사본만 봐도 이 프로젝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전쟁이 오늘 당장 멈추고, 우크라이나의 모든 도서관에 방주 1호가 보급된다면, 그제야 이 프로젝트의 종료 시점을 어렴풋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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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HOCKENOS
폴 호케노스는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25년간 중부유럽과 동유럽의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루어 왔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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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 예술문화
전쟁의 포화 속에서
문화유산을 지키다
2025-4
PAUL HOCKENOS
Summary. 우크라이나 방주The Ark for Ukraine 프로젝트는 이동식 기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을 지켜낸다.
이동식 기술을 활용해 전쟁 중 훼손된 서적과 기록물을 복원하는 방주 1호가 키이우의 야로슬라브 무드리 우크라이나 국립도서관에 도착했다.
(사진 출처: Jan Hromádko)
2025년 1월 27일, 전쟁으로 훼손된 문서와 서적을 복원하기 위한 최첨단 솔루션인 '방주 1호Ark I'가 체코산 트레일러에 실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야로슬라브 무드리 우크라이나 국립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회색 선적 컨테이너처럼 보이지만, 방주 1호의 내부에는 진공건조기와 세척기, 현미경, 열화상 카메라, 세척용 화학약품 등 최첨단 장비로 구성된 소형 실험실이 들어있다. 체코에서 설계된 이 장비의 목적은 도서관과 연구기관, 교회, 박물관 등에 소장된 수천 권의 귀중한 우크라이나 서적을 구출하고, 보호하며, 보존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문화유산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기억을 지켜내는 일은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우크라이나 방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체코 카렐 코마렉 가족재단Karel Komárek Family Foundation의 이사 루보시 베셀리는 이 프로젝트가 전쟁으로 인한 문화적 파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주를 우크라이나의 전시 방어 전략의 일부로 이해한다. 베셀리는 냉전 시기의 체코계 미국인 외교관이자 중부유럽 예술의 후원자였던 얀 빅토르 믈라덱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문화가 살아남으면, 그 나라도 살아남는 법입니다."
전쟁이 남긴 파괴의 규모는 이미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컸다. 러시아군은 문화 유적을 의도적으로 폭격하고, 도서관을 불태우며, 박물관을 약탈해왔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 도서관과 박물관 종사자들은 소장품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자료들은 지하실과 안전한 수장고로 옮겨졌고, 일부는 국경을 넘어 인접 국가로 이전되었다. 현재 러시아의 점령하에 있는 케르손 도서관의 소장품 대부분은 키이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은 한때 극심한 홍수로 문화유산을 잃을 뻔했던 체코에서 시작되었다. 2023년, 체코 국립도서관의 복원 기록 전문가들은 최첨단 문화유산 복원 기술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체코팀은 장비를 가지고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모인 18명의 사서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그때부터 사서들은 4인 1조로 팀을 이뤄, 훼손된 문서를 닦고 말리고 다시 꿰매는 작업에 밤낮없이 매달려 왔다.
우크라이나 국립도서관장 올레그 세르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희귀하거나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기록물이 아니라, 훼손 정도가 가장 심한 자료를 우선적으로 복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50점의 원고가 복원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에서 온 수십 명의 사서들이 복원 기술을 전수받았다. 안전을 위해 대부분의 작업은 표적이 될 위험이 있는 이동형 선적 컨테이너가 아닌 도서관 내부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주 프로젝트의 2단계와 3단계를 위한 재원은 아직 다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2단계가 추진될 경우, 우크라이나 기록 유산의 디지털화, 즉 수만 점에 이르는 문서와 서적을 디지털 사본으로 제작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포함될 예정이다. 2D 사물용 이동식 디지털화 장비, 이른바 '방주 2호Ark II'는 대형 밴 형태로, 첨단 스캐너와 컴퓨터 장치, 스캔 데이터를 처리·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이동식 저장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 장비는 원본 자료의 유실 위험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안팎의 더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기록 자산에 접근할 길을 열어줄 것이다.
프로젝트의 3단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위기에 처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직접 찾아가 유물을 기록하는, 이동식 3D 디지털화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밴 내부에 설치된 고정형 스캐너 한 대와 휴대형 스캐너 한 대로 구성된 이 첨단 장비는, 고도화된 이동형 사진측량 기술을 활용해 유물의 이미지를 정밀하게 포착하고, 실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3D 모델을 생성함으로써, 각 유물의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를 만들게 된다.
올레그 세르빈 관장은 훼손된 필사본만 봐도 이 프로젝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전쟁이 오늘 당장 멈추고, 우크라이나의 모든 도서관에 방주 1호가 보급된다면, 그제야 이 프로젝트의 종료 시점을 어렴풋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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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HOCKENOS
폴 호케노스는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25년간 중부유럽과 동유럽의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루어 왔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