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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커리어 경로의 설계:
선택지에 없던 길을 만들다
2025-3
이혜란
Summary. 인재가 사회혁신 커리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초기 경로를 설계하고, 핵심 경험을 전수하는 훈련과정과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물리적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혁신을 업으로 삼는 세대를 위한 진입 경로를 설계하다
2014년, 서울 성수동에는 막 창업을 시작한 창업가,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대학생, 갭이어를 선택한 직장인 등 '사회혁신'이라는 관심사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뒤, 이곳은 사회혁신을 위해 일하는 조직 500여 곳이 모인 소셜벤처의 중심지로 발전한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들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당시 국내에서는 공공 영역이 사회적기업육성법 등의 제도적 기준을 세우고, 과제·프로그램 중심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와 달리 성수동에서는 민간 주도로, 조직과 사람을 중심에 둔 비즈니스 기반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비즈니스 기반의 사회혁신 생태계의 태동을 주도한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었다.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움직일 사람이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전문성을 갖추어 사회문제 해결을 '업業'으로 삼을 사람을 돕고자 했다.
"생태계 초기에 창업가들은 모일 때마다 채용이 쉽지 않다는 대화를 나눴어요. 아직 생태계 규모가 작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도 어려웠거든요."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의 회상처럼 그 시기 사회혁신 조직들은 공통적으로 인재 유입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미디어를 통해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지만, 청년들이 사회혁신을 커리어 선택지로 인식할 수 있는 별도의 범주는 존재하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대표적인 청년 커리어 조사(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청년 직업관 조사 등)를 살펴보더라도, 희망 직장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과 같은 전통적인 범주로만 제시되었다. 사회혁신·소셜벤처·비영리조직·사회적기업 등은 '취업 옵션'으로 간주되지 않았고, 관련 통계도 산출되지 않았다.
관심이 있어도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없다
청년 개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회혁신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정보가 거의 없었고, 진입 경로 자체가 암묵적이거나 비공식적이었다. 특히 NGO나 비영리단체 중심이던 이전 사회혁신 생태계에서는, 자원봉사자가 활동가로 전환되거나 지인의 추천을 통해 진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동시에 경제적 보상과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이미지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으로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사회혁신 조직의 성과는 창업가와 그 동료가 만들어내는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떠올릴 때, 사회혁신 인재 채용 경로의 부재는 생태계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병목이었다. 루트임팩트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무엇보다 인재가 '준비–진입–지속'의 경로를 따라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채용 관점에서 사회혁신을 첫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니어 세대를 직접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사회혁신 분야가 막 형성되던 시기는 낮은 보상과 불안정한 고용을 감수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경력직 인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회혁신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전략이 현실적이었다. 이러한 초기 조건에 대한 판단은 이후 10년간 이어질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1인재의 준비를 담당한 교육 2진입을 가능하게 한 채용 인프라 3지속을 뒷받침한 커뮤니티와 공간 4전환기 이후의 확장이라는 네 가지 축을 따라, 루트임팩트가 지난 10년간 사회혁신 분야에서 인재 유입을 위한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처음부터 완성된 설계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재를 통한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방향성과 현장의 필요가 만난 지점에서 인재가 진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선한 마음을 넘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탄생하다
2010년대 중반, 사회혁신을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준비 기준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기업과 공무원 등 인재가 선호하는 직업군은 공개 채용, 표준화된 스펙, 명확한 평가 기준 등 채용 과정이 고도화되고 있어 인프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기업 HR 컨설턴트에서 사회혁신 생태계로 진입한 선종헌 매니저가 현장에서 발견한 첫 번째 문제 또한 '표준 인재상'이었다.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어떤 사람이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사회혁신 생태계의 인재 등용문으로 불리는 교육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캠프IBC'의 시작이다.
임팩트 베이스캠프 참가자들은 실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 PBL을 통해 문제정의–공감·상상–실행·학습 등을 직접 경험하며 역량을 몸으로 익혔다. 참가자는 실제 사회·환경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보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사회혁신이 선한 마음을 넘어 구체적 역량과 태도를 요구하는 '직업'임을 체감하게 된다.
선 매니저는 초기 생태계의 인재상이 '냉정한 이타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회상한다. 사회문제와 조직 미션에 대한 공감력,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분석력,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생태계의 성장 단계에 따라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다. 소셜벤처의 일이 비즈니스의 일종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는 주도적이고 실제적인 문제해결 역량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후에는 실제 기업의 실무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일의 구조를 이해하고, 실행력과 결정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인재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실세계 문제'를 다루고 '현실적인 해결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는 핵심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모두 촉박한 시간과 저예산, 팀원들과의 갈등 등 다양한 제약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며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인재에게 환상이 아닌 실제 생태계를 경험시키기 위함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458명의 인재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고 그중 45%는 현재 사회혁신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수료자들에게 임팩트 베이스캠프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생태계로 통하는 경로이자 공동의 언어를 배운 모태이다. "IBC 출신이셨어요?"라는 말은 그러한 공통 경험에 대한 친밀감과 유대감의 표현이다. 이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끝까지 다뤄본 동료라는 상징이자 신뢰의 신호로 기능하고 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 10주년 기념식에서 100여 명의 알럼나이가 과거와 현재를 함께 이야기했다.
(사진 출처: 임팩트닷커리어)
작은 소셜벤처들을 묶어 함께 스포트라이트하다
사회혁신에 걸맞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많아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조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소셜벤처들이 인재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채용 사이트에서는 소셜벤처의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재 입장에서는 소셜벤처의 인지도와 복지 여건, 연봉 경쟁력이 낮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문제가 있었다.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믿고 갈 만한 곳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생태계와 개별 조직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았다.
루트임팩트는 이를 개별 조직의 문제가 아닌 생태계 차원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했다. 이에 소셜벤처들을 한데 모아 가시성을 높이고, 인재가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는 구조적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공동채용 프로그램인 '임팩트 챌린저스(이후 임팩트커리어Y)'를 시작했다. 핵심 전략은 조명받기 어려운 개별 조직들을 생태계 단위로 묶어 함께 스포트라이트하는 것 그리고 초기 소셜벤처가 갖기 어려운 채용 및 온보딩 과정을 공동 구조로 체계화하는 것이었다.
2014년 1기 공동채용에는 마리몬드, 점프, 임팩트스퀘어 등 당시 성수동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소셜벤처 15곳이 참여했다. 루트임팩트는 여러 조직의 공고를 한눈에 비교·지원할 수 있는 사이트를 제작해 지원자들이 공동채용에 참여한 소셜벤처들의 미션과 사업, 인재상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포지션 소개에서는 각 조직의 미션과 사회적 가치를 가장 앞에 배치해 미션에 공감하는 인재를 찾고자 했던 참여 조직의 요구를 반영했다. 이는 스펙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채용 플랫폼과 다른 접근이었다.
홍보 과정에서는 채용설명회를 열어 각 조직의 대표가 직접 지향점과 인재상을 소개하도록 했다.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조직의 맥락을 현장에서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더 나아가 공동채용 합격자에게는 입사 전 2주간의 공통 부트캠프를 제공해, 소규모 조직이 갖기 어려운 온보딩 기능을 생태계 차원에서 지원했다. 부트캠프에서는 사회혁신 생태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강연자로 참여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태도와 역량을 전수했다.
이후 공동채용은 생태계 성장과 함께 인턴 중심에서 정규직 채용으로, 성수동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장됐다. 12기까지 100여 개 이상의 조직이 참여해 인재와 연결되었으며, 초기 생태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안정적인 채용 구조를 만들어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가 준비된 인재를 만들었다면, 공동채용은 인재들이 실제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연 셈이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생태계 진입에 확신을 갖게 하다
임팩트 베이스캠프가 인재의 '준비'를, 공동채용이 '진입'을 만들었다면, 커뮤니티와 공간은 그 이후의 '확신'과 '지속'을 담당하는 인프라였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진입 이전의 인재에게는 '이 길을 선택해도 된다'는 확신을, 이미 진입한 현직자에게는 계속 머물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의 토대를 제공했다.
교육 프로그램과 공동채용 모두에 '기수제'가 도입되었다. 이는 단순히 수료생을 구분하는 행정 방식이 아니라 흩어질 수 있는 개인을 집단으로 묶어 '생태계 진입'을 목표로 전환하는 장치였다. 기수로 묶인 인재들은 서로에게 의지할 동료가 되었고, 그들 사이에는 '사회혁신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공동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계에 진입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한 현직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도 아닌데 이렇게 의지할 동기가 생길 줄 몰랐어요. 5년이 지난 지금도 채팅방에서 활발하게 사회혁신이나 일터의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개입과 적절한 지원이 필요했다. 기수별 채팅방을 만들어 이들이 연결될 수 있는 초기 기반을 마련하고,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을 지원하거나 관심사 기반의 1:1 수시 연결 등을 통해 정보와 관계가 순환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진행된 커뮤니티 네트워킹 행사는 기수를 넘어 모든 멤버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었다.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은 인재는 현직자의 사례를 보며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미 진입한 사람은 새로운 인재와 연결되며 생태계의 선순환이 강화되었다.
물리적 공간은 이런 커뮤니티를 강화했다.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2개 지점에는 환경, 에너지, 시니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임팩트 조직 100여 곳, 약 1,000명의 구성원이 입주해있다. 루트임팩트는 교육과 프로그램이 열릴 때마다 인재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대학 강의실이 아닌 실제 일터에서 현직자를 마주하도록 해 '좋은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실재한다는 사실과 사회혁신이 하나의 산업으로 존재한다는 감각을 인재들에게 각인시켰다. 공간 자체가 생태계의 실체와 매력을 시각적,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장치였다. "헤이그라운드에서 일하게 되면 부모님께 당당히 보여줄 수 있는 번듯한 직장 같아서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라는 한 인재의 말처럼, 결과적으로 커뮤니티와 공간은 단순한 네트워킹의 장을 넘어 사회혁신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자신의 선택을 확신할 수 있게 하는 구조적 인프라로 기능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2개 지점은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현직자를 만나는 장이자
서로의 존재를 통해 스스로의 선택을 확신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사진 출처: 헤이그라운드)
본질을 확산하기 위한 구조 확장을 꾀하다
임팩트 베이스캠프를 통해 문제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가 공동채용 프로그램을 거쳐 생태계에 진입하고, 이후 커뮤니티에서 동료들과 경험·지식을 교류하며 다른 인재들과 연결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되면서, 사회혁신 생태계만의 유입 구조와 작동 규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닌 생태계의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구축해온 경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루트임팩트의 초기 모델들은 시장 안에서 점차 복제되기 시작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교육 방식은 커리어 교육 시장으로, 공동채용 구조는 지자체 사업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생태계적으로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루트임팩트 입장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남았다. "우리가 구축해온 경로를 생태계 전체 차원의 구조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루트임팩트는 다시 한번 방향을 조정하게 되었다.
COVID-19 이후 채용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커리어 교육 시장은 오히려 빠르게 성장했다. 취업 준비도를 높이는 여러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그중 상당수는 임팩트 베이스캠프가 앞서 시도해온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적용했다. 한때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고유한 방식이었던 교육 경험이 시장 전반의 포맷으로 보편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이 루트임팩트가 목표하던 '사회혁신 인재 양성'이라는 본질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핵심 철학이 빠진 채 포맷만 복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포화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취업 준비도를 높일 수 있는'디지털 스킬 향상'이나 '포트폴리오 완성' 목적의 세션이 루트임팩트의 교육에도 반영되었고, 이는 홍보 과정에 적극 활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은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한다는 본래의 방향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고, 인재들의 관심과 지원율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성에 대한 루트임팩트 내부의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단기적 대응이 아닌 정기적 구조의 관점으로 전략을 재점검했다. 포맷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빠져버린 '본질'을 구조적으로 세워야 하는 새로운 책임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일은 단순한 실무 경험 제공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더 깊고 장기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방향을 다시 잡는 출발점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본질을 재정립하며 실무형 프로젝트를 넘어 '사회혁신 생태계에 입문하는 교육'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본질에 적합한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대학과의 협력을 꾀했다.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대학과 협력해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교육 모듈을 정규 교과 및 연계 수업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루트임팩트의 실험성과 현장 기반의 네트워크가 대학의 교육 시스템과 결합하면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확장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25년에는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과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했으며, 2026년 정규 교과화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개발된 커리큘럼을 서울여자대학교 SI교육센터를 통해 교과의 일부 콘텐츠로 제공하는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제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철학은 대학 교육 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례가 아니라, 민간의 혁신이 제도와 맞물리며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시장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본질을 다시 세우면서, 임팩트 베이스캠프는 사회혁신 인재 양성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채용을 넘어 구조의 빈틈을 메우다
채용–부트캠프–입사 후 모임으로 이어지던 공동채용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자체와 중간지원조직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 조직의 채용 안정성과 성사율을 높이는 방식이 표준화되면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모델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반면 루트임팩트는 인건비 지원 없이 '연결 중심'의 접근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에서 조직 참여를 꾸준히 이끌어내기 어려워졌다.
이미 다양한 플레이어가 채용 매칭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역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생태계 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공백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했다. 그 지점은 '진입 이후의 지속'이었다. 생태계에 막 진입한 인재가 온보딩·관계·역량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이탈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채용의 역할이 재정의되어야 했다. 루트임팩트는 12번의 공동채용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부트캠프–입사 후 모임으로 이어지던 패키지형 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조직이 채용한 신규 입사자를 위한 생태계 온보딩 부트캠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지자체와 중간지원조직이 운영하는 공동채용 프로그램에는 파트너로 참여해 인재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을 확장했다. 이는 활동 범위를 줄이는 조정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또한 채용 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특정 시즌에만 열리는 공동채용 모델로는 상시적인 생태계 순환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축적해온 조직 네트워크와 인재풀을 바탕으로 상시 매칭 플랫폼을 구축해, 현재는 1만 명 이상의 인재와 600여 개 조직2025.10 기준이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런칭을 넘어선 채용을 일회성 이벤트에서 생태계 인프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이다.

루트임팩트는 생태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구조를 먼저 발견하고 설계하는 조직, 즉 '시스템 체인지 조직'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의 모델이 생태계 안에서 충분히 보편화되고 나면, 그다음 단계에서 어떤 구조가 요구되는지 다시 탐색하고, 이에 맞춰 새로운 실험과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 루트임팩트의 고유한 미션인 셈이다.
구조를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힘, 파트너십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실험은 단독으로 실행할 수 없다. 또한 인재를 통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단기 성과로 측정하기 어렵다. '준비–진입–지속'이라는 삼중 구조 역시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였다. 루트임팩트의 실험이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파트너들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공감과 지원이 있었다.
구글닷오알지Google.org는 약 10년간 비연속적이지만 꾸준히 루트임팩트의 인재 경로 설계과정을 지지해왔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니즈를 조정하고, 시점마다 필요한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조율의 과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원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조직이 바라보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같았기 때문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기술과 자원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혁신 조직을 지지해 글로벌 임팩트를 확장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으며, 이는 '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사람 중심의 사회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루트임팩트의 방향성과 자연스럽게 교차했다. 이러한 공통된 신념 덕분에 일회성 지원이 아닌 전환기마다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구글닷오알지뿐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청년 고용 확대에 집중해온 JP모간체이스JPMorganChase, 청년 일자리 접근성을 높여온 씨티재단·한국씨티은행Citi Foundation·Citibank Korea, 청년층의 고용 격차 해소에 필요한 자원과 전문성을 지원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브라이언임팩트 재단Brian Impact Foundation 등 다양한 파트너가 자사의 핵심 미션과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루트임팩트의 여정에 힘을 보탰다. 이들 파트너의 지원을 통해 루트임팩트는 생태계의 성장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과제를 해결하며 최적화된 인재 경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적된 신뢰와 협력의 경험은 루트임팩트가 단발성 사업을 넘어 구조적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며, 앞으로의 시스템 체인지를 가능하게 할 토대가 될 것이다.
다음 10년을 위해 더 많은 협업이 필요하다
이제 질문은 다음 단계로 향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인재가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까?" 여전히 많은 청년들은 사회혁신을 하나의 '직업적 선택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경로를 알고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인프라가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람들이 그 경로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인프라의 가시성을 높이고, 더 넓은 스케일로 확장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루트임팩트 한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구현될 수 없다. 청년의 인식 변화, 대학의 교육 구조 개편,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함께 맞물려야 비로소 인재 중심 생태계가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층적 협력 구조이며, 이것은 루트임팩트가 정의하는 두 번째 단계의 시스템 체인지이기도 하다.
이 아티클은 다음 호에서 이어지며, 다음 편에서는 임팩트 커리어의 확장 전략과 구조적 전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혜란
이혜란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NGO,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았다. 현재는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에서 인재의 생태계 진입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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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사회혁신 커리어 경로의 설계:
선택지에 없던 길을 만들다
2025-3
이혜란
Summary. 인재가 사회혁신 커리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초기 경로를 설계하고, 핵심 경험을 전수하는 훈련과정과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물리적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혁신을 업으로 삼는 세대를 위한 진입 경로를 설계하다
2014년, 서울 성수동에는 막 창업을 시작한 창업가,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대학생, 갭이어를 선택한 직장인 등 '사회혁신'이라는 관심사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뒤, 이곳은 사회혁신을 위해 일하는 조직 500여 곳이 모인 소셜벤처의 중심지로 발전한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들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당시 국내에서는 공공 영역이 사회적기업육성법 등의 제도적 기준을 세우고, 과제·프로그램 중심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와 달리 성수동에서는 민간 주도로, 조직과 사람을 중심에 둔 비즈니스 기반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비즈니스 기반의 사회혁신 생태계의 태동을 주도한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었다.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움직일 사람이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전문성을 갖추어 사회문제 해결을 '업業'으로 삼을 사람을 돕고자 했다.
"생태계 초기에 창업가들은 모일 때마다 채용이 쉽지 않다는 대화를 나눴어요. 아직 생태계 규모가 작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도 어려웠거든요."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의 회상처럼 그 시기 사회혁신 조직들은 공통적으로 인재 유입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미디어를 통해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지만, 청년들이 사회혁신을 커리어 선택지로 인식할 수 있는 별도의 범주는 존재하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대표적인 청년 커리어 조사(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청년 직업관 조사 등)를 살펴보더라도, 희망 직장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과 같은 전통적인 범주로만 제시되었다. 사회혁신·소셜벤처·비영리조직·사회적기업 등은 '취업 옵션'으로 간주되지 않았고, 관련 통계도 산출되지 않았다.
관심이 있어도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없다
청년 개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회혁신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정보가 거의 없었고, 진입 경로 자체가 암묵적이거나 비공식적이었다. 특히 NGO나 비영리단체 중심이던 이전 사회혁신 생태계에서는, 자원봉사자가 활동가로 전환되거나 지인의 추천을 통해 진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동시에 경제적 보상과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이미지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으로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사회혁신 조직의 성과는 창업가와 그 동료가 만들어내는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떠올릴 때, 사회혁신 인재 채용 경로의 부재는 생태계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병목이었다. 루트임팩트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무엇보다 인재가 '준비–진입–지속'의 경로를 따라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채용 관점에서 사회혁신을 첫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니어 세대를 직접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사회혁신 분야가 막 형성되던 시기는 낮은 보상과 불안정한 고용을 감수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경력직 인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회혁신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전략이 현실적이었다. 이러한 초기 조건에 대한 판단은 이후 10년간 이어질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1인재의 준비를 담당한 교육 2진입을 가능하게 한 채용 인프라 3지속을 뒷받침한 커뮤니티와 공간 4전환기 이후의 확장이라는 네 가지 축을 따라, 루트임팩트가 지난 10년간 사회혁신 분야에서 인재 유입을 위한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처음부터 완성된 설계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재를 통한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방향성과 현장의 필요가 만난 지점에서 인재가 진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선한 마음을 넘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탄생하다
2010년대 중반, 사회혁신을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준비 기준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기업과 공무원 등 인재가 선호하는 직업군은 공개 채용, 표준화된 스펙, 명확한 평가 기준 등 채용 과정이 고도화되고 있어 인프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기업 HR 컨설턴트에서 사회혁신 생태계로 진입한 선종헌 매니저가 현장에서 발견한 첫 번째 문제 또한 '표준 인재상'이었다.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어떤 사람이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사회혁신 생태계의 인재 등용문으로 불리는 교육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캠프IBC'의 시작이다.
임팩트 베이스캠프 참가자들은 실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 PBL을 통해 문제정의–공감·상상–실행·학습 등을 직접 경험하며 역량을 몸으로 익혔다. 참가자는 실제 사회·환경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보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사회혁신이 선한 마음을 넘어 구체적 역량과 태도를 요구하는 '직업'임을 체감하게 된다.
선 매니저는 초기 생태계의 인재상이 '냉정한 이타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회상한다. 사회문제와 조직 미션에 대한 공감력,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분석력,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생태계의 성장 단계에 따라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다. 소셜벤처의 일이 비즈니스의 일종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는 주도적이고 실제적인 문제해결 역량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후에는 실제 기업의 실무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일의 구조를 이해하고, 실행력과 결정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인재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실세계 문제'를 다루고 '현실적인 해결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는 핵심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모두 촉박한 시간과 저예산, 팀원들과의 갈등 등 다양한 제약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며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인재에게 환상이 아닌 실제 생태계를 경험시키기 위함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458명의 인재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고 그중 45%는 현재 사회혁신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수료자들에게 임팩트 베이스캠프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생태계로 통하는 경로이자 공동의 언어를 배운 모태이다. "IBC 출신이셨어요?"라는 말은 그러한 공통 경험에 대한 친밀감과 유대감의 표현이다. 이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끝까지 다뤄본 동료라는 상징이자 신뢰의 신호로 기능하고 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 10주년 기념식에서 100여 명의 알럼나이가 과거와 현재를 함께 이야기했다.
(사진 출처: 임팩트닷커리어)
작은 소셜벤처들을 묶어 함께 스포트라이트하다
사회혁신에 걸맞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많아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조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소셜벤처들이 인재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채용 사이트에서는 소셜벤처의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재 입장에서는 소셜벤처의 인지도와 복지 여건, 연봉 경쟁력이 낮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문제가 있었다.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믿고 갈 만한 곳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생태계와 개별 조직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았다.
루트임팩트는 이를 개별 조직의 문제가 아닌 생태계 차원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했다. 이에 소셜벤처들을 한데 모아 가시성을 높이고, 인재가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는 구조적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공동채용 프로그램인 '임팩트 챌린저스(이후 임팩트커리어Y)'를 시작했다. 핵심 전략은 조명받기 어려운 개별 조직들을 생태계 단위로 묶어 함께 스포트라이트하는 것 그리고 초기 소셜벤처가 갖기 어려운 채용 및 온보딩 과정을 공동 구조로 체계화하는 것이었다.
2014년 1기 공동채용에는 마리몬드, 점프, 임팩트스퀘어 등 당시 성수동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소셜벤처 15곳이 참여했다. 루트임팩트는 여러 조직의 공고를 한눈에 비교·지원할 수 있는 사이트를 제작해 지원자들이 공동채용에 참여한 소셜벤처들의 미션과 사업, 인재상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포지션 소개에서는 각 조직의 미션과 사회적 가치를 가장 앞에 배치해 미션에 공감하는 인재를 찾고자 했던 참여 조직의 요구를 반영했다. 이는 스펙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채용 플랫폼과 다른 접근이었다.
홍보 과정에서는 채용설명회를 열어 각 조직의 대표가 직접 지향점과 인재상을 소개하도록 했다.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조직의 맥락을 현장에서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더 나아가 공동채용 합격자에게는 입사 전 2주간의 공통 부트캠프를 제공해, 소규모 조직이 갖기 어려운 온보딩 기능을 생태계 차원에서 지원했다. 부트캠프에서는 사회혁신 생태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강연자로 참여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태도와 역량을 전수했다.
이후 공동채용은 생태계 성장과 함께 인턴 중심에서 정규직 채용으로, 성수동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장됐다. 12기까지 100여 개 이상의 조직이 참여해 인재와 연결되었으며, 초기 생태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안정적인 채용 구조를 만들어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가 준비된 인재를 만들었다면, 공동채용은 인재들이 실제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연 셈이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생태계 진입에 확신을 갖게 하다
임팩트 베이스캠프가 인재의 '준비'를, 공동채용이 '진입'을 만들었다면, 커뮤니티와 공간은 그 이후의 '확신'과 '지속'을 담당하는 인프라였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진입 이전의 인재에게는 '이 길을 선택해도 된다'는 확신을, 이미 진입한 현직자에게는 계속 머물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의 토대를 제공했다.
교육 프로그램과 공동채용 모두에 '기수제'가 도입되었다. 이는 단순히 수료생을 구분하는 행정 방식이 아니라 흩어질 수 있는 개인을 집단으로 묶어 '생태계 진입'을 목표로 전환하는 장치였다. 기수로 묶인 인재들은 서로에게 의지할 동료가 되었고, 그들 사이에는 '사회혁신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공동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계에 진입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한 현직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도 아닌데 이렇게 의지할 동기가 생길 줄 몰랐어요. 5년이 지난 지금도 채팅방에서 활발하게 사회혁신이나 일터의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개입과 적절한 지원이 필요했다. 기수별 채팅방을 만들어 이들이 연결될 수 있는 초기 기반을 마련하고,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을 지원하거나 관심사 기반의 1:1 수시 연결 등을 통해 정보와 관계가 순환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진행된 커뮤니티 네트워킹 행사는 기수를 넘어 모든 멤버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었다.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은 인재는 현직자의 사례를 보며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미 진입한 사람은 새로운 인재와 연결되며 생태계의 선순환이 강화되었다.
물리적 공간은 이런 커뮤니티를 강화했다.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2개 지점에는 환경, 에너지, 시니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임팩트 조직 100여 곳, 약 1,000명의 구성원이 입주해있다. 루트임팩트는 교육과 프로그램이 열릴 때마다 인재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대학 강의실이 아닌 실제 일터에서 현직자를 마주하도록 해 '좋은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실재한다는 사실과 사회혁신이 하나의 산업으로 존재한다는 감각을 인재들에게 각인시켰다. 공간 자체가 생태계의 실체와 매력을 시각적,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장치였다. "헤이그라운드에서 일하게 되면 부모님께 당당히 보여줄 수 있는 번듯한 직장 같아서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라는 한 인재의 말처럼, 결과적으로 커뮤니티와 공간은 단순한 네트워킹의 장을 넘어 사회혁신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자신의 선택을 확신할 수 있게 하는 구조적 인프라로 기능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2개 지점은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현직자를 만나는 장이자
서로의 존재를 통해 스스로의 선택을 확신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사진 출처: 헤이그라운드)
본질을 확산하기 위한 구조 확장을 꾀하다
임팩트 베이스캠프를 통해 문제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가 공동채용 프로그램을 거쳐 생태계에 진입하고, 이후 커뮤니티에서 동료들과 경험·지식을 교류하며 다른 인재들과 연결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되면서, 사회혁신 생태계만의 유입 구조와 작동 규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닌 생태계의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구축해온 경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루트임팩트의 초기 모델들은 시장 안에서 점차 복제되기 시작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교육 방식은 커리어 교육 시장으로, 공동채용 구조는 지자체 사업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생태계적으로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루트임팩트 입장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남았다. "우리가 구축해온 경로를 생태계 전체 차원의 구조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루트임팩트는 다시 한번 방향을 조정하게 되었다.
COVID-19 이후 채용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커리어 교육 시장은 오히려 빠르게 성장했다. 취업 준비도를 높이는 여러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그중 상당수는 임팩트 베이스캠프가 앞서 시도해온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적용했다. 한때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고유한 방식이었던 교육 경험이 시장 전반의 포맷으로 보편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이 루트임팩트가 목표하던 '사회혁신 인재 양성'이라는 본질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핵심 철학이 빠진 채 포맷만 복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포화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취업 준비도를 높일 수 있는'디지털 스킬 향상'이나 '포트폴리오 완성' 목적의 세션이 루트임팩트의 교육에도 반영되었고, 이는 홍보 과정에 적극 활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은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한다는 본래의 방향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고, 인재들의 관심과 지원율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성에 대한 루트임팩트 내부의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단기적 대응이 아닌 정기적 구조의 관점으로 전략을 재점검했다. 포맷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빠져버린 '본질'을 구조적으로 세워야 하는 새로운 책임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일은 단순한 실무 경험 제공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더 깊고 장기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방향을 다시 잡는 출발점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본질을 재정립하며 실무형 프로젝트를 넘어 '사회혁신 생태계에 입문하는 교육'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본질에 적합한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대학과의 협력을 꾀했다.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대학과 협력해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교육 모듈을 정규 교과 및 연계 수업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루트임팩트의 실험성과 현장 기반의 네트워크가 대학의 교육 시스템과 결합하면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확장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25년에는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과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했으며, 2026년 정규 교과화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개발된 커리큘럼을 서울여자대학교 SI교육센터를 통해 교과의 일부 콘텐츠로 제공하는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제 임팩트 베이스캠프의 철학은 대학 교육 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례가 아니라, 민간의 혁신이 제도와 맞물리며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시장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본질을 다시 세우면서, 임팩트 베이스캠프는 사회혁신 인재 양성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채용을 넘어 구조의 빈틈을 메우다
채용–부트캠프–입사 후 모임으로 이어지던 공동채용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자체와 중간지원조직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 조직의 채용 안정성과 성사율을 높이는 방식이 표준화되면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모델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반면 루트임팩트는 인건비 지원 없이 '연결 중심'의 접근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에서 조직 참여를 꾸준히 이끌어내기 어려워졌다.
이미 다양한 플레이어가 채용 매칭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역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생태계 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공백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했다. 그 지점은 '진입 이후의 지속'이었다. 생태계에 막 진입한 인재가 온보딩·관계·역량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이탈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채용의 역할이 재정의되어야 했다. 루트임팩트는 12번의 공동채용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부트캠프–입사 후 모임으로 이어지던 패키지형 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조직이 채용한 신규 입사자를 위한 생태계 온보딩 부트캠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지자체와 중간지원조직이 운영하는 공동채용 프로그램에는 파트너로 참여해 인재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을 확장했다. 이는 활동 범위를 줄이는 조정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또한 채용 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특정 시즌에만 열리는 공동채용 모델로는 상시적인 생태계 순환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축적해온 조직 네트워크와 인재풀을 바탕으로 상시 매칭 플랫폼을 구축해, 현재는 1만 명 이상의 인재와 600여 개 조직2025.10 기준이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런칭을 넘어선 채용을 일회성 이벤트에서 생태계 인프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이다.
루트임팩트는 생태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구조를 먼저 발견하고 설계하는 조직, 즉 '시스템 체인지 조직'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의 모델이 생태계 안에서 충분히 보편화되고 나면, 그다음 단계에서 어떤 구조가 요구되는지 다시 탐색하고, 이에 맞춰 새로운 실험과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 루트임팩트의 고유한 미션인 셈이다.
구조를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힘, 파트너십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실험은 단독으로 실행할 수 없다. 또한 인재를 통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단기 성과로 측정하기 어렵다. '준비–진입–지속'이라는 삼중 구조 역시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였다. 루트임팩트의 실험이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파트너들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공감과 지원이 있었다.
구글닷오알지Google.org는 약 10년간 비연속적이지만 꾸준히 루트임팩트의 인재 경로 설계과정을 지지해왔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니즈를 조정하고, 시점마다 필요한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조율의 과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원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조직이 바라보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같았기 때문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기술과 자원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혁신 조직을 지지해 글로벌 임팩트를 확장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으며, 이는 '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사람 중심의 사회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루트임팩트의 방향성과 자연스럽게 교차했다. 이러한 공통된 신념 덕분에 일회성 지원이 아닌 전환기마다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구글닷오알지뿐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청년 고용 확대에 집중해온 JP모간체이스JPMorganChase, 청년 일자리 접근성을 높여온 씨티재단·한국씨티은행Citi Foundation·Citibank Korea, 청년층의 고용 격차 해소에 필요한 자원과 전문성을 지원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브라이언임팩트 재단Brian Impact Foundation 등 다양한 파트너가 자사의 핵심 미션과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루트임팩트의 여정에 힘을 보탰다. 이들 파트너의 지원을 통해 루트임팩트는 생태계의 성장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과제를 해결하며 최적화된 인재 경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적된 신뢰와 협력의 경험은 루트임팩트가 단발성 사업을 넘어 구조적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며, 앞으로의 시스템 체인지를 가능하게 할 토대가 될 것이다.
다음 10년을 위해 더 많은 협업이 필요하다
이제 질문은 다음 단계로 향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인재가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까?" 여전히 많은 청년들은 사회혁신을 하나의 '직업적 선택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경로를 알고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인프라가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람들이 그 경로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인프라의 가시성을 높이고, 더 넓은 스케일로 확장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루트임팩트 한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구현될 수 없다. 청년의 인식 변화, 대학의 교육 구조 개편,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함께 맞물려야 비로소 인재 중심 생태계가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층적 협력 구조이며, 이것은 루트임팩트가 정의하는 두 번째 단계의 시스템 체인지이기도 하다.
이 아티클은 다음 호에서 이어지며, 다음 편에서는 임팩트 커리어의 확장 전략과 구조적 전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혜란
이혜란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NGO,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았다. 현재는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에서 인재의 생태계 진입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