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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민주적 방식을
실험하다
2025-3
SARAH MURRAY
Summary. 웰스 셰어드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함께 기부금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방식을 보여준다.
2023년 6월, 영국 리버풀의 한 커뮤니티 센터에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12명의 사람이 낯선 일을 하기 위해 모였다.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돈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10만 파운드에 이르는 이 자금은 리버풀에 사는 34세 경제학자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e가 상속받은 유산이었다. 그는 자신의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타인이 함께 결정하도록 내놓았으며, 이는 보다 민주적인 기부를 위한 실험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금 사용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개인의 한계나 편향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크의 이 프로젝트는 웰스 셰어드Wealth Shared라 불리며,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에 기록되었다. 그는 이 기부 모델의 아이디어를 영국의 시민의회에서 얻었다. 시민의회는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쟁점을 논의하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권고안을 제시하는 제도이다. 6월 초, 클라크는 프로젝트 설계를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한 뒤, 리버풀 L8 지역 600가구에 무작위로 초대장을 보냈다. 이곳은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오랫동안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에 시달려왔다. 초대장에는 만 16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몇 주 뒤 열릴 네 차례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클라크는 초대에 응한 38명 가운데서 무작위로 12명을 선정했다. 참여자들은 200파운드의 사례비를 받았고, 숙련된 퍼실리테이터인 에밀리 맥크리스털의 진행 아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면서 비영리단체들을 평가했고, 지원금 사용에 있어 조건을 붙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토론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이자 교육 지원 담당관인 글리니스 잭슨은 클라크가 보조금 배분 권한을 L8 지역 주민들에게 맡긴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그 지역에서 생활하며 그 지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전문가입니다."
잭슨에게 이 낯선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그녀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잭슨은 한 단체에 지원금을 몰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원이 분산되면 수혜자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만큼의 자금이 단체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잭슨은 자금을 네 곳의 지역 비영리단체에 고르게 나누기로 한 그룹의 결정에 동의했다. 이 단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역이 겪고 있는 경제적 빈곤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곳이었다. 선정된 곳은 딩글·그랜비·톡스테스 학교 네트워크, 아동 지원단체 팀 오아시스, 그랜비 톡스테스 지역개발 신탁 그리고 모임이 열린 플로리 커뮤니티센터였다.
클라크는 팀이 이 과정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말한다. "모두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참여했고, 아주 풍성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수혜단체들은 자금을 어떻게 썼는지 보고할 의무가 없었지만, 클라크의 기부 방식은 단체들의 투명성을 자연스럽게 높였다. 플로리 커뮤니티센터의 최고운영책임자 로렌스 펜론은 말한다. "그 돈이 현명하게 쓰였다는 걸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지원금은 센터의 푸드뱅크 선반을 다시 채우는 데 꼭 필요한 자금이었다.
필란트로피의 권력 균형을 바꾸려는 시도를 전개한 것은 클라크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24년에는 32세의 오스트리아-독일 출신 말레네 엥겔혼이 자신이 물려받은 2,500만 유로에 대한 배분 권한을 50명에게 맡겼다. 그녀는 클라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무작위로 선정된 1만 명의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설문을 보냈다. 그리고 응답자 중 연령과 배경이 다양한 5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그룹은 빈곤과 노숙 문제부터 보건,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77개 단체에 자금을 배분했다.
클라크의 기부 모델은 필란트로피를 민주화하기 위한 시도 속에서 신뢰 기반 접근이 확산되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미 상속 재산 전부를 내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부는 어렵지만, 그는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온라인에 기록으로 남겼다. 웹사이트는 논의 과정을 알리는 블로그 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관련 보도를 모으고 과정과 결과를 담은 보고서까지 공개하는 허브로 자리잡았다.
클라크는 말한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부의 공유에 대해 그리고 돈의 배분 방식을 다양한 사람들의 손에 맡기는 아이디어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씨앗이 하나 심겼기를 바랍니다."

2023년, 12명의 사람이 경제학자 데이비드 클라크가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배분 결정을 하기 위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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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 MURRAY
사라 머레이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강연자로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비즈니스, 사회, 환경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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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 기금
기부, 민주적 방식을
실험하다
2025-3
SARAH MURRAY
Summary. 웰스 셰어드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함께 기부금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방식을 보여준다.
2023년 6월, 영국 리버풀의 한 커뮤니티 센터에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12명의 사람이 낯선 일을 하기 위해 모였다.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돈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10만 파운드에 이르는 이 자금은 리버풀에 사는 34세 경제학자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e가 상속받은 유산이었다. 그는 자신의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타인이 함께 결정하도록 내놓았으며, 이는 보다 민주적인 기부를 위한 실험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금 사용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개인의 한계나 편향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크의 이 프로젝트는 웰스 셰어드Wealth Shared라 불리며,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에 기록되었다. 그는 이 기부 모델의 아이디어를 영국의 시민의회에서 얻었다. 시민의회는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쟁점을 논의하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권고안을 제시하는 제도이다. 6월 초, 클라크는 프로젝트 설계를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한 뒤, 리버풀 L8 지역 600가구에 무작위로 초대장을 보냈다. 이곳은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오랫동안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에 시달려왔다. 초대장에는 만 16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몇 주 뒤 열릴 네 차례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클라크는 초대에 응한 38명 가운데서 무작위로 12명을 선정했다. 참여자들은 200파운드의 사례비를 받았고, 숙련된 퍼실리테이터인 에밀리 맥크리스털의 진행 아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면서 비영리단체들을 평가했고, 지원금 사용에 있어 조건을 붙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토론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이자 교육 지원 담당관인 글리니스 잭슨은 클라크가 보조금 배분 권한을 L8 지역 주민들에게 맡긴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그 지역에서 생활하며 그 지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전문가입니다."
잭슨에게 이 낯선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그녀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잭슨은 한 단체에 지원금을 몰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원이 분산되면 수혜자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만큼의 자금이 단체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잭슨은 자금을 네 곳의 지역 비영리단체에 고르게 나누기로 한 그룹의 결정에 동의했다. 이 단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역이 겪고 있는 경제적 빈곤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곳이었다. 선정된 곳은 딩글·그랜비·톡스테스 학교 네트워크, 아동 지원단체 팀 오아시스, 그랜비 톡스테스 지역개발 신탁 그리고 모임이 열린 플로리 커뮤니티센터였다.
클라크는 팀이 이 과정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말한다. "모두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참여했고, 아주 풍성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수혜단체들은 자금을 어떻게 썼는지 보고할 의무가 없었지만, 클라크의 기부 방식은 단체들의 투명성을 자연스럽게 높였다. 플로리 커뮤니티센터의 최고운영책임자 로렌스 펜론은 말한다. "그 돈이 현명하게 쓰였다는 걸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지원금은 센터의 푸드뱅크 선반을 다시 채우는 데 꼭 필요한 자금이었다.
필란트로피의 권력 균형을 바꾸려는 시도를 전개한 것은 클라크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24년에는 32세의 오스트리아-독일 출신 말레네 엥겔혼이 자신이 물려받은 2,500만 유로에 대한 배분 권한을 50명에게 맡겼다. 그녀는 클라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무작위로 선정된 1만 명의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설문을 보냈다. 그리고 응답자 중 연령과 배경이 다양한 5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그룹은 빈곤과 노숙 문제부터 보건,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77개 단체에 자금을 배분했다.
클라크의 기부 모델은 필란트로피를 민주화하기 위한 시도 속에서 신뢰 기반 접근이 확산되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미 상속 재산 전부를 내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부는 어렵지만, 그는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온라인에 기록으로 남겼다. 웹사이트는 논의 과정을 알리는 블로그 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관련 보도를 모으고 과정과 결과를 담은 보고서까지 공개하는 허브로 자리잡았다.
클라크는 말한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부의 공유에 대해 그리고 돈의 배분 방식을 다양한 사람들의 손에 맡기는 아이디어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씨앗이 하나 심겼기를 바랍니다."
2023년, 12명의 사람이 경제학자 데이비드 클라크가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배분 결정을 하기 위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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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 MURRAY
사라 머레이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강연자로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비즈니스, 사회, 환경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