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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커리어,
보이지 않던 경로를 드러내다
: '임팩트 커리어 퍼널'로 본 인재의 여정
2025-4
이지현
Summary. 사회혁신의 병목은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몰두하려는 인재의 부족이 아니라, 그 관심을 실제 커리어와 시스템 변화로 연결하는 경로의 부재에 있다. 사회혁신의 다음 단계는,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성장하고 이동하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생태계가 공동으로 설계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인재가 아닌 구조의 문제, 보이지 않는 경로
"왜 이렇게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지?"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인재가 이렇게도 없나?"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종종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임팩트 인재 풀 자체가 너무 작다', '이 시대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으로 일하려는 인재는 거의 없다'는 비관론이다. 이 질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임팩트 인재를 지원해 온 우리의 일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우리는 감각이나 인상에 기대지 않고, 현상을 데이터로 다시 보기로 했다. 전국의 대학생 550명을 대상으로 정성·정량 조사를 진행하며, "정말 임팩트 인재는 부족한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던졌다.
조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회·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는 전체의 27.2%에 달했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이미 사회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뚜렷한 단절이 발견되었다. "소셜임팩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답한 인재는 전체의 5.5%에 불과했다. 많은 청년들에게 소셜임팩트는 '좋은 뜻인 것 같긴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개념'에 가까웠다. 즉, 인재는 존재했지만 그들이 자신의 관심을 구체적인 분야나 커리어로 연결할 언어와 구조는 거의 없었다. '임팩트 인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과 커리어를 연결지어 인식할 수 있는 구조가 부재했던 것이다.
커리어 여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사회적 변화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은 의지를 가진 청년들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먼저 인재의 관점에서 대학교에 입학하여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았다. 분명 관심이 있는 인재는 많은데 왜 그들이 임팩트 커리어를 선택하지 않는지? 무엇이 이들을 결심하게 만들고 망설이게 만드는지? 이 커리어를 '선택'했을 때, 그들은 얼마나 구체적으로 경로와 결과를 상상할 수 있는지? 이 질문은, 다시 당사자의 관점으로 돌아가, 인재가 이 커리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나 신뢰 자원이 충분했는지 되돌아보게 하였다.
다음으로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 돌렸다. 우리가 지원해 온 많은 교육 사업 중, 얼마나 많은 인재가 실제로 커리어를 시작했는가? 우리는 여전히 참여자 수와 프로그램 개수를 성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은, 우리 조직이 공급자적 시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써 '인재와의 접점'뿐 아니라 그들의 전환과 지속에 책임을 다하고 있었는지 묻게 했다. 인재의 여정은 누가 설계하고 있는가? 이 생태계에는 인재의 이동을 보는 공통의 언어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면서, 인재의 문제는 곧 생태계의 문제라는 것을 직시하였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하나의 조직, 하나의 사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 질문들은 서로 다른 원인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지점을 묻고 있었다. 결국 '인재가 성장,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설계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교육·커뮤니티·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점점 분명해진 것은, 개별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인재의 이동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관심을 가진 인재가 실제 커리어를 시작하기까지는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그 사이사이에 반복적으로 이탈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인재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인재의 여정을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임팩트 커리어 퍼널'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임팩트 커리어 퍼널은 인재의 여정을 세 단계로 나눈다. ① 인지 확장, ② 진입·유지, ③ 커리어 시작. 우리는 각 단계별로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1단계. 인지 확장: 임팩트 커리어가 '존재하는 선택지'임을 알리는 단계
리서치에 따르면 임팩트 인재는 일반 취업 준비생과 비교해 기업이나 조직을 선택할 때 미션과 가치의 일치 여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연봉, 적성, 흥미와 같은 요소는 동일하게 중요했지만, "이 일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가"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고려 요소로 작동했다. 또한 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일반 취업 준비생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버는 것"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본 반면, 임팩트 지향 인재는 "자기 능력을 발휘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에 더 높은 응답을 보였다. 즉, 임팩트 인재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성장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커리어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곧바로 임팩트 커리어로 진입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2%가 "모른다"라고 답했다. 관심과 가치 지향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연결될 구체적인 조직과 커리어 레퍼런스는 매우 부족했다. 더 큰 문제는 '성장과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내가 이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이 조직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이 생태계 자체가 나의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지탱해 줄 수 있을지. 이 질문에 대해 인재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그 결과 임팩트 지향 인재들은 일반 취업 준비생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탐색하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대외활동, 뉴스레터, 책, 학교 수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공식적이고 일반화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임팩트 커리어의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면, 인재는 이 경로 안으로 들어오고, 나아가 실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이에 가장 주요한 인지 채널을 SNS로 설정하고, 임팩트 조직과 현직자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가시적으로 확산되는 관심과 함께 한계점도 느끼기 시작했다. 관심을 갖는 것과 실제로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임팩트 커리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재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생태계 자체가 하나의 '커리어 시장'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투자 유치 단계, 성장 지표, 시리즈A와 같은 객관적 지표를 통해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성장가능성을 판단한다. 우리는 임팩트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좋은 일', '선한 일'이라는 가치 언어에만 기대기보다, 이 커리어가 얼마나 성장가능하고 지속가능한지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정보가 함께 제시되어야 했다. 이 업계가 나에게 어떤 성장가능성을 주는지, 이 선택이 나의 커리어 여정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구체적인 상상을 하고 싶어 했다. '임팩트', '사회혁신'이 개인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채용과 취업의 선택지로써 매력도를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인재는 이 커리어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학과의 협력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사회혁신에 관심 있는 교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논의를 시작했고, 임팩트 커리어를 대학 차원의 교육 경로 안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교과·비교과 형태로 확장해 적용하였다. 이 시도는 임팩트 커리어를 '특정 단체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 안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하나의 커리어 옵션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이었다. 인지 확장은 더 이상 우연이나 개인의 탐색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 안에서 설계되어야 할 단계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2단계. 진입 유지: '관심'을 '확신'으로 전환하는 단계
임팩트 지향 인재는 단순히 관심을 갖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높았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그 경험이 이후의 커리어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소셜임팩트 관련 경험을 한 인재 중 54.9%가 이후 관련 커리어를 추구하게 되었고, 67.4%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임팩트 커리어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관심 부족'이 아니라, "내가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확신의 부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자신이 이 영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계기였다. 우리가 '진입·유지' 단계에서 설계하고자 한 것은 단순한 체험 제공이 아니었다. 임팩트 커리어가 '현실적인 일'이라는 감각이었다.
우리는 단순한 정보와 지식보다 현직자가 생태계를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전달될 때 인재들이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진취적이고, 건강한 임팩트 현직자와 인재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접점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즉, 단순한 프로젝트 참여보다도, 사람과 연결되고 관계 안에서 업계를 경험하는 방식이 커리어 선택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임팩트 커리어는 아직 일반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동료를 만나고, 한 발 앞서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의 레퍼런스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인재는 "이 길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명확했다. 퍼널 안으로 진입한 청년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다양한 정보와 기회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그것이 곧 임팩트 커리어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관심을 보이는 인재를 먼저 커뮤니티로 연결하고, 그 안에서 자신감과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소속감을 쌓도록 설계했다. 진입은 '참여'가 아니라, '정착'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 아래 커뮤니티와 임팩트 커리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를 통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오픈 3개월 만에 약 900명의 인재가 모였고,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약 2,700명 규모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커뮤니티가 관계와 소속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면, 프로그램은 보다 구조적인 성장과 준비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인재의 커리어 준비 단계에 따라 적합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세분화했고, 질적·양적 확장을 위해 대학, 전문 교육 운영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특히 10년간 이어져온 임팩트 베이스캠프IBC는, 사회 변화와 채용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핵심 커리큘럼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대학 안에서 정규 커리큘럼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확장했다.
진입·유지 단계에서 우리가 하고자 했던 일은 결국 하나였다. 인재가 임팩트 커리어를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커리어의 경로'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3단계. 커리어 시작: 준비된 인재가 실제 '일'을 시작하는 순간
아무리 인재가 준비되어 있어도 조직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하면, 또 반대로 조직에 인재가 필요하더라도 인재가 그 조직의 인재상과 맥락을 알지 못하면, 연결은 일어나지 않는다. 커리어 시작 단계에서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의지'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과 구조적 미스매칭이었다. 이 간극을 줄이지 않는 한, 준비된 인재와 채용을 원하는 조직은 서로를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단계의 핵심 과제는 분명했다. 인재와 조직이 서로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더 많은 인재와 임팩트 지향 조직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기존 운영하던 커리어 매칭 플랫폼 자체를 하나의 '임팩트 커리어 지도'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임팩트 조직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조직' 탭을 신설하고, 환경, 교육, 돌봄, 에너지, 지역, 기술 등 임팩트 분야별로 조직을 구조화해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채용 공고 모음이 아니라, '이 생태계에는 이런 조직과 이런 일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한눈에 인식하게 하는 장치였다.
두 번째 시도는 생태계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실제 채용 기회를 퍼널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채용을 주최·운영하는 조직과 직접 연결해 관련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공동 기획하기도 했다. 이는 채용을 개별 조직의 이벤트가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흐름으로 다루기 위한 시도였다. 이러한 시도들의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109명이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했고, 2025년에는 396명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취업 성과가 아니라, '관심 → 진입 → 준비 → 시작'이라는 퍼널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한 인재들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사회문제 해결 방식은 다양한 역할과 함께 확장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실행하며 문제를 해결했고, 어떤 이는 데이터를 연구하고 구조를 분석했으며, 또 다른 이는 사람과 조직을 연결해 변화를 촉진했다. 이는 임팩트 생태계가 단일한 진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과 방식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영역임을 보여준다.
함께 경로를 설계하다 : 인재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생태계가 함께 성장 경로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설계해 온 임팩트 커리어 여정은 하나의 조직이 독자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퍼널의 어느 한 구간이라도 비어 있다면, 인재는 '의미 있는 관심'에서 '실제 커리어'로 이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함께 경로를 설계하는 구조다. 지난 몇 년간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많은 인재에게 도달할 수 있었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파트너 조직들의 풀도 형성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또 하나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개별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이러한 인재의 흐름을 충분한 규모와 밀도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인재는 결과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이자 전제조건이다.
매력적인 인재를 유입시키고, 이들이 성장하며, 커리어를 지속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생태계 차원의 책임과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협업은 주로 이런 방식이었다. 각 조직이 잘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필요할 때 서로의 활동을 연결하거나 보완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아직 낮은 수준의 협력에 가깝다. 각자의 프로그램을 나란히 두는 것만으로는 인재의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함께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며, 함께 학습하고 조정하는 구조다. 즉,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경로의 어느 구간에 누가 기여할 것인가'를 합의하고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임팩트 커리어를 이야기하는가
이 시각에도 사회·환경 문제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규모화되며, 복잡해지고 있다. 기술, 서비스, 커뮤니티 기반의 혁신적 솔루션은 늘어나고 있지만, 제도·시장·정책·사회적 인식과 같은 상위 구조를 바꾸는 사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많은 시도가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에 머무르고, 문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는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문제 해결의 목표는 문제가 작동하는 시스템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원이 바로 인재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좋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서 멈추어 서선 안 된다.
인재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러한 커리어를 시작함을 넘어 문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읽고, 개입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역량 차원을 넘어 생태계가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경로를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다. 인재가 커리어를 시작하는 순간 이후에 그 인재가 어떤 문제 영역에 들어가고, 어떤 구조에 개입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취업'이 아니라, 우리의 인재가 만들어낼 시스템 체인지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개입 구조여야 한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인재는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인재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며, 모든 사회 혁신의 전제 조건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인재를 개별 조직의 자원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생태계가 함께 길러내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일이다. 동시에 우리는 인재가 커리어를 시작하는 순간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인재의 이동과 성장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설계되고, 연결되고, 공동으로 유지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사회혁신의 다음 단계는 바로 그 구조를 함께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이지현
이지현은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장으로,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글로벌 영리 기업에서 사업 및 서비스 런칭을 담당한 이후 사회혁신 생태계로 이동해, 임팩트 커리어의 구조적 경로 설계와 생태계 협력 모델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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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조직
임팩트 커리어,
보이지 않던 경로를 드러내다
: '임팩트 커리어 퍼널'로 본 인재의 여정
2025-4
이지현
Summary. 사회혁신의 병목은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몰두하려는 인재의 부족이 아니라, 그 관심을 실제 커리어와 시스템 변화로 연결하는 경로의 부재에 있다. 사회혁신의 다음 단계는,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성장하고 이동하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생태계가 공동으로 설계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인재가 아닌 구조의 문제, 보이지 않는 경로
"왜 이렇게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지?"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인재가 이렇게도 없나?"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종종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임팩트 인재 풀 자체가 너무 작다', '이 시대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으로 일하려는 인재는 거의 없다'는 비관론이다. 이 질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임팩트 인재를 지원해 온 우리의 일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우리는 감각이나 인상에 기대지 않고, 현상을 데이터로 다시 보기로 했다. 전국의 대학생 550명을 대상으로 정성·정량 조사를 진행하며, "정말 임팩트 인재는 부족한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던졌다.
조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회·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는 전체의 27.2%에 달했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이미 사회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뚜렷한 단절이 발견되었다. "소셜임팩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답한 인재는 전체의 5.5%에 불과했다. 많은 청년들에게 소셜임팩트는 '좋은 뜻인 것 같긴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개념'에 가까웠다. 즉, 인재는 존재했지만 그들이 자신의 관심을 구체적인 분야나 커리어로 연결할 언어와 구조는 거의 없었다. '임팩트 인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과 커리어를 연결지어 인식할 수 있는 구조가 부재했던 것이다.
커리어 여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사회적 변화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은 의지를 가진 청년들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먼저 인재의 관점에서 대학교에 입학하여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았다. 분명 관심이 있는 인재는 많은데 왜 그들이 임팩트 커리어를 선택하지 않는지? 무엇이 이들을 결심하게 만들고 망설이게 만드는지? 이 커리어를 '선택'했을 때, 그들은 얼마나 구체적으로 경로와 결과를 상상할 수 있는지? 이 질문은, 다시 당사자의 관점으로 돌아가, 인재가 이 커리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나 신뢰 자원이 충분했는지 되돌아보게 하였다.
다음으로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 돌렸다. 우리가 지원해 온 많은 교육 사업 중, 얼마나 많은 인재가 실제로 커리어를 시작했는가? 우리는 여전히 참여자 수와 프로그램 개수를 성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은, 우리 조직이 공급자적 시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써 '인재와의 접점'뿐 아니라 그들의 전환과 지속에 책임을 다하고 있었는지 묻게 했다. 인재의 여정은 누가 설계하고 있는가? 이 생태계에는 인재의 이동을 보는 공통의 언어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면서, 인재의 문제는 곧 생태계의 문제라는 것을 직시하였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하나의 조직, 하나의 사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 질문들은 서로 다른 원인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지점을 묻고 있었다. 결국 '인재가 성장,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설계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교육·커뮤니티·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점점 분명해진 것은, 개별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인재의 이동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관심을 가진 인재가 실제 커리어를 시작하기까지는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그 사이사이에 반복적으로 이탈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인재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인재의 여정을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임팩트 커리어 퍼널'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임팩트 커리어 퍼널은 인재의 여정을 세 단계로 나눈다. ① 인지 확장, ② 진입·유지, ③ 커리어 시작. 우리는 각 단계별로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1단계. 인지 확장: 임팩트 커리어가 '존재하는 선택지'임을 알리는 단계
리서치에 따르면 임팩트 인재는 일반 취업 준비생과 비교해 기업이나 조직을 선택할 때 미션과 가치의 일치 여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연봉, 적성, 흥미와 같은 요소는 동일하게 중요했지만, "이 일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가"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고려 요소로 작동했다. 또한 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일반 취업 준비생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버는 것"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본 반면, 임팩트 지향 인재는 "자기 능력을 발휘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에 더 높은 응답을 보였다. 즉, 임팩트 인재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성장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커리어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곧바로 임팩트 커리어로 진입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2%가 "모른다"라고 답했다. 관심과 가치 지향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연결될 구체적인 조직과 커리어 레퍼런스는 매우 부족했다. 더 큰 문제는 '성장과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내가 이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이 조직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이 생태계 자체가 나의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지탱해 줄 수 있을지. 이 질문에 대해 인재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그 결과 임팩트 지향 인재들은 일반 취업 준비생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탐색하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대외활동, 뉴스레터, 책, 학교 수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공식적이고 일반화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임팩트 커리어의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면, 인재는 이 경로 안으로 들어오고, 나아가 실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이에 가장 주요한 인지 채널을 SNS로 설정하고, 임팩트 조직과 현직자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가시적으로 확산되는 관심과 함께 한계점도 느끼기 시작했다. 관심을 갖는 것과 실제로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임팩트 커리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재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생태계 자체가 하나의 '커리어 시장'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투자 유치 단계, 성장 지표, 시리즈A와 같은 객관적 지표를 통해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성장가능성을 판단한다. 우리는 임팩트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좋은 일', '선한 일'이라는 가치 언어에만 기대기보다, 이 커리어가 얼마나 성장가능하고 지속가능한지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정보가 함께 제시되어야 했다. 이 업계가 나에게 어떤 성장가능성을 주는지, 이 선택이 나의 커리어 여정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구체적인 상상을 하고 싶어 했다. '임팩트', '사회혁신'이 개인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채용과 취업의 선택지로써 매력도를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인재는 이 커리어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학과의 협력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사회혁신에 관심 있는 교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논의를 시작했고, 임팩트 커리어를 대학 차원의 교육 경로 안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교과·비교과 형태로 확장해 적용하였다. 이 시도는 임팩트 커리어를 '특정 단체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 안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하나의 커리어 옵션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이었다. 인지 확장은 더 이상 우연이나 개인의 탐색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 안에서 설계되어야 할 단계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2단계. 진입 유지: '관심'을 '확신'으로 전환하는 단계
임팩트 지향 인재는 단순히 관심을 갖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높았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그 경험이 이후의 커리어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소셜임팩트 관련 경험을 한 인재 중 54.9%가 이후 관련 커리어를 추구하게 되었고, 67.4%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임팩트 커리어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관심 부족'이 아니라, "내가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확신의 부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자신이 이 영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계기였다. 우리가 '진입·유지' 단계에서 설계하고자 한 것은 단순한 체험 제공이 아니었다. 임팩트 커리어가 '현실적인 일'이라는 감각이었다.
우리는 단순한 정보와 지식보다 현직자가 생태계를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전달될 때 인재들이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진취적이고, 건강한 임팩트 현직자와 인재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접점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즉, 단순한 프로젝트 참여보다도, 사람과 연결되고 관계 안에서 업계를 경험하는 방식이 커리어 선택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임팩트 커리어는 아직 일반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동료를 만나고, 한 발 앞서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의 레퍼런스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인재는 "이 길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명확했다. 퍼널 안으로 진입한 청년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다양한 정보와 기회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그것이 곧 임팩트 커리어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관심을 보이는 인재를 먼저 커뮤니티로 연결하고, 그 안에서 자신감과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소속감을 쌓도록 설계했다. 진입은 '참여'가 아니라, '정착'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 아래 커뮤니티와 임팩트 커리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를 통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오픈 3개월 만에 약 900명의 인재가 모였고,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약 2,700명 규모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커뮤니티가 관계와 소속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면, 프로그램은 보다 구조적인 성장과 준비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인재의 커리어 준비 단계에 따라 적합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세분화했고, 질적·양적 확장을 위해 대학, 전문 교육 운영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특히 10년간 이어져온 임팩트 베이스캠프IBC는, 사회 변화와 채용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핵심 커리큘럼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대학 안에서 정규 커리큘럼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확장했다.
진입·유지 단계에서 우리가 하고자 했던 일은 결국 하나였다. 인재가 임팩트 커리어를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커리어의 경로'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3단계. 커리어 시작: 준비된 인재가 실제 '일'을 시작하는 순간
아무리 인재가 준비되어 있어도 조직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하면, 또 반대로 조직에 인재가 필요하더라도 인재가 그 조직의 인재상과 맥락을 알지 못하면, 연결은 일어나지 않는다. 커리어 시작 단계에서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의지'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과 구조적 미스매칭이었다. 이 간극을 줄이지 않는 한, 준비된 인재와 채용을 원하는 조직은 서로를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단계의 핵심 과제는 분명했다. 인재와 조직이 서로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더 많은 인재와 임팩트 지향 조직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기존 운영하던 커리어 매칭 플랫폼 자체를 하나의 '임팩트 커리어 지도'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임팩트 조직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조직' 탭을 신설하고, 환경, 교육, 돌봄, 에너지, 지역, 기술 등 임팩트 분야별로 조직을 구조화해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채용 공고 모음이 아니라, '이 생태계에는 이런 조직과 이런 일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한눈에 인식하게 하는 장치였다.
두 번째 시도는 생태계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실제 채용 기회를 퍼널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채용을 주최·운영하는 조직과 직접 연결해 관련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공동 기획하기도 했다. 이는 채용을 개별 조직의 이벤트가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흐름으로 다루기 위한 시도였다. 이러한 시도들의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109명이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했고, 2025년에는 396명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취업 성과가 아니라, '관심 → 진입 → 준비 → 시작'이라는 퍼널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한 인재들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사회문제 해결 방식은 다양한 역할과 함께 확장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실행하며 문제를 해결했고, 어떤 이는 데이터를 연구하고 구조를 분석했으며, 또 다른 이는 사람과 조직을 연결해 변화를 촉진했다. 이는 임팩트 생태계가 단일한 진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과 방식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영역임을 보여준다.
함께 경로를 설계하다 : 인재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생태계가 함께 성장 경로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설계해 온 임팩트 커리어 여정은 하나의 조직이 독자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퍼널의 어느 한 구간이라도 비어 있다면, 인재는 '의미 있는 관심'에서 '실제 커리어'로 이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함께 경로를 설계하는 구조다. 지난 몇 년간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많은 인재에게 도달할 수 있었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파트너 조직들의 풀도 형성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또 하나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개별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이러한 인재의 흐름을 충분한 규모와 밀도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인재는 결과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이자 전제조건이다.
매력적인 인재를 유입시키고, 이들이 성장하며, 커리어를 지속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생태계 차원의 책임과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협업은 주로 이런 방식이었다. 각 조직이 잘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필요할 때 서로의 활동을 연결하거나 보완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아직 낮은 수준의 협력에 가깝다. 각자의 프로그램을 나란히 두는 것만으로는 인재의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함께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며, 함께 학습하고 조정하는 구조다. 즉,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경로의 어느 구간에 누가 기여할 것인가'를 합의하고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임팩트 커리어를 이야기하는가
이 시각에도 사회·환경 문제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규모화되며, 복잡해지고 있다. 기술, 서비스, 커뮤니티 기반의 혁신적 솔루션은 늘어나고 있지만, 제도·시장·정책·사회적 인식과 같은 상위 구조를 바꾸는 사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많은 시도가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에 머무르고, 문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는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문제 해결의 목표는 문제가 작동하는 시스템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원이 바로 인재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좋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서 멈추어 서선 안 된다.
인재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러한 커리어를 시작함을 넘어 문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읽고, 개입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역량 차원을 넘어 생태계가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경로를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다. 인재가 커리어를 시작하는 순간 이후에 그 인재가 어떤 문제 영역에 들어가고, 어떤 구조에 개입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취업'이 아니라, 우리의 인재가 만들어낼 시스템 체인지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개입 구조여야 한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인재는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인재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며, 모든 사회 혁신의 전제 조건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인재를 개별 조직의 자원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생태계가 함께 길러내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일이다. 동시에 우리는 인재가 커리어를 시작하는 순간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인재의 이동과 성장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설계되고, 연결되고, 공동으로 유지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사회혁신의 다음 단계는 바로 그 구조를 함께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이지현
이지현은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장으로,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글로벌 영리 기업에서 사업 및 서비스 런칭을 담당한 이후 사회혁신 생태계로 이동해, 임팩트 커리어의 구조적 경로 설계와 생태계 협력 모델을 기획·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