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트로피]기업이 포퓰리즘에 맞서는 방법

댓글   


필란트로피 · 기업가정신
기업이 포퓰리즘에 맞서는 방법

2025-4


ZENA AL-ESIA · ANDREW CRANE · KOSTAS IATRIDIS · AYŞE YORGANCIOĞLU



Summary.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다시 확산되면서, 민주적 거버넌스는 물론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여전히 공익을 증진하고 자유주의적 민주 질서를 지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67309b0e61f6f.png


2022년 3월, 디즈니는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가 서명해 법제화한, 이른바 '동성애 언급 금지Don't Say Gay'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어느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지만, 이후 벌어진 사태의 규모는 예측을 크게 넘어섰다. 공립학교 전 학년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논의를 금지하는 이 법안에 대해 LGBTQ+ 지지자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소하고 교육과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로 규정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반면 디샌티스는 해당 법안을 '급진적 젠더 이데올로기woke gender ideology'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디즈니가 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회사는 전례 없는 권력 충돌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2023년 2월 디샌티스는 플로리다 내 디즈니월드가 누려온 특별자치권을 전격 박탈했다. 이 조치로 디샌티스는 디즈니월드 관할 지구의 이사회 통제권을 확보하게 되었고, 지구의 시정 업무를 관리할 새로운 감독위원회를 설치한 뒤, 예상대로 이를 자신의 정치적 우호 세력으로 채워 넣었다.


도덕적 명분을 앞세운 소수자 집단에 대한 공격, 더 극적으로 표현하자면 '문화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갈등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권력 확대를 위한 포퓰리즘 전략으로 이를 활용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치학자인 카스 무데Cas Mudde는 포퓰리즘populism을 사회를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두 집단으로 이분하고, 정치가 전자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포퓰리즘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사회적 분열을 자극하는 반엘리트·반체제적 정치 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포퓰리즘이 본격적으로 세를 얻기 시작한 건 19세기 중반이었다. 부패한 정치인과 은행가들이 농산물 보관 및 운송 비용의 폭등을 방치하며 농민들을 빚더미로 몰아넣자, 농민과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 조직적인 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연대는 '포퓰리스트당Populist Party'으로 불린 민중당People's Party의 창당 기반이 되었다. 이들은 노동계급을 지원하고 민간 부문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추진했고, 특히 농기계를 고가에 판매해 이익을 챙기던 독점 기업과 농민들에게 가혹한 대출 조건 및 고금리를 부과하던 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189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중당은 민주당과 합당했고, 두 당은 대중적 지지를 얻던 연설가이자 변호사인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단일 후보로 지명했다. 합당을 기점으로 미국 포퓰리즘 운동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최근 수년간 세계화와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급속한 확대로 정부 지원과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버려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늘면서, 라틴아메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포퓰리즘은 한층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이주와 무역을 둘러싼 경제적·문화적 긴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이 민중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포퓰리즘적 메시지를 적극 구사해 왔다. 마두로와 오르반을 비롯해 인도, 이탈리아, 터키의 현직 지도자들, 그리고 최근 물러난 전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포퓰리즘을 정치 전략으로 차용해 왔다. 또한 감시와 폭력적 탄압 등 강압적 통치 방식으로 알려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역시, 대중 동원을 위한 소프트 파워 전략으로 자신을 '민중의 수호자'로 내세우는 포퓰리즘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을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는 부패한 엘리트의 동조 세력으로 규정해 공격하는 방식은, 디샌티스 같은 포퓰리스트에게 매우 효과적인 정치 전략이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디즈니와 같은 이윤 중심 기업에 의해 노동계층이 착취되어 왔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그들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내세운다. 더 나아가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은 좌파와 우파 포퓰리스트가 그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기업의 패권을 '민중의 공동의 적'으로 지목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포퓰리스트가 내세우는 '민중을 위한 노력'은 실질적인 개입보다 '보여주기' 식 행보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민중과의 연대를 가장해 포퓰리즘적 언어와 구도를 활용하며 자신의 신념을 민중의 의지로 투사하고, 이를 명분 삼아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시킨다. 이러한 서사 전략은 포퓰리스트가 정치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유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의제에 반대하는 기업을 손쉽게 악마화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이들은 허위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기도 한다.


포퓰리즘은 디즈니와 벤앤제리스, 스타벅스처럼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중시하는 기업들에게 여러 도전 과제를 제기한다. 바스 대학교 연구진인 필자들은 이러한 과제들을 분석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균형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할 새로운 통찰과 실천적 자원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먼저 포퓰리즘이 책임 있는 기업 활동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책임경영responsible business 전략을 선택하는 이유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포퓰리즘에 대응해 책임 있는 기업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글을 맺는다.



책임경영에 대한 포퓰리즘의 위협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이 2023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정치적 부패와 정실주의cronyism(공적 기준이나 능력보다 친분, 정치적 연줄, 충성 관계를 우선해 자원·권한·혜택을 배분하는 관행)를 초래하며, "경제와 비즈니스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문제 실무교수인 야샤 뭉크 또한 포퓰리스트가 집권한 국가일수록 경제가 더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CSR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학술 연구나 언론보도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포퓰리즘이 CSR을 위협하는 세 가지 주요 방식을 확인했다. 첫째, 포퓰리즘은 기업을 엘리트주의로 몰아가며 비방함으로써 기업의 평판을 훼손한다. 둘째, 기업의 존재 목적은 경제 성장뿐이라고 주장하며 기업의 친사회적 활동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셋째, 책임경영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사회적 여건을 훼손함으로써 시장을 왜곡한다.


첫째, 포퓰리즘은 사회에서 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대중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꿔 책임경영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감시와 도전 과제를 늘린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기업을 부패한 엘리트의 동조자로 묘사함으로써, 기업이 전통적으로 권력의 기반으로 삼아 온 사업 네트워크와 협회 활동을 약화시키려 한다.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공익을 위한 노력이 아닌, 자사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위장된 전략에 불과하다고 왜곡한다.


기업을 부정한 행위자로 깎아내리는 이러한 전략은 사회 분열을 유도하는 포퓰리즘의 전반적 정치 기조와 맞닿아 있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기업뿐 아니라 학자, 언론인 등 언어와 정보를 다루는, 이른바 엘리트와 전문가에 대해서도 사회적 불신을 부추기려 한다. 예컨대 디샌티스 같은 포퓰리스트는 CSR 활동이 "미국인에게 이념적 의제를 강요한다"라고 주장하며 기술 기업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그들을 '실리콘밸리 엘리트'라 부른다. 이러한 서사 전략은 기업이 민중의 편에 서 있지 않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 주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둘째,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라는 '기업의 본래 목적'을 저해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그 정당성을 약화시키려 한다. 이러한 논지는,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주어진 경제적·법적 틀 안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견해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포퓰리스트의 의도는 기업 활동의 범위를 경제적 책무로만 좁혀 통제하려는 데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와 미 상원의원 조쉬 홀리 같은 포퓰리스트는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의 붕괴 원인을 DEI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돌렸다. 이들은 이러한 정책이 진보적 가치나 사회적 책임을 과도하게 강조한다고 비판하며 '급진적 정책woke-related policies'이라 낙인찍었고, 그 결과 경영진이 핵심 사업 목표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앤 글러버와 같은 업계 전문가는 은행의 붕괴가 부실한 은행 운영 관행과 금리 상승, 투자자들의 패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포퓰리스트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목표가 기업의 목적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해 왔고, 그러한 흐름 속에서 반()ESG 입법이 잇따라 등장하게 되었다. 2021년, 텍사스는 화석연료 및 총기 산업에 대한 제한적 ESG 정책을 채택한 은행과의 계약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2023년 5월, 디샌티스 역시 주 공무원의 ESG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우리는 투자사가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길 원합니다. 그들이 이념적 모험에 뛰어들기를 원치 않습니다." 트럼프는 ESG 정책 도입을 '그 자체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고, 그 이점으로도 불가능한 급진 좌파의 쓰레기'라고까지 규정했다.


포퓰리즘 서사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자연자원의 무제한적 소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기 때문에, ESG를 겨냥한 공격은 지속가능성 전반에 대한 압박으로 확장된다. 포퓰리스트가 내세우는 경제 성장 논리는 대체로 이기적이고 단기적이며, 환경을 훼손하는 기업 관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들은 기후 보호와 지속가능성 노력이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한다. 이러한 양상은 2017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에너지 정책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논란이 컸던 키스톤 XL 송유관을 포함한 송유관 인프라 구축을 승인해 미국을 세계적인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브라질의 보우소나루는 아마존과 그 생물다양성, 원주민 공동체의 파괴를 우려하는 학계와 환경운동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농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아마존 보호 환경 법제를 약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포용적 가치에 반대하는 포퓰리스트의 선전은 매우 설득력 있고 격렬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소비자 반발을 촉발하기도 한다. 2023년 초, 앤하이저부시Anheuser-Busch가 트랜스젠더 틱톡 스타 딜런 멀베이니를 버드라이트 맥주의 홍보 모델로 기용하자, 보수 언론과 논객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비난하며 전국적 불매운동을 촉구했고, 맥주 상자를 파괴하는 장면을 온라인에 게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버드라이트의 매출은 약 25% 감소했다. 2023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반 LGBTQ+ 법안이 500건 가까이 발의된 상황을 고려하면, 버드라이트 사례는 포퓰리즘적 수사가 어떻게 문화적 전쟁을 조장하며,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소외시킬 위험을 키우는지 잘 보여준다.


반발에 직면한 앤하이저부시는 시장 압력에 굴복했다. 회사는 홍보 캠페인을 철회했을 뿐 아니라, 살해 위협과 괴롭힘을 받고 있던 멀베이니에 대한 지원도 중단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논쟁에 관여할 의도가 없었다. 우리의 일은 맥주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라는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멀베이니와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대한 연대 표명이 빠졌고,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고 기존의 이윤 중심 운영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입장만 담겨 있었다. 이후 앤하이저부시는 성소수자에 대한 기업의 대우를 평가하는 휴먼라이츠 캠페인으로부터 '기업 평등 최우수perfect corporate equality' 등급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위상 회복을 위해 전미 LGBT 상공회의소의 유색인 커뮤니티 이니셔티브Communities of Color Initiative에 2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기업이 포퓰리즘 의제와 충돌하는 상황에 놓일 때, 선택지는 둘 중 하나로 수렴한다. 책임을 더 실질적으로 이행하느냐, 아니면 그것을 포기하느냐다.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특히 문제가 크다. 기업의 일관성 없는 대응은 스스로 지지한다고 주장해 온 대의를 훼손할 수 있으며, 책임 경영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키우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포퓰리즘은 시장 체제의 작동을 저해할 수 있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권력을 공고히 하고 확대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정책과 규제를 변경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소유권을 확대하는 규제 도입, 추가 관세 부과, 정치적 행정 절차의 증가, 무역 장벽 강화뿐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같은 국제협약 이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기저에는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극단적 이분법을 앞세워 사회를 '우리'와 '그들'로 갈라놓으려는 포퓰리스트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단순하고 분열적인 타자화 전략은 특히 이주민, 망명 신청자, 난민 등 소수자와 대표성이 취약한 집단을 표적으로 하며, 이들에게 국가의 경제적 불평등과 범죄율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


'우리 대 그들의 대결us versus them'이라는 포퓰리스트의 구호는 외국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는 과잉민족주의hypernationalism의 한 형태를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일부 중국 기업이 중국군과의 연계 의혹으로 미국의 안보 관련 제재 명단에 오르자, 중국 기업 전반이 제재와 감시의 위험에 놓였다. 명단에 포함된 기업 중 하나였던 화웨이는 미국과의 무역이 금지되었으며, 트럼프는 투자은행을 포함한 중국 기업을 겨냥해 추가 조치를 취하고 여러 중국 기업을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했다. 나아가 트럼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며 펼친 반중국적 혐오 수사는 미국 내 반아시아 폭력 급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포퓰리스트가 조장하는 과잉민족주의는 국가 소유권 확대라는 명목 아래 외국 기업에도 피해를 초래한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세금 부과와 가격 상한제 같은 규제·경제 조치를 동원해, 외국계 기업을 은행, 통신, 에너지 부문에서 사실상 퇴출시키고 해당 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 했다. 2022년에는 보다폰에 헝가리 소재 지주회사 두 곳을 매각하도록 압박하면서, 이 매각이 '통신 서비스 안보'에 필수적이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적 전술이 민간 부문에 점점 더 영향을 미치면서, 책임경영이 실행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서 한 발 물러서게 되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규제 환경을 소극적으로 헤쳐 나가는 데에만 몰두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책임경영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정책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만들며, 결국 시장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포퓰리스트의 부상으로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민주적 가치와 인권을 옹호하고 증진해야 할 기업의 책임을 추구하는 데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벤앤제리스가 보여준 책임경영은 전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스트 의제에 맞서는 데 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건설적 역할을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바다를 건너 영국에 도착한 난민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2023년 불법 이민법Illegal Migration Law에 대한 대응을 들 수 있다. 2022년, 수엘라 브레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이 법안을 "영국 국민의 뜻을 반영한다"라고 주장하며 의회에 발의하자, 벤앤제리스는 법안 제출 시점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브레버먼 장관과 해당 법안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디지털 비자 시스템같이 바다를 건너지 않고도 난민이 안전하게 영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난민을 위한 안전한 통로Safe Routes for Refugees' 캠페인을 소셜미디어에서 전개했다.


251d3c57b7ab5.png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상황이라도 기업이 CSR 활동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포퓰리스트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해 자신들의 의제를 확산하려 할 때, CSR은 이에 신속히 대응하는 최초의 방어선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직후 트위터(현 엑스X)의 결정을 들 수 있다. 폭동 발생 이틀 뒤, 트위터는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을 선동해 공공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했다. 2023년 8월, 포퓰리스트 성향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인수한 뒤 해당 조치는 철회되었다. 트럼프 계정 정지 결정은 기업 내부의 판단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광고주 등 X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가한 강한 압력의 결과였다. 이 사례는 기업이 '선한 일'을 하는 동기가 순수한 이타심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며, 자사 이익과 직결된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정 자원과 폭넓은 관계망, 법률적 대응력을 갖춘 기업은 포퓰리스트의 과도한 입법 시도에 맞서 싸울 수 있다. 실제로 디즈니는 초기에 정치 보복에 가까운 조치를 당했지만, 법무팀과 방대한 자원을 활용해 주 정부의 계약에서 허점을 공략하여 디샌티스 주지사의 자치권 박탈 시도를 저지했다. 일명 '왕실 조항royal clause'으로 불린 이 조항은, 찰스 3세의 최후 생존 직계 후손이 사망한 뒤 21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디즈니의 자치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또한 1,51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디즈니는 몇몇 국가의 재정을 능가할 만큼의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동성애 언급 금지' 법안을 지지한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할 수 있었다. 2020년 선거에서 디즈니는 플로리다의 양대 정당 후보에게 약 480만 달러를 지원했으나, 디샌티스의 조치 이후 이와 동일한 규모의 500만 달러를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포퓰리스트 정치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력만을 동원한 것은 아니었다. 2023년 6월에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기념해 프라이드 나이트Pride Nite 행사를 개최하며, 성소수자 공동체를 지우려는 시도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21년 8월 폴란드에서는 포퓰리즘 성향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rawo i Sprawiedliwość, PiS이 폴란드 TV 매체의 외국인 소유를 제한하는 'TVN 법'을 발의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미국 기업 디스커버리가 소유한 대표적인 독립 방송사 TVN은 법적 대응을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TVN은 미국 정부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하며, 폴란드에서 활동하는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가질 것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러한 다양한 압력이 더해진 결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021년 12월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기업은 포퓰리스트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그들의 시도에 공개적으로 맞서며 공공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켜낼 수 있다. 다만 기업은 어떤 사안에 나설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포퓰리스트의 행동이 기업의 핵심 가치와 충돌할 때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은 '가치 테스트'를 통해 포퓰리스트의 의제와 자사의 가치가 어긋나는지, 그리고 해당 조치가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피해를 주는지 점검할 수 있다. 두 가지 질문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가치 테스트를 실시한 후에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사안의 긴급성을 기준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래의 '포퓰리즘에 대응하는 책임경영 프레임워크A Framework for Responsible Business Stances Against Populism'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기업이 개별 혹은 이들의 조합을 통해 적용할 수 있는 네 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d79ce274195b4.png


첫째, 기업은 자사의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포퓰리스트의 행위에 대응할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대응에는 상당한 자원이 들지만, 자원이 제한된 기업도 공동성명 발표나 공동 소셜미디어 캠페인 같은 집합적 행동을 통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응을 할 수 있다. 예컨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인구가 다수를 이루는 7개국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무슬림 여행 금지령'을 시행했을 때, 미국 소상공인 네트워크인 메인스트리트 얼라이언스는 공동 청원과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이러한 집합적 행동을 통해 소규모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도 포퓰리스트적 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다.


둘째, 긴급성을 판단해야 한다. 긴급성은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가 규제 변경을 시도하거나 시민 불안과 폭력을 조장할 때 고조된다. 특히 포퓰리스트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유해한 행동에 활용할 경우, 기업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트위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무장 폭동을 조직하고 추종자들과 소통하던 정황을 근거로 그의 계정을 차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긴급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충분한 자원과 포퓰리스트 지도자에게 맞서고자 하는 의지를 갖춘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직접적인 대응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벤앤제리스의 '난민을 위한 안전한 통로Safe Routes for Refugees' 캠페인처럼 시민사회와 협력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시성이 높은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또는 디즈니가 성소수자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교육 캠페인을 후원한 것처럼 옹호단체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기업은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민주적 가치를 수호할 수 있다. 기업은 경제 주체일 뿐 아니라,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퓰리즘 의제가 이해관계자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을 폭넓게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실 정부를 대신해 기업이 시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사회적·정치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하거나 해결의 의지가 없을 때, 기업은 의료 접근성 문제나 산림 파괴와 같은 환경 문제에서의 행정적 공백을 오래전부터 메워왔다.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환경에서는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민간 주체들이 글로벌 차원의 문제에 개입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 왔다. 이러한 맥락을 포퓰리즘 상황에 적용하면, 기업은 사회 구성원의 안녕을 우선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에 맞서 행동할 수 있으며, 포퓰리즘의 과도한 행보를 견제하는 대항세력으로 기능할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이 포퓰리스트에 맞서 행동하는 것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원하지 않거나, 그럴 만한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포퓰리스트의 보복 위험과 자원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집합적 행동collective action과 비대결적 대응nonconfrontational responses을 제안한다.


집합적 행동은 포퓰리스트의 공격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다. CSR 맥락에서 집합적 행동은 다른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가치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주체들과 협력해,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참여자 간 자원과 전문성을 분담함으로써 개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전적·비금전적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복수 주체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safety-in-numbers'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17년 독일에서는 바덴 산업기업협회, 기계공학산업협회,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세계적인 작센주를 지향하는 기업협회 등 세 개의 대규모 단체가 결집해, 보수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에 맞서는 언론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들이 집합적 행동에 나선 이유에는 협회 소속 기업들의 수출 기반 산업을 보호하려는 전략적 목표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지도 있었다.


비대결적 전략은 포퓰리스트 지도자 개인에 직접 맞서기보다,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립을 최소화하는 접근이다. 예컨대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 백신 일반에 대한 반 백신론자들의 허위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제약업계가 전개한 언론 캠페인은, 잘못된 정보나 유사과학을 퍼뜨리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과학적 근거를 강조하며 허위 정보에 반박하고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2020년 화이자, 존슨앤존슨,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한 9개 주요 제약사는 백신 생산과 관련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특정 포퓰리스트 지도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과학의 편에 서겠다. 이 약속이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과학적 기준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공격과 역습에 대비하고, 그 이후를 준비하며

포퓰리즘에 맞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포퓰리스트에 맞서는 기업은 버드라이트가 경험한 사회적 반발이나 디즈니가 직면한 정치적 보복 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기업은 포퓰리즘 환경에서 자사가 추진하는 CSR 전략의 범위와 내용이 강한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 있음을 미리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우리가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포퓰리스트 세력이 설정하는 우선순위와 의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사전에 세워야 한다. 물론 이 프레임워크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자사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는 포퓰리스트 정책에 직접 맞서는 적극적 대응부터, 잠재적 반발을 줄이기 위한 보다 신중한 접근에 이르기까지, 목적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허위정보와 오정보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역시 한층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책임 있는 기업은 핵심 미션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정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포퓰리즘 선전의 목적이 대중의 인식을 조작하는 데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의 CSR 관련 입장 역시 왜곡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특정 집단의 목소리에 치우치지 않고,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과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정보에 기반한 접근information-based approach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이해관계자 숙의 과정에서 보다 균형 잡힌 대표성을 확보하게 하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형성된 공공의 의지에 부합하는 정치적 입장을 도출하도록 돕는다. 그 결과, 기업은 기업을 '엘리트'로 규정하며 '국민'에 반한다고 공격하는 포퓰리즘적 비난을 일정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기업은 자신이 활동하는 정치 환경에 따라 포퓰리즘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하며, 폭넓은 정치적 맥락에 적응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민주 정권, 권위주의 정권, 그리고 둘의 요소가 결합된 혼합 정권 등 다양한 정치 체제에서 나타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논의는 주로 제도적 견제와 균형이 작동해 기업을 포퓰리스트의 공격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할 수 있는 민주주의 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실제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기업이 사법 시스템을 통해 민주적 법질서를 옹호할 수 있기 때문에 포퓰리즘에 맞설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폴란드나 헝가리 같은 나라에서도, TVN 같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포퓰리스트의 위협에 대응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책임 있는 기업의 태도는 포퓰리스트의 서사에 맞서고,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가 주도하는 사회에서 쉽게 주변화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드러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민주적 절차를 지지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복잡하고 유동적이어서 민간 부문의 입지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기업이 책임 있게 행동하는 방법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앞서 제시한 분석과 시사점이 기업 경영진으로 하여금 포퓰리스트의 위협을 어떻게 식별하고, 언제 대응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기업이 단순히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적극적 책무'를 수행하려는 동기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




> 원문 기사 보기


ZENA AL-ESIA

제나 알-에시아는 바스 대학교의 기업·조직·사회 연구센터 소속이자 바스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연구원이다.


ANDREW CRANE

앤드루 크레인은 바스 대학교 기업·조직·사회 연구센터의 총책임자이다.


KOSTAS IATRIDIS

코스타스 이아트리디스는 바스 대학교 지속가능성 및 경영학 석사 과정의 연구책임자이자 기업·조직·사회 연구센터 소속이다.


AYŞE YORGANCIOĞLU

아이셰 요르간지오을루는 바스 대학교 기업·조직·사회 연구센터 소속이자 이스탄불 빌기 대학교 교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