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탐사보도의 개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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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거버넌스
탐사보도의 개척자들

2025-4


CLAIR MACDOUGALL



Summary. '조직범죄 및 부패 보도 프로젝트'는 신흥재벌부터 여성혐오 성향의 인플루언서, 정치 엘리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가장 부패한 사람들을 추적하며 국경을 초월해 탐사보도를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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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OCCRP 직원들이 몰타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 및 탐사보도 결과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 등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OCCRP)


세계 최고의 탐사보도 매체인 '조직범죄 및 부패 보도 프로젝Organized Crime and Corruption Reporting Project, OCCRP'의 출발은 2003년 불가리아에서 열린 한 언론 컨퍼런스였다. 이 컨퍼런스에서 루마니아 기자 폴 라두와 미국 기자 드루 설리번이 인신매매에 대한 취재 경험과 정보를 교환했고, 이를 계기로 OCCRP에 대한 구상이 본격화되었다. 당시 두 사람은 각각 루마니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탐사보도 센터를 이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취재 정보는 물론 렉시스넥시스 같은 고가의 연구 데이터베이스 접근권까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협업은 성과로 이어졌고, 두 사람은 유럽 전역의 에너지 비용 위기를 촉발한 착취적 에너지 중개상들의 실태를 공동으로 취재해 2007년에 상을 받았다. 2년 뒤인 2009년에는 양 기관 기자들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에 첫 번째 OCCRP 본부를 세웠다.


설리반은 말한다. "동일한 인물이 다른 국가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우리가 다루고 있는 범죄 조직의 구조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조직범죄를 취재하고 그들의 네트워크를 끝까지 추적하려면, 우리도 네트워크가 되어야 했습니다."


2007년 설립 이후, OCCRP는 현대 언론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데이터 협업 탐사보도들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인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는 세계 최대 역외 법률회사인 모색 폰세카의 내부자가 유출한 1,150만 건의 문서를 분석한 프로젝트로, 부유층이 역외 유령회사와 은행계좌를 통해 자산을 은닉해 온 구조를 폭로했다. OCCRP는 이 밖에도 다수의 협업 탐사를 주도하며 고위급 정치인의 해임과 체포, 기소를 이끌어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OCCRP에 따르면, 이들의 탐사보도는 현재까지 약 100억 달러에 이르는 불법 자금 환수로 이어졌고, 417건의 공식 수사가 개시되었으며, 수백 건의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 또한 100명 이상의 고위급 공직자가 파면되거나 사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단체는 유령회사와 역외 금융, 정부 관료들이 복잡하게 얽힌 동유럽의 조직범죄를 국경을 넘나들며 추적하는 탐사보도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과 찬사를 받아왔다. 수상이력에 빛나는 OCCRP의 탐사보도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최측근으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를 피하려 했던 올리가르히들oligarchs부터, 루마니아에서 인신매매와 강간 혐의로 체포되기 전까지 마피아와 손을 잡고 카지노를 운영해 왔다고 주장하던 여성혐오 성향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앤드류 테이트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방대한 문서 추적을 토대로 한 치밀한 분석과 블랙 유머에 가까운 냉소적 어조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세탁소The Azerbaijani Laundromat'나 '도미니카: 캐리비안의 여권들Dominica: Passports of the Caribbean'처럼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OCCRP는 정치적 무관심이 만연하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한 전 세계적 환경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붙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OCCRP는 6대륙에 걸친 글로벌 기자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반부패기구는 물론 지역 및 글로벌 주요 언론사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해왔다. 또한 서구권의 민간 및 정부 후원자들로 구성된 안정적인 지원 기반도 마련했다. 현재 OCCRP의 본부는 암스테르담에 위치해 있으며, 사라예보와 워싱턴 D.C.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범람하고, AI가 뉴스 유통과 저널리즘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을 향한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OCCRP는 기술 역량을 갖춘 탐사보도 조직으로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OCCRP의 성장은 협업과 기술 역량, 뉴스 현장을 꿰뚫는 대담함과 선견지명, 그리고 재원 조달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적 노력이 맞물리며 일어났다. 이제 OCCRP는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도구를 개발해 협업 기반 데이터 탐사를 가속화하고 확장하는 한편, 영화 제작자들과 협력해 탐사보도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기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협업으로 부패에 맞서다

세계경제포럼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부패로 인한 비용은 매년 최소 2조 6천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개인이 매년 1조 달러 이상을 뇌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다수의 연구는 부패가 빈곤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해왔다. 부패는 민주주의의 작동 기반 또한 잠식한다. 동유럽 여러 국가의 사례가 보여주듯, 부패는 권위주의적·과두적 정부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사법부와 같은 책무성 구조를 약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조적으로 훼손한다.


설리번은 이렇게 말한다. "부패한 정권은 국가 자원을 약탈해 거대한 후원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이러한 정권은 인권을 침해하고, 선거 조작을 시도하며, 천연자원을 수탈합니다. 그리고 결국 내재된 불안정성으로 인해 갈등과 분쟁을 초래합니다."


기술과 인터넷,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상호연결성이 강화될수록, 범죄 네트워크는 자신들을 추적하고 기소하려는 사법기관의 역량을 앞질러왔다. OCCRP는 부패 세력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지역과 국가, 국경을 넘는 수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정보에 대한 접근 및 데이터 공유가 핵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OCCRP는 '알레프Aleph'를 개발했다. 알레프는 전 세계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한 310개의 데이터세트를 통합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로, 탐사보도 기자들이 요주의 기업과 인물을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다. OCCRP 데이터팀은 2014-2015년 이 플랫폼의 초기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이후에는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미국 민주주의기금, USAID로부터 지원을 받아 발전시켰다. 현재 알레프는 전 세계 2만 3천 명이 넘는 언론인과 연구자,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활용하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이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전 신청과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라두는 탐사보도를 민주화해 시민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그의 구상은 일종의 글로벌 정보기관global intelligence agency에 가깝다. 이러한 비전의 연장선에서 OCCRP는 2016년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와 협력해, 언론과 시민사회 간의 협업을 촉진하는 글로벌 반부패 컨소시엄Global Anti-Corruption Consortium을 출범시켰다. 이어 지난해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탐사보도가 대규모의 데이터와 방대한 문서 분석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인을 위한 합리적 비용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저널리즘 클라우드 얼라이언스Journalism Cloud Alliance를 공동설립했다. 다만 설리번과 라두는 OCCRP의 활동이 기존 정보기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OCCRP는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법 집행기관이나 활동가 조직과는 명확한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진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는 우리보다 더 현명한 이들이 판단할 몫입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결정하려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검증하는 독립적인 중재자로 남을 수 없습니다."라고 설리반은 말한다.


OCCRP의 전략 가운데 하나는 현지 기자와 미디어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보도의 도달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OCCRP는 취재 내용을 지역 독자뿐 아니라 서구권 독자의 눈높이에도 맞도록 가공해 전달해왔다. 현재 OCCRP 네트워크는 6개 대륙에 걸쳐 65명 이상의 편집자와 65개가 넘는 지역 회원 센터를 두고 있다. 편집자는 유럽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으며, 대륙별로는 아프리카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한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100건이 넘는 취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는 OCCRP가 매년 약 100건의 기사를 발행하고 있으며, 개별 탐사 프로젝트의 경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에 걸쳐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OCCRP의 수익은 3,100만 달러로 두 배 증가했다. 이는 USAID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언론인 법적 방어 프로젝트인 '기자들의 방패Reporters Shield'의 영향이 컸다. OCCRP는 이 프로젝트에서 하위보조금subgrants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언론사가 참여해 2024년 12월 공동으로 발표한 탐사보도는 OCCRP가 전체 재원의 절반가량을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가 단체의 지도부 구성과 보도 내용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는 OCCRP가 미국의 소프트파워 도구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기했다. 이 탐사보도에 참여한 미국 기반 매체 '드롭 사이트 뉴스Drop Site News'는 OCCRP가 러시아를 포함한 '미국의 우선순위에 있는 여러 주제 및 국가를 다루는 대가로 자금을 지원받았다'라고 주장했다.


OCCRP는 자사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에서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미국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재원 조달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OCCRP의 커뮤니케이션 총괄인 로런 잭맨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부 자금에 의존해 탐사보도를 수행하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대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앙아시아나 태평양 지역에서 탐사보도를 후원하는 기관 기부자는 극히 드뭅니다. OCCRP는 탐사보도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곳에서 활동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위협

OCCRP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조직을 상대로 한 소송과 네트워크 소속 기자들을 보호하는 일이다. 현재 OCCRP 네트워크 참여 기자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은 90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6건은 OCCRP가 수행한 탐사보도와 관련해 단체 자체를 겨냥한 것이다. OCCRP는 이러한 소송이 기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탐사보도 전반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OCCRP와 여러 언론 자유·권리 단체들은 특히 명예훼손 소송을 포함한 법적 절차가 권력자와 부패 세력에 의해 협박과 위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인 법적 방어 프로젝트인 '기자들의 방패'는 OCCRP가 법정에서 이 같은 소송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OCCRP와 협업해 온 기자들 역시 생명의 위협에 노출돼 왔다. OCCRP는 이에 함께 일하는 모든 인원에게 보안 프로토콜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취재 과정과 기사 발행에 앞서 OCCRP는 정기적으로 기자들의 안전을 점검하지만, 중부유럽 지역 에디터인 파블라 홀초바는 탐사보도가 요구하는 개인적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한다. 잠재적 위협이 가족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기자들은 가정을 꾸리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에는 슬로바키아 마피아를 추적하던 그녀의 동료 기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번아웃 역시 조직 차원의 중대한 과제로 부상했다. OCCRP는 기자들의 정신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인력을 통해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휴가 정책도 도입했다. 잭맨 총괄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들은 고위험 환경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중대한 도전은 허위정보와 오보의 확산과 맞물려, 언론인과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OCCRP가 직면한 어려움은 대부분의 콘텐츠 정책과 탐사보도에 높은 관심과 이해를 전제로 한 밀도 높은 내용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반 독자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한계를 경험해왔다. OCCRP는 이러한 복잡한 탐사보도 결과를 폭넓은 범위의 대중이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환경에서, OCCRP와 같은 조직들이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OCCRP의 후원 기관 가운데 하나인 오픈소사이어티 재단의 미디어 담당 이사인 수전 발렌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가장 큰 과제는 청중에게 도달하고, 그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는 대중 사이에 만연한 '부패 피로감corruption fatigue'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인다. 이에 OCCRP는 소셜미디어 및 참여 촉진 에디터와 협력하며, 기존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대중으로 도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발렌타인과 과거 오픈소사이어티 재단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현재 OCCRP의 유럽 모금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알기스 립스타스는, 이 단체의 성공이 저널리즘과 국경을 초월한 협력의 긍정적인 미래를 시사한다고 말한다. "탐사보도가 멸종위기종과 같았던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대륙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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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IR MACDOUGALL

클레어 맥두걸은 아프리카 전역을 취재해온 작가이자 사진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