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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단체는 어떻게
후원자들을
조직화하는가?
재단, 소멸을 선택하다
MICHELLE MASCARENHAS
Summary. 코러스 재단은 기후운동 활동가들과 협력해 후원자들과 조직가들이 함께 연합하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 내기 위함이었다.
약 십 년 전, 최전선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주도하던 단체들이 기후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결집했다. 당시 나를 포함한 기후정의 리더들은 기후 영역에 대한 투자 전략을 개발 중이던 코러스 재단의 임직원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양측이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기후정의 활동그룹은 코러스 재단의 이사진과 직원들에게 깊은 유대를 느꼈다.
코러스 재단의 노력은 부상하는 기후정의 생태계에 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됐으나, 기후운동 생태계 전체가 함께하는 더 깊은 관계와 조율된 후원자 조직화 활동으로 발전했다. 운동단체, 코러스 재단, 그밖에 여러 지원기관이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며 개발한 실천사례와 접근법, 전략은 지원기관이 운동단체와 어떻게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해 자신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또한 풀뿌리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후원자 조직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훈을 제공한다.
운동단체들이 코러스 재단과 접촉하고, 코러스 재단이 기후 분야에 관여하기 시작했을 때, 양측은 모두 개별 리더나 단체를 지원하는 대신 생태계 차원의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는 코러스 재단을 비롯한 여러 지원기관과 접촉하면서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보다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우리는 위기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사회운동 전략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고자 모인 단체들이었다. 우리는 운동의 전략을 깊이 조율한 끝에 기후정의연대Climate Justice Alliance, CJA를 출범시키고, 정의로운 전환전략 프레임워크Climate Justice Alliance and Just Transition Strategic Framework를 개발했다.
다음의 내용은 2011년 무렵 이 작업을 함께 시작한 조직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 토론에서 나온 것이다. 무브먼트 제너레이션Movement Generation의 고팔 다야네니Gopal Dayaneni, 스토리기반 전략센터Center for Story-based Strategy를 거쳐 현재 아시아태평양 환경 네트워크Asian Pacific Environmental Network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틴 코르데로Christine Cordero, 기후정의연대Climate Justice Alliance 운영위원이며 전 아시아태평양 환경 네트워크Asian Pacific Environmental Network 사무국장인 미야 요시타니Miya Yoshitani, 풀뿌리 지구정의 연대Grassroots Global Justice Alliance 사무국장 신디 스텔라 위즈너Cindy Stella Wiesner 그리고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을 거쳐 현재 탭루트 어스Taproot Earth에서 활동하며, 신디 스텔라 위즈너와 기후정의연대를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은 나, 미셸 마스카레냐스Michelle Mascarenhas가 참여했다. 내 발언과 질문은 이탤릭체로 표시했다.
필란트로피를 변화시키고 있는 기관들
우리에게 있어 코러스 재단과 함께 일했던 경험은 기금 제공자와 깊이 있는 협력을 한 최초의 경험일 것이다. 이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서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 둘째, 신뢰와 관계를 쌓기 위해 코러스 재단이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일하며 기후정의 의제를 지지하는 후원자 폭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후원자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후원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세상을 바꾸는 모금Making Money Make Change, EDGE, NFG, EGA와 저스티스 펀더스Justice Funders 같은 공통 관심 그룹을 활용했다. 기후정의 운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노력을 전개했다.
우리 운동단체들이 코러스 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나? 우리는 지원기관을 조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깨닫게 되었나?
고팔 다야네니: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에서 일하기 전에는 지원기관과의 관계가 훨씬 더 거래적이었다. 나에게 코러스 재단과의 협력은 ‘이건 다르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지원기관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다른 대상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커뮤니티 구성원이나 다른 운동단체를 조직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자선 부문을 조직할 수 있다.
한 가지 혼란스러웠던 경험은 코러스 재단에서 내게 뉴올리언스에서 수혜단체 및 잠재적 수혜단체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전략회의 진행을 요청했을 때였다. 내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지원기관인 코러스 재단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솔직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조직화를 한다는 건 무엇일까? 정의로운 전환을 전략으로 삼는다면, 내가 보기에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단체들도 있었다. 또 어떤 단체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자원을 사용해선 안 될 단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방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완벽하게 계획해 둔 상태가 아니었고 오히려 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실시간으로 협력하는 중이었다.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맡았던 내게 이 작업이 무척 도전적이긴 했지만, 그 이후의 모든 조직화 작업이 쉬워졌다는 점에서 전환적이기도 했다.
이 새로운 협력 방식은 운동단체들이 코러스 재단을 충분히 신뢰하며 도전 과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이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게 했다. 운동단체들은 더 이상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지원기관이 운동단체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지원을 지속하지 않으리라는 평소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크리스틴 코데로: 나는 스토리기반 전략센터의 신임 사무국장이었고, 심화훈련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코러스 재단에서 중직을 맡고 있던 쿠옹 호앙Cuong Hoang과 코러스 재단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파하드 에브라히미Farhad Ebrahimi에게도 그 교육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후원자가 교육에 참여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활동가들과 날 선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이 생태계와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코러스 재단을 조직화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고, 코러스 재단이 정의로운 전환과 생태계에 대한 방법론을 갖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결정권을 행사한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모두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훌륭했다. 사람들이 “이 중에서 누가 후원자인가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나는 코러스 재단으로부터 진정한 협력자가 될 가능성을 보았다. 그들과의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다보면 그들과 함께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신디 위즈너: 나는 코러스 재단이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중 이상주의자에 속한다고 느꼈다. 무엇이 가능한지 상상할 수 있는 곳, 신뢰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코러스 재단의 대표인 파하드가 행진에서 말똥을 치우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나는 그가 우리의 일원이라고 느낀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다.
“우리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오, 더 말씀해 보세요”라며 경청하는 태도로 대화에 임하던 코러스 재단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들은 우리를 대화에 계속 참여시키려 했다. 물론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든 적도 더러 있었다. “코러스가 온다네요.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하죠”라는 식으로 말이다.
변화의 변곡점
2009년에서 2013년 사이는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수십 개 풀뿌리 단체와 이들의 연합체 및 지원기관이 기후정의 문제에 연대하기 위해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았던 역동적인 시기였다. 그 결과로 우리는 기후정의연대를 결성하고, 정의로운 전략 프레임워크라는 통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도구를 활용해 코러스 재단, 리브라Libra 재단, 서드나Surdna 재단과 같은 후원자들을 조직해, 활동 기금을 확보할 뿐 아니라 자금과 권력의 지형을 바꾸고자 했다.
고팔 다야네니: 우리가 코러스 재단 그리고 파하드와 쿠옹 두 사람과 맺은 관계는 ‘적절한 시기에 맺은 적합한 관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CJA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나 집단으로 사고하고 실험하는 작업을 세상을 바꾸는 모금이나 EDGE 콘퍼런스와 같이 지원기관이 여는 장을 통해 진행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역동성이 생겼다.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이, 집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23년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단체들은 성장하고 더 전문화되었지만 3년에 걸친 전 지구적 팬데믹, 경기침체, 퇴행적인 정치 상황, 활동가와 리더의 소진과 이직으로 조직들은 많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미야 요시타니: 현재 명시적이거나 일관성 있게 짜인 전략이 부재한데, 그 이유는 리더십과 조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면서 리더들은 자기 단체에 닥치는 위기에 대응하느라 집단행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같은 진보적 지원기관들에 집중하는 것 외에도, 우리가 고민하는 또 다른 문제는 그 그룹을 넘어서 훨씬 더 넓은 범위로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더 의식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략을 고민할 역량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
크리스틴 코르데로: 그렇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운동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에 놓여있다. APEN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단체의 90%가 팬데믹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듯 보인다. 정기적으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면 리더십과 신뢰는 깊어질 수 없다.
한편 자선 부문에 엄청난 기부금이 몰려들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활동에 쓰일 수 있는 후원금이 훨씬 늘어났다. 하지만 초기부터 내분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대형 환경정의 운동’과 ‘소형 환경정의 운동’ 같은 구분이 생겨났다. 성공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그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지? 같은 질문들이 운동조직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부는 우리와 이 과정을 함께하게 될 것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CJA는 우리가 베조스 지구기금Bezos Earth Fund과 협력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협업을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고 변동성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APEN의 공동사무국장을 맡은 후로 후원자 조직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운동의 강도 때문이기도 했고, 협력의 역학 때문이기도 했다. 이 일을 위해 쓸 시간이 확실히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협력 과정을 충분히 조율하면서 본래 해야 하는 조직화 작업에 시간을 쓰기가 아직은 어렵다.
후원자, 후원자 친화그룹, 후원자 조직가 중 당신은 어떤 역할인가?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후원자 모임 및 후원자 조직가와는 구분되는 기금 조성자 또는 투자자로서의 후원자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후원자 모임은 후원자를 조직하는 중요한 장을 제공해왔다. 특히 10년간 자산을 배분하기로 한 코러스 재단과 같은 후원자는 기금 배분에 있어서도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
신디 위즈너: EDGE 후원자연대EDGE Funders Alliance의 마크 랜다조Mark Randazzo가 내가 속한 기후정의연대의 리더그룹과 코러스 재단을 연결했다. 사무국장으로서 나의 성장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후원자를 신뢰하는 데 망설임이 있었다. 그런데 코러스 재단과의 관계를 통해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쉽고, 당당하게 대담한 요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러스 재단에서 장기간 후원을 약속한 덕분에 다른 재단을 향해서도 더 큰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우리 자신의 성장과 생태계 전반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우리는 ‘자선 기관의 개입’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의 일부였다. BEABuilding Equity and Alignmen, EDGE 후원자연대, 그밖에 여러 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우리의 실험에는 관계를 재정립하고, 필란트로피 부문 내 힘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파하드와 쿠옹은 이 전략과 개입을 실행하려 노력했는데, 때로는 게릴라처럼, 때로는 잘 계획된 일처럼 보였다. 어떤 때는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또 어떤 때는 집단으로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고팔 다야네니: 코러스 재단을 통해 과정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리브라 재단 이사이자 케이털리Kataly의 공동설립자인 리건 프리츠커Regan Pritzker, 솔리데어Solidaire의 설립이사인 리아 헌트-헨드릭스Leah Hunt-Hendrix와 같은 이들이 기존 자선 기관에서 이어온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할 여지가 만들어졌다.
미셸 마스카레나스: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은 2015년 코러스 재단과 EDGE의 공동후원으로 후원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리트릿을 열었다. 이 행사를 통해 후원자와 운동단체들의 관계가 깊어졌고, 그 덕분에 2016 EDGE 컨퍼런스에서 공동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리트릿과 컨퍼런스 사이에, 우리는 CJA 활동의 근간이 된 정의로운 전환 프레임워크를 문서화했다.
이러한 조직화 플랫폼으로 EDGE의 네트워크를 선호했던 이유는 코러스 재단이 리더를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함께 연대체를 구성한 후원자와 운동단체들은 재단들을 향해 화석연료 업계로부터 확보한 기금의 15%를 시드커먼즈Seed Commons와 같은 재생경제 벤처에 재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그 후로 우리는 후원기관이 재투자를 하고 다른 기관도 이에 동참하도록 촉진하는 네트워크인 셰이크 더 파운데이션스Shake the Foundations를 설립했다. 이것은 우리가 네트워크를 통해 후원자를 조직하고 운동을 실행한 여러 사례 중 하나이다.
신디 위즈너: 코러스 재단은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후정의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이상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지금은 이것이 널리 논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현되고 있다. 나는 코러스의 가설이 옳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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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E MASCARENHAS
미셸 마스카레냐스는 탭루트 어스의 선임활동가이며,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의 정의와 생태 프로젝트(Justice & Ecology) 공동책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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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운동단체는 어떻게
후원자들을
조직화하는가?
재단, 소멸을 선택하다
MICHELLE MASCARENHAS
Summary. 코러스 재단은 기후운동 활동가들과 협력해 후원자들과 조직가들이 함께 연합하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 내기 위함이었다.
약 십 년 전, 최전선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주도하던 단체들이 기후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결집했다. 당시 나를 포함한 기후정의 리더들은 기후 영역에 대한 투자 전략을 개발 중이던 코러스 재단의 임직원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양측이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기후정의 활동그룹은 코러스 재단의 이사진과 직원들에게 깊은 유대를 느꼈다.
코러스 재단의 노력은 부상하는 기후정의 생태계에 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됐으나, 기후운동 생태계 전체가 함께하는 더 깊은 관계와 조율된 후원자 조직화 활동으로 발전했다. 운동단체, 코러스 재단, 그밖에 여러 지원기관이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며 개발한 실천사례와 접근법, 전략은 지원기관이 운동단체와 어떻게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해 자신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또한 풀뿌리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후원자 조직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훈을 제공한다.
운동단체들이 코러스 재단과 접촉하고, 코러스 재단이 기후 분야에 관여하기 시작했을 때, 양측은 모두 개별 리더나 단체를 지원하는 대신 생태계 차원의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는 코러스 재단을 비롯한 여러 지원기관과 접촉하면서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보다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우리는 위기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사회운동 전략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고자 모인 단체들이었다. 우리는 운동의 전략을 깊이 조율한 끝에 기후정의연대Climate Justice Alliance, CJA를 출범시키고, 정의로운 전환전략 프레임워크Climate Justice Alliance and Just Transition Strategic Framework를 개발했다.
다음의 내용은 2011년 무렵 이 작업을 함께 시작한 조직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 토론에서 나온 것이다. 무브먼트 제너레이션Movement Generation의 고팔 다야네니Gopal Dayaneni, 스토리기반 전략센터Center for Story-based Strategy를 거쳐 현재 아시아태평양 환경 네트워크Asian Pacific Environmental Network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틴 코르데로Christine Cordero, 기후정의연대Climate Justice Alliance 운영위원이며 전 아시아태평양 환경 네트워크Asian Pacific Environmental Network 사무국장인 미야 요시타니Miya Yoshitani, 풀뿌리 지구정의 연대Grassroots Global Justice Alliance 사무국장 신디 스텔라 위즈너Cindy Stella Wiesner 그리고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을 거쳐 현재 탭루트 어스Taproot Earth에서 활동하며, 신디 스텔라 위즈너와 기후정의연대를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은 나, 미셸 마스카레냐스Michelle Mascarenhas가 참여했다. 내 발언과 질문은 이탤릭체로 표시했다.
필란트로피를 변화시키고 있는 기관들
우리에게 있어 코러스 재단과 함께 일했던 경험은 기금 제공자와 깊이 있는 협력을 한 최초의 경험일 것이다. 이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서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 둘째, 신뢰와 관계를 쌓기 위해 코러스 재단이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일하며 기후정의 의제를 지지하는 후원자 폭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후원자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후원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세상을 바꾸는 모금Making Money Make Change, EDGE, NFG, EGA와 저스티스 펀더스Justice Funders 같은 공통 관심 그룹을 활용했다. 기후정의 운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노력을 전개했다.
우리 운동단체들이 코러스 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나? 우리는 지원기관을 조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깨닫게 되었나?
고팔 다야네니: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에서 일하기 전에는 지원기관과의 관계가 훨씬 더 거래적이었다. 나에게 코러스 재단과의 협력은 ‘이건 다르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지원기관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다른 대상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커뮤니티 구성원이나 다른 운동단체를 조직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자선 부문을 조직할 수 있다.
한 가지 혼란스러웠던 경험은 코러스 재단에서 내게 뉴올리언스에서 수혜단체 및 잠재적 수혜단체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전략회의 진행을 요청했을 때였다. 내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지원기관인 코러스 재단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솔직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조직화를 한다는 건 무엇일까? 정의로운 전환을 전략으로 삼는다면, 내가 보기에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단체들도 있었다. 또 어떤 단체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자원을 사용해선 안 될 단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방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완벽하게 계획해 둔 상태가 아니었고 오히려 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실시간으로 협력하는 중이었다.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맡았던 내게 이 작업이 무척 도전적이긴 했지만, 그 이후의 모든 조직화 작업이 쉬워졌다는 점에서 전환적이기도 했다.
이 새로운 협력 방식은 운동단체들이 코러스 재단을 충분히 신뢰하며 도전 과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이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게 했다. 운동단체들은 더 이상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지원기관이 운동단체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지원을 지속하지 않으리라는 평소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크리스틴 코데로: 나는 스토리기반 전략센터의 신임 사무국장이었고, 심화훈련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코러스 재단에서 중직을 맡고 있던 쿠옹 호앙Cuong Hoang과 코러스 재단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파하드 에브라히미Farhad Ebrahimi에게도 그 교육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후원자가 교육에 참여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활동가들과 날 선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이 생태계와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코러스 재단을 조직화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고, 코러스 재단이 정의로운 전환과 생태계에 대한 방법론을 갖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결정권을 행사한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모두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훌륭했다. 사람들이 “이 중에서 누가 후원자인가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나는 코러스 재단으로부터 진정한 협력자가 될 가능성을 보았다. 그들과의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다보면 그들과 함께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신디 위즈너: 나는 코러스 재단이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중 이상주의자에 속한다고 느꼈다. 무엇이 가능한지 상상할 수 있는 곳, 신뢰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코러스 재단의 대표인 파하드가 행진에서 말똥을 치우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나는 그가 우리의 일원이라고 느낀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다.
“우리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오, 더 말씀해 보세요”라며 경청하는 태도로 대화에 임하던 코러스 재단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들은 우리를 대화에 계속 참여시키려 했다. 물론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든 적도 더러 있었다. “코러스가 온다네요.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하죠”라는 식으로 말이다.
변화의 변곡점
2009년에서 2013년 사이는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수십 개 풀뿌리 단체와 이들의 연합체 및 지원기관이 기후정의 문제에 연대하기 위해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았던 역동적인 시기였다. 그 결과로 우리는 기후정의연대를 결성하고, 정의로운 전략 프레임워크라는 통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도구를 활용해 코러스 재단, 리브라Libra 재단, 서드나Surdna 재단과 같은 후원자들을 조직해, 활동 기금을 확보할 뿐 아니라 자금과 권력의 지형을 바꾸고자 했다.
고팔 다야네니: 우리가 코러스 재단 그리고 파하드와 쿠옹 두 사람과 맺은 관계는 ‘적절한 시기에 맺은 적합한 관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CJA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나 집단으로 사고하고 실험하는 작업을 세상을 바꾸는 모금이나 EDGE 콘퍼런스와 같이 지원기관이 여는 장을 통해 진행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역동성이 생겼다.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이, 집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23년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단체들은 성장하고 더 전문화되었지만 3년에 걸친 전 지구적 팬데믹, 경기침체, 퇴행적인 정치 상황, 활동가와 리더의 소진과 이직으로 조직들은 많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미야 요시타니: 현재 명시적이거나 일관성 있게 짜인 전략이 부재한데, 그 이유는 리더십과 조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면서 리더들은 자기 단체에 닥치는 위기에 대응하느라 집단행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같은 진보적 지원기관들에 집중하는 것 외에도, 우리가 고민하는 또 다른 문제는 그 그룹을 넘어서 훨씬 더 넓은 범위로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더 의식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략을 고민할 역량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
크리스틴 코르데로: 그렇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운동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에 놓여있다. APEN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단체의 90%가 팬데믹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듯 보인다. 정기적으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면 리더십과 신뢰는 깊어질 수 없다.
한편 자선 부문에 엄청난 기부금이 몰려들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활동에 쓰일 수 있는 후원금이 훨씬 늘어났다. 하지만 초기부터 내분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대형 환경정의 운동’과 ‘소형 환경정의 운동’ 같은 구분이 생겨났다. 성공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그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지? 같은 질문들이 운동조직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부는 우리와 이 과정을 함께하게 될 것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CJA는 우리가 베조스 지구기금Bezos Earth Fund과 협력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협업을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고 변동성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APEN의 공동사무국장을 맡은 후로 후원자 조직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운동의 강도 때문이기도 했고, 협력의 역학 때문이기도 했다. 이 일을 위해 쓸 시간이 확실히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협력 과정을 충분히 조율하면서 본래 해야 하는 조직화 작업에 시간을 쓰기가 아직은 어렵다.
후원자, 후원자 친화그룹, 후원자 조직가 중 당신은 어떤 역할인가?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후원자 모임 및 후원자 조직가와는 구분되는 기금 조성자 또는 투자자로서의 후원자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후원자 모임은 후원자를 조직하는 중요한 장을 제공해왔다. 특히 10년간 자산을 배분하기로 한 코러스 재단과 같은 후원자는 기금 배분에 있어서도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
신디 위즈너: EDGE 후원자연대EDGE Funders Alliance의 마크 랜다조Mark Randazzo가 내가 속한 기후정의연대의 리더그룹과 코러스 재단을 연결했다. 사무국장으로서 나의 성장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후원자를 신뢰하는 데 망설임이 있었다. 그런데 코러스 재단과의 관계를 통해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쉽고, 당당하게 대담한 요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러스 재단에서 장기간 후원을 약속한 덕분에 다른 재단을 향해서도 더 큰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우리 자신의 성장과 생태계 전반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우리는 ‘자선 기관의 개입’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의 일부였다. BEABuilding Equity and Alignmen, EDGE 후원자연대, 그밖에 여러 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우리의 실험에는 관계를 재정립하고, 필란트로피 부문 내 힘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파하드와 쿠옹은 이 전략과 개입을 실행하려 노력했는데, 때로는 게릴라처럼, 때로는 잘 계획된 일처럼 보였다. 어떤 때는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또 어떤 때는 집단으로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고팔 다야네니: 코러스 재단을 통해 과정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리브라 재단 이사이자 케이털리Kataly의 공동설립자인 리건 프리츠커Regan Pritzker, 솔리데어Solidaire의 설립이사인 리아 헌트-헨드릭스Leah Hunt-Hendrix와 같은 이들이 기존 자선 기관에서 이어온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할 여지가 만들어졌다.
미셸 마스카레나스: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은 2015년 코러스 재단과 EDGE의 공동후원으로 후원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리트릿을 열었다. 이 행사를 통해 후원자와 운동단체들의 관계가 깊어졌고, 그 덕분에 2016 EDGE 컨퍼런스에서 공동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리트릿과 컨퍼런스 사이에, 우리는 CJA 활동의 근간이 된 정의로운 전환 프레임워크를 문서화했다.
이러한 조직화 플랫폼으로 EDGE의 네트워크를 선호했던 이유는 코러스 재단이 리더를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함께 연대체를 구성한 후원자와 운동단체들은 재단들을 향해 화석연료 업계로부터 확보한 기금의 15%를 시드커먼즈Seed Commons와 같은 재생경제 벤처에 재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그 후로 우리는 후원기관이 재투자를 하고 다른 기관도 이에 동참하도록 촉진하는 네트워크인 셰이크 더 파운데이션스Shake the Foundations를 설립했다. 이것은 우리가 네트워크를 통해 후원자를 조직하고 운동을 실행한 여러 사례 중 하나이다.
신디 위즈너: 코러스 재단은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후정의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이상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지금은 이것이 널리 논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현되고 있다. 나는 코러스의 가설이 옳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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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E MASCARENHAS
미셸 마스카레냐스는 탭루트 어스의 선임활동가이며, 무브먼트 제너레이션의 정의와 생태 프로젝트(Justice & Ecology) 공동책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