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베네핏 코퍼레이션,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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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임팩트 · 기업가정신
베네핏 코퍼레이션,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2024-1


 REVIEW BY J. S. LIPTRAP



Summary. 마이클 B. 도프는  베네핏 코퍼레이션이 가진 장단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베네핏 코퍼레이션 되기Becoming a Public Benefit Corporation>

마이클 B 도프, 272페이지, 스탠퍼드 프레스, 2023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제 진실을 말해야 할 것 같다.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은 쇠퇴하고 있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은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리스로마 신 야누스Janus를 닮았다. 한쪽 얼굴은 주주들이 과도하게 부를 축적하는 것을 막는 긍정적인 면이다. 적어도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 활동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은 또 다른 사악한 얼굴을 지녔는데, 이것은 허술한 보고 의무와 정부감독 등 베네핏 코퍼레이션을 이루는 법적 구조가 책임성 측면에서 결함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러한 결함은 사익을 쫓는 기업 내부자들에 의해 목적 세탁purpose wash을 위한 탈출구로 악용된다. 비재무적 목표nonfinancial objectives에 대한 피상적인 약속을 마케팅 전략으로 악용하는 목적 세탁 말이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한 돈은 대중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기업의 책임corporate accountability을 주제로 한 필자의 연구는 이 두 번째 얼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필자를 베네핏 코퍼레이션 비판론자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 실제로 <베네핏 코퍼레이션 되기: 가치를 펼치고, 이해관계자들을 일으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에서 사우스웨스턴 로스쿨Southwestern Law School의 마이클 B. 도프 교수는 필자를 그렇게 칭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아티클을 읽어왔지만, 그 중 대다수는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책임성 결여에 대한 논의는 회피하면서 베네핏 코퍼레이션을 자본주의를 정화할 수 있는 조직의 형태로 포장했다. 이러한 글들은 객관성을 갖춘 학문이라기 보다 학문적 행동주의academic activism나 선전처럼 느껴진다. 도프의 책도 그럴까?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도프는 사회적 기업 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인정하지만, 그가 베네핏 코퍼레이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조직의 형태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촉진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진정성 있는 목표가 없는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을 우선시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강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선행 연구들과 달리 신뢰성을 갖는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훌륭하다. 베네핏 코퍼레이션 관련 법령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주들에서 조직의 형태는 미세한 차이를 보이며 다르게 작동한다. 도프는 모든 관할 지역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신 책의 흐름을 저해하긴 하지만 두 개의 주요한 조직 모델에 집중한다. 두 모델은 비영리단체 비랩의 모델법B Lab’s Model Act과 델라웨어 베네핏 코퍼레이션 법령Delaware’s benefit-corporation statute인데,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공익public benefit'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방식이다. 비랩의 목표는 주 의회가 모델법을 채택하도록 로비해 미국 전역의 사회적 기업 관련 법률과 조응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비랩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도프가 각 주의 베네핏 코퍼레이션 관련 법령을 대표하는 것으로 모델법을 인용하며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 좋은 토대'를 마련해준 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도프가 델라웨어 법령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 또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도프가 델라웨어 주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델라웨어 법령에서 '공익'이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느냐와 같은 '중요한 측면에서 모델법과 차이를 갖기' 때문이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델라웨어의 법령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모델법과 델라웨어 법령이라는 두 개의 렌즈를 통해 베네핏 코퍼레이션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이 지켜야 할 약속은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법적 의무 안에서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리더는 전통적인 기업처럼 전적으로 주주에 대한 책임만 갖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진다. 도프는 이러한 의무를 '균형 의무balancing duty'라고 부른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이 이 균형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그 기업은 소비자나 직원과 같은 주주들을 고려하는 동시에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저기에 있다. 도프의 관찰대로 베네핏 코퍼레이션에게는 '공적 목적을 정의'하는 기준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다'. 또한 기업의 이사와 임원들은 균형의 의무라는 명목 하에 어마어마한 재량권을 갖는다. 즉 법은 기업의 리더가 목적과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이사와 임원들은 그들이 가진 재량권을 통해 '그들의 결정이 회사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비재무적 목표에 미치는 '모든 비용과 이익'까지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모호하게 표현된 목적의식과 균형 의무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권은 궁극적으로 주주들이 기업 리더가 정직하게 행동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도프의 주장처럼 주주들의 판단이 흐려지면, 사익을 추구하는 이사와 임원들은 '스스로에게 높은 연봉을 책정하거나 회사와 친구, 친척과 계약을 맺을 수 있고, 단순히 게을러질 수도 있다'.


베네핏 리포트The benefit report는 도프가 '목적을 강제하는 수단purpose enforcement mechanism'으로 설명한 보고 요건으로, 기업이 '공익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창출했는지' 측정하는 데 있어 주주들이 느끼는 부담을 줄이고자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도프는 이사와 임원들이 '회사의 베네핏 리포트를 꾸며낼' 법적 '자유' 또한 갖고 있다고 말한다. 베네핏 보고서는 포괄적일 수 있고, '마케팅 브로슈어'로 여겨질 수도 있다.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 리더들은 베네핏 보고서에 대한 정부 감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프는 미국 대부분의 주가 보고의 질적 기준을 엄격하게 요구하지 않으며, '보고를 무시한' 베네핏 코퍼레이션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주들은 대응책으로 이사 및 임원의 행동이 의심스러울 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도프는 소송이 기업가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사회적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베네핏의 강제적 절차benefit enforcement proceedings'가 갖는 단점도 언급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이사 및 임원의 결정을 좌우하는 법적 기준은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지, 무관심한지, 선의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이다. 만약 목적에 대한 약속이 모호하고, 균형 의무가 큰 재량권을 부여한다면, 이 법적 기준은 쉽게 충족될 수 있다. 기업의 리더들이 법적 기준을 준수하며 결정을 내린다면, 그들은 이기적인 행동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도프는 이러한 기회주의적 행태가 기업의 베일 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목적 세탁이 발생한다고 분명히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에 더 많은 값을 지불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는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마케팅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은 이사 및 임원이 긍정적인 대중 인식을 악용해 기업의 자산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데 취약하다.


도프는 이사 및 임원들이 지금의 법적 구조 안에서 목적 세탁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목적 의무를 보다 정교하게 정의하고 목적과 이윤을 균형있게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한다. 이 전략은 이론적으로 목적 세탁을 하는 기업가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기업에 요구 사항을 강제하기 위해 주 의회가 법률을 개정하는 '의무 계획mandatory scheme' 대신 자발적 계약 이행voluntary contractual implementation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도프는 이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지만, 주 의회가 베네핏 코퍼레이션 법안을 개정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계약적 접근을 선호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10년 메릴랜드에서 최초로 관련 법령이 제정된 이후부터 주 의회들은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공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계속적인 제도적 공백은 도프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렇긴 하지만, 도프가 제안하는 '최소 기준, 트레이드오프의 비율, 제약 조건에 대한 극대화'도 꽤 탄탄한 전략이다. 내규나 정관의 조항을 통해 이러한 전략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조합을 의무화하고,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계획을 대중에게 공개하면 그것이 주장하는 목적성은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계획이 구체적일 땐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목적'이 무엇을 수반하는지, 이사와 임원이 목적과 이익을 어떻게 조화롭게 추구하는지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모호한 균형 의무와 느슨한 법적 요건을 가진 목적 정의는 보완될 수 있다. 도프가 언급했듯, '목표가 구체적이고 세부적일수록, 측정이 정확하고 검증 가능할수록 기업 리더의 목적 세탁을 제약하는 힘도 더 커질 것'이다.


중요한 점은 도프가 이러한 전략이 목적 세탁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들은 '베네핏 코퍼레이션의 창의력'을 '자극'해 다른 전략들을 도출해도록 하려는 밑그림에 불과하다. 베네핏 코퍼레이션 관련 지식에 익숙한 독자들도 이러한 계약 이행 전략은 접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략들은 기존 연구에 새롭고, 더 탐구할만한 무언가를 더해준다.


그러나 도프가 제안한 혁신적인 계약 전략이 실제로 의미가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비관적이다. 이러한 비관론은 필자가 글을 쓰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유럽의 사회적 기업법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의 사회적 기업은 엄격한 규제를 받으며 활동하기 때문에 대중은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규제란 많을수록 좋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베네핏 코퍼레이션 운동의 운명은 계약을 통해 움직이는 기업가와 투자자에게 달려 있을지 모른다. 계약에 의한 자율 규제는 필자의 생각과 맞지 않지만, 이 책은 이타적인 기업가와 투자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익 이외의 가치도 중시하는 투자자profit-plus investors'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 글을 마치기 전 필자가 가진 아쉬움을 하나 밝히고 싶다. 이 책은 주주들, 특히 벤처캐피탈 펀드가 '목적 세탁에 관심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실증연구의 결과를 자세히 다룬다. 그러나 도프는 이에 대한 이론적인 함의를 검토하지 않았고, 이사 및 임원들에게 제안한 것과 같이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모든 이사와 임원이 목적에 따른 약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완벽한 세상에서도, 돈을 쫓는 주주가 자신의 지배권을 이용해 약속을 어기는 일은 막지 못할 것이다. 도프가 이기적인 주주의 탈주에 대한 대비책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이 책이 다소 완결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핏 코퍼레이션 되기>는 훌륭한 저작이며, 베네핏 코퍼레이션이 가진 장단점을 명확히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책이다. 물론 필자는 계속해서 베네핏 코퍼레이션 비판론자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필자를 일정 부분 납득시켰다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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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 Liptrap 

J. S. 립트랩은 퀸니피약 대학교(Quinnipiac University) 로스쿨의 법률 연구 지도 부교수이며 법률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