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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벽,
그 너머로
2023-1
MARTHA LUCY
Summary. 반즈 재단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교육적 미션을 확장하고 새로운 대상에게 다가가고 있다.
반즈 재단은 진보적인 교육 미션을 가진 세계적 수준의 예술품 수집 기관이다. 재단의 설립자이자 필라델피아의 과학자였던 수집가 알버트 반즈Albert C. Barnes는 예술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엘리트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예술을 배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그러한 배움이 가능한 곳으로 반즈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로 미술관을 채웠다. 그리고 1925년 첫 학생들을 받았는데, 그들중 대부분은 공장 노동자였다. 예술 수업은 미술관 전시실에서 진행됐고, 학생들은 접이식 나무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전시실 벽에는 반즈가 직접 배치한 세계 각지의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프랑스의 현대미술 작품, 아프리카의 조각품, 중세시대의 트립티크, 스파츌라나 경첩 같은 평범한 가정용품 등 역사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작품들이 벽을 촘촘히 채웠다. 강의는 예술이나 세계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철저히 시각적 분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1951년에 그가 사망하기 전, 그의 예술품 배치 방식이 절대 바뀌지 않도록 재단 내규를 만들었는데, 내규는 작품의 분류가 반즈의 설계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작품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전시실 벽에 붙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었다.
10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설립자의 미션을 크게 확장했다. 반즈 재단은 현재까지도 전시실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강의의 수와 다양성을 키워 왔다. 재단은 소외된 커뮤니티와 필라델피아 공립학교의 유치원 및 초중등 학생들에게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예술 컬렉션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부서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물리적 공간의 한계로 인해 제약을 받기도 했다. 반즈 전시관은 다른 도시의 박물관들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아, 운영 시간에 학교 그룹을 수용하거나 증가하는 성인 수업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시실들이 소수의 인원만을 수용할 수 있어, 아프리카 조각품 같은 컬렉션 일부는 강의에 포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즈의 ‘작품 설명 금지’ 정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방문객에게 컬렉션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을까?
기술 포용
클라우드 기술은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현장에서 그리고 가상의 공간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7년, 우리는 반즈 포커스Barnes Focus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AWS를 활용해 전시실 벽에 라벨과 설명을 붙이지 않고, 컬렉션에 대한 역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방문객이 작품 앞에 핸드폰을 위치시키기만 하면 앱은 즉시 예술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 연도, 간략한 배경 설명을 보여준다. 정교하고 간편한 이 앱은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이용률이 80%가 넘고, 연구팀이 내용을 추가하거나 수정하기에도 용이하다. 현재 이 앱을 통해 이용자는 800개의 설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즈 미술관의 제한된 물리적 공간을 고려하면 관람객을 어떻게 증가시킬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2019년에 우리는 성인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가상 강의실은 우리가 더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반즈 미술관의 컬렉션이 이동할 수 없다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디지털 이미지로 미술을 가르치는 것은 강사들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었다.
우리는 철학적 딜레마와 씨름을 하기도 했다. 가상 공간에서 가르치며 사람들을 실제 예술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느꼈다. 결국 예술 작품에는 철학자 월터 벤자민Walter Benjamin이 정의한 것과 같은 아우라 혹은 복제로 담지 못하는 독특함이 있고, 이것은 직접 감상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박물관은 방문객에게 아우라의 즐거움과 그들 앞에 있는 작품이 예술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때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박물관이 가상 학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실의 물리적 작품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민주적인 잠재력을 가진 온라인 형식과 예술 작품 연구에 전념해 온 재단 본연의 역할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1년이 지난 2020년에는 이런 이론적 질문이 덜 중요해졌다. 그해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즈 재단도 다른 기관들처럼 문을 닫고, 모든 현장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우리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되던 성인 수업 몇 개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겼는데, 이는 대규모의 작업이었다. 반즈 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들이 전시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학습을 한 것이다. 3개월 후에 진행된 만족도 조사를 통해 그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응답자 중 94% 이상이 대유행 이후에도 온라인 강의를 계속 수강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등록자 수는 세 배 증가했다.
온라인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는 부분적으로 기술이 주는 경험 덕분이었다. 집에서 원격으로 가르치는 강사들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확대된 이미지들을 활용해 학생들이 반즈 컬렉션의 예술 작품들을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확대 기술은 사용자가 이미지를 인치 단위로 살펴볼 수 있게 해, 캔버스의 거친 질감이나 심지어 붓이 표면의 작은 돌기에 걸린 모습까지 보여준다. 인상주의 작품에서는 붓질이 움직이고 서로 엇갈려 다른 색깔과 함께 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의미 있는 학습을 위해 예술의 물리적 실체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예술 작품의 물리적 아우라보다 작품 그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예술 작품을 새롭고 계시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를 계속한다면, 반즈 전시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담고 싶었다. 재단의 IT, 시청각 팀은 카메라가 탑재된 이동식 카트를 개발해 작품들의 확대된 이미지와 전시실에 있는 강사의 라이브 영상을 번갈아 볼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공간감을 갖고, 전통적이지 않은 작품 분류를 경험할 뿐 아니라, 직접 볼 수 없는 작품의 디테일까지 볼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기술은 제한된 공간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강사와 시청각 기술자들만 있다면 우리는 이제 아프리카 컬렉션 전시실에서도 수백 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
가상 교육
코로나 팬데믹은 K-12(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의) 대상 프로그램을 가로막았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만 천명 이상의 학생과 교사가 갤러리에 방문하는 대규모의 지원 사업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문이 연기되면서 재단은 반즈 예술 어드벤쳐Barnes Art Adventures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전 세계의 예술을 학습하면서 작품을 탐구하고 만들어 보게 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소통형 프로그램이다. 성인 수업과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의 강사들은 확대 기술을 활용해 학습자들이 세분화된 수준에서 예술에 노출되도록 한다. 반즈 예술 어드벤쳐는 2020~2021학년도에 학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주요 서비스가 되었고, 현장 프로그램과 함께 계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가상 K-12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고자 재단의 IT 부서는 AWS와 함께 맞춤형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수의 파트너 학교를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간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효율성은 우리와 같은 작은 조직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줌 회의실 속 가상의 현장 체험학습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카메라 켜기, 마이크 끄기' 모델을 뒤집어, 학생들이 채팅창을 통해 메시지를 적거나 맞춤형으로 제작된 예술 이모지를 이용해 스스로를 표현하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영상 피드에 업데이트되는 여론 조사 기능을 활성화하기도 했다.
반즈 예술 어드벤쳐의 초기 데이터상으로는 활동적인 학생들의 참여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나며, 현장 학습과 비교해 훨씬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순차적으로 참여가 이뤄지는 전통적인 교실 수업과 다르게 학생들이 동시에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참여를 꺼리는 학생들도 채팅창에서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더 커지기도 한다. 한 번은 2~4학년 학생 240명이 참여한 반즈 예술 어드벤쳐에서 강사가 던진 질문과 메시지에 대해 학생들이 800개 이상의 반응을 남긴 적도 있다.
접근성 확대
클라우드 기술의 영향을 받는 통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학생의 수다. 2020~2021학년도에는 여섯 개 주에 걸쳐 예비 유치원생부터 8학년까지의 학생 16,600명에게 반즈 예술 어드밴쳐를 제공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40% 증가한 수치였다. 성인 강좌 등록 수는 2019년 1,195명에서 세 배 이상 증가해, 2020년과 2021년 모두 3,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성인 강좌로 벌어들인 수익 또한 2019년 20만 달러에서 2020년에는 60만 달러 이상으로 세 배 증가했다.
성인 강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학생층을 다양하게 하는 것인데, 클라우드 기술은 몇 가지 방법으로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온라인 강의에서 창출된 새로운 수입은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여러 금액대의 장학금으로 더 많이 활용되었다. 2019년에는 장학금을 100회 제공했는데 2020년에는 253회, 2021년에는 378회 제공했다. 더 즉각적인 두 번째 방법은 이 기술을 통해 접근성을 저해하는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한 학생이 반즈 미술관에 방문하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 올 수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리적 장벽을 없앤 이후 그녀는 가상으로 전시관을 관람하고 프랑스 예술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에 대한 열띤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지리적 접근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48개 주와 8개 국가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은 설립자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들로 반즈 재단의 교육 이념을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했다. 가상 공간은 새롭고 다양한 대상들을 접하게 했다. 장애가 있거나 필라델피아까지 올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전시관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미술관 입장에 대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장벽을 가진 소외된 커뮤니티나 개인들은 미술관이 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실제 미술관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가상 형식은 더 환영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반즈 재단은 클라우드를 활용해 이룬 성공을 계속해서 발전시킬 것이다. 반즈 재단은 AWS 이매진AWS IMAGINE의 보조금과 예술과 유산을 위한 퓨센터the Pew Center for Arts and Heritage의 지원으로 디지털 예술교육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핵심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2023년 초에 런칭될 이 플랫폼은 화면 공유 모델에서 벗어나 예비 유치원생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 및 성인 학습자에게 더 몰입감 있는 상호경험을 제공한다. 완료된 강좌를 검색할 수 있는 자료실과 전시실 내부의 360도 파노라마 뷰, 실시간 및 비실시간 송출 모드를 제공해 학생들이 학습 경험 안에서 주도성과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예술교육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에 기반하며, 전체 연령대 학습자들의 수요와 동기에 기초하고 있다. 반즈 재단은 이 새로운 플랫폼이 디지털 예술교육 분야의 주요한 혁신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다른 기관들에 의해 재창조도 이루어질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은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누구나 예술을 학습할 기회를 열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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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HA LUCY
마사 루시는 미술사학자이면서 반즈 재단의 부국장으로 연구, 해설,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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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임팩트 · 교육 · 기술
전시실 벽,
그 너머로
2023-1
MARTHA LUCY
Summary. 반즈 재단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교육적 미션을 확장하고 새로운 대상에게 다가가고 있다.
반즈 재단은 진보적인 교육 미션을 가진 세계적 수준의 예술품 수집 기관이다. 재단의 설립자이자 필라델피아의 과학자였던 수집가 알버트 반즈Albert C. Barnes는 예술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엘리트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예술을 배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그러한 배움이 가능한 곳으로 반즈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로 미술관을 채웠다. 그리고 1925년 첫 학생들을 받았는데, 그들중 대부분은 공장 노동자였다. 예술 수업은 미술관 전시실에서 진행됐고, 학생들은 접이식 나무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전시실 벽에는 반즈가 직접 배치한 세계 각지의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프랑스의 현대미술 작품, 아프리카의 조각품, 중세시대의 트립티크, 스파츌라나 경첩 같은 평범한 가정용품 등 역사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작품들이 벽을 촘촘히 채웠다. 강의는 예술이나 세계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철저히 시각적 분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1951년에 그가 사망하기 전, 그의 예술품 배치 방식이 절대 바뀌지 않도록 재단 내규를 만들었는데, 내규는 작품의 분류가 반즈의 설계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작품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전시실 벽에 붙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었다.
10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설립자의 미션을 크게 확장했다. 반즈 재단은 현재까지도 전시실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강의의 수와 다양성을 키워 왔다. 재단은 소외된 커뮤니티와 필라델피아 공립학교의 유치원 및 초중등 학생들에게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예술 컬렉션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부서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물리적 공간의 한계로 인해 제약을 받기도 했다. 반즈 전시관은 다른 도시의 박물관들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아, 운영 시간에 학교 그룹을 수용하거나 증가하는 성인 수업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시실들이 소수의 인원만을 수용할 수 있어, 아프리카 조각품 같은 컬렉션 일부는 강의에 포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즈의 ‘작품 설명 금지’ 정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방문객에게 컬렉션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을까?
기술 포용
클라우드 기술은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현장에서 그리고 가상의 공간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7년, 우리는 반즈 포커스Barnes Focus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AWS를 활용해 전시실 벽에 라벨과 설명을 붙이지 않고, 컬렉션에 대한 역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방문객이 작품 앞에 핸드폰을 위치시키기만 하면 앱은 즉시 예술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 연도, 간략한 배경 설명을 보여준다. 정교하고 간편한 이 앱은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이용률이 80%가 넘고, 연구팀이 내용을 추가하거나 수정하기에도 용이하다. 현재 이 앱을 통해 이용자는 800개의 설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즈 미술관의 제한된 물리적 공간을 고려하면 관람객을 어떻게 증가시킬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2019년에 우리는 성인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가상 강의실은 우리가 더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반즈 미술관의 컬렉션이 이동할 수 없다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디지털 이미지로 미술을 가르치는 것은 강사들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었다.
우리는 철학적 딜레마와 씨름을 하기도 했다. 가상 공간에서 가르치며 사람들을 실제 예술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느꼈다. 결국 예술 작품에는 철학자 월터 벤자민Walter Benjamin이 정의한 것과 같은 아우라 혹은 복제로 담지 못하는 독특함이 있고, 이것은 직접 감상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박물관은 방문객에게 아우라의 즐거움과 그들 앞에 있는 작품이 예술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때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박물관이 가상 학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실의 물리적 작품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민주적인 잠재력을 가진 온라인 형식과 예술 작품 연구에 전념해 온 재단 본연의 역할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1년이 지난 2020년에는 이런 이론적 질문이 덜 중요해졌다. 그해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즈 재단도 다른 기관들처럼 문을 닫고, 모든 현장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우리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되던 성인 수업 몇 개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겼는데, 이는 대규모의 작업이었다. 반즈 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들이 전시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학습을 한 것이다. 3개월 후에 진행된 만족도 조사를 통해 그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응답자 중 94% 이상이 대유행 이후에도 온라인 강의를 계속 수강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등록자 수는 세 배 증가했다.
온라인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는 부분적으로 기술이 주는 경험 덕분이었다. 집에서 원격으로 가르치는 강사들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확대된 이미지들을 활용해 학생들이 반즈 컬렉션의 예술 작품들을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확대 기술은 사용자가 이미지를 인치 단위로 살펴볼 수 있게 해, 캔버스의 거친 질감이나 심지어 붓이 표면의 작은 돌기에 걸린 모습까지 보여준다. 인상주의 작품에서는 붓질이 움직이고 서로 엇갈려 다른 색깔과 함께 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의미 있는 학습을 위해 예술의 물리적 실체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예술 작품의 물리적 아우라보다 작품 그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예술 작품을 새롭고 계시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를 계속한다면, 반즈 전시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담고 싶었다. 재단의 IT, 시청각 팀은 카메라가 탑재된 이동식 카트를 개발해 작품들의 확대된 이미지와 전시실에 있는 강사의 라이브 영상을 번갈아 볼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공간감을 갖고, 전통적이지 않은 작품 분류를 경험할 뿐 아니라, 직접 볼 수 없는 작품의 디테일까지 볼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기술은 제한된 공간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강사와 시청각 기술자들만 있다면 우리는 이제 아프리카 컬렉션 전시실에서도 수백 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
가상 교육
코로나 팬데믹은 K-12(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의) 대상 프로그램을 가로막았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만 천명 이상의 학생과 교사가 갤러리에 방문하는 대규모의 지원 사업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문이 연기되면서 재단은 반즈 예술 어드벤쳐Barnes Art Adventures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전 세계의 예술을 학습하면서 작품을 탐구하고 만들어 보게 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소통형 프로그램이다. 성인 수업과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의 강사들은 확대 기술을 활용해 학습자들이 세분화된 수준에서 예술에 노출되도록 한다. 반즈 예술 어드벤쳐는 2020~2021학년도에 학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주요 서비스가 되었고, 현장 프로그램과 함께 계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가상 K-12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고자 재단의 IT 부서는 AWS와 함께 맞춤형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수의 파트너 학교를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간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효율성은 우리와 같은 작은 조직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줌 회의실 속 가상의 현장 체험학습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카메라 켜기, 마이크 끄기' 모델을 뒤집어, 학생들이 채팅창을 통해 메시지를 적거나 맞춤형으로 제작된 예술 이모지를 이용해 스스로를 표현하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영상 피드에 업데이트되는 여론 조사 기능을 활성화하기도 했다.
반즈 예술 어드벤쳐의 초기 데이터상으로는 활동적인 학생들의 참여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나며, 현장 학습과 비교해 훨씬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순차적으로 참여가 이뤄지는 전통적인 교실 수업과 다르게 학생들이 동시에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참여를 꺼리는 학생들도 채팅창에서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더 커지기도 한다. 한 번은 2~4학년 학생 240명이 참여한 반즈 예술 어드벤쳐에서 강사가 던진 질문과 메시지에 대해 학생들이 800개 이상의 반응을 남긴 적도 있다.
접근성 확대
클라우드 기술의 영향을 받는 통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학생의 수다. 2020~2021학년도에는 여섯 개 주에 걸쳐 예비 유치원생부터 8학년까지의 학생 16,600명에게 반즈 예술 어드밴쳐를 제공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40% 증가한 수치였다. 성인 강좌 등록 수는 2019년 1,195명에서 세 배 이상 증가해, 2020년과 2021년 모두 3,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성인 강좌로 벌어들인 수익 또한 2019년 20만 달러에서 2020년에는 60만 달러 이상으로 세 배 증가했다.
성인 강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학생층을 다양하게 하는 것인데, 클라우드 기술은 몇 가지 방법으로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온라인 강의에서 창출된 새로운 수입은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여러 금액대의 장학금으로 더 많이 활용되었다. 2019년에는 장학금을 100회 제공했는데 2020년에는 253회, 2021년에는 378회 제공했다. 더 즉각적인 두 번째 방법은 이 기술을 통해 접근성을 저해하는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한 학생이 반즈 미술관에 방문하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 올 수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리적 장벽을 없앤 이후 그녀는 가상으로 전시관을 관람하고 프랑스 예술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에 대한 열띤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지리적 접근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48개 주와 8개 국가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은 설립자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들로 반즈 재단의 교육 이념을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했다. 가상 공간은 새롭고 다양한 대상들을 접하게 했다. 장애가 있거나 필라델피아까지 올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전시관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미술관 입장에 대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장벽을 가진 소외된 커뮤니티나 개인들은 미술관이 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실제 미술관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가상 형식은 더 환영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반즈 재단은 클라우드를 활용해 이룬 성공을 계속해서 발전시킬 것이다. 반즈 재단은 AWS 이매진AWS IMAGINE의 보조금과 예술과 유산을 위한 퓨센터the Pew Center for Arts and Heritage의 지원으로 디지털 예술교육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핵심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2023년 초에 런칭될 이 플랫폼은 화면 공유 모델에서 벗어나 예비 유치원생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 및 성인 학습자에게 더 몰입감 있는 상호경험을 제공한다. 완료된 강좌를 검색할 수 있는 자료실과 전시실 내부의 360도 파노라마 뷰, 실시간 및 비실시간 송출 모드를 제공해 학생들이 학습 경험 안에서 주도성과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예술교육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에 기반하며, 전체 연령대 학습자들의 수요와 동기에 기초하고 있다. 반즈 재단은 이 새로운 플랫폼이 디지털 예술교육 분야의 주요한 혁신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다른 기관들에 의해 재창조도 이루어질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은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누구나 예술을 학습할 기회를 열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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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HA LUCY
마사 루시는 미술사학자이면서 반즈 재단의 부국장으로 연구, 해설,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