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일반]급진적으로 포용적인 체인지 메이킹과 그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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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북 리뷰 : <체인지메이커 되기>

급진적으로 포용적인
체인지메이킹과 그 한계

2023-1


REVIEW BY ALBERTO ALEMANNO



Summary.  알렉스 부닥(Alex Budak)의 저서 <체인지메이커 되기>는 이미 광범위한 체인지메이킹의 개념을 더 확장한다. 



<체인지메이커 되기: 모든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실행 가능하고 포괄적인 가이드>

알렉스 부닥, 304쪽, 밸런스, 2022년


아쇼카의 설립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은 1981년 ‘체인지메이커’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선도했다. 이 용어는 광범위한 사회혁신가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후 문화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동사 형태인 ‘체인지메이킹’은 고장난 시스템을 고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활동으로, 다양한 주체들을 연합시킬 수 있는 초당파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용어는 현재 모든 분야에 걸쳐 보편화되어 그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체인지메이커란 정확히 무엇일까? 어떤 종류의 리더십을 말하는 것일까? 변화를 주도하는 일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일까? 


사회적기업가 알렉스 부닥은 그의 저서 <체인지메이커 되기 : 모든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실행 가능하고 포괄적인 가이드Becoming a Changemaker: An Actionable, Inclusive Guide to Leading Positive Change at Any Level >에서 제목 그대로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신선하면서도 복음주의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헨리 드 시오Henry De Sio의 <체인지메이커 플레이북Changemaker Playbook>, 베벌리 슈워츠Beverly Schwartz의 <리플링: 사회적 기업가가 혁신을 일으키는 방법Rippling: How Social Entrepreneurs Spread Innovation> 등 이 주제에 관해 이미 출간된 많은 책과 비교해 볼 때, 부닥이 이 분야에 미친 가장 대담한 업적은 체인지메이커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부닥에게 체인지메이커란 ‘자신이 있는 곳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며, ‘사회적 도전의 제약을 훨씬 뛰어넘어‘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부닥은 체인지메이커를 소셜섹터를 뛰어넘는 개념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이미 광범위한 개념을 ‘급진적으로 포용적인‘ 정의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그는 직위, 성격, 인종, 성별, 나이,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체인지메이킹이 더 이상 사회적기업가들만의 전유물로 남아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체인지메이킹은 운동선수, 간호사, 정치인, 예술가, 비영리활동가 등 모든 직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 규모, 변화의 범위에서 일어날 수 있다. 스콜재단Skoll Foundation, 에코잉 그린Echoing Green, 오미디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 같은 대규모 조직에서도 기업 및 정부 내부 기업가를 위한 '체인지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부닥은 여기서 더 나아가 ‘포용적 체인지메이킹‘을 통해 한계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체인지메이킹의 목적(사회적 차원을 넘어서는)과 수단(기업가 정신을 넘어서는)에 대한 폭넓은 관점은 지난 10년간 체인지메이커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백 개의 조직과 개인을 지원해 온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은 저자 부닥의 체인지메이킹 실행 경험뿐 아니라 저자가 진행한 UC버클리 하스Haas 경영 대학의 인기 있는 학부 과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은 노벨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부터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의 설립자 벤 래트레이Ben Rattray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체인지메이킹의 거장들이 초빙 강사로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체인지메이커 되기>는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파트는 체인지메이킹의 필수 요소인 마인드셋, 리더십, 행동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부 ‘체인지메이커의 마인드셋’에서는 분야와 관계없이 성공적인 체인지메이커들이 공유하는 태도, 특성, 행동에 대해 소개한다. 부닥은 최신 리더십 및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체인지메이커 마인드셋의 필수 구성 요소를 추려냈는데, 현재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부터 학습된 낙관주의를 통해 좌절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것, 사람들이 한쪽으로 갈 때, 그 반대쪽으로 가는 것, 상상력을 동원해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미래를 그리는 것 등이 그것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한 다음 단계로, 체인지메이커 마인드셋을 기르는 방법을 넘어 이 마인드셋이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수용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본다. 부닥은 이것을 ‘체인지메이커 리더십’이라고 부르며,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체인지메이커의 리더십 스타일은 협력적이고, 포용적이며, 행동 지향적이고, 실험적인 것이 특징이다. 관계를 파트너들 간의 네트워크로 인식하기 때문에 모든 행위자들 사이에 신뢰 및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정적으로 체인지메이커의 리더십 스타일은 위계적인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체인지메이커는 권력으로 통제하거나, 권력을 무기로 삼지 않고 채널링channeling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부닥의 메세지는 퍼포스Purpose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 제레미 하이먼스Jeremy Heimans와 기빙투스데이#Giving Tuesday의 창립자 헨리 팀스Henry Timms의 2018년 저서 <새로운 권력New Power>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질투에 둘러싸여 있고, 접근할 수 없으며, 리더 중심인 '낡은 권력'과 막힘없이 흐르고, 동료 중심인 '새로운 권력'을 구분한다. 그러나 부닥은 신구 권력 간의 싸움과 균형이 앞으로의 사회와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한 특징이 될 것이라는 점, 즉 낡은 권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사라질 수 없다는 중요한 경고를 간과하고 있다.


내적 변화와 리더십 철학, 실천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파트인 '체인지메이커의 행동‘에 이르게 된다. 부닥은 여기서 비영리 이니셔티브, 사내 기업가정신, 예술적 시도, 표준 기업가정신 등 체인지메이커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검토한다. 그는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해 실천 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신속하게 테스트하는 영리 섹터의 린스타트업 방법론이나 비영리 섹터의 변화이론 모델 등을 활용해, 변화 노력의 목표와 변화의 이유 및 방식을 파악하도록 한다. 부닥은 이러한 방법론을 혼합하고 조합해 ‘체인지메이커 캔버스‘라는 한 장짜리 분석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데, 체인지메이커 캔버스는 사업 계획이라는 구식 개념을 전략으로 전환하여 체인지메이커가 변화 이니셔티브를 시도하고 이를 관리하기 쉬운 작은 블럭들로 세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단순한 분류 체계를 거부한다. 이 책은 체인지메이커 지망생을 위한 재미있는 일화 모음집일까? 방법론 매뉴얼이나 리더십 동기 부여를 위한 자기계발서일까? 아니면 자서전일까? <체인지메이커 되기>는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이 사회혁신에 대한 입문서는 아니다. 이 책은 학계를 넘어 오랜 기간 접근이 어려웠던 분야를 연결함으로써 심리학에서 행동과학, 의사결정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주요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대중화한다. 이 책은 최신 사회과학 이론으로 뒷받침되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DIY 팁을 결합해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에게 체인지메이킹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닥은 독자들에게 자가진단 도구인 체인지메이커 지표를 제공한다. 이는 학습과 인생 여정 전반에 걸쳐 체인지메이커로서 개인의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25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표에서 얻는 정보는 ‘몇 주 만에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령, 성별, 인종 같은 변수를 통제하면 누구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닥이 평가에 사용한 데이터가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대학생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결론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한편, 이 도구는 체인지메이커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십 개의 자선단체와 기타 사회변화 조직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렇다면, '누구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부닥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을까? 다르게 말하면, 고질적인 글로벌 불평등과 기타 구조적 불공정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누구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까? 


부닥은 체인지메이킹을 사회적 권력관계의 재구성을 수반하는 집단적 과정으로 보는 대신 삶의 질이나 양을 소폭 개선하려는,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시도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접근 방식 때문에 <체인지메이커 되기>는 민주적 변화, 정의, 형평성과 관련된 복잡하고 체계적인 문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우회하며, 특히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체인지메이킹 리더십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타인에게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이 책은 기존의 사회혁신 연구들과 달리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과 제도를 무시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종종 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닥은 ‘우리를 넘어서는 구조적 장벽‘의 존재에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그러한 장벽을 극복할 책임을 ‘우리 각자에게 맞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또 만들어야 하는‘ 체인지메이커 개인에게 부과한다. 평등주의적이고 급진적으로 포용적인 체인지메이킹 개념을 강조하고 상호 협력을 강조하는 리더십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부닥의 체인지메이커는 헤라클레스처럼 등장한다. 분권적이고 협력적인 체인지메이킹 리더십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과 일치하기 어려운 이 결말은 더 큰 의문을 제기한다. 체인지메이킹은 학습될 수 있고,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다는 부닥의 전제를 수용하더라도 이 단순한 방법론으로(한 사람이 한 가지 방법으로) 오늘날의 도전 과제에 맞설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변화의 유일한 주체로 체인지메이커의 고유성을 찬양하는 것과 체인지메이커가 누구인지 분명히 이해하고 민주화하려는 노력 사이의 긴장이 지속된다. 이러한 긴장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호하고 불명확한 특성에 의해 더욱 고조된다. 이 책은 요구되는 변화의 규모나 범위('긍정적'이라는 전제하에)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지속가능성, 정의, 평등과 같은 도덕적 원칙이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


부닥은 자신의 이념을 강요하는 대신 누구나 체인지메이커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툴킷을 제시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라는 용어의 사용을 둘러싼 모호함은 이러한 중요한 개념을 무의미하게 만들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스템과 제도를 비판할 수 있는 근거들을 배제함으로써 <체인지메이커 되기>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진공 상태에서 변화를 일궈내는 영웅 같은 개인들이 가득한 곳으로 그릴 위험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현상유지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체인지메이킹의 본질에도 어긋나지 않을까?


필자는 포용적 체인지메이킹이 전통적인 목적(사회적 측면)과 수단(기업가 정신)을 뛰어넘어 본질적으로 더 규범적이며 맥락에 맞는 지침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떻게' 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왜'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체인지메이킹 리더십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타인에게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여전히 양가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체인지메이커 되기>는 더 넓은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체인지메이킹이 사회적기업가정신의 경계를 뛰어넘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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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O ALEMANNO

알베르토 알레마노(ALBERTO ALEMANNO)는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 장 모네(Jean Monnet) 법학 교수이자 ‘더 굿 로비(The Good Lobby)’의 설립자이다. 또한 <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 당신의 목소리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Lobbying for Change: Find Your Voice to Create a Better Society)>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