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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은 결코 쉽지 않다
2018-1
MARILYN HARRIS
Summary. 섹터간 협업은 참여자의 이해관계, 기대, 권력 관계가 상충될 때 무너질 수 있다.
사회학 및 조직론 연구가들은 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섹터 간 협업 모델을 연구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협업 프로젝트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섹터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기관들이 협업 프로젝트에 쉽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뉴욕대학교의 앤-로어 파야드 교수와 베스 베키 교수는 두 종류의 다른 그룹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협업하는 2년짜리 개발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이해관계, 기대수준, 역학구조 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들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유사한 파트너십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기법을 적용하여 대규모의 국제적 지원을 위한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인간 중심 디자인이란 단순히 최종 사용자들을 위한 솔루션이 아닌, 최종 사용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솔루션 기획을 추구한다. 디자인・이노베이션 컨설팅 기업인 아이디아AIDIA 산하 비영리조직인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AIDIA Social Impact’는 2014년 자신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노베이션 챌린지’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여성의 안전에 중점을 두고, 도시 저소득층 여성과 소녀들의 임파워먼트를 가능케 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 솔루션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경진대회에서 우승은 미국 기반의 대학생 조직으로 이루어진 팀, ‘체인지메이커스’가 차지했다. 이들은 여성협동조합을 통해 한 커뮤니티 내의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고, 다른 커뮤니티의 여성들과 연계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컨시어지community concierge’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할 파트너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빈민가의 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펀딩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네팔 기반의 NGO인 ‘우먼 임파워드Women Empowered’와 협업하게 되었다(연구에 나오는 모든 개인과 조직은 가명임).
두 기관은 경진대회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원격으로 만났다. 수개월간의 원격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원들은 지역사회 기반의 액션, 트레이닝, 인간중심 디자인 접근법 등에 대한 공동 관심사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보였다.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금 펀딩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그 무렵 이 실험은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잠시 중단되었는데, 이는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측에서 펀드의 배분 전략, 우선순위, 그리고 디자인 지원방법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측의 새로운 담당자가 체인지 메이커스 역시 아이디어 기획자 및 협력 파트너로서 후원금의 일부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처음에는 우먼 임파워드가 후원금 전액을 받는 것으로 결정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담당자는 체인지 메이커스 측에 직접 현장에 참여할 것을 지급조건으로 요구했다. 파야드 교수는 “원래의 계획대로 사업의 진행 단계마다 후원금 관련사항을 결정해 나가는 구조를 유지했다면 기관 간에 보다 많은 대화가 가능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먼 임파워드는 바뀐 정책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6개월 동안 더 많은 혼란이 있었다. 우먼 임파워드의 주요 프로젝트 인력이 바뀌었고,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의 디자이너가 체인지 메이커스와 함께 개최한 이틀짜리 워크숍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파야드와 베키 교수는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디자이너팀은 체인지 메이커스가 제시한 우수한 아이디어에 대해 그저 피상적인 지식을 가졌을 뿐이었습니다. 더구나 디자이너팀은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체인지 메이커스의 관점에서 보기에 우먼 임파워드의 간부진은 인간 중심 디자인 기반 프로젝트 진행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우먼 임파워드가 기획 과정에서부터 기존의 접근법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인간 중심 디자인 접근법에서 중시하는 것처럼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프로그램을 개선할 여지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라고 파야드 교수는 말했다. 이 부분에서 기관 간 갈등이 더욱 커졌다.
프로젝트 진행 대상 지역에 일어난 두 번의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더 지연되었다. 우먼 임파워드의 디렉터는 원래 계획대로 후원금 전부를 자신의 조직에서 집행하기 위해 체인지 메이커스와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모두에게 펀드를 요구하여 서로의 관계가 더욱 소원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두 기관에게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거부했다. 우먼 임파워드와 체인지 메이커스는 서로에게는 물론,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에 대 한 배신감을 느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빈민가의 여성들과 함께하는 일주일간의 워크숍을 진행한 체인지 메이커스의 자문교수와 3명의 학생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관여도가 매우 높고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워크숍이 가져온 긍정적 느낌은 그때뿐이었다. 우먼 임파워드는 남은 자금을 본인들이 원래 관심을 가졌던 농촌 지역과 관련된 사업에 사용했으며 인간 중심 디자인과는 무관한, 원래 일하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결국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었다.
밀라노에 위치한 뉴스쿨New School의 교육혁신 부학장 미셸 카하네는 “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투자자들이 기관 간 협업이 성공하길 바란다면, 강력한 협업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추가로 해야 합니다. 섹터 간 협업은 기획을 위한 초기투자 뿐 아니라 자본 투자와 협업을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무계획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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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HARRIS
메럴런 헤어리스(MARILYN HARRIS)는 기자,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 중 이다. 기술적인 자료를 온라인, 인쇄, 영상 매체 소비자들 을 위해 쉽게 번역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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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조직 · 거버넌스
협업은 결코 쉽지 않다
2018-1
MARILYN HARRIS
Summary. 섹터간 협업은 참여자의 이해관계, 기대, 권력 관계가 상충될 때 무너질 수 있다.
사회학 및 조직론 연구가들은 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섹터 간 협업 모델을 연구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협업 프로젝트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섹터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기관들이 협업 프로젝트에 쉽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뉴욕대학교의 앤-로어 파야드 교수와 베스 베키 교수는 두 종류의 다른 그룹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협업하는 2년짜리 개발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이해관계, 기대수준, 역학구조 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들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유사한 파트너십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기법을 적용하여 대규모의 국제적 지원을 위한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인간 중심 디자인이란 단순히 최종 사용자들을 위한 솔루션이 아닌, 최종 사용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솔루션 기획을 추구한다. 디자인・이노베이션 컨설팅 기업인 아이디아AIDIA 산하 비영리조직인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AIDIA Social Impact’는 2014년 자신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노베이션 챌린지’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여성의 안전에 중점을 두고, 도시 저소득층 여성과 소녀들의 임파워먼트를 가능케 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 솔루션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경진대회에서 우승은 미국 기반의 대학생 조직으로 이루어진 팀, ‘체인지메이커스’가 차지했다. 이들은 여성협동조합을 통해 한 커뮤니티 내의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고, 다른 커뮤니티의 여성들과 연계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컨시어지community concierge’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할 파트너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빈민가의 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펀딩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네팔 기반의 NGO인 ‘우먼 임파워드Women Empowered’와 협업하게 되었다(연구에 나오는 모든 개인과 조직은 가명임).
두 기관은 경진대회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원격으로 만났다. 수개월간의 원격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원들은 지역사회 기반의 액션, 트레이닝, 인간중심 디자인 접근법 등에 대한 공동 관심사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보였다.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금 펀딩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그 무렵 이 실험은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잠시 중단되었는데, 이는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측에서 펀드의 배분 전략, 우선순위, 그리고 디자인 지원방법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측의 새로운 담당자가 체인지 메이커스 역시 아이디어 기획자 및 협력 파트너로서 후원금의 일부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처음에는 우먼 임파워드가 후원금 전액을 받는 것으로 결정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담당자는 체인지 메이커스 측에 직접 현장에 참여할 것을 지급조건으로 요구했다. 파야드 교수는 “원래의 계획대로 사업의 진행 단계마다 후원금 관련사항을 결정해 나가는 구조를 유지했다면 기관 간에 보다 많은 대화가 가능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먼 임파워드는 바뀐 정책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6개월 동안 더 많은 혼란이 있었다. 우먼 임파워드의 주요 프로젝트 인력이 바뀌었고,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의 디자이너가 체인지 메이커스와 함께 개최한 이틀짜리 워크숍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파야드와 베키 교수는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디자이너팀은 체인지 메이커스가 제시한 우수한 아이디어에 대해 그저 피상적인 지식을 가졌을 뿐이었습니다. 더구나 디자이너팀은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체인지 메이커스의 관점에서 보기에 우먼 임파워드의 간부진은 인간 중심 디자인 기반 프로젝트 진행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우먼 임파워드가 기획 과정에서부터 기존의 접근법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인간 중심 디자인 접근법에서 중시하는 것처럼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프로그램을 개선할 여지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라고 파야드 교수는 말했다. 이 부분에서 기관 간 갈등이 더욱 커졌다.
프로젝트 진행 대상 지역에 일어난 두 번의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더 지연되었다. 우먼 임파워드의 디렉터는 원래 계획대로 후원금 전부를 자신의 조직에서 집행하기 위해 체인지 메이커스와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 모두에게 펀드를 요구하여 서로의 관계가 더욱 소원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두 기관에게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거부했다. 우먼 임파워드와 체인지 메이커스는 서로에게는 물론, 아이디아 소셜 임팩트에 대 한 배신감을 느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빈민가의 여성들과 함께하는 일주일간의 워크숍을 진행한 체인지 메이커스의 자문교수와 3명의 학생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관여도가 매우 높고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워크숍이 가져온 긍정적 느낌은 그때뿐이었다. 우먼 임파워드는 남은 자금을 본인들이 원래 관심을 가졌던 농촌 지역과 관련된 사업에 사용했으며 인간 중심 디자인과는 무관한, 원래 일하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결국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었다.
밀라노에 위치한 뉴스쿨New School의 교육혁신 부학장 미셸 카하네는 “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투자자들이 기관 간 협업이 성공하길 바란다면, 강력한 협업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추가로 해야 합니다. 섹터 간 협업은 기획을 위한 초기투자 뿐 아니라 자본 투자와 협업을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무계획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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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HARRIS
메럴런 헤어리스(MARILYN HARRIS)는 기자,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동 중 이다. 기술적인 자료를 온라인, 인쇄, 영상 매체 소비자들 을 위해 쉽게 번역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