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사회적 기업에게
필요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
2020-3
BEN POWELL
Summary. 임팩트 투자를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기업가가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OS 인터내셔널EOS International은 작지만 유망한 사회적 기업으로, 자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비영리단체는 1,200개 이상의 농촌 지역 사회와 협력해 중앙아메리카 전역에 살고 있는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지역 기업가들이 안전한 식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단체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평화 봉사단Peace Corps 자원봉사자였던 웨슬리 마이어는 소액의 투자를 받아 탈염소 키트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이를 수십 개의 지역사회에 재판매하면, 추가적으로 39,000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비록 자원이 극도로 부족한 커뮤니티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EOS는 마이어가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업 서비스 비용을 충분히 충당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보조금 외에, 임팩트 투자 또는 공익 목적의 민간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자본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마이어가 5만 달러 정도의 적당한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다. 또한 대부분은 이 정도 규모의 투자금 확보 기회를 찾는 데 드는 높은 비용에 대해 몹시 좌절하기도 한다. 임팩트 투자 분야는 아직 이같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 코로나 대유행이 영세기업들을 위협하기 이전에도, 임팩트 투자자들은 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사이 규모의 딜에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이와 같은 격차는 너무 잘 알려져, ‘잃어버린 중간층missing middle’이라고 불린다. 이런 기업은 소액금융을 통해 조달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 반면, 기존 은행을 통하기에는 너무 작은데,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이렇게 작은 규모의 딜에 필요한 각종 거래 비용, 즉 적합한 기업 발굴, 지원, 투자, 그리고 사후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딜 사이즈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본인들의 관심이 끌릴 만큼 기업의 매출, 자산 또는 사업 규모가 커질 때까지, 즉 다음 단계의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마일스톤은 초기 자본 지원이 없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보다 효율적인 투자 전략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인해 느꼈던 좌절감이 이젠 생존과 직결된 공포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극심한 경제 침체로 인해 수천 개에 달하는 사회적 기업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고,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제 막 생겨난 연약한 글로벌 생태계의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중간지원조직Entrepreneur Support Organizations, ESOs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전된 새로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모델이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해있다.
마이어가 펀드레이징을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월드 임팩트 재단World Impact Foundation 대표 사라 아그하 애쉬비는 또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월드임팩트 재단은 혁신적 금융을 통해 가난한 지역사회에 기초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데, 그녀는 촉매 자본이 필요한 기업을 찾고 있었다. ‘임팩트 우선주의’ 원칙 아래, 그녀는 기업이 조달된 자본을 임팩트 중심의 책임 수행과 사업 운영 강화를 위해 사용한다면 보조금 형태의 투자까지도 기꺼이 고려하고 있었다. 아그하 애쉬비는 기업으로 하여금 회수가능한 보조금recoverable grant funding을 전통적인 투자금처럼 사용하고 보고하는 역량을 제고하는 동시에, 향후 재단의 미래 투자를 위한 파이프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원했다.
필자가 이끄는 아고라 파트너십스Agora Partnerships는 기업가와 트레이너에게 컨설팅, 교육 및 투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우리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지역 내 사회적 기업에게 투자를 연결해주고 싶었다. 아고라 파트너십스는 월드 임팩트 재단과 함께 그리스 알파벳의 네 번째 글자이자, 수학 언어로는 변화를 상징하는 델타Delta라는 이름을 붙인 보조금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지금 사회적 기업들과 이 섹터 전체에게 필요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이다.
이해관계 일치
2016년 EOS는 사회적 기업의 역량 강화와 투자 유치를 위한 준비 지원, 그리고 이들이 창출하는 임팩트 제고를 위해 설계된 아고라의 임팩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EOS는 델타 투자를 받은 첫 번째 조직으로 선정됐다.
이 자금 조달 모델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첫째, 자금 제공자는 중간지원조직에게 세금 공제가 가능한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후 중간지원조직은 이 보조금을 자신이 구축한 투자 심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자금 제공자의 임팩트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에게 0% 이자율의 대출(기술적으로는 회수가능한 보조금)의 형태로 투자한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12개월에서 24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대출 상환에 실패하는 경우, 중간지원조직은 이를 보상할 법적 수단이나 담보는 없지만, 이는 중간지원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계산된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고, 손실을 입은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투자받은 기업이 대출 상환에 성공하는 경우, 투자자는 이에 따른 후속 투자를 진행한다. 이때 중간지원조직은 상환된 원금을 그대로 자사 내에 유보한 후, 모든 비영리 단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본인 ‘사용 제한이 없는 보조금unrestricted grant’의 형태로 전환해 필요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보상을 받는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임팩트 투자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기업가와 자금 제공자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의 관심을 촉진하고 이를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유망하다고 하겠다.
기업가Entrepreneurs | 신흥시장에서 활동하는 초기 단계 기업들 중 특히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UN SDGs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접근 가능하면서도 벤처캐피털의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하는 것처럼 리스크를 감안한 높은 재무적 수익을 요구하지 않는 자본을 필요로 한다. 아고라의 네트워크 내에 있는 기업들 중, 저소득층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23개의 소규모 기업에게 이와 같은 자본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물었을 때, 무려 20개 기업이 48시간 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0% 이자율 대출은 기업가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이는 기업가에게 투자자와 중간지원조직이 임팩트 창출을 목적으로 자본이 쓰이기를 원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실제로, 투자 요건 중에는 임팩트 측정에 관한 교육 이수 조건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는 투자자와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기업가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사업을 존중하며, 이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기업가들에게 전달한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기업 가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와는 다른 차별화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사회 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감수하는 개인적 리스크와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 그리고 그들이 구상하는 리더십을 감안한다면, 이에 따른 존중 및 충분한 자본의 제공이 당연하다.
자금 제공자Funders | 보조금 형태로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는 자금 제공자 대부분은 특정 산업, 지역, 비즈니스 모델, 혹은 사회 계층을 지원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많은 자금 제공자들이 점점 더 시스템 변화 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즉, 자금 조달의 패턴을 변화시켜 더 많은 자본이 투자받을 자격이 충분한 기업가들에게 조달될 수 있도록 새로운 균형점을 만드는 데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본 투자 방식에 있어 이와 같은 영구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을 돕는 현지 기관을 먼저 강화시켜야 한다. 창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지 기관을 통하는 것이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델타 모델은 자금 제공자로 하여금 투명한 방법으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성과에 보상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및 생태계에 대한 간접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이 모델은 특히 기부자 조언 펀드Donor-Advised Funds, DAF와 재단들 중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싶지만 아직 본격적인 투자 펀드를 만들 준비가 되지 않은 조직에게 관련성이 높다. 델타 투자는 이런 자금 제공자들이 임팩트 투자 영역에 입문해서 협력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월드 임팩트와 같은 재단들이 델타 보조금을 활용해 식량 안보, 기초 생활 서비스 제공, 또는 소외된 기업가 지원과 같은 특정 주제와 연계된 임팩트 투자를 중간 지원조직과 함께 진행하는 경우, 미래에 필요한 투자 파이프라인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중간지원조직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기업가 사이에서 자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가 중간지원조직ESO | 중간지원조직들은 델타 보조금으로 자사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최고의 성과를 내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두 가지 핵심 요소는 적합한 기업 선정과 직원들의 역량이다.) 기업가들에 대한 단순한 격려가 아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중간지원조직은 사회적 기업 섹터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의 확대와 임팩트 문화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다른 이점은 지속가능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5% 미만의 액셀러레이터가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보이는 반면, 나머지는 끊임없이 펀드레이징 전투를 치르고 있다. 델타 펀드에서 경제적 성공을 위한 종속변수는 진정한 가치가 실제로 창출되는 곳, 즉 중간지원조직이 기업가와 실제 대면하는 지점인 가치사슬의 하단으로 이동한다. 최고 기량의 중간지원조직들은 보조금 제안서 작성이나 규정 준수 혹은 기부금 모금이 아니라 혁신과 사업 성과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 이들은 민간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가 지원에 대한 성공 (혹은 실패) 여부와 팀이 이룬 성공 간의 합리적인 관계를 원한다.
높은 성과(산출물output이 아닌 결과물outcome)를 창출한 중간지원조직을 위한 보상 시스템이 없다면, 결과적으로 임팩트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놓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만약 임팩트 분야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작은 규모의 촉매 자금 투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자금 조달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한다면, 이는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 확보 및 유지로 이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임팩트 분야가 필요로 하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금융시장 구축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전 세계 고용의 2/3를 차지하는 동시에, 세계 전체 GDP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미루어보았을 때, 이 지분은 결코 작지 않다.
전체 생태계 지원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핵심은 경제학자들이 일컫는 마찰 비용이다. 즉, 정보의 비효율성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애 요소로 작용해 작은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높이지만, 이는 젊은 청년 혹은 영향력이 부족한 창업가 그룹에게는 처음이자 때로는 유일한 투자 접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찰 비용은 자선 시장philanthropic market의 개발이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현재의 자선 시장은 지극히 적은 종류의 표준화된 투자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행 자금 조달 모델은 성과에 보상이 연계되지 않으며, 복잡한 지원 절차 및 긴 판매 주기로 인해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현지 기관 및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영리 파트너와 비영리 파트너 간의 구분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팩트 기업가 생태계 자체의 취약성, 그리고 생태계에서 미래의 투자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는 역량에 대한 인지와 인식이 불충분함에 따라 이러한 마찰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자금 제공자가 델타 보조금 방법을 사용한다면, 이들은 그 어떤 방법보다 더 효율적으로 좋은 조건의 촉매 자본을 미션 지향적인 기업가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전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모델은 모두가 성공하기 위해 누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지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기업가, 중간지원조직, 임팩트 투자자, 그리고 자금 제공자 사이의 협력을 위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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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POWELL
벤 포웰은 아고라 파트너십스의 창업자이자 대표이다. 아고라 파트너십스는 비영리조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투자 기회를 지원하고 이들의 비즈니스가 성장해 UN 지속가능발전목표을 달성하도록 돕는다. 아고라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임팩트 기업가 커뮤니티로, 21개국에서 활동하는 1천 명 이상의 수료자는 수 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600만 명 이상의 삶을 개선했다. 포웰은 드레이퍼 리처드 카플란 펠로우이며, 아쇼카 펠로우이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사회혁신상 수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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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에게
필요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
2020-3
BEN POWELL
Summary. 임팩트 투자를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기업가가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OS 인터내셔널EOS International은 작지만 유망한 사회적 기업으로, 자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비영리단체는 1,200개 이상의 농촌 지역 사회와 협력해 중앙아메리카 전역에 살고 있는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지역 기업가들이 안전한 식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단체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평화 봉사단Peace Corps 자원봉사자였던 웨슬리 마이어는 소액의 투자를 받아 탈염소 키트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이를 수십 개의 지역사회에 재판매하면, 추가적으로 39,000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비록 자원이 극도로 부족한 커뮤니티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EOS는 마이어가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업 서비스 비용을 충분히 충당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보조금 외에, 임팩트 투자 또는 공익 목적의 민간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자본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마이어가 5만 달러 정도의 적당한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다. 또한 대부분은 이 정도 규모의 투자금 확보 기회를 찾는 데 드는 높은 비용에 대해 몹시 좌절하기도 한다. 임팩트 투자 분야는 아직 이같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 코로나 대유행이 영세기업들을 위협하기 이전에도, 임팩트 투자자들은 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사이 규모의 딜에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이와 같은 격차는 너무 잘 알려져, ‘잃어버린 중간층missing middle’이라고 불린다. 이런 기업은 소액금융을 통해 조달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 반면, 기존 은행을 통하기에는 너무 작은데,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이렇게 작은 규모의 딜에 필요한 각종 거래 비용, 즉 적합한 기업 발굴, 지원, 투자, 그리고 사후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딜 사이즈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본인들의 관심이 끌릴 만큼 기업의 매출, 자산 또는 사업 규모가 커질 때까지, 즉 다음 단계의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마일스톤은 초기 자본 지원이 없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보다 효율적인 투자 전략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인해 느꼈던 좌절감이 이젠 생존과 직결된 공포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극심한 경제 침체로 인해 수천 개에 달하는 사회적 기업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고,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제 막 생겨난 연약한 글로벌 생태계의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중간지원조직Entrepreneur Support Organizations, ESOs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전된 새로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모델이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해있다.
마이어가 펀드레이징을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월드 임팩트 재단World Impact Foundation 대표 사라 아그하 애쉬비는 또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월드임팩트 재단은 혁신적 금융을 통해 가난한 지역사회에 기초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데, 그녀는 촉매 자본이 필요한 기업을 찾고 있었다. ‘임팩트 우선주의’ 원칙 아래, 그녀는 기업이 조달된 자본을 임팩트 중심의 책임 수행과 사업 운영 강화를 위해 사용한다면 보조금 형태의 투자까지도 기꺼이 고려하고 있었다. 아그하 애쉬비는 기업으로 하여금 회수가능한 보조금recoverable grant funding을 전통적인 투자금처럼 사용하고 보고하는 역량을 제고하는 동시에, 향후 재단의 미래 투자를 위한 파이프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원했다.
필자가 이끄는 아고라 파트너십스Agora Partnerships는 기업가와 트레이너에게 컨설팅, 교육 및 투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우리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지역 내 사회적 기업에게 투자를 연결해주고 싶었다. 아고라 파트너십스는 월드 임팩트 재단과 함께 그리스 알파벳의 네 번째 글자이자, 수학 언어로는 변화를 상징하는 델타Delta라는 이름을 붙인 보조금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지금 사회적 기업들과 이 섹터 전체에게 필요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이다.
이해관계 일치
2016년 EOS는 사회적 기업의 역량 강화와 투자 유치를 위한 준비 지원, 그리고 이들이 창출하는 임팩트 제고를 위해 설계된 아고라의 임팩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EOS는 델타 투자를 받은 첫 번째 조직으로 선정됐다.
이 자금 조달 모델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첫째, 자금 제공자는 중간지원조직에게 세금 공제가 가능한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후 중간지원조직은 이 보조금을 자신이 구축한 투자 심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자금 제공자의 임팩트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에게 0% 이자율의 대출(기술적으로는 회수가능한 보조금)의 형태로 투자한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12개월에서 24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대출 상환에 실패하는 경우, 중간지원조직은 이를 보상할 법적 수단이나 담보는 없지만, 이는 중간지원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계산된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고, 손실을 입은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투자받은 기업이 대출 상환에 성공하는 경우, 투자자는 이에 따른 후속 투자를 진행한다. 이때 중간지원조직은 상환된 원금을 그대로 자사 내에 유보한 후, 모든 비영리 단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본인 ‘사용 제한이 없는 보조금unrestricted grant’의 형태로 전환해 필요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보상을 받는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임팩트 투자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기업가와 자금 제공자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의 관심을 촉진하고 이를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유망하다고 하겠다.
기업가Entrepreneurs | 신흥시장에서 활동하는 초기 단계 기업들 중 특히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UN SDGs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접근 가능하면서도 벤처캐피털의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하는 것처럼 리스크를 감안한 높은 재무적 수익을 요구하지 않는 자본을 필요로 한다. 아고라의 네트워크 내에 있는 기업들 중, 저소득층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23개의 소규모 기업에게 이와 같은 자본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물었을 때, 무려 20개 기업이 48시간 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0% 이자율 대출은 기업가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이는 기업가에게 투자자와 중간지원조직이 임팩트 창출을 목적으로 자본이 쓰이기를 원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실제로, 투자 요건 중에는 임팩트 측정에 관한 교육 이수 조건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는 투자자와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기업가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사업을 존중하며, 이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기업가들에게 전달한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기업 가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와는 다른 차별화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사회 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감수하는 개인적 리스크와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 그리고 그들이 구상하는 리더십을 감안한다면, 이에 따른 존중 및 충분한 자본의 제공이 당연하다.
자금 제공자Funders | 보조금 형태로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는 자금 제공자 대부분은 특정 산업, 지역, 비즈니스 모델, 혹은 사회 계층을 지원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많은 자금 제공자들이 점점 더 시스템 변화 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즉, 자금 조달의 패턴을 변화시켜 더 많은 자본이 투자받을 자격이 충분한 기업가들에게 조달될 수 있도록 새로운 균형점을 만드는 데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본 투자 방식에 있어 이와 같은 영구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을 돕는 현지 기관을 먼저 강화시켜야 한다. 창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지 기관을 통하는 것이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델타 모델은 자금 제공자로 하여금 투명한 방법으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성과에 보상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및 생태계에 대한 간접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이 모델은 특히 기부자 조언 펀드Donor-Advised Funds, DAF와 재단들 중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싶지만 아직 본격적인 투자 펀드를 만들 준비가 되지 않은 조직에게 관련성이 높다. 델타 투자는 이런 자금 제공자들이 임팩트 투자 영역에 입문해서 협력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월드 임팩트와 같은 재단들이 델타 보조금을 활용해 식량 안보, 기초 생활 서비스 제공, 또는 소외된 기업가 지원과 같은 특정 주제와 연계된 임팩트 투자를 중간 지원조직과 함께 진행하는 경우, 미래에 필요한 투자 파이프라인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중간지원조직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기업가 사이에서 자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가 중간지원조직ESO | 중간지원조직들은 델타 보조금으로 자사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최고의 성과를 내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두 가지 핵심 요소는 적합한 기업 선정과 직원들의 역량이다.) 기업가들에 대한 단순한 격려가 아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중간지원조직은 사회적 기업 섹터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의 확대와 임팩트 문화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다른 이점은 지속가능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5% 미만의 액셀러레이터가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보이는 반면, 나머지는 끊임없이 펀드레이징 전투를 치르고 있다. 델타 펀드에서 경제적 성공을 위한 종속변수는 진정한 가치가 실제로 창출되는 곳, 즉 중간지원조직이 기업가와 실제 대면하는 지점인 가치사슬의 하단으로 이동한다. 최고 기량의 중간지원조직들은 보조금 제안서 작성이나 규정 준수 혹은 기부금 모금이 아니라 혁신과 사업 성과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 이들은 민간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가 지원에 대한 성공 (혹은 실패) 여부와 팀이 이룬 성공 간의 합리적인 관계를 원한다.
높은 성과(산출물output이 아닌 결과물outcome)를 창출한 중간지원조직을 위한 보상 시스템이 없다면, 결과적으로 임팩트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놓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만약 임팩트 분야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작은 규모의 촉매 자금 투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자금 조달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한다면, 이는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 확보 및 유지로 이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임팩트 분야가 필요로 하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금융시장 구축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전 세계 고용의 2/3를 차지하는 동시에, 세계 전체 GDP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미루어보았을 때, 이 지분은 결코 작지 않다.
전체 생태계 지원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핵심은 경제학자들이 일컫는 마찰 비용이다. 즉, 정보의 비효율성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애 요소로 작용해 작은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높이지만, 이는 젊은 청년 혹은 영향력이 부족한 창업가 그룹에게는 처음이자 때로는 유일한 투자 접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찰 비용은 자선 시장philanthropic market의 개발이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현재의 자선 시장은 지극히 적은 종류의 표준화된 투자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행 자금 조달 모델은 성과에 보상이 연계되지 않으며, 복잡한 지원 절차 및 긴 판매 주기로 인해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현지 기관 및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영리 파트너와 비영리 파트너 간의 구분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팩트 기업가 생태계 자체의 취약성, 그리고 생태계에서 미래의 투자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는 역량에 대한 인지와 인식이 불충분함에 따라 이러한 마찰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자금 제공자가 델타 보조금 방법을 사용한다면, 이들은 그 어떤 방법보다 더 효율적으로 좋은 조건의 촉매 자본을 미션 지향적인 기업가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전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모델은 모두가 성공하기 위해 누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지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기업가, 중간지원조직, 임팩트 투자자, 그리고 자금 제공자 사이의 협력을 위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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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POWELL
벤 포웰은 아고라 파트너십스의 창업자이자 대표이다. 아고라 파트너십스는 비영리조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투자 기회를 지원하고 이들의 비즈니스가 성장해 UN 지속가능발전목표을 달성하도록 돕는다. 아고라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임팩트 기업가 커뮤니티로, 21개국에서 활동하는 1천 명 이상의 수료자는 수 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600만 명 이상의 삶을 개선했다. 포웰은 드레이퍼 리처드 카플란 펠로우이며, 아쇼카 펠로우이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사회혁신상 수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