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북 리뷰: <개발의 덫>
개발협력을
다시 생각하다
2018-1
REVIEW BY HEATHER GRADY
Summary. 아담 키스는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빈곤층의 참여와 자립을 강조한다. GDP의 상승만으론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발전에 대한 다면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발의 덫: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아담 키스, 190페이지, 루틀리지, 2018
아담 키스Adam D. Kiš의 신간 <개발의 덫: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의 첫 다섯 챕터는 국제개발협력 종사자들에게 빈곤이 절대로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모종의 선언서처럼 읽힌다. 이런 독자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마지막 세 챕터에서는 세계 빈곤 퇴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키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발협력 분야 실무자와 학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동기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키스는 개발협력 분야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자신의 깊은 경험을 반영하여 치밀하고 논쟁적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을 집필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개발도 상국의 지역사회, 국제 NGO 및 공여기관과 함께 직접적인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신선하다. 널리 알려진 개발협력 작가들 대부분은 부끄럽게도 본인들이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인류학 전공자인 키스는 그의 책을 실제적인 정보를 많이 담은 소품문으로 가득 채웠다. 그는 심지어 개발협력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피하고 싶어하는 주제인 문화에 관한 챕터를 책에 포함시켰다. ‘문화는 전략을 점심으로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lunch’라는 구절은 문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들과 조직들의 행동 양식을 형성한다는 점, 따라서 문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그는 운명론, 회복력, 그리고 ‘제한된 선’에 대한 개념을 지적으로 그리고 정중하게 기록한다. 제한된 선이란 몇몇 전통적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선함은 유한하고 제로섬zero-sum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인들은 이러한 견해를 종종 빈곤 완화의 장애물로 치부하면서 무시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 개념은 그들이 살고 있는 전통사회의 어려운 환경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다.
그는 GDP 상승이 곧 빈곤 퇴치와 광범위한 인류 개발을 위한 묘책 또는 레시피라는 의견을 비판한다. 그는 실제 개발협력의 어려움과 해결책들을 대규모로 담아낸 세계은행의 유명한 연구인 「빈곤층의 목소리」를 인용한다. 이 연구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빈곤 퇴치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빈곤층의 목소리, 공여기관, 그리고 임파워먼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개발협력 프로그램은 참여과정에서 단기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임파워먼트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모집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상주의의 왜곡’이라는 장에서 키스는 정부예산 또는 자선사업으로부터 오는 자금 지원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꼬집는다. 이런 자금을 받아 일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금의 수혜자보다는 자금 제공자에게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상당한 왜곡현상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관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수혜자, 최종 사용자 및 지역사회 구성원은 기금 관련 결정에 거의 또는 전혀 발언권이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개발협력의 필요성을 만들지만, 동시에 개발협력 사업 운영자들의 이익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라고 그는 쓴다. ‘쉬운 해결책이 없는 까다로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키스는 두 가지 이유로 빈곤퇴치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기를 원한다. 그는 빈곤퇴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그는 빈곤퇴치가 일어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가,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면 개발협력 분야가 성취할 수 있었을 긍정적인 결과까지 훼손시킨다는 결론을 내린다.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가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적절한 영양섭취 없이는 성장이 어려운 아동에게 음식을 주고, 교육과 역량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며, 지역사회가 올바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옳은 길로 ‘살살 미는nudge’ 것과 같은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선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원하라고 권고한다. 그는 기부자와 사업실행가에게 현실의 복잡성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그의 요점은 옳지만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키스는 주류 개발협력 실무계의 실상을 알리고 비판하는 몇몇의 위대한 개발협력 사상가 및 작가를 언급하지 않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이다. 그의 고전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은 거의 20년 전 출판되었다. 젊은 세대로 분류되는 옥스팜의 던컨 그린이 저술한 <어떻게 변화가 생기는가> 역시 주목할만하다. 대신 키스는 제프리 삭스, 윌리엄 이스터리, 담비사 모요 등의 저자를 반복적으로 인용한다. 그들의 저서가 이 분야의 주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의 책은 개발협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내용 중 매우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준다.
이러한 간과에도 불구하고, 본 저서는 개발협력 분야에 입문하거나, 외국 이역 땅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단기적으로 일하거나, 국제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나 자선단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센이 수십 년 동안 주장한 것처럼 키스 역시 기회를 창출하고 선택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발전에 관한 지표로서 소득 빈곤의 퇴치를 측정하는 대신 인간개발지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및 사회개발지수와 같은 다면적 척도를 통해 측정해야 한다. 그가 직접 이러한 대안들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제안은 이들과 일맥상통한다.
키스는 그의 제목을 다시 언급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과 한 가지 방법만을 이용한 접근법은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우리가 기억하길 원한다. 키스는 물론 또한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을 몇 번이고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공여자들이 그의 주장에 주의를 기울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원문 기사 보기
HEATHER GRADY
헤더 그래디(HEATHER GRADY는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 샌프란시스코 지부의 부회장이다. 조직의 글로벌 자선사업 전략 및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댓글
국제개발협력
북 리뷰: <개발의 덫>
개발협력을
다시 생각하다
2018-1
REVIEW BY HEATHER GRADY
Summary. 아담 키스는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빈곤층의 참여와 자립을 강조한다. GDP의 상승만으론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발전에 대한 다면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발의 덫: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아담 키스, 190페이지, 루틀리지, 2018
아담 키스Adam D. Kiš의 신간 <개발의 덫: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의 첫 다섯 챕터는 국제개발협력 종사자들에게 빈곤이 절대로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모종의 선언서처럼 읽힌다. 이런 독자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마지막 세 챕터에서는 세계 빈곤 퇴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키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발협력 분야 실무자와 학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동기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키스는 개발협력 분야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자신의 깊은 경험을 반영하여 치밀하고 논쟁적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을 집필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개발도 상국의 지역사회, 국제 NGO 및 공여기관과 함께 직접적인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신선하다. 널리 알려진 개발협력 작가들 대부분은 부끄럽게도 본인들이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인류학 전공자인 키스는 그의 책을 실제적인 정보를 많이 담은 소품문으로 가득 채웠다. 그는 심지어 개발협력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피하고 싶어하는 주제인 문화에 관한 챕터를 책에 포함시켰다. ‘문화는 전략을 점심으로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lunch’라는 구절은 문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들과 조직들의 행동 양식을 형성한다는 점, 따라서 문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그는 운명론, 회복력, 그리고 ‘제한된 선’에 대한 개념을 지적으로 그리고 정중하게 기록한다. 제한된 선이란 몇몇 전통적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선함은 유한하고 제로섬zero-sum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인들은 이러한 견해를 종종 빈곤 완화의 장애물로 치부하면서 무시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 개념은 그들이 살고 있는 전통사회의 어려운 환경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다.
그는 GDP 상승이 곧 빈곤 퇴치와 광범위한 인류 개발을 위한 묘책 또는 레시피라는 의견을 비판한다. 그는 실제 개발협력의 어려움과 해결책들을 대규모로 담아낸 세계은행의 유명한 연구인 「빈곤층의 목소리」를 인용한다. 이 연구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빈곤 퇴치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빈곤층의 목소리, 공여기관, 그리고 임파워먼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개발협력 프로그램은 참여과정에서 단기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임파워먼트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모집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상주의의 왜곡’이라는 장에서 키스는 정부예산 또는 자선사업으로부터 오는 자금 지원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꼬집는다. 이런 자금을 받아 일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금의 수혜자보다는 자금 제공자에게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상당한 왜곡현상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관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수혜자, 최종 사용자 및 지역사회 구성원은 기금 관련 결정에 거의 또는 전혀 발언권이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개발협력의 필요성을 만들지만, 동시에 개발협력 사업 운영자들의 이익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라고 그는 쓴다. ‘쉬운 해결책이 없는 까다로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키스는 두 가지 이유로 빈곤퇴치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기를 원한다. 그는 빈곤퇴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그는 빈곤퇴치가 일어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가,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면 개발협력 분야가 성취할 수 있었을 긍정적인 결과까지 훼손시킨다는 결론을 내린다.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가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적절한 영양섭취 없이는 성장이 어려운 아동에게 음식을 주고, 교육과 역량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며, 지역사회가 올바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옳은 길로 ‘살살 미는nudge’ 것과 같은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선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원하라고 권고한다. 그는 기부자와 사업실행가에게 현실의 복잡성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그의 요점은 옳지만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키스는 주류 개발협력 실무계의 실상을 알리고 비판하는 몇몇의 위대한 개발협력 사상가 및 작가를 언급하지 않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이다. 그의 고전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은 거의 20년 전 출판되었다. 젊은 세대로 분류되는 옥스팜의 던컨 그린이 저술한 <어떻게 변화가 생기는가> 역시 주목할만하다. 대신 키스는 제프리 삭스, 윌리엄 이스터리, 담비사 모요 등의 저자를 반복적으로 인용한다. 그들의 저서가 이 분야의 주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의 책은 개발협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내용 중 매우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준다.
이러한 간과에도 불구하고, 본 저서는 개발협력 분야에 입문하거나, 외국 이역 땅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단기적으로 일하거나, 국제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나 자선단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센이 수십 년 동안 주장한 것처럼 키스 역시 기회를 창출하고 선택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발전에 관한 지표로서 소득 빈곤의 퇴치를 측정하는 대신 인간개발지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및 사회개발지수와 같은 다면적 척도를 통해 측정해야 한다. 그가 직접 이러한 대안들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제안은 이들과 일맥상통한다.
키스는 그의 제목을 다시 언급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과 한 가지 방법만을 이용한 접근법은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우리가 기억하길 원한다. 키스는 물론 또한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을 몇 번이고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공여자들이 그의 주장에 주의를 기울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원문 기사 보기
HEATHER GRADY
헤더 그래디(HEATHER GRADY는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 샌프란시스코 지부의 부회장이다. 조직의 글로벌 자선사업 전략 및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