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트로피]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숨은 설계자: 재단의 여섯 가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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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 임팩트금융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숨은 설계자:
재단의 여섯 가지 역할

2026-1


DAVID WOOD



Summary. 임팩트 투자가 발전해온 과정에서 재단이 수행한 역할을 더 깊이 이해하면, 필란트로피가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간 부문과 협력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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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Stock/William_Potter)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라는 용어는 2007년과 2008년, 이탈리아 북부에서 열린 록펠러 재단의 워크숍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코모호 인근 벨라지오 센터에 모인 참석자들은 조직화된 필란트로피, 자산운용사, 사회적 기업, 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민간 부문의 자금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온 다양한 활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지역사회 개발부터 청정에너지,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뤄져온 다양한 투자 활동을 하나의 더 큰 분야로 묶어내고, 이를 통해 그동안 필란트로피가 다뤄온 사회문제 해결에 민간 자본시장의 대규모 자금을 끌어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여러 면에서 그들의 대화를 이끌었던 포부와 불안은, 내가 오랫동안 몸담고 함께 일해온 세계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나는 그 세계를 ‘파운데이션랜드Foundationland’라고 부른다. 이곳은 독특한 실천 방식, 사람들, 관점, 행사, 조직들이 어우러진 세계다. 이 영역에서 필란트로피 실무자들과 그들이 지원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희망 아래, 록펠러 재단의 모임과 같은 자리에 모여 변화 이론을 토론하고 다듬는다. 사회적 임팩트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고,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변화의 지렛대’, 즉 핵심 개입 지점을 찾아내고 보조금을 활용해 이를 작동시킨다. 그러나 파운데이션랜드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실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들이 바라보는 임팩트 투자에서 금융은 필란트로피와는 별개의 실물 경제 내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힘으로 이해된다. 동시에 그 힘은 더 나은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임팩트 투자는 재단들이 스스로를 금융보다 영향력이 작은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을 반영하는데, 임팩트 투자는 막대한 금융 자원을 가진 기관 투자자들과 부유한 가문들이 세상을 위해 더 나은 일을 하도록 설득하고자 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2009년,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는 록펠러 재단, 애니 E. 케이시 재단, W.K. 켈로그 재단, JP모건 체이스 재단의 지원을 받은 모니터 인스티튜트Monitor Institute 보고서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위한 투자: 부상하는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설계Investing for Social and Environmental Impact: A Design for Catalyzing an Emerging Industry»를 통해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임팩트 투자를 확산시키고, 전통적 투자가 사회문제와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조직화된 필란트로피는 임팩트 투자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함으로써, 과거 마이크로파이낸스 분야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분야를 성숙하고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금융 실천으로 키워내고, 앤터니 버그-레빈Antony Bugg-Levine과 제드 에머슨Jed Emerson이 2011년 저서 «임팩트 투자: 변화를 만들면서 돈 버는 방식을 바꾸다Impact Investing: Transforming the Way We Make Money while Making a Difference»에서 표현했듯, 한때 ‘국제개발 분야의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분야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 과제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금융기관과 재단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것이다. 금융과 조직화된 필란트로피는 종종 정반대의 세계로 여겨진다. 한쪽은 돈을 벌고, 다른 한쪽은 돈을 나눈다. 한쪽은 냉혹하고, 다른 한쪽은 공동체적이다. 한쪽은 냉철하고 효율적이며, 다른 한쪽은 온정적이지만 모호하다. 이런 식이다. (물론 이 대비에 스며든 젠더 편향은 그 자체로 탐구할 만한 주제다) 그럼에도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잇는 데에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필란트로피에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곳에는 막대한 돈, 다시 말해 진짜 돈이 있기 때문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재원 격차를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처럼, ‘수십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로’ 가기 위해 필요한 바로 그 돈이다. 임팩트 투자 지지자들은 때로 금융에서 필란트로피에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엄격함과 효율성을 본다. 반면 필란트로피 내부의 동료들은 금융이 사람과 지구를 희생시키며 이윤을 추구하고, 비용을 사회에 전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임팩트 투자는 금융을 비판하고, 금융 활동 안에 도덕적 목적을 주입하는 도구다.


임팩트 투자 분야와 이를 지원하는 재단들은 이러한 긴장을 헤쳐 나가야 한다. 때로는 금융을 유인하고, 때로는 설득하며, 때로는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새롭게 상상하거나 길들여야 한다. 이는 야심 찬 시도다. 재단들은 공적 목적을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필란트로피 도구를 활용해왔다.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 옹호자들은 어떻게 타인의 자본에 영향을 미치려 해왔을까? 그리고 이 과정이 필란트로피가 민간 부문과 손잡을 때 나타나는 도전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재단이 임팩트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세분해 살펴보면,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분야를 보다 넓게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1. 모범적 투자자


F. B. 헤론 재단F. B. Heron Foundation은 2000년대에 재단 기금endowment을 임팩트 관점에서 투자하는 모델을 개척했다. 이는 이후 임팩트 투자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방식이었다. 이 모델은 전통적 자산군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시장 수익률에 준하는 투자처를 찾되, 유사한 투자 대상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업적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저소득 및 중저소득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채권 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 모델의 목표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선택이 신중하고 합리적인 투자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임팩트를 추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무적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재단이 이런 투자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나타내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일종의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만들어, 재단이 사회적 임팩트를 평가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믿는 다른 유형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선도적 투자자들이 성공 사례를 쌓아갈수록 동료 재단과 다른 임팩트 투자자들에게 문이 열리고,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임팩트 투자 상품을 만들도록 하는 수요도 생겨난다.


다만 이 모델에는 한계도 있다. 전통적 투자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삼다 보면, 오히려 기존 금융시장의 기준을 강화하고 사회적 목표를 수익률 중심의 논리에 종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전통적 벤치마크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의 성공을 측정함으로써 또 다른 모범을 보일 수도 있다. 현재 헤론 재단은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 촉매 자본 투자자


촉매 자본catalytic capital은 재단이 일반 투자자라면 보통 피했을 거래에 전통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재단은 더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이거나, 투자 순위를 후순위로 두거나, 투자 기간을 더 길게 잡거나, 특수한 위험을 감수하거나, 전통적 투자자들이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이는 모범적 투자자로 행동하는 것보다 더 쉽다. 촉매 자본은 재단의 보조금 집행 영역에서 투입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단 기금 운용의 기존 투자 원칙을 크게 건드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투자는 대표적인 사례다. 재단은 프로그램 관련 투자Program-related investment, PRI를 통해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는 대신 더 낮은 수익을 받아들인다. 재단의 이러한 수익률 양보는 상업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과 프로젝트가 필요로 하는 자금 사이의 격차를 메워줌으로써, 상업 자본을 끌어들인다.


촉매 자본 거래에는 상당한 역량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때때로 이런 거래를 ‘머리가 아픈 거래’라고 부른다. 여러 투자자의 사회적·재무적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복잡성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익이 무엇인지, 또 촉매 자본이 받아야 할 사회적 수익이 무엇인지가 항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중개기관 개발자


재단은 꼭 필요한 임팩트 투자 상품을 발굴하거나 새로 만들고, 기존 투자 기회를 찾아내는 조직들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단은 자산운용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직접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투자 상품 개발을 돕는다. 그 결과 지역사회 개발, 신흥국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청정에너지 등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임팩트 투자 펀드가 만들어진다. 투자 상품을 개발하는 중개기관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자리를 잡으면, 보조금 지원에 의존하던 단계를 넘어 상업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임팩트 투자 자본의 통로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중개기관, 특히 가장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기관들이 여전히 지속적인 보조금 지원 없이는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재단은 기존 투자자문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투자자문사를 출범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투자자문사는 투자위원회에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와 투자 상품을 연결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개기관을 키우는 일은 임팩트 투자를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투자 컨설턴트들은 수익률, 운용 실적, 업계 경험과 같은 기존 금융권의 기준을 중요하게 본다. 반면 많은 임팩트 투자 상품은 아직 새롭고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이러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재단은 중개기관 개발을 통해 금융 관행에 도전하기도 한다. 기존 금융시장의 문법과 다른 투자 논리, 수익 구조, 거버넌스 구조를 가진 펀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는 투자자의 요구보다 지역사회의 통제를 우선시하는 지역 기반 전략place-based strategies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중개기관은 대체로 규모가 작고, 상업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지 않는다.



4. 데이터 제공자이자 표준 수립자


록펠러 재단이 임팩트 투자를 확산시키기 시작했을 때, 특히 강조한 것은 사회적 임팩트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개발이었다. 재단은 두 가지 도구를 제시했다. 하나는 사회적 성과에 대한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임팩트 보고 투자 표준Impact Reporting Investment Standards, IRIS이었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들이 펀드 포트폴리오의 사회적 임팩트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등급 시스템Global Impact Investment Ratings System, GIIRS이었다. 이 이니셔티브는 마이크로파이낸스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데이터 공개를 선도해온 빈곤층 지원 자문그룹Consultative Group to Assist the Poor, CGAP과 같은 조직들의 작업에서 비롯되었다. 이들 조직은 필란트로피의 지원을 받아 활동해 왔다.


최근에는 보조금으로 운영된 임팩트 매니지먼트 프로젝트Impact Management Project, IMP가 임팩트 측정과 관리 표준에 대한 폭넓은 합의를 만들고자 했다. 이들의 노력은 전통적 투자자와 미션 지향 투자자를 아우른다.


재단들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le Accounting Standards Board, SASB에도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 기구는 중요한 환경·사회·거버넌스ESG 데이터에 대한 공시 기준을 만들어, 기관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보 환경을 바꾸려 했다.


사회적 성과 지표와 공시 기준은 투자 전문가들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 데이터와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금융 데이터와 함께 사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들은 수익과 목적의 세계를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컨대 SASB는 의도적으로 재무회계기준위원회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FASB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전통 금융이 ESG 데이터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ESG 정보가 전통 투자자들에게 재무지표만큼이나 실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ESG 데이터에 정장을 입힌다고 해서 그 데이터가 항상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브리지스 펀드 매니지먼트Bridges Fund Management의 파트너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선임강사이며, IMP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브라이언 트렐스타드Brian Trelstad는 내게 이렇게 썼다. “이러한 표준을 통해 실제로 생성된 임팩트 데이터의 흐름은 현재까지도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물줄기에 불과하며, 자본시장은 이를 대체로 외면해왔습니다.”



5. 네트워크 구축자


재단들은 임팩트 투자를 동료 재단들 사이에 확산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PRI 메이커스 네트워크PRI Makers Network는 재단의 프로그램 관련 투자PRI를 촉진하기 위해 2005년에 만들어졌다. 몇 년 뒤 이 네트워크는 재단의 기금을 임팩트 창출에 활용하도록 장려하고 모어 포 미션More for Mission과 통합되어 미션 인베스터스 익스체인지Mission Investors Exchange가 되었다. 재단들은 임팩트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자 네트워크도 후원한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는 록펠러 재단이 자산 보유자, 자산운용사, 서비스 제공자 등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참여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운영한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그 밖에도 컨플루언스 필란트로피Confluence Philanthropy토닉Toniic더 임팩트the ImPact핌위믹Pymwymic과 같은 조직들이 있다. 중개기관을 위한 전문 협회들도 재단 보조금과 회원 회비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예컨대 지역사회 투자 분야의 오퍼튜니티 파이낸스 네트워크Opportunity Finance Network, OFN나, 신흥시장의 소규모 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애스펀 개발기업가 네트워크Aspen Network of Development Entrepreneurs, ANDE와 같은 중개기관 전문 협회들은 회원 회비뿐 아니라 재단 보조금의 도움을 받아 조직을 키우고, 옹호 활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임팩트 투자 분야에 공통의 방향성과 공동체 의식을 부여하고, 규범과 기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들의 모임은 투자자들이 스스로와 서로에게 기존의 투자 방식을 바꾸도록 자극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방식의 투자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받는 장이 된다. 어떤 이들에게 이러한 네트워크는 이 분야가 지나치게 위험하지 않다는 안도감을 준다. 또 다른 이들에게는 위험을 감수하고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6. 사상적 리더들


재단들은 임팩트 투자에 관한 논의의 틀을 마련하고, 이 분야의 내러티브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출판물, 조직, 인물,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여기에는 학자, 연구센터, 업계 협회가 작성한 논문과 보고서, 콘퍼런스와 각종 행사, 임팩트 투자를 전파하는 연사들이 포함된다.


사람과 아이디어가 오가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홍보와 확산의 기회는 임팩트 투자 분야를 정의하는 데 기여했다. 새로 이 분야에 진입한 사람들이 읽는 보고서, 콘퍼런스와 워크숍에서 접하게 되는 투자 펀드와 전략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다. 연구와 그 확산은 이 분야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만들어낸다: 임팩트 투자는 얼마나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가? 이 자금은 어떤 이슈로 흘러가는가?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임팩트 투자는 투자자의 수탁자 의무fiduciary duties와 어떻게 부합하는가?


재단들은 인종 정의racial justice나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과 같은 프로그램 차원의 관심사를 투자 컨설턴트와 자산운용사와의 논의에 반영함으로써 투자 지형과 의사결정 과정을 바꿔 갈 수 있다. 이 지점에서도 필란트로피와 금융 사이의 긴장이 드러난다. 재단들은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환경 이슈가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설득하려 할 수 있다. 또는 임팩트 투자를 수익률 기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포장하기보다, 임팩트 투자의 재무적 기준이 사회적 목표에 맞춰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때때로 재단이 지원한 연구는 금융 자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 분야는 사회에 더 잘 기여하기 위해 어떻게 체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금융화financialization의 위험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임팩트 투자 논의 안으로 스며든다. 다만 이러한 비판이 콘퍼런스 현장에서 주류 의제로 다뤄지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다음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임팩트 투자에 관여해온 재단들은 대체로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인사이드 게임inside game을 벌여왔다. 민간 금융 주체들에게 임팩트 투자가 그들의 일하는 방식 안에 들어맞을 수 있다고 설득하거나, 적어도 금융 도구를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들의 많은 작업은 사회적 임팩트를 금융의 틀에 맞춰 설명하는 일이었다. “여기 투자 재무 심사와 나란히 놓을 수 있는 사회적 데이터가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당신의 포트폴리오 장기 수익에 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압니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동시에 필란트로피는 금융을 비판할 수 있는 출발점도 만들어낸다. “당신들은 사회·환경 이슈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효용에 초점을 맞출 방법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지 10여 년이 조금 지난 지금,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서 변화를 시도해온 접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접근은 재단이 임팩트 투자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오히려 유발하거나 악화시켜온 금융 논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이 분야의 실천가이자 옹호자, 교수, 연구자인 해리 험멀스Harry Hummels는 이렇게 썼다. “때때로 나는 파운데이션랜드가 기존 경제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하고 방향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어쩌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재단과 그 지원을 받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현재 제공하는 것보다 더 급진적인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점점 더 자주 듣는다. 콘퍼런스 현장의 대화 속에서도, 공론장에서 점점 더 널리 쓰이게 된 시스템 변화Systems change라는 언어 속에서도 그렇다.


만약 금융을 포용하거나 유인하는 일보다 금융을 비판하는 일이 임팩트 투자에서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재단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여기서 논의한 여섯 가지 역할은 분명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임팩트 투자는 금융 논리를 배제하고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다른 역할도 맡게 될 수 있다. 여론 환기와 조직화, 정책 옹호, 급진적인 대안 투자 채널 구축 같은 역할이다. 이는 비판적 외부자들이 주로 맡아온 역할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임팩트 투자 안에는 금융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포용해야 하는 긴장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 이 긴장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과 협력할 것인지, 금융을 비판하며 바꾸려 할 것인지에 따라 민간 금융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임팩트를 위한 투자 논의에서는 재무적 수익에 대한 관심이 지배적이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기후변화, 구조적 인종주의, 치솟는 경제적 불평등은 우리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손보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우리는 재무적 수익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고 사회의 안녕을 위한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재단은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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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WOOD

데이비드 우드 박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하우저 시민사회연구소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의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ment 이니셔티브 디렉터다. 그는 다양한 자산군에 걸친 책임투자 연구와 분야 구축 활동을 이끌고 있다. 또한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겸임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