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일반]임팩트 커리어의 진입과 축적 사이, 좋은 일을 오래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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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조직
임팩트 커리어의 진입과 축적 사이,
좋은 일을 오래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2025-4


김경하·김규리



Summary. 임팩트 커리어는 생태계의 성장 속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지만,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설명되지 않은 노동이라는 현실, 지속가능한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임팩트 커리어는 지난 10여 년 사이 한국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하나의 선명한 '언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선택은 더 이상 낯선 선언이 아니다. 성수동이라는 물리적 거점이 생겼고, 임팩트 투자와 정책 자본이 마중물을 부었으며, '소셜벤처'라는 세련된 이름표도 얻었다. 적어도 생태계 안에서 '의미 있는 일'은 실재實在하는 선택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 흐름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팩트 커리어는 여전히 일부 집단과 네트워크 안에서 주로 공유되는 선택지에 머물러 있다. 하나의 직업 경로로서 얼마나 안정적인지, 장기적으로 어떤 이동과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았다. 의미에 대한 언어는 빠르게 확장됐지만, 그 의미를 떠받치는 노동 조건과 경로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이 간극은 개인과 조직 모두의 경험에서 드러난다. 임팩트 생태계로 유입되는 청년들은 분명 늘었지만, 일정 시점 이후 커리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직 역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장기적으로 고용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를 자연스럽게 확보하지는 못한다. 생태계는 커졌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불안정한 방식으로 배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재원 구조가 만드는 고용의 한계

한국 임팩트 생태계의 성장은 정부 지원과 맞물려 전개돼 왔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과 이후 이어진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표방한 조직들이 시장과 고용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초기 생태계 형성에 중요한 토대가 됐다. 다만 이 모델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공공 지원은 대부분 특정 사업이나 프로그램 수행을 기준으로 설계됐고, 재원 역시 한시적·성과 중심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의 존속이나 상시 인력 운영을 전제로 한 구조라기보다, 일정 기간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짐을 정리하는 조직 구성원의 모습(AI 생성 이미지)


이러한 재원 구조는 고용 방식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사업 기간에 맞춰 인력을 채용하고,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계약을 정리하는 관행이 반복되면서 조직은 상시 인력을 전제로 한 성장 경로를 설계하기 어려워졌다. 경험은 쌓이지만, 경력은 축적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특히 정부 정책의 방향은 생태계 전반에 강력한 신호로 작용해, 유사한 방식의 지원 사업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사회적기업가 육성 초기 '공모전 헌터'라는 표현이 회자됐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고용의 파편화'와 '모럴 해저드'를 지적한다. 인건비 직접 지원은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노동자의 시선을 조직의 미션이 아니라 '정부의 금고'로 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받다 보면 돈을 주는 주체를 회사가 아니라 정부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직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어차피 정부 돈'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지원이 끝나는 순간 조직도 커리어도 함께 흔들리게 됩니다."



하이브리드 조직의 딜레마 : 미션과 시장 사이의 줄타기

정부 지원과 공모전 단계를 넘어선 조직들이 마주하는 다음 관문은 흔히 '임팩트 투자' 시장이다. 임팩트 투자는 공공 재원과 달리 성장과 확장을 전제로 하며, 보다 안정적인 고용과 전문성 축적의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 자본의 흐름은 모든 조직과 커리어에 동일한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의 임팩트 투자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투자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개척기적 성격을 지닌다. 이로 인해 투자 구조는 VC 중심의 단일 자산군에 머물러 있고,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긴 투자 사이클과 제한된 자본 유입 통로가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더구나 아이돌봄, 저소득층 지원처럼 노동 집약적이고 포용적 성격이 강한 영역은 벤처 투자의 높은 기대 수익률과 빠른 회수 주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 결과, 투자가 가능한 '혁신 테마'는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사회적 필요가 크지만 수익 구조가 느린 영역은 반복적으로 자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임팩트 투자 시장이 성장할수록 오히려 '투자가 되는 문제'와 '풀어야 할 문제' 사이의 간극이 또렷해지는 역설이 나타난 셈이다.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을 말한다.


"임팩트 투자는 결국 벤처 투자의 속성을 띱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즈니스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죠.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비영리의 소중함을 재발견했습니다. 벤처 투자를 받긴 어렵지만 미션은 명확한 조직들, 이들을 위해 '필란트로피 기금'이 다시 조성되기 시작한 배경입니다."


지난해 11월 아산나눔재단이 개최한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2025' 현장의 모습(사진 출처: 아산나눔재단)


이러한 틈새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조직 유형이다. 이들은 형태는 비영리이되, 일하는 방식에서는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후원금이나 공공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사업 모델을 결합해 문제 해결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비영리 스타트업 역시 커리어 측면에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후원과 사업을 병행하는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기 어렵고, 조직은 성장과 생존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비영리 스타트업에게 '비즈니스 모델'은 생존을 위한 필수 무기다. 사단법인 온기의 조현식 대표는 작은 단체일수록 후원만으로 생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비즈니스를 결합했다. 하지만 비영리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수익을 내는 과정은 매 순간이 줄타기다.


"온기가 갑자기 자동차를 팔 수는 없잖아요. 마음돌봄이라는 고유 목적사업과 연관된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기업 파트너십을 설득할 때도 우리가 영리적 이익이 아니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죠."


인재 채용 역시 독특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영리의 스킬을 가진 친구들은 비영리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비영리에 진심인 친구들은 비즈니스적 감각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결국 임팩트 커리어의 핵심은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장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설명되지 않은 노동, 공유되지 않은 기준

임팩트 커리어를 둘러싼 인식 역시 이 구조와 맞물려 있다. 임팩트 활동은 여전히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이거나 '선의에 기반한 선택'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낮은 보상과 불안정한 고용을 구조의 문제로 다루기보다,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조직의 체계 부족이나 리더십의 한계 역시 개인의 적응 문제로 환원되기 쉽다.


최근 몇 년 사이 청년층의 유입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임팩트 커리어에 대한 기대는 하나의 명확한 상이기보다는 여러 이미지가 겹쳐진 상태에 가깝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 사회적 가치를 다룬다는 점에서의 성장 기대, 상대적으로 덜 경쟁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러한 기대는 입사 이후 현실과 어긋나기도 한다. 일부 조직에서는 '좋은 일을 하는 곳이니 업무 강도가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거나 '워라밸을 기대했다'는 이유로 이른 시점에 이탈이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이는 개인의 태도 문제로만 정리하기 어렵다. 임팩트 커리어가 어떤 노동 조건과 책임을 동반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과 개인이 서로 다른 기대를 안고 만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 섹터 종사자의 임금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통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모두 기업 유형별 임금 통계를 집계하고 있지만, 사회적기업·소셜 섹터 종사자를 하나의 범주로 분리해 임금 수준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공식 통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일부 실태조사와 연구가 단편적인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정책 설계나 커리어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는 단순한 통계의 공백을 넘어, 이 영역의 노동이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임팩트 커리어가 하나의 선택지로 논의되면서도, 그 선택이 감당해야 할 생활 수준과 보상의 현실은 명확히 언어화되지 못한 채 개인의 각오나 사명감의 문제로 남아왔다.



진입은 늘었지만, 경로는 불안정하다

임팩트 생태계는 정책을 계기로 출발 동력을 얻으며 성장해 왔다. 공공 재원과 청년 일자리 제도는 사회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조직과 청년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었고, 이전에는 닿기 어려웠던 영역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KOICA YP(청년인턴)와 같은 국제개발 분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 사업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들은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영역에서 '일을 해볼 수 있는 첫 기회'를 제공하며, 임팩트 커리어의 입구를 넓혀왔다.



KOICA YP(청년인턴) 소개 이미지.(사진 출처: KOICA)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 모집 포스터.(사진 출처: 서울시)


그러나 이 제도들의 초점은 주로 '진입'에 맞춰져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인건비를 지원하고, 청년을 조직에 배치하는 구조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경험이 어떤 직무 역량으로 축적되고 이후 어떤 커리어 경로로 이어지는지는 제도 설계의 중심에 놓여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제도는 문을 여는 역할에는 성공했지만, 그 문 이후의 길을 충분히 설계하지는 못했다.


이 한계는 현장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KOICA YP의 경우 국제개발 현장이나 관련 기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프로그램 종료 이후 해당 경험이 국내 임팩트·개발 생태계 안에서 어떤 직무로, 어떤 경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네트워크와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 사업 역시 청년들이 사회문제 해결 조직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제 배치 과정에서는 사회문제의 최전선에 있는 소규모 현장 조직보다는 행정·기획 역량이 이미 갖춰진 중간지원조직으로 인력이 쏠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면 5인 미만의 소규모 현장 조직에 배치된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조직의 기반과 여력이 부족해 청년 인력에게 명확한 역할과 과업, 학습 경로를 설계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일을 '배워가며 맡기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문제는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적절한 직무 경험은 효능감을 낳고, 효능감은 성취로 이어지며, 그 성취가 다음 커리어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역할이 불분명하고 피드백 구조가 부재한 환경에서는 이 선순환이 작동하기 어렵다. 일부 청년들에게는 이 첫 경험이 성장의 발판이 아니라, 임팩트 생태계 전반에 대한 회의로 남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제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제도가 어떤 조건의 조직을 통해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로 옮겨간다. 제도가 주니어의 진입을 돕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진입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커리어 경험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참여 조직이 인재를 관리하고 성장시킬 최소한의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유도하기 위한 기준과 인센티브가 제도 안에 반영돼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진입 이후의 경로가 설계되지 않는 한, 제도는 반복적으로 '짧은 경험'만을 양산하게 되고, 커리어의 축적은 개인의 각오와 운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더 넓은 상상력을 위한 조건

이제 임팩트 생태계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서 논의의 초점도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의 질문이 "조직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이 구조 안에서 사람은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생태계의 성숙은 더 많은 조직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축적되는 커리어의 길이와 깊이를 늘리는 문제에 가깝다.


1. 지속가능한 일자리 모델 : 매력과 합리성의 결합

일의 의미만으로는 커리어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임팩트 조직이 제공하는 매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보상·성장·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설계되지 않을 경우 그 매력은 빠르게 소진으로 전환된다. 생태계의 성숙은 '좋은 사람이 버티는 구조'에서 '일이 지속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임팩트를 지탱하는 윤리는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조직과 제도의 설계에서 나와야 한다.


이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HR 투자 부재다. 조직의 우선순위는 대표가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다수의 임팩트 조직에서 리더의 시간은 영업, 외부 커뮤니케이션, 재원 확보에 집중돼 있고, 구성원과의 1:1, 조직 문화 설계, 인재 육성에는 충분히 배분되지 않는다. 외부 임팩트External Impact를 만드는 데에는 몰입하지만, 내부 구성원을 위한 투자Internal Impact는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이 모순은 교육 수요에서도 반복된다. 구성원 대상 조사에서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이 늘 상위에 오르지만, 실제 교육이 열리면 참여는 홍보·마케팅이나 사업 기획처럼 당장의 성과와 연결되는 영역으로 쏠린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단기 성과와 즉각적인 재원 확보에 과도하게 압박받는 생태계 조건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가치 중심 일자리의 배신'이다. 청년들은 가치와 의미를 기대하며 조직에 진입하지만, 체계 없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 공백 속에서 번아웃을 경험한다. 내부 성장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조직에서는 숙련된 주니어를 다음 단계로 추천하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이 오히려 커리어의 소진 지점이 되는 역설이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합리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임팩트 조직이 일반 기업과 같은 보상 수준을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기대와 조건을 투명하게 조율하는 구조를 갖추는 일에 가깝다. 예컨대 대표와 구성원이 급여, 역할, 성장 속도에 대해 막연한 신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언어로 합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존재하는가, 개인의 헌신이 어디까지 요구되며 그에 상응하는 보호 장치는 무엇인지가 명확히 공유되고 있는가의 문제다.


매력과 합리성의 결합이란, '의미 있으니 감내하라'는 암묵적 요구를 줄이고, '지금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솔직하게 협상할 수 있는 조직적 관계를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임팩트 커리어의 지속가능성은 이상을 낮추는 데서가 아니라, 조건을 말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갖추는 데서 비로소 확보된다.


2. 역량 강화 : AI 시대, 학습은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가

임팩트 커리어는 열망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필요한 역량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강의나 자격증으로 완결되기 어렵다. 핵심은 무엇을 배우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그 배움이 현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있다.


임팩트 생태계에서의 학습은 지식의 축적이라기보다 판단의 축적에 가깝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이해관계자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읽는지,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교실 안에서 충분히 재현되기 어렵다. 이러한 감각은 현장에서의 반복, 실패,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서만 축적된다.


특히 AI가 많은 직무 기술을 빠르게 대체하는 환경에서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어떤 맥락을 읽고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임팩트 커리어의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도구를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가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감각과 판단의 깊이를 얼마나 쌓아왔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학습은 직무 스킬 이전에 감수성과 판단력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의 문제다.


3. 다음 세대와의 접점: 유입보다 중요한 경로 설계

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지향적 커리어 선택은 분명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임팩트 생태계에 기회이자 동시에 시험대다. 더 많은 청년을 유입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머물고 성장하며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많은 청년이 임팩트 생태계에서 처음 마주하는 경험은 단기 인턴십, 준비되지 않은 조직, 성장 경로가 보이지 않는 일자리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가 어떤 메시지로 다음 세대를 맞이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임팩트 커리어를 촉진한다는 것은 특정 집단 안에서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머물 수 있는 시간과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생태계의 성숙은 조직의 수가 아니라, 커리어의 길이와 다양성으로 측정돼야 한다. 지금 임팩트 생태계가 마주한 과제는 분명하다. 문은 열려 있지만, 그 문 이후의 길은 아직 충분히 그려지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개인의 사명감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그 길을 완성하는 일이다.





김경하

김경하는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에서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임팩트 측정·커뮤니케이션 회사 '트리플라잇'을 공동창업 했다. 현재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으로서 임팩트 생태계의 주요 아젠다를 기획하고 편집 방향을 총괄하고 있다.


김규리

김규리는 2024년부터 더나은미래 기자로 임팩트 생태계에 입문한 새내기다. 그래픽 디자이너부터 강사, 앵커를 거치며 '내가 가진 역량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커리어를 횡단해 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공익 의제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