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일반]소외계층 커뮤니티에 기술 산업이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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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사회 · 기술 
소외계층 커뮤니티에
기술 산업이 들어오다

2022-3


LINDA JAKOB SADEH · SMADAR NEHAB



Summary. 하이테크 사업이 소외계층 커뮤니티의 중심부로 들어오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변화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경제적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과 관련해 기존에 용인됐던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알리Ali 1 는 팔레스타인 무슬림 가정 출신의 컴퓨터공학 엔지니어였다. 그는 이스라엘에 살았지만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스라엘의 중심부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알리는 이스라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에 위치한 건실한 소프트웨어 기업에 취직했다. 아랍 국가 출신의 기술 전문가가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계에서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이었다. 알리를 고용한 회사에는 그때까지 무슬림 또는 팔레스타인 출신 직원이 없었다. 회사가 그의 문화와 민족 정체성을 생소하게 여겼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리는 무슬림 명절마다 외로움을 느꼈다. 메모리얼 데이나 독립 기념일 같이 정치적 함의를 띈 기념일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중심부에서 일하기 위해 그는 하루에 4시간을 통근을 하는 데에 썼다. 회사가 위치한 텔아비브에서는 아파트 월세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알리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알리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알리의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 분야, 특히 테크 산업에서는 소외계층이 과소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소 반영은 소외계층이 경험하는 분리와 소외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동네가 지리적으로도 분리되어 있을 때, 주류 사회는 그 지역을 기껏해야 '이국적 관광'을 위한 장소로 여긴다. 최악의 경우 범죄나 다른 위협이 닥칠까 두려워하며 해당 지역을 접근 금지 구역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주류에 속한 사람들과 소외계층에 속한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웨이터, 미화원, 건설 노동자, 육체 노동자와 기타 저소득 노동자와 같이 소외계층이 주류 사회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소외계층 사람들과 주류 집단 간의 제한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소외계층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제도적 폭력, 경찰의 과도한 치안 관리 등으로 인해 하이테크 일자리에 지원할 만한 잠재적 후보자는 직업을 구하고자 노력하지 않게 되거나 심지어 면접조차도 꺼리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딱히 적극적으로 차별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회적 상황들이 소외계층과 주류계층 간의 거리감을 조성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내부의 순환고리 속에서 차별이 지속된다.


이런 사회 문제들은 지원자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직업적 장벽들보다 훨씬 높은 장벽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외계층 가운데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만이 공부하고 테크 분야에서 일하기를 선택하는데, 이들은 종종 스스로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고립되어 있음을 느낀다. 때때로 이 격차가 너무 극심한 나머지 그들은 테크 관련 직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자신이 그에 적합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소외계층에 속한 사람이 테크 분야에서 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을 때, 소외계층 사람들은 테크 분야에서 자신이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직장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다루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은 주로 소외계층의 구성원을 업계의 기존 소재지로 데려 오는 방식이다. 고용주의 노력 없이는 그러한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기업 차원에서는 팀을 더 '다양하고', '포용적으로' 만들려는 부담을 감당한다. 기업은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를 임명하기도 하고, 균등 고용을 보장하도록 정책을 바꾸기도 한다. 암묵적인 편견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다양성 훈련을 받기도 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다양성 전담 팀을 수립하는 등 많은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다양성 이니셔티브는 계속 실패한다. 기업의 노력에 진정성이 있더라도 개인 구직자는 상당한 기간 동안 테크 산업에서 살아남기는커녕 테크 산업으로 진입하는 데서부터 장벽을 마주한다. 뿐만 아니라, 좋은 의도로 소외계층 구성원을 통합시키고자 하는 선의의 노력들도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된다.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과 모든 지원자가 자격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이테크 산업의 다양성 문제를 다룰 때 기업은 소외 계층이 마주하는 불이익을 인식하고, 전문 지식과 기술의 측면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주로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교육 훈련이 소외계층 사람들을 대규모로 테크 직종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교육 과정은 전문 지식과 기술적 실무 경험을 제공하지만, 근본적인 사회적, 인종적, 경제적 장벽은 대부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어떤 커뮤니티들은 하이테크 산업에서 배제되어 있고 하이테크 산업이 제공해 주는 사회적 유동성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의도를 가진 기업들이 소외된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채용하고자 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해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관심이 있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인력 풀 자체가 부족하다. 소외계층 사람들은 이러한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하거나 훈련을 받기를 꺼리게 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섹터들, 특히 하이테크 산업에 합류하는 것을 단념하게 된다.


본 아티클에서 필자가 제기하는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이 역설을 풀고자 한다. 이 모델은 소외계층의 테크 산업 참여를 막는 사회·경제적 장벽을 진지하게 고찰한다. 또한 잠재적 채용 후보자와 기업 모두를 위한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소외계층을 테크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소외계층에게로 끌어오는 식으로 포용성 패러다임을 뒤집는다면 테크 산업이 포용성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테크 분야 포용성이 하이테크 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업계에 만연한 배제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이 제공하는 큰 잠재력에서 비롯한다. 하이테크 산업은 배경과 무관하게 사회·경제적 이동성을 만들어 내고, 분산된 지역에서 고용이 일어남에 따라 소외된 지역사회 주변에서의 고용이 창출되며, 특히 테크 중심 경제에 인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원천을 만들어 낸다. 소외된 동네나 도시에 테크 센터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역사회 구성원과 타지역의 전문가를 모두 고용한다면, 이는 권력관계를 뒤흔들고, 고정관념을 부수고, 사회 변화에 시동을 걸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의 테크 분야 포용성

우리의 모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된 사회 중 한 곳에서, 그리고 그 사회의 배타적인 하이테크 산업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은 이스라엘 인구의 2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고작 0.5퍼센트만이 이스라엘 경제의 주된 성장 동력인 하이테크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다2. 물론 이러한 고용 수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이 이스라엘-유대인 사회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모든 도전적인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이 거주하는 도시나 동네는 대부분 서로 떨어져 있으며, 공교육이 민족에 따라 분리되어 있고,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언어장벽과 차별이 존재한다.


2007년, 본 아티클의 공동 저자인 스마다르 니합Smadar Nehab은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숙련된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관리자였고, 이스라엘 유대인이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커뮤니티와 깊은 관련이 있는 활동가였다. 이런 위치에서 그녀는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졸업자가 경험하는 극심한 고용 불평등을 인식하고 있었고 동시에 테크 산업이 놓치고 있는 기회들도 인지했다. 이런 상황이 시장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당시 이스라엘 테크 산업은 공학 인재에 굶주려 있었고, 초과 수요로 인해 2019년도에는1만8천5백 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했다. 이는 테크 산업 노동 인구의 6퍼센트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니합이 전 직장에서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일하던 당시, 우수한 엔지니어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이에 이사회는 해외에서 엔지니어를 찾아보는 것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스라엘만 해도 이미 숙련됐지만 그 기술을 발휘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대학 졸업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이자, 이스라엘 국내 및 해외 테크 센터의 조직 운영 전문가인 요시 코텐Yossi Coten을 설득해 자신의 팀에 합류시켰다.


한편, 이스라엘 북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시민 사미 사디Sami Saadi는, 아랍인 비율이 높은 갈릴리Galilee 지역에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테크 빌리지를 만들고 싶어 했다. 니합과 코텐은 사디와 협력하여 2008년 초에 초픈Tsofen이라는 NGO를 설립했다. 초픈의 미션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을 테크 산업에 연결하는 것이었다.


초픈은 두 가지 원칙 위에 세워졌다. 하나는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의 합작 구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에 하이테크 산업을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이다. 첫 번째 원칙은 설립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팔레스타인 커뮤니티가 직접적이고 평등하게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급격한 변화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스라엘에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권력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대인 파트너들이 자신들의 특권적인 위치를 활용하여 이러한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했다. 팔레스타인인-유대인 간의 협력은 초픈의 근본적인 원칙으로 지속되었다.


두 번째 원칙은 좀 더 어려운 것이었는데, 기업이 팔레스타인 인구 중심지에 신규 사업장을 열도록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업 내 전문가들은 “이 분야에는 정말로 아랍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며 거부감을 표했다. 이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었다. 당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이 자연과학 분야의 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단 몇백 명 만이 첨단 산업 직종에 취직했다. 이 졸업생들은 결국 교사로 일하게 되거나, 유통, 건설업 등 자신들의 역량 수준에 맞지 않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따라서 졸업과 동시에 그들에게는 좁은 취업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 현실이었기에 애초에 극소수의 팔레스타인인만이 테크 관련 분야 공부를 선택했다.


2007년 후반 초픈이 사업 착수를 준비하던 와중에 이스라엘 내 가장 큰 팔레스타인 도시인 나사렛Nazareth에 갈릴 소프트웨어Galil Software라는 기업이 설립됐다. 갈릴 소프트웨어는 이스라엘 벤처 캐피털과 하이테크 산업 커뮤니티의 선두 주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하이테크 산업에 이스라엘 아랍인을 통합시키는 움직임에 앞장서면서 동시에 이스라엘 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향한 높은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초픈과 동일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갈릴은 아랍 인구 중심지에서 성공적인 테크 사업체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됐다.


초픈은 더 많은 기업이 갈릴의 사례를 따르고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훈련과 현장 실습을 담당하며 기업의 채용 과정을 지원했다. 이런 전략으로 인해 기업들 입장에서는 갈릴리에서 사업체를 시작하자는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편,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첫째로 갈릴 소프트웨어의 존재 자체가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진로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갈릴은 지역 기반 기업의 형태로 그들에게 다가갔으며 그들이 소수자가 되지 않는 일터를 만들었고 젊은 팔레스타인인이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최초의 롤모델 집단을 탄생시켰다. 이로써 갈릴은 젊은 학위 취득자들이 하이테크 산업에 들어오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각성은 팔레스타인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들, 즉 부모, 오피니언 리더, 지역 비즈니스 리더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초픈의 추가적인 노력으로 보완되어야 했다. 정당성을 확보하고 현지 커뮤니티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초픈은 테크 산업과 커뮤니티를 이어주는 다양한 행사를 주최했다. 여기에는 아랍 대중을 겨냥한 밋업 행사, 해커톤, 기술과 비즈니스 관련 콘퍼런스 등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초픈은 대학 졸업자가 받은 학과 교육에 테크 관련 직장에 필요한 실용적 노하우를 더하는 훈련 과정(현재는 부트캠프로 알려진)을 시작하기도 했다.


첫 훈련 과정에 참가한 후보자 집단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사람들이 포함되었는데, 이들은 수년간 업계에 합류하는 것을 꿈꿨지만 결국 용접공, 점원, PC 관리자로 일했던 사람들이었다. 당시에는 후보자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첫해에는 프로그램이 한 개만 진행됐다. 그러나 첫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2년 차에는 프로그램 두 개가 진행되었고, 2021년 초픈은 1천 명 이상의 참가자들과 함께 50번째 프로그램의 시작을 기념할 수 있었다.


지난 14년간 이스라엘 테크 산업 내 팔레스타인인 참여도는 초픈의 설립자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높아졌다. 2008년 이스라엘 테크 산업에는 단 350명의 아랍 엔지니어가 고용된 상태였으나 2020년에 이 수치는 8천5백 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2008년에 갈릴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도시에 사업체를 시작한 유일한 기업이었지만 2020년에는 브로드컴Broadcom, 앰덕스Amdoc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포함하여 40개 이상의 기업이 생겼다.


단순히 수치를 넘어서, 아랍 도시에 대다수의 직원이 아랍인인 테크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테크 산업에 팔레스타인인이 설 자리가 없다는 통념을 흔들었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유대인 구역으로 통근해야 한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산산이 조각냈다.


“제가 컴퓨터를 공부할 때만 해도 누가 날 채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라고 초픈 수료자인 올산Orsan이 말했다. “그것보다도 제 직장이 고향 나사렛에 위치할 거라는 상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아들에게 나사렛에 위치한 사무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워요. 아들이 나와 같은 꿈을 꾸거나 이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모델

필자들이 초픈 사례 분석을 통해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가정신과 소외계층에 관련된 다른 지역의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본 모델은 더 넓은 범위로 적용될 수 있다. 모델은 필자들이 파악한 역설적인 상황에 집중한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의 기업이 노동 인력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싶어 하지만, 소외계층에 해당되는 우수한 후보자들에게 이러한 바람은 노출되지 않는다. 반면 소외계층 커뮤니티의 젊은 인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상쇄시키는 사회 및 경제적 요소 때문에 해당 직업에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이동성에 대한 잠재적 관문을 제공하는 해당 산업은 소외계층에게는 여전히 폐쇄된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세 가지의 근본적인 원칙을 통해 이 역설을 풀어낸다. 첫째, 소외계층 집단의 개개인을 하이테크 분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 집단에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기존의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제고를 위한 기존 방법론에 도전한다. 둘째, 주류 사회와 소외계층 간에 온전하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약속한다. 소외계층의 참여와 대표성이 없다면 그 어떤 급진적인 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 이는 너무 자주 간과되는 원칙이다. 셋째, 시민사회 주체인 NGO를 통한 시스템 변화를 추구한다. NGO는 현지 커뮤니티(테크 산업 진입 후보자와 지역사회 이해관계자 포함), 테크 기업, 정부를 활성화시키며 전체 모델을 추진한다. NGO는 잠재적 후보자를 발굴 및 선별하고 교육한다. 또한 지역 내에서 신뢰를 쌓고 소외계층이 위치한 지역에 사업체를 열도록 기업을 장려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구할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기본 원칙에 입각하여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다음의 네 가지 실행 가능한 요소를 적용한다. 소외계층 커뮤니티 중심부에 하이테크 사무실 개설, 실용적 훈련을 통한 소외계층 출신 후보자들의 능력 증진, 테크 산업 직종이 청년층에게 제공하는 기회와 장점에 대한 지역사회 내 인식 제고 및 신뢰 구축, 필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과 보조금 요청 등이다. 이 요소들의 영향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모든 요소들은 거의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하나씩 차례대로 살펴보자.


첫 번째 요소: 소외계층 커뮤니티 중심부에서 하이테크 사업체 시작하기 | 구성원들을 고용하는 것을 기초로 소외계층 커뮤니티의 중심부에서 사업체를 운영함으로써 커뮤니티와 산업 모두에게 테크 일자리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나아가 정부와 다른 잠재적 이해관계자도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이것이 본 모델의 아르키메데스 지점이자 가장 혁신적인 요소다. 이는 테크 산업 전반에 소외계층이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작점의 역할을 한다.


소외계층 커뮤니티 내에 테크 사업체를 설립하는 일은 비즈니스 가치, 사회적 가치, 테크 전문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모두 똑같이 중요하지만 항상 동시에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초점을 어디에 둘지는 사업체를 설립하는 테크 사업가 혹은 비영리기관에 의해 결정된다. 이때 고용에 대한 수요와 취업 가능성을 창의적으로 매핑한 결과를 기반으로 시장 수요가 충분히 큰 지를 명확하게 파악한 후 선택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수요는 주로 품질 보증이나 고객지원 서비스처럼 고등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다. 동시에 기술적 초점은 더 나은 고용과 경제적 이동성 측면에서 테크 산업 직종이 소외계층에게 열려 있는 기회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기술적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요구되는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사업적 고려 사항과 사회적 고려 사항이 장기적으로는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 소외계층이 저수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해 하이테크 산업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 이는 추후 자연스럽게 더 전문적이고 수입이 많은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중요한 기준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잘 알려진 오프쇼어링 모델, 즉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이동시켜 더 낮은 고용 비용을 추구하는 모델과 우리의 모델이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에서 직원들은 동일한 경제 시스템 안에 살고 있으며 주류 사회와 동일한 보상 체계를 적용 받는다. 회사를 소외계층 인근 지역에 위치시키는 이유는 낮은 임금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라 해당 지역 내에서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본 모델을 선도하는 기업에는 취약계층 커뮤니티 통합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믿는 비즈니스 리더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테크 사업체를 설립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특히 소외계층 거주지역과 같이 비정형적인 테크 구역에서는 더 어렵다. 따라서 모델을 선도하는 기업가는 테크 비즈니스 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여야 한다.


카데르 알-셰이크Khader Al-Sheikh와 기오라 야론Giora Yaron이 설립한 시라즈 테크놀로지 주식회사Siraj Technologies Ltd는 커뮤니티의 중심에 테크 산업을 키우는 훌륭한 사례를 보여준다. 2016년 중반, 이스라엘 베두인Bedouinb 커뮤니티 출신의 사업가인 알-셰이크는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야론을 만났다. 두 사람은 베두인 커뮤니티를 이스라엘의 떠오르는 테크 산업 부문에 연결시키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 시기,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사회 전반의 통합이 이미 속도를 높이고 있었지만 이스라엘 남부의 베두인 사회는 이 흐름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실태는 더욱 나빴고 고등학교 졸업자나 STEM 전공의 대학 졸업자 비율도 더 낮았다. 알-셰이크와 야론은 이스라엘 테크 산업 내 인재 부족 문제와 베두인 사람들의 낮은 참여율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스라엘 남부에 주로 베두인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하이테크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작지만, 효율적인 이사회를 꾸렸다. 이사회에는 경력이 많고 네트워크가 다양한 하이테크 업계의 유대인 임원과 베두인 임원, 그리고 베두인 커뮤니티 출신의 뛰어난 학계 롤모델이 포함됐다.


2017년, 단 네 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그들은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에 중점을 둔 시라즈 테크놀로지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들이 IOT를 선택한 것은 매우 신중한 결정이었다. 첫째, 매우 재능 있는 소수의 후보자들이 지역 사회 내에서 나타났다. 이 정도 규모의 팀은 품질보증 업무와 같은 하급 아웃소싱 목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소수의 재능 있는 엔지니어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는 적합했다. 둘째, 고급 개발 업무는 더 높은 급여를 수반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에게는 더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여겨졌고, 커뮤니티 전반에는 더 명성이 있는 직업으로 다가왔다. 셋째, IOT와 같은 선도적인 기술 영역에 있는 제품 회사는 일반 커뮤니티와 정부에서 더 많은 시장 및 홍보 노출 기회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IOT는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으로서 보완적인 서비스들이 필요하므로 많은 보조 직원들까지 포함할 수 있게 해준다.


시라즈의 설립자들은 회사를 이스라엘 남부의 베두인 커뮤니티 인근에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네게브Negev 사막 내 가장 큰 도시이자 해당 지역의 수도 격으로 알려진 베르세바Beersheba를 선택했다. 베르세바에는 새로 설립된 하이테크 산업 단지가 있었다. 또한 이 도시는 베두인 커뮤니티에 익숙한 곳이었으며 많은 구성원의 고향이기도 했다.


시라즈는 고객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스타트업이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지만, 시라즈는 새로운 인재 풀에 기반을 둔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때 창업자들은 사회적으로 동기부여가 된 사업가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측면을 유리하게 활용할 줄 알았다. 이 지점에서 이들의 통찰력이 가치를 발휘했다. 초기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없다면 첫 고객을 발굴해 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라즈 테크놀로지가 규모를 확장함에 따라 베두인 출신 후보자가 충분치 않아서 일의 진행이 지연되었다. 그에 따라 사업 착수 1년 후, 시라즈는 시라즈 NGOSiraj NGO라는 비영리조직을 설립했다. 시라즈 NGO는 시라즈 테크놀로지의 구체적인 수요와 기술에 맞춘 선별, 훈련, 배치 서비스screening, training, and placement services를 제공했다. NGO의 도움으로 후보자들은 회사가 사용하는 구체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또한 NGO는 멘토링을 통해 대학생들이 업계에 들어올 수 있게 준비시키고, 고등학생들을 참여시키며, 성인 베두인 커뮤니티 내에서 하이테크를 홍보했다.


이제 시라즈의 중요성은 뚜렷해졌다. 설립 후 5년 가량이 흘러 시라즈 테크놀로지에 고용된 엔지니어의 수는 24명으로 늘었다. 이는 이스라엘 하이테크 업계 내 베두인 인력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수치였다. 시라즈는 베두인의 롤 모델을 포함하여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구체적인 고용 기회를 커뮤니티에 보여주었다. 시라즈의 성공을 확산시키기 위해 NGO는 밋업, 해커톤, 학교 방문 등의 커뮤니티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시라즈의 엔지니어들은 행사 참가자의 사촌이나 형제일 가능성이 컸으며, 이들과 직접 만나는 일은 그 어떤 광고나 홍보도 만들어낼 수 없는 임팩트를 창출했다.


2020년에 진행된 베두인 학생을 위한 대학교 밋업 행사는 지역 내 하이테크 사업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소외계층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줬다. 적어도 커뮤니티가 산업계로 통합되는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는 말이다. 시라즈에서 한 명, 애플의 이스라엘 본사에서 한 명, 총 두 명의 하이테크 산업 리더가 행사의 주요 연사로 등장했다. 행사 말미에는 수많은 청중이 채용 기회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시라즈 관계자에게 몰려들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애플에서 일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뜻함에도 불구하고 젊은 베두인 청중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제한적이었다. 반면 시라즈는 젊은 베두인 청중들에게 현실적이고 자신들을 환영하는 기회를 뜻했다. 하이테크 산업 내 포용성을 구축하기 위한 첫 협력적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결코 작은 사례가 아니다.


두 번째 요소: 실용적인 훈련을 통한 역량 강화 | 자격을 갖춘 후보자는 산업을 시작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여기서의 자격은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산업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지식 또한 의미한다. 예를 들어, 코딩에서는 종종 개발 속도가 정교함보다 중요할 때가 많고 팀 기반 솔루션과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법을 선호한다. 또한,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프로그래머는 확실한 답을 제공하는 것보다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주류 사회의 구성원들은 청년들을 위한 클럽이나 프로그램, 명망 높은 친목회 등과 같이 학교 밖 특별활동이나 직장 밖의 사교 모임에 참여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 스킬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임은 소외계층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열려 있지 않다.


테크 분야 포용성 관련 역량 강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이나 기타 교육 기관은 업계에서 필요한 실용적이고 사회적인 노하우를 보완해 주도록 한다. 이러한 경험은 기업이 주도로 하는 부트캠프에서 구현되며 참여 기업은 부트캠프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 사용하는 방법론과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특성을 정의한다. 부트캠프는 제품 및 기술과 관련된 샘플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 회사의 방법론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팀워크를 시뮬레이션해 보는 목적으로 마련된다. 이상적으로는 기업은 프로그램 이수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그중 일부를 채용한다. 그러나 설령 아무도 채용되지 않더라도 참가자들은 부트캠프 과정을 통해 귀중한 실무 경험을 얻고, 이로 인해 향후 면접에서 기술과 실제 프로그래밍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하여 일단 고용이 되면 이러한 경험은 그들이 새로운 업무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


가끔 부트캠프는 직장 내 교육훈련on-the-job training, OJT과 비교되기도 한다. OJT란 기술을 전환하고 직원을 신속하게 교육해야 하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기술 포용성 모델은 훈련생이 신기술에 대한 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업계의 업무 규범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은 시험을 통해 테스트를 받는 대신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성과와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실제 하이테크 업무 환경에서는 한 사람의 실수가 프로젝트 전체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하이테크 분야 직원은 이런 압박감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를 먼저 부트캠프나 OJT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런 목적으로 설립된 NGO는 잠재적 후보자를 찾고 선별하고 훈련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테크 기업의 기술 책임자를 초청하여 강의나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기업의 특정 요구 사항을 학습하고 후보자들에게 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테크 기업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


퍼 스콜라스Per Scholas는 실무 훈련을 통한 역량 강화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1995년 사우스 브롱스South Bronx에 설립된 퍼 스콜라스는 지금까지 미국 내 14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실직했거나 능력 이하의 일을 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IT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무료 기술 훈련을 제공한다. 이들은 또한 테크 업계 내 인재 부족 문제를(2020년 기준 미국 내 약 백만 명 부족) 해결하고, 테크 산업 내 다양성을 향상시키며, 소외 커뮤니티 출신의 관련 후보자의 수를 증가시키고자 한다. 퍼 스콜라스의 핵심 도구는 이들이 파트너 기업과 함께 정의하는 맞춤형 훈련 과정이다. 훈련 과정은 모두 실습 형태이고 실용적이며 업계 내 잘 알려져 있는 직종과 관련이 있다. 채용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함께 조직하며 기업의 요구사항에 맞춘 교육을 진행하고 기업의 사례를 사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퍼 스콜라스는 수년간 1만 4천 명 이상의 수료생을 훈련시켜 이들이 테크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세 번째 요소: 생태계 구축 및 지역 사회에 기술직의 관련성 설득하기 | 누군가는 커뮤니티가 먼저 나서서 하이테크가 제공하는 새로운 고수익의 채용 기회를 덥석 잡고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외계층 커뮤니티 구성원과 대화를 해보면 하이테크 산업은 “그들을 위한 것이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런 주장은 주류 사회로부터의 소외감, 그리고 같은 커뮤니티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반영한다.


소외계층 사람들은 테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종이나 기업, 또는 그 분야 관련 롤 모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며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때때로 그들은 하이테크 산업이 무엇인지 모르고, 기업 이름조차 댈 수 없고, 커뮤니티 내에서나 밖에서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한 명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굴지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자매들에 비해 불안정한 자신의 미래 재정 상황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자매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는데, 한 명은 교사였고 다른 한 명은 은행원이었다.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하이테크 직업에 대한 대중의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커뮤니티의 인식과 지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청년들이 새로운 직종을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하도록 하려면, 커뮤니티 내에서 이 직업이 보수가 많고, 명망 있고, 안정적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접근은 진로 선택의 다양한 단계에 놓인 젊은 세대와 이들의 부모, 기업가를 포함한 커뮤니티 리더를 아우른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핵심적인 NGO는 서로 다른 커뮤니티 모임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는데, 이는 테크 산업과 직접적인 기술적 교류를 하게 하거나 사회적 교류를 하도록 만든다. 고등학생에게 기술직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는 롤모델이 필수적이다. 선구적인 현지 기업의 역할을 넘어(모델의 첫 번째 요소에서 언급된), 그 기업이 주최하는 해커톤과 업계 롤모델이 진행하는 워크숍은 그 어떤 교육훈련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의 효과적인 실행방법은 고등학생들이 하이테크 기업을 방문하고 현지 직원과 만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현장 방문은 청년들이 업계에 합류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뿐만 아니라 테크 전공 졸업자에게도 밋업 행사, 해커톤, 채용박람회같이 기술과 채용 기회에 초점을 맞춘 소셜 네트워킹 행사가 적절한 실습이 될 수 있다. 이런 행사는 학생과 졸업자에게 현존하는 기업과 기술에 대해 교육하고, 커뮤니티의 롤모델을 잘 활용하며, 잠재적 후보자를 업계 리더들에게 연결해 준다. 테크 분야를 더 깊게 이해하고 지역사회의 성공담에 고무되는 것을 넘어, 후보자들이 업계를 선도하는 리더와 처음으로 교류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새로운 인사이트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한, 지금껏 소외계층 출신의 전문성 있는 후보자를 만나본 적 없는 기업들은 이들이 내재한 재능을 인지하게 된다.


지역 사회 지도자의 참여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일대일 미팅, 테크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싱크 탱크think tank로 초대하기, 콘퍼런스에 연사로 섭외하기, 유관 정부 위원회에 참여 등을 통해 지역 사회 지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네트워킹 행사나 비즈니스 행사 동안 진행되는 고전적인 비즈니스 미팅에 하이테크 세션을 통합하여 진행하면서 교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부모 세대의 수용은 새로운 기술직에 많은 사람들이 채용되기 전 이루어져야 하는 또 하나의 필수적인 단계다. 소외계층 내에서 부모 세대는 흔히 경제와 기술의 변화에 덜 노출된다. 이와 동시에 소수자와 이민자 사회의 부모들은 전통적으로 자녀의 직업적 미래를 결정하는 데 더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지역 사회 내 부모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건 중요하지만 더 어려울 수 있으며, 초기의 근거와 다른 이해관계자의 수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단계는 주로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수용을 마친 이후, 그리고 선발 기업이 이미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뒤따라온다.


비영리조직 몰렌긱MolenGeek은 브뤼셀 몰렌베크Molenbeek 소재의 비영리조직으로, 모두를 위한 테크 섹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외 커뮤니티 사이에 테크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증명해 내고 있다. 몰렌베크는 벨기에 브뤼셀 수도지역에서 가난한 동네 중 하나다. 이곳의 인구 대부분이 북아프리카(주로 모로코인) 이민자 3세대 또는 2세대이며 주민 40%가 실업자다.


몰렌긱이 진행 중인 활동은 하나의 우산 아래 여러 기능들을 통합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사업가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게 초대받고, 다른 경우라면 접근하지 못할 하이테크 산업 수준의 사무 지원 서비스를 누리도록 초청받는다. 또한 같은 공간에서 장기 및 단기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해커톤이나 기술 강연 같은 다채로운 테크 관련 행사 역시 몰렌긱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열리지만 이는 더 넓게 몰렌베크 지역사회를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현지의 코워킹 스페이스, 교육, 테크 행사는 커뮤니티 내에서 기술직이 제공할 기회들에 대해 인식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역 주민은 자신의 동네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존재한다는 물리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며, 이에 참여하는 지역 청년과 사업가 사이에서는 소문이 돈다. 지역 청년, 비즈니스 리더, 그리고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밋업 행사를 통해 하이테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뿐만 아니라 테크 행사는 다양한 범위의 방문자를 시설 내로 끌어들일 수 있고, 이로 인해 하이테크 커뮤니티가 지역 사회 인재의 역량을 인지하게 된다.


네 번째 요소: 정부의 참여 유도하기 | 마지막으로,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테크 업계 내 포용성을 사회·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정부 지원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여는 테크 기업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 소외계층 커뮤니티에서 경험이 부족한 직원을 뽑도록 장려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데, 특히 초기 통합 시도에 자금을 대는 단계에서 더욱 그렇다. 검증되지 않은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일에는 비용과 위험이 존재한다. 비생산적인 학습 기간이라는 비용이 발생하고, 후보자의 일부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 요소가 있다. 소외계층과 주류 사회 사이에 일종의 배제나 적대감까지 존재할 때는 그 비용이 더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자선사업은 사기업의 추가 비용과 위험까지 보조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보조금을 부담할 수 있는 비영리조직은 정부뿐이다.


정부도 소외 계층의 대규모 참여를 권장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정당한 사회적 명분을 가진 것으로 다음과 같은 심각한 시장 실패를 바로잡으며 경제적 혜택을 가져온다. 그것은 테크 인력 부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과 다수의 불완전 고용 시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외 아웃소싱이라는 대안은 현지 인재를 보유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려는 목적에 맞지 않는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교육과 취업 알선 서비스에는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채용의 초기 단계를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버드 대학교 국제개발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at Harvard University의 한 보고서는 방대한 분량의 노동 정책을 검토했는데, 오직 10퍼센트의 정책만이 임금 보조금을 포함하고 있었다.4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보조금이 새로운 일자리와 더 나은 임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부 개입이었다. 기업에 제공하는 지원을 넘어 임금 보조금은 새로 합류한 직원의 수입을 약 11퍼센트 가까이 증가시켰다. 이에 비해 취업 알선이나 상담 서비스는 최종적으로 수혜를 받는 집단의 소득 창출 능력을 2퍼센트 증가시켰고, 직업교육은 6.7퍼센트 증가시켰다.5


정부 지원 확보는 프로그램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구축하는 작업을 수반하며, 이를 위해서는 선도 기업(첫 번째 요소)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부는 인식 제고 활동(두 번째 요소)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이런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활동에 참여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포용성을 높이려는 이 시도가 지닌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노력 모두 정부가 교육과 취업 알선 프로그램에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기업의 고용 비용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테크 산업 내에서 소외계층의 대규모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구현하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다. 다른 모델은 대체로 업무의 단계나 시너지 효과로 작동하는 다양한 독립적인 요소를 고려하지만,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보다 총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나의 요소나 일부 요소만 실행한다면 제한적인 성공은 거둘 수 있겠지만, 모델이 창출하고자 하는 큰 변화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와 일반 사업가는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의 요소 도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 또는 그들은 기존에 현지에서 이루어진 시도를 분석하여 이미 도입된 요소와 빠진 요소를 확인하고, 기존 절차를 보강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빈틈을 채울 수도 있다.


성공의 전제조건 | 테크 분야 포용성이 유의미한 사회 변화를 만들려면 몇 가지 조건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선 업계 내에 테크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어야 한다. 이것은 이 모델의 핵심 요소인데, 현실적인 사업 수요와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외계층 내에 고등학교 STEM 전공 졸업자 비율이 높아야 한다.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는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STEM 고등 교육 졸업자가 최소한 작은 규모로라도 있어야 한다. 이 사람들이 선도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후보자가 될 것이다. 초픈의 사례는 많은 대학 STEM 전공자가 능력 이하의 일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 업계 내 인재에 대한 극심한 수요와 맞아떨어진 훌륭한 예시다. 하지만 현지 테크 산업의 교육 수준 장벽이 높지 않다면 이 조건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행히 테크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조건은 단일하지 않고, 기술과 자동화가 속력을 내면서 지금보다도 더 다양해질 것이다. 테크 업계는 저숙련 업무를 담당할 사람들을 대규모로 고용하는데, 이런 일자리는 대학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평균보다 높은 임금을 준다. 이러한 업무에는 품질 보장과 기술 지원 직무, 웹콘텐츠 개발과 모니터링 등이 포함된다. 금융기관과 정부 기관은 자동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다수의 직원이 필요하다. 전통 산업이 자동화되면서, 생산 현장을 관리 운영하는 일에 학위가 필요하지 않는 기술직군이 되었다. 따라서 어떤 맥락에서는 현지 테크 산업이 요구하는 교육 수준의 장벽이 높지 않을 때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이 잘 작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지리적으로 한 구역에 모여 있는 소외계층 커뮤니티에서 잘 작동한다. 소외계층 간의 근접성은 그 대상이 대학생, 대졸자, 고등학생 같은 젊은 구성원이든, 이들의 부모를 포함한 더 큰 그룹이든, 인식 제고 수단의 영향력을 확대시킨다.


그 밖에도 지정된 NGO는 테크 업계 출신의 핵심 인력을 가져야 한다. 종종 NGO가 좋은 의도로 기업에 접근하지만, 그들의 사업 및 기술적 우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꼭 필요한 전문적이고 사회적인 유대를 쌓지 못할 때가 있다. 기술과 경영 자격을 갖춘 NGO 설립자와 이사회는 개인 인맥과 네트워킹을 통해 IT 기업에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이미 확립된 신뢰에 기대기도 한다. 기술과 비즈니스 영역의 역량을 갖춘 인력이 NGO 팀에 있다면, NGO가 교육이나 취업 알선 활동을 할 때 그들의 필요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술 포용성 모델은 첨단 기술 산업 내 소외계층을 포용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도구다. 포용성이 한 번 확장되고 나면 모델의 모든 요소가 동일한 수준으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후보자들이 지역 밖에 있는 주류 회사mainstream companies에 합류할 때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통합의 다음 단계로 순탄하게 넘어가려면 지역 내에 엄청나게 많은 테크 인력이 필요하고, 지역 내에서 운영되는 테크 기업이 소수라도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하이테크의 잠재력에 대한 커뮤니티의 신뢰를 계속해서 키워줄 것이며, 테크 산업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 패턴과 산업을 바라보는 초점의 변화를 유지시킬 것이다.


테크 분야가 포용성을 갖는 것만으로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는 없다. 불평등과 배제의 문제는 모델 이상의 체계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한다. 그러나 테크 산업이 번창하는 영역에서 테크 분야 포용성 모델은 테크 산업이 제공하는 부를 더 많은 인구가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 본 모델은 소외계층을 무력하게 만드는 빈곤과 테크 산업이 가져오는 엄청난 부 사이 점점 커지는 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 본 아티클에서는 모든 참가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2. 이스라엘 중앙통계국(Israel Central Bureau of Statistics), “2015년 ICT 섹터 추정치” 2016년 9월 7일 

3. 이스라엘 혁신 관청(Israel Innovation Authority)과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Start-Up Nation Central, 하이 테크 인적 자본 보고서 2019)

4. 에두아르도 레비 예야티(Eduardo Levy Yeyati), 마르틴 몬타네(Martín Montané), 루카 살토리오(Luca Sartorio), “제대로 작동하는 적극적인 노동 시장 정책(What Works for Active Labor Market Policies” 하버드대학교 국제개발센터, 교수진 워킹페이퍼 358번, 2019년 

5. 임금 보조금의 효과는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 2021년 9월 21일에 OECD 소셜 계정은 한 트윗에서 OECD 국가의 3분의 1이 기업이 더 많은 청년층을 채용할 수 있게 채용 보조금을 도입했거나 늘렸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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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A JAKOB SADEH

린다 제이콥 사데는 예루살렘 헤브루 대학교의 해리 S. 트루만 리서치 연구소에서 연구원이자 조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에 개입해 국가 갈등을 변화시키기 위한 조직화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SMADAR NEHAB

스마다르 니합은 이스라엘과 캘리포니아에서 연구 개발 조직을 이끌었던 경험이 풍부한 하이테크 임원으로 이스라엘의 아랍 공동체를 이스라엘 첨단 산업에 완전히 통합시키려는 비영리 단체인 초픈의 창립자이다. 또한 시라즈 테크놀로지의 이사이며 사회 변화를 위해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