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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
2024 WINTER
ALBERTO ALEMANNO
Summary. 비영리단체와 재단들이 로비 활동을 지양해왔지만, 사회변화를 촉진하려면 로비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운동이 일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은 로비 활동을 부패 행위로 여긴다. 그것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정하고, 공평하며, 효과적인 정책 결정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흔히 상상하는 로비 활동은 연기 자욱한 뒷방에서 이루어지는 수상한 거래에 가깝다.
그러나 로비 활동은 오히려 그런 비밀스러운 거래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로비 활동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권리로서 정책입안자들에게 의견과 우려를 전달하고, 정책화 과정 전반이 그런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직면한 문제들의 증상을 넘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로비 활동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오늘날의 로비 활동은 대기업과 특정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부터 AI 규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중요 문제들에서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로비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는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효과적으로 로비를 하는 단체는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5년간 옹호 활동이나 로비 활동을 했다고 보고한 비영리단체가 전체의 31%에 불과하다. 이는 2000년(7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1 유럽 공무원들의 회의에서도 비영리단체가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2 비영리단체는 자신들이 대변하는 가장 취약하고 대표성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로비 활동에 대한 권리를 상실했다. 출발선이 이렇다 보니 이미 정책화 과정을 지배하고 있는 특정 이익집단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로비 활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악화시키고, 정치적 불평등을 심화하며, 결국 정치 과정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의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 시민 기술 이니셔티브, 일부 자선단체뿐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로비 활동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lobbying for good' 운동이 점차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로비를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로비 활동은 사회적 변화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정책을 확산하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다.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로비 활동은 정부의 일상적인 활동이 대중의 열망에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비주의에서 벗어나기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가, 자선활동가 등 사회변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로비 활동을 멀리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로비는 이기적이고 부패한 활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귀한 비영리단체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크다. 실제로 비영리단체와 자선단체는 로비를 할 때조차 ‘로비’라는 단어 대신 덜 부담스러운 '옹호advocacy'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소셜섹터는 오히려 정당한 정치혁신의 한 형태로서 로비 활동을 되찾아와야 한다. 요한나 마이어Johanna Mair, 호세파 킨트Josefa Kindt, 세바스티앙 메나Sébastien Mena는 로비 활동을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며, 정치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다수의 사람과 아이디어를 결집하는 지속적인 공동노력’으로 정의한 바 있다.3 소셜섹터가 ‘선의를 위한 로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민주주의 실천과 사회변화 촉진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다양한 조직에서 이미 로비 활동에 대한 신비화된 이미지를 해소하고, 보다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활동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열린 정부 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 OGP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입법 기관, 시민사회, 민간 부문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인 열린정부를 촉진해온 OGP는 독특한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체로서 2011년 설립 이후 로비 활동을 ‘다양한 이해집단이 공무원에게 자신의 견해를 전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정해 왔다. OGP에 참여하는 75개 회원국은 민주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실천이 정책 결정과 공론장의 질을 높이고, 표현의 자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4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OGP는 로비 활동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강화시켜줄 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노력을 기울이는 비영리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적 필요를 위한 연합Coalition on Human Needs은 미국 내 전국 조직들의 연합체로, 저소득층과 기타 취약 계층의 필요를 반영하는 공공 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서로는 물론 언론, 정책입안자들과 보다 설득력 있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장 시급한 빈곤 퇴치 정책에 관한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한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무당파 풀뿌리 단체 시민기후로비Citizens’ climate Lobby, CCL는 자원봉사자들이 의회 지도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서한을 보내거나 논평을 낸다. 또한 미국 전역과 전 세계 수백 개의 지부를 통해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비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인식은 소셜섹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이러한 이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물론 많은 기업이 로비를 자신들의 편협한 사리사욕을 채우는 특권적 도구로 생각해 왔을 수 있지만, 일부 기업은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기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ound의 회장 프레드 크룹Fred Krupp은 말한다. “고객들은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질 것을 점점 더 기대할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기후 오염을 줄여야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인 정치적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기업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 멜라니 나카가와Melanie Nakagawa는 말한다. “우리는 세상에 필요한 정책을 지지하는 데 우리의 목소리를 내길 바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로비 활동이 공직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합법적 활동임을 주장하는 세계적 추세를 보여준다. 그들의 관점에서 로비는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실천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로비를 통해 법안을 만드는 정책입안자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책 결정 및 공개 토론의 질을 높인다. 둘째, 기존의 문제뿐 아니라 새로운 이슈에 대한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해결책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책 의제를 설정한다. 셋째, 로비 활동은 의사결정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맡은 일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주적 통제 기능을 수행한다.
더 나아가 로비 활동은 선출된 대표와 대중 사이의 연락 통로를 유지시켜 비영리단체와 일반 시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정책화 과정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이 강조했듯, 시민들에게 참여는 단순한 도구적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에 노출되고 그 일부로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배우며, 자기효능감과 자율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5
누구나 로비를 할 수 있도록
로비 활동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려면 누구나 로비 활동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에게 로비 활동은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새로운 시민기술 단체들이 등장하면서 일반 시민들도 자신을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직접 로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선출직 공무원 및 선거구 데이터베이스'를 자임하는 키케로Cicero, 미국 연방 선출직 공무원과 일부 주 공무원의 투표 결과를 추적하는 보트스파터VoteSpotter, 독일 시민 누구나 대표자에게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의회감시자Abgeordnetenwatch 등이 그 예다. 이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투표 기록 같은 중요 정보를 제공해, 선출직 대표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앱을 통해 정보공개청구법에서 요구하는 서류 제출을 도와 시민들이 정부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왓두데이노우WhatDoTheyKnow나 유럽연합의 애스크더이유AsktheEU가 있다.
로비 활동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로비CrowdLobby는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활용해 모든 미국인이 가장 효과적인 정치 도구인 로비 활동에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돕는다. 브라질에서는 비영리 이니셔티브 노사스NOSSAS(구 메우 리오Meu Rio)가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이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로비 프로젝트를 조직할 수 있도록 전략 수립과 옹호 방식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필자는 2015년 브뤼셀에서 비영리단체 더굿로비The Good Lobby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현재 마드리드, 밀라노, 파리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프로보노pro bono 형태의 기술 공유를 통해 옹호 활동이 필요한 유럽의 비영리단체들에게 변호사, 학자, 기업 로비스트 등 다양한 전문가를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은 소수자의 이익을 증진하고, 일반적으로 정책화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좋은 로비 상점good-lobbying shops'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기존에 실행되지 못했을 계획을 추진하고, 공공기관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략을 제공한다. 또한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 아바즈Avaaz, 겟업GetUp과 같은 온라인 캠페인 플랫폼보다 더 실질적인 노력과 의지를 이끌어낸다. 새로운 형태의 좋은 로비 상점은 단순히 온라인 서명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넘어, 비영리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캠페인을 주도하거나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 기술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새로운 조직은 로비스트를 고용하거나 기존의 전통적인 로비 전략을 동원하지 않고도 비영리단체와 시민들이 정책화 과정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로비 모델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위무브 유럽WeMove Europe 같은 캠페인 조직은 국제적인 청원 운동과 플래시몹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몬산토의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논란이 많은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 문제를 유럽 전역에서 공론화시켰다. 이 조직은 EU 시민들이 간편한 이메일 인터페이스를 통해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Eurogroup for Animals과 같은 비영리단체도 로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60개 이상의 유럽 주요 동물권 단체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농장 가축을 우리에 가둬 기르지 못하도록 하고, 모피 생산을 금지하는 등의 법안이 추진되도록 압박하고 있다.
수준 높이기
로비가 소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더 많은 사람이 로비 활동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과제는 남아 있다. 대표적인 장애물 중 하나는 로비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 역시 과도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집단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책입안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에는 비영리단체의 로비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서 등록 요건과 보고의 의무화, 지출 한도 설정 등도 포함된다.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규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로비 활동에 대한 규제가 기업의 영향력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영리단체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지만, 기업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 로비 규제는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고, 때로는 일상적인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일부 규정은 표현의 자유나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다. 이는 특히 미국 대법원의 시민연합Citizens United 대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사건 판결과 관련이 있다. 이 판결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데 사용되는 정치 기부금의 상한선을 무효화하면서, 사실상 기업의 정치적 기부를 무제한으로 허용했다. 그 결과, 정책입안자에 대한 미국 내 기업들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반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비영리단체의 접근권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로비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영향력 행사 방식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입안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기타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는 궁극적으로 기업과 부유층이 자금을 지원하는 가짜 풀뿌리 운동, 소위 인조잔디Astroturfing(감수자주: 대중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가짜 풀뿌리 지지나 반대를 조작하는 기만적 관행)라 불리는 엘리트 주도 영향력 행사에 오히려 인센티브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6 결국 정책입안자들이 새로운 정책을 고안하는 동안 받게 되는 관심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아진다.
로비 활동을 이렇게 제한하는 추세는 무엇보다 정치 과정에 대한 참여와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 세계 정부의 노력을 좌절시킨다. 이러한 추세는 비영리단체와 사회변화의 주체들이 정치 분야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실제로 발생하는 로비 활동을 왜곡시킨다. 우리는 이에 대응해 로비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문화적, 규제적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뒤집어야 한다.
정치 체제가 특권층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면, 비영리단체와 시민의 로비 접근성을 촉진하는 전략이 지금처럼 로비를 제한하는 것보다 정치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관점이 로비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완화하고 개혁을 촉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선도적인 조직과 이니셔티브들이 그러한 개혁을 옹호해 왔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독려하는 정부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 도시들의 4분의 3이 전략기획 과정에 시민과 비영리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유럽연합도 의사결정 과정에 누구나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 7개 EU 회원국 출신 시민 7명 이상이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EU 시민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정책 아이디어가 유럽위원회의 안건으로 채택되는 유럽 시민 발의European Citizens’ Initiative나 EU 기관에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모여 신규 혹은 진행 중인 계획에 대해 조언을 제공하는 시민의회가 이에 해당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 10년간 지역사회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85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개혁가들은 훨씬 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이자 공공정책학자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공공정책과 입법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시민들이 보다 직접적이고 동등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공 자금에서 ‘로비 활동 바우처’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있으면 자격을 갖춘 유권자가 일정 금액(예: 개인당 연간 $100)의 바우처를 받아 자신이 지지하는 비영리단체에 할당하거나 해당 조직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이 금액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7 로비 활동 바우처로 사람들이 각자 관심을 갖는 사회문제에 자원을 제공하면, 로비 활동에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수 있고, 부유층의 이익에만 불균형하게 쏠려 있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로비 활동 지원제lobbying aid가 있다.8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정부가 특정 미션을 옹호하는 전문 로비스트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이 2020년 민주당 경선 출마 당시 제안했던 수준의 로비세로 충당할 수 있다. 그녀의 제안에 따르면, 로비에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에게 60%의 세율을, 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에 7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한편, 몇몇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를 대신해 정치적 옹호 및 로비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실험해 왔다. 이 중 검증된 방식으로는 시민 휴가civic time off가 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옹호하는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투표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시민 활동과 의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타임투보트Time To Vote는 아베크롬비&피치Abercrombie & Fitch, 구글을 포함한 수백 개의 회사가 200만 명이 넘는 미국인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도록 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인정한 바와 같이 오늘날 시민 휴가는 투표 참여를 넘어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편향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조직을 옹호하는 등 선거 활동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직원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법무 등의 애드보커시 기술을 비영리단체에 제공하는 프로보노 활동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전문 지식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전문성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프로보노 네트워크Global Pro Bono Network의 회원들은 36개국에서 기술을 나누는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무료로 진행한다. 또한 시급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가 가진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도 한다. 유럽연합을 향해 미래 세대의 이익을 옹호하는 일이나 인도의 지방당국을 향해 한부모 자녀, 고아, 장애인,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활동 등이 그 예다.
개혁가들은 로비 활동의 권력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른 아이디어들도 지지한다. 대정부 로비의 주요 수단인 공공 의견 수렴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일도 그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공공정책학자 리 드루트먼Lee Drutman과 크리스틴 마호니Christine Mahoney는 '올리기-찾기-질문하기POST-MAP-ASK'라 불리는 새로운 공공의견 수렴 시스템을 제안했다.9 옹호단체들은 자신의 정책 제안과 문서를 미 의회도서관 웹사이트에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POST, 의회도서관이 의회 사무실과 대중이 이러한 입장을 찾고 단체의 입장을 탐색할 수 있는 툴을 만들도록 하며MAP, 의회의 관련 위원회가 누락된 단체와 정당에 의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ASK 방안이 그것이다. 필자는 이와 유사하게 과소대표된 특정 이해관계자들을 협의에 직접 초대해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참여를 다양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10 우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로비 시스템을 개방하고, 공공정책을 대중에게 알리며, 민주적 실천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로비 시스템은 견고한 보호장치 안에서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재정 지원하기
로비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포용적이면서도 활발한 민주적 참여 방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재정 지원을 포함한 지원 수단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영리단체는 만성적으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11 비영리단체가 로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자원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자원을 다른 영역에 할당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재단은 정치적으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로비 활동을 멀리하기도 한다. 또는 비영리 관련법을 잘못 해석한 자선단체가 로비로 해석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수혜단체를 막는 경우도 있다. 가령 재단이 자금을 지원받는 비영리단체에 로비를 비롯한 기타 옹호 활동을 금지하는 보조금 계약 조항을 넣는 식이다.
이러한 제약은 역설적으로 단순 서비스 제공보다 시스템 변화를 추구하는 재단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작동 방식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오류는 수혜기관이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투자가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도 제한한다.
재단이 수혜기관의 로비 활동을 지원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할당할지 파악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나 몇 가지 눈에 띄는 사례는 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 옹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옹호 활동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말라리아 노모어Malaria No More 같은 다양한 비영리단체나 말라리아 종식을 위한 RBM 파트너십RBM Partnership to End Malaria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 역시 지금까지 많은 로비 그룹을 지원해 왔다. 최근 이 재단은 코로나19 백신에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백신 형평성 캠페인 조직 및 활동가 연합인 모두의 백신 연합People's Vaccine Alliance을 지원했다.
옹호 활동은 비영리단체와 재단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과 이 운동이 추구하는 임팩트 중심의 시스템 변화 정신이 로비 활동 지원에 대한 자선단체들의 전통적인 거부감을 극복하고, 기부자의 변화이론과 임팩트 프레임워크 사이에서 여지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저항은 보조금의 단기적인 타임라인과 로비가 가진 장기적인 속성 사이의 본질적인 긴장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정치 변화는 시간이 걸리고, 혼란스러우며, 비선형적이어서,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가지고 옹호 및 로비 활동을 평가하기 어렵다.12
재단은 로비 활동과 정치적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설명할까? 옹호 프로젝트의 성공이 특정 조직이나 기관 네트워크의 노력 덕분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정책입안자와의 회의 횟수나 기타 상호작용에 의존하는 정량적 접근 방식으로는 로비에 드는 노력의 부가가치를 포착할 수 없다. 이러한 추정지표 기반의 접근은 푸드뱅크와 같은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 평가에는 효과적이지만, 옹호 노력에서 비롯되는 잠재적 이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이 만든 결과에 대해 공을 강조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너무 제한적일 수 있고, 동시에 너무 광범위할 수도 있다.
자선단체의 입장에서는 로비 활동을 수혜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아닌 강화해야 할 역량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유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하면, 재단은 수혜기관이 옹호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혜기관이 옹호 활동의 환경을 분석하고, 반대 세력과 잠재적 동맹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지도’를 만드는 등 단계별 목표를 갖춘 계획을 세우도록 할 수 있고, 수혜기관은 그것을 연합 구축과 소통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재단은 그 계획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적어도 수립된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질, 실현 가능성, 실행의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확실히 옹호 활동의 역량을 측정하는 것은 결과를 측정하는 것보다 방법론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로비 활동에 대한 비영리단체와 재단의 노력을 평가하는 데 필요하고, 새로운 개념적 기준을 제공해 줄 것이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역량 구축이 근본적으로 수혜기관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실험을 통해 이 점이 더욱 강조될 때, 이러한 역량 강화가 변화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확인시켜 줄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 갖기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은 주로 비영리영역이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기적인 기업 로비 활동에 대중이 점점 더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기업 공동체도 로비 방식을 재고하고, 이 운동에 동참하라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2023년 넷제로 서약에 서명한 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넷제로를 위한 글래스고 금융 연합)의 50개가 넘는 은행을 떠올려 보라. 이들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기존 투자를 정리하지 않은 채 화석연료 회사에 확장 자금도 대출해 준 것이 드러났다. 오늘날 투자자, 직원, 고객은 환경적, 사회적 발자국뿐만 아니라 로비, 정치 기부, 정부에 미치는 여러 형태의 영향력을 포함한 정치적 발자국도 추적하며 자신이 투자하고, 일하고, 구매하는 회사를 점점 더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기업이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바와 로비 활동 사이의 모순이 이러한 발자국으로 드러날 수 있다.
기업이 자기 이익을 위해 규제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생각은 전혀 새롭지 않다.13 다만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활동과 로비 행태를 별개로 취급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실패나 착취적 경제 모델 등 중요한 문제해결을 가로막는 원인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정치적 행태가 운영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깨닫게 되면서,14 로비 활동의 점차 커지고 있는 책임성에 관한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이 넷제로 목표 등 환경적 약속을 내거는 동안, 전 세계 기후 정책 관련 기업 로비 분야의 선도적 데이터베이스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주요 기업의 로비 노력이 실제 약속과 일치하는지 혹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책임을 묻는다. 클라이밋보이스ClimateVoice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에게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여 노동자들이 적극적인 옹호 활동에 나서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비영리 이니셔티브는 공통적으로 기후 정책에 관한 기업의 로비 방식을 조명한다. 이는 결국 기업이 로비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공개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야심찬 정책 목표를 지지하거나 적어도 반대하지 않도록 이끌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를 실행하도록 유도한다.
오늘날의 로비 책임성 생태계는 기후 정책을 넘어 다른 지속가능성 목표와 그 너머로까지 확장된다. 제3자의 감시는 더 큰 투명성과 책임성뿐 아니라 기업이 로비 활동을 수행하는 방식의 지속가능성도 요구한다. ESG 데이터 및 평가 제공업체(예: 서스테인애널리틱스Sustainalytics), S&P, 무디스Moody's, 렙리스크RepRisk 및 MSCI와 같은 일부 주도기관은 본질적으로 상업적이다.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예: 글로벌보고표준Global Reporting Initiative 415항 및 기업공시 프로젝트Corporate Disclosure Project)나 긍정적인 기업 로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지침을 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UN 책임투자원칙과 월드 벤치마킹 얼라이언스World Benchmarking Alliance 등 비영리적인 목적에서 시작한 활동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투자자, 기업, 업계 단체, 비영리단체 등 관심 있는 이해관계자가 모든 정책 영역에서 기업의 정치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법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어떤 기업도 환경적, 사회적 영향은 물론 정치적 발자국을 설명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하다고 선언할 수 없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 표준과 이니셔티브들은 기업이 일반적으로 로비 활동 규정에 따라 이행해야 하는 공시 등 법정 의무의 공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를 공유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국가보다 앞서 기업 로비 활동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이니셔티브들은 기업에 미국과 유럽연합, OECD 회원국들의 법률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기업의 정치 활동에 대해 더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한다. 이들은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의 표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이 운동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포함하는지 함께 정의해 나갈 모범 사례를 만든다.
첫째, 거의 모든 이니셔티브는 기업에 로비 비용, 정치 기부금 또는 업계 단체 자격사항 등 기타 간접적인 형태의 영향력에 대해 현재 공개된 수준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절차적 의무를 넘어 실질적인 제한을 가하는 경우는 이중 소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S&P에서는 기업이 정부와 협력하기 전에 로비 활동에 관한 입장을 공시하고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을 통해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회사가 특정 정책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알 수 있다.
둘째, 대부분의 이니셔티브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지만, 일부는 로비 활동에 대한 원칙 기반의 접근 방식을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미시간 대학의 '기업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어브 원칙Erb Principles for Corporate Political Responsibility' 같은 이니셔티브는 정책과 공공 업무를 목적 및 지속가능성 관련 약속과 맞추는 일관된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이 원칙은 기업이 자사의 목적, 가치, 명시된 목표 그리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약속을 정치적 활동과 일치시킬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업계 단체 및 기업을 대신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타 제3자의 활동도 포함된다. 또한 이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토마스 P.리온Thomas P. Lyon과 엘리자베스 도티Elizabeth Doty가 말한 것처럼 그들의 정치적 활동이 환경적 지속가능성, 인권 또는 공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에 기여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기후 로비 활동에 대한 책임투자기대 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Expectations on Corporate Climate Lobbying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가 기후 정책과 관련된 직간접 로비 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지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트래커The Good Lobby Tracker를 만들었다. 이 플랫폼에서는 여러 정책 영역에 걸쳐 기업의 정치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늘릴 방법에 대해 조언하는 이니셔티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이니셔티브의 출현은 기업이 운영 허가를 유지하려면, 로비 방식을 재평가할 뿐 아니라,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형태의 로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할권의 규제 기관들이 ESG 보고의 의무 표준과 기존 재무보고의 통합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이들 정부가 기업의 정치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가능성도 있다. ESG 공시 규칙의 새로운 물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2022년 3월 기후 관련 공시 지침이나 2021년 4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을 들 수 있다.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은 결국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좋은 로비를 위한 로비
사회변화와 관련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공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로비 활동을 사회 및 정치 변화의 기본적이고도 민주적인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이 바로 그렇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든 목소리가 중요하고, 부나 출생, 사회적 지위로 인해 영향력이 제한되지 않는 투명하고도 책임 있는 정치 과정을 만들고자 한다.
이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비에 대해 흔히 알려진 서사를 변화시키고, 비영리영역의 옹호 활동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로비가 더욱 투명하고, 자기 인식적이며, 책임 있게 이루어지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자선단체는 비록 지금까지 정치 활동 지원과 수혜기관의 로비에 침묵을 지켜왔지만, 로비가 그들이 장려하고자 하는 시스템 변화를 달성하는 데 활용 가능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의 기업은 좁은 영리 목적에 로비 노력을 집중시켜 왔지만, 오늘날에는 로비 활동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공익을 추구함으로써 정부 협력에서 정치적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대중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 결과, 사회규범의 변화와 자발적인 참여, 입법 개혁을 통해 로비를 사회변화의 필수적인 실천 방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로비 활동에 접근하고, 주도권을 가져야 하며, 모두가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고 로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로비는 시스템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접근법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좋은 로비를 위해 로비에 나설 때이다.
1. 루이스 폴크, 김미래, 헤더 맥인도에, <영향력의 후퇴: 비영리 옹호 및 공공 참여의 쇠퇴 연구>, 인디펜던트 섹터, 2023년 7월.
2. 국제투명성기구, <유럽의 로비 활동: 숨겨진 영향력, 접근의 특권>, 2015년 4월.
3. 요한나 마이어, 호세파 킨트, 세바스티앙 메나, <정치 혁신의 떠오르는 분야>,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23년 봄호.
4. 사라 딕슨, <로비 활동 투명성의 공통적 과제: 유럽으로부터의 교훈>, 열린 정부 파트너십, 2021년 6월 8일.
5. 아마르티아 센, <보편적 가치로서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저널, vol. 10, no. 3, 1999년 7월.
6. 에드워드 T. 워커, <풀뿌리 고용하기: 미국 민주주의의 공공업무 컨설턴트>, 영국 케임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 2015.
7. 로버트 라이시, <수퍼자본주의: 비즈니스, 민주주의, 일상 생활의 변화>, 뉴욕, 알프레드 A.노프, 2007년.
8. 알베르토 알레만노, <변화를 만드는 로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소리 찾기>, 런던, 아이코닉북스, 2017.
9. 리 드루트먼 및 크리스티나 마호니, <올리기-찾기 -질문하기: 보다 민주적이고 현대적인 로비 과정을 향하여>, 뉴아메리카, 2016년 3월호.
10. 알베르토 알레만노, <EU의 참여적 운동장 다지기: 정치 평등 원칙에 비추어 바라본 위원회 공공의견 수렴에 관한 법 및 정책 분석>, 유럽법학저널, vol. 26, 2020.
11. 레이첼 파이얄, <비영리단체의 힘: 비영리단체의 정책 영향력 행사 기제>, 공공행정리뷰, vol. 76, no. 6, 2016년.
12. 알노어 에브라힘, <사회 변화 측정하기: 복잡한 세상에서의 성과와 책임>,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스탠포드대학교 출판부, 2019년.
13. 다니엘 카펜터 및 데이비드 A.모스(편), <규제에 포획되지 않기: 특수이해관계의 영향과 제한 방법>, 영국 케임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 2013년.
14. 루이지 진갈레스, <기업의 정치이론을 향하여>, <경제학전망>, vol. 31, no. 3, 2017년.
15. 토머스 P.리온과 엘리자베스 도티, <기업의 정치적 책임에 관한 Erb 원칙>,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하버드 로스쿨 포럼, 2023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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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O ALEMANNO
알베르토 알레만노는 파리 HEC의 장 모네 법학 교수이자 더굿로비의 창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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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 사회 · 시스템변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
2024 WINTER
ALBERTO ALEMANNO
Summary. 비영리단체와 재단들이 로비 활동을 지양해왔지만, 사회변화를 촉진하려면 로비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운동이 일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은 로비 활동을 부패 행위로 여긴다. 그것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정하고, 공평하며, 효과적인 정책 결정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흔히 상상하는 로비 활동은 연기 자욱한 뒷방에서 이루어지는 수상한 거래에 가깝다.
그러나 로비 활동은 오히려 그런 비밀스러운 거래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로비 활동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권리로서 정책입안자들에게 의견과 우려를 전달하고, 정책화 과정 전반이 그런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직면한 문제들의 증상을 넘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로비 활동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오늘날의 로비 활동은 대기업과 특정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부터 AI 규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중요 문제들에서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로비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는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효과적으로 로비를 하는 단체는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5년간 옹호 활동이나 로비 활동을 했다고 보고한 비영리단체가 전체의 31%에 불과하다. 이는 2000년(7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1 유럽 공무원들의 회의에서도 비영리단체가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2 비영리단체는 자신들이 대변하는 가장 취약하고 대표성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로비 활동에 대한 권리를 상실했다. 출발선이 이렇다 보니 이미 정책화 과정을 지배하고 있는 특정 이익집단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로비 활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악화시키고, 정치적 불평등을 심화하며, 결국 정치 과정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의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 시민 기술 이니셔티브, 일부 자선단체뿐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로비 활동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lobbying for good' 운동이 점차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로비를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로비 활동은 사회적 변화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정책을 확산하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이다.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로비 활동은 정부의 일상적인 활동이 대중의 열망에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비주의에서 벗어나기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가, 자선활동가 등 사회변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로비 활동을 멀리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로비는 이기적이고 부패한 활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귀한 비영리단체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크다. 실제로 비영리단체와 자선단체는 로비를 할 때조차 ‘로비’라는 단어 대신 덜 부담스러운 '옹호advocacy'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소셜섹터는 오히려 정당한 정치혁신의 한 형태로서 로비 활동을 되찾아와야 한다. 요한나 마이어Johanna Mair, 호세파 킨트Josefa Kindt, 세바스티앙 메나Sébastien Mena는 로비 활동을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며, 정치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다수의 사람과 아이디어를 결집하는 지속적인 공동노력’으로 정의한 바 있다.3 소셜섹터가 ‘선의를 위한 로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민주주의 실천과 사회변화 촉진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다양한 조직에서 이미 로비 활동에 대한 신비화된 이미지를 해소하고, 보다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활동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열린 정부 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 OGP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입법 기관, 시민사회, 민간 부문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인 열린정부를 촉진해온 OGP는 독특한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체로서 2011년 설립 이후 로비 활동을 ‘다양한 이해집단이 공무원에게 자신의 견해를 전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정해 왔다. OGP에 참여하는 75개 회원국은 민주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실천이 정책 결정과 공론장의 질을 높이고, 표현의 자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4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OGP는 로비 활동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강화시켜줄 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노력을 기울이는 비영리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적 필요를 위한 연합Coalition on Human Needs은 미국 내 전국 조직들의 연합체로, 저소득층과 기타 취약 계층의 필요를 반영하는 공공 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서로는 물론 언론, 정책입안자들과 보다 설득력 있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장 시급한 빈곤 퇴치 정책에 관한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한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무당파 풀뿌리 단체 시민기후로비Citizens’ climate Lobby, CCL는 자원봉사자들이 의회 지도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서한을 보내거나 논평을 낸다. 또한 미국 전역과 전 세계 수백 개의 지부를 통해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비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인식은 소셜섹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이러한 이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물론 많은 기업이 로비를 자신들의 편협한 사리사욕을 채우는 특권적 도구로 생각해 왔을 수 있지만, 일부 기업은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기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ound의 회장 프레드 크룹Fred Krupp은 말한다. “고객들은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질 것을 점점 더 기대할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기후 오염을 줄여야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인 정치적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기업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 멜라니 나카가와Melanie Nakagawa는 말한다. “우리는 세상에 필요한 정책을 지지하는 데 우리의 목소리를 내길 바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로비 활동이 공직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합법적 활동임을 주장하는 세계적 추세를 보여준다. 그들의 관점에서 로비는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실천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로비를 통해 법안을 만드는 정책입안자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책 결정 및 공개 토론의 질을 높인다. 둘째, 기존의 문제뿐 아니라 새로운 이슈에 대한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해결책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책 의제를 설정한다. 셋째, 로비 활동은 의사결정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맡은 일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주적 통제 기능을 수행한다.
더 나아가 로비 활동은 선출된 대표와 대중 사이의 연락 통로를 유지시켜 비영리단체와 일반 시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정책화 과정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이 강조했듯, 시민들에게 참여는 단순한 도구적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에 노출되고 그 일부로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배우며, 자기효능감과 자율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5
누구나 로비를 할 수 있도록
로비 활동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려면 누구나 로비 활동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에게 로비 활동은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새로운 시민기술 단체들이 등장하면서 일반 시민들도 자신을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직접 로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선출직 공무원 및 선거구 데이터베이스'를 자임하는 키케로Cicero, 미국 연방 선출직 공무원과 일부 주 공무원의 투표 결과를 추적하는 보트스파터VoteSpotter, 독일 시민 누구나 대표자에게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의회감시자Abgeordnetenwatch 등이 그 예다. 이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투표 기록 같은 중요 정보를 제공해, 선출직 대표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앱을 통해 정보공개청구법에서 요구하는 서류 제출을 도와 시민들이 정부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왓두데이노우WhatDoTheyKnow나 유럽연합의 애스크더이유AsktheEU가 있다.
로비 활동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로비CrowdLobby는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활용해 모든 미국인이 가장 효과적인 정치 도구인 로비 활동에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돕는다. 브라질에서는 비영리 이니셔티브 노사스NOSSAS(구 메우 리오Meu Rio)가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이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로비 프로젝트를 조직할 수 있도록 전략 수립과 옹호 방식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필자는 2015년 브뤼셀에서 비영리단체 더굿로비The Good Lobby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현재 마드리드, 밀라노, 파리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프로보노pro bono 형태의 기술 공유를 통해 옹호 활동이 필요한 유럽의 비영리단체들에게 변호사, 학자, 기업 로비스트 등 다양한 전문가를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은 소수자의 이익을 증진하고, 일반적으로 정책화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좋은 로비 상점good-lobbying shops'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기존에 실행되지 못했을 계획을 추진하고, 공공기관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략을 제공한다. 또한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 아바즈Avaaz, 겟업GetUp과 같은 온라인 캠페인 플랫폼보다 더 실질적인 노력과 의지를 이끌어낸다. 새로운 형태의 좋은 로비 상점은 단순히 온라인 서명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넘어, 비영리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캠페인을 주도하거나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 기술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새로운 조직은 로비스트를 고용하거나 기존의 전통적인 로비 전략을 동원하지 않고도 비영리단체와 시민들이 정책화 과정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로비 모델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위무브 유럽WeMove Europe 같은 캠페인 조직은 국제적인 청원 운동과 플래시몹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몬산토의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논란이 많은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 문제를 유럽 전역에서 공론화시켰다. 이 조직은 EU 시민들이 간편한 이메일 인터페이스를 통해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Eurogroup for Animals과 같은 비영리단체도 로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60개 이상의 유럽 주요 동물권 단체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농장 가축을 우리에 가둬 기르지 못하도록 하고, 모피 생산을 금지하는 등의 법안이 추진되도록 압박하고 있다.
수준 높이기
로비가 소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더 많은 사람이 로비 활동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과제는 남아 있다. 대표적인 장애물 중 하나는 로비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 역시 과도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집단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책입안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에는 비영리단체의 로비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서 등록 요건과 보고의 의무화, 지출 한도 설정 등도 포함된다.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규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로비 활동에 대한 규제가 기업의 영향력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영리단체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지만, 기업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 로비 규제는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고, 때로는 일상적인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일부 규정은 표현의 자유나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다. 이는 특히 미국 대법원의 시민연합Citizens United 대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사건 판결과 관련이 있다. 이 판결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데 사용되는 정치 기부금의 상한선을 무효화하면서, 사실상 기업의 정치적 기부를 무제한으로 허용했다. 그 결과, 정책입안자에 대한 미국 내 기업들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반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비영리단체의 접근권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로비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영향력 행사 방식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입안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기타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는 궁극적으로 기업과 부유층이 자금을 지원하는 가짜 풀뿌리 운동, 소위 인조잔디Astroturfing(감수자주: 대중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가짜 풀뿌리 지지나 반대를 조작하는 기만적 관행)라 불리는 엘리트 주도 영향력 행사에 오히려 인센티브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6 결국 정책입안자들이 새로운 정책을 고안하는 동안 받게 되는 관심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아진다.
로비 활동을 이렇게 제한하는 추세는 무엇보다 정치 과정에 대한 참여와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 세계 정부의 노력을 좌절시킨다. 이러한 추세는 비영리단체와 사회변화의 주체들이 정치 분야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실제로 발생하는 로비 활동을 왜곡시킨다. 우리는 이에 대응해 로비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문화적, 규제적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뒤집어야 한다.
정치 체제가 특권층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면, 비영리단체와 시민의 로비 접근성을 촉진하는 전략이 지금처럼 로비를 제한하는 것보다 정치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관점이 로비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완화하고 개혁을 촉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선도적인 조직과 이니셔티브들이 그러한 개혁을 옹호해 왔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독려하는 정부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 도시들의 4분의 3이 전략기획 과정에 시민과 비영리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유럽연합도 의사결정 과정에 누구나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 7개 EU 회원국 출신 시민 7명 이상이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EU 시민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정책 아이디어가 유럽위원회의 안건으로 채택되는 유럽 시민 발의European Citizens’ Initiative나 EU 기관에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모여 신규 혹은 진행 중인 계획에 대해 조언을 제공하는 시민의회가 이에 해당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 10년간 지역사회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85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개혁가들은 훨씬 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이자 공공정책학자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공공정책과 입법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시민들이 보다 직접적이고 동등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공 자금에서 ‘로비 활동 바우처’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있으면 자격을 갖춘 유권자가 일정 금액(예: 개인당 연간 $100)의 바우처를 받아 자신이 지지하는 비영리단체에 할당하거나 해당 조직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이 금액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7 로비 활동 바우처로 사람들이 각자 관심을 갖는 사회문제에 자원을 제공하면, 로비 활동에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수 있고, 부유층의 이익에만 불균형하게 쏠려 있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로비 활동 지원제lobbying aid가 있다.8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정부가 특정 미션을 옹호하는 전문 로비스트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이 2020년 민주당 경선 출마 당시 제안했던 수준의 로비세로 충당할 수 있다. 그녀의 제안에 따르면, 로비에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에게 60%의 세율을, 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에 7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한편, 몇몇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를 대신해 정치적 옹호 및 로비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실험해 왔다. 이 중 검증된 방식으로는 시민 휴가civic time off가 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옹호하는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투표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시민 활동과 의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타임투보트Time To Vote는 아베크롬비&피치Abercrombie & Fitch, 구글을 포함한 수백 개의 회사가 200만 명이 넘는 미국인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도록 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인정한 바와 같이 오늘날 시민 휴가는 투표 참여를 넘어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편향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조직을 옹호하는 등 선거 활동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직원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법무 등의 애드보커시 기술을 비영리단체에 제공하는 프로보노 활동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전문 지식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전문성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프로보노 네트워크Global Pro Bono Network의 회원들은 36개국에서 기술을 나누는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무료로 진행한다. 또한 시급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가 가진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도 한다. 유럽연합을 향해 미래 세대의 이익을 옹호하는 일이나 인도의 지방당국을 향해 한부모 자녀, 고아, 장애인,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활동 등이 그 예다.
개혁가들은 로비 활동의 권력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른 아이디어들도 지지한다. 대정부 로비의 주요 수단인 공공 의견 수렴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일도 그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공공정책학자 리 드루트먼Lee Drutman과 크리스틴 마호니Christine Mahoney는 '올리기-찾기-질문하기POST-MAP-ASK'라 불리는 새로운 공공의견 수렴 시스템을 제안했다.9 옹호단체들은 자신의 정책 제안과 문서를 미 의회도서관 웹사이트에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POST, 의회도서관이 의회 사무실과 대중이 이러한 입장을 찾고 단체의 입장을 탐색할 수 있는 툴을 만들도록 하며MAP, 의회의 관련 위원회가 누락된 단체와 정당에 의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ASK 방안이 그것이다. 필자는 이와 유사하게 과소대표된 특정 이해관계자들을 협의에 직접 초대해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참여를 다양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10 우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로비 시스템을 개방하고, 공공정책을 대중에게 알리며, 민주적 실천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로비 시스템은 견고한 보호장치 안에서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재정 지원하기
로비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포용적이면서도 활발한 민주적 참여 방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재정 지원을 포함한 지원 수단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영리단체는 만성적으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11 비영리단체가 로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자원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자원을 다른 영역에 할당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재단은 정치적으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로비 활동을 멀리하기도 한다. 또는 비영리 관련법을 잘못 해석한 자선단체가 로비로 해석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수혜단체를 막는 경우도 있다. 가령 재단이 자금을 지원받는 비영리단체에 로비를 비롯한 기타 옹호 활동을 금지하는 보조금 계약 조항을 넣는 식이다.
이러한 제약은 역설적으로 단순 서비스 제공보다 시스템 변화를 추구하는 재단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작동 방식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오류는 수혜기관이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투자가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도 제한한다.
재단이 수혜기관의 로비 활동을 지원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할당할지 파악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나 몇 가지 눈에 띄는 사례는 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 옹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옹호 활동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말라리아 노모어Malaria No More 같은 다양한 비영리단체나 말라리아 종식을 위한 RBM 파트너십RBM Partnership to End Malaria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 역시 지금까지 많은 로비 그룹을 지원해 왔다. 최근 이 재단은 코로나19 백신에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백신 형평성 캠페인 조직 및 활동가 연합인 모두의 백신 연합People's Vaccine Alliance을 지원했다.
옹호 활동은 비영리단체와 재단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과 이 운동이 추구하는 임팩트 중심의 시스템 변화 정신이 로비 활동 지원에 대한 자선단체들의 전통적인 거부감을 극복하고, 기부자의 변화이론과 임팩트 프레임워크 사이에서 여지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저항은 보조금의 단기적인 타임라인과 로비가 가진 장기적인 속성 사이의 본질적인 긴장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정치 변화는 시간이 걸리고, 혼란스러우며, 비선형적이어서,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가지고 옹호 및 로비 활동을 평가하기 어렵다.12
재단은 로비 활동과 정치적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설명할까? 옹호 프로젝트의 성공이 특정 조직이나 기관 네트워크의 노력 덕분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정책입안자와의 회의 횟수나 기타 상호작용에 의존하는 정량적 접근 방식으로는 로비에 드는 노력의 부가가치를 포착할 수 없다. 이러한 추정지표 기반의 접근은 푸드뱅크와 같은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 평가에는 효과적이지만, 옹호 노력에서 비롯되는 잠재적 이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이 만든 결과에 대해 공을 강조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너무 제한적일 수 있고, 동시에 너무 광범위할 수도 있다.
자선단체의 입장에서는 로비 활동을 수혜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아닌 강화해야 할 역량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유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하면, 재단은 수혜기관이 옹호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혜기관이 옹호 활동의 환경을 분석하고, 반대 세력과 잠재적 동맹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지도’를 만드는 등 단계별 목표를 갖춘 계획을 세우도록 할 수 있고, 수혜기관은 그것을 연합 구축과 소통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재단은 그 계획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적어도 수립된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질, 실현 가능성, 실행의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확실히 옹호 활동의 역량을 측정하는 것은 결과를 측정하는 것보다 방법론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로비 활동에 대한 비영리단체와 재단의 노력을 평가하는 데 필요하고, 새로운 개념적 기준을 제공해 줄 것이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역량 구축이 근본적으로 수혜기관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실험을 통해 이 점이 더욱 강조될 때, 이러한 역량 강화가 변화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확인시켜 줄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 갖기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은 주로 비영리영역이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기적인 기업 로비 활동에 대중이 점점 더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기업 공동체도 로비 방식을 재고하고, 이 운동에 동참하라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2023년 넷제로 서약에 서명한 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넷제로를 위한 글래스고 금융 연합)의 50개가 넘는 은행을 떠올려 보라. 이들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기존 투자를 정리하지 않은 채 화석연료 회사에 확장 자금도 대출해 준 것이 드러났다. 오늘날 투자자, 직원, 고객은 환경적, 사회적 발자국뿐만 아니라 로비, 정치 기부, 정부에 미치는 여러 형태의 영향력을 포함한 정치적 발자국도 추적하며 자신이 투자하고, 일하고, 구매하는 회사를 점점 더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기업이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바와 로비 활동 사이의 모순이 이러한 발자국으로 드러날 수 있다.
기업이 자기 이익을 위해 규제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생각은 전혀 새롭지 않다.13 다만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활동과 로비 행태를 별개로 취급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실패나 착취적 경제 모델 등 중요한 문제해결을 가로막는 원인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정치적 행태가 운영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깨닫게 되면서,14 로비 활동의 점차 커지고 있는 책임성에 관한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이 넷제로 목표 등 환경적 약속을 내거는 동안, 전 세계 기후 정책 관련 기업 로비 분야의 선도적 데이터베이스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주요 기업의 로비 노력이 실제 약속과 일치하는지 혹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책임을 묻는다. 클라이밋보이스ClimateVoice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에게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여 노동자들이 적극적인 옹호 활동에 나서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비영리 이니셔티브는 공통적으로 기후 정책에 관한 기업의 로비 방식을 조명한다. 이는 결국 기업이 로비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공개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야심찬 정책 목표를 지지하거나 적어도 반대하지 않도록 이끌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를 실행하도록 유도한다.
오늘날의 로비 책임성 생태계는 기후 정책을 넘어 다른 지속가능성 목표와 그 너머로까지 확장된다. 제3자의 감시는 더 큰 투명성과 책임성뿐 아니라 기업이 로비 활동을 수행하는 방식의 지속가능성도 요구한다. ESG 데이터 및 평가 제공업체(예: 서스테인애널리틱스Sustainalytics), S&P, 무디스Moody's, 렙리스크RepRisk 및 MSCI와 같은 일부 주도기관은 본질적으로 상업적이다.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예: 글로벌보고표준Global Reporting Initiative 415항 및 기업공시 프로젝트Corporate Disclosure Project)나 긍정적인 기업 로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지침을 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UN 책임투자원칙과 월드 벤치마킹 얼라이언스World Benchmarking Alliance 등 비영리적인 목적에서 시작한 활동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투자자, 기업, 업계 단체, 비영리단체 등 관심 있는 이해관계자가 모든 정책 영역에서 기업의 정치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법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어떤 기업도 환경적, 사회적 영향은 물론 정치적 발자국을 설명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하다고 선언할 수 없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활동 표준과 이니셔티브들은 기업이 일반적으로 로비 활동 규정에 따라 이행해야 하는 공시 등 법정 의무의 공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를 공유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국가보다 앞서 기업 로비 활동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이니셔티브들은 기업에 미국과 유럽연합, OECD 회원국들의 법률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기업의 정치 활동에 대해 더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한다. 이들은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의 표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이 운동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포함하는지 함께 정의해 나갈 모범 사례를 만든다.
첫째, 거의 모든 이니셔티브는 기업에 로비 비용, 정치 기부금 또는 업계 단체 자격사항 등 기타 간접적인 형태의 영향력에 대해 현재 공개된 수준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절차적 의무를 넘어 실질적인 제한을 가하는 경우는 이중 소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S&P에서는 기업이 정부와 협력하기 전에 로비 활동에 관한 입장을 공시하고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을 통해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회사가 특정 정책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알 수 있다.
둘째, 대부분의 이니셔티브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지만, 일부는 로비 활동에 대한 원칙 기반의 접근 방식을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미시간 대학의 '기업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어브 원칙Erb Principles for Corporate Political Responsibility' 같은 이니셔티브는 정책과 공공 업무를 목적 및 지속가능성 관련 약속과 맞추는 일관된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이 원칙은 기업이 자사의 목적, 가치, 명시된 목표 그리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약속을 정치적 활동과 일치시킬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업계 단체 및 기업을 대신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타 제3자의 활동도 포함된다. 또한 이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토마스 P.리온Thomas P. Lyon과 엘리자베스 도티Elizabeth Doty가 말한 것처럼 그들의 정치적 활동이 환경적 지속가능성, 인권 또는 공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에 기여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기후 로비 활동에 대한 책임투자기대 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Expectations on Corporate Climate Lobbying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가 기후 정책과 관련된 직간접 로비 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지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트래커The Good Lobby Tracker를 만들었다. 이 플랫폼에서는 여러 정책 영역에 걸쳐 기업의 정치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늘릴 방법에 대해 조언하는 이니셔티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이니셔티브의 출현은 기업이 운영 허가를 유지하려면, 로비 방식을 재평가할 뿐 아니라,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형태의 로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할권의 규제 기관들이 ESG 보고의 의무 표준과 기존 재무보고의 통합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이들 정부가 기업의 정치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가능성도 있다. ESG 공시 규칙의 새로운 물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2022년 3월 기후 관련 공시 지침이나 2021년 4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을 들 수 있다.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은 결국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좋은 로비를 위한 로비
사회변화와 관련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공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로비 활동을 사회 및 정치 변화의 기본적이고도 민주적인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변화를 위한 로비 운동이 바로 그렇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든 목소리가 중요하고, 부나 출생, 사회적 지위로 인해 영향력이 제한되지 않는 투명하고도 책임 있는 정치 과정을 만들고자 한다.
이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비에 대해 흔히 알려진 서사를 변화시키고, 비영리영역의 옹호 활동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로비가 더욱 투명하고, 자기 인식적이며, 책임 있게 이루어지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자선단체는 비록 지금까지 정치 활동 지원과 수혜기관의 로비에 침묵을 지켜왔지만, 로비가 그들이 장려하고자 하는 시스템 변화를 달성하는 데 활용 가능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의 기업은 좁은 영리 목적에 로비 노력을 집중시켜 왔지만, 오늘날에는 로비 활동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공익을 추구함으로써 정부 협력에서 정치적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대중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 결과, 사회규범의 변화와 자발적인 참여, 입법 개혁을 통해 로비를 사회변화의 필수적인 실천 방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로비 활동에 접근하고, 주도권을 가져야 하며, 모두가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고 로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로비는 시스템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접근법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좋은 로비를 위해 로비에 나설 때이다.
1. 루이스 폴크, 김미래, 헤더 맥인도에, <영향력의 후퇴: 비영리 옹호 및 공공 참여의 쇠퇴 연구>, 인디펜던트 섹터, 2023년 7월.
2. 국제투명성기구, <유럽의 로비 활동: 숨겨진 영향력, 접근의 특권>, 2015년 4월.
3. 요한나 마이어, 호세파 킨트, 세바스티앙 메나, <정치 혁신의 떠오르는 분야>,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23년 봄호.
4. 사라 딕슨, <로비 활동 투명성의 공통적 과제: 유럽으로부터의 교훈>, 열린 정부 파트너십, 2021년 6월 8일.
5. 아마르티아 센, <보편적 가치로서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저널, vol. 10, no. 3,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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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루이지 진갈레스, <기업의 정치이론을 향하여>, <경제학전망>, vol. 31, no. 3, 2017년.
15. 토머스 P.리온과 엘리자베스 도티, <기업의 정치적 책임에 관한 Erb 원칙>,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하버드 로스쿨 포럼, 2023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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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O ALEMANNO
알베르토 알레만노는 파리 HEC의 장 모네 법학 교수이자 더굿로비의 창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