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한국, 사회성과를 돈으로 보상하는 실험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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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임팩트 · 측정과 평가
한국, 사회성과를

돈으로 보상하는

실험에 도전하다


2024 FALL


신현상 · 임가영 · 정명은 · 김현중 · 김하은



Summary. 사회성과 인센티브 실험은 한국의 임팩트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 측정과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교훈을 제시한다.



2013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최태원 회장은 대담하고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삼성, 현대자동차와 함께 한국의 3대 대기업으로 꼽히는 SK그룹의 회장인 그는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하는 임팩트투자 세션에 섰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는 투입이 아닌 실제로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성과의 화폐가치 측정과 이에 기반한 보상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회적기업과 더 큰 시장이 소셜임팩트를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사회적 수익을 추구함으로써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이 더 큰 성과를 거두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2년 후, SK그룹은 국내 최초로 사회성과 측정 시스템을 도입한 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s, SPC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후 9년 동안 368개의 사회적기업이 SPC에 참여했으며, SPC의 측정법에 따르면 참여 기업은 2억 9,400만 달러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SK그룹은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총 4,500만 달러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영리 기업이 시행한 세계 최초의 성과기반보상pay-for-success 실험이었다. SPC는 사회적 가치가 시장에서 정의되고, 인정받으며, 거래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SPC는 이 대담한 실험의 대표주자로서 시작 단계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동시에 한국 임팩트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2조 달러 규모의 사회적기업 산업, 임팩트 측정의 필요성 그리고 올바른 임팩트 측정 과제에 대한 의미 있는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SPC가 시작된 일을 우연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빈곤, 실업, 질병,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정부의 도움이 거의 없거나 제한적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용 보조금, 세제 혜택과 같은 직접적 자금 지원과 임팩트투자 기금 조성, 저금리 대출 보증 같은 간접 자금 지원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왔다. 또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한국의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의 설립과 운영, 성장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육성법Social Enterprise Promotion Act을 통해 한국 임팩트 생태계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2007년에 제정된 이 법에 따라 사회적기업은 수익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 서비스 수혜자 등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으면 사회적기업은 최대 5년간 급여의 40~70%에 해당하는 고용 보조금, 세금 감면,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같은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55개의 사회적기업이 정부 인증을 받았는데, 사회적기업 인증 및 지원을 담당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Korea Social Enterprise Promotion Agency에 따르면, 2021년 말에는 그 수가 4,222개로 80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인증 사회적기업의 총 고용 인원은 63,034명이며, 이 가운데 61.2%에 해당하는 38,597명이 중증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이들 기업의 총매출액은 약 50억 원으로 추산되며, 인증 후 5년간 생존율은 86.4%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사회적기업 외에도 정부 보조금이나 인증 사회적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벗어나 혁신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이들을 소셜벤처라 부른다. 이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크레비스파트너스Crevisse Partners, D3쥬빌리파트너스D3Jubilee Partners, 인비저닝 파트너스Envisioning Partners, HGIHG Initiative, 임팩트스퀘어Impact Square, MYSC, 루트임팩트Root Impact, 소풍Sopoong과 같은 임팩트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기관들이 중요한 후원자 역할을 담당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소셜벤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약 8천만 달러 규모의 임팩트 펀드를 조성하고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등 이들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소셜벤처의 수는 2,184개로, 2019년 말 998개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약 2백만 달러이며, 평균 직원 수는 21.2명이다. 소셜벤처는 주로 기술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 60%가 연구 개발 조직이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한국의 사회적기업(이하 ‘인증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모두를 ‘사회적기업’으로 지칭)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은 사회적기업이 타깃 사회문제target social problems를 얼마나 잘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재정 지원을 정당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선순환 구조 구축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의 임팩트 생태계에서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측정impact measurement과 근거 기반 책무성evidence-based accountability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한국은 사회성과 측정에 대한 합의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기업이 성과 기반 임팩트 지표나 실제 사회성과보다는 사업계획서나 스스로 주장하는 선한 의도와 목적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과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그룹은 측정 필요성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SPC 시스템을 구축했다. 체계적이고 계량화된 측정체계를 기반으로 의사결정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더 많은 지원을 받은 사회적기업의 선한 활동이 더욱 효과적으로, 오래 지속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민간 주도의 사회성과 측정 및 현금 보상 시스템인 SPC를 만들었다. 이들의 실험은 한국 임팩트 생태계에 사회성과 측정 방법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측정의 유용성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SPC는 '어떻게 하면 영리 기업이 지속적인 동기를 가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회적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면,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아이디어가 SPC의 기본 전제이다. 사회적 발전에 기여한 기업의 기여분에 대해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크레딧으로 보상하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이 만들어지면,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며, 기업의 평판 또한 높일 수 있으므로 기업은 더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사회혁신 이니셔티브에 동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SK그룹은 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2013년 말부터 SPC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는 체계적인 사회성과 측정에 기반한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사회성과 측정에 대한 경험이 없어 측정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실행을 기피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SK그룹 사회공헌위원회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ommittee(현 사회가치위원회Social Value Committee)가 SPC의 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중간지원조직, 임팩트투자 기관, 민간기업, 학계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3개의 운영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각 운영 위원회에서는 SPC의 세 가지 핵심요소가 될 사회성과 측정 방법, 참여 기관 모집 방법, 보상 실행 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2014년, SPC 사무국은 사회성과 측정체계 개발 업무를 맡았다. 2018년부터 SK는 별도의 비영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Center for Social Value Enhancement Studies, CSES을 설립했고, 이 재단이 이후 SPC 사무국의 역할을 수행했다. 사무국은 적합한 측정체계 개발을 위해 사회적기업들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국은 참여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의 정의와 임팩트의 개념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와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이 성과에 대한 화폐가치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4년부터 SPC 사무국을 이끈 CSES의 박성훈 선임이사는 말했다. “사무국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첫째, '추상적이고 본질적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운 사회성과를 측정해도 괜찮은가?' 둘째, '사회성과를 측정해도 괜찮다면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셋째, '영리 대기업인 SK가 왜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하려고 하는가?' 였습니다." 사무국은 18개월 동안 사회적기업들과 간담회,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정기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사무국은 최초의 시도인 만큼 SPC가 불완전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측정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 축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사회성과 지표와 측정 산식 도출은 특히 현금 보상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었다. 


사무국과 참여 사회적기업들은 마침내 측정 및 보상체계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첫째, 가격과 같이 화폐가치화를 위한 비교적 명확한 시장 기준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사회성과를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재화와 서비스의 현실적인 시장가격 추정치로 대용하기로 했다. 둘째, 사회적 가치를 과대평가하지 않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 보수성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셋째, 정부 보조금이나 민간 기부금 등의 방식으로 이미 다른 기관에 의해 보상이 끝난 사회성과는 제외하고, 사회적기업이 창출했으나 보상되지 않은 잔여 사회적 가치만을 측정하고 보상한다는 원칙이었다. 


SPC가 사회적기업의 행동 변화의 마중물이 되어 더 큰 사회성과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스템이 사회적기업을 외부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결국 사회적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성도 수익 창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운영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사회성과 창출 동기 강화와 인센티브 의존성 방지를 위한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 규모에 대해 긴 논의가 이루어졌다. 당시 사회적기업들은 기업당 약 4~5만 달러의 외부 자원이 유입되면 사회성과 창출 동기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센티브 의존성 방지를 위해 일부 위원들은 당시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수준인 매출액의 3~5%를 보상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측정된 사회성과의 20~30% 수준으로 보상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성훈 선임이사는 “사무국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업당 평균 15만 달러의 사회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사회성과의 25% 정도를 현금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면 기업당 약 4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 수준의 보상이라면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 창출의 동기를 높이는 데 필요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외부 보상에 대한 과도한 의존 방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기업당 산출한 사회성과의 25%를 사후 현금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인센티브 구조 디자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현금 인센티브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SPC에 참여한 사회적기업은 4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측정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연습 기간 1년과 본 측정 기간 3년으로 구성되며, 매년 사회성과 측정을 진행해 총 4회의 측정을 진행했다. 첫해에는 연습 측정을 통해 지표를 합의하고, 이후에는 측정된 사회성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SPC 참여 기업은 비금전적 지원도 제공받았다. SK그룹 임직원이 참여 기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법률 및 특허 자문, 마케팅, 재무회계 분야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참여 사회적기업은 관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한국 임팩트 생태계에 대한 SPC의 기여

지난 10년간 SPC는 한국 임팩트 생태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큰 발전을 이룩한 다음의 6가지 측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임팩트 측정의 수용성 및 당위성 제고

SPC는 임팩트 측정에 대한 사회적기업가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소셜섹터와의 관련성을 입증했다. 사회적기업가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측정과 보상의 과정을 직접 거치며 처음에는 보상에 더 큰 관심을 가졌지만, 점차 측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감하게 됐다. SPC 초기 1~2년까지도 여전히 사회적기업가들은 사회성과의 화폐가치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합의에 기반한 측정체계와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게 적용한 지표를 통해 측정 수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


약 10년간의 운영을 통해 SPC는 한국 임팩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측정 기준을 확립했다. 2014년 SPC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부천 가톨릭대학교Catholic University of Korea in Bucheon 경영학과 라준영 교수는 “영국이 2000년대부터 10년간 사회성과 측정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SPC를 통해 사회성과 측정의 유용성을 경험하고 나면 그 누구도 그 가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SPC는 사회성과 측정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2017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 측정을 돕기 위해 사회적 가치 지표Social Value Index, SVI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사회적기업 인증 및 지원 의사결정에 SVI 측정 결과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부터 임팩트 경영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인 임팩트측정 플랫폼Impact Measurement Platform, IMP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 자가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민간에서도 사회성과를 측정하는 연구기관과 컨설팅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민의 세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받는 인증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공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맞물리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 


측정 결과 기반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SPC는 한국 임팩트 생태계 전반에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이해하고, 평가하며, 소통하는 증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확산해왔다. 측정을 경험한 사회적기업들은 자신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해 투자자나 자금제공자 등의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때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일부 사회적기업은 실제적으로 창출한 사회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SPC 측정 결과 기반의 임팩트리포트를 발간했고, 그 결과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편 측정이 업계의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기업 중에는 기존에 우수사례로 평가되어 널리 알려졌던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실제로 창출한 사회성과가 평판이나 업계의 소문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평가 결과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SPC는 사회적기업과 자금제공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했다. 특히 SPC의 사회성과 측정 결과는 임팩트투자자들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를 심사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공했다. 한국의 대표 임팩트투자사 중 하나인 소풍의 한상엽 대표는 “SPC에 참여하는 기업은 사회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는지에 대한 정량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임팩트투자자가 투자 여부와 투자 금액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SPC에 참여하는 기업의 사회성과 측정 공식과 결과가 생태계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공유된다면 임팩트투자 의사결정의 투명성, 책임성,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의 선한 의도와 목적성에 따라서 투자를 결정하던 임팩트투자자들은 이제 SPC를 통해 실제 재무적, 사회적 성과에 근거한 데이터 기반의 투자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는 개별 투자자 차원에서는 더 많은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시스템 차원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자금 흐름을 가능하게 해 한국 임팩트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임팩트 창출 역량 강화

측정을 통해 사회적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임팩트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는 자원 배분과 사회성과 개선에 도움을 주었다. CSES가 전체 SPC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7%가 사회성과 측정 경험이 사회성과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71%는 자신들의 소셜 비즈니스 모델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험을 한 기업의 예로는 장애인과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자재 유통 전문 사회적기업 청밀Chungmil을 들 수 있다. 10년 동안 사업을 운영해온 청밀은 2018년 SPC에 참여했을 당시 사업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양창국 대표는 “직원들과 매주 우리의 미션, 가치, 목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에 대해 대해 토론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청밀은 사회성과 측정 및 평가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임팩트 비즈니스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양창국 대표는 SPC를 통해 사업의 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전략 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청밀은 2019년 전체 SPC 참여 기업 중 인센티브 수령 규모 상위 5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더 큰 임팩트를 위한 유연한 자금 확보

SPC는 기존의 정부 및 자선단체 보조금과는 다르게 자금의 사용처를 지정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SPC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은 각자의 필요와 전략에 따라 현금 인센티브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CSES의 조사 결과, 참여기업들은 SPC 인센티브를 다양한 용처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23년 조사에 따르면, 328개 응답 기업 중 21%는 직원 급여에, 13%는 연구 개발에, 8%는 임직원 격려금에 SPC 인센티브를 사용했다. 


SPC의 유연한 자금 지원 정책은 더 큰 사회성과의 창출을 가능하게 했다. 그 사례로 영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을 지원하고 장애인, 노인 등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부케어Dongbu Care를 들 수 있다. 2015년, 동부케어는 운용자산 6,000억 원이 넘는 초우량 금융회사인 미래에셋Mirae Asset에 대출을 신청하며 SPC에 선정될 경우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센티브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4만 달러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이는 곧 동부케어의 대출금 상환 능력의 근거가 되었다. 그 결과 동부케어는 약 40만 달러의 대출을 받아 투자에 사용할 수 있었다.


동부케어는 SPC 참여 첫해에 창출한 사회적 가치 약 52만 달러에 대해 약 13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수령해 대출 원금을 상환하고, 사회성과 창출 제고를 위한 재투자에 사용했다. 그 결과 SPC 참여 2년 차와 3년 차에는 각각 약 200%와 400%의 사회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동부케어는 SPC 인센티브를 마중물 삼아 대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서비스 확장에 투자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동시에 동부케어는 SPC 참여 시작 3년 만인 2018년에 매출액 약 500만 달러를 달성했는데, 이는 SPC 참여 이전과 비교했을 때 두 배의 성장이었다. 


동부케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팩트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돕기 시작했다. 2018년 한국의 5대 은행 중 하나인 IBK 금융그룹IBK Financial Group이 사회적기업 펀드를 신설하며 동부케어에 4%의 대출 금리를 제안했다. 이때 동부케어는 자사의 대출 금리를 7%로 하는 대신 다른 사회적기업에 더 저렴한 3% 대출 금리를 제공해 줄 것을 역제안했다. 또한 동부케어는 돌봄 비즈니스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소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동부케어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온맘터치 협동조합OnMomTouch Cooperative을 설립했다. 동부케어는 SPC 인센티브를 활용해 사회서비스의 규모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 측면과 자금 융통 측면의 지원을 통해 다른 사회적기업의 성장 또한 도운 것이다.


또 다른 기업들은 이 자금을 인재 채용과 유지에 사용했는데, 이는 한국 사회적기업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세대학교Yonsei University 사회학과 한준 교수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생인 장동일의 연구에 따르면, SPC가 기업의 직원 유지율을 2.7배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CSES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328개사 중 45%가 SPC 현금 인센티브가 인재 채용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다른 사회적기업들은 SPC 인센티브를 R&D 투자에 사용했다. 예컨대 재활용 서비스 기업 슈퍼빈SuperBin은 재활용 쓰레기 수거 및 분류를 위한 AI 기반 기술 개발을 위해 약 70만 달러의 SPC 인센티브를 받았으며,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약 3천만 달러의 누적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IT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과 소셜미디어 리뷰를 통해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 소셜벤처 씨지온Cizion의 김미균 대표는 “R&D는 이전에도 꼭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SPC 인센티브 덕분에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인정과 보상

SPC는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사회적기업을 인정하고 보상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이 대중의 신뢰를 얻고, 사회적기업의 직원들은 효능감과 동기를 얻는데 기여했다. CSES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SPC 참여 기업 CEO의 82%가 SPC 선정이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기업 차원의 인지도 향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SPC는 사회적기업가들의 역량 강화와 참여 사회적기업 직원의 동기부여에도 도움을 주었다. 저소득 청년 예술가들에게 일자리, 작업 공간, 행사,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A Company의 정지연 대표는 “SPC 인센티브는 사회적기업가들이 그동안 해온 일을 칭찬해 주는 일종의 상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개발도상국 커피 농가의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아름다운커피Beautiful Coffee 한수정 이사는 “수령한 인센티브의 일부는 사업에 재투자하고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했습니다. 직원들이 우리의 자산이니까요”라고 전했다. 


임팩트 데이터 및 지식의 구축과 활용

SPC는 데이터를 생성하고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분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적기업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촉진했다. 이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학술 논문과 보고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이화여자대학교Ewha Womans University 기업가정신학과의 김상준 교수에 따르면, SPC 이전에는 연구자들이 분석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관련 데이터가 거의 없었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당위성을 다루는 규범적 연구가 주류를 이뤘다. 김 교수는 “하지만 SPC를 통해 다양한 현장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찰과 검증, 이론화를 통한 실증 연구가 활발해졌고,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통찰력 있는 시사점과 신뢰성 있는 제언 도출이 가능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CSES가 공개한 SPC 데이터는 약 12,500회 다운로드되었으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66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한 예로, 최근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에 실린 서울대학교Seoul National University 회계학과 신재용 교수와 동국대학교Dongguk University 정성문 회계학과 교수의 공동 연구 논문에 따르면, SPC 인센티브를 받은 사회적기업은 다음 해 매출 대비 사회성과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PC의 효과는 조직문화와 인센티브 사용 방식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성과 중심 조직에서는 SPC 인센티브를 임직원 보너스로 지급했을 때, 가치 중심 조직에서는 사회적 재투자에 사용했을 때 각각 사회성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PC의 꿈과 세 가지 도전 과제

그동안 SPC는 한국의 임팩트 생태계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SPC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가치에 기반한 보상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개별 기업 단위로 사회성과에 따라 지원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을 넘어 지속가능한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SPC는 시장 원리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임팩트의 가격이 정해지고 거래되는 자생적인 시장 기반 메커니즘을 비전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시스템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CSES의 나석권 원장은 “이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창출된 사회가치에 대해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이 제공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사회가치 창출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아 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재무적 이익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더 많은 자본과 인재가 임팩트 생태계로 유입되어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사회문제 해결 역량이 높아질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CSES의 비전이 실현되어 사회적 가치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게 된다면 사회적기업만이 아니라 영리 기업도 그 뒤를 이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기업과 영리 기업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렇게나 대담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SPC 실험을 통해 마주한 한계와 그에 따른 도전 과제를 극복해나가야 한다. 이를 살펴보는 일은 기존 SPC 프로그램뿐 아니라 향후 다른 국가나 지역의 성과기반 보상 프로그램 개선에도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량적 측정의 역설

SPC는 화폐가치화된 사회성과를 기반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량적 측정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정량적 성과에 비해 관찰하고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 성과가 화폐가치화된 사회성과 측정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고용의 경우, 고용된 장애인의 수와 이들이 받은 임금 같은 객관적인 성과는 쉽게 측정하고 화폐가치화할 수 있다. 반면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제고, 장애인 직원의 정서적 안정과 같은 질적 성과는 화폐적 측정 방법으로는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 이 같은 역학관계로 인해 SPC 인센티브를 받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이 정량적 성과 측정이 쉬운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되면 인센티브 구조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SPC 참여 기업 가운데서도 측정이 쉽고 보상받기에 용이한, 취약 계층 일자리 수 증가와 같은 양적 고용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일부 나타났다. 사회적기업은 제한된 자원과 예산으로 인해 직원의 직무 만족도나 개인적 성장과 같은 고용의 질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사회성과 측정은 임팩트 커뮤니케이션과 인센티브 계산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정량 지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SPC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왜곡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미션 중심의 사회적기업이 본래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집, 측정, 보상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특히 좋은 측정 시스템은 사회성과의 너비(수혜자 수)와 깊이(수혜자가 경험한 변화의 정도), 길이(솔루션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깊이와 길이 차원을 잘 측정하려면 각 사회적기업의 활동 목적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으로 측정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사회적기업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물론, 사회변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균형 있게 촉진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화폐가치화 결과의 타당성 및 비교가능성

화폐가치화 접근 방식으로부터 기인하는 몇 가지 방법론적 한계가 존재한다.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려면 적절한 재무적 대용치financial proxies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은 시장 메커니즘이 실패했거나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의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시장 가격이나 이에 상응하는 가격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되기도 한다. 시장 가격이 존재하더라도 공기업 또는 영리 기업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원가 이하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에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혹은 긍정적, 부정적 외부효과가 시장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은 화폐가치화된 사회성과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SPC 측정체계 초기 디자인에 참여했던 최준 SK 하이닉스SK Hynix 부사장(전 SK 사회공헌위원회 임원)은 “프로그램 초기, 측정체계를 빠르게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경영학자와 컨설턴트를 중심으로 기초 작업을 수행했고, 사회적기업가, 공무원, 공공기관 담당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합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측정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자와 경영 컨설턴트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는 측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경제, 회계, 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SPC 운영 경험과 더불어 이론적으로 정교한 토대를 세운 후에 사회성과 측정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한다면 화폐가치화의 타당성 검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문제영역에서 화폐가치화된 측정 결과를 비교하는 것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음의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한 회사가 장애인을 1년 동안 고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회적 가치는 이 장애인이 받은 급여와 일자리를 갖지 않았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사회보장액의 차액을 기준으로 1만 달러로 평가된다. 다음으로는 일정량의 환경 오염을 줄인 회사를 생각해 보자. 사회적 가치는 탄소배출권 가격 기준으로 일만 달러로 평가된다. 우리는 이 두 가지 경우를 동일하게 봐야 할까? 이것은 보상체계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SPC는 여전히 사무국이 재무적 대용치를 확인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사회성과에 화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메커니즘을 사회성과를 통해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적절한 가중치 도출과 비교가능성 측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사회적기업의 진입장벽

초기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SPC 참여에 대한 진입장벽을 경험한다. SPC 인센티브는 전년도에 달성한 사회성과에 비례해 지급되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사회성과를 달성한 기업이어야 한다. 따라서 잠재력은 높지만 아직 성과가 많지 않은 초기 사회적기업은 SPC 인센티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성과가 높은 사회적기업은 이미 임팩트투자나 다양한 출처의 보조금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성과가 높은 사회적기업은 SPC에 참여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SPC를 통해 보상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SPC는 누구를 위해 설계되고 제도화되어야 하는가? 성과 기반 보상체계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지만, 유망한 초기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의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초기 기업에게는 약속된 수준의 사회성과 달성에 대해 보상하는 인센티브 구조나 SPC를 통해 발굴한 유망한 사회적기업을 다른 기관의 엔젤 투자와 연계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만으로는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부 사회문제의 경우, 성과 기반 인센티브보다 투입 단계의 금전적 지원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화폐가치화 기반 인센티브는 일부 기업이 본래의 미션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SPC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성과 달성이 쉬운 사회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혹은 화폐가치화 과정에서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재무적 대용치가 큰 영역에 너무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 SPC로부터 과한 인센티브를 받게 될 수도 있다. SPC 아이디어의 창시자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측정과 인센티브의 규칙이 잘못 만들어지거나 미흡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완벽에 가까운 메커니즘을 설계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쏟다 보면 사회문제는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때는 사회문제에 개입해 해결하기에 너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잠재적인 부작용을 지나치게 겁내기보다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PC는 완벽한 시스템이라기보다 하나의 실험에 가깝습니다. 지난 10년간 얻은 교훈과 한계, 시사점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넥스트 스텝

2024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라이즈 어헤드 서약Rise Ahead Pledge이 발표되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 결집Rallying Private Sector Investments into the Social Economy을 뜻하는 영문 문구의 앞 글자를 딴 라이즈Rise는 2030년까지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강화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달성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SAP, 이케아IKEA 등 13개 글로벌 기업과 기업 재단이 첫 번째 서명 그룹으로 참여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SK그룹과 CSES가 참여했다. 그간 사회혁신은 비영리단체, 정부, 국제기구가 주도해 왔지만, 이 서약은 민간 부문이 사회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졌다.


SK그룹의 SPC 실험은 소셜섹터를 활성화하고 사회성과 측정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며 소통하는 의지와 역량을 키우는 데도 일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회적기업은 측정과 평가를 통해 비즈니스 전략과 성과 측면의 혁신과 개선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기업이 정부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의존도를 가진 한국의 맥락에서 특히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은 SPC를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선한 의도와 목적성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 투자자, 지원 기관과 협력할 수 있다. 


SPC를 통해 생태계에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는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핵심 조건인 공동의 측정shared measurement을 촉진함으로써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SPC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지식을 공유하는 일은 대규모 시스템 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집단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커뮤니티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자금제공자들의 SPC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SPC는 지금까지 SK그룹이라는 한 대기업의 기업가적 실험에 기반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제도화되고 자생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제공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CSES는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한국의 6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사회성과 비례 보상 제도 구축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일본모금협회Japan Fundraising Association와 함께 일본 최초의 사회적기업을 위한 성과 기반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나아가 그간의 협력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산하 사회적기업가정신 글로벌 연합과 사회혁신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과 성과 기반 금융을 주제로 학습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기업이 돈을 버는 동시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금전적 보상 시스템을 설계하겠다는 SPC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SPC는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 측정과 이에 대한 보상을 중심으로 진행된 실험이었지만,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기업의 사회성과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크레딧으로 보상되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에 있다. 이런 메커니즘이 만들어져 원활하게 운영된다면 사회적기업뿐 아니라 영리 기업도 풍부한 자원과 문제해결 역량을 활용해 사회혁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강조한다. “오늘날의 기업은 많은 인적 자본과 재무적 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의 일부로서 보유 자원을 잘 활용하고, 그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제대로 측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함으로써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많은 기업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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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상 

신현상은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학과 교수이자 임팩트사이언스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사회혁신단의 부단장,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한국어판의 학술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임팩트측정 전문 기업인 임팩트리서치랩 대표를 맡고 있다. 


임가영

임가영은 CSES의 부책임 연구원이다. 주로 SPC 이니셔티브의 확산을 위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는 세계경제포럼과 슈왑 재단의 사회적기업가 정신 글로벌 얼라이언스에서 성과 기반 금융 프로젝트 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정명은

정명은은 CSES의 수석 연구원이자 기획협력팀 리더이다. CSES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2018년 SPC 운영을 담당했다. SPC의 효과성에 대한 여러 연구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


김현중

김현중은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한국어판의 콘텐츠 매니저 겸 에디터이다.


김하은

김하은은 임팩트리서치랩의 COO로 다수의 임팩트 측정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사회혁신, 임팩트 측정, 임팩트투자, 비영리단체에 대한 아티클과 리포트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