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트로피]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대학의 문화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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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 교육 · 시스템변화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대학의 문화를 바꾸다

2025-1


ALISON BADGETT



Summary. JED 재단은 지난 20년간 미국 청년이 겪는 정신건강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JED의 사례는 정신건강의 위기를 유발하는 문화적 요인을 시스템 차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1년 10월,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어린이병원협회Children’s Hospital Association, 미국 어린이 청소년 정신의학회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는 공동으로 발표한 ‘어린이 청소년 정신건강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통해 “우리는 정신건강 위기 발생률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을 목도했다”고 밝히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위기에 대해 공식적인 경종을 울렸다. 뒤이어 미국의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인 미국 의무총감US Surgeon General 비벡 머시Vivek Murthy도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를 완화하는 데에 ‘조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두 성명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정신건강 문제가 급증한 현상 뒤에 가려져 있던 장기적인 추세를 강조했다.


헬시 마인즈 네트워크Healthy Minds Network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에는 대학생 중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17%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이 수치가 31%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에 우울감을 호소한 응답자 비율은 68%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2019년에 지속적인 슬픔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답한 학생은 3명 중 1명으로 2009년 대비 40% 증가했고,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6명 중 1명으로 2009년 대비 44% 증가했다. 10~24세 자살률도 2007년에서 2018년 사이에 57% 증가했다.


의무총감은 이러한 수치가 단지 인식과 보고가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뿐 아니라 기후변화, 총기 폭력, 인종차별, 소득 불평등과 같이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회 문제로 인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받고 있는데, 머시는 후속으로 발표한 권고문을 통해 일반적인 십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배가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이미 진행 중이던 정신건강의 위기를 악화하고 청소년 사이에 작동하던 역학을 드러내었을 뿐이다. 정신건강 운동가이자 전 미 하원의원인 패트릭 케네디Patrick Kennedy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들이 겪는 고립과 혼란, 고통이 어린이 청소년 정신건강 임상의에게는 놀랍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일반 대중도 이 모든 사정을 알게 했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봄에 미국에서 청년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비영리조직인 JED 재단에서는 한 후원자와 함께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에 관해 논의했다. JED의 최고경영자 존 맥피John MacPhee가 그 후원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회고한다. “이제 큰 규모의 재원이 정신 건강 영역을 흘러갈 텐데요. 단지 생존만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조직이 아니라 이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려는 단체에게로 가게 될 겁니다. 당신의 조직은 현 상황에 제대로 맞설 생각입니까?” 맥피는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 후 2년간 JED는 조직을 두 배 키워 40명이던 직원을 80명으로 늘리고 450개 대학에서 정신건강을 지원하도록 도왔다. 재단은 또한 고등학교와 교육구, 지방대학에서도 동일한 사업을 추진하고 정책개발 부서를 신설했다. 2022년 맥켄지 스콧MacKenzie Scott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지원받은 데 힘입어, JED는 향후 몇 년간 고등교육 과정생 지원 규모를 세 배 늘려 50% 이상의 대학교를 지원할 예정이다.


고등교육 기관 학생 지원 담당자들의 협회인 NASPA의 회장 케빈 크루거Kevin Kruger는 대학 경영진이 정신건강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존 맥피는 수화기만 들면 정말로 어느 대학 총장과도 통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와 신뢰를 얻고 있어요.”라고 크루거는 말했다. 영리 기업의 수많은 온라인 상담 서비스와 상품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외부에 온갖 목소리가 쏟아지지만, JED는 독보적'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25년이나 자리를 지켰으니 떠나지 않으리라는 걸 모두 신뢰하죠.”


코로나19를 겪으며 학교들은 왜 위기에 처한 학생의 상담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돌봄 문화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 재구상할 임무를 부여받았고, JED는 그간의 활동 경력을 발판으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 조직이 지닌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JED는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안녕을 소중히 여기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단이 온전히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학교의 학생, 교직원, 교수진, 경영진의 시각과 관행은 물론 그들이 속한 시스템까지도 전환해야 한다. 


2000년 설립 이래 JED는 대학들이 연구에 기반한 사업과 정책, 대중적 인식을 포괄적으로 활용해 학생의 정서적 건강을 지키고 자살을 예방하도록 장려해 왔다. 20년에 걸쳐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면서 JED는 모든 청년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전략을 스스로 구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현재 JED는 타 조직에 전례가 될 만한 총체적인 시스템 변화 프레임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공군 모델을 도입하다

도나Donna와 필 사토Phil Satow의 아들 제드Jed는 애리조나 대학교 2학년이던 1998년 겨울방학,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인생에, 우리의 미래에 자살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 일이 닥쳤을 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에 빠졌죠.”


제드는 뉴저지 프린스턴의 전원 지역에서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의 세 자녀 중 막내로 자랐다. 그는 똑똑하고 유쾌했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다. 고등학생이 되자 이따금 움츠러들고 충동적으로 굴거나 화를 내기도 했지만 사토 부부는 십대 청소년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으로 여겼다. 제드는 학습 장애가 있었는데, 이 때문에 주의력 부족과 학습 장애를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애리조나 대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도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둘 다 자살에 관해 정말로 하나도 몰랐어요.” 필이 포레스트 래버러토리즈Forest Laboratories 부사장으로 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주 단편적인 수준에서 약물과 약물 예방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긴 했죠. ······ 하지만 자살 예방이라든지 청소년기에 우울증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눈 적이 별로 없었어요.” JED의 지원이 있었다면 도나와 필은 우울증과 학습 장애의 연관성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청소년기에 분노의 형태로 나타나곤 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만의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일을 우리만 겪을 리는 없다고요.”


이 문제에 관해 조사하면서 사토 부부는 대학생 사망 요인 중 2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나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을까? 분명 이 일은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어요.”


해답을 찾기 위해 사토 부부는 제드가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보았다. 그 과정을 통해 친구, 교수진, 동아리의 선후배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제드를 염려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살펴보고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알았다면 제드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토 부부와 만난 대학 총장은 격앙된 상태로 이렇게 말했다. “재학생이 3만 명이 넘는 학교에서 저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면담장을 나서며 사토 부부는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사람은 먼저 자살 관련 전문가들을 워싱턴 D.C.로 불러 모았다. 여기에 미국 자살학회American Association of Suicidology 사무총장 래니 베르만Lanny Berman, 어린이청소년 정신의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브렌트David Brent 피츠버그 대학교 교수, 회고록 <고요하지 않은 마음An Unquiet Mind>의 저자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케이 레드필드 제미슨Kay Redfield Jamison, 자살 예방 자원 센터SPRC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 공군에서 시행해 자살뿐 아니라 살인 및 가정폭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은 모델을 하나 찾아냈다. 이 모델은 돌봄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훈련, 교육, 예방 서비스, 정책, 규약을 비롯한 통합적인 전략을 활용하는 포괄적 접근법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토 부부에게 이 모델을 대학 캠퍼스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라고 권했다. 대학은 미 공군과 마찬가지로 고유의 리더십 구조, 문화, 정책,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구획이 분명한 공동체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정서적 건강을 보호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 


JED의 포괄적 접근법

아들을 잃은지 2년 후에 사토 부부는 공군에서 입증된 접근법에 기반해, 대학에서 자살 예방 프레임워크를 체계화하고 전파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는 JED 재단을 설립했다. 사토 부부는 처음부터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소수의 대학과 협업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 내 모든 대학의 문화와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이들은 SPRC와 협력해 대학에서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 예방을 위한 JED의 포괄적 접근법JED’s Comprehensive Approach to Mental Health Promotion and Suicide Prevention for Colleges and Universities'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7대 핵심 전략과 그와 연관된 수십 가지 전략이 담겨 있다.


이 전략 중 첫 번째는 생활 기술 개발하기, 두 번째는 사회적 연결성 높이기로, 둘 다 정서적 건강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회복력, 끈기, 신체적 건강 유지, 감정 조절 능력과 같은 생활 기술은 정신건강과 학업 성과에 모두 연관된다. 이를 위한 세부 전략으로는 마음챙김 훈련에서부터 모든 학생이 체육관을 무료로 개방해 운동을 장려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과 고립감이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높인다. 형평성 및 포용성 프로그램은 사회적 연결성을 증진하고 고립된 학생에게 접근할 지역 상담사와 교내 상담사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전략은 위기에 처한 학생을 식별하는 것이며, 네 번째 전략은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 늘리는 것으로 두 전략 모두 조기 개입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 대다수는 관리를 받지 못한다. 위험에 빠진 학생을 식별하는 세부 전략으로는 지도교수, 교수진, 동료학생 등 당사자와 관계를 맺는 이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상담 지원을 의뢰하도록 훈련하는 것, 정신건강 및 약물 남용을 식별하는 도구를 1차 의료서비스에 결합하는 것 등이 있다. 지원 요청 행동을 늘리기 위해서는 학내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고 도움을 받는 것을 낙인으로 여기지 않도록 홍보 활동을 벌이기를 권한다.


개입이 성공을 거두려면 적절한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기에 JED 프레임워크의 다섯 번째 전략은 정신건강 및 약물 오용 관련 서비스 제공이다. 관련 세부 전략으로는 진료소 운영 시간 확대와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장기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연결하는 것 등이 있다. 학교는 또한 JED의 여섯 번째 전략인 위기관리 절차 따르기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위기관리 세부 전략은 자살 사고 이후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 같은 단발성 대응도 있지만, 연중무휴 위기 대응 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지속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JED의 포괄적 프레임워크의 일곱 번째 전략은 자살 수단 억제하기다. 옥상에 올라가거나, 약물을 처방받거나, 총기를 허용하는 주에서는 총기를 사용하는 등 자살에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제한하는 것이 여전히 자살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위원회American Council on Education, ACE 연구 및 실행 국장인 홀리 체스만Hollie Chessman은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를 공중보건의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대학에서는 쉬운 답을 원하죠. 프로그램 하나 진행하고 끝내고 싶어 해요. ······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체계적이고 대단히 복잡한 일이에요. JED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교내에서 실행해야 하는 그런 복잡한 일들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NASPA의 크루거는 이렇게 말했다. “제드는 안타깝게도 깨진 틈새로 떨어져 버렸죠. 하지만 그 때문에 JED 재단이 설립되었어요. 이런 일은 늘 벌어지고 있어요.” 크루거는 JED 모델에 담긴 포괄성 그리고 교내 전문가와 학생 양쪽을 모두 지원하는 방식 때문에 재단이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대학 경영진은 학생들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지난 45년간 이 일을 하는 내내 제가 고민해온 문제입니다.”


학생에게 다가가기

제드의 동아리 선배 론 기보리Ron Gibori는 2004년 JED 설립 과정에 참여했다. 론은 재단 초기에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대학 내 케이블 방송국인 MTVU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마침 록 더 보트Rock the Vote(감수자주: 젊은이들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는 미국의 시민운동) 캠페인을 막 끝낸 MTV는 중요한 이슈에 젊은이들을 모으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기보리와 도나 사토는 MTV와 협력하기 위해 MTV 뮤직 서비스 홍보부사장으로 일했던 JED의 이사 래리 리버먼Larry Lieberman에게 도움을 청했다.


(왼쪽부터) 2012년 6월 7일 뉴욕에서 열린 제11회 JED 재단 연례 연회에 참석한 도나 사토, 전 미 하원의원 패트릭 케네디, 청소년 운동가 로런 애슐리 팁턴, 필 사토.


MTV 측에서는 이들의 문의에 즉시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데 드는 총 45만 달러의 비용은 신생 비영리단체인 JED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사토 부부는 필이 제약 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직업적, 개인적 인맥을 활용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제드가 죽은 뒤 이주한 맨해튼 소호의 로프트에 친구와 동료, 언론인 밥 우드워드Bob Woodward나 패트릭 케네디 같은 저명인사를 초대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강연을 듣는 모임을 열었다.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를 연사로 초청했던 날 밤, 참석자 중 한 명이 사토 부부에게 놀라운 제안을 했다. 캠페인을 위해 1백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2006년, JED와 MTVU는 ‘우리 중 절반Half of Us' 캠페인을 개시했다. 이는 대학생 중 50%가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무리가 갈 정도의 불안과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착안한 문구였다. 또한 설문 응답자 중 절반이 교내에서 도움을 받을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고, 70%가 그것을 물어보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고 답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을 낙인이 아닌 당연한 일로 여기도록 만들기 위해, 학생은 물론 가수 메리 J. 블리지Mary J. Blige와 밴드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의 피트 웬츠Pete Wentz 같은 유명 인사가 자신이 겪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에는 검사 도구와 자료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학생들을 안내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2007년 MTV 소셜임팩트 부사장으로 부임한 누푸르 아가왈Noopur Agarwal은 이렇게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 덕분에 살아났다는 팬들의 사연이 들려왔어요.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던 아티스트들이지만 ······ 이들도 자살 직전에 이를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 중 절반 캠페인은 2008년 피버디상Peabody Award을 받았고,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아가왈은 이렇게 말했다. “대중문화에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를 접목해 ······ 우리가 정신건강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둘러싼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이었어요. 문화적 변화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 JED는 정말이지 독보적이에요.”


그 밖에도 JED는 수년에 걸쳐 학생들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2010년에는 MTV와 함께 온라인 괴롭힘에 대응하는 ‘사랑이 더 강하다Love Is Louder’ 캠페인을 벌였고, 2018년에는 미국 자살 예방 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 광고협회Ad Council와 협력해 ‘머뭇거리지 말고 다가가세요Seize the Awkward’ 캠페인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단체의 대중 인식 캠페인은 활동가들의 직감에 의해 내부적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JED는 달랐다. JED는 시장 조사를 통해 메시지를 다듬고 홍보 채널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머뭇거리지 말고 다가가세요’ 캠페인 기획을 위한 조사에서 JED는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청소년은 거의 다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친구가 있지만, 그 정보를 공개했다가 우정이 깨어질까 두려워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꺼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머뭇거리지 말고 다가가세요’ 캠페인은 이렇게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아,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량을 갖추게 한다. 2023년 광고협회에서 진행한 임팩트 추적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 중 50%가 ‘머뭇거리지 말고 다가가세요’ 캠페인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이들에 비해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친구에게 이야기하고(80%대 67%), 친구에게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하며(68% 대 50%) 위기 상담 라인을 통해 친구를 도울 방법을 문의할(47% 대 27%) 의향이 훨씬 더 높았다.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설립 10년 만인 2010년, 이미 관련 분야의 탁월한 비영리단체로 평가받고 있었음에도 JED는 여전히 연간 예산 1백만 달러, 직원 6명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기업가적인 조직이기는 했지만, 모든 대학이 재단의 포괄적 접근법을 실행하게 하겠다는 사토 부부의 비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태였다. JED는 근거에 기반한 수준 높은 자료를 제공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었다. JED의 활동가들은 상담실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지만, 학교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총장과 학생지원처장 등 대학 경영진과의 접점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JED의 지지자와 이사진, 후원자 대부분이 사토 부부와 관련된 이들이었다.


필과 도나는 JED의 미래 그리고 조직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필은 동료였던 존 맥피에게 상황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필은 1995년에 제약회사 포레스트 래버러토리즈의 홍보부사장으로 맥피를 고용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맥피는 여러 가지 제품 중에서도 우울증과 불안증 치료제 출시를 감독했다. 필은 맥피에게 연락해 재단 일을 의논하던 중, 그가 공중보건 분야로 진로를 변경할지 고민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 맥피는 공학을 계속할 생각이었지만 콜럼비아 대학 학부생 시기 내적인 위기를 경험했다. 아마도 불안감과 우울증이었으리라 짐작되는 증세를 겪었고, 한 학기 내내 수업에 빠지고 낙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배려심 깊은 대학의 어른들이 준 도움 덕분에 그는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맥피가 학교에 복귀했을 때는 한 제약회사에서 그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제약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영업직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저 한 발 또 한 발 내디디며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증명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든 이미 증명해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자신의 역할이 '돈을 벌고, 분기별 수익을 올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느껴졌고 '의료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다하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맥피는 컬럼비아 대학교 공중보건학 석사 과정에 등록하고 비영리단체에서 이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사토가 JED의 미래에 관해 조언을 구하자 그는 기꺼이 돕고 싶었다. 맥피는 JED를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선구자, 즉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보았다. “도전의 기회는 무한히 열려 있었어요”라고 맥피는 말했다.


맥피는 특히 재단이 새로이 추진하려던 인증 사업에 흥미를 느꼈다. 일곱 가지로 구성된 정신건강 프레임워크를 실행하는 대학을 평가해 JED의 인증서를 발급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JED의 규모가 너무 작아 대규모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그는 재단의 모금액을 연간 1천만 달러로 끌어올릴 것을 제안하고, 이사회가 이를 약속할 수 있다면 자신이 CEO로서 JED를 이끌겠다고 제안했다. 이사회는 약속을 지켰고, 맥피는 2011년 CEO로 부임했다.


재임 초, 맥피는 광범위한 대상에게 접근하려는 JED의 의지를 반영해, 대학생에게 국한하던 JED의 활동 범위를 청소년과 청년층 전반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대학생의 자살률이 또래의 비대학생에 비해 낮다는 자료에 비추어 볼 때, 보다 포용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맥피는 인증 사업 기획도 진행하고자 했다. 2013년에는 인증을 위해 65개 대학을 평가했는데, 이 평가에는 JED의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문항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자격을 갖춘 학교 중 일부, 특히 명문대학들이 공개적인 인증을 원치 않았다. JED에 참여한 학교는 모두 다 재학생들을 더 잘 지원하고자 했지만 정신건강 문제는 여전히 보편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었다. JED 인증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몰려 지원자 구성이 달라질까 염려하는 대학도 있었다. 그래서 JED에서는 적격 학교가 임계치인 30개 이상이 될 때까지 인증 발표를 미루었다.


JED, 조직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다

맥피는 인증 사업의 성과에 흡족했지만, 한편으로는 문제가 될 만한 패턴을 발견하기도 했다. 인증을 받은 대학은 자원이 더 풍부한 북동부의 기숙형 대학에 편중되어 있었다. 맥피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인증 방식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프로그램 차원에서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파악하지 못했어요.”


맥피와 팀원들은 이 문제를 포지스 가족재단Poses Family Foundation과 의논하기 시작했다. 포지스 가족재단은 학습 장애 해결과 비영리단체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뉴욕 기반의 자선기관이다. 재단 창립자인 셸리 런던Shelly London 대표는 JED가 지식 조직knowledge organization인지 변화 조직change organization인지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맥피는 이렇게 말했다. “JED 스스로가 변화 조직이 되지 않고서는 학교들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 셸리의 논지였어요.”


셸리 런던도 맥피와 유사하게 기업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 비영리 영역에 진입했다. 런던은 회생 전략turnaround strategy과 문화 변화culture change에 있어 전문가였다. 런던은 JED 재단의 첫인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좋은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가족기업 같았어요. 개인사업자가 마침내 중대하고 결정적인 전환점에 선 모습처럼 보였죠.”


런던은 JED의 리더들이 어떤 비전을 품고 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변화할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진행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JED의 리더들은 호기심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했어요. 그들은 안전지대를 벗어나 실험하며 노력하고 있었고, 성장하려는 마인드셋이 있었어요. 그들은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고 싶어 했죠.”


그렇다고 의견 대립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런던은 이렇게 말했다.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가 많았는데, 그건 좋은 일이죠.” JED의 이사들은 ‘현장boots on the ground’ 지원을 추가하는 데 동의했지만, JED 인증 대학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리하는 데 거의 1년간의 논의가 필요했다.


맥피는 이 대담한 사업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비용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가 있었어요. 거대하게 느껴지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고자 할 때 이사회에 기부자가 있으면 사무국장이나 대표로서는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논의 과정에 대해 필 사토는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는 4천 개 학교와 협업하고자 했어요. 그런 규모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복제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어요.” 결국 JED는 7대 프레임워크와 관련된 교내의 정책 및 관행의 실태를 평가해, 개선이 시급한 영역에 대해 기술 지원을 실시하고 캠퍼스 자문을 통해 4년간 코칭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14년, 캠퍼스 자문 두 명으로 시작한 JED 캠퍼스JED Campus는 해마다 꾸준히 성장해 2018년에는 200개 캠퍼스로 확산됐다. 그 무렵이 되자 대학들은 JED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홍보했다. 맥피는 교내 정신건강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와중에 이러한 진전이 '느리지만 꾸준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다

JED 캠퍼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수록 재단의 기금도 늘어나 자원이 부족한 기관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JED가 평가 및 기반을 개선해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피버털 벤처스Pivotal Ventures에서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함에 따라 2017년에 5백만 달러이던 JED의 예산이 2018년에는 9백만 달러로 뛰었다.


맥피는 이렇게 회고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분야를 살펴보니 JED 캠퍼스가 상당히 가능성 있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저희는 여러분이 한계를 뛰어넘어 가능성을 입증하고 더 엄정하게 자료를 수집해 ······ 2020년 이후에는 확장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미셸 멀린Michelle Mullen은 JED 캠퍼스 사업이 초기에는 '상당히 유기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멀린은 JED의 디자인 및 임팩트 최고책임자로, 뉴욕 포지스 가족재단에서 디자인 및 임팩트 최고책임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권고가 있은 후, 2014년 JED에 합류했다. 멀린은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표현을 써도 학교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습니다.” JED는 오랜 기간에 걸쳐 캠퍼스의 계획 수립, 지원, 평가를 표준화했다. 이로써 캠퍼스에 기반한 정신건강 전략 계획이나 헬시 마인즈의 학생 설문조사 같이 이전에는 참여 학교의 선택 사항이던 요소가 필수 요건이 되었다.


헬시 마인즈 설문조사에서는 불안감과 우울증 외에도 자살 사고, 외로움, 약물 사용, 서비스 활용 등의 비율과 교내에서 학생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낙인으로 여기는 정도를 측정한다. 그리고 JED는 이 과정에서 수집한 학생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통해 정체성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가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누가 학교생활에 소속감을 느끼는지 파악한다. 전국에 걸친 헬시 마인즈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종별로 정신건강 문제 발생률은 비슷했지만, 치료 서비스를 받을 의향은 백인이 월등히 높았다. 유색인 학생은 대학 내에서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멀린은 이렇게 말했다. “자료는 특히 형평성 부문에서 유용해요.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뿐만 아니라 그것이 효과적인지 아닌지까지도 학생들의 입장에서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2017년, JED는 스티브 펀드Steve Fund와 함께 ‘정신건강 프레임워크에서의 형평성Equity in Mental Health Framework’을 개발했다. 이는 유색인종 상담사 고용과 문화적으로 효용이 있는 돌봄 제공 등 헬시 마인즈 조사 결과 드러난 정신건강의 인종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대학 측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대학의 기초적인 자가 평가, 학생 설문조사, 캠퍼스 자문의 현장 방문을 통해 JED는 프레임워크의 7개 영역을 각각 4점 척도로 평가한다. 이 평가 결과는 다시 단계적 진행 상황에 따른 영역별 전략 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친다. JED의 캠퍼스 자문은 이 계획을 바탕으로 JED의 주제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행 과정을 안내하고 분기별 진척 상황을 점검한다. 그동안 캠퍼스 자문은 매달 대학 측의 공동 책임자와 만나 전략적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을 담당하는 다자간 팀을 관리한다. 이 팀에는 학장실과 총장실뿐 아니라 이를테면 공공 안전이나 건물 및 부지 관리자 등도 포함될 수 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매캘리스터 컬리지Macalester College 부설 로리 햄리 헬스 앤 웰니스 센터Laurie Hamre Center for Health and Wellness의 전무이사 옌 야콥센Jen Jacobsen은 매캘리스터 대학이 JED 캠퍼스에 참여한 이유가 이러한 다자간 접근법, '4년에 걸쳐 학교 전체의 협력을 끌어낼 뿐 아니라 협력 주체들과의 연합까지 구축하는 프레임워크와 도구'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콥센은 변화를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협력적 접근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한 개인이나 부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매캘리스터 대학 졸업생으로 현재 이 학교의 건강 증진 전문가로 활동하는 오드리 셀리그먼Audrey Seligman은 다자적 팀을 꾸려 캠퍼스 내의 자살 수단을 줄이는 작업에 나섰다. 그녀는 주거 생활 관리, 운영 및 유지보수, 공공 안전 담당 부서와 함께 캠퍼스를 다니며, 45개 장소의 자살 수단을 막을 방법을 고안했다. 이들은 어느 영역을 진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JED의 지침을 발판으로 삼아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야콥센은 이렇게 말했다. “거창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는 쉽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실행 과정은 늘 센터의 몫이 되어버려요. JED의 접근 방식은 정신건강이 캠퍼스 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관점에 기반하죠.”


이와 같이 대학 전반의 지속적인 참여가 없다면 대학들은 전략 계획의 목표를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테네시 대학교 마틴캠퍼스The University of Tennessee at Martin는 교내와 지역사회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2021년 JED에 참여했다. 당시 UT 마틴은 UT 계열 대학들 중 JED 캠퍼스에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캠퍼스였다. JED 캠퍼스의 공동 책임자 역할은 UT 마틴의 학생 건강 및 상담 서비스 임상 코디네이터인 제니퍼 하트Jenifer Hart가 맡았다. UT 마틴은 우선 활용할 수 있는 상담 자원에 관해 학생 그룹과 더 활발히 소통하고, 공식적인 위기 대응 체계와 연중무휴 위기 대응 라인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하트는 둘 모두 중요한 성과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전략 중 다른 영역에서는 성과를 더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트는 녹스빌Knoxville에 있는 UT의 대표 캠퍼스를 살펴보며, 그곳에서 시도되는 일 중 일부가 마틴 캠퍼스에서 실행될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쪽에 비해 자원과 인력이 부족해요. ······ 그 점이 저희의 가장 큰 약점이에요.”


JED에서 권고하는 실행 단계는 대부분 시간이 많이 드는 데 반해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트는 JED 캠퍼스 자문의 헌신적인 지원에 특히 고마워했다. 하지만 하트는 UT 마틴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루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의 시간을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들여야 한다고 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상담센터 관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었다.


JED 캠퍼스 중 4년이라는 기간 내에 일곱 가지 영역의 의제를 모두 완수한 사례는 없었다. 예를 들어 매캘리스터는 2021년에 JED 캠퍼스를 완료했지만, 대마초가 합법화된 주에서 정신건강과 약물 사용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교내 교육을 진행하는 중이다. 야콥센은 이것은이 '긴 싸움'이라고 말했다. 3년을 진행하고 나면 대학은 다시 한번 자체 평가와 학생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JED는 이를 바탕으로 정책과 관행의 변화를 추적하고, 해당 캠퍼스와 JED 캠퍼스 참여 대학 전반에서 나타나는 시스템 차원의 변화와 학생들의 변화를 분석한다.


전미 정신질환 연맹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 NAMI의 최고혁신책임자인 다시 그루타다로Darcy Gruttadaro는 JED에서 밝혀낸 내용이 이 분야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루타다로는 JED가 설립된 2000년에 NAMI 어린이 청소년 행동 센터Child and Adolescent Action Center 사무국장으로 NAMI에 합류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JED 프로그램의 임팩트 연구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 연구가 어떤 시도가 효과적인지 알려주고, 다른 단체들이 활동을 확장하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JED는 2020년에 JED 캠퍼스 참여 대학이 시스템 레벨의 변화를 이루었는지 포괄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으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한 조사도 발표할 예정이다. 멀린에 따르면, 초기 자료 분석 결과 대학이 전략적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할수록 학생들의 성과도 더 크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임팩트로는 (1) 정신건강 자원에 대한 지식 증가 (2) 도움 요청에 대한 수치심 감소 (3) 불안감, 우울증, 자살 사고, 자살 시도 비율 감소 등이 있다.


자료를 분석하면서 멀린은 한 가지 특정한 시도가 학생들의 변화에 유난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없다는 데에 놀랐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 집단을 변화시키는 것은 누적된 효과예요.” JED 캠퍼스 계획을 실행함에 따라 학생들의 졸업률과 재학률도 상승했다. 멀린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의 정서가 좋아지면 성적도 향상됩니다.”


교수들을 참여시키다

교수와 행정직원들에게는 정신건강과 교육적 성공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학교의 교육적 사명과 정신건강이라는 목표가 별개라고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야콥센은 매캘리스터의 교수학습 센터가 이러한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헬시 마인즈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매캘리스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생’과 ‘학업 성취도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정서적 압박을 겪는 날의 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야콥센은 이 자료를 통해 교수진이 학생을 잘 파악하는 일이 학생에게 적절한 자원을 제시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꼭 상담만이 유일한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거지요.”


2023년 10월 3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1회 JED 정책대회의에서 정책, 옹호, 대정부 업무 담당 수석부사장 자이나브 오콜로가 연설하고 있다.


ACE의 체스만은 이렇게 말했다. “현실을 직시해 보자고요. 위기에 처한 모든 학생에게 일대일로 상담사를 배정할 수 있지만 그래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체스만은 학내 교수집단academic side of the house이 나서지 않는 한 대학에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체스만은 앞으로 JED가 교수진과 학장 등 학내 교수집단에게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NASPA의 크루거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 교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 모두 다 정신건강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어요. 꼭 이 자리에 서리라는 생각으로 이 분야에 진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갈수록 그런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학자로서 훈련받은 교수들은 특히 학생을 도울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테면 싱크탱크 같은 곳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이다. 그는 사람들이 간단한 대화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모른다면서, JED에서 제공하는 '학생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교수 안내서Faculty Guide to Supporting Student Mental Health'를 유용한 자료로 꼽았다. 야콥센도 교수진이 '약간의 노력'을 기울여 학생의 안녕을 지원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권고안 작성에 참여했다. 야콥센이 제시한 방법 중 하나는 과제 제출 마감 시각을 오후 9시로 정해 밤샘 작업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의 안녕을 돌보는 일이 강의를 하나 더하는 것처럼 느껴져선 안 돼요.” 교수들은 “어떤 형태의 상담사 역할도 원치 않고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지도 않으며, 우리가 바라는 바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공동체 차원의 문제'에는 '공동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클린턴 재단의 '건강이 중요하다 서밋'에서 JED의 CEO 존 맥피(가운데)와 MTV 엔터테인먼트의 소셜임팩트 부문 사장 누푸르 아가왈(오른쪽)이 발표하고 있다.


야콥센은 언젠가 매캘리스터의 의료 책임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대학이 ······ 더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는 곳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대학에 가면 성장하고 ······ 자기가 원하는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진학했다면요?” 야콥센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가 개별적으로 그 길을 찾아나갈 수는 없다고요. ······ 하지만 대학에서는 우리 학생들을 둘러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러자면 교수, 직원, 경영진이 모두 함께 학생의 안녕을 우선시해야 한다.


크루거는 JED가 위기에 처한 학생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학생의 ‘행복 향상 접근법well-being upstream approach’이라 부르는 활동에 집중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접근법을 '성인기에 들어선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와 시험, 스트레스를 비롯해 온갖 것이 뒤섞인 그 삶을 감당하도록 돕는 일'로 정의했다.


K-12 전학년으로 그리고 정책 결정권자로 확장하다

JED의 행복 향상 접근법에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학생들과 접촉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5년에 걸쳐 고심한 끝에 JED는 2021년 대학 프로그램과 유사한 사업을 고등학교에서 런칭했다. JED 하이스쿨JED High School은 JED 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초기에 사립 고등학교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2013년과 달리 2021년에는 처음부터 공립학교를 포함시켰고, 이 활동에 필요한 모금 및 홍보 역량도 갖추고 있었다. JED는 몇몇 후원자로부터 기금을 모금해 몬태나에서 콜로라도, 텍사스에 이르는 지역들에서 JED 하이스쿨을 시작했다.


JED는 2만 4천 개 고등학교와 협력하면서 규모에 따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교를 일일이 참여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고등학교 교장에게는 대학 총장만큼의 권한이 없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교육구 차원의 접근이 필요했다.


2023년, JED는 미국 교육감 협회The School Superintendents Association, AASA와 공동으로 ‘교육구에서의 포괄적 접근법District Comprehensive Approach’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십 년 전에는 대학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영향력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수년이 걸렸지만, 교육구 모델은 처음부터 엄정하게 검토하는 방식을 택했다. JED는 제안 요청(RFP) 과정을 통해 14개 주 농촌, 도시, 교외 지역에서 4년간 시범 사업을 진행할 초중고 교육구 16곳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구 사업을 확장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팬데믹 기간에 정신적 문제가 급증하고,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정신 건강 악화 추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 주에서는 초중고 교육구와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정신건강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2023년 정책, 옹호, 대정부 업무 담당 수석부사장으로 JED에 합류한 자이나브 오콜로Zainab Okolo는 기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이러한 기금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임팩트를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정책이 쉽게 통과되고 부실하게 실행되기 쉽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 분야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게 될 거예요"라고 오콜로는 말했다. 사업 추진 및 평가 기반을 갖춘 JED 재단은 정책 개발, 실행, 임팩트 평가, 옹호 활동 사이에서 긍정적인 선순환을 촉진하기에 독보적으로 좋은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8월 JED는 주 고등교육 경영책임자 협회State Higher Education Executive Officers Association, SHEEO와 공동으로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JED와 SHEEO는 제안 요청 과정을 통해 15개월에 걸쳐 주 기반의 학생 정신건강 정책을 개발 및 실행하고, 그 결과와 권고 사항을 다른 주에서도 배울 수 있도록 공유할 5개 주를 선정했다.


JED에서 정책 옹호 활동에 관여하는 것이 예견된 결론은 아니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활동이 너무 미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3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사장직을 맡은 마이크 사토Mike Satow는 궁극적으로 이 결정을 주도한 것은 맥피였다고 말했다. 사토에 따르면 정책 옹호 부문에서는 경험이 부족했던 이사회가 이런 도전을 지지한 것은 '다시 한번 일단 시도해 보고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자’라는 정신에 따른 것이었다. JED는 주 차원의 정책에서 더 나아가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백악관 국내 정책 위원회, 약물 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SAMHSA, RAND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과 함께 연방 정책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 같은 특정 연방 법안과 학교에서 JED 캠퍼스와 유사한 포괄적인 정신건강 계획을 실행하도록 장려하는 입법을 지지한다.


보다 광범위한 의제에 포함되다

JED가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교로 범위를 확장한다 해도 정신건강 위기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은 개선되지 않은 채 JED의 통제 범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전 미 하원의원 패트릭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정신건강 단체가 회원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데 집중합니다. JED는 훨씬 더 총체적인 접근법을 취하죠. 그들은 더 광범위한 팀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JED는 케네디가 정신건강 및 약물 남용 전문가, 옹호자, 기업가, 보험사, 정부 기관, 정치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합하기 위해 2023년에 시작한 ‘진보를 향한 연대Alignment for Progress’에 참여하고 있다. ‘진보를 향한 연대’는 미국인 90%가 정신건강 문제를 검진받고, 치료 대상의 90%가 치료를 받으며, 그중 90%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게 한다는 ‘10년 간의 90-90-9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맥피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여러 버전으로 위기를 표현해요. ‘나는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요’, ‘나는 화가 나요’, ‘나는 우울해요’, ‘나는 교내 총기 난사 사건, 기후 변화, 재생산권 상실, 경찰 폭력, 인종차별주의, 미세 공격으로 불안해요’ 등 말이죠.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죠.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만, 이건 당연한 것 같아요. 전 세계가 다 미처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JED는 학생들이 현실에 대해 느끼는 정서적 고통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지만 그들이 주체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다른 조직에 맡겨야 한다. JED가 앞으로 성공을 거둘 것인지는 협력 중인 고등학교와 대학교들에 달려있다. 학교가 학생들이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지니고 우리 앞에 놓인 상황에 맞서도록 길러내느냐에 달린 것이다. 


일부 심리학자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다른 요인에 비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학생과 소셜미디어 기업의 관행을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예방 가능한 위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윤리적인 미래 기술 지도자를 육성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학교는 JED가 구축한 토대 위에 학생들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학생들이 캠퍼스의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들의 안녕을 향상시키도록 영감을 주고 준비시킴으로써 학생 스스로의 안녕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 지난해 미 의무총감 머시는 미국 성인들에게까지 '외로움이라는 역병'이 번져나가는 상황에서 또 다른 경고를 통해 우리를 일깨워주었다. “이 나라 시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호작용 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도덕적, 영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안은 없습니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고등교육에 대한 신뢰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떤 면에서 고등교육은 JED 재단이 15년 전에 맞닥뜨린, JED는 지식 조직인지, 변화 조직인지를 묻는 질문에 똑같이 직면해있다. 그 과정에서 JED가 얻은 교훈에 따라, 대학은 처음부터 포괄적인 공공 서비스 교육 모델을 추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 교훈이란, 변화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지원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성과가 달라지지 않지만,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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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SON BADGETT

앨리슨 배겟은 MIT 공공 서비스 부학장이자 프리실라 킹 그레이 공공 서비스 센터의 사무국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