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일반]야외 스포츠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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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인권 · DE&I
야외 스포츠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2022 SUMMER


PRITI SALIAN 



Summary. 포용적인 스포츠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인도의 비영리단체 어드벤처스 비욘드 배리어 재단은 장애인을 위한 아웃도어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토니 쿠리안Tony Kurian은 어린 시절 야외 활동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쉬는시간에 밖에서 반 친구들과 노는 것이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대가 되었을 때, 그는 하이킹과 같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자기 탓에 친구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5년, 쿠리안은 어드벤처스 비욘드 배리어 파운데이션Adventures Beyond Barriers Foundation, ABBF의 설립자인 디비안슈 가나트라Divyanshu Ganatra를 만나게 되었다. 2014년, 인도 서부에 위치한 푸네Pune에 설립된 ABBF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참여하고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포용적 아웃도어 스포츠 여행을 제공하고 있다.


쿠리안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나트라는 쿠리안에게 ABBF의 마라톤에 참가해 볼 것을 권유했다. 현재 뭄바이 인도 공과대학교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가나트라는 말한다. "저처럼 장애를 가진 신체는 약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그래서 스포츠나 모험을 제 몸으로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하지만 ABBF를 통해 했던 그의 도전은 본인과 다른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쿠리안은 한 비영리 이벤트에서 비장애인의 안내를 받아 생애 처음으로 5킬로미터 마라톤을 뛰었다. 그는 현재까지도 마라톤, 암벽등반, 탠덤 사이클1을 포함한 여러 활동을 즐기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아웃도어 스포츠 활동을 제공해 온 ABBF는 쿠리안에게도 동일한 경험을 선사했다. ABBF는 스쿠버 다이빙, 솔로 사이클과 탠덤 사이클, 등산, 암벽 등반, 트레킹, 마라톤, 월 클라이밍, 라펠링2, 패러글라이딩 같은 스포츠를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인도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포용적인 아웃도어 스포츠 활동을 제공한 ABBF는 이미 인도의 15개 도시에서 150개가 넘는 이벤트를 주최했다. "ABBF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두 커뮤니티 사이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왔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대를 만들어왔어요"라고 가나트라는 말한다.


인도의 아웃도어 스포츠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해 왔고,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지도 않았다. 이는 장애인들에 대한 배제와 배척으로 이어졌다. 한 패러글라이딩 강사는 쿠리안에게 "당신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라며 거절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수준의 휠체어 크리켓 선수이자 파라 수영선수이기도 한 라훌 라무게더Rahul Ramugade 역시 스쿠버 다이빙을 거부당했다. 그를 거부했던 강사는 그에게 "만약 당신이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우리에게 왜 장애인을 참여시켰냐며 추궁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장애인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세상에서 ABBF는 그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2011년 인도에서 시행된 가장 최근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장애인 인구는 약 2,680만 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장애인은 여행을 할 수도 없고, 모험적이지 않으며,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지금까지 장애인들은 레저와 관광 분야에서 배제되어 왔다.


장애인들이 여행과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일은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넘어,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여행 관련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아마데우스Amadeus가 2017년에 진행한 연구는 여행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을 제거할 때, 장애인의 여행 관련 지출이 34%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고정관념 없애기

기회가 가나트라의 눈에 들어왔다. 열렬한 아웃도어 스포츠 애호가였던 가나트라는 19세에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는 트레킹과 사이클링, 등산을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웃도어 스포츠 회사들이 그의 경기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는 데 동의하는 강사를 찾기까지 7년이 걸렸다. 2014년 4월, 가나트라는 혼자서 패러글라이딩을 한 인도 최초의 시각장애인 조종사가 되었고,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 사람의 성공이 이렇게 큰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면, 더 많은 장애인에게 이와 같은 기회가 주어질 때 그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나트라는 아웃도어 스포츠가 장애인 커뮤니티에 존재감을 부여하고, 장애인들이 사회와 더 어우러지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ABBF는 장애인이 가진 능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뮤니티 간의 우호와 협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해 왔다. 가나트라는 말한다. "많은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편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은 혼자 비행할 수 없다'거나 '전신마비가 있으면 스쿠버 다이빙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없다' 같은 생각들이죠. 하지만 직접 만나보면, 그런 고정관념은 깨질 수밖에 없어요. 장애인들도 박사 학위나 MBA 학위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밖에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가나트라는 1년간 대화하는 것보다 1시간 동안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 서로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전제를 가지고 그는 ABBF를 설립했다. 가나트라는 그의 친구 하리쉬 레이찬다니Harish Raichandani와 함께 사회적인 통념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곤 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사회적 통념이며, 사회적 진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가나트라는 자신의 사재를 들여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조직개발 컨설턴트이자 가나트라의 친구인 레이찬다니는 ABBF의 고문으로서 첫 번째 직원의 급여를 후원했다.


모든 여행은 계획 단계부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ABBF 팀원들은 지형, 날씨, 이동 등의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 예상 경로를 정찰하고, 유사시를 대비해 경로에 있는 모든 의료 시설을 파악한다. 그런 다음 안전 규정을 마련하고, 참여 가능한 최대 인원 규모를 결정해 여행 프로그램을 홍보한다.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가나트라는 참가자들에게 접근성 및 안전에 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비장애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참가자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알려주는 세션을 진행한다.


이같은 세션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파트너가 되어 여행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탠덤 사이클에서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 라이더 뒤에 앉아 긴 자전거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방법이나 급커브에서 능숙하게 회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들은 비장애인 파트너의 손이나 팔꿈치 중 어느 곳을 잡는 것을 선호하는지, 그들을 연결하는 핸드 프리hands-free 밧줄을 착용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해볼 수 있다. 


ABBF는 장애별로 맞춤화된 특수 장비를 제공한다. 월 클라이밍과 암벽 등반을 위한 조절 가능한 벨트,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을 위한 솔로 및 탠덤 자전거, 팔다리가 마비된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스쿠버 장비, 등산을 위한 전 지형 만능 휠체어가 그 예이다.


모든 여행은 회고 세션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회고 세션은 '놀이를 통해 포용을 알린다'라는 ABBF의 미션이 반영된 시간으로,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게 된다. 여행을 경험한 많은 비장애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장애인 커뮤니티에 대해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직장에 이런 포용적 관행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을 얻고 돌아간다. 


ABBF는 마라톤과 같은 이벤트가 끝난 후 대중 강연을 열기도 한다. 이는 장애에 관해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때 장애인 참가자들은 자원해서 청중들에게 자신의 활동 경험을 들려주기도 한다. 


ABBF의 활동에는 참가비가 있으며, 활동에 따라 비용이 상이하다. 만일 참가자가 참가비를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ABBF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전액을 부담하기도 한다. 


금융 서비스 회사 바자즈 핀서브Bajaj Finserv Ltd., HSBC, 경영 컨설팅 회사 캡코Capco는 2017년부터 ABBF의 가장 큰 지출처인 장애 보조 기기와 출장 의료팀을 지원해 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ABBF의 최대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자선가 수디르 셰노이Sudhir Shenoy는 ABBF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모금활동을 벌였을 뿐 아니라,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에서 식량 구호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노력을 주도했다. 셰노이는 ABBF와 함께 일하면서 기부를 넘어 장애인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걸 발견했고, 다수의 장애인에게 적극적으로 취업 기회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모금은 ABBF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잠재적인 후원자들은 장애인에게 아웃도어 스포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장애인은 스포츠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여전히 지배적인 까닭도 있다. 가나트라는 ABBF의 미션에 회의적인 잠재적 기부자들로부터 '장애인들이 왜 벽이나 산을 올라야 하나요?', '휠체어 사용자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집에 안전하게 앉아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들의 교육이나 고용에 돈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같은 질문을 받아왔다. 



공간 확보하기

ABBF의 이벤트들에는 초창기부터 제약이 많았다. 공간의 이용 가능 여부나 비용에 맞춰 일정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7년에 가나트라는 인도 최초의 접근성을 갖춘 아웃도어 스포츠 개발 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ABBF는 자금을 조달해 푸네에서 43마일 떨어진 다넵Dhanep에 3.5에이커 면적의 센터를 단계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이 공간은 ABBF의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참가비는 센터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이 센터를 통해 ABBF는 보다 정기적으로 액티비티를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공간의 역할은 아웃도어 스포츠장의 역할로 한정되지 않는다. 센터는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늘리기 위해 인증된 직업 교육 과정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ABBF는 2022년 중반까지 교육 센터의 첫 단계로 자전거 정비와 같은 기술훈련 과정도 시작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2년 동안 모든 아웃도어 스포츠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 기간에 ABBF는 장애인을 위한 식량 구호 활동과 예방 접종 활동을 펼쳤다. ABBF의 활동은 올여름 재개되며, 스포츠 센터로서의 첫걸음을 떼게 될 것이다. ABBF는 직원을 7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BBF는 이 공간이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기업들이 교류할 수 있는 허브가 되길 희망한다. 가나트라는 말한다. "그들이 센터에서 하는 경험을 통해 조직 내에서 포용적인 문화를 구축하려는 동기가 만들어질 거예요. 앞으로 기업들이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1 .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되는 사이클 종목으로, ‘파일럿'으로 불리는 비장애인이 방향을 조종한다.

2.     암벽이나 빙벽에서 하강할 때 쓰이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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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TI SALIAN

프리티 살리안은 인도, 독일, 우간다에서 인권, 개발, 사회정의, 문화에 관한 보도를 해왔다. 2019년 로버트 보쉬 재단의 미디어 홍보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펠로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