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세상에 자막을 달다

댓글   


소셜임팩트 · 사회 · 기술
세상에
자막을 달다

2024-1


EMMA WOOLAACOTT



Summary. 증강현실과 실시간 자막 기술을 활용한 XRAI 글래스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화 내용을 자막으로 보여준다. 


IT 전문가 댄 스카프Dan Scarfe는 2021년 겨울, 가족들을 만나러 휴가를 갔다가 슬픈 감정을 느꼈다. 96세인 스카프의 할아버지가 난청으로 가족 간의 대화에 전혀 동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5억 명 이상이 청력손실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중 4억 3천만 명은 관련 장애를 갖고 있다. 많은 청각장애인이 수어나 보청기, 인공 달팽이관 같은 보조기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스카프의 할아버지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고립은 청각장애인들에게 일상과도 같다.


스카프는 할아버지를 돕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와 줌Zoom은 실시간 자막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새로운 증강현실 안경에 대해 알고 있었고요. 저는 그 둘을 결합해 대화 내용에 실시간으로 자막을 달면 어떨까 생각했어요”라고 그는 회상했다. 스카프는 2022년 7월, XRAI 글라스를 설립하기 위해 여섯명의 친구들, 머신러닝, 마케팅, 자선분야 등의 경험을 가진 전 직장 동료들과 협력했다. 스카프의 말처럼 XRAI 글라스의 미션은 ‘세상에 자막을 다는 것’이었다.


XRAI 글라스는 AR 안경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딥그램의 클라우드 기반 자막 서비스와 연동시켜, 안경의 스크린에 자막이 실시간으로 보이게 하는 앱이다.


“핸드폰에 소프트웨어를 불러오기만 하면 AR 안경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동시킬 수 있어요. 말 그대로 디지털 콘텐츠를 눈앞의 실제 세상에 전송하는 것이죠”라고 스카프는 말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녹음과 재생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여러 사람 가운데 말하는 사람을 식별할 수도 있다.


XRAI 글라스는 1년 만에 전 세계 5천 명의 사용자를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교육 관리 전문가인 캐롤 커버Carol Cover는 달팽이관 이식 수술 실패 후 청력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그녀는 XRAI 글라스 덕분에 분주한 식당에서도 대화할 수 있게 됐고, 성당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고해성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 기술을 칭찬했다. 그녀는 “이러한 일들이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아요”라고 말했다.


XRAI 글라스는 몇몇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스카프는 그들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준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영국 왕립 청각장애인 연구소와 데프키즈 인터내셔널DeafKidz International 같은 자선 단체도 재정적인 지원을 했다.


스카프와 공동설립자들은 개발 초기부터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 이슈를 우려했다. 그래서 XRAI는 사용자들의 기기에서 데이터가 수집되는 것을 정책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신 안경의 사용자가 공식적인 데이터 관리자가 된다. 안경의 사용자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대화 상대가 자신의 말을 자막으로 만드는 데 동의하는지 확인할 법적 책임을 갖는다.


창업 이후, 앱의 번역 서비스와 가상 비서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 앱은 현재 76개의 다양한 언어와 140개의 지역 방언을 처리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번역되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할 수 있다. 챗GPT를 통해 구동되는 새로운 가상 비서는 사용자가 던지는 “오늘 날씨 어때?”와 같은 질문을 처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자신의 안경 화면에 보이는 자막을 통해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상 비서는 이전의 대화를 다시 재생할 수 있으며, 대화 내용을 요약할 수도 있다.


XRAI의 설립자들은 역번역 모드reverse-translation-mode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역번역 모드는 앱을 사용하는 장치에서 자막이 생성될 뿐 아니라 사용자 대신 말하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기능은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어 자력으로 말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WHO는 이들의 수를 전 세계 약 7천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많은 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수어를 선호하기 때문에 스카프는 미국식 수어American Sign Language, ASL를 번역해 안경 화면 속 AR 이미지로 투사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회사들과 앞으로 몇 달간 논의할 예정이다.


스카프는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사용자들은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고, 저녁 시간 내내 수다를 떨 수 있으며, 메모를 서로 전달하지 않고도 고해성사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스카프는 말한다. “우리는 정말 작은 회사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로부터 놀라운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 원문 기사 보기


EMMA WOOLAACOTT

엠마 울라코트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BBC, 포브스 등의 매체에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