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트로피]관계 중심의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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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 조직 · 거버넌스 
관계 중심의 재단

2024-1


KATHLEEN BOYLE DALEN · TRACY  L. MCFERRIN



Summary. 재단에는 그들이 지원하는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재단과 그들이 지원하는 지역사회 사이의 관계는 불안정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불평등한 권력관계 때문이다. 후원자와 수혜자, 관리자와 실무자,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로 인해 불신이 생성되고 이 때문에 서로를 향해 부적절하게 행동하게 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역사도 주요한 원인이다. 또한 재단이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과정에서의 실무나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재단은 협력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이고 단절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관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사회적 연결과 신뢰는 성장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통로이다. 연결과 신뢰를 통해 지속적이고 창조적인 파트너십이 만들어지며, 혁신과 코크리에이션cocreation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간과되었던 문제나 새로운 기회가 조명되기도 한다. 여러 당사자가 힘을 모을 때, 혼자서는 파악할 수 없던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필자들은 관계 중심의 재단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실천방식들을 지지한다. 재단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더 이상 우연에 맡기지 않아야 한다. 재단이 지역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은 ‘너와 나you/me’의 방식에서 더 강력한 ‘우리we’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가장 혁신적인 자본인 사회자본social capital을 우연에 맡기는 대신, 재단이 대시보드와 실사에 적용하는 원칙을 관계 구축과 돌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총체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힘의 불균형

재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거대 재단big philanthropy이 과연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다루는 적합한 수단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러한 비판에는 세 가지 주요한 요인이 있다.


첫째, 재단과 그들이 돕고자 하는 커뮤니티 사이에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자금을 요청할 때 권력관계는 불균형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기부자가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나 한 조직의 존속을 결정하기도 한다. 영리기업과 다르게 그들에게는 운영 과정에서 시장의 반응을 고려할 유인이 크게 없는데, 그러다 보니 그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조직을 지원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둘째, 거액 기부자들이나 재단의 리더들처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옳지 못한 행동을 하기 쉽다. 드보라 그룬펠드Deborah Gruenfeld와 같은 사회심리학 연구자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무절제한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들은 타인을 방해하고, 그저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타인의 경험에 대해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필란트로피 영역은 문제해결을 위한 폭 넓고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흑인, 원주민 또는 유색인종이 이끄는 조직에 대한 자금 지원 성과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셋째, 재단은 비판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 유의미한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비판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기 쉽다. 실사due diligence에 대해 생각해 보자. 비판론자들은 실사가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 될 때가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러한 권력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실사를 찬성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필란트로피 전문가들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제안은 잠재적인 피해를 예방하려는 바람직한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관계 구축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실사를 진행하면, 실사는 특정 문제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전문 지식과 통찰을 폭넓게 공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실사와 같은 특정 관행이 해를 끼친다면, 재단들이 이를 조사하고, 잘못된 점을 인정하며, 사과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실사와 같은 관행을 없애는 것이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조치는 과도하며 진정한 학습의 가능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게다가 파트너에 대한 헌신을 저버리고, 파트너가 홀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란트로피 영역을 개선한다고 해서, 문제를 바로잡는 책임은 지지 않고 가장 좋은 관행을 포기해 버리면 안 된다.



세 가지 제언

재단의 활동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과 실행에 열중해야 한다. 더 나은 활동 방식은 거래 중심이기보다 관계 중심이어야 한다. 관계 중심 재단relational philanthropy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필자들은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1. ‘우리’라는 관계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라, 그 관계가 의미 있으면서도 복잡하기는 하지만 ㅣ 다름을 넘어서는 관계 구축이라는 불편한 과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새로운 실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치료사이자 작가인 테렌스 리얼Terrence Real에 따르면, 우리는 ‘권력과 통제’의 패턴을 ‘생태학적 지혜와 겸손’으로 적극 대체해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협력의 방식을 찾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사고방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신뢰와 복구를 위한 역량 및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 프랜시스 프레이Frances Frei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진정한 상대와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느낄 때(진정성), 상대의 판단과 능력을 신뢰할 때(논리성),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인다고 느낄 때(공감)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직무에 대한 설명이나 인력 수준, 마인드셋, 업무 방식을 재고함으로써 이해를 높이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2. 협력적 학습과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촉진하는 실천 방법을 제도화하라 ㅣ 관계 역량은 구체적이고 관찰이 가능하다. 또한 그것을 경험하고 추적할 수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가 우리가 무엇을 성취할지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높은 신뢰와 성과를 내는 파트너십을 효과적으로 조성하는 실천 방법을 측정하고 학습해야 한다. 관계와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측정, 평가, 책무성은 우리가 함께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며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에 실질적인 발전이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방법이다. 


3. 재단의 행동 기준을 마련하라ㅣ 높은 성과를 내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재단의 활동이 개선되는 길이라면, 재단의 임직원들은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높은 수준의 행동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현재는 보조금 제공자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고, 미국 세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보조금 제공자의 행동이나 관행을 통제하는 윤리강령이나 행동규범도 없다. 재단들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자신들의 활동들이 명시적인 행동 기준에도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최소한 해를 끼치지 않고,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이러한 방향을 향한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신뢰 구축

관계 중심 재단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관계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몇 가지의 규칙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관계의 양 측이 함께 일을 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든 의미 있는 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과 실행을 일반화해 볼 수 있다. 두터운 신뢰 관계를 구축하려면 다섯 가지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 기대보다 합의 ㅣ 우리 마음속에는 기대가 있다. 우리는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파트너와 파트너십의 운영 방식에 대한 명시적이고 공유된 합의를 이뤄야 한다.


• 가정보다 사실 ㅣ  파트너의 역량이나 당면한 도전에 대해 가정하지 않아야 한다. 각자가 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해결하려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논의하라.


• 명확한 역할 ㅣ 파트너들이 가진 각각의 역할에 이름을 붙여라. 그리고 일의 경계와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정의하라.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계약은 실제로 일을 하면서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다. 그것은 협의할 수 있어야 하며,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 신뢰 ㅣ 서로가 믿을만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신뢰란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 설명하고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가 갖는 강점과 약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 심리적 안정감 ㅣ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와 같은 연구자들은 조직 내부와 조직 간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것의 중요성을 연구했다. 겸손과 호기심, 다원성을 바탕으로 함께 학습하기 위해서는 복잡하지 않으면서 일관된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재단 직원들이 먼저 나서 자신들의 초기 아이디어가 어떤 점에서 부정확하고 불완전했는지를 파악하고, 무엇이 잘못되었거나 성공하지 못했는지 설명함으로써 각자가 배운 바를 토론하는 관행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관계는 필란트로피 영역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선의나 우연으로 관계가 발전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권력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관계를 돌보고, 신뢰를 구축하는 기술 및 역량을 키우는 것에 대한 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라는 공동체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재단들의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가능하게 하고 지속시키며, 관계를 돌보는 일에 재단들이 분명한 헌신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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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HLEEN BOYLE DALEN

캐슬린 보일 알렌은 심리학자이자 KBD 컨설팅(KBD Consulting)의 대표로, 이사회, CEO, 리더십 팀이 높은 성과와 깊은 신뢰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자문과 코칭을 제공한다.


TRACY  L. MCFERRIN

트레이시 L. 맥페린은 크레도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스(Credo Philanthropy Advisors, LLC)의 대표이며, 이전에는 민간 가족재단의 보조금 담당자로 일했다. 크레도에서 재단과 개인 기부자에게 전략적 자선 기부, 재단 거버넌스의 모범사례, 수여자 및 수혜자 간 역학관계에 대한 자문과 코칭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