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PDF 다운로드
시스템 바꾸기?
‘슬로우 무브먼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21-1
CHRISTIAN SEELOS
Summary. 시스템 작업은 해결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학습 능력과 지역 사회가 제정하고 흡수할 수 있는 적절한 속도로 변화를 위한 지역 경로를 발견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로빈슨 크루소는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가족, 지역사회, 조직, 또는 교통/교육/정치/보건 시스템 등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서야 많은 자선단체가 자신들의 일에 시스템 관점을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시스템 작업system work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시스템에 실질적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인과 구조를 알아야 한다.1 시스템을 개혁하려면 먼저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과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은 힘든 작업이다. 시스템을 단번에 바꿔주는 마법이나 요술 지팡이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 관점에 대한 투자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스템 구조에 대한 심층적인 성찰은 효과적이지 않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솔루션을 성급하게 도출하고 실행하려는 경향을 감소시킨다. 이로써 우리는 자원을 더 생산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기술과 전략을 근거로 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더욱 현실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더욱 겸손하게 문제를 탐색하고 학습하기 위해 탐구할 자세를 갖게 된다.
시스템 작업을 통해 조직은 기존의 접근방식을 제고하고 태도를 새롭게 할 수 있다. 리더들은 서구 자선 단체나 개발 기관들의 직원을 지역에 파견시켜 현지인을 고용하고 사업 종료 이후 떠나게 하는 플라이-인 플라이-아웃fly-in fly-out 관행 대신,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장기적인 헌신의 중요성에 대하여 더 나은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시스템 작업은 해결책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학습 역량에 잘 맞으면서 지역 사회가 실행하고 흡수하기에 적합한 속도로 변화를 위한 길을 발견하고 전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좀 더 효과적으로 자선 활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단체들을 위해 시스템 관점의 도입에 대한 몇 가지 실용적 경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시스템 사고 입문
자선 분야는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 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 시스템 관점, 그리고 객관성에 대한 주장에 있어서 혼란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선 사회 시스템의 경계를 정의하는 것부터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로 연관된 요소들의 총합이 시스템이라 정의하고 경계를 더듬어 나가다 보면 결국 우주에 이르게 된다. 모든 것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든지 각종 맥락에서 다른 문제들, 상황들, 시스템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문제의 범위에 대한 우리의 탐구는 결국 사회과학자 베르너 울리히의 말처럼 ‘신과 세계를 포괄하는 지점까지’ 확장된다.2 이러한 접근법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시스템 사고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다루어지는 맥락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경계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시스템에 관한 일반적 혼란의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 실무자는 정교한 시스템 지도system maps로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모델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시스템에 대해서라도 사람들의 해석과 경험은 크게 다르며, 현상 유지냐 변화냐를 선택하는 동기도 제각각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객관적인 시스템이나 현실을 하나의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스템 다이어그램system diagram은 집단들이 가진 다양한 견해를 담아내고 가정들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스템 다이어그램의 정교한 그림이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깊이 있게 이해를 했다고 느끼게 하거나,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오히려 유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시스템 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이어그램의 복잡성에 압도될 수 있다. 2009년 미국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은 아프가니스탄의 사회 상황에 대한 정교한 시스템 도표를 보고 “우리가 이 슬라이드를 이해했을 때쯤이면 이미 전쟁에서 승리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3
반면 유용한 시스템 관점은 사람들이 상황, 문제,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에 민감하다. 시스템이 현실 세계에서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정을 완화하는 것은 큰 진전을 의미한다. 발전은 우리의 편향된 관점을 뒤로 미루어 놓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생각할 때 가능하다. “시스템 접근은 여러분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때 시작됩니다.”라고 영향력 있는 시스템 사상가인 웨스트 처치맨 은 말했다.4
시스템 사고에 대한 이러한 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시스템 관점은 지난 세기 격동의 여정을 보냈다.5 관례적으로 사용되던 전통적인 분석적 접근방식의 한계에 좌절한 과학자들은 시스템 관점을 채택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의 시스템 과학은 문제가 있다.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간 연구들은 서로 조화되기 어려워졌다. 제각각의 연구 관점들은 서로 단절된 채 개발됐고, 연구 결과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시스템과학을 개척한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루드비히 폰 베르탈란피는 이미 50년 전에 시스템과학의 관행 상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만약 누군가가 현재 주목받는 개념이나 유행어를 분석한다면, ‘시스템’을 목록 상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개념은 과학의 모든 분야에 퍼져 대중적 사고, 전문 용어, 대중 매체에까지 침투했다. 최근 몇 년간 시스템 설계, 시스템 분석,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같은 이름의 전문 분야와 일자리가 생겨났다. 시스템 분야의 실무자들은 당대의 ‘새로운 이상주의자’이며, 용감하든 용감하지 않든 ‘신세계’를 창조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6
이러한 평가는 오늘날 자선 분야의 시스템 접근 방식에 대한 열광적 분위기에 대한 경고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시스템 연구의 상태를 고려할 때, 혹자는 조직이 시스템 변화의 약속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적 기반이 무엇일지 궁금할 것이다. 상황적 지식에 기초한 시스템 관점을 갖기 위해서 각 시스템들은 시스템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의 시스템 관점과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어떤 시스템 사상가들은 말했다.7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실 적용 시 도움이 되는 관점일까? 이번에는 시스템 관점의 유형을 분류해 보자.
네 가지 시스템 관점
대부분의 시스템 사상가들과 실무자들이 자선 분야에서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을 한다. 첫 번째는 하드hard vs. 소프트 soft /크리티컬critical 시스템 관점이다. 이러한 분류는 그들이 가진 가정과 그들이 시스템을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하는 차이를 보여준다.
• 하드 시스템 관점은 시스템을 정의된 경계를 가진 실체로 바라본다. 이 관점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시스템을 분석할 수 있고, 가용한 지식과 기술로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하드 시스템 관점은 특정 범위에서 시스템의 성과를 향상하려 한다. 강력한 행위자들의 연합은 시스템을 위한 외부 자원과 솔루션을 제공한다.
•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에서는 시스템을 사람들이 사회적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갖는 주관적인 인상들에 대한 사고방식으로 여긴다. 이 관점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목적과 파워, 의견의 차이를 탐구하는 것을 추구한다. 또한 무엇이 시스템 차원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인지, 솔루션의 적합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차이에 관심을 가진다. 시스템 차원의 발전을 가져오는 동기 및 수단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 관점에서는 개인이나 작은 조직도 지역적 자원을 제공하거나 시스템과 협력하여 일할 수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유기적 시스템 vs. 설계된 시스템이다.
• 설계된 시스템은 특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도구적으로 구성된 개체를 의미한다. 태스크포스, 조직, 법률, 보건 및 교육 시스템과 같은 기능적 시스템 및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있다.
• 유기적 시스템은 하나의 사회적 또는 지리적 공간을 차지하면서 비공식적인 사회 및 역사적 과정의 결과와 연관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적 집단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가족, 공동체, 부족, 마을, 사회 등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하드-설계된 시스템, 하드-유기적 시스템, 소프트/크리티컬-설계된 시스템, 소프트/크리티컬-유기적 시스템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2x2 다이어그램에 그릴 수 있다.
네 가지 시스템 원형
시스템 관점은 그것들이 하드·소프트, 설계된·유기적 시스템인지 아닌지에 기반해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개략적인 분류 방식은 후속 연구에 있어서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필란트로피 및 시민사회 센터(이하 스탠퍼드 PACS)의 웹사이트에 포스팅한 아티클에서, 본 저자는 개발도상국의 저명한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수행한 10년간의 현장 연구와 함께 네 가지 유형의 사례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인이 공동 대표로 있는 스탠퍼드 PACS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임팩트랩은 여러 기금과 프로그램 파트너들의 글로벌 협업체인 코임팩트Co-Impact 와 같은 현대적인 이니셔티브로부터 여전히 배우고 있다. 지난 1월 코임팩트는 역사상 가장 야심찬 시스템 변화 이니셔티브 중 하나를 발표했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에 걸쳐 약 9백만 명에게 교육, 보건 및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려는 대담한 시스템 변화 이니셔티브에 향후 5년간 8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이제 막 운영을 시작했다. 여기서 본인이 제시하는 개략적인 분류 방식은 네 가지 유형의 기저에 깔린 서로 다른 가정을 설명하는 역할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분류 방식이 시스템 접근법의 복잡성을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향후 몇 년간 여러 현대적인 시스템 변화 이니셔티브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고찰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드 시스템 관점
현대의 시스템 학자들은 잘 이해된 문제로 특징지어지는 상황에서는 하드 시스템 관점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문제가 무엇인지, 성공이란 무엇인지, 제안된 솔루션의 효과와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면 하드 시스템 접근은 좋은 실행 도구가 될 수 있다.
설계된 하드 시스템 관점 | 코임팩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교육 시스템 성과를 개선하고자 ‘적정 수준의 교육-아프리카 Teaching at the Right Level Africa, TaRL ’를 지원한다. TaRL은 초등학교 3~5학년 아동의 기본 독해 및 수학 능력 향상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TaRL은 광범위한 교육 시스템 내에서 특정 능력과 연령대에 집중하여 명확한 경계를 짓는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는 아동들의 학교 성적 부진에 대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있으며, 능력 향상을 위한 목표와 접근법에 동의한다. 수학과 독해 능력의 향상도는 정확하게 평가된다. TaRL 모델을 시작한 인도의 NGO 프라담Pratham , 무작위 평가를 통해 프라담의 변화 이론Theory of Change을 평가한 압둘 라티프 자밀 빈곤퇴치 연구소 Abdul Latif Jameel Poverty Action Lab , 그리고 여러 후원자가 검증된 접근 방식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 파트너를 지원할 계획이다. 예상 소요 자원과 성과 마일스톤을 포함한 세부 계획을 개발한다는 점도 하드 시스템 관점에 부합한다.
두 번째 예는 인도의 프로젝트 에코Project ECHO 이다. 에코는 인도의 보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비디오 기술로 의료 전문가와 일선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는 검증된 모델을 구현한다. TaRL과 마찬가지로, 에코 프로그램은 2003년 에코가 시작된 뉴멕시코에서 개발된, 전문적 지식을 통합한 기존 프로그램의 템플릿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37개국으로 확장됐다. 이니셔티브는 처음부터 보건 시스템의 개선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에코는 특정 보건 이슈와 적절한 기술 인프라를 갖춘 지역에 대해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정의된 성과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정확하게 투자한다.
유기적인 하드 시스템 관점 | 두 번의 내전과 에볼라 사태로 인해 라이베리아에 있는 많은 지역사회는 의료 서비스와 단절됐다. 라이베리아 지역사회 보건 보조 프로그램The Liberia Community Health Assistants Program, LCHAP은 효과적인 보건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라이베리아 정부와 협력하여 지역사회를 위한 보건 인력을 양성한다. 각 커뮤니티는 개별적인 사회 시스템을 대표하며, LCHAP의 실행은 주로 특정 자원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영향력이 큰 이해관계자들과의 굳건한 약속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필요로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의 실행 방식을 표준화함으로써 연수생들이 공식 보건 시스템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LCHAP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종종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자선 부문에서 하드 시스템 관점의 채택이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사용하고, 미리 정해진 목표하에서 공식적인 전략과 계획을 사용하는 것 등 서구사회에 중시하는 믿음 및 편향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의료 시스템에서조차도 의사, 간호 사, 환자, 정부, 투자자, 납세자들은 현격한 세계관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해관계자들은 문제가 존재하는지,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문제에는 동의하지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진행 상황이나 성공 여부를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자선적 노력이 하나의 시스템 측면에만 성공적으로 초점을 둘 때, 영향력이 큰 다른 이해관계자가 임팩트의 경계선을 다시 설정하고, 시스템의 다른 측면을 고려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혹은, 인도의 프라담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듯이, 교육 시스템의 한 측면을 개선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 프라담의 엄청난 성공과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 시골 지역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읽기 능력과 수학 능력은 지난 10년 동안 퇴보해 왔다. 프라담을 시스템 차원의 미흡한 임팩트와 잘못 연관시키면 정부와의 긴장 관계가 생길 수 있다.
하드 시스템을 전제로 하여 개발된 프로젝트는 가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기금제공자가 갖는 기대가 뚜렷한 계획이나 전략의 형태로 구체화됐다면 해당 계획이 실패할 경우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려워진다. 영향력 있는 시스템 사상가인 러셀 아코프의 주장대로 강력한 변화를 위해서는 동일한 문제가 재발생하는 경향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 구조 차원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할 수 있다.8 따라서 실무자들은 소프트 시스템 접근법이 속도가 느리고 예측 능력이 낮다고 하더라도, 상충하는 목표나 긴장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좀 더 효과적임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드 시스템의 관점은 명확하고 관찰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인 시스템, 이를테면 무기, 엔진, 전기 회로, 상하수도 시스템 등에 적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들은 이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 저명한 시스템 사상가들은 하드 시스템 관점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
소프트/크리티컬 접근 방식은 시스템이 단순한 관찰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다면적이고 역동적인 상황들로 구성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시스템 내 행위자들은 서로 다른 세계관, 우선순위, 취약성, 선호도, 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스템의 주요 요소들이 모두 관찰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업수행기관이 어느 선까지 관여할 것인지 면밀히 조사하고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 학습Joint learning은 기존의 지식과 전문성을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접근 방식은 종종 ‘골치 아픈 일’ 또는 ‘궂은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드 시스템 접근법의 부적절함에 실망한 경영학자 피터 체크랜드는 보다 겸손한 목표를 기초로 삼는 소프트 시스템 방법의 개발을 추진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권한다. 각기 다른 역할, 지위, 선호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관점에서는 결코 이상적이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는가?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실현 가능하면서도, 발전을 막는 저항을 유발하지 않는 그런 변화를 설계할 수 있는가? 시스템 연구자 마이클 잭슨과 베르너 울리히는 소프트 시스템 방법을 갈등 상황에 적용하도록 확장했다. 그들의 크리티컬 시스템critical system 관점은 빈곤층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있어서 빈곤층 당사자들을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크리티컬 시스템 관점은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소외되고 침묵하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느끼는 일을 하는 실용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9
설계된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 | 본인이 지난 15년 동안 관찰해 온 조직이자 1977년에 설립된 세켐Sekem이 이 유형의 좋은 사례이다.10 세켐은 이집트의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린 공동체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현실을 보고 경험하며 대안적 미래에 대한 의견을 서서히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자신의 규범과 습관을 돌아보고 있다. 세켐은 예술적 감성으로 아름답게 조경된 사막의 오아시스의 곳곳에 드넓은 원형 극장,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꽃밭을 배치한 공간 등을 설치했다. 세켐의 설립자인 이브라힘 아불레이시는 “나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처음부터 필수적인 부분으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켐은 사람들이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문제와 야심, 즉 비전에 대해 숙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에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켐의 세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집트의 복잡한 현실, 즉 세켐이 변화시키려는 시스템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세켐은 오늘날의 이집트가 바람직한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을 실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울로 작용하고 있다. 세켐의 대담한 비전은 이집트의 다른 지역에도 비관주의와 절망에 대항하는 자긍심과 야망을 심겨주는 반가운 상징이 됐다.
유기적인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 | 코임팩트가 지원하는 ‘국가농촌생활미션the State Rural Livelihood Mission 지비카JEEViKA’는 극단적 빈곤 해결을 위한 방글라데시 경제 지원 프로그램인 그래듀에이션 접근법the graduation approach을 적용하여 인도의 비하르Bihar 지역 내의 취약계층 가구들이 농촌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교육한다. 인도 농촌마을 오디샤Odisha에서 시행한 글로벌 임팩트랩의 자체 연구에 의하면 성별과 카스트 신분제도의 약자는 지속적인 소외와 학대를 받으며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기존의 영향력 있는 행위자들은 관행과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에 저항할 수 있다. 지비카가 이런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등 관계를 파악하고 적절한 태도와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과 하드 시스템의 가정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몇 년 뒤 지비카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스템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 본다.
사회제도의 일반적인 구조
위에서 검토한 각 유형은 각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효과적인 개입intervention, 일반적으로 자선기관 등의 프로그램/프로젝트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하드 시스템 관점은 사회적 복잡성을 무시하고 현지의 지혜, 자원, 참여, 오너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소프트/크리티컬 관점은 종종 실용적인 성향과는 양립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인 노력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나는 사회 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세 개의 차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시스템 관점을 채택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음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의 구조
시스템 관점을 채택하는 것은 세 가지 차원을 가로지르는 상황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상황 공간
관심 상황이 일어나는 곳: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제약을 가하는 객관적인 조건은 무엇인가? 상황 변화의 역학 관계는 무엇인가?
행동 구조
상황의 특성을 생성하는 관찰 가능/불가능한 힘: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가능하게 하고 제약하는 경제적, 인지적, 규범적, 권력적, 정치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이 구조가 어떻게 관심 상황과 변화의 역동성을 창출하는가?
문제 공간
해당 상황이 문제가 되는지, 누구에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평가: 어떤 상황이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문제라 여겨질 때, 그러한 주장의 본질과 정당성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다른 문제와 우선순위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중요하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가장 큰 고통을 받는가?
여기서 제시하는 관점은 하드 시스템 관점(상황 공간)의 객관적 가정과 소프트/크리티컬 관점(문제 공간)의 주관적 가정을 통합한다. 본 시스템 관점의 세 번째 차원인 행동 구조는 시스템 변화의 주요 대상이며, 설계된 시스템이나 유기적 시스템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세 가지 시스템 차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차원은 관점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고, 탐색하고 개입하는 것이다. 본 구조는 시스템의 경계선의 존재에 대한 전통적인 가정에 도전한다. 여기서 경계선은 특정 인구,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에 기반한 개인 또는 기관의 선택을 반영한다. 또한 경계선은 이용 가능한 자원과 역량을 실용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경계선을 통해 자금제공기관 또는 사업수행기관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선을 그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주체들이 각각 지각하는 다수의 현실과 해석을 바탕으로 식별할 수 있는 관심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각 차원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자.
상황 공간 | ‘상황’이란 시스템의 상태로, 사람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현실을 말한다. 우리는 일자리 기회, 건강/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시민사회/경제/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등과 관련된 사실적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다. 또 한 상황은 사람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문맹률, 오염, 중독, 기아, 범죄, 차별과 같은 상황이 있다. 한편 ‘공간’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사회적 현실 가운데 한 부분, 즉 차별받는 개인, 보건 문제로 고통을 당하는 공동체, 권력 남용에 의해 억압받는 국가 전체 등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상황에 집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회와 제약 조건의 균형은 시스템이 변화하는 역학 관계를 결정한다. 상황이 서서히 호전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상승 추세는 가속화될 수 있을까? 상황이 정체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상황이 악화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먼저 상황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찾고 서서히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11 이러한 역학 관계를 반영함으로써, 우리는 개입 설계의 우선순위 그리고 시스템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상황과 관찰 가능한 사실들은 현실에 대한 피상적인 관점을 제시하여 우리로 하여금 문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또한, 소액 금융이나 스마트폰 기반 앱과 같이 이미 만들어진 기존의 솔루션 템플릿을 적용하도록 한다. 이러한 태도는 매력적인 신기술을 활용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하지만 이러한 신기술들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지프라인Zipline을 둘러싼 긴장감을 살펴보자. 지프라인은 가나, 시에라리온, 르완다 등지에서 의약품을 필요한 장소 및 시점에 이송하는 효율적인 메커니즘으로서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드론 자체는 성공적이지만, 현지 보건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지나치게 비싸며, 보건 시스템 내 약국, 약사 등 물리적 채널을 포함한 다른 측면의 개발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다며 드론 사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시스템 관점은 우리가 성급히 해결책을 도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대신 우리가 특정한 맥락에서 상황의 구조와 현지 이해관계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고 평가하는 창의적인 방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도록 장려한다. 시스템 작업은 퍼즐의 핵심 조각을 찾는 것과 유사하게 먼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도록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한 뒤에, 모두가 개선이라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구성을 고안해 낸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개입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 사회 시스템의 많은 측면은 직접적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념, 가치, 야망, 권력, 의존 구조는 종종 행동 구조behavioral architectures의 차원에 숨어 있다. 둘째, 시스템의 행위자로서 사람들이 인지하는 현실은 서로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어떤 상황이 문제인지, 누구의 문제인지, 문제의 중요성이나 긴급성이 어떠한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문제 공간problem spaces에 있다.
행동 구조 | 상황을 특정 방식으로 만드는 시스템의 일부이다. 행동 구조를 탐구하는 것은 개인들과 그들이 맺는 타인, 기관, 물리적 환경, 자연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수반한다. 행동 구조 내에 경제적, 인지적, 규범적, 권력/정치적 차원의 네 가지 영역을 설명하는 것은 개인, 커뮤니티, 조직, 기관, 사회 등 다양한 수준의 시스템에 통찰을 제공한다.12 이는 경쟁, 협력, 배제, 지배, 학대와 같은 행동 패턴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마을의 강력한 엘리트 집단이 특정 집단을 마을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마을에서 지속적인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규범, 전통, 그리고 지속적인 권력과 의존 구조는 종종 이러한 행동 구조를 형성한다. 행동 구조의 네 가지 차원은 개인의 열망과 사회적 맥락 및 물질적 환경 사이에서 창조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는 행동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영향력 있는 현지의 챔피언, 지위에 민감한 지도자, 강력한 저항자와 같이 변화에 도움이 되는 이해관계자 혹은 방해가 되는 이해관계자를 더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본 저자가 연구한 조직들은 종종 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을 사회화시킨 규범, 인지적/경제적 능력, 혹은 역할과 의존성을 발견할 방법을 밝혀낼 때 진전을 이루었다.
시스템 변화는 우리에게 상황(증상)이 아니라 행동 구조(원인)에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이 관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행동 구조의 중요한 측면은 쉽게 관찰할 수 없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면 관심 상황에 가까워지고 이해관계자들과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의 취약성의 근원, 악용되고 소외되고 배제되는 방식 등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상황과 문제의 양상을 공유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는 조직의 사명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 포함되기도 한다. 아이디오IDEO.org와 마리 스톱스 인터내셔널Marie Stopes International은 잠비아에서 계획되지 않은 십대 임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일 살롱을 여는 것과 같이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활동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렇게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소녀들은 피임방법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들이 피임방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 등과 같이 불편하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둘째, 서로 다른 행동 구조들이 일견 비슷해 보이는 상황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하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유형을 섣불리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맥락과는 다른 맥락에서도 기존의 경험에 의존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대신, 우리는 특정한 관심 상황을 야기하는 특정한 행동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상황들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차이를 식별하지 않을 경우, 겉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맥락 속에서 기존의 해결책을 복제하려는 노력은 종종 헛수고로 끝나게 된다.
행동 구조와 상황 간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은 시스템 관점의 핵심이다. 하지만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람들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탐구해야 한다. 이 차이에 따라 누가 변화를 지지하거나 저항할 것인지, 누가 혜택을 받거나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 우리가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변화 경로는 어떤 것일지 등이 결정된다.
문제 공간 | 문제는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때, 그 주장의 성격과 정당성을 잘 살펴보면 좀 더 생산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13 가까운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더라도 각자의 세계관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는 매우 다를 수 있다. 태도, 동기, 역할이나 목적에 대한 생각, 인식, 믿음, 기대, 습관 등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한 종류의 가치관과 기대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는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은 항상 취약성의 비대칭성과 혜택이 분배되는 방식을 반영한다. 어떤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종종 그 상황에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공존한다.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문제일지라도 그동안 지속되어 온 상황을 바꾸려고 하면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최근의 소프트 및 크리티컬 시스템 접근방식은 이해관계자들을 관심 상황에 참여시켜 서로 간의 차이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14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이 하나의 상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관점을 발견하고, 오해와 갈등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긴장 관계 및 상호 대립적인 관점들을 건설적이고 계획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시적인 절충안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보다 긴장의 해소를 미루는 것이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프트/ 크리티컬 접근 방식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며 솔루션을 안겨 주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가운데 그들이 각자의 솔루션을 스스로 정의하고 오너십을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잠재력을 개발한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견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의 지혜를 발굴하고 빈곤층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들의 시스템을 ‘재설계’해주는 대신, 작더라도 긍정적인 변화의 궤도를 같이 만들어가는 데 있다.
시스템 사고를 해야 하는 이유
지금껏 살펴본 시스템 구조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시스템에는 마법의 도구나 힘 또는 우리가 잡아당길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단지 복잡한 사회적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사회적 현실을 언급할 때마다 우리는 항상 시스템을 언급하는데, 이는 모든 개인, 사회적 상황, 집단, 문제, 권력관계는 자연스럽게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설명 능력이나 개입 설계 측면에서 아무런 효용도 얻지 못할 것이다.
시스템 관점은 또한 여러 가지 현실들의 공존 및 주관적 차이를 탐색하고 해결할 필요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순진한 주관주의naive subjectivism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객관적 제약조건이 “사람들의 선택이나 이러한 선택이 가져오는 개인적, 사회적 결과 모두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15 상황 공간은 우리가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결정을 하도록 요구한다. 문제 공간은 중요한 증거가 모두 객관적인 것은 아님을 상기시킨다. 행동 구조는 모든 증거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준다. 이러한 시스템 관점에서 봤을 때 안락한 사무실에 앉아서 고안하는 개입 전략이 비효율적일 것이며 성공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대신에 시스템 작업은 우리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시스템에 가까이 다가갈 것을 요구한다. 느리고 어려운 시스템 변화를 기꺼이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가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우리의 효과성을 과시하기 위함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역사회를 위해 사람들이 스스로 시스템 변화의 궤적을 발견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인가?
시스템 관점을 채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점은 자선 섹터의 일부 병리현상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섹터에는 기술적인 솔루션에 대한 집착, 대규모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 시스템의 외부자가 사전에 설계한 전략들이 난립하고 있다. 시스템 관점은 우리가 문제나 상황을 과소평가하거나 요한나 마이어와 본 저자가 ‘이해의 환상illusion of understanding’이라고 부른 병리현상, 상황에 개입하고 변화시키는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우리가 ‘역량의 환상illusion of competence’이라고 부르는 병리현상) 위험을 낮추어 준다.16 이러한 병리현상들은 높은 열정과 야망을 불러일으킨다. ‘빅벳 자선big-bets philanthropy’의 물결을 보라. 이 움직임은 투자 형식으로 여러 기관이 제공한 큰 규모의 금액을 모아, 한꺼번에 자선사업에 투입하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야망과 실제 능력 간의 벌어진 격차는, 많은 경우 재앙을 부르는 지름길이 된다.17
향후 연구를 위한 질문
시스템 변화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에 보다 집중한 연구가 필요하며, 남반구Global South, 제3세계/개발도상국의 대안적 용어로 남반부 쪽에 집중되어 있는 저소득 국가를 의미함의 관점과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 이 글은 현재 진행형의 아티클로서, 본 저자가 새로운 통찰을 얻어감에 따라 점차 발전, 수정, 확장하고자 한다. 향후 본 저자가 추구할 연구의 방향이자 SSIR 독자들도 함께 탐구했으면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시스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입하고, 어떻게 시스템 및 시스템의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 네 가지 시스템 유형의 가정이 가장 적절한 상황 유형은 무엇인가? 행동 구조의 차원을 발굴하고 지도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실행 방법은 무엇인가? 개방적인 소통, 긴장과 갈등을 탐구하기 위한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자선사업 실무자들을 위한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의 도구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시스템 변화의 중간 단계 및 전환 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안정화시키며 시스템 붕괴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시스템 관점을 채택하려면 조직의 중요한 측면에 대한 깊이 있는 숙고와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금 제공자와 사업수행기관에게 모두 해당된다. 다음 세 가지 주제는 시스템 관점을 고려하려는 조직이라면 모든 구성원과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시스템 변화에 대한 역량을 향상시켜 효과적인 자선 활동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
사명과 정체성 |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상황에 대한 경계를 어디에 그리며, 변화의 주체로서 우리가 갖는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역할, 정체성, 야망 및 역량은 어떻게 개발하는가? 시스템 관점을 채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우리가 바꿔야 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은 무엇인가?
역량 | 개선을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며,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해야 할까? 시스템에서 우리의 지식과 전문성이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가? 자금제공자는 자금 후원에 대해 어떤 속도로 결정을 하는가? 우리는 연속적인 보조금 지급 주기의 속도를 빠르게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존 보조금 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결과에 대한 고찰 및 학습 역량과 보조금 주기의 속도를 맞추어야 하는가? 시스템 관점이 보조금 수혜자와 우리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어떤 지원 구조와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가?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접근의 실무 방식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가? 이것이 별도의 전담 사업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일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관점 | 우리는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는 현실에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하드 관점과 소프트/크리티컬 관점 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해야 하는가? 본 저자가 구상한 세 가지 차원의 구조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세상 혹은 시스템을 바라보는 방식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그 관점을 입증하는가?
시스템 관점은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게 되는데, 이는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리더는 이 장기간의 학습 여정을 잘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얻는 심층적인 상황 지식을 잘 축적하여 자신들의 투자를 정당화시켜야 한다. 느린 속도로 인해 단기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직원, 자금제공자, 지역사회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 방법이나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사 결정과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을 삼가며, 우리가 얼마나 훌륭하고,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를 보고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잠재우는 것이 자선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 가장 유용한 기여가 될 수 있다.
참고
1 . 크리스티안 실로스와 요한나 마이어, 「시스템 변화 정복하기」,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16권 4호, 2018년
2. 베르너 울리히, 「비판적 시스템 관점에서 고려한 생태적 사고의 어려움: 비판적 전체론에 대한 탄원」, 시스템 프랙티스, 6권, 6호, 1993년
3. 엘리자베스 부밀러, 「우리는 적을 만났고 그는 파워포인트이다」, 뉴욕타임즈, 2010년 4월 26일
4. C. 웨스트 처치맨, <시스템 접근법>, 뉴욕시 델타/ 델 출판사, 1968년
5. 마그너스 래미지와 카렌 쉽, <시스템 사고자>, 런던시 스프링어, 2009년
6 . 루드비히 본 베르탈란피, <일반적인 시스템 이론: 기초, 개발, 적용>, 뉴욕시 브라질러, 1968년
7. 마이클 C. 잭슨과 폴 키스, 「시스템 방법론의 시스템을 향하여」, 운영연구학회지, 35권, 6호, 1984년
8. 러셀 L.아커프, <아커프의 베스트: 관리에 대한 전통 글쓰기>, 뉴욕시 존 와일리 앤산즈 출판사, 1999년
9. 마이클 C. 잭슨, <시스템 사고: 관리자를 위한 창의적인 전체론>, 영국 치체스터, 존 와일리앤산즈, 2003년
10. 실로스와 마이어, <시스템 변화 정복하기>
11 . 같은 책
12. 네 가지 차원은 실로스와 마이어의 <혁신과 임팩트 확장,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해내는가>에 자세히 묘사되어있다. 스탠퍼드,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교 출판사, 2017년
13. 도닐린 로스케, <사회 문제에 관해 생각하기>, 뉴 브런즈윅, 캐나다, 트랜잭션 출판사, 2008년. 말콤 섹터 와 존 I. 킷쓰, <사회 문제 구축하기>, 뉴브런즈윅, 캐나다, 트랜잭션 출판사 2001년
14. 피터 체크랜드는 이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실용적인 도구와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마이클 C. 잭슨과 베르너가 만든 비판적이고 해방적인 시스템 접근법에 대한 도구와 프레임 워크도 참고하시오.
15. 로버트 K. 머튼 <사회문제의 사회학>, 로버트 K. 머튼과 로버트 A. 니스벳, 에디터, 현대 사회문제, 4번째 에디션, 뉴욕주, 하코트, 1976년
16. 실로스와 마이어, <혁신과 임팩트 확장>
17. 실로스와 마이어, <시스템 변화 정복하기>
> 원문 기사 보기
CHRISTIAN SEELOS
크리스찬 실로스(CHRISTIAN SEELOS)는 스탠퍼드대학교 필란트로피와 시민사회 센터(Center on Philanthropy and Civil Society)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 임팩트랩(Global Innovation for Impact Lab)의 공동 소장이다.
댓글 PDF 다운로드
사회혁신 일반 · 시스템변화
시스템 바꾸기?
‘슬로우 무브먼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21-1
CHRISTIAN SEELOS
Summary. 시스템 작업은 해결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학습 능력과 지역 사회가 제정하고 흡수할 수 있는 적절한 속도로 변화를 위한 지역 경로를 발견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로빈슨 크루소는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가족, 지역사회, 조직, 또는 교통/교육/정치/보건 시스템 등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서야 많은 자선단체가 자신들의 일에 시스템 관점을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시스템 작업system work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시스템에 실질적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인과 구조를 알아야 한다.1 시스템을 개혁하려면 먼저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과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은 힘든 작업이다. 시스템을 단번에 바꿔주는 마법이나 요술 지팡이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 관점에 대한 투자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스템 구조에 대한 심층적인 성찰은 효과적이지 않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솔루션을 성급하게 도출하고 실행하려는 경향을 감소시킨다. 이로써 우리는 자원을 더 생산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기술과 전략을 근거로 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더욱 현실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더욱 겸손하게 문제를 탐색하고 학습하기 위해 탐구할 자세를 갖게 된다.
시스템 작업을 통해 조직은 기존의 접근방식을 제고하고 태도를 새롭게 할 수 있다. 리더들은 서구 자선 단체나 개발 기관들의 직원을 지역에 파견시켜 현지인을 고용하고 사업 종료 이후 떠나게 하는 플라이-인 플라이-아웃fly-in fly-out 관행 대신,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장기적인 헌신의 중요성에 대하여 더 나은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시스템 작업은 해결책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학습 역량에 잘 맞으면서 지역 사회가 실행하고 흡수하기에 적합한 속도로 변화를 위한 길을 발견하고 전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좀 더 효과적으로 자선 활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단체들을 위해 시스템 관점의 도입에 대한 몇 가지 실용적 경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시스템 사고 입문
자선 분야는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 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 시스템 관점, 그리고 객관성에 대한 주장에 있어서 혼란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선 사회 시스템의 경계를 정의하는 것부터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로 연관된 요소들의 총합이 시스템이라 정의하고 경계를 더듬어 나가다 보면 결국 우주에 이르게 된다. 모든 것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든지 각종 맥락에서 다른 문제들, 상황들, 시스템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문제의 범위에 대한 우리의 탐구는 결국 사회과학자 베르너 울리히의 말처럼 ‘신과 세계를 포괄하는 지점까지’ 확장된다.2 이러한 접근법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시스템 사고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다루어지는 맥락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경계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시스템에 관한 일반적 혼란의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 실무자는 정교한 시스템 지도system maps로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모델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시스템에 대해서라도 사람들의 해석과 경험은 크게 다르며, 현상 유지냐 변화냐를 선택하는 동기도 제각각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객관적인 시스템이나 현실을 하나의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스템 다이어그램system diagram은 집단들이 가진 다양한 견해를 담아내고 가정들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스템 다이어그램의 정교한 그림이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깊이 있게 이해를 했다고 느끼게 하거나,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오히려 유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시스템 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이어그램의 복잡성에 압도될 수 있다. 2009년 미국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은 아프가니스탄의 사회 상황에 대한 정교한 시스템 도표를 보고 “우리가 이 슬라이드를 이해했을 때쯤이면 이미 전쟁에서 승리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3
반면 유용한 시스템 관점은 사람들이 상황, 문제,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에 민감하다. 시스템이 현실 세계에서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정을 완화하는 것은 큰 진전을 의미한다. 발전은 우리의 편향된 관점을 뒤로 미루어 놓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생각할 때 가능하다. “시스템 접근은 여러분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때 시작됩니다.”라고 영향력 있는 시스템 사상가인 웨스트 처치맨 은 말했다.4
시스템 사고에 대한 이러한 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시스템 관점은 지난 세기 격동의 여정을 보냈다.5 관례적으로 사용되던 전통적인 분석적 접근방식의 한계에 좌절한 과학자들은 시스템 관점을 채택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의 시스템 과학은 문제가 있다.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간 연구들은 서로 조화되기 어려워졌다. 제각각의 연구 관점들은 서로 단절된 채 개발됐고, 연구 결과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시스템과학을 개척한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루드비히 폰 베르탈란피는 이미 50년 전에 시스템과학의 관행 상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만약 누군가가 현재 주목받는 개념이나 유행어를 분석한다면, ‘시스템’을 목록 상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개념은 과학의 모든 분야에 퍼져 대중적 사고, 전문 용어, 대중 매체에까지 침투했다. 최근 몇 년간 시스템 설계, 시스템 분석,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같은 이름의 전문 분야와 일자리가 생겨났다. 시스템 분야의 실무자들은 당대의 ‘새로운 이상주의자’이며, 용감하든 용감하지 않든 ‘신세계’를 창조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6
이러한 평가는 오늘날 자선 분야의 시스템 접근 방식에 대한 열광적 분위기에 대한 경고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시스템 연구의 상태를 고려할 때, 혹자는 조직이 시스템 변화의 약속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적 기반이 무엇일지 궁금할 것이다. 상황적 지식에 기초한 시스템 관점을 갖기 위해서 각 시스템들은 시스템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의 시스템 관점과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어떤 시스템 사상가들은 말했다.7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실 적용 시 도움이 되는 관점일까? 이번에는 시스템 관점의 유형을 분류해 보자.
네 가지 시스템 관점
대부분의 시스템 사상가들과 실무자들이 자선 분야에서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을 한다. 첫 번째는 하드hard vs. 소프트 soft /크리티컬critical 시스템 관점이다. 이러한 분류는 그들이 가진 가정과 그들이 시스템을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하는 차이를 보여준다.
• 하드 시스템 관점은 시스템을 정의된 경계를 가진 실체로 바라본다. 이 관점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시스템을 분석할 수 있고, 가용한 지식과 기술로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하드 시스템 관점은 특정 범위에서 시스템의 성과를 향상하려 한다. 강력한 행위자들의 연합은 시스템을 위한 외부 자원과 솔루션을 제공한다.
•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에서는 시스템을 사람들이 사회적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갖는 주관적인 인상들에 대한 사고방식으로 여긴다. 이 관점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목적과 파워, 의견의 차이를 탐구하는 것을 추구한다. 또한 무엇이 시스템 차원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인지, 솔루션의 적합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차이에 관심을 가진다. 시스템 차원의 발전을 가져오는 동기 및 수단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 관점에서는 개인이나 작은 조직도 지역적 자원을 제공하거나 시스템과 협력하여 일할 수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유기적 시스템 vs. 설계된 시스템이다.
• 설계된 시스템은 특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도구적으로 구성된 개체를 의미한다. 태스크포스, 조직, 법률, 보건 및 교육 시스템과 같은 기능적 시스템 및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있다.
• 유기적 시스템은 하나의 사회적 또는 지리적 공간을 차지하면서 비공식적인 사회 및 역사적 과정의 결과와 연관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적 집단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가족, 공동체, 부족, 마을, 사회 등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하드-설계된 시스템, 하드-유기적 시스템, 소프트/크리티컬-설계된 시스템, 소프트/크리티컬-유기적 시스템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2x2 다이어그램에 그릴 수 있다.
네 가지 시스템 원형
시스템 관점은 그것들이 하드·소프트, 설계된·유기적 시스템인지 아닌지에 기반해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개략적인 분류 방식은 후속 연구에 있어서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필란트로피 및 시민사회 센터(이하 스탠퍼드 PACS)의 웹사이트에 포스팅한 아티클에서, 본 저자는 개발도상국의 저명한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수행한 10년간의 현장 연구와 함께 네 가지 유형의 사례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인이 공동 대표로 있는 스탠퍼드 PACS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임팩트랩은 여러 기금과 프로그램 파트너들의 글로벌 협업체인 코임팩트Co-Impact 와 같은 현대적인 이니셔티브로부터 여전히 배우고 있다. 지난 1월 코임팩트는 역사상 가장 야심찬 시스템 변화 이니셔티브 중 하나를 발표했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에 걸쳐 약 9백만 명에게 교육, 보건 및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려는 대담한 시스템 변화 이니셔티브에 향후 5년간 8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이제 막 운영을 시작했다. 여기서 본인이 제시하는 개략적인 분류 방식은 네 가지 유형의 기저에 깔린 서로 다른 가정을 설명하는 역할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분류 방식이 시스템 접근법의 복잡성을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향후 몇 년간 여러 현대적인 시스템 변화 이니셔티브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고찰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드 시스템 관점
현대의 시스템 학자들은 잘 이해된 문제로 특징지어지는 상황에서는 하드 시스템 관점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문제가 무엇인지, 성공이란 무엇인지, 제안된 솔루션의 효과와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면 하드 시스템 접근은 좋은 실행 도구가 될 수 있다.
설계된 하드 시스템 관점 | 코임팩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교육 시스템 성과를 개선하고자 ‘적정 수준의 교육-아프리카 Teaching at the Right Level Africa, TaRL ’를 지원한다. TaRL은 초등학교 3~5학년 아동의 기본 독해 및 수학 능력 향상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TaRL은 광범위한 교육 시스템 내에서 특정 능력과 연령대에 집중하여 명확한 경계를 짓는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는 아동들의 학교 성적 부진에 대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있으며, 능력 향상을 위한 목표와 접근법에 동의한다. 수학과 독해 능력의 향상도는 정확하게 평가된다. TaRL 모델을 시작한 인도의 NGO 프라담Pratham , 무작위 평가를 통해 프라담의 변화 이론Theory of Change을 평가한 압둘 라티프 자밀 빈곤퇴치 연구소 Abdul Latif Jameel Poverty Action Lab , 그리고 여러 후원자가 검증된 접근 방식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 파트너를 지원할 계획이다. 예상 소요 자원과 성과 마일스톤을 포함한 세부 계획을 개발한다는 점도 하드 시스템 관점에 부합한다.
두 번째 예는 인도의 프로젝트 에코Project ECHO 이다. 에코는 인도의 보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비디오 기술로 의료 전문가와 일선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는 검증된 모델을 구현한다. TaRL과 마찬가지로, 에코 프로그램은 2003년 에코가 시작된 뉴멕시코에서 개발된, 전문적 지식을 통합한 기존 프로그램의 템플릿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37개국으로 확장됐다. 이니셔티브는 처음부터 보건 시스템의 개선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에코는 특정 보건 이슈와 적절한 기술 인프라를 갖춘 지역에 대해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정의된 성과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정확하게 투자한다.
유기적인 하드 시스템 관점 | 두 번의 내전과 에볼라 사태로 인해 라이베리아에 있는 많은 지역사회는 의료 서비스와 단절됐다. 라이베리아 지역사회 보건 보조 프로그램The Liberia Community Health Assistants Program, LCHAP은 효과적인 보건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라이베리아 정부와 협력하여 지역사회를 위한 보건 인력을 양성한다. 각 커뮤니티는 개별적인 사회 시스템을 대표하며, LCHAP의 실행은 주로 특정 자원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영향력이 큰 이해관계자들과의 굳건한 약속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필요로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의 실행 방식을 표준화함으로써 연수생들이 공식 보건 시스템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LCHAP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종종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자선 부문에서 하드 시스템 관점의 채택이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사용하고, 미리 정해진 목표하에서 공식적인 전략과 계획을 사용하는 것 등 서구사회에 중시하는 믿음 및 편향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의료 시스템에서조차도 의사, 간호 사, 환자, 정부, 투자자, 납세자들은 현격한 세계관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해관계자들은 문제가 존재하는지,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문제에는 동의하지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진행 상황이나 성공 여부를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자선적 노력이 하나의 시스템 측면에만 성공적으로 초점을 둘 때, 영향력이 큰 다른 이해관계자가 임팩트의 경계선을 다시 설정하고, 시스템의 다른 측면을 고려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혹은, 인도의 프라담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듯이, 교육 시스템의 한 측면을 개선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 프라담의 엄청난 성공과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 시골 지역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읽기 능력과 수학 능력은 지난 10년 동안 퇴보해 왔다. 프라담을 시스템 차원의 미흡한 임팩트와 잘못 연관시키면 정부와의 긴장 관계가 생길 수 있다.
하드 시스템을 전제로 하여 개발된 프로젝트는 가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기금제공자가 갖는 기대가 뚜렷한 계획이나 전략의 형태로 구체화됐다면 해당 계획이 실패할 경우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려워진다. 영향력 있는 시스템 사상가인 러셀 아코프의 주장대로 강력한 변화를 위해서는 동일한 문제가 재발생하는 경향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 구조 차원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할 수 있다.8 따라서 실무자들은 소프트 시스템 접근법이 속도가 느리고 예측 능력이 낮다고 하더라도, 상충하는 목표나 긴장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좀 더 효과적임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드 시스템의 관점은 명확하고 관찰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인 시스템, 이를테면 무기, 엔진, 전기 회로, 상하수도 시스템 등에 적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들은 이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 저명한 시스템 사상가들은 하드 시스템 관점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
소프트/크리티컬 접근 방식은 시스템이 단순한 관찰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다면적이고 역동적인 상황들로 구성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시스템 내 행위자들은 서로 다른 세계관, 우선순위, 취약성, 선호도, 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스템의 주요 요소들이 모두 관찰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업수행기관이 어느 선까지 관여할 것인지 면밀히 조사하고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 학습Joint learning은 기존의 지식과 전문성을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접근 방식은 종종 ‘골치 아픈 일’ 또는 ‘궂은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드 시스템 접근법의 부적절함에 실망한 경영학자 피터 체크랜드는 보다 겸손한 목표를 기초로 삼는 소프트 시스템 방법의 개발을 추진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권한다. 각기 다른 역할, 지위, 선호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관점에서는 결코 이상적이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는가?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실현 가능하면서도, 발전을 막는 저항을 유발하지 않는 그런 변화를 설계할 수 있는가? 시스템 연구자 마이클 잭슨과 베르너 울리히는 소프트 시스템 방법을 갈등 상황에 적용하도록 확장했다. 그들의 크리티컬 시스템critical system 관점은 빈곤층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있어서 빈곤층 당사자들을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크리티컬 시스템 관점은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소외되고 침묵하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느끼는 일을 하는 실용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9
설계된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 | 본인이 지난 15년 동안 관찰해 온 조직이자 1977년에 설립된 세켐Sekem이 이 유형의 좋은 사례이다.10 세켐은 이집트의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린 공동체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현실을 보고 경험하며 대안적 미래에 대한 의견을 서서히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자신의 규범과 습관을 돌아보고 있다. 세켐은 예술적 감성으로 아름답게 조경된 사막의 오아시스의 곳곳에 드넓은 원형 극장,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꽃밭을 배치한 공간 등을 설치했다. 세켐의 설립자인 이브라힘 아불레이시는 “나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처음부터 필수적인 부분으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켐은 사람들이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문제와 야심, 즉 비전에 대해 숙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에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켐의 세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집트의 복잡한 현실, 즉 세켐이 변화시키려는 시스템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세켐은 오늘날의 이집트가 바람직한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을 실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울로 작용하고 있다. 세켐의 대담한 비전은 이집트의 다른 지역에도 비관주의와 절망에 대항하는 자긍심과 야망을 심겨주는 반가운 상징이 됐다.
유기적인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 | 코임팩트가 지원하는 ‘국가농촌생활미션the State Rural Livelihood Mission 지비카JEEViKA’는 극단적 빈곤 해결을 위한 방글라데시 경제 지원 프로그램인 그래듀에이션 접근법the graduation approach을 적용하여 인도의 비하르Bihar 지역 내의 취약계층 가구들이 농촌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교육한다. 인도 농촌마을 오디샤Odisha에서 시행한 글로벌 임팩트랩의 자체 연구에 의하면 성별과 카스트 신분제도의 약자는 지속적인 소외와 학대를 받으며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기존의 영향력 있는 행위자들은 관행과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에 저항할 수 있다. 지비카가 이런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등 관계를 파악하고 적절한 태도와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관점과 하드 시스템의 가정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몇 년 뒤 지비카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스템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 본다.
사회제도의 일반적인 구조
위에서 검토한 각 유형은 각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효과적인 개입intervention, 일반적으로 자선기관 등의 프로그램/프로젝트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하드 시스템 관점은 사회적 복잡성을 무시하고 현지의 지혜, 자원, 참여, 오너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소프트/크리티컬 관점은 종종 실용적인 성향과는 양립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인 노력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나는 사회 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세 개의 차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시스템 관점을 채택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음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의 구조
시스템 관점을 채택하는 것은 세 가지 차원을 가로지르는 상황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상황 공간
관심 상황이 일어나는 곳: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제약을 가하는 객관적인 조건은 무엇인가? 상황 변화의 역학 관계는 무엇인가?
행동 구조
상황의 특성을 생성하는 관찰 가능/불가능한 힘: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가능하게 하고 제약하는 경제적, 인지적, 규범적, 권력적, 정치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이 구조가 어떻게 관심 상황과 변화의 역동성을 창출하는가?
문제 공간
해당 상황이 문제가 되는지, 누구에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평가: 어떤 상황이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문제라 여겨질 때, 그러한 주장의 본질과 정당성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다른 문제와 우선순위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중요하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가장 큰 고통을 받는가?
여기서 제시하는 관점은 하드 시스템 관점(상황 공간)의 객관적 가정과 소프트/크리티컬 관점(문제 공간)의 주관적 가정을 통합한다. 본 시스템 관점의 세 번째 차원인 행동 구조는 시스템 변화의 주요 대상이며, 설계된 시스템이나 유기적 시스템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세 가지 시스템 차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차원은 관점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고, 탐색하고 개입하는 것이다. 본 구조는 시스템의 경계선의 존재에 대한 전통적인 가정에 도전한다. 여기서 경계선은 특정 인구,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에 기반한 개인 또는 기관의 선택을 반영한다. 또한 경계선은 이용 가능한 자원과 역량을 실용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경계선을 통해 자금제공기관 또는 사업수행기관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선을 그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주체들이 각각 지각하는 다수의 현실과 해석을 바탕으로 식별할 수 있는 관심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각 차원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자.
상황 공간 | ‘상황’이란 시스템의 상태로, 사람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현실을 말한다. 우리는 일자리 기회, 건강/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시민사회/경제/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등과 관련된 사실적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다. 또 한 상황은 사람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문맹률, 오염, 중독, 기아, 범죄, 차별과 같은 상황이 있다. 한편 ‘공간’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사회적 현실 가운데 한 부분, 즉 차별받는 개인, 보건 문제로 고통을 당하는 공동체, 권력 남용에 의해 억압받는 국가 전체 등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상황에 집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회와 제약 조건의 균형은 시스템이 변화하는 역학 관계를 결정한다. 상황이 서서히 호전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상승 추세는 가속화될 수 있을까? 상황이 정체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상황이 악화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먼저 상황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찾고 서서히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11 이러한 역학 관계를 반영함으로써, 우리는 개입 설계의 우선순위 그리고 시스템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상황과 관찰 가능한 사실들은 현실에 대한 피상적인 관점을 제시하여 우리로 하여금 문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또한, 소액 금융이나 스마트폰 기반 앱과 같이 이미 만들어진 기존의 솔루션 템플릿을 적용하도록 한다. 이러한 태도는 매력적인 신기술을 활용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하지만 이러한 신기술들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지프라인Zipline을 둘러싼 긴장감을 살펴보자. 지프라인은 가나, 시에라리온, 르완다 등지에서 의약품을 필요한 장소 및 시점에 이송하는 효율적인 메커니즘으로서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드론 자체는 성공적이지만, 현지 보건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지나치게 비싸며, 보건 시스템 내 약국, 약사 등 물리적 채널을 포함한 다른 측면의 개발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다며 드론 사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시스템 관점은 우리가 성급히 해결책을 도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대신 우리가 특정한 맥락에서 상황의 구조와 현지 이해관계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고 평가하는 창의적인 방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도록 장려한다. 시스템 작업은 퍼즐의 핵심 조각을 찾는 것과 유사하게 먼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도록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한 뒤에, 모두가 개선이라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구성을 고안해 낸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개입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 사회 시스템의 많은 측면은 직접적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념, 가치, 야망, 권력, 의존 구조는 종종 행동 구조behavioral architectures의 차원에 숨어 있다. 둘째, 시스템의 행위자로서 사람들이 인지하는 현실은 서로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어떤 상황이 문제인지, 누구의 문제인지, 문제의 중요성이나 긴급성이 어떠한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문제 공간problem spaces에 있다.
행동 구조 | 상황을 특정 방식으로 만드는 시스템의 일부이다. 행동 구조를 탐구하는 것은 개인들과 그들이 맺는 타인, 기관, 물리적 환경, 자연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수반한다. 행동 구조 내에 경제적, 인지적, 규범적, 권력/정치적 차원의 네 가지 영역을 설명하는 것은 개인, 커뮤니티, 조직, 기관, 사회 등 다양한 수준의 시스템에 통찰을 제공한다.12 이는 경쟁, 협력, 배제, 지배, 학대와 같은 행동 패턴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마을의 강력한 엘리트 집단이 특정 집단을 마을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마을에서 지속적인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규범, 전통, 그리고 지속적인 권력과 의존 구조는 종종 이러한 행동 구조를 형성한다. 행동 구조의 네 가지 차원은 개인의 열망과 사회적 맥락 및 물질적 환경 사이에서 창조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는 행동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영향력 있는 현지의 챔피언, 지위에 민감한 지도자, 강력한 저항자와 같이 변화에 도움이 되는 이해관계자 혹은 방해가 되는 이해관계자를 더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본 저자가 연구한 조직들은 종종 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을 사회화시킨 규범, 인지적/경제적 능력, 혹은 역할과 의존성을 발견할 방법을 밝혀낼 때 진전을 이루었다.
시스템 변화는 우리에게 상황(증상)이 아니라 행동 구조(원인)에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이 관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행동 구조의 중요한 측면은 쉽게 관찰할 수 없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면 관심 상황에 가까워지고 이해관계자들과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의 취약성의 근원, 악용되고 소외되고 배제되는 방식 등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상황과 문제의 양상을 공유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는 조직의 사명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 포함되기도 한다. 아이디오IDEO.org와 마리 스톱스 인터내셔널Marie Stopes International은 잠비아에서 계획되지 않은 십대 임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일 살롱을 여는 것과 같이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활동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렇게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소녀들은 피임방법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들이 피임방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 등과 같이 불편하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둘째, 서로 다른 행동 구조들이 일견 비슷해 보이는 상황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하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유형을 섣불리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맥락과는 다른 맥락에서도 기존의 경험에 의존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대신, 우리는 특정한 관심 상황을 야기하는 특정한 행동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상황들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차이를 식별하지 않을 경우, 겉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맥락 속에서 기존의 해결책을 복제하려는 노력은 종종 헛수고로 끝나게 된다.
행동 구조와 상황 간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은 시스템 관점의 핵심이다. 하지만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람들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탐구해야 한다. 이 차이에 따라 누가 변화를 지지하거나 저항할 것인지, 누가 혜택을 받거나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 우리가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변화 경로는 어떤 것일지 등이 결정된다.
문제 공간 | 문제는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때, 그 주장의 성격과 정당성을 잘 살펴보면 좀 더 생산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13 가까운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더라도 각자의 세계관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는 매우 다를 수 있다. 태도, 동기, 역할이나 목적에 대한 생각, 인식, 믿음, 기대, 습관 등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한 종류의 가치관과 기대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는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은 항상 취약성의 비대칭성과 혜택이 분배되는 방식을 반영한다. 어떤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종종 그 상황에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공존한다.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문제일지라도 그동안 지속되어 온 상황을 바꾸려고 하면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최근의 소프트 및 크리티컬 시스템 접근방식은 이해관계자들을 관심 상황에 참여시켜 서로 간의 차이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14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이 하나의 상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관점을 발견하고, 오해와 갈등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긴장 관계 및 상호 대립적인 관점들을 건설적이고 계획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시적인 절충안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보다 긴장의 해소를 미루는 것이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프트/ 크리티컬 접근 방식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며 솔루션을 안겨 주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가운데 그들이 각자의 솔루션을 스스로 정의하고 오너십을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잠재력을 개발한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견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의 지혜를 발굴하고 빈곤층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들의 시스템을 ‘재설계’해주는 대신, 작더라도 긍정적인 변화의 궤도를 같이 만들어가는 데 있다.
시스템 사고를 해야 하는 이유
지금껏 살펴본 시스템 구조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시스템에는 마법의 도구나 힘 또는 우리가 잡아당길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단지 복잡한 사회적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사회적 현실을 언급할 때마다 우리는 항상 시스템을 언급하는데, 이는 모든 개인, 사회적 상황, 집단, 문제, 권력관계는 자연스럽게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설명 능력이나 개입 설계 측면에서 아무런 효용도 얻지 못할 것이다.
시스템 관점은 또한 여러 가지 현실들의 공존 및 주관적 차이를 탐색하고 해결할 필요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순진한 주관주의naive subjectivism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객관적 제약조건이 “사람들의 선택이나 이러한 선택이 가져오는 개인적, 사회적 결과 모두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15 상황 공간은 우리가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결정을 하도록 요구한다. 문제 공간은 중요한 증거가 모두 객관적인 것은 아님을 상기시킨다. 행동 구조는 모든 증거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준다. 이러한 시스템 관점에서 봤을 때 안락한 사무실에 앉아서 고안하는 개입 전략이 비효율적일 것이며 성공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대신에 시스템 작업은 우리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시스템에 가까이 다가갈 것을 요구한다. 느리고 어려운 시스템 변화를 기꺼이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가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우리의 효과성을 과시하기 위함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역사회를 위해 사람들이 스스로 시스템 변화의 궤적을 발견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인가?
시스템 관점을 채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점은 자선 섹터의 일부 병리현상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섹터에는 기술적인 솔루션에 대한 집착, 대규모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 시스템의 외부자가 사전에 설계한 전략들이 난립하고 있다. 시스템 관점은 우리가 문제나 상황을 과소평가하거나 요한나 마이어와 본 저자가 ‘이해의 환상illusion of understanding’이라고 부른 병리현상, 상황에 개입하고 변화시키는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우리가 ‘역량의 환상illusion of competence’이라고 부르는 병리현상) 위험을 낮추어 준다.16 이러한 병리현상들은 높은 열정과 야망을 불러일으킨다. ‘빅벳 자선big-bets philanthropy’의 물결을 보라. 이 움직임은 투자 형식으로 여러 기관이 제공한 큰 규모의 금액을 모아, 한꺼번에 자선사업에 투입하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야망과 실제 능력 간의 벌어진 격차는, 많은 경우 재앙을 부르는 지름길이 된다.17
향후 연구를 위한 질문
시스템 변화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에 보다 집중한 연구가 필요하며, 남반구Global South, 제3세계/개발도상국의 대안적 용어로 남반부 쪽에 집중되어 있는 저소득 국가를 의미함의 관점과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 이 글은 현재 진행형의 아티클로서, 본 저자가 새로운 통찰을 얻어감에 따라 점차 발전, 수정, 확장하고자 한다. 향후 본 저자가 추구할 연구의 방향이자 SSIR 독자들도 함께 탐구했으면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시스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입하고, 어떻게 시스템 및 시스템의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 네 가지 시스템 유형의 가정이 가장 적절한 상황 유형은 무엇인가? 행동 구조의 차원을 발굴하고 지도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실행 방법은 무엇인가? 개방적인 소통, 긴장과 갈등을 탐구하기 위한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자선사업 실무자들을 위한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의 도구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시스템 변화의 중간 단계 및 전환 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안정화시키며 시스템 붕괴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시스템 관점을 채택하려면 조직의 중요한 측면에 대한 깊이 있는 숙고와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금 제공자와 사업수행기관에게 모두 해당된다. 다음 세 가지 주제는 시스템 관점을 고려하려는 조직이라면 모든 구성원과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시스템 변화에 대한 역량을 향상시켜 효과적인 자선 활동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
사명과 정체성 |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상황에 대한 경계를 어디에 그리며, 변화의 주체로서 우리가 갖는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역할, 정체성, 야망 및 역량은 어떻게 개발하는가? 시스템 관점을 채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우리가 바꿔야 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은 무엇인가?
역량 | 개선을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며,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해야 할까? 시스템에서 우리의 지식과 전문성이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가? 자금제공자는 자금 후원에 대해 어떤 속도로 결정을 하는가? 우리는 연속적인 보조금 지급 주기의 속도를 빠르게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존 보조금 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결과에 대한 고찰 및 학습 역량과 보조금 주기의 속도를 맞추어야 하는가? 시스템 관점이 보조금 수혜자와 우리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어떤 지원 구조와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가? 소프트/크리티컬 시스템 접근의 실무 방식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가? 이것이 별도의 전담 사업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일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관점 | 우리는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는 현실에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하드 관점과 소프트/크리티컬 관점 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해야 하는가? 본 저자가 구상한 세 가지 차원의 구조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세상 혹은 시스템을 바라보는 방식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그 관점을 입증하는가?
시스템 관점은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게 되는데, 이는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리더는 이 장기간의 학습 여정을 잘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얻는 심층적인 상황 지식을 잘 축적하여 자신들의 투자를 정당화시켜야 한다. 느린 속도로 인해 단기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직원, 자금제공자, 지역사회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 방법이나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사 결정과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을 삼가며, 우리가 얼마나 훌륭하고,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를 보고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잠재우는 것이 자선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 가장 유용한 기여가 될 수 있다.
참고
1 . 크리스티안 실로스와 요한나 마이어, 「시스템 변화 정복하기」,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16권 4호, 2018년
2. 베르너 울리히, 「비판적 시스템 관점에서 고려한 생태적 사고의 어려움: 비판적 전체론에 대한 탄원」, 시스템 프랙티스, 6권, 6호, 1993년
3. 엘리자베스 부밀러, 「우리는 적을 만났고 그는 파워포인트이다」, 뉴욕타임즈, 2010년 4월 26일
4. C. 웨스트 처치맨, <시스템 접근법>, 뉴욕시 델타/ 델 출판사, 1968년
5. 마그너스 래미지와 카렌 쉽, <시스템 사고자>, 런던시 스프링어, 2009년
6 . 루드비히 본 베르탈란피, <일반적인 시스템 이론: 기초, 개발, 적용>, 뉴욕시 브라질러, 1968년
7. 마이클 C. 잭슨과 폴 키스, 「시스템 방법론의 시스템을 향하여」, 운영연구학회지, 35권, 6호, 1984년
8. 러셀 L.아커프, <아커프의 베스트: 관리에 대한 전통 글쓰기>, 뉴욕시 존 와일리 앤산즈 출판사, 1999년
9. 마이클 C. 잭슨, <시스템 사고: 관리자를 위한 창의적인 전체론>, 영국 치체스터, 존 와일리앤산즈, 2003년
10. 실로스와 마이어, <시스템 변화 정복하기>
11 . 같은 책
12. 네 가지 차원은 실로스와 마이어의 <혁신과 임팩트 확장,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해내는가>에 자세히 묘사되어있다. 스탠퍼드,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교 출판사, 2017년
13. 도닐린 로스케, <사회 문제에 관해 생각하기>, 뉴 브런즈윅, 캐나다, 트랜잭션 출판사, 2008년. 말콤 섹터 와 존 I. 킷쓰, <사회 문제 구축하기>, 뉴브런즈윅, 캐나다, 트랜잭션 출판사 2001년
14. 피터 체크랜드는 이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실용적인 도구와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마이클 C. 잭슨과 베르너가 만든 비판적이고 해방적인 시스템 접근법에 대한 도구와 프레임 워크도 참고하시오.
15. 로버트 K. 머튼 <사회문제의 사회학>, 로버트 K. 머튼과 로버트 A. 니스벳, 에디터, 현대 사회문제, 4번째 에디션, 뉴욕주, 하코트, 1976년
16. 실로스와 마이어, <혁신과 임팩트 확장>
17. 실로스와 마이어, <시스템 변화 정복하기>
> 원문 기사 보기
CHRISTIAN SEELOS
크리스찬 실로스(CHRISTIAN SEELOS)는 스탠퍼드대학교 필란트로피와 시민사회 센터(Center on Philanthropy and Civil Society)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 임팩트랩(Global Innovation for Impact Lab)의 공동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