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트로피]임팩트 투자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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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 임팩트금융
임팩트 투자란 없다

2026-1


KEVIN STARR



Summary. 상업적 투자와 필란트로피 투자가 있다. 그러나 그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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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CartoonStock.com)


가끔은 AI에 던진 평범한 질문이 패러디 같은 답변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얼마 전 나는 클로드Claude에게 ‘임팩트 투자’의 최신 정의를 물었고, 이런 답이 돌아왔다.


“2024년에는 임팩트 투자의 정의를 단순히 투자자의 의도intentionality에 근거해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 사회 변화real-world change를 만들어냈는지와 해당 자본이 그 변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즉 자본의 추가성additionality of capital이 있는지까지 기준에 포함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논의의 결론은 임팩트 투자의 정의를 투자자의 의도성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시장 수준의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임팩트 투자를 둘러싼 기대와 열기가 뜨거웠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다. 그 시절에는 임팩트 투자가 ‘인내 자본patient capital’과 ‘양허적 금융concessionary finance’을 이야기하고, 심지어 임팩트에 대한 책임까지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의도성’뿐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의도성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임팩트 투자라고 부를 만한 자본 자체의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현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임팩트 투자 실무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투자되는 자금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이들은 갈수록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실사를 통해 위험을 줄이려 든다. 대형 원조가 급격히 축소되는 상황에서 시장 기반의 해법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 하필 지금, 임팩트 투자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다행히도 나는 임팩트 투자가 안겨준 수많은 실망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임팩트 투자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임팩트 투자가 이도 저도 아니라는 데 있다. 필란트로피스트들은 임팩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을 보고 탐욕스럽다고 여긴다. 반면 투자자들은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양허적 거래를 보고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지원 사업에서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관대하게 자금을 지원했던 재단들도, 높은 임팩트를 내는 영리 기업을 볼 때는 갑자기 냉정하고 위험 회피적인 깐깐한 심사자로 돌변한다. 결국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


임팩트 투자는 원래 필란트로피와 상업적 투자 사이의 영역을 차지해야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수익에 대한 양보 없이 의도성만 강조한 결과, 그 영역은 대부분 비어버렸다. 저소득 국가에서 절실히 필요한 혁신이 가로막히는 이유는, 그 나라를 가난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바로 사업을 시작하고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양허적 금융 없이는 그런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양허적’이라는 말은 임팩트에 진지하기 때문에 기대 수익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저금리 대출, 높은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관대한 조건의 위험 지분 투자, 심지어 무상 지원까지 여기에 포함된다.


임팩트를 위해 기대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에는 이미 이름이 있다. 바로 ‘필란트로피’다. 전통적인 비영리 지원금과는 형태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필란트로피다.


그렇다면 필란트로피와 상업적 투자만 남는다. 필란트로피 투자자는 실제로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관대할 수 있다. 반면 상업적 투자자는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면 된다. 어려운 시장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은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위험이 충분히 낮아진 뒤 상업적 투자자가 참여하면 된다. 상업적 투자자는 추가성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의 의도를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원래도 그런 걱정을 한 적이 별로 없었지만 말이다. 필란트로피 투자자는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자금을 회수해 다시 활용하며, 때로는 수익까지 얻을 기회를 갖는다. 그러면 모두가 만족한다.


물라고재단Mulago Foundation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는 임팩트라는 개념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이에 맞춰 영리 기업에 대한 지원 방식도 발전시켜 왔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은, 어떤 사업 아이디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해 사회 문제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많은 기업이 그 아이디어를 채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아이디어가 충분히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 수익성이 없는 아이디어를 누가 채택하겠는가? ‘지속 가능하다sustainable’는 말이 곧 ‘확장할 수 있다scalable’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소득 계층으로 이동하거나 본래의 사명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결국 재무 성과와 사회 성과를 모두 만족시키는 ‘이중성과double bottom line’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애초에 최종 기준bottom line이라는 표현이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지막에 선택되는 기준은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시장성을 유지하면서도 본래의 사명을 지키려면 수익과 임팩트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스타트업의 경우, 수익과 임팩트가 함께 커지는 구조인지는 결국 초기 가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한 임팩트와 수익성을 동시에 실현할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발견하고, 두 요소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강력한 근거까지 확보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기업은 매우 드문 보석과도 같다. 그 기업이 상업적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수익과 임팩트가 함께 커지는 구조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헬로 트랙터Hello Tractor다. 헬로 트랙터는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에 ‘트랙터 버전의 우버’를 만들었다. 이 플랫폼은 트랙터 소유자와 기계화 서비스가 필요한 농부를 연결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농부 대다수가 몇 헥타르 규모의 소농이기 때문에, 헬로 트랙터의 대상 시장은 소농과 소형 트랙터 소유자들이다. 헬로 트랙터는 소형 트랙터 소유자와 소농이 돈을 벌 때만 수익이 생긴다. 더 수익성 높은 상위 시장으로 이동할 여지도 없다. 바로 이러한 구조적 정합성 덕분에, 그리고 아프리카 농업의 기계화를 절실히 앞당겨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헬로 트랙터에 초기 지원금 20만 달러를 제공했다.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30만 달러의 저금리 대출도 공급했다. 우리가 함께해 온 기간 동안 헬로 트랙터가 서비스를 제공한 농부 수는 0명에서 250만 명으로 늘었고, 대출금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성실히 상환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풀라Pula가 있다. 케냐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소농에게 날씨·병해충 보험을 제공한다. 종자·비료 회사, NGO, 금융기관, 정부기관 같은 고객사가 종자·비료·농업 대출과 연계된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제공하도록 돕는다. 풀라는 농부들에게 모바일폰을 통해 수확량과 소득을 높이는 맞춤형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보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농가의 일반적인 경작 규모가 약 1헥타르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농은 농업 보험의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시장이다. 우리는 2012년 5만 달러의 보조금으로 풀라의 출범을 도왔다. 2018년에는 30만 달러의 전환사채를 투자했고, 이는 이후 지분으로 전환되었다. 풀라는 현재 500만 명의 농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의 지분 가치는 원금의 6배로 성장했다. 우리는 40만 달러를 회수했고, 여전히 회사 지분 2%를 보유하고 있다. 때로는 인내가 꽤 괜찮은 투자 전략이 되기도 한다.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거나 환경을 보호하는 사업체가 의미 있는 규모에 도달하려면, 자체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거나 상업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필란트로피 투자의 역할은 바로 그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필란트로피를 하는 경우에도, 기업의 현재 단계와 전략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자본을 활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 대부분은 프로그램 관련 투자Program-Related Investments, PRI에 해당한다. PRI는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한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기업에 적용 가능한 투자 방식이다.


우리는 다양한 PRI 방식을 검토하고, 일부는 직접 활용해보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보조금Grants. 일부 기업은 일반적인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비영리 조직을 함께 운영한다. 나는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혼합 구조는 대개 지나치게 복잡하고 확장도 어렵기 때문이다. 재단으로서 우리는 지출책임보조금Expenditure Responsibility Grants, ERG을 많이 활용한다. ERG란 재단이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되, 해당 자금이 공익적 목적에 사용되는지 관리하고 보고받는 제도다. 기업의 사업적 목표에도 도움이 되고, 동시에 사회적 임팩트 창출에도 기여하는 활동에 자금을 지원한다. ERG는 비교적 단순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우리는 수익보다 속도와 규모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ERG는 가장 먼저 선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저금리 대출Cheap Debt. 저금리 대출은 자금을 회수해 다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낮은 금리로 인해 자본 가치가 줄어들 수 있고, 이러한 시장에서 부채 투자에 따르는 높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임은 틀림없다. 우리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은 한 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제공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는 재무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해 향후 지분 투자자들의 참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전환사채는 나중에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 선택지를 열어두고 싶을 때 유용한 대안이 된다.


관대한 조건의 지분 투자Generous Equity. 구조화된 투자 라운드나 별도 거래를 통해 기업의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경험상 전통적인 지분 투자는 보조금이나 대출보다 훨씬 번거롭다. 우리 같은 작은 조직으로서는 가능하면 이를 피하려 한다. 그럼에도 지분 투자에 참여할 때는 창업자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창업자들은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위험에 더해 어려운 시장이 가진 위험까지 함께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기업가치 평가는 대개 추측에 가깝고, 우리는 가능한 한 단순한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분 투자를 미래 지분 단순 계약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SAFE 형태로 진행한다. 초기 단계에 자금을 투입하는 가장 쉽고, 많은 경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이후 투자 라운드에서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과 동일한 기준으로 자신의 지분 가치가 결정되는 데 동의하는 방식이다. SAFE 계약은 우리에게 사실상 전환사채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필란트로피 투자는 예상보다 쉬웠다. 영구채perpetual bond(흥미로운 아이디어였지만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매출 연동 수익배분 계약revenue share agreement(마찬가지다), 회수 가능 보조금recoverable grant(일종의 모순어법인 데다 많은 투자자들이 어차피 부채로 분류한다), 대출 보증loan guarantee(가끔 유용하다) 등 다른 방식들도 시도하거나 검토해 봤다. 물론 일부 지분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당히 번거롭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많은 투자 라운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리드 투자자의 부재다. 우리도, 그리고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필란트로피 자금 제공자들도 그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전통적인 보조금 지원과 필란트로피 투자를 결합하는 일은 즐겁기도 하다. 필란트로피 투자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다. 특히 대형 원조 이후의 시대에는 규모 있는 임팩트를 만들어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포트폴리오 안의 비영리단체와 영리 기업이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모습을 좋아하며, 둘을 똑같은 파트너로 대한다. 잘못된 사업 아이디어나 부족한 실행력 때문에 기업이 사라지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실패한 비영리단체가 오랫동안 별다른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좀비처럼 존속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필란트로피 자금 제공자들이 높은 임팩트를 내는 영리 기업 지원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동시에 스스로 임팩트 투자자라 칭하는 이들도 자신의 상당한 역량을 필란트로피 투자로 전환해주길 바란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자기 확신에 지나치게 빠져 있지 않다면, 시장수익률은 고수한 채 ‘의도성’만 내세우는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일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는 임팩트 투자 자본이 1조 5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중 반올림 오차에 불과한 금액이라도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드는 데 쓰인다면, 적어도 시작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현재 전통적인 보조금 지원으로 흘러가는 자금의 상당 부분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영리 기업에 대한 필란트로피 지원은 필란트로피스트들에게 임팩트를 만들어낼 새로운 경로를 열어주고, 예전에 임팩트 투자자로 불리던 이들에게는 자신의 자본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진정한 추가성의 만족을 누릴 기회를 제공한다.


자, 들어오시라. 생각보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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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STARR

케빈 스타는 물라고재단과 레이너 아른홀트 펠로스 프로그램Rainer Arnhold Fellows Program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