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일반]과정에 몰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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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시스템변화
 
북 리뷰: <사회변화를 이끄는 시스템워크>
과정에 몰입하라

2022-1


REVIEW BY ALEX COUNTS



Summary. 시스템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결과보다 원칙과 관행에 보다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 발전에 대한 현재의 논쟁은 오늘날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단편적인 개혁 조치가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와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를 비롯한 몇몇 선도적인 사상가들은 지속적 사회 발전은 현존하는 시스템의 점진적인 변화에 의해 달성된다고 주장한다.


사회운동가 에드가 빌라누에바와 저널리스트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와 같은 다른 이들은, 부의 불평등 심화 문제부터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악화되는 사회적 위기들을 보며 알 수 있듯기존 시스템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개혁 조치들이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단계적 변화가 고조되는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늦출 수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 변화를 이끄는 시스템 작동: 연결, 맥락, 힘을 활용하여 깊고 지속적인 변화를 일궈내는 방법>에서 신시아 레이너와 프랑수아 보니치는 시스템 체인지를 일으키는 쉬운 방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세계 곳곳의 시민사회단체에 관한 8건의 사례연구를 통해 사회변화를 심도 있게 분석하며 시스템 체인지에 다다르는 실용적 경로를 제시한다. 이러한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그들의 업무가 사람 중심이 되도록 전념하고 있으며, 종종 자신들이 봉사하고자 하는 지역사회를 간과하는, 사회변화에 대한 전통적인 탑다운 접근법을 거부한다. 저자들은 “사회 변화로 가는 긴 궤도 속 매일의 업무는 지저분하고 비선형적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떠한 효과가 단일한 근본적 원인으로 설명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산출이 투입에 비례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레이너와 보니치의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정의는 점진적이지만 흔히 과소평가되는 비영리 단체의 업무를 강조한다. 그들은 “이러한 단체들은 단순히 성공적인 결과를 촉진하기 보다는 변화의 과정에 집중합니다. 그리하여 급변하는 세상에 더욱 원활히 대응할 수 있고, 전 세계의 다양하고 증가하는 사람들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형성합니다”고 설명했다. “이 조직들이 실천하는 가치와 접근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표면에 드러나진 않았지요. ... 우리는 이러한 원리 및 실천을 시스템 워크systems work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이들의 정의는 사회 문제를 별개의 기술적 문제로 축소 해석하고 고립적으로 분석한 후, 과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성과 지표를 부지런히 측정하면서 ‘성공적인 부분들을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사회 변화를 이끄는 시스템 워크: 연결, 맥락 그리고 힘을 활용하여 깊고 지속적인 변화를 일궈내는 방법

신시아 레이너 & 프랑수아 보니치, 304 페이지, 옥스퍼드대학 출판부, 2021


<사회 변화를 이끄는 시스템 작동>은 과정과 실천을 강조하며 체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섹션은 200년간의 사회 변화를 위한 노력들을 조사하여 시스템 워크의 세 가지 원리를 다음과 같이 도출해냈다. 학습, 성장 및 변화를 허용하는 집단적 정체성을 구축하여 이해관계자들 간의 연결을 장려하고, 주요 행위자들이 매일매일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 줌으로써 맥락을 고려하며, 사회 시스템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주요 행위자들에게 의사결정권과 자원을 부여하여 권력 계층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실행에 옮긴다. 레이너와 보니치는 이 섹션을 4개의 장으로 나누며, 각 장마다 단체들이 채택한 4가지 실천방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람 중심적이며 해당 일을 하는 개인, 그리고 비영리 단체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레이너와 보니치는 사람 간의 연결과 집단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는데,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방법에 주목한다. 또한, 해당 일을 수행할 시간, 능력 및 지원을 갖추도록 문제 해결자들에게 자원을 제공하고, 문제 해결자들을 연결시켜 서로에게 배우고 정적인 조직체계에 도전할 수 있는 협업의 플랫폼을 장려하며, 차별과 불평등한 결과를 영속시키는 정책 및 패턴을 저지하는 일에 주목한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사회적 목적기업이라면 풍부하게 보유해야 할 지원 네트워크support networks를 평가한다. 이러한 지원 네트워크에는 전문 관리자 및 자문위원과 같은 내부 인력부터 자금 제공자와 같은 외부 인력이 포함된다. 바로 이 마무리 파트에서 저자들은 사회 변화의 작업에 대해 어떻게 자원을 배분하고 측정할 것인지 재검토하기를 권한다. 이는 측정의 근본적인 효용, 즉 측정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관계의 힘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처럼 간과되고 있거나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가치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정량화 가능한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거나 심지어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레이너와 보니치의 도발적인 아이디어는 사회 변화에 대한 관리적 탑다운 접근법에 익숙한 사람들을 심란하게 할 것이다. 레이너와 보니치는 적응력이 있고, 지속적이고, 분권화되어 있으면서도 유사한 조직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지역 기관들을 구축하여, 이러한 조직들이 ‘획일화’ 될 필요 없이 ‘통합unified’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여러 해결책을 단순히 확장하려는 열정은 하나의 세속적인 종교와 다름없으며, 상호 연결되어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자선 엘리트들로부터 비롯된 ‘허상’에 불과했다. 그들은 ‘사회적 문제의 맥락에 가장 몰입하며, 종종 해당 문제에 대한 실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해당하는 ‘주요 주체들primary actors’로 하여금 거미줄과 같이 얽혀 있는 사회 문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게 하고 자금 제공자와 전문가들은 보조 역할로 격하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레이너와 보니치는 사람보다 숫자를 중시하는 단기 결과short-term outcomes 측정 방식에 대한 오늘날의 집착을 비판한다. 그들은 ‘사회 변화지표 체계들’이 사회 변화를 추구하거나 그로부터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치보다는 종종 정량화의 용이성과 더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단기 결과 지표에 대한 의존은 우리가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측정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기회비용을 포함한 비용보다 크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이는 기껏해야 불확실한 가정일 뿐이다. 저자들은 결과 지표 체계들outcome metrics이 사실상 가치 판단value judgments임을 상기시킨다.


나아가 그들은 평가를 위한 노력이 조직의 업무 수행 방식을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특정 기법이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의 예산 주기에 맞춰진) 단기간 내에 효과적인지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제와 같은 엘리트들에 의해 ‘필수적인 학습’이 ‘책무성의 제단altar of accountability’ 위에 놓여진 희생제물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단에서 엘리트들은 ‘책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되려 평가의 또 다른 주요 목적인 ‘학습’이 희생될 수 있기에, 책무성과 학습의 균형을 잘 지켜야 한다. 이들은 학습을 위한 측정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면서,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평가의 주요 목적임을 인식하면서, 조직이 기존과는 다른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레이너와 보니치는 사회 변화를 선형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도전의 일환으로 이러한 사항들을 정리한다. “우리가 사회 변화 노력을 하나의 시작과 끝이 있는 개념으로 정의내릴 때, 우리는 거의 항상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필연적으로 적중시키기 어려운 움직이는 목표물moving target과 같기 때문이죠.”라고 그들은 말한다. 대신, 그들은 우리가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누가 자격이 있는가?’, ‘누가 디자인하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등의 결정적 질문들을 던지는 것과 같은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한다. 그들은 사회 변화 과정을 결과보다 중시하는 것이 성가신 사회 및 환경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더 빠른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본 책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전문가와 전문지식을 배척했을 때에 나타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 및 다른 지역에서의 자국민 우선주의, 비과학적/반주지주의적 포퓰리즘이 코로나19 대유행 통제 노력을 방해한 사례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때때로 저자들은 그들의 사례 연구에 등장하는 기관들에 대해 무비판적이며, 그 결과 이 책은 사회 변화를 위한 복잡한 작업의 현실, 역설, 모호함 및 타협 등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비정부 기구NGO인 국제청소년금융교육기구Child and Youth Finance International는 활동을 중단하기 전 9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린이들의 금융 리터러시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 인상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기구가 추구하던 목표를 달성했고, 자신들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는 국제청소년금융교육기구의 놀라운 주장은 별다른 검토 없이, 의심의 여지 없이 저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 또 다른 사례 연구에서는, 본 책에서 찬사하는 접근법인 정부 명령으로 이루어진 분권화가 콜롬비아의 교육 비영리 단체인 에스쿠엘라 누에바 재단Fundacion Escuela Nueva이 달성한 놀라운 발전의 대부분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저자들은 이런 변화를 예상할 수 있었을지 혹은 이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었을지 살피기보다는, 학생 중심 접근법의 많은 측면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지속되고 있다고 증거도 없이 주장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출산하는 엄마에서 아기로 전파되는 HIV 수직감염 근절을 목표 삼은 국제 비영리 단체 마더스투마더스mothers2mothers에 대한 사례 연구에 있어 저자들은 이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 전염 기준 속도는 부록으로 밀어낸 반면, 감염 속도를 늦추는 사업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살짝 과장한다(52건 중 1건을 60건 중 1건으로 반올림함). 더 나아가, 그들은 모호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며 위와 같은 조직의 성과를 언급한다. 이러한 정보 누락을 비롯해서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아 생긴 허점들은 사례 연구의 권위를 훼손하고, 상대적으로 정량화 가능한 결과보다 종종 무형인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불어넣는다.


뿐만 아니라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제적인 이슈들에 대해 고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요 행위자들이 사용할 만한 공통의 언어가 없을 때 그들을 잘 화합시키는 방안이나,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스스로 결성하여 동료 집단을 형성할 때 가장 소외된 사람들이 배제되는, 당혹스럽지만 흔하게 벌어지는 문제 말이다. 만일 저자들이 내세운 인상적인 조직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혹은 최소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냈다면 이 책의 내용은 더 풍부해졌을 것이고, 보다 자세한 설명이 제시되었다면 사회 변화 리더들에게 더 많은 지침을 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시스템 체인지의 실무자들에 더욱 초점을 맞춘 후속책이 부족한 점들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레이너와 보니치는 다수의 성공적인 노력들이 그들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 변화의 복잡하고 현실적인 세계 및 ‘대중을 위한 기관people’s institutions’(유행이 지난 표현이지만, 그들이 이를 다시 부활시켰음에 기쁘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상충관계들에 대한 더 좋은 설명들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레이너와 보니치는 최근의 자선활동 유행에 탑승하고자 잠깐 노력하는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은 우리에게 예전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오래된 사고방식에 맞서도록 요구했으며, 통합적 분석과 적응 학습이 가능한 기관을 건설하는 것이 가지는 이점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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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OUNTS

알렉스 카운츠(ALEX COUNTS)는 그라민 재단(Grameen Foundation)의 설립자이자 메릴랜드 대학교 칼리지 파크 캠퍼스(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의 공공정책학 교수이다. 그는 <정신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법, 개정판: 사회적기업가정신 30년을 통해 얻은 리더십 교훈(Changing the World Without Losing Your Mind, Revised Edition: Leadership Lessons from Three Decades of Social Entrepreneurship)>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