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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가 확장되려면,
단계별 학습이 필요하다
2026-1
LOÏC WATINE & LUCY RIMMINGTON
Summary. 대규모 임팩트를 실현하려면, 지원조직은 사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모니터링, 평가, 학습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진 출처: Caroline Gamon)
현재의 지원 생태계에는 두 가지 흐름이 주도하고 있다. 하나는 획일적인 보고 요건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지원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조건을 최소화한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라는 새로운 방식이다. 그러나 두 접근 방식 모두 효과적인 해결책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필요한 반복적 학습과 개선의 과정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복잡한 보고 요건을 강조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자금을 지원받은 사업 수행기관들은 수많은 요청 사항들을 마주하게 되고, 보통 지원 프로그램의 달성 수준에 대한 표준화된 지표나 목표치에 맞춰 실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사항은 사업 수행기관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기대 지표에 맞추어 왜곡시키게 만들거나, 프로그램이 과연 유효한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프로그램을 확대하게 부추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미 정해진 계획을 고수하려는 경향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전 과제와 기회요인들을 검증하고, 학습하며,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가장 임팩트 있는 접근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임에도, 사전에 정의된 계획을 고수하는 것이다.
지원 전략의 스펙트럼 정반대 편에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가 있다. 이 모델은 사업 수행 기관들에 보고를 요구하는 대신에, 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선시키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원 기관들, 특히 공공 부문의 지원기관들은 일정 수준의 책무성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원 모델을 택하기 어렵다. 책무성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에서 수치 보고를 기피하는 것이 과도한 대응방식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라고 재단Mulago Foundation의 대표인 케빈 스타Kevin Starr는 최근 ‘숫자로 증명하는 신뢰In Numbers We Trust’라는 아티클을 통해 그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원 기관들은 향후 지원 방식을 개선하고 섹터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근거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지원 기관의 입장에서는 보고 요건을 없애는 방식이 선호 사항이 아닐 수 있다.
빈곤퇴치혁신기구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 IPA의 라이트-핏 에비던스 유닛Right-Fit Evidence Unit은 지원기관과 사업 수행기관이 더 큰 임팩트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평가·학습 접근방식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지원기관이 수혜기관의 효과적인 해결책 개발과 사업 확장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우리는 보통 기존과는 다른 더 유연한 접근을 조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프로그램이 성장하고 성숙해짐에 따라 달라지는 필요와 지원기관의 보고 및 평가 요구를 일치시키는 ‘단계별 학습 프레임워크Stage-Based Learning Framework’를 개발했다. 이 접근법은 불필요한 모니터링 및 평가 활동을 줄이고, 사업이 확장 단계로 나아감에 따라 필요한 학습 역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8년간 우리는 20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섹터의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왔다.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학습의 단계들을 건너뛰거나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사례들을 반복적으로 목격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하나 생각해보자. 아프리카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원기관이 있다고 말이다. 이 지원기관은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면 사업의 성장과 발전이 저해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라이징 호라이즌Rising Horizons’이라는 NGO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라이징 호라이즌은 특정 국가의 대형 창업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NGO로, 네트워크 내 소규모 사업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 지원을 받은 라이징 호라이즌은 강사를 고용해 3,000명의 소규모 사업주들에게 비즈니스 역량 교육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1년에 걸쳐 매월 진행되며 회계, 재무 관리, 마케팅, 인사 관리, 법인화 등 사업 운영의 기초 전반을 다룬다.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원기관은 교육 종료 6개월 후 이 프로그램이 사업 성과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실험RCT 비용을 지원한다.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라이징 호라이즌은 교육생들이 세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프로그램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라이징 호라이즌은 1년간의 교육과 임팩트 평가를 예정대로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 기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
교육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에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의 수익성이나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원기관이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프로그램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결과는 적절한 학습 과정 없이 섣부르게 사업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지원기관과 사업 수행기관에 따라 그 양상은 다양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은 아이디어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고 대규모 실행에 나서지만, 그에 앞서 피드백을 받고 검증하며 계획을 조정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않는다. 때로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바로잡기도 전에 곧바로 임팩트 평가를 실시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개념 검증PoC이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환경이나 다른 수행기관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필요한 적응 과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규모 확장을 기대하기도 한다.
더 나은 방법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관찰해 온 결과, 우리는 지원 기관과 사업 수행 기관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이 프레임워크는 평가 지표 체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획일적인 모니터링, 평가, 학습MEL 요구사항을 벗어난 구성을 제시한다.
프레임워크는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 | 첫 번째는 문제를 이해하고 잠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는 수요 조사, 문헌 검토, 사용자 테스트와 같은 활동들이 포함된다.
아이디어를 정교화하는 단계 | 두 번째는 소규모 파일럿을 통해 문제 해결 방식의 문제점을 초기에 바로잡는 단계다. 지식이나 행동의 변화와 같이 비교적 빠르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산출물Output이나 단기 아웃컴Outcome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통해 신속하게 적은 비용으로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단계 | 세 번째는 기존에 의도했던 초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식을 찾은 이후, 실제 임팩트를 평가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최종 성과(예: 사업주의 경우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를 검증하고 비용 효율성을 평가한다.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단계 | 평가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이제 규모 확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수행기관에 맞게 해결책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규모를 확장하는 단계 | 검증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나면, 학습 활동은 프로그램이 높은 품질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 프레임워크를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라이징 호라이즌의 시나리오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만약 NGO가 훈련 프로그램을 곧장 수천 명에게 제공하며 RCT를 실시하는 대신, 지원 기관의 독려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정교화하는 단계부터 거쳤다고 상상해 보자. 지원 기관은 라이징 호라이즌이 필요한 만큼 반복적인 테스트 과정을 거듭해 나가도록 권장하고, 사업 시작 18개월 차에 그동안의 프로그램 개선 작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보고서만을 요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결과 라이징 호라이즌이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수요 조사를 활용해 사업주들에게 실제로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파악했고, 사실 그들은 기본적인 비즈니스 역량을 상당 부분 이미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라이징 호라이즌이 커뮤니케이션, 대인관계 기술, 기업가적 마인드셋, 주도적 행동과 같은 소프트 스킬 교육이 소규모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검토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다음 라이징 호라이즌이 프로그램 설계를 더욱 정교화했다고 상상해보자. 라이징 호라이즌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드 스킬 교육, 소프트 스킬 교육, 그리고 두 가지를 결합한 교육을 소규모로 시험해 보았다. 또한 각 방식에 대해 참여도와 지식 습득, 사업 운영 방식의 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이러한 변화가 실제 수익 증가나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정식 임팩트 평가가 필요하며,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라이징 호라이즌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드 스킬 교육과 소프트 스킬 교육을 모두 개선했고, 커리큘럼을 보완하는 한편 강사들이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그다음으로, 라이징 호라이즌이 충분한 수준의 지식 습득과 실천 변화를 확인하고 임팩트 검증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때 지원기관은 하드 스킬 프로그램, 소프트 스킬 프로그램, 그리고 두 가지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사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실험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평가 결과, 소프트 스킬 교육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반면 하드 스킬 교육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기관은 평가 이후, 라이징 호라이즌이 소프트 스킬 프로그램을 전국 수천 명의 사업주에게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지원기관이 인접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라이징 호라이즌과 같은 대형 네트워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런 방식으로 소규모 사업을 지원할 권한과 자금, 인력을 갖춘 곳은 정부 기관뿐이었다. 이에 지원기관은 라이징 호라이즌과 해당 정부 기관 간의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해 새로운 환경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정하기로 했다. 여러 지역에서 프로토타이핑과 반복적인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평가·학습 파트너도 함께 참여했다. 이 과정을 통해 파트너들은 프로그램 내용을 단순화하고 운영 방식을 조정했으며, 이를 해당 정부 기관의 기존 프로그램에 통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상황에서도 교육생들이 지식과 실행 역량 측면에서 큰 성과를 보이자, 프로그램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라이징 호라이즌과 MEL 파트너는 프로그램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일정 기간 더 참여했다. 이후 두 파트너가 떠난 뒤에도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새로운 창업자들을 계속 교육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제로 힘이 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단계를 건너뛰며 서두르면 실패로 이어지기 쉽고, 중요한 기회를 놓치거나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확장하는 데 관심 있는 지원기관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지원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데이터와 근거를 활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떤 학습 활동을 언제 제안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수많은 지원기관과 사업 수행기관들과 함께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 프레임워크가 상황에 맞는 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빈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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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ÏC WATINE
로익 와틴은 빈곤퇴치혁신기구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의 연구·정책 최고책임자다.
LUCY RIMMINGTON
루시 리밍턴은 빈곤퇴치혁신기구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 산하 라이트-핏 에비던스 유닛Right-Fit Evidence Unit의 디렉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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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임팩트 · 시스템변화
임팩트가 확장되려면,
단계별 학습이 필요하다
2026-1
LOÏC WATINE & LUCY RIMMINGTON
Summary. 대규모 임팩트를 실현하려면, 지원조직은 사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모니터링, 평가, 학습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진 출처: Caroline Gamon)
현재의 지원 생태계에는 두 가지 흐름이 주도하고 있다. 하나는 획일적인 보고 요건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지원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조건을 최소화한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라는 새로운 방식이다. 그러나 두 접근 방식 모두 효과적인 해결책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필요한 반복적 학습과 개선의 과정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복잡한 보고 요건을 강조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자금을 지원받은 사업 수행기관들은 수많은 요청 사항들을 마주하게 되고, 보통 지원 프로그램의 달성 수준에 대한 표준화된 지표나 목표치에 맞춰 실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사항은 사업 수행기관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기대 지표에 맞추어 왜곡시키게 만들거나, 프로그램이 과연 유효한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프로그램을 확대하게 부추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미 정해진 계획을 고수하려는 경향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전 과제와 기회요인들을 검증하고, 학습하며,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가장 임팩트 있는 접근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임에도, 사전에 정의된 계획을 고수하는 것이다.
지원 전략의 스펙트럼 정반대 편에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가 있다. 이 모델은 사업 수행 기관들에 보고를 요구하는 대신에, 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선시키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원 기관들, 특히 공공 부문의 지원기관들은 일정 수준의 책무성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원 모델을 택하기 어렵다. 책무성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에서 수치 보고를 기피하는 것이 과도한 대응방식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라고 재단Mulago Foundation의 대표인 케빈 스타Kevin Starr는 최근 ‘숫자로 증명하는 신뢰In Numbers We Trust’라는 아티클을 통해 그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원 기관들은 향후 지원 방식을 개선하고 섹터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근거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지원 기관의 입장에서는 보고 요건을 없애는 방식이 선호 사항이 아닐 수 있다.
빈곤퇴치혁신기구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 IPA의 라이트-핏 에비던스 유닛Right-Fit Evidence Unit은 지원기관과 사업 수행기관이 더 큰 임팩트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평가·학습 접근방식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지원기관이 수혜기관의 효과적인 해결책 개발과 사업 확장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우리는 보통 기존과는 다른 더 유연한 접근을 조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프로그램이 성장하고 성숙해짐에 따라 달라지는 필요와 지원기관의 보고 및 평가 요구를 일치시키는 ‘단계별 학습 프레임워크Stage-Based Learning Framework’를 개발했다. 이 접근법은 불필요한 모니터링 및 평가 활동을 줄이고, 사업이 확장 단계로 나아감에 따라 필요한 학습 역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8년간 우리는 20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섹터의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왔다.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학습의 단계들을 건너뛰거나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사례들을 반복적으로 목격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하나 생각해보자. 아프리카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원기관이 있다고 말이다. 이 지원기관은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면 사업의 성장과 발전이 저해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라이징 호라이즌Rising Horizons’이라는 NGO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라이징 호라이즌은 특정 국가의 대형 창업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NGO로, 네트워크 내 소규모 사업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 지원을 받은 라이징 호라이즌은 강사를 고용해 3,000명의 소규모 사업주들에게 비즈니스 역량 교육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1년에 걸쳐 매월 진행되며 회계, 재무 관리, 마케팅, 인사 관리, 법인화 등 사업 운영의 기초 전반을 다룬다.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원기관은 교육 종료 6개월 후 이 프로그램이 사업 성과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실험RCT 비용을 지원한다.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라이징 호라이즌은 교육생들이 세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프로그램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라이징 호라이즌은 1년간의 교육과 임팩트 평가를 예정대로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 기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
교육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에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의 수익성이나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원기관이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프로그램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결과는 적절한 학습 과정 없이 섣부르게 사업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지원기관과 사업 수행기관에 따라 그 양상은 다양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은 아이디어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고 대규모 실행에 나서지만, 그에 앞서 피드백을 받고 검증하며 계획을 조정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않는다. 때로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바로잡기도 전에 곧바로 임팩트 평가를 실시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개념 검증PoC이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환경이나 다른 수행기관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필요한 적응 과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규모 확장을 기대하기도 한다.
더 나은 방법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관찰해 온 결과, 우리는 지원 기관과 사업 수행 기관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이 프레임워크는 평가 지표 체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획일적인 모니터링, 평가, 학습MEL 요구사항을 벗어난 구성을 제시한다.
프레임워크는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 | 첫 번째는 문제를 이해하고 잠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는 수요 조사, 문헌 검토, 사용자 테스트와 같은 활동들이 포함된다.
아이디어를 정교화하는 단계 | 두 번째는 소규모 파일럿을 통해 문제 해결 방식의 문제점을 초기에 바로잡는 단계다. 지식이나 행동의 변화와 같이 비교적 빠르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산출물Output이나 단기 아웃컴Outcome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통해 신속하게 적은 비용으로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단계 | 세 번째는 기존에 의도했던 초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식을 찾은 이후, 실제 임팩트를 평가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최종 성과(예: 사업주의 경우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를 검증하고 비용 효율성을 평가한다.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단계 | 평가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이제 규모 확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수행기관에 맞게 해결책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규모를 확장하는 단계 | 검증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나면, 학습 활동은 프로그램이 높은 품질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 프레임워크를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라이징 호라이즌의 시나리오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만약 NGO가 훈련 프로그램을 곧장 수천 명에게 제공하며 RCT를 실시하는 대신, 지원 기관의 독려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정교화하는 단계부터 거쳤다고 상상해 보자. 지원 기관은 라이징 호라이즌이 필요한 만큼 반복적인 테스트 과정을 거듭해 나가도록 권장하고, 사업 시작 18개월 차에 그동안의 프로그램 개선 작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보고서만을 요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결과 라이징 호라이즌이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수요 조사를 활용해 사업주들에게 실제로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파악했고, 사실 그들은 기본적인 비즈니스 역량을 상당 부분 이미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라이징 호라이즌이 커뮤니케이션, 대인관계 기술, 기업가적 마인드셋, 주도적 행동과 같은 소프트 스킬 교육이 소규모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검토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다음 라이징 호라이즌이 프로그램 설계를 더욱 정교화했다고 상상해보자. 라이징 호라이즌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드 스킬 교육, 소프트 스킬 교육, 그리고 두 가지를 결합한 교육을 소규모로 시험해 보았다. 또한 각 방식에 대해 참여도와 지식 습득, 사업 운영 방식의 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이러한 변화가 실제 수익 증가나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정식 임팩트 평가가 필요하며,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라이징 호라이즌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드 스킬 교육과 소프트 스킬 교육을 모두 개선했고, 커리큘럼을 보완하는 한편 강사들이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그다음으로, 라이징 호라이즌이 충분한 수준의 지식 습득과 실천 변화를 확인하고 임팩트 검증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때 지원기관은 하드 스킬 프로그램, 소프트 스킬 프로그램, 그리고 두 가지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사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실험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평가 결과, 소프트 스킬 교육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반면 하드 스킬 교육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기관은 평가 이후, 라이징 호라이즌이 소프트 스킬 프로그램을 전국 수천 명의 사업주에게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지원기관이 인접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라이징 호라이즌과 같은 대형 네트워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런 방식으로 소규모 사업을 지원할 권한과 자금, 인력을 갖춘 곳은 정부 기관뿐이었다. 이에 지원기관은 라이징 호라이즌과 해당 정부 기관 간의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해 새로운 환경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정하기로 했다. 여러 지역에서 프로토타이핑과 반복적인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평가·학습 파트너도 함께 참여했다. 이 과정을 통해 파트너들은 프로그램 내용을 단순화하고 운영 방식을 조정했으며, 이를 해당 정부 기관의 기존 프로그램에 통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상황에서도 교육생들이 지식과 실행 역량 측면에서 큰 성과를 보이자, 프로그램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라이징 호라이즌과 MEL 파트너는 프로그램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일정 기간 더 참여했다. 이후 두 파트너가 떠난 뒤에도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새로운 창업자들을 계속 교육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제로 힘이 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단계를 건너뛰며 서두르면 실패로 이어지기 쉽고, 중요한 기회를 놓치거나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확장하는 데 관심 있는 지원기관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지원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데이터와 근거를 활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떤 학습 활동을 언제 제안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수많은 지원기관과 사업 수행기관들과 함께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 프레임워크가 상황에 맞는 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빈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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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ÏC WATINE
로익 와틴은 빈곤퇴치혁신기구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의 연구·정책 최고책임자다.
LUCY RIMMINGTON
루시 리밍턴은 빈곤퇴치혁신기구Innovations for Poverty Action 산하 라이트-핏 에비던스 유닛Right-Fit Evidence Unit의 디렉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