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현장의 임팩트를 연결해

가능성을 제시하는 개척자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 (한양대 창업지원단 겸임교수)



대학과 현장의 임팩트를 연결해

가능성을 제시하는 개척자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

(한양대 창업지원단 겸임교수)


Q. 안녕하세요 호영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임팩트리서치랩이라는 회사에 공동 대표로 있으면서 한양대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십시일방이라는 비영리 단체 대표로도 있는 소위 말하는 N잡러 이호영입니다. 

하지만 사실 모든 일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르치는 것도 사회혁신이고, 임팩트리서치랩에서 하는 일도 사회혁신을 측정하는 일이고, 십시일방에서 하는 것도 사회혁신을 직접 실행하는 거예요. 결국 같은 테마가 다르게 발현된 거지 다른 맥락의 일이 아니어서 저는 이걸 솔직히 N잡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요즘에는 임팩트리서치랩에 페르소나가 훨씬 강해졌고, 나머지는 조금 더 약해지는 느낌이에요. 일을 계속 어느 곳에 시간을 많이 쏟느냐가 자기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 같아서요. 요즘은 임팩트리서치랩이 사람도 많아지고 일도 많아져서 거기에 제가 쏟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Q. 학창시절에 십시일밥을 창업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을 만드는 일을 할 때 불안함이나 망설임은 없으셨나요? 


돌이켜보면 불안함이나 망설임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라는 세팅에서는 내가 하다가 망해도 이게 스펙이 되잖아요. 안전한 것도 있고, 실패해 본 스토리도 스펙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독창성이 되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제가 직접 만드는 과정에 동참하지 않으면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드는 것 같습니다. 나의 DNA가 안 들어갔기 때문이죠. 나의 DNA가 들어간 단체는 내가 낳은 자식 같다는 생각에 더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거기서 저는 행복감과 독창성을 느끼며 남들과 비교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십시일밥 같은 단체들이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섬세함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그런 형태의 단체를 만든 이유가 있는지, 대표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십시일밥을 시작할 때는 '취약계층 대학생들이 힘들어서 밥을 먹였으면 좋겠다' 이런 개념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학교에서 공강 시간에 봉사를 하면 가능할 것 같고, 이게 식당이랑 협업해서 만들면 될 텐데 왜 아무도 안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모델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다음에 운영을 해보면서 식권을 부산물로 전달해준 거거든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제가 취약계층 대학생들도 많이 만나고, 또 봉사를 스스로 하고 땀을 흘리고 하면서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믿음이 점점 더 강화된 거죠. 제가 만든 모델이 저를 교육시킨 거예요.

제가 십시일밥 끝날 때쯤에 인터뷰를 되게 많이 했는데, 인터뷰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까 내가 만들어낸 변화에 비해서 내가 너무 떠벌리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임팩트를 낸 거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내가 만들어낸 가치만큼만 얘기하고 싶어 그걸 측정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임팩트 측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제가 십시일밥 이후에 사회혁신 관련 일을 할 건데 그때는 정말로 내가 만들어낸 변화를 잘 측정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을 갈 결심을 했습니다.  



Q. 임팩트리서치랩의 공동 대표를 맡게 되시면서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으셨나요? 


사실은 회사가 커지면서 제가 대표 역할을 맡게 된 건데, 회사가 커지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를 믿고 자신의 시간과 커리어에 투자하기로 한 사람들이 있고 나이 또래가 대부분 20대 중후반인데, 사실은 자기 인생에서 되게 중요한 때잖아요. 커리어를 쌓아갈 때 중요한 때인데 그 시간을 우리 회사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고, 회사가 잘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어요.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데 집중했었다면 지금은 사람을 보고,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결과물을 줘야 되겠지만 사람 한 명 한 명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해진 역할이 된 것 같습니다.



Q.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에 흔들림은 없으셨나요?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어떤 출발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이 생태계에서 오래 있기로 마음먹은 게 참 어이없는 사건 때문이에요. 제가 대학 졸업할 때만 해도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한다는 학생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십시일밥 할 때 멘토가 계셨는데 멘토링 5시간 해주시고 나서 "저 졸업하면 뭐 할까요?"라고 여쭤봤는데 그분이 그냥 "이 분야에서 일단 일 해보면 5년 뒤에 먹고 살 길이 보일 거다"라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는 '그렇구나, 5년만 하면 되는구나' 생각해서 그냥 아무 근거 없이 믿었어요. 그래서 십시일밥과 다른 일을 병행해가면서 5년을 버텼는데 진짜 길이 나오더라고요.

때로는 학생들에게 아무리 제가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그들의 귀에 안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쌓였던 학생들만의 로직과 성공 방정식, 부모님한테 들었던 얘기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제 말로 그들의 커리어나 선택을 바꾸기는 쉽지 않죠. 근데 사회혁신 생태계로의 길을 가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제가 들었던 말처럼 그냥 "내가 보장해줄게. 이거 열심히만 해봐. 그럼 괜찮을 거야" 때로는 그런 근거 없는 확신의 말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임팩트 커리어가 있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 길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 시간에도 항상 헤이그라운드에 가서 직접 실무자들을 보여주려고 해요. 직접 눈으로 보면 생각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눈으로 안 보면 생각이 잘 안 되거든요. 그다음에 작은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일하면 뭘 할 수 있고 어떤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는 프로젝트를 경험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임팩트 측정 분야는 어떤 성향의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일을 했다라는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눈에 잡히고 딱 숫자로 보여주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하고 이런 게 요즘 시대랑 잘 맞아요. 그래서 이 수업을 제가 처음 만들었을 때는 인기가 없었어요. 10명 미만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듣거든요. 항상 풀로 차는데, 요즘 애들이 다 뭔가 근거 있는 거 좋아하고 그런 애들이 좋아할 수업인 것 같아요.

근데 측정이라는 게 테크니컬한 스킬들은 제가 알려줄 수 있지만 사업을 보는 관점을 알려줄 수가 없거든요.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어떻게 하는 줄 알아요? 큰 대리석을 깎아서 만드는 건데, 미켈란젤로는 자기는 돌을 보면 우리는 돌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기는 돌에 갇혀 있는 천사를 보고 천사가 나올 때까지 꺼낸다고 하거든요.

깎는 건 스킬인데 천사를 보는 게 알려줄 수 없는 눈이에요. 그 눈은 절대 스킬로 알려줄 수가 없어요. 그런 눈을 갖추는 학생들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프로젝트를 봐야죠. 참여해 보기도 하고. 근데 그런 건 직접 참여해 봐야 알 수 있어요.



Q. 후배들에게 "이미 성공한 인생"을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신다면 어떻게 말해주고 싶으신가요?


성공의 루틴에서 벗어나야 돼요. 인생에서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 이런 일종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거죠.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내가 원할 때 쉴 수 있는지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이든 만족감이든 어떤 숫자가 커진다고, 돈이 많아진다고, 연봉이 높아진다고 좋아지는 건 아니고,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행복한지가 중요한 겁니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은 지금부터도 시작할 수 있어요. 삶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거죠. 성공 공식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Q. 사회혁신융합전공의 임팩트를 측정해본다면 어떻게 측정될까요?


학생들한테 새로운 삶의 옵션을 주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준 것이 가장 큰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너희 이렇게만 살아야 돼"라고 하는 전통적인 커리어의 길에서 "그래 이런 길도 있고 이렇게 공부하고 이런 삶을 살 수 있어"라는 삶의 길을 하나 개척해주고 연결해준 거잖아요. 이런 삶을 살길 원하는 애들이 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중에 일부를 진짜 자기가 원하는 삶으로 가게 해줄 수 있게 했다는 것에 임팩트가 높은 것 같아요. 화폐 가치로 책정하기 어렵고,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런 옵션 자체가 생긴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임팩트 측정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은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한다는 게 사회에 좋은 일을 했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드러난 그 명목이고, 이 명목을 가지고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동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 사람들이 같이 하는 일과 서로에 대한 존중, 가치관, 매너, 이런 태도 역시 비슷해지게 되죠. 그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좋은 조직 문화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계속 이 분야에 남아있을 수 있는 큰 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분야라는 거예요. 임팩트 측정은 방법론과 절차가 있고,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는 확실히 허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이 있다 보니까, 이 전문성을 계속 내가 전문성이 필요한 조직들에게 알려주고 효능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내가 전문성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일을 하는 데 재미가 있어요. 이런 이유들이 제가 계속 임팩트 측정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동력입니다.

현재로서는 임팩트를 측정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기업들이나 조직들에 아직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임팩트는 측정이 되어야 좋은 일을 잘 하고 있구나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임팩트 측정의 필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이 분야의 시장도 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장이 커지고, 사람들을 육성하고, 전문성이 커지고, 그런 선순환을 통해 더 많은 임팩트가 측정되는 사회혁신 분야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