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Editor's Note
그렇게 쉽지 않다
2023-4
서현선
"우리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옷을 수거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요. 우리가 함께 얼마나 많은 양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지도 알아봐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모두 없애 봐요. 지속가능한 소재개발을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내봐요. 리폼과 리메이킹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패션을 잘 관리하고, 오래 즐겨봐요. Let’s change fashion."
환경운동단체 캠페인 소개문 같은 위의 글은 사실 세계적인 패션 기업 H&M 웹사이트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H&M은 패션 산업을 변화시키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패션 산업을 순환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H&M의 변화는 매우 구체적이다. H&M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순환경제 담당자를 지정하고, 의류 대여와 중고 의류 거래 및 수선을 활성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재생 농업 기술 및 친환경 신소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 H&M 뿐 아니라 구찌나 아디다스, 파타고니아 같은 회사들도 순환경제 모델을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과연, 순환경제는 패션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패션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성장의 길을 발견한 것일까?
이번 호에 실린 '패션의 순환 시스템, 그렇게 쉽게 구현할 수 없다' 아티클은 위와 같은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아티클의 필자는 팀버랜드의 COO로 패션 산업에 종사했던 켄 퍼커로, 그는 해박한 현장지식을 바탕으로 패션 산업의 순환 경제 모델이 가진 한계와 모순을 하나하나 짚는다. 기존의 성장 목표를 유지하려는 업계의 관성, 자원의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품질 저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의 한계 등 순환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직시해야 할 문제들을 퍼커는 나열한다.
퍼커는 패션 산업이 순환경제를 앞세워 미래를 낙관하는 것을 경계한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10%로 추정되고, 패션 산업 폐기물과 오염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퍼커는 촉구한다. 또한 리사이클이나 업사이클의 실제 효과는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며, 의류 제품이 무한정 순환할 수 있다는 사고는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퍼커는 패션 업계에서는 인기를 끌기 어렵고, 좀처럼 말하지 않는 해법을 제시한다. 근본적으로 패션 소비를 줄여야 하고, 정부가 좀 더 직접적인 규제를 해야 하며,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라는 유례없고 전 지구적이며 긴급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손실을 감당하지 않는 선에서의 시도에 그치거나,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 머무르곤 한다. 이는 패션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석유 산업, 운송 체계, 에너지 집약적인 인공지능 기술 등 각 분야에서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구조적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거대한 문제를 앞에 두고도 개인이 소비하고 폐기하는 습관은 좀처럼 바뀌기 어렵고, 기업은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회피하기 쉽다. 또한 환경이 파괴되는 속도에 비해 법과 제도는 더디게 변화한다.
변화에는 고통스러운 직면이 따른다. 우리에게 편리함과 만족을 주는 소비가 환경을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을 실제적인 수치로 바라보아야 한다. 변화에는 어려운 선택이 따른다. 익숙했던 성장의 방정식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반기지 않을 길을 선택해야 한다. 변화에는 낯선 길을 들어설 결심이 필요하다.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이전에는 협력한 적이 없는 이들과 협력을 시도해야 하고, 더 불편하고 더 느린 삶도 받아들이려는 결심이 필요하다.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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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그렇게 쉽지 않다
2023-4
서현선
"우리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옷을 수거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요. 우리가 함께 얼마나 많은 양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지도 알아봐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모두 없애 봐요. 지속가능한 소재개발을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내봐요. 리폼과 리메이킹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패션을 잘 관리하고, 오래 즐겨봐요. Let’s change fashion."
환경운동단체 캠페인 소개문 같은 위의 글은 사실 세계적인 패션 기업 H&M 웹사이트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H&M은 패션 산업을 변화시키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패션 산업을 순환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H&M의 변화는 매우 구체적이다. H&M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순환경제 담당자를 지정하고, 의류 대여와 중고 의류 거래 및 수선을 활성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재생 농업 기술 및 친환경 신소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 H&M 뿐 아니라 구찌나 아디다스, 파타고니아 같은 회사들도 순환경제 모델을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과연, 순환경제는 패션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패션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성장의 길을 발견한 것일까?
이번 호에 실린 '패션의 순환 시스템, 그렇게 쉽게 구현할 수 없다' 아티클은 위와 같은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아티클의 필자는 팀버랜드의 COO로 패션 산업에 종사했던 켄 퍼커로, 그는 해박한 현장지식을 바탕으로 패션 산업의 순환 경제 모델이 가진 한계와 모순을 하나하나 짚는다. 기존의 성장 목표를 유지하려는 업계의 관성, 자원의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품질 저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의 한계 등 순환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직시해야 할 문제들을 퍼커는 나열한다.
퍼커는 패션 산업이 순환경제를 앞세워 미래를 낙관하는 것을 경계한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10%로 추정되고, 패션 산업 폐기물과 오염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퍼커는 촉구한다. 또한 리사이클이나 업사이클의 실제 효과는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며, 의류 제품이 무한정 순환할 수 있다는 사고는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퍼커는 패션 업계에서는 인기를 끌기 어렵고, 좀처럼 말하지 않는 해법을 제시한다. 근본적으로 패션 소비를 줄여야 하고, 정부가 좀 더 직접적인 규제를 해야 하며,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라는 유례없고 전 지구적이며 긴급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손실을 감당하지 않는 선에서의 시도에 그치거나,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 머무르곤 한다. 이는 패션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석유 산업, 운송 체계, 에너지 집약적인 인공지능 기술 등 각 분야에서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구조적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거대한 문제를 앞에 두고도 개인이 소비하고 폐기하는 습관은 좀처럼 바뀌기 어렵고, 기업은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회피하기 쉽다. 또한 환경이 파괴되는 속도에 비해 법과 제도는 더디게 변화한다.
변화에는 고통스러운 직면이 따른다. 우리에게 편리함과 만족을 주는 소비가 환경을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들을 실제적인 수치로 바라보아야 한다. 변화에는 어려운 선택이 따른다. 익숙했던 성장의 방정식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반기지 않을 길을 선택해야 한다. 변화에는 낯선 길을 들어설 결심이 필요하다.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이전에는 협력한 적이 없는 이들과 협력을 시도해야 하고, 더 불편하고 더 느린 삶도 받아들이려는 결심이 필요하다.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