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통 사람도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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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사회 
보통 사람도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

2023-3


SUSAN DWYER



Summary. 맥스 H. 베이저만의 <동조>는 사람들이 어떻게 비윤리적인 행동에 연루되는지를 밝힌다. 



약 20년 전 필자는 대학교 학부생들을 가르쳤는데, 그때 경영학과 학생 한 명이 윤리학 입문 과목을 수강 철회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수업에 흥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윤리적 분석력이 앞으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수강 철회를 한 것이었다. 이때는 하버드 경영대학의 베이저만Max H. Bazerman 교수가 경영대학들이 교육과정에 윤리를 포함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한 시기이다. 베이저만은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전통적인 윤리를 지양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행동윤리를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베이저만은 그의 최신 저서 <동조: 비윤리적인 행동을 어떻게 허용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서도 행동윤리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이 책에서 그는 겉보기엔 선량한 사람들이 상사, 동료, 사업 파트너의 비도덕적 행동을 묵인하거나, 부인하거나, 용인하는 이유에 대해 복잡한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인물들을 다루었는데, 대표적으로 옥시콘 제조업체인 퍼듀 파마의 회장, 테라노스 창립자이자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 위워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담 노이만, 그리고 전 영화 프로듀서이자 성범죄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하비 웨인스타인이 있다. 베어저만은 이들의 행동을 설명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동조가 그들의 악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한다.


동조: 비윤리적인 행동을 어떻게 허용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맥스 H. 베이저만, 264페이지,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 2022


베이저만의 저서 <동조>는 세 가지 목표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서술적 목표로, 다양한 유형의 동조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묘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행동윤리학의 개념을 활용해 ‘왜 사람들이 악행자와 공모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개선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동조하는 행위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베이저만의 풍부한 사례 연구는 확실히 서술적 목표를 충족시키며, 독자들 자신이 비도덕적 행동에 어떻게 가담하고 있었는지 또는 가담하게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게 한다.


하지만 설명적 목표와 개선적 목표 측면에서 베이저만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아쉽다. 행동윤리학의 개념과 용어로 ‘동조’를 새롭게 설명하는 것은 흥미롭지만, 실제로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렇다보니 개인이 비도덕적 행동을 가담하지 않으려면 결국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라는 권유밖에는 제시하지 못한다. 또한, ‘조직 내 동조 행위를 줄이기 위한 리더십 조언’은 그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베이저만은 저서 초반부에서 ‘명백한 동조자’와 ‘평범한 동조자’를 구분한다. ‘명백한 동조자’는 핵심적인 악행자와 동일한 가치관 및 목표를 공유하거나, 단순히 공모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용하기 때문에 가담한다. 반면, ‘평범한 동조자’는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악행이 발생하게 내버려두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베이저만은 주로 이러한 ‘평범한 동조자’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동조의 위험과 현실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예를 들어,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인종차별적 행동을 얼마나 인지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백인 구세주주의saviorism부터 미세 공격microaggressio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견을 분석했다. 심지어 베이저만은 한 챕터를 할애해, 현재는 철회되었지만 자신이 과거 허위 데이터에 기반한 논문을 발표하는 데 가담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렇게 '평범한 동조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평범한 동조자’의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1. 자신의 특권에 대한 자각이 부족해 구조적 불의를 지속하는 경우

2. 홈즈나 노이먼과 같은 '거짓 예언자'의 영향력 아래 비판적 사고를 억누르며 그들의 발언과 행동에 가담하는 경우 

3. 대학 행정부가 스포츠 코치의 성추행 행위에 대한 보고를 무시하는 경우와 같이 근거 없는 충성심 때문에 권위에 지나치게 복종하는 경우

4. 베이저만이 허위 데이터 논문 공저자 경험을 언급한 것처럼 전문가에게 과도하게 신뢰를 갖는 경우

5.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해당 회사 약을 처방하는 등 비윤리적인 관행을 만들거나 따르는 경우



베이저만은 ‘동조의 심리학’이라는 장에서 ‘평범한 동조’의 근원에 있는 여러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은 행동윤리학에 과학적인 체계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베이저만의 설명은 매우 피상적이다. 예를 들어, 노련한 금융계 투자자와 대기업이 홈즈와 노이만의 카리스마 넘치는 과장에 속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베이저만은 ‘믿음’과 ‘이성’의 차이를 언급한다. 그는 믿음이란 ‘증거나 근거가 없는데도 존재하는,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정의는 사실상 거짓 예언자에게 속아 넘어간다는 뜻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홈즈와 노이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독자들에게 충분치 않다. 그들이 왜 그런 믿음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베이저만이 다른 인물들을 다룰 때에도 이런 허점이 나타난다. 하비 와인스틴, 래리 나사르, 제리 샌더스키의 만성적인 성적 학대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나 보잉, 제너럴 모터스, 폭스바겐 같은 기업의 부정행위를 폭로하지 않은 중간 관리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설명에서도 실질적인 논거가 부족하다. 이 지점에서 베이저만은 동조자의 행동 기저에 ‘맹렬한 충성심’과 ‘권위에 대한 복종’의 악독한 조합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충성심에 대해 베이저만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어떤 행동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인지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을 ‘기존의 제도와 전통에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설명하지만, 왜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지, 특정 제도와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설명이 부족한 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심리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면서 ‘평범한 동조자’를 무의식적이고 수동적인 피해자로 치부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들은 상황을 평가하고, 판단을 내리며, 행동하기를 선택할 수 있는 능동적 주체이다. 베이저만이 제시한 사례에서도 이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베이저만의 결론을 살펴보자. 베이저만은 "우리는 직접적으로 해악을 입힐 때보다 간접적으로 해악에 동조하고 그 해악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때 스스로를 더 쉽게 정당화합니다."라고 말한다. 베이저만은 이와 같은 심리적 기제를 웨인스타인의 동조자들과 연관 지어 설명하지는 않았다. 웨인스타인이 성적으로 학대한 여성들을 ‘하비의 친구’로 휴대폰에 저장하고, 이런 만남을 주선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일종의 ‘바이블’로 여긴 그들 말이다. 하지만 웨인스타인의 동조자들은 분명 연관성을 갖는다. 그들은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을 내렸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이 여성을 학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백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고 싶었고, 상사가 화내는 상황이나 조직에서 징계를 받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베이저만은 두려움을 많은 동조 행동의 동기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베이저만이 평범한 동조 행동을 설명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교한 심리 이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동조로 가는 미끄러운 경사로’라는 개념을 한번 생각해 보자. 베이저만은 ‘사람들이 나쁜 행동의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이며, 더 쉽게 동조하게 되는 경향’을 미끄러운 경사로로 설명한다. 이는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동료로부터 ‘나는 가끔씩 조퇴할 때 보고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 출퇴근 기록을 위조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나도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동조자는 의도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미묘한 ‘메커니즘’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평범한 동조’는 흔하게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기적일 수 있고 탐욕스러워질 수 있으며, 직장을 잃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권력에 가까워지고 싶을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부리고,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지며, 쉽게 산만해지기도 한다. ‘제한된 윤리성’이나 윤리적 ‘사각지대’ 같은 세련된 용어로 이러한 행동을 설명할 수 있지만, 이 책의 핵심인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한다. 동조가 인간 본성의 발현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람들은 심리작용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의식적인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저만과 같은 학자가 제시한 ‘서술적 구조’는 비윤리적 행동과 동조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베이저만은 동조를 줄이려면 “용기를 내야 하고, 신중해야 하며,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내하며 효과적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인지 능력을 발휘’해 ‘어떤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지 고려’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거부하고 맞설' 가능성과 ‘개인적인 도덕규범’에 대해 생각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가정에 의문을 품게 되면 성찰적이게 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게 되어, 더 윤리적일 수 있다. 즉 사람은 제대로 생각할 때 더 나은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저만의 조언은 개인들을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 책의 주요 독자라고 할 수 있는 리더들에게 동조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베이저만은 제도와 조직적 맥락이 동조의 발생과 관리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리더에게 ‘포괄적이며 도덕적인 의무’가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윤리적으로 더 나은 방향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영리 섹터의 리더들이 윤리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갖고 있거나 윤리를 중시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분명한 이유나 근거가 부족하다. 베이저만이 보여준 여러 리더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리더들의 윤리적 공언에 대해서는 건전한 회의론이 필요하다.


베이저만은 리더들에게 이러한 윤리적 ‘기회들’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두어 가지 전략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는 리더가 ‘집단행동에 힘을 실어주어야’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 조직 구성원이 함께 뭉치도록 장려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리더는 인사 평가 회의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안전한 느낌을 조성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른 직원에 대한 ‘걱정거리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인 비난이나 수치심, ‘한 건 잡아야지’ 같은 분위기가 일상화된 지금의 문화에서 리더에게 권력과 영향력이 주어진다면, 리더는 심각한 도덕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그가 자신에게 부적절한 윤리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말이다. 


사람들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비윤리적인 행동이 적게 일어나게 하려면, 윤리를 진지하게 다루고 사람들이 성찰과 변화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교육하고 보상해야 한다. 베이저만은 ‘사람들이 윤리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거부하는 이유는 윤리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요구되는 희생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기업 윤리 분야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도 유사하다. 사실 타당한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절대주의 도덕 이론은 상당히 엄격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 이론과 원칙들은 사람들에게 행동 지침이 될 수 있다. 물론 윤리에 대해 학습하고, 윤리가 무엇인지 사고하고, 윤리를 규범으로 삼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윤리 철학 교수인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그 노력은 의미가 있다. 필자가 가르쳤던 그 학생처럼 윤리에 투자하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걸 안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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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 DWYER

수잔 드와이어(Susan Dwyer)는 메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의 철학 부교수로서, 도덕 판단의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고, 이론적 윤리, 법률, 공공 정책이 접합되는 영역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뉴멕시코에 때때로 머무는 주민으로 그린칠리가 레드칠리보다 더 맛있다고 알리는 일에 기쁜 마음으로 동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