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탈탄소화를 위한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계획
2023-4
PAUL HOCKENOS
Summary.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는 탈탄소화를 향한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라고 불리는 독일의 청정에너지 전환 계획은 이미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전환 프로그램의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 2011년 3월 11일,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를 강타해, 원전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방출되었다.
독일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일본과 같이 기술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그와 같이 엄청난 재앙을 겪는다면, 같은 일이 독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메르켈의 생각에 공감했다.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주에 독일의 거리로 몰려나와 원자력 발전 중단을 요구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시민들의 우려는 메르켈이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는 동력이 되었다.
메르켈과는 다른 입장도 존재했다. 녹색당 정치인이자 전 고위 에너지 관리 공무원이었던 라이너 바케는 오랜 기간 원자력에 반대해왔다. 바케는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메르켈의 대응이 재생에너지로의 길을 열어 주긴 했지만, 좀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케는 “우리에게는 높은 수준의 탄탄한 연구와 전략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포럼이 필요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독일은 화석 연료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까지도 포기하는 저탄소 에너지 공급으로의 전환을 통해 기후 행동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독일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배로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미 이를 달성하며, 목표를 상향해 2050년까지 전력 소비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했다. 독일의 풍력 터빈, 수력발전소, 태양전지, 바이오가스 소화조biogas digester로 생산된 에너지는 2011년에 이미 국가 전력의 20%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는 2000년에 통과된 법안 덕분이었다. 이 법안은 청정에너지 생산업체에 전력망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투자 보호를 위해 가격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1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된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은 그 당시 유럽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에 가까웠다. 또한 그 양상이 무질서하고 체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다. 독일과 같은 산업 강국이 어떻게 전체 에너지 공급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수익성 높은 사업과 그림엽서 같이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소중한 생활양식을 해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바케는 독일의 청정에너지 전환 전략을 기획하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포럼을 제안했다. 이 포럼은 그리스 도시의 야외 시장인 아고라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팔며 대화를 나누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되었다. 2012년, 바케는 비영리적이고 다학제적인 싱크탱크로 베를린에 기반을 둔 공공정책 컨설팅 회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를 설립했고, 4년 후 유럽연합의 기후정책을 다루는 브뤼셀 지사를 설립했다. 아고라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고라는 전 세계에 ‘기후중립이라는 목표를 발전시키기 위한 증거 기반의 정치적으로 실행가능한 전략’을 제공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아이디어의 시장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고대 그리스에서만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다. 바케의 비영리단체 설립을 돕고, 경영 이사직을 맡고 있는 마르쿠스 슈타이겐베르거는 아고라를 설립하며 전 세계 싱크탱크의 모범 사례를 살펴보았다고 말한다. “탄탄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며,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독일과 유럽의 상황에 적합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고라의 핵심 아이디어였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당파적인 성격이 강한 미국의 정치나 싱크탱크들과 다르게, 독일의 정치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훨씬 수용적이고, 합의를 잘 이룬다고 슈타이겐베르거는 설명한다. 아고라는 이러한 포용의 정신으로 독일의 주정부 및 연방정부, 정당, 대학, 노동조합, 산업계 등 25개 분야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1년에 네 번 베를린에서 만나 아고라 전문가들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동일한 방식으로 25명의 유럽연합 이해관계자들도 브뤼셀 사무국에서 논의를 가졌다.
슈타이겐베르거는 “정치인들은 입법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고라는 시대를 앞서가면서도 정치적,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과 해결책을 가지고 담론 형성에 기여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에 발간된 아고라의 첫 번째 정책 보고서 《독일의 에네르기벤데에 대한 12가지 통찰12 Insights on Germany’s Energiewende》에서는 풍력과 태양 에너지가 다른 청정에너지보다 저렴하며, 대규모로 확장 가능한 독특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가령 수력 발전은 댐을 건설할 수 있는 하천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보고서는 태양과 바람이 독일의 미래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이뤄야 하며, 정부는 육상 및 해상 풍력 단지와 태양열 발전소 개발을 지원하고, 이러한 에너지원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송전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12가지 통찰》 보고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일이 태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를 대규모로 구축해가는 데 가이드가 되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독일은 에너지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광범위하게 전기 생산을 확장했으며, 규제를 재정비하고, 전통적인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여 전력 생산, 전달,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인 새로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계획 및 구축했다. 또한 해상 풍력 발전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재생에너지를 더 잘 수용하도록 에너지 시장을 조정하기도 했다. 태양 에너지와 풍력 발전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바꿔 재생 에너지 용량을 2배 이상 늘리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재생 에너지는 독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독일은 2035년까지 풍력 발전 용량을 다시 2배로 늘리고, 태양광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려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에너지 컨설팅 회사 E3 애널리틱스E3 Analytics의 소장 토비 쿠츄어는 “아고라의 아이디어 중 일부는 당시에 이미 퍼져 있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고라는 잘 정리된 일련의 보고서를 통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태양, 바람, 그리고 전기 생산에 대한 논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고라는 독일과 유럽의 기후 보호의 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고라는 엔지니어부터 경제학자, 정치학자까지 30개국 150여 명의 전문가를 고용하는 규모로 성장했으며, 전략, 전술, 정책 수단을 제안하는 정책 제안을 통해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고라는 자신들의 방법론이 포괄적이며 신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들에게 연구를 의뢰하고 이를 활용해 내부의 연구를 보완한다. 아고라는 또한 의사결정자, 이익 집단, 연구자 그리고 미디어를 위한 연락책으로서 대화와 홍보를 촉진한다. 누구나 접근가능한 아고라미터Agorameter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독일의 에너지 공급 구성과 소비 수준을 도표로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정책 보고서는 웹사이트에서 4개 국어로 무료 제공된다.
2016년, 아고라는 운송 분야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어서 2021년에는 산업 분야, 2022년에는 농업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오늘날 아고라 싱크탱크의 임무는 농업, 운송, 산업에 이르는 모든 부문에서 기후중립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것입니다.”라고 슈타이겐베르거는 말한다. “모든 부문이 우리 경제 및 사회의 탈탄소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연결 고리, 트레이드오프, 상호의존성을 조사합니다.”
독립 자선단체인 메르카토르 재단Mercator Foundation과 유럽 기후 재단European Climate Foundation, ECF은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첫 10년 동안 자금을 지원했다. 현재 아고라는 민간 신탁관리단체private trusteeship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의 약 80%인 1,900만 유로(2,050만 달러)는 ECF와 아스펜 글로벌 변화 연구소Aspen Global Change Institute 등 전 세계 민간 재단이 지원하며, 약 15%는 국제 업무에만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기부자로부터 나온다.
아직은 중립이 아니다
오늘날, 독일과 유럽연합의 기후 목표는 10년 전보다 훨씬 야심찬데, 이는 부분적으로 아고라의 노력 덕분이다. 아고라의 연구는 독일의 경제 전반에 걸친 탄소 배출량 감소, 기후중립 목표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88%로 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유럽연합보다 5년 빠른 2045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특히 러시아와의 화석연료 무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럽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고라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이 불과 7년 만에 화석 연료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안보를 모두 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무엇보다도 가스를 덜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럽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절약 관행을 채택한다면 이 과제는 어렵지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슈타이겐베르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유럽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볼 때, 유럽연합은 역할이 필요할 때 빠르게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후중립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가 기후중립을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에는 지정학적 경계가 없으므로 국경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고라는 중국 국가재생에너지센터China National Renewable Energy Center, 미국 국립재생에너지 연구소US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덴마크 에너지 청Danish Energy Agency 등 20여 개 국가 산하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에너지 및 기후 전문가들이 아고라 전문가들과 함께 자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매년 6주간의 펠로우십을 후원하고 있다.
중국이 에너지와 기후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탄소 발자국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중국이 기후 보호에 참여하는 것이 금세기 중반의 넷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아고라는 유럽연합뿐 아니라 중국과도 협력해 탄소 가격 시스템을 조정하고, 시스템의 영향을 극대화하며, 무역 관계를 저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타이겐베르거는 에네르기벤데가 독일이 ‘전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그는 아고라가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다른 국가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접근 방식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그 선물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 원문 기사 보기
PAUL HOCKENOS
폴 호케노스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작가로 《베를린 콜링: 무정부 상태, 음악, 장벽, 새로운 베를린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Berlin Calling: A Story of Anarchy, Music, the Wall, and the Birth of the New Berlin》를 비롯해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댓글
사회혁신 일반 · 환경 · 시스템변화
탈탄소화를 위한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계획
2023-4
PAUL HOCKENOS
Summary.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는 탈탄소화를 향한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라고 불리는 독일의 청정에너지 전환 계획은 이미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전환 프로그램의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 2011년 3월 11일,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를 강타해, 원전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방출되었다.
독일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일본과 같이 기술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그와 같이 엄청난 재앙을 겪는다면, 같은 일이 독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메르켈의 생각에 공감했다.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주에 독일의 거리로 몰려나와 원자력 발전 중단을 요구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시민들의 우려는 메르켈이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는 동력이 되었다.
메르켈과는 다른 입장도 존재했다. 녹색당 정치인이자 전 고위 에너지 관리 공무원이었던 라이너 바케는 오랜 기간 원자력에 반대해왔다. 바케는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메르켈의 대응이 재생에너지로의 길을 열어 주긴 했지만, 좀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케는 “우리에게는 높은 수준의 탄탄한 연구와 전략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포럼이 필요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독일은 화석 연료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까지도 포기하는 저탄소 에너지 공급으로의 전환을 통해 기후 행동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독일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배로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미 이를 달성하며, 목표를 상향해 2050년까지 전력 소비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했다. 독일의 풍력 터빈, 수력발전소, 태양전지, 바이오가스 소화조biogas digester로 생산된 에너지는 2011년에 이미 국가 전력의 20%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는 2000년에 통과된 법안 덕분이었다. 이 법안은 청정에너지 생산업체에 전력망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투자 보호를 위해 가격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1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된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은 그 당시 유럽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에 가까웠다. 또한 그 양상이 무질서하고 체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다. 독일과 같은 산업 강국이 어떻게 전체 에너지 공급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수익성 높은 사업과 그림엽서 같이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소중한 생활양식을 해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바케는 독일의 청정에너지 전환 전략을 기획하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포럼을 제안했다. 이 포럼은 그리스 도시의 야외 시장인 아고라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팔며 대화를 나누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되었다. 2012년, 바케는 비영리적이고 다학제적인 싱크탱크로 베를린에 기반을 둔 공공정책 컨설팅 회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를 설립했고, 4년 후 유럽연합의 기후정책을 다루는 브뤼셀 지사를 설립했다. 아고라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고라는 전 세계에 ‘기후중립이라는 목표를 발전시키기 위한 증거 기반의 정치적으로 실행가능한 전략’을 제공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아이디어의 시장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고대 그리스에서만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다. 바케의 비영리단체 설립을 돕고, 경영 이사직을 맡고 있는 마르쿠스 슈타이겐베르거는 아고라를 설립하며 전 세계 싱크탱크의 모범 사례를 살펴보았다고 말한다. “탄탄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며,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독일과 유럽의 상황에 적합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고라의 핵심 아이디어였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당파적인 성격이 강한 미국의 정치나 싱크탱크들과 다르게, 독일의 정치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훨씬 수용적이고, 합의를 잘 이룬다고 슈타이겐베르거는 설명한다. 아고라는 이러한 포용의 정신으로 독일의 주정부 및 연방정부, 정당, 대학, 노동조합, 산업계 등 25개 분야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1년에 네 번 베를린에서 만나 아고라 전문가들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동일한 방식으로 25명의 유럽연합 이해관계자들도 브뤼셀 사무국에서 논의를 가졌다.
슈타이겐베르거는 “정치인들은 입법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고라는 시대를 앞서가면서도 정치적,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과 해결책을 가지고 담론 형성에 기여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에 발간된 아고라의 첫 번째 정책 보고서 《독일의 에네르기벤데에 대한 12가지 통찰12 Insights on Germany’s Energiewende》에서는 풍력과 태양 에너지가 다른 청정에너지보다 저렴하며, 대규모로 확장 가능한 독특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가령 수력 발전은 댐을 건설할 수 있는 하천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보고서는 태양과 바람이 독일의 미래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이뤄야 하며, 정부는 육상 및 해상 풍력 단지와 태양열 발전소 개발을 지원하고, 이러한 에너지원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송전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12가지 통찰》 보고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일이 태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를 대규모로 구축해가는 데 가이드가 되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독일은 에너지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광범위하게 전기 생산을 확장했으며, 규제를 재정비하고, 전통적인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여 전력 생산, 전달,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인 새로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계획 및 구축했다. 또한 해상 풍력 발전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재생에너지를 더 잘 수용하도록 에너지 시장을 조정하기도 했다. 태양 에너지와 풍력 발전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바꿔 재생 에너지 용량을 2배 이상 늘리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재생 에너지는 독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독일은 2035년까지 풍력 발전 용량을 다시 2배로 늘리고, 태양광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려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에너지 컨설팅 회사 E3 애널리틱스E3 Analytics의 소장 토비 쿠츄어는 “아고라의 아이디어 중 일부는 당시에 이미 퍼져 있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고라는 잘 정리된 일련의 보고서를 통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태양, 바람, 그리고 전기 생산에 대한 논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고라는 독일과 유럽의 기후 보호의 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고라는 엔지니어부터 경제학자, 정치학자까지 30개국 150여 명의 전문가를 고용하는 규모로 성장했으며, 전략, 전술, 정책 수단을 제안하는 정책 제안을 통해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고라는 자신들의 방법론이 포괄적이며 신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들에게 연구를 의뢰하고 이를 활용해 내부의 연구를 보완한다. 아고라는 또한 의사결정자, 이익 집단, 연구자 그리고 미디어를 위한 연락책으로서 대화와 홍보를 촉진한다. 누구나 접근가능한 아고라미터Agorameter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독일의 에너지 공급 구성과 소비 수준을 도표로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정책 보고서는 웹사이트에서 4개 국어로 무료 제공된다.
2016년, 아고라는 운송 분야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어서 2021년에는 산업 분야, 2022년에는 농업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오늘날 아고라 싱크탱크의 임무는 농업, 운송, 산업에 이르는 모든 부문에서 기후중립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것입니다.”라고 슈타이겐베르거는 말한다. “모든 부문이 우리 경제 및 사회의 탈탄소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연결 고리, 트레이드오프, 상호의존성을 조사합니다.”
독립 자선단체인 메르카토르 재단Mercator Foundation과 유럽 기후 재단European Climate Foundation, ECF은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첫 10년 동안 자금을 지원했다. 현재 아고라는 민간 신탁관리단체private trusteeship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의 약 80%인 1,900만 유로(2,050만 달러)는 ECF와 아스펜 글로벌 변화 연구소Aspen Global Change Institute 등 전 세계 민간 재단이 지원하며, 약 15%는 국제 업무에만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기부자로부터 나온다.
아직은 중립이 아니다
오늘날, 독일과 유럽연합의 기후 목표는 10년 전보다 훨씬 야심찬데, 이는 부분적으로 아고라의 노력 덕분이다. 아고라의 연구는 독일의 경제 전반에 걸친 탄소 배출량 감소, 기후중립 목표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88%로 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유럽연합보다 5년 빠른 2045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특히 러시아와의 화석연료 무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럽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고라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이 불과 7년 만에 화석 연료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안보를 모두 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무엇보다도 가스를 덜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럽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절약 관행을 채택한다면 이 과제는 어렵지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슈타이겐베르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유럽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볼 때, 유럽연합은 역할이 필요할 때 빠르게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후중립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가 기후중립을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에는 지정학적 경계가 없으므로 국경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고라는 중국 국가재생에너지센터China National Renewable Energy Center, 미국 국립재생에너지 연구소US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덴마크 에너지 청Danish Energy Agency 등 20여 개 국가 산하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에너지 및 기후 전문가들이 아고라 전문가들과 함께 자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매년 6주간의 펠로우십을 후원하고 있다.
중국이 에너지와 기후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탄소 발자국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중국이 기후 보호에 참여하는 것이 금세기 중반의 넷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아고라는 유럽연합뿐 아니라 중국과도 협력해 탄소 가격 시스템을 조정하고, 시스템의 영향을 극대화하며, 무역 관계를 저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타이겐베르거는 에네르기벤데가 독일이 ‘전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그는 아고라가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다른 국가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접근 방식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그 선물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 원문 기사 보기
PAUL HOCKENOS
폴 호케노스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작가로 《베를린 콜링: 무정부 상태, 음악, 장벽, 새로운 베를린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Berlin Calling: A Story of Anarchy, Music, the Wall, and the Birth of the New Berlin》를 비롯해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