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르쳐라, 처벌하라, 고통을 완화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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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사회
가르쳐라, 처벌하라, 고통을 완화시켜라

2023-3


CHANA R. SCHOENBERGER



Summary. 바늘 교체 프로그램과 같은 완화적 조치는 치안, 가부장주의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도시 빈곤 거버넌스의 세 번째 모델이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가 극빈층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두 가지 이론을 제시해 왔다. 첫 번째는 징벌적 방식이다. 이는 경찰, 법원 및 기타 공권력이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빈곤층을 처벌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양육적 방식이다. 양육적 방식은 공공기관과 비영리기관이 빈곤층을 마치 행동 교정이 필요한 버릇없는 아이를 대하듯 하는 방식이다.


한 젊은 사회학자는 새로운 논문을 통해 사회가 빈곤층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설명하는 세 번째 방식으로 ‘완화적 거버넌스palliative governance’를 이론화했다. 그는 다른 문화의 일상에 들어가 가까이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에스노그라피 현장 연구 방식을 로스앤젤레스에서 15개월간 적용했다. 그는 대형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며 마약중독자들에게 주삿바늘을 깨끗한 것으로 교체해주는 프로그램을 관찰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정부와 비영리기관이 빈곤계층의 문제 또는 시스템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들이 겨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통찰을 얻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사회학 박사 후보자이자 논문의 저자인 앤서니 디마리오는 1년 이상을 로스앤젤레스 주사바늘 교환대에서 자원봉사 하며, 주사기 교체 실무자들과 수혜자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는 정부와 비영리단체들의 이니셔티브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스템 내부에서 작동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수혜자들이 약을 과도하게 복용하지 않도록 하고, 오염된 바늘로 발병할 수 있는 여러 질병을 예방하도록 고안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빈곤과 맞물려 있는 다른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을 위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 시도를 할 만한 자금도 없고, 해야 한다는 당위도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수혜들은 주사 바늘을 교체하러 왔고, 깨끗한 바늘과 약물 과다복용 방지제를 받았다. 그리고 도넛을 하나 먹고 나서 대부분은 다시 길거리 삶으로 돌아갔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디마리오는 ‘완화적 거버넌스’가 빈곤층을 죽지 않게 유지하는 정도만을 목표로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사람들을 돌볼 수단도, 의지도 없는 국가’에서 행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한다. 그의 논문에서 디마리오는 ‘완화적 거버넌스’를 빈곤 대처에 관련한 기존의 두 가지 모델, ‘징벌적 거버넌스’, ‘양육적 거버넌스’와 대조시켰다. 그리고 빈곤층을 지속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을 바꾸지 않은 채, 어떻게 세 모델이 공조하며 빈곤층을 관리하고 통제하는지 설명한다. 디마리오는 "이 논문은 완화적 거버넌스를 이론화하였습니다. 완화적 거버넌스란 극심한 빈곤층을 처벌하지도, 양육하지도 않으면서, 지극히 미봉책인 수단들을 통해 목숨을 부지하게 만드는 정책을 말합니다."라고 말했다. "완화적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는 지원 기관들과 수혜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또한 지원기관 간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국가가 생명만 겨우 유지하는 삶에 사람들을 노출시키기도 하고 그로부터 보호하기도 하는 역설적인 방식을 드러냅니다."


디마리오는 헤로인과 오피오이드 중독이 만연한 보스턴의 외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버몬트 대학교 재학 시절, 보스턴의 수많은 아이들이 약을 과도하게 복용했고, 다른 아이들은 마약을 판매해 감옥에 갔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그는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마약 문제’와 실제로 그 문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이 어떤지 비교해볼 수 있었다. 그가 대학원에서 마약 정책을 공부하던 당시,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현장형 피해 경감 프로그램에서 일을 했다. 그는 “저는 민간의 비상 대응 네트워크에 관심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다복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과다복용도 큰 문제지만, 거리에 존재하는 다른 위험 요소들은 과다복용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이 연구는 그의 석사 논문으로부터 나왔다.


그가 에스노그라피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것은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해 사회 서비스를 감독하는 정부 기관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에 '사회 정책으로서의 호스피스'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마리오는 남반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도적 개입도 이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해외 기부자들은 남반구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약과 자금을 보내주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이런 인도적 개입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수혜자들의 삶의 기준을 향상시키기도 하고, 그들이 존엄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게 한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교의 사회학 조교수인 린제이 리처드슨Lindsey Richardson은 “완화적 거버넌스는 이전 모델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동기를 가진 매우 독특한 일련의 제도적 행동으로 나타납니다.”라고 말했다. "디마리오는 징벌적, 양육적, 완화적 방식 간의 관계를 규명했습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각 범주에 속하는 서로 다른 유형의 제도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리처드슨은 빈곤 거버넌스의 세 번째 범주에 대해 빈곤층이 간신히 살아가도록 유지시켜주는 공공기관과 비영리단체의 ‘최소한의 개입’이라고 설명한다. “디마리오는 사회 제도가 빈곤을 어떻게 ‘관리’하고 ‘완화’하는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의 이해 수준이 높아졌으며, 디마리오의 접근 방식은 실증적으로 타당하고 이론적으로 합리적이며 세부 분야에서의 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리처드슨은 말했다.




참고

1 .     앤서니 디마리오, <처벌, 양육, 혹은 완화: 제도적 실패를 통한 도시 빈곤을 다루다> 미국 사회학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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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A R. SCHOENBERGER

카나 알 쇤베르크(CHANA R. SCHOENBERGER)(@CSCHOENBERGER)는 뉴욕시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경영, 금융 및 학술 연구 관련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