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브라질] 어떻게 고용의 평등을 구현할까? 구조적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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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어떻게 고용의 평등을 구현할까? 
구조적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전략


글로벌 시리즈: 평등을 향한 도전


GUIBSON TRINDADE · DEBORA MONTIBELER · PAULA JANCSO FABIANI



Summary. 새로운 데이터 기반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인력의 인종 형평성을 측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돕는다.



브라질의 인권 장관이자 저명한 지식인이기도 한 실비우 알메이다Silvio Almeida는 그의 저서 <구조적 인종차별>에서 '사회가 인종차별적이기 때문에 제도가 인종차별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알메이다는 구조적 인종차별은 제도적 인종차별의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정의한다. 제도는 사회 구조가 구체화된 것이거나 사회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며, 사회화 과정에 이미 인종차별이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종차별주의는 특정 개인이나 특정 행동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사회, 특히 브라질과 같은 식민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종차별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면 인종차별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인종차별이 권력과 의사 결정의 모든 영역에서 흑인을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결국 흑인의 사회적 이동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브라질 사회에서 구조적 인종차별의 가장 악질적인 형태 중 하나는 직장 내 불평등이다. 이 문제는 노예제 폐지 이후 벌어졌던 상황들이 남긴 흔적이다. 노예제가 폐지된 후, 정부는 노예였던 이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이고 성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지원을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브라질 지리 및 통계 연구소Instituto Brasileiro de Geografia e Estatística, IBGE가 2022년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흑인은 실업률과 비공식 노동이 더 높으며, 폭력과 빈곤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의 빈곤선 기준에 따르면 브라질 백인 인구의 18.6%가 빈곤층인 반면, 흑인 인구는 그 비율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백인 근로자의 실업률은 11.3%이지만, 흑인과 갈색인(피부색이 밝은 흑인) 근로자의 실업률은 16%를 넘는다. 임금 또한 동일한 격차를 보인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늘어나고 여러 방면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직장 내 불평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직장 내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흑인 고용 현황이 브라질에서 어떠한 상태인지 조직들, 특히 기업들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조직 내부 인력이 어떤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특히 리더십 직책을 맡은 이들의 인종 구성은 어떤지 내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조직이 형평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새로운 수학적 모델인 ESG 인종 프로토콜Protocolo ESG Racial은 바로 이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과 기관 투자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서명자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인종 평등 증진 협약Pacto de Promoção da Igualdade Racial 이니셔티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토콜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직원 관련 인종 불평등 현황을 정량화하고, 이를 지역 인구 통계와 비교하며, 새로운 정책과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등 오래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브라질 인종차별의 근간

이 글에서는 흑인 인구를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해 혼혈을 강요당한 노예의 후손인 흑인(피부색이 어두운 흑인)과 갈색인(피부색이 밝은 흑인)으로 정의한다. 


브라질의 구조적 불평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노예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프리카계 노예가 최초로 브라질 해안에 상륙한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포르투갈의 침략 이후 불과 수십 년 후였을 가능성이 높다. 1530년경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식민지 경제의 토대를 마련했던 사탕수수 농장과 설탕 정제 사업은 상당한 규모의 지속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식민지 세력들은 처음에는 원주민들을 노렸지만, 폭력과 수입 질병으로 인해 원주민 인구가 줄어들자 곧 포르투갈에 이미 정착해 있던 아프리카 노예 노동력에 눈을 돌렸다.


노예제는 그후 3세기 동안 계속되었고, 브라질이 독립한 지 66년 만인 1888년 5월 13일에야 '황금법Lei Áurea, the “Golden Law”'이라는 이름의 법에 의해 폐지되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새로 해방된 흑인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노예제 폐지 이후 유럽인 이민을 장려하여 흑인 노동력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혼혈을 통한 인구 '백인화'를 위해 꾀했다. 현재 흑인은 전체 인구의 5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인종차별의 유산은 여전히 흑인의 시민권 취득, 고용, 사회적 이동에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인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신 IBGE 데이터에 따르면, 스스로를 갈색인으로 정의한 이들이 전체 인구의 45.3%를 차지하며 브라질에서 가장 큰 인종 그룹이 되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흑인, 원주민, 공립학교 출신 학생에게 대학 입학 할당량을 설정하는 '쿼터법Lei de Cotas, the “Quotas Law”'을 비롯한 공공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인종차별을 받는 이들과 빈곤층이 고등교육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인기 있는 TV 드라마 및 마케팅 캠페인에서 흑인의 비중 확대 등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 평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조직은 거의 없다. 인종 평등에 대한 대응을 시작한 몇몇 기업과 기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컨설팅 회사인 유조나Uzoma와 흑인이 주도하는 펀드인 바오바Baobá 및 아그바라Agbara와 같은 비정부 조직은 인종 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조직들인데, 이 조직들은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흑인 우대 조치, 교육 지원, 문맹 퇴치, 친화 그룹 형성, 사회적 투자 지침 마련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브라질 흑인들이 직면한 뿌리 깊고 지속적인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의 도구

직장 내 인종적 형평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의 부족이다. 인구통계 조사를 실시하거나 내부적으로 인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조직은 거의 없으며, 인종과 관련된 질문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인 인종적 리터러시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핍되어 있어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직장 내 불평등이 우연에서 비롯되거나 개인적 역량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는 믿음이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


ESG 인종 프로토콜은 이러한 데이터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조직 내 인종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토콜은 인종 평등 증진 협약에 서명한 기업들이 ESG 인종평등지수Indice ESG de Equidade Racial, IEER에 따라 통합된 지표를 수집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시한다. IEER는 정부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이 이미 취합해 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학적 불평등 측정 모델이다. 기업이 이미 취합한 데이터에는 고용 및 해고된 인원수, 경제활동 인구수, 특정 지역에서 종사하는 직업의 종류에 대한 보고서 등이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비즈니스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경제활동 인구 중 흑인 비율과 비교하면서 조직 내부에서 흑인 인력의 존재 여부 및 임금 관련 인종적 격차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측정도구IEER는 인종 평등 증진 협약에 따른 모니터링과 함께 기업이 조직 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끌어 준다. 전반적으로 인종 평등 증진 협약 이니셔티브는 기업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의지를 공고히 하도록 만들고, 보다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측정

IEER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업이 기존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인종 불평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단계는 회사의 현재 인구통계를 진단하는 단계로, 조직의 고위직에 흑인이 얼마나 대표되고 포함되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리더십 직책에 있는 흑인은 형평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1단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은 새로운 대표성representation 및 포용성inclusion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 중기, 장기 조치를 수립한다.


레벨2와 레벨3은 기업이 레벨1에서 설정한 목표에 맞춰 진행된다. 레벨2는 내부에 초점을 맞춰 채용, 승진 및 유지 영역에서 흑인 인재의 리더십 상승 과정을 조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은 일반적으로 다양성 및 인종적 형평성과 관련된 제도적 관행과 정책을 개선해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레벨3은 기업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지역에서 흑인 인력의 전반적인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흑인 인력의 역량 강화와 취업 시장 진입 지원을 위하여 기업이 얼마나 인종적 형평성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레벨1 분석 결과는 -1(지역 인구보다 흑인 비율이 낮음)에서 +1(백인보다 흑인 비율이 높음)까지의 척도로 표시되며, 이후 평가의 시작점이 된다. 따라서 기업의 지수 점수가 0에 가까울수록 기업의 내부 인구 통계가 사업을 운영하는 지역의 인종적 프로필과 더 가깝게 일치한다. 기업은 레벨2 및 레벨3 정책을 시행하여 레벨1 점수를 개선할 수 있다. 모든 단계에서 인종 평등 증진 협약은 기업이 인종평등지수IEER를 개선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를 모니터링하고 안내한다. 그리고 인종 평등 증진 협약을 채택하고 18개월이 지나면 재평가를 실시한다. 첫 번째로 서명한 기업은 2023년 9월에 첫 주기(18개월)를 완료했다. 현재는 64개의 대규모 기업이 이 협약에 가입되어 있는데, 그중 12개 기업은 이미 재평가 단계를 완료했다. 



협약은 실행되고 있다

의료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헬스케어 회사인 그루포 프레리Grupo Fleury는 이미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DEI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어떻게 인종적 형평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2011년에 장애인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DEI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그 범위를 넓혔다. 2022년 인종 평등 증진 협약에 가입하면서 인종 형평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조치를 시행하고 이전 조치를 새로운 목표에 맞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루포 프레리는 직원 교육과 장애 친화 그룹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실제적인 조치들도 도입했다. 예를 들면 다양한 머리 길이에 맞는 의료용 모자를 구매하거나 취업 기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채용 정책을 개정하고 흑인 여성을 위한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인종 형평성이 개선된 조직의 사례를 들어보자. 원래 레벨1에서 -0.72점을 받아 계층 구조 전반에서 백인과 흑인의 비율이 상당히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난 한 기업이 있었다. 1년 반 후, 이 기업은 새로운 내부 정책과 실행 방식을 채택하고(레벨2) 현지 흑인 근로자의 교육 및 자격 취득에 사회적 투자를 한 결과(레벨3), 22% 개선된 -0.56점을 기록했다. 협약에 서명했던 또다른 기업은 -0.56점으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그러나 레벨2와 레벨3에서 실시한 조치로 이 수치는 66% 상승하여 평가 주기가 끝날 무렵에는 인종 균형에 가까운 수준인 -0.19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아직 재평가를 받지 않은 기업들의 리포트에 따르면, 채용 정책 검토,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등의 조치로 인해 인종적 형평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직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직급에서 흑인 구직자를 위한 직책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남은 과제

브라질과 같은 대륙 규모의 국가에서 인종 형평성을 측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중 하나는 모든 주에 적용 가능한 합리적인 표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프로토콜은 기업이 이를 적용하는 모든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브라질 남동부 지역의 주요 기업을 넘어 이 프로토콜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참여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전국에 지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북동부, 북동부 및 중서부 지역의 기업들의 가입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사실 브라질에서 흑인만이 소외와 불안정성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흑인이 직면한 문제도 단일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부과되는 가사 부담이 가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흑인 여성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큰데, 브라질 가정의 56.5%에서 흑인 여성은 가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원주민은 브라질 식민지화 이후 수 세기 동안 집단 학살 시도를 견뎌왔으며 브라질 사회 전반에서 소외되어 왔다. 2022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원주민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0.8%에 이른다. 1988년 원주민의 고유 언어와 전통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새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원주민의 후손이 지배적인 백인 문화에 동화될 것이라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인종 평등 증진 협약은 식민지화가 소외된 집단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강력하고 실행 가능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는 곧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브라질의 인종 불평등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어떤 도구도 의지와 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 시민 사회를 하나로 묶는 협력적인 접근 방식만이 진정한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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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BSON TRINDADE

깁슨 트린다데는 홍보 및 인적 자원 관리 분야의 경력을 가진 커뮤니케이션 학자이자 활동가이다. 트린다데의 전문 분야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와 인종이다. 깁슨은 인종차별금지법(Pacto de Promoção da Igualdade Racial)의 공동 설립자이자 총괄 매니저이며, 돔 카브랄 재단(Fundação Dom Cabral)의 초청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DÉBORA MONTIBELER

데보라 몬티벨러는 심리학자이다. 브라질 흑인의 주체화 및 인종 정체성 형성 과정에 대한 학술 연구를 수행했으며, 블렌드 에듀(Blend Edu)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전문으로 가르치고 있고, 인종 평등 촉진 협약(Pacto de Promoção da Igualdade Racial)의 준회원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입니다.


PAULA JANCSO FABIANI 

폴라 얀소 파비아니는 사회 투자 개발 연구소(Instituto para o Desenvolvimento do Investimento Social)의 CEO이다. 자선 활동과 기부 문화 분야에서 일해 왔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브라질 의료 긴급 기금(Fundo Emergencial da Saúde - Coronavírus Brasil)을 이끈 공로로 2020년폴하 사회적 기업가상(Prêmio Folha Empreendedor Social)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