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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현실의 혁신>
차세대
실리콘밸리
2021-3
REVIEW BY RACHELE HENDRICKS-STURRUP
Summary. 댄 브레즈니츠의 <현실의 혁신> 은 독자들로 하여금 혁신에 대한 파괴적 접근 방식을 재고하게 한다.

현실의 혁신: 험난한 세계에서의 번영을 위한 전략
댄 브레즈니츠, 288페이지,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2021
혁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새로운 경제를 확장하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고 영입하기 위해 지역 가치 추출local value extraction에 집중하는 '파괴적'인 접근법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 가치 창출local value creation을 목표로 하며,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성숙한 경제의 본질과 실현을 재창조하려는 '통합적'인 접근법이다.
정치학자이자 토론토 대학교 멍크 국제외교 및 공공정책 대학 혁신연구 위원장인 댄 브레즈니츠는 그의 신간 <현실의 혁신: 가혹한 세계에서의 번영을 위한 전략>을 통해 통합적 접근법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논쟁에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정보기술 생산 네트워크와 그것의 글로벌화와 같은 급격한 혁신 기반 산업의 전문가로서, 브레즈니츠는 독자의 관점을 환기하고 공공섹터와 민간섹터의 지역 단위 협업을 통해 혁신의 힘을 끌어낼 것을 독려했다. 본 저서의 가장 강력한 힘은 브레즈니츠가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현상들에서 다음과 같이 놀라울 만큼 간단한 결론을 도출해낸 데 있다. 미시적 차원의 행동이 지역 인간 독창성local human ingenuity을 배양하므로, '사람의 선택, 창의력, 그리고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냉소적인 정치경제학자'라 부르는 브레즈니츠는 현 시점에서 혁신을 위해 파괴적, 통합적 접근법을 모두 사용하는 복잡한 경제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고의 인재를 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벤처 투자가venture capitalists, 이하 VC는 지역에 대한 지식과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실현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지역 사업 노력을 장려해야 한다. 또한 VC는 지역 인재를 다른 VC나 비즈니스 전문가와 연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지역 기업은 디자인과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창의적인 지역 인재를 확보하고 고용하기 위해 폭넓은 소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사회적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 정부도 재원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역 스타트업 기회에 투자해야 한다. 브레즈니츠는 이러한 접근이 현지 지식, 인재, 그리고 선의를 기반으로 번영 및 자본 축적을 위한 지역 기업들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더불어 거대 과점과 지역 혁신가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경쟁을 이끌어내고, 주로 대규모 VC 펀딩을 통한 파괴적 혁신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커지는 경제적 불균형을 되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평론가들이나 지역경제 가치창출에 성공했던 사업가들에게는 혁신의 지역적, 통합적 접근을 옹호하는 브레즈니츠의 주장이 익숙하거나 심지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 내 최상위 교육기관의 유능한 졸업생들을 영입하여 활용한 바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난 지역 혁신가와 사업가에게서도 어떻게 브레즈니츠의 개념을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는 점들이 있을 것이다(예컨대 필자가 2020년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게재한 아티클에서 설명했던 지역적이며 동시에 확장 가능한 비건 벤딩vegan-vending 접근법이 있다).
우리는 싱가폴, 홍콩, 스위스를 비롯한 먼 국가를 포함해 미국 텍사스, 플로리다, 그리고 워싱턴과 같이 정치인과 비즈니스 리더가 차세대 실리콘밸리로 브랜드화하려 하는 지역에서 브레즈니츠의 시각이 유효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려는 지역들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인재를 유지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거나 유지하기 위해선 그 지역만의 고유한 혁신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현재의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세대 실리콘밸리(소위 실리콘비치Silicon BeachF)로 거듭나기 위해 수 년간 고군분투한 도시의 예시로 마이애미를 들 수 있다. 2021년, 마이애미 헤럴드Miami Herald 기명 논평 페이지에서 물 보존 에너지 절약형 기업 에코시스템스EcoSystems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마이애미 사업가 리처드 라몬딘과 디지털 마케팅 기업 에브리문도EveryMundo 사장 세스 카셀은 마이애미가 현 시점에 도시가 지닌 혁신 아이덴티티를 강화한다면 마이애미의 스타트업 씬이 더 성공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기고했다. 인종, 문화, 사상, 산업, 기회, 그리고 접근법의 다양성이 그것이다. 라몬딘과 카셀의 의견은 지역 경제가 실리콘밸리를 떠나 자신들만의 고유한 혁신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브레즈니츠의 주장과 뜻을 같이한다. 구체적으로, 라몬딘과 카셀은 그들의 지역 혁신 성공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도시가 범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마이애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의 혁신>에서 브레즈니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왜 그동안 지역공동체는 그들만의 혁신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까? 왜 우리는 지역 투자와 경제 성장을 위해 VC 모델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지역에서 장기적이고 자멸적인 경제 불균형과 빈부격차를 종종 목격하게 될까? 그리고 왜 VC의 지원을 토대로 한 경제 성장 모델에 기초해 세워진 지역은 지역 기반의 점진적인 경제 성장을 일구고 유지하기를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망설이기까지 할까? 필자는 브레즈니츠의 책을 읽으며 어째서 마이애미와 같은 도시들이 지역 가치를 불어넣고 창출할 내재적 잠재력이 있음에도, 브레즈니츠의 말을 인용하자면 차세대 '실리콘 하이픈(Silicon-XX, 실리콘밸리를 모방하여 비슷해지려는 지역)'이 되려고 엄청난 관심을 계속해서 쏟아붓는가에 대한 단서도 찾아보았다.
브레즈니츠의 답은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있었다. 가장 간단한 대답은 행동경제학 개념인 현재 중시 편향present bias에 기반한다. 혁신 기반 성장의 VC 지원 실리콘밸리 모델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현상으로, 최단 시일 내 거금의 엑싯exit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브레즈니츠는 실리콘밸리 모델의 적용은 많은 경우 극심한 사회적, 구조적 불공평을 비롯한 다른 문제들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당 모델을 채택한 곳에서는 실리콘밸리 모델에 대해 학습하고 적응한 사람이 성공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놓은 좀 더 복잡한 대답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 실리콘밸리 모방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는 혁신을 기반으로 빠르고 가치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회복과 성장을 이루어내는 실리콘밸리 모델 안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브레즈니츠는 이스라엘을 작은 국가이면서도 VC 투자 및 엑싯 모델을 토대로 번창하게 된 연구개발의 허브이자 하이테크 경제의 사례로 본다. 오늘날 이스라엘 인구의 상당수(브레즈니츠의 조사에 따르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빈곤층에 속한다(이스라엘의 빈곤층이 20%에 달한다는 점이 실리콘밸리를 모방했기 때문에 발생한 부정적 결과인지, 아니면 실리콘밸리를 모방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빈곤층을 벗어난 비율이 80%에 이르게 된 것인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으므로 이 문장의 해석에 있어서는 독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브레즈니츠는 1967년 이스라엘과 이웃 국가인 요르단, 시리아, 그리고 이집트 사이에서 발발한 6일 전쟁 직전 내려진 프랑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물자 금수 조치가 이스라엘 정책 결정권자들로 하여금 하이테크 무기 시스템 연구개발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군사적 대응은 이스라엘의 민간 산업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냉전 중의 미국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국가 또는 지역 공동체가 갑작스러운 국가적 안보나 경제 위협에 대한 대응 압박을 받게 되면, 정책 결정권자들은 구조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차원의 세대 간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고 완화할 시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 혁신 기반 모델은 빠른 기업 엑싯과 높은 배당 이익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역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극심한 경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모델의 핵심은 브레즈니츠가 옹호한 통합적이면서 지역 아이덴티티와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구축을 추구하는 정신과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지역주도형 사회혁신의 지지자들과 '빠르게 움직이고 틀을 깨트려라'가 모토인 실리콘밸리 모델의 비판가들은 브레즈니츠의 견해에 공감할 것이다. 그의 책은 경제적 경쟁의 의미와 지역 혁신 기반 성장 모델의 집합적 힘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한다. 브레즈니츠는 실리콘밸리 혁신 기반 모델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깎아 내리지 않으면서도 지역 경제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성장과 회복을 일구어 내기 위해 어떻게 자신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지 강조함으로써 모델 간의 균형을 잡으려 한다.
브레즈니츠는 그가 '1단계' 혁신(다른 말로는 그가 ‘실리콘밸리 접근법’이라고 일컫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고 이후 '2단계' 혁신과 비교한다. 브레즈니츠의 책에서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큰 부분은 아마도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 세계 경제의 산업 회복력industrial resilience 위해 왜 2단계 혁신이 가장 중요한지 설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2단계 혁신은 이미 존재하고 흔히 쓰이는 것들의 디자인, 프로토타입 개발, 그리고 생산기술과 관련이 있다. 쇼핑 카트, 신발, 그리고 중국 선전시 같은 공업 중심지나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장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비롯해 기본적이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실용적 제품의 재설계가 2단계 혁신에 포함된다. 비록 해당 물품의 새로움은 '기술혁신'과 같은 유행어와 동떨어져 보여도, 브레즈니츠는 지역 혁신 기반 성장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2단계 혁신, 즉 성숙 산업 내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반 성장 모델의 안과 밖에서 지역별 혁신 기반 성장을 조성하고 구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브레즈니츠는 다단계 혁신을 동반하는 네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1) 지역-글로벌 간 지식의 흐름, (2) 공공 그리고 반공공재semi-public goods의 공급과 생산 (3) 산업 이익을 강화하는 지역 생태계, 그리고 (4)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세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한 공진화co-evolution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브레즈니츠는 해당 개념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한다. 지속하는 성장을 위해선, “지역 산업의 변화하는 니즈와 점점 더 정교해지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요구에 발맞춰 정책과 생태계를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브레즈니츠의 지역혁신기반 성장 전략 개념의 상당수는 현실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강제 휴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일부 지역 서비스 기반 산업에 지장을 줬고 아예 문을 닫게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이 서비스 기반으로 성장한 마이애미 같은 지역 경제, 그리고 미국과 같은 국가들의 상당수는 제품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브레즈니츠의 통합적 접근법, 2단계 접근법, 또는 지역 혁신 기반 접근법을 적용하려 하는 경제들에게는 향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더불어 서비스 기반의 성숙 산업 내 수천 명의 지역 혁신가가 코로나 19 규제로 사업에 실패했다. 이러한 지역이 1단계와 2단계 혁신의 혼합 접근법을 취했다면, 그리고 지역 정책 입안자들이 두 단계 혁신을 동시에 지원하는 거버넌스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면,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이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상황은 달라졌을까? 결국 브레즈니츠의 비전은 자연재해와 기타 파괴적인 이벤트 등 예상치 못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가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하고, 확장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상상해보게 한다.
마지막 챕터 '실험, 실수, 그리고 선택할 권리를 옹호하며'에서 브레즈니츠는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독창성과 최악의 글로벌 역풍 사이에서도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동체의 능력을 믿으세요.” 필자는 학자이자 사회 혁신가, 그리고 지역 독창성의 주창자로서 이 조언을 마음에 새긴다. 세계가 서서히 재개하고 경제를 재건할 기회가 주어지는 지금, 다른 이들도 그리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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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E HENDRICKS-STURRUP
레이첼 헨드릭스-스터럽은 사회과학자, 보건과학자, 기자, 사업가, 발명가, 참여 전략가, 행동 경제학 강사이다. 그녀의 연구는 정책과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윤리, 법, 사회, 그리고 실행에 대한 이슈를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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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댄 브레즈니츠의 <현실의 혁신> 은 독자들로 하여금 혁신에 대한 파괴적 접근 방식을 재고하게 한다.
현실의 혁신: 험난한 세계에서의 번영을 위한 전략
댄 브레즈니츠, 288페이지,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2021
혁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새로운 경제를 확장하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고 영입하기 위해 지역 가치 추출local value extraction에 집중하는 '파괴적'인 접근법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 가치 창출local value creation을 목표로 하며,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성숙한 경제의 본질과 실현을 재창조하려는 '통합적'인 접근법이다.
정치학자이자 토론토 대학교 멍크 국제외교 및 공공정책 대학 혁신연구 위원장인 댄 브레즈니츠는 그의 신간 <현실의 혁신: 가혹한 세계에서의 번영을 위한 전략>을 통해 통합적 접근법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논쟁에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정보기술 생산 네트워크와 그것의 글로벌화와 같은 급격한 혁신 기반 산업의 전문가로서, 브레즈니츠는 독자의 관점을 환기하고 공공섹터와 민간섹터의 지역 단위 협업을 통해 혁신의 힘을 끌어낼 것을 독려했다. 본 저서의 가장 강력한 힘은 브레즈니츠가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현상들에서 다음과 같이 놀라울 만큼 간단한 결론을 도출해낸 데 있다. 미시적 차원의 행동이 지역 인간 독창성local human ingenuity을 배양하므로, '사람의 선택, 창의력, 그리고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냉소적인 정치경제학자'라 부르는 브레즈니츠는 현 시점에서 혁신을 위해 파괴적, 통합적 접근법을 모두 사용하는 복잡한 경제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고의 인재를 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벤처 투자가venture capitalists, 이하 VC는 지역에 대한 지식과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실현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지역 사업 노력을 장려해야 한다. 또한 VC는 지역 인재를 다른 VC나 비즈니스 전문가와 연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지역 기업은 디자인과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창의적인 지역 인재를 확보하고 고용하기 위해 폭넓은 소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사회적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 정부도 재원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역 스타트업 기회에 투자해야 한다. 브레즈니츠는 이러한 접근이 현지 지식, 인재, 그리고 선의를 기반으로 번영 및 자본 축적을 위한 지역 기업들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더불어 거대 과점과 지역 혁신가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경쟁을 이끌어내고, 주로 대규모 VC 펀딩을 통한 파괴적 혁신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커지는 경제적 불균형을 되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평론가들이나 지역경제 가치창출에 성공했던 사업가들에게는 혁신의 지역적, 통합적 접근을 옹호하는 브레즈니츠의 주장이 익숙하거나 심지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 내 최상위 교육기관의 유능한 졸업생들을 영입하여 활용한 바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난 지역 혁신가와 사업가에게서도 어떻게 브레즈니츠의 개념을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는 점들이 있을 것이다(예컨대 필자가 2020년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게재한 아티클에서 설명했던 지역적이며 동시에 확장 가능한 비건 벤딩vegan-vending 접근법이 있다).
우리는 싱가폴, 홍콩, 스위스를 비롯한 먼 국가를 포함해 미국 텍사스, 플로리다, 그리고 워싱턴과 같이 정치인과 비즈니스 리더가 차세대 실리콘밸리로 브랜드화하려 하는 지역에서 브레즈니츠의 시각이 유효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려는 지역들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인재를 유지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거나 유지하기 위해선 그 지역만의 고유한 혁신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현재의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세대 실리콘밸리(소위 실리콘비치Silicon BeachF)로 거듭나기 위해 수 년간 고군분투한 도시의 예시로 마이애미를 들 수 있다. 2021년, 마이애미 헤럴드Miami Herald 기명 논평 페이지에서 물 보존 에너지 절약형 기업 에코시스템스EcoSystems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마이애미 사업가 리처드 라몬딘과 디지털 마케팅 기업 에브리문도EveryMundo 사장 세스 카셀은 마이애미가 현 시점에 도시가 지닌 혁신 아이덴티티를 강화한다면 마이애미의 스타트업 씬이 더 성공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기고했다. 인종, 문화, 사상, 산업, 기회, 그리고 접근법의 다양성이 그것이다. 라몬딘과 카셀의 의견은 지역 경제가 실리콘밸리를 떠나 자신들만의 고유한 혁신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브레즈니츠의 주장과 뜻을 같이한다. 구체적으로, 라몬딘과 카셀은 그들의 지역 혁신 성공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도시가 범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마이애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의 혁신>에서 브레즈니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왜 그동안 지역공동체는 그들만의 혁신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까? 왜 우리는 지역 투자와 경제 성장을 위해 VC 모델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지역에서 장기적이고 자멸적인 경제 불균형과 빈부격차를 종종 목격하게 될까? 그리고 왜 VC의 지원을 토대로 한 경제 성장 모델에 기초해 세워진 지역은 지역 기반의 점진적인 경제 성장을 일구고 유지하기를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망설이기까지 할까? 필자는 브레즈니츠의 책을 읽으며 어째서 마이애미와 같은 도시들이 지역 가치를 불어넣고 창출할 내재적 잠재력이 있음에도, 브레즈니츠의 말을 인용하자면 차세대 '실리콘 하이픈(Silicon-XX, 실리콘밸리를 모방하여 비슷해지려는 지역)'이 되려고 엄청난 관심을 계속해서 쏟아붓는가에 대한 단서도 찾아보았다.
브레즈니츠의 답은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있었다. 가장 간단한 대답은 행동경제학 개념인 현재 중시 편향present bias에 기반한다. 혁신 기반 성장의 VC 지원 실리콘밸리 모델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현상으로, 최단 시일 내 거금의 엑싯exit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브레즈니츠는 실리콘밸리 모델의 적용은 많은 경우 극심한 사회적, 구조적 불공평을 비롯한 다른 문제들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당 모델을 채택한 곳에서는 실리콘밸리 모델에 대해 학습하고 적응한 사람이 성공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놓은 좀 더 복잡한 대답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 실리콘밸리 모방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는 혁신을 기반으로 빠르고 가치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회복과 성장을 이루어내는 실리콘밸리 모델 안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브레즈니츠는 이스라엘을 작은 국가이면서도 VC 투자 및 엑싯 모델을 토대로 번창하게 된 연구개발의 허브이자 하이테크 경제의 사례로 본다. 오늘날 이스라엘 인구의 상당수(브레즈니츠의 조사에 따르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빈곤층에 속한다(이스라엘의 빈곤층이 20%에 달한다는 점이 실리콘밸리를 모방했기 때문에 발생한 부정적 결과인지, 아니면 실리콘밸리를 모방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빈곤층을 벗어난 비율이 80%에 이르게 된 것인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으므로 이 문장의 해석에 있어서는 독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브레즈니츠는 1967년 이스라엘과 이웃 국가인 요르단, 시리아, 그리고 이집트 사이에서 발발한 6일 전쟁 직전 내려진 프랑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물자 금수 조치가 이스라엘 정책 결정권자들로 하여금 하이테크 무기 시스템 연구개발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군사적 대응은 이스라엘의 민간 산업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냉전 중의 미국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국가 또는 지역 공동체가 갑작스러운 국가적 안보나 경제 위협에 대한 대응 압박을 받게 되면, 정책 결정권자들은 구조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차원의 세대 간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고 완화할 시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 혁신 기반 모델은 빠른 기업 엑싯과 높은 배당 이익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역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극심한 경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모델의 핵심은 브레즈니츠가 옹호한 통합적이면서 지역 아이덴티티와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구축을 추구하는 정신과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지역주도형 사회혁신의 지지자들과 '빠르게 움직이고 틀을 깨트려라'가 모토인 실리콘밸리 모델의 비판가들은 브레즈니츠의 견해에 공감할 것이다. 그의 책은 경제적 경쟁의 의미와 지역 혁신 기반 성장 모델의 집합적 힘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한다. 브레즈니츠는 실리콘밸리 혁신 기반 모델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깎아 내리지 않으면서도 지역 경제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성장과 회복을 일구어 내기 위해 어떻게 자신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지 강조함으로써 모델 간의 균형을 잡으려 한다.
브레즈니츠는 그가 '1단계' 혁신(다른 말로는 그가 ‘실리콘밸리 접근법’이라고 일컫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고 이후 '2단계' 혁신과 비교한다. 브레즈니츠의 책에서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큰 부분은 아마도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 세계 경제의 산업 회복력industrial resilience 위해 왜 2단계 혁신이 가장 중요한지 설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2단계 혁신은 이미 존재하고 흔히 쓰이는 것들의 디자인, 프로토타입 개발, 그리고 생산기술과 관련이 있다. 쇼핑 카트, 신발, 그리고 중국 선전시 같은 공업 중심지나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장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비롯해 기본적이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실용적 제품의 재설계가 2단계 혁신에 포함된다. 비록 해당 물품의 새로움은 '기술혁신'과 같은 유행어와 동떨어져 보여도, 브레즈니츠는 지역 혁신 기반 성장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2단계 혁신, 즉 성숙 산업 내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반 성장 모델의 안과 밖에서 지역별 혁신 기반 성장을 조성하고 구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브레즈니츠는 다단계 혁신을 동반하는 네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1) 지역-글로벌 간 지식의 흐름, (2) 공공 그리고 반공공재semi-public goods의 공급과 생산 (3) 산업 이익을 강화하는 지역 생태계, 그리고 (4)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세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한 공진화co-evolution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브레즈니츠는 해당 개념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한다. 지속하는 성장을 위해선, “지역 산업의 변화하는 니즈와 점점 더 정교해지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요구에 발맞춰 정책과 생태계를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브레즈니츠의 지역혁신기반 성장 전략 개념의 상당수는 현실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강제 휴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일부 지역 서비스 기반 산업에 지장을 줬고 아예 문을 닫게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이 서비스 기반으로 성장한 마이애미 같은 지역 경제, 그리고 미국과 같은 국가들의 상당수는 제품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브레즈니츠의 통합적 접근법, 2단계 접근법, 또는 지역 혁신 기반 접근법을 적용하려 하는 경제들에게는 향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더불어 서비스 기반의 성숙 산업 내 수천 명의 지역 혁신가가 코로나 19 규제로 사업에 실패했다. 이러한 지역이 1단계와 2단계 혁신의 혼합 접근법을 취했다면, 그리고 지역 정책 입안자들이 두 단계 혁신을 동시에 지원하는 거버넌스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면,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이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상황은 달라졌을까? 결국 브레즈니츠의 비전은 자연재해와 기타 파괴적인 이벤트 등 예상치 못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가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하고, 확장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상상해보게 한다.
마지막 챕터 '실험, 실수, 그리고 선택할 권리를 옹호하며'에서 브레즈니츠는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독창성과 최악의 글로벌 역풍 사이에서도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동체의 능력을 믿으세요.” 필자는 학자이자 사회 혁신가, 그리고 지역 독창성의 주창자로서 이 조언을 마음에 새긴다. 세계가 서서히 재개하고 경제를 재건할 기회가 주어지는 지금, 다른 이들도 그리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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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E HENDRICKS-STURRUP
레이첼 헨드릭스-스터럽은 사회과학자, 보건과학자, 기자, 사업가, 발명가, 참여 전략가, 행동 경제학 강사이다. 그녀의 연구는 정책과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윤리, 법, 사회, 그리고 실행에 대한 이슈를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