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예술과 스토리텔링으로 중국의 불평등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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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인권 · 예술문화
예술과 스토리텔링으로
중국의 불평등을 말하다

2025-1


RUIJIE GUO · CHENGCHANG LIU · LU TIAN



Summary. 예술가 끄어 위루와 나눈 창의성, 형평성, 사회혁신에 대한 대화 



우리 세 필자는 사회혁신에 열정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SSIR 중국어판 학습연구그룹SSIR China’s Learning and Research Group의 회원들이다.


2013년, 예술가 끄어 위루는 베이징의 이름 없는 거리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표지판을 하나 설치했다. 개인의 이름이 공공장소에 놓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탐구하고, 사적인 이름과 공적인 장소 사이의 관계와 가능성을 탐색하며, 예상치 못한 반응들을 수집하는 실험이었다. 중국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글자는 길거리의 낙서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머리 위에 있으면 사람의 이름이, 길에 붙으면 거리의 이름이 된다. 


결국 시 당국은 끄어 위루의 표지판을 철거하고, 그 거리에 '바이즈완 남로Baiziwan South Road'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끄어위루葛宇路'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 작업은 끄어의 예술세계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주목하게 한 다음 그것을 뒤집고, 조작하며, 전복한다.


이름이 없던 베이징의 바이즈완 남로에 작가의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세워졌다.

(젠 장Gen Zhang 사진)


끄어는 광저우의 페이 아트Fei Arts 갤러리 직원들과 교류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홀리데이 타임Holiday Time'이라는 또 다른 작업을 선보였는데, 여기서도 유사한 그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후원자(고객, 수집가, 컨소시엄)와 창작자(예술가, 비평가, 큐레이터)의 비용절감 노력이 갤러리와 인쇄소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는 보통 후원자와 창작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전시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존재감과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모두를 위한 혁신과 평등한 권리, 창의성을 촉진해야 하는 예술계지만 분업화된 구조로 인해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그는 4개월에 걸쳐 갤러리 직원 3명이 3주씩 휴가를 떠나는 동안 그들의 업무를 대신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에서 끄어가 처리한 서류 작업물들을 관람했다. 또한 창고의 전시 자료와 도구를 정리하거나 금이 간 작품을 수리하는 등 보이지 않는 그의 업무도 워크숍의 형태로 전시되었다. 끄어는 사소하게 여기지곤 하는 업무들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관행에 도전함으로써 업계의 모순과 불평등을 드러내고, 갤러리 안팎의 사람들에게 면밀한 관찰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인종차별이나 젠더 불평등을 유지하는 힘처럼 모든 사회 시스템의 힘은 담론이나 사고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끄어의 프로젝트는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권력의 역학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언어와 관행, 행동 방식과 존재 방식에 대한 인식을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내러티브의 발현이나 예술은 사회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SSIR 중국어판이 끄어와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협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그를 초대해 예술, 형평성, 사회혁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SSIR 중국어판: 예술과 형평성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끄어 위루예술가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고, 작품을 통해 문제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때로는 '형평성'이나 '평등' 같이 굳어진 개념과 상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기존의 공고한 정의를 따름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권력의 역학관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개념들이 물려받은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SSIR 중국어판: 조직에 분업이 사라져야 한다거나 개인이 소유한 부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이 반대하는 '불평등'의 의미는 정확히 무엇인가요?


끄어 위루: 분업은 현대 생산에 있어 필수적인 모델입니다. 분업 모델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책임을 맡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자원과 부의 분배도 균등하게 이뤄질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존중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부와 자원의 불평등이 일부 사람들을 대상화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필요한 많은 일을 하면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최소한의 존중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홀리데이 타임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갤러리 직원들의 울분을 느끼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예술과 가까이서 창의성을 이해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저임금을 감수하고 자신들의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상적인 업무에서 창의성을 번번이 부정당했습니다. 초과근무를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열리는 많은 전시와 작품 활동을 지원했지만, 그들의 이름은 전시회 정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외면한 채 전시를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기로 결심했고, 이를 새로운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아티스트 끄어 위루가 홀리데이 타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다.

(@Livin广州 사진)


저는 무언가를 하는 대신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그들의 업무와 고통을 가중하는 대신 그들의 업무를 대신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작품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나가 준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반면 직원들이 전시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도가 누군가에게는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특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일반화할 순 없습니다. 모든 예술가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이 작업은 단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대안적인 시도일 뿐입니다.


SSIR 중국어판: 불평등을 드러내고 논쟁을 일으킬 때,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홀리데이 타임과 같은 프로젝트는 어떠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끄어 위루: 처음부터 ‘임팩트’를 의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갤러리 직원들이 휴가를 떠날 수 있게 하는 일이 쉽지는 않으니까요. 시스템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저와 직원들에게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물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 돌에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저희였고, 그 파장은 갤러리의 경영진과 관람객들에게까지 미쳤습니다.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직원들은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일부 작품들을 큐레이션 했습니다. 홀리데이 타임 프로젝트에 대해 들은 몇몇 친구들이 자신의 갤러리에서는 언제 전시를 하냐고 물었습니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그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시에는 '다공런da gong ren'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단어는 교육을 받은 이상주의자들이 일에 파묻혀 살면서 생계는 겨우 유지하는 현상을 나타낸 말입니다. 당시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는 시스템에 갇힌 긱 노동자gig workers에 대한 논의와 연결 지어, 예술가들이 시스템에 갇혀 있다고 이야기한 기사의 제목이 기억납니다. 이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나 분업 모델과 무관하게 누구나 위계적으로 설계된 규칙에 의해 통제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 작품이 사회적 진보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당대의 사회적 흐름을 포착하고,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모두가 참여하고 변화한다면, 한 걸음이 또 다른 걸음을 이끌어 변화의 사슬을 이룰 것입니다. 저는 예술가가 꼭 영향력을 가지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SSIR 중국어판: 사회문제를 면밀히 이해하고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해결책을 제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시나요?


끄어 위루: 저는 저 자신에 대해서만 책임질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과 전시는 제 가치관과 태도의 표현으로서 감상되어야 합니다. 제 작품이 갤러리의 노사 간 갈등의 빌미가 되거나 직원들의 노동 가치를 지우는 또 다른 거짓말이 되는 건 원치 않습니다.


문제해결은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 작업은 엄밀한 의미에서 문제해결이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꿀 순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진 책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건 단지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에는 이분법적인 해법이 통하지 않고, 태도가 바뀌면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갤러리 업무는 고되지만, 작품이 인정을 받고, 이름이 알려지고,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SSIR 중국어판: 예술과 사회혁신의 관계에 대해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것 같아 이렇게 질문해보겠습니다. 사회혁신에 관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끄어 위루: 저의 실천은 개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개념은 사후적입니다. 저에게 개념concept은 정신mind을 제한하기 때문에 사회혁신을 목표나 목적으로 삼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천편일률적인 성공 기준을 갖고 있고, 성공을 위한 매우 일차원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같은 길을 쫓다 보면 경쟁은 과도해지고 성공의 확률은 낮아집니다. ‘계층 사다리 오르기’와 능력주의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사람들이 불평등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인식하지 못한 채, 남들을 앞지르는 데에만 집중하게 만듭니다.


저의 야심 찬 목표 중 하나는 이러한 성공의 규범을 깨뜨리는 것일지 모릅니다. 저는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도록 가능성을 열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이 슈퍼 엘리트나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바입니다.


저는 다양성과 포용성, 형평성이 보장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레핑 재단Leping Foundation의 플랫폼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초대해 그들만의 독특하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연사와 주제, 방식이 다양할수록 우리 사회의 단일한 가치체계는 더 효과적으로 해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레핑 재단의 오프라인 행사 참여자나 저의 팟캐스트를 듣는 구독자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배달원 경력이 있는 두 고학력자의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실패자로 보는 문화적 통념에 도전합니다. 두 연사는 배달원으로 일하며 겪은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하며, 그것이 어떻게 그들의 직업적 사고를 깨우쳤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은 육체노동자가 겪는 어려움과 구조적 제약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경직된 위계질서 밖에서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나름의 이점에 대해서도 들려주었습니다.


떠오르는 '비선형 세대Non-Linear Generation'

끄어와의 대화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끄는 것이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그것이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정해진 게임의 규칙을 거부하고, 대안을 의식적으로 탐색하며, 불확실성을 포용하는 그의 접근 방식은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에 도달할 방법을 강요하는 대신 문제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실험하고, 조율해나가는 비선형적 사회혁신 접근 방식인 '이머전트 전략emergent strategy'과 닮아있다.


과연 이러한 비선형적 접근 방식이 트렌드가 되고, 한 세대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 접근 방식을 실천하며, 그 결과로써 삶과 사회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을까? 비정통적인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 더 평등한 곳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끄어와의 협력을 통해 이 질문들을 탐구하고, 그의 실천을 통해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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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IJIE GUO

루이지 구오는 에든버러대학에서 사회학과 글로벌 변화 연구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재난 관련 지역사회 운동과 사회운동에서의 집단적 감정에 관심이 많다. 


CHENGCHANG LIU

청창 리우는 베이징외국어대학에서 영어와 사회학을 전공하고 최근 졸업하였다. 그녀는 교육 이주, 지속가능성 및 형평성 관련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많다. 사회혁신과 형평성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한 변화를 촉진하고자 NGO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LU TIAN

루 티안은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정치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SSIR 중국어판의 학습 및 연구 그룹에서 활동하는 동안 임팩트 측정 및 관리, ESG 표준, 지속가능성에 관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