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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
2025-1
KENT MCGUIRE · MATT WILKA
Summary. 신자유주의는 수십 년간 미국 공교육의 방향을 주도하며, 개인의 선택과 학업 성취 기준, 경쟁이라는 가치를 옹호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시민적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 우리는 공교육이 청소년들의 시민적 역량을 길러 민주주의의 회복과 건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안한다.

공립학교는 변화해야 한다. 이 주장은 미국 교육에 관한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주장에 이어 학업 기준 강화, 시험 제도 개선, 교사 임금 인상 같은 저마다의 해결책이 등장하곤 한다. 이러한 교육개혁 조치들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스템 변화에 있어서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간과될 수 있다. 즉, 우리가 교육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학교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개선해야 할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필자들은 연구자, 교사, 학부모, 비영리단체 리더, 재단 임원, 정부관료로서 차터스쿨Charter school과 지역 교육구 공립학교, K-12 및 고등교육 기관 등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우리는 교육 분야에서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적 변화를 패러다임paradigms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안에 중요한 변화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철학자 토마스 쿤Thomas Kuhn이 대중화한 ‘패러다임’ 개념은 사회의 특정 영역에서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해결책을 추구하는지를 결정짓는 암묵적 규칙과 전제를 의미한다.1 패러다임은 흔히 경제적인 시대를 구분할 때 사용되지만, 교육의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케인스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교육을 포함한 공공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2 반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정부에 대한 회의론과 더불어 자유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선택과 학업 성취 기준, 경쟁에 초점을 맞춘 학교 개혁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패러다임은 수십 년간 지속되며, 기존 패러다임이 세계적인 주요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때 전환된다. 예를 들어, 대공황을 거치며 자유방임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케인스주의 패러다임은 1960~70년대의 사회 불안과 스태그플레이션 속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는 혼란스럽고, 대립하는 세계관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는 현재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여러 압박 속에서 균열을 보이고,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현재를 하나의 전환기로 인식하면 공립학교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치, 모델을 발전시킬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공립학교의 목적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리고 각 변화의 시기마다 학교 개선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 방식이 등장했다. 우리는 오늘날 교육이 직면한 많은 문제가 개별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교육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목적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많은 개혁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은 최근 신자유주의의 시장 중심 논리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사회에 걸맞은 시민적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의 목적을 재정립하려는 시도이다. 우리는 왜 여전히 공립학교가 민주 시민 양성을 위한 핵심 기반인지, 청소년이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미국 내 다양한 지역과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가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의제의 기초를 형성하고, 더 많은 조직과 개인이 유사한 실천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치경제와 공교육의 상관관계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 패러다임과 교육 패러다임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당대의 지배적인 사회적 조건과 규범이 공립학교의 사명을 형성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실험을 지속하기 위해 교육받은 시민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직업 훈련과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덕성 함양을 중요하게 여겼다.3 이러한 교육의 혜택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당시 미국 헌법이 온전한 시민으로 간주한 젊고 부유한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1800년대 초반에는 당시 자유방임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반영하듯, 공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거주하는 주에 따라 크게 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매사추세츠주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매사추세츠에서는 공교육 옹호론자인 호러스 맨Horace Mann이 학년별로 체계화된 교과 교육과 건전한 인격 형성,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 개발을 아우르는 세속적 공립학교 체제를 발전시켰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경제 재건 시대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도,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여전히 성별, 인종, 계층, 신체 및 인지적 능력에 따라 분리된 채 운영되었다. 이 시기에는 산업화에 준비된 노동력을 양성하기 위해 직업 훈련 중심의 교육이 뚜렷하게 강조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정책에 대한 민간 산업의 영향력이 커진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민자 학생들을 미국식 삶의 방식에 동화시키려는 민족주의적 열망과도 맞물려 있었다.4 이후 1900년대 초, 진보주의 시대에는 기업의 노동 착취에 대한 반발이 일었고, 이러한 흐름이 공립학교 체계의 설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초등교육 중심이던 공교육의 범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존 듀이John Dewey와 같은 당시 사상가들은 학교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이자 사회 개혁을 이끄는 동력으로 보았고, 이를 개념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교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개념은 20세기 중반 케인스주의 패러다임 아래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1944년 제대군인 원호법GI Bill(번역자주: 제대군인들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과 1960년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Great Society program(번역자주: 미국의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1960년대에 추구한 빈곤 추방정책 및 경제 번영정책) 같은 연방정부의 투자로 교육의 기회는 확대되었다. 특히 제대군인, 빈곤층 학생, 영어 학습자,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기회가 더욱 넓어졌다.5 이처럼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사법 조치와도 맞물려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4년 연방대법원의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 판결이다. 이 판결은 적어도 법적으로 공립학교에서의 인종 분리를 폐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국적인 학교 통합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전환점이 된 이 판결은 유색인 아동들에게 보다 공정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면, 고등학교 졸업률과 고등교육 접근성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사회적 이동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했다. 이러한 20세기 중반의 교육 개혁들은 서로 차이를 보였지만, 모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핵심 원칙은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더불어 학교는 모든 학생이 경제 및 시민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믿음도 개혁의 공통된 기반이었다.
그러나 브라운 판결이 나온 지 1년 만에 그 판결이 담고 있던 가치와 경쟁하는 새로운 가치의 씨앗이 뿌려졌다. 1955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교육에서의 정부 역할The Role of Government in Education’이라는 글을 발표하며, 모두에게 개방된 공립학교 체제를 바우처 제도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도 아래서 학부모는 자녀를 민간이 운영하는 다양한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되고, 정부의 역할은 바우처 자금 지원과 교육의 최소 수준을 관리하는 일로 제한된다. 예상대로 인종 분리주의자들은 곧 이 제도를 이용해 브라운 판결이 요구한 학교에서의 인종 통합을 회피하고, 공적 자금을 백인만을 위한 사립 학교에 전용했다.
프리드먼의 글은 현대 학교 선택 운동modern school-choice movement의 토대가 되었지만, 그의 사상은 1960-70년대 정책 입안의 비주류에 있었다. 당시의 학교 개혁가들은 아동 빈곤 감소나 학교 재정 지원 확대 등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에 주목하고 있었지만, 케인스주의적 합의는 밑바닥부터 조용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경제적 충격, 인플레이션, 사회적 혼란이 겹치며 국가 운영은 방향을 잃었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정부가 문제의 원인이며 자유 시장이 해답’이라는 프리드먼의 핵심 사상이 사람들에게 즉각적이면서도 손쉬운 해답으로 받아들여졌다.
1980년대 들어서며,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 학자들이 주장한 자유시장주의적 원칙은 레이건 행정부의 친기업적이고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정책 기조와 결합해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이뤘고, 이 패러다임은 2016년 대선까지 미국 사회의 주류 담론으로서 그 지위를 유지했다.6 1983년, 미국 교육계에서 발표된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 보고서는 미국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rising tide of mediocrity’를 지적하며,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고등학교 졸업률과 대학 진학률을 높이지 않을 경우, 미국 사회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 정책의 초점은 교육 접근성에서 학생 성취도 향상으로 옮겨갔고, 이를 추동한 다양한 개혁 전략이 함께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교육의 가치는 점차 약화되었으며, 경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에 더 많은 자원과 관심이 집중되는 흐름이 본격화되었다.
시험 평가 체제에서 비롯된 혼란
신자유주의가 공교육에 미친 영향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 시대에 정점에 달했다. 2001년에 제정된 이 법은 1965년 통과된 초중등교육법Elementary and Secondary Education Act을 재승인한 것으로, 공립학교 수업 및 교재에 대한 재정 지원을 유지하면서, 학교 선택권 확대와 국가 교육 기준 수립, 성과 측정 시험 등에 대한 연방 지원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개혁은 시장 논리와 기업 경영 이론의 원칙들을 따르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첫째, 개혁가들은 학교 개선을 성과 관리의 문제로 인식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서 정부의 역할은 학생의 명확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공통된 방식(예: 총괄 평가 시험)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은 징벌적 조치(학교 폐쇄, 교사 해고)와 장려책(성과급)을 혼합해 압력을 가함으로써 실적이 저조한 학교와 교사를 걸러내고 공립학교 시스템을 개선하려 했다.
둘째, 성과 관리의 논리에 따라 개혁가들은 학생이나 개별 학교를 이들이 속한 정책 및 제도적 구조보다 더 근본적인 분석 단위로 간주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도록 요구했으며, 교사와 학교의 성과를 학생들의 시험 점수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국은 구조적 차별을 해결하고 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특히 빈곤율이 높거나 유색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의 학생들이 처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러한 환경에 놓인 학생과 교사, 학교는 실패한 사례로 낙인이 찍히고, 처벌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셋째, 개혁가들은 학교 선택권과 경쟁이 학교 개선을 위한 강력한 촉매제라고 보았다. 정부는 학교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거나 제반 환경과 구조에 주목하기보다 누구나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시험 성적 등 학부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를 통해 학교 간 교육 수준 차이를 학교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려 했다. 소비자인 학부모가 성적이 높은 학교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다시 학교 간 경쟁이 이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개혁가들은 생각했다. 이런 경쟁 체제 속에서 지역과 교육구 내 모든 학교는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우수한 학교는 규모를 확장하는 반면, 성과가 저조한 학교는 문을 닫게 되는 구조였다.
우리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개혁에 일찍이 참여했다. 이 글의 필자인 매트는 시험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차터스쿨에서 일했고, 켄트는 민간 자선단체와 연방정부에서 기준 중심의 교육 개혁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 당시 대부분의 개혁가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활동했다. 교육자 중 선택권이나 경쟁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고민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학교를 개선하는 일에 집중하는 동안 교육이 민주적 기능으로부터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NCLB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 노력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모든 개혁 시도가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시도가 개선을 이룬 면도 있다. 주정부는 학습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고, 연구자들은 우수한 교사의 중요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NCLB는 인종 간 학업 성취도의 격차를 가시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입장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개혁 당시 가장 많이 활용된 데이터는 학생, 교사, 학교의 성과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과 측정 시험으로부터 나왔다. 그 결과 교육과정은 주제 범위가 축소되고, 기초 과목 중심으로 편중되었으며, 정작 교사들이 수업 방식을 개선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7 우수한 교사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난 수십 년간 교육자의 만족도와 교직의 위상이 모두 하락했다.8 또한 인종 및 경제적 격차 해소에 기여한 ‘위대한 사회’ 시대의 구조적 처방들, 가령 교육 재정 확대나 학교 통합과 같은 정책들은 신자유주의 개혁 과정에서 대부분 무시되었다.9 이는 학생 인구가 급속히 다양화되는 현실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 결과, 격차 해소에 대한 진전은 그만큼 정체되었고,10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 역시 지난 15년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교육계는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개혁의 일부 요소를 철회하면서도 다른 요소들에는 여전히 강하게 집착하고 있다. 교육 담론의 중심은 이제 교육 형평성, 사회정서 학습, 진로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아젠다들은 한때 중요하게 다뤄졌던 학업 성취 기준과 책무성 논의를 대체하고 있다. 한때 신자유주의 정책의 확고한 후원자였던 교육 분야의 자선재단들 역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확산을 촉진하는 동시에 자금 제공자의 영향력을 다양한 전략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2015년 제정된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이 NCLB가 강조해온 성과 책임 중심의 접근을 완화했다. 공화당은 국가 교육 기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당은 차터스쿨에 대해 지지를 축소하면서 양당 모두 기존의 합의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자유주의는 정치경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쇠퇴했다. 사실 NCLB 체제의 큰 균열이 처음 발생한 건 교육 분야에서가 아니었다. 2010년대 초반,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번역자주: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보수 성향의 대중 정치 운동으로 작은 정부, 세금 감축, 재정 보수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며, 연방정부의 교육 개입에도 반대함)이 공통 핵심 기준Common Core State Standard(번역자주: 미국 학생들이 학년별로 갖춰야 할 영어와 수학 역량을 규정한 국가 차원의 학업 기준으로 교육의 일관성과 대학 및 직업 준비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연방정부 개입 논란으로 일부 주에서는 반발이 일었고, 철회되기도 했음)에 강력히 반대하면서부터였다.11 좌파 진영에서는 경제적 포퓰리즘economic populism이 부상했는데, 이러한 흐름은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2016년과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무역, 노동, 산업 정책에서는 이념을 초월한 기묘한 정치적 연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균열이 생겼지만, 완전히 붕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환 과정은 오히려 미국 민주주의에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경제적 불안, 인구 구성의 변화, 뉴미디어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반정부 정서를 이상화된 과거로의 회귀라는 서사로 포장해 지지를 얻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더욱 가속화되었고, 과학 부정론부터 의료 선택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들이 보수주의의 주류 담론으로 흡수되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이념은 바로 ‘개인의 권리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믿음이다. 물론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말했듯, 개인주의는 가장 미국적인 가치 중 하나이지만, 개인주의는 공동선을 향한 책임과 결합할 때만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중요한 교훈은 잊혀져가고 있다.12
2020년, 교육계에서는 학교 폐쇄,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에 반대하며 시작된 ‘학부모 권리’ 주장이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에 대한 격렬한 논쟁으로 번졌다.13 이후, 학부모의 개별적 권리는 특정 도서 금지, LGBTQ+ 학생에 대한 차별 그리고 인종차별이나 미국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 같은 ‘논쟁적인’ 주제를 교육과정에서 제외시키거나 왜곡하는 명분으로 이용되었다. 일부 주의 주지사 선거나 교육감 선거에서는 배제와 편협함을 훈장처럼 내세우는 후보들이 승리하고 있으며, 교육위원회 같은 하위 공직 선거의 경우 반평등 의제를 추진하려는 전국 조직의 개입과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는 특정 보수 성향의 주red states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교사의 3분의 2는 징계나 사회적 괴롭힘이 두려워 교실 안에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을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려 기관을 해체시키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민족주의 우파 포퓰리즘에서는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학교 선택제 개념을 이용해 학부모들이 공교육 시스템을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공립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여러 주 의회에서 바우처 법안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민족주의 포퓰리스트와 신자유주의자 사이의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학교 선택제와 같은 정치적 쟁점에 있어 연대하는 현상은 하나의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다음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불안정한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요약하자면 신자유주의 주도의 교육 개혁 시대는 첫째, 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춰 재정의했다. 둘째,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고, 공립학교를 고립시키며 실패한 기관으로 낙인찍는 장기적 조건들을 만들었다. 이제 과거 수십 년간 시행된 학교 개혁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인종 민주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이루려면, 공립학교의 역할과 목적을 보다 대담하고 포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을 다시 세워야 할 때
신자유주의 이후의 패러다임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우리는 지금이 공교육의 목적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전환기라고 본다. 이 비전은 더욱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즉, 개인의 목표를 넘어 공동의 목적을 중심으로 결속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과 더불어 협력을 동등하게 중시하고, 성장과 함께 인간의 번영을 추구하는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양극화가 아닌 다원주의를 장려하는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출발점과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물론 이 비전이 신자유주의나 그 이전의 자본주의 모델에서 얻은 교훈을 배제해선 안 된다. 혁신, 경제적 역동성, 공정한 시장 경쟁 등은 우리가 여전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교육의 목적은 이러한 민주적 이상을 토대로 삼되, 점점 더 거대해지는 현대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민주적 목적의 재정립을 위해 두 가지 핵심 목표를 제안한다.
다양하고 변화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며, 윤리적 문제를 성찰하고,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시민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학교가 시민이 갖춰야 할 지식과 기술, 소양을 등한시해 온 흐름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말한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로서 교육의 본래 역할을 회복시켜야 한다.
학교의 공적 목적을 전 사회적인 차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 청소년들의 민주적 소양과 시민 역량을 키우는 것은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러한 민주주의적 목적이 교육 정책 결정자들과 시민 일반 사이에서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교육을 개인의 경제적 성취 수단으로만 강조해왔다보니 교육이 공동체적 목적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마치 잊혀진 언어를 되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립학교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 질문은 비록 광범위하지만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교와 졸업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공립학교의 민주적 목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수십 년 뒤에도 공립학교가 (컴퓨터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지식과 절차 전달에만 머문다면, 공교육은 점차 시대에 뒤처진 제도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미래의 경제와 민주주의로부터 요구받게 될 지식, 역량, 가치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학교가 진화한다면, 공립학교는 그 존재의 정당성을 견고히 유지할 것이다.
미래의 학교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구체화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더불어 현장의 교육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배워나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민주적 교육 경험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다섯 가지 핵심 원칙을 제안한다.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 교육은 민주적 지식과 역량, 태도를 길러야 한다 | 효과적인 민주 시민 교육은 여러 요소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는 시민의 권리와 책임, 삼권분립의 구조, 지역 정부에 녹지 공간 확대를 청원하는 절차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시민 학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지만, 이것만으로는 투표와 같이 시민적 책임을 다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다.14 민주적 역량은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이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하는 것처럼 젊은 세대가 사회 및 타인과 생산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포함하며, 지식의 한계를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적 소양은 시민적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으로,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상호 존엄성을 인정하며, 정치적 우정을 쌓는 것을 포함한다.
시민 교육을 교실에서 구현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실천적 가이드로는 ‘미국 민주주의 교육 로드맵Roadmap to Educating for American Democracy’과 같은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민주적 학습 모델로 확장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프레임워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협업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의미하는 4C 프레임워크는 애너하임 유니온Anaheim Union과 같은 교육구에서 민주시민 교육 요소를 더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상황에 지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심층 학습Deeper Learning 접근법은 원래 진로 개발을 위해 개발되었으나 시민적 기술과 소양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아메리카 어치브스America Achieves에서 개발한 새로운 교육 모델인 지속가능한 스킬Durable Skills은 고용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는 핵심 역량과 학생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기술 간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들은 효과적인 민주주의 교육이 젊은 세대가 미래의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교육은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지원해야 한다 | 사실에 대한 공통된 이해는 교육의 출발점이자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공통된 이해 기반은 허위 정보와 인공지능으로 조작된 미디어, 자신과 유사한 생각이나 신념만을 접하게 되는 정보 환경에서 취약해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과 성인은 허위 정보를 구분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를 필수 역량으로 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15 학교는 모든 연령대의 학생이 어떤 정보가 사실로 인정되는지, 유효한 전문 지식이란 무엇이고, 사실이 어떻게 여러 분야에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교육함으로써, 이러한 노력을 강화하고 확장할 수 있다.
교육은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 기후변화, 불평등, 양극화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의도치 않은 결과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이지만,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구조 안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재앙적인 수준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래의 패러다임은 자본주의 모델의 한 형태를 포함할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16 미국식 자본주의는 헝가리나 중국처럼 권위주의적 통제 방식을 시장의 자유와 결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북유럽 국가들처럼 강한 사회 안전망과 시장경제를 결합한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택할 수도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보면 자본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만을 자본주의의 유일한 형태로 오해하며, 그 밖의 접근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사회주의로 쉽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17 이러한 경향은 일부분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되지만, 신자유주의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본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가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가능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공교육은 이러한 인식을 다루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정한 신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가 상상했던 범주를 넘어서는 보다 창의적인 사회적 선택지들을 스스로 탐구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말이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배움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부정적인 여파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이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은 다른 교육 원칙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의 역량을 강화해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효과적인 토론을 이끌도록 하고, 의사결정에 있어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도록 하며, 학생들이 가능한 한 어릴 때부터 권력, 부, 도덕, 선택, 자유에 대한 폭넓은 사고를 경험하도록 돕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 등을 통해 가능하다.
교육은 공동의 시민적 가치를 함양해야 한다 | 학교에서 가치를 가르치는 것은 정치적 이념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또한 자칫 종교적 색채를 띠거나 반대로 어떠한 가치도 언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적 가치를 길러내는 일은 공교육 역사에서 가장 일관되게 강조되어 온 핵심 요소 중 하나이며, 오늘날에도 다시금 되새겨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은 자유, 평등, 정의, 다원주의, 차이에 대한 상호 존중과 같은 풍부한 가치를 담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환경에서 이러한 민주적 가치의 의미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전달하는 일은 교육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건설적인 논쟁과 갈등 해결 방식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청소년은 자신만의 가치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뿐 아니라, 자신과 다른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워야 한다. 학교는 여전히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드문 공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를 공공의 가치로 보존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관용을 증진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핵심적일 것이다.18
교육과정의 중심에 다시 민주적 가치를 두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변화뿐 아니라 문화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자들이 이같은 교육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인종 분리 문제와 같이 관용이나 소속감과 같은 시민적 가치를 저해하는 구조적 장벽을 해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인종 통합 교육이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 판결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이 진행된 수십 년간 학교 내 인종 분리는 계속해서 심화되었다. 그러나 대법관 서굿 마셜Thurgood Marshall이 1974년 밀리켄 대 브래들리Milliken v. Bradley 사건의 반대 의견에서 언급했듯, “우리 아이들이 함께 배우지 않는 한,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없다.”
교육은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우리는 경제적 삶과 시민으로서의 삶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교육자들은 AI가 초래할 단기적 과제와 가능성, 가령 부정행위 방지나 적응형 학습 소프트웨어의 활용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직업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우리는 젊은 세대가 인공지능과 함께 혹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일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 새롭게 파악하고, 이를 길러줄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협업, 의견 차이에 대한 조정, 사실성에 대한 평가 같은 직무 역량은 앞서 언급한 민주주의적 기술이나 노동 역량 프레임워크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질문은 오늘날 권위를 가진 직업들, 특히 지식 노동이나 정보 처리에 기반한 직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때, 교육의 목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이다. 만약 자율적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만큼 발전하거나 보편적 기본소득이 노동 임금을 대체하게 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 중심의 사회로 급격히 전환되는 시점에 우리는 지금부터 인간의 번영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교육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 비록 이 논의가 아직 개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두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첫째, 교육은 배려에서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자질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젊은 세대가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역량이다.
변화를 향한 첫걸음
학교가 가진 목적성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역시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학계와 자선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인재를 양성하고, 기관을 설립하며,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였다. 1970년대의 사회적 혼란은 그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19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분석하며 비판해 왔지만, 초기 신자유주의자들이 보여준 인내심과 체계적인 협력만큼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공교육의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는 우리의 과제에도 이와 같은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의 민주적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려면 견고한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변화하는 가운데 공립학교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새롭게 상상하거나 기존 개념을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아티클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지만, 공교육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더 많은 교육 프레임이 학계와 싱크탱크 그리고 공교육과 민주주의, 기술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활동하는 현장 교육자들에게서 활발히 제시되어야 한다. 설령 그것들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지니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가장 먼저 수용할 집단은 여론을 주도하는 인사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교사, 학부모, 시민 등 보다 폭넓은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립과 연계되면서도 실천적이고, 사회운동적인 성격을 띤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저절로 확산되지 않는다. 학계가 워낙 분절적이다 보니 어느 한 기관이 중심이 되어 의미 있는 지적 흐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한계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관에 대한 지원은 물론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새로운 싱크탱크 등을 설립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할 당시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수행한 역할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20
이론 연구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다양한 환경에서 시민 정체성과 소속감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시민적 역량이 직업적 역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는 인공지능 윤리 분야를 중등 교육과정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육대학원은 특정 교육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 결과를 교사 양성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다.21 교사를 효과적으로 지원한 사례로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Educating for American Democracy, EAD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300명 이상의 학자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민주적 지식과 기술 그리고 시민적 태도를 학생들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교육 기준을 마련했다. 또한 이 기준을 반영한 흥미로운 참여 유도형 수업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아우르는 역사 및 시민 교육과정이 설계되었고, 초등교육에서 창의적으로 역사와 시민 교육을 다루는 여러 시범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개념적 토대가 만들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도 반드시 중요한 혁신과 실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AD는 이론과 실천을 효과적으로 연결한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실천적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직접적으로 강화하거나 학교가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것 등이 있다. 사례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커뮤니티 학교 | 커뮤니티 학교는 전통적인 교육을 사회 및 건강 지원, 가족 서비스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와 통합한 학교 모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건 및 정신 건강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모델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커뮤니티 스쿨의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이 다른 학습의 사회적 결정 요인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새롭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책과 실천이 함께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시민 교육 | 우리가 앞서 살펴본 민주주의의 위협에 직면한 일부 주와 학군은 특정 도서를 금지하는 대신 시민 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22 2022년, 미 의회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교육 보장법Civics Secures Democracy Act’을 통해 시민 교육을 위한 연방 기금을 증액했지만, 여전히 다른 주요 정책 분야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23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민주시민 교육을 역사와 사회 과목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교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주의 민주주의 학교Democracy Schools 네트워크에서는 교육자들이 교과의 경계를 넘어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과 시민의 권리 및 책임, 기술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르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이 시민으로서의 주체성과 자기효능감을 기를 수 있으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삶과 관계 있는 문제를 탐구할 수 있는 교육과정, 시민적 역량을 길러줄 전문성을 갖춘 교사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포용적 교육과정 |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에서 인종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 출판사, 교육구, 주정부는 오늘날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반영한 교육과정과 교육 자료의 도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형평성이 강조되는 것에 대한 반발Backlash로 일부 출판사가 인종과 성별에 대한 언급을 교재에서 삭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포용적인 교육 자료가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고, 우리 역시 교육과정을 이러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기효능감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생의 목소리 | 학생의 목소리는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의 목소리를 키우는 활동은 학교 참여도와 학업 성취도 향상에 도움이 되며, 고등학교 시절 이러한 경험을 한 학생은 성인이 되어 투표, 자원봉사, 시위 참여, 공직 출마 등 다양한 시민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24 최근 교육계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며, 학생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활동을 내놓고 있다. 학교 생활에 대한 학생 설문조사부터 지역사회 문제 학습 및 해결 방안 모색 활동, 청소년 단체 활동 및 사회운동 참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가 학생의 발언권을 키우는 것은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더욱 주체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밑거름이 된다.
다양한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의 민주적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일은 전국적으로 개념을 정립하고, 실천을 확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미국의 분권화된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주정부와 교육구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미국 여러 주에서의 현장 경험과 관찰을 통해 각 주가 미래 세대를 민주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방식과 그 출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일리노이주는 탄탄한 민주주의 학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었고, 캘리포니아주는 커뮤니티 스쿨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또한, 앨라배마주와 매사추세츠주는 최근 실시된 주별 시민 교육 기준 평가에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주처럼 어떤 주는 시민 교육에 대한 지원 정책을 잘 갖추고 있지만 이제 막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주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주정부 관계자, 교육감, 교장, 교사들이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학습과 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 단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전체 공립학교 시스템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공립학교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역 기관에 더 높은 신뢰를 보이는 경향을 반영한다. 물론 미국 사회의 양극화는 일부 지역사회에서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미국인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가까운 지역사회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자선가와 정부, 지역 주민들은 학부모와 지역 구성원들이 입장 차이를 넘어서 자녀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도와줄 도구들은 이미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졸업생의 초상화portrait of a graduate’ 과정은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비판적 사고 능력처럼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기대하는 핵심 역량과 자질을 함께 정의하는 참여형 프로세스이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초기 연구 결과는 이러한 숙의 중심의 접근 방식은 지역사회 내 격렬한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성을 기르는 학교
미국 공립학교의 목적을 재정립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공교육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시민 교육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육 활동이 그들의 시민적 성장에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라면 ‘학생들이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의견 차이를 표현하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지’ 고민해 볼 수 있고, 사회정서 학습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소속감과 자기 효능감이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교육 현장이 아니더라도 선거권이나 민주주의 관련해서 활동하는 이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면서 투표권 확대와 같은 민주적 개혁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처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학교가 논쟁적 주제에 대해 순화하거나 검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연령에 맞는 방식으로 복잡한 개념과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룬다면 학생들의 학습 참여를 높이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며, 미래의 유권자로서 마주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교육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분열을 심화시키기보다 공립학교가 지닌 진정한 이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건국되던 시기, 교육의 핵심 목적은 시민을 양성하고, 분열된 민주주의 속에서 파벌 정치의 위험을 완화하는 데 있었다. 공립학교의 시민적 역할은 역사적으로 강화되기도, 약화되기도 하며 부침을 겪어왔다. 오늘날과 같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그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과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공립학교는 우리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응하는 장기적 해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가능성으로 가득한 미래를 바라보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회복과 발전에 필요한 인간적 자질을 구상해야 한다. 주체성, 공감, 호기심, 협력, 비판적 사고, 창의적 표현과 같은 자질은 번영하는 삶과 사회를 위해 중요하며, 건강한 인간관계와 사회를 이루는 데 본질적이다. 청소년들이 이런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모든 학생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학습 경험, 즉 다양하게 주제를 다루고, 몰입감 있게 배우며, 삶과 연결된 경험을 만드는 데 핵심적이며, 민주주의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참고
1. Thomas Samuel Kuhn,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2. Gordon Fletcher, The Keynesian Revolution and Its Critics: Issues of Theory and Policy for the Monetary Production Economy, London: Palgrave Macmillan UK, 1989.
3. Thomas E. Ricks, First Principles: What America’s Founders Learned from the Greeks and Romans and How That Shaped Our Country, New York: Harper Collins Publishers, 2021.
4. Patricia Graham, Schooling America: How the Public Schools Meet the Nation’s Changing Ne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5. Ibid.
6. Gary Gerstle,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2.
7. Charles Ablemann et al., “When Accountability Knocks, Will Anyone Answer?” in Richard F. Elmore, ed., School Reform from the Inside Out, Cambridge, Massachusetts: Harvard Education Press, 2004.
8. Matthew A. Kraft and Melissa Arnold Lyon, “The Rise and Fall of the Teaching Profession: Prestige, Interest, Preparation, and Satisfaction over the Last Half Century,” EdWorkingPapers, 2024.
9. Linda Darling Hammond, “Transforming the System,” address to the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 2024.
10. NAEP Long-Term Trend Assessment Results: Reading and Mathematics, US Department of Education, 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2023.
11. John O’Conner, “Tea Party Leader Says Common Core Can Revitalize Movement,” State Impact, May 31, 2013.
12. Robert Putnam, The Upswing,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 See also Alexis de Tocqueville, Democracy in America, 2nd ed., vol. 2, Sever & Francis, 1863.
13. Critical Race Theory (CRT) is an academic field focused on the relationships between social conceptions of race and ethnicity, social and political laws, and media. It came into prominence during the civil rights era, as 1960s civil rights laws were being eroded and schools were being resegregated. See Gloria Ladson-Billings, Critical Race Theory in Education: A Scholar’s Journey, New York: Teachers College Press, 2021.
14. Stephanie Coons, “Civics Test Policy Fails to Increase Youth Voter Turnout, Researchers Find,” Penn State University. October 6, 2023.
15. Joel Breakstone et al., “Students’ Civic Online Reasoning: A National Portrait,” Educational Researcher, vol. 50, issue 8, 2021.
16. For more discussion of different modes of capitalism and why it is likely to persist as an abiding frame, see Martin Wolf, The Crisis of Democratic Capitalism, New York: Penguin Random House, 2023.
17. Capitalism requires only private control of trade and industry; regulation, taxation, redistribution, shareholder profits, and more are all add-ons to the basic construct that the United States and other nations have adjusted over time.
18. This echoes the “difference without domination” principle explored in Danielle Allen and Rohini Somanathan, Difference without Domination: Pursuing Justice in Diverse Democracie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20.
19. David Leonhardt, Ours Was the Shining Future, New York: Random House, 2023.
20. Ibid.
21. For more detail, see Michael Feuer, Can Schools Save Democracy? Baltimore, Maryland: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23.
22. Linda Darling-Hammond and Kent McGuire, “Policy for Civic Reasoning,”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vol. 705, no. 1, 2023.
23. The US Department of Education spends about 15 cents per student on civic learning per year, compared with $54 per student on annual STEM programs. This is not to denigrate STEM but to underline that both disciplines matter to a functioning society.
24. Kelly Siegel-Stechler et al., “Youth Who Develop their Voice in High School Are More Likely to Vote,” CIRCLE, March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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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T MCGUIRE
켄트 맥과이어는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이다.
MATT WILKA
매트 윌카는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의 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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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교육
공립학교,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
2025-1
KENT MCGUIRE · MATT WILKA
Summary. 신자유주의는 수십 년간 미국 공교육의 방향을 주도하며, 개인의 선택과 학업 성취 기준, 경쟁이라는 가치를 옹호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시민적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 우리는 공교육이 청소년들의 시민적 역량을 길러 민주주의의 회복과 건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안한다.
공립학교는 변화해야 한다. 이 주장은 미국 교육에 관한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주장에 이어 학업 기준 강화, 시험 제도 개선, 교사 임금 인상 같은 저마다의 해결책이 등장하곤 한다. 이러한 교육개혁 조치들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스템 변화에 있어서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간과될 수 있다. 즉, 우리가 교육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학교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개선해야 할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필자들은 연구자, 교사, 학부모, 비영리단체 리더, 재단 임원, 정부관료로서 차터스쿨Charter school과 지역 교육구 공립학교, K-12 및 고등교육 기관 등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우리는 교육 분야에서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적 변화를 패러다임paradigms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안에 중요한 변화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철학자 토마스 쿤Thomas Kuhn이 대중화한 ‘패러다임’ 개념은 사회의 특정 영역에서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해결책을 추구하는지를 결정짓는 암묵적 규칙과 전제를 의미한다.1 패러다임은 흔히 경제적인 시대를 구분할 때 사용되지만, 교육의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케인스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교육을 포함한 공공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2 반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정부에 대한 회의론과 더불어 자유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선택과 학업 성취 기준, 경쟁에 초점을 맞춘 학교 개혁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패러다임은 수십 년간 지속되며, 기존 패러다임이 세계적인 주요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때 전환된다. 예를 들어, 대공황을 거치며 자유방임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케인스주의 패러다임은 1960~70년대의 사회 불안과 스태그플레이션 속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는 혼란스럽고, 대립하는 세계관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는 현재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여러 압박 속에서 균열을 보이고,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현재를 하나의 전환기로 인식하면 공립학교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치, 모델을 발전시킬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공립학교의 목적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리고 각 변화의 시기마다 학교 개선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 방식이 등장했다. 우리는 오늘날 교육이 직면한 많은 문제가 개별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교육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목적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많은 개혁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은 최근 신자유주의의 시장 중심 논리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사회에 걸맞은 시민적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의 목적을 재정립하려는 시도이다. 우리는 왜 여전히 공립학교가 민주 시민 양성을 위한 핵심 기반인지, 청소년이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미국 내 다양한 지역과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가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의제의 기초를 형성하고, 더 많은 조직과 개인이 유사한 실천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치경제와 공교육의 상관관계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 패러다임과 교육 패러다임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당대의 지배적인 사회적 조건과 규범이 공립학교의 사명을 형성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실험을 지속하기 위해 교육받은 시민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직업 훈련과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덕성 함양을 중요하게 여겼다.3 이러한 교육의 혜택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당시 미국 헌법이 온전한 시민으로 간주한 젊고 부유한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1800년대 초반에는 당시 자유방임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반영하듯, 공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거주하는 주에 따라 크게 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매사추세츠주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매사추세츠에서는 공교육 옹호론자인 호러스 맨Horace Mann이 학년별로 체계화된 교과 교육과 건전한 인격 형성,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 개발을 아우르는 세속적 공립학교 체제를 발전시켰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경제 재건 시대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도,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여전히 성별, 인종, 계층, 신체 및 인지적 능력에 따라 분리된 채 운영되었다. 이 시기에는 산업화에 준비된 노동력을 양성하기 위해 직업 훈련 중심의 교육이 뚜렷하게 강조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정책에 대한 민간 산업의 영향력이 커진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민자 학생들을 미국식 삶의 방식에 동화시키려는 민족주의적 열망과도 맞물려 있었다.4 이후 1900년대 초, 진보주의 시대에는 기업의 노동 착취에 대한 반발이 일었고, 이러한 흐름이 공립학교 체계의 설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초등교육 중심이던 공교육의 범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존 듀이John Dewey와 같은 당시 사상가들은 학교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이자 사회 개혁을 이끄는 동력으로 보았고, 이를 개념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교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개념은 20세기 중반 케인스주의 패러다임 아래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1944년 제대군인 원호법GI Bill(번역자주: 제대군인들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과 1960년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Great Society program(번역자주: 미국의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1960년대에 추구한 빈곤 추방정책 및 경제 번영정책) 같은 연방정부의 투자로 교육의 기회는 확대되었다. 특히 제대군인, 빈곤층 학생, 영어 학습자,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기회가 더욱 넓어졌다.5 이처럼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사법 조치와도 맞물려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4년 연방대법원의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 판결이다. 이 판결은 적어도 법적으로 공립학교에서의 인종 분리를 폐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국적인 학교 통합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전환점이 된 이 판결은 유색인 아동들에게 보다 공정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면, 고등학교 졸업률과 고등교육 접근성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사회적 이동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했다. 이러한 20세기 중반의 교육 개혁들은 서로 차이를 보였지만, 모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핵심 원칙은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더불어 학교는 모든 학생이 경제 및 시민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믿음도 개혁의 공통된 기반이었다.
그러나 브라운 판결이 나온 지 1년 만에 그 판결이 담고 있던 가치와 경쟁하는 새로운 가치의 씨앗이 뿌려졌다. 1955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교육에서의 정부 역할The Role of Government in Education’이라는 글을 발표하며, 모두에게 개방된 공립학교 체제를 바우처 제도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도 아래서 학부모는 자녀를 민간이 운영하는 다양한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되고, 정부의 역할은 바우처 자금 지원과 교육의 최소 수준을 관리하는 일로 제한된다. 예상대로 인종 분리주의자들은 곧 이 제도를 이용해 브라운 판결이 요구한 학교에서의 인종 통합을 회피하고, 공적 자금을 백인만을 위한 사립 학교에 전용했다.
프리드먼의 글은 현대 학교 선택 운동modern school-choice movement의 토대가 되었지만, 그의 사상은 1960-70년대 정책 입안의 비주류에 있었다. 당시의 학교 개혁가들은 아동 빈곤 감소나 학교 재정 지원 확대 등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에 주목하고 있었지만, 케인스주의적 합의는 밑바닥부터 조용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경제적 충격, 인플레이션, 사회적 혼란이 겹치며 국가 운영은 방향을 잃었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정부가 문제의 원인이며 자유 시장이 해답’이라는 프리드먼의 핵심 사상이 사람들에게 즉각적이면서도 손쉬운 해답으로 받아들여졌다.
1980년대 들어서며,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 학자들이 주장한 자유시장주의적 원칙은 레이건 행정부의 친기업적이고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정책 기조와 결합해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이뤘고, 이 패러다임은 2016년 대선까지 미국 사회의 주류 담론으로서 그 지위를 유지했다.6 1983년, 미국 교육계에서 발표된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 보고서는 미국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rising tide of mediocrity’를 지적하며,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고등학교 졸업률과 대학 진학률을 높이지 않을 경우, 미국 사회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 정책의 초점은 교육 접근성에서 학생 성취도 향상으로 옮겨갔고, 이를 추동한 다양한 개혁 전략이 함께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교육의 가치는 점차 약화되었으며, 경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에 더 많은 자원과 관심이 집중되는 흐름이 본격화되었다.
시험 평가 체제에서 비롯된 혼란
신자유주의가 공교육에 미친 영향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 시대에 정점에 달했다. 2001년에 제정된 이 법은 1965년 통과된 초중등교육법Elementary and Secondary Education Act을 재승인한 것으로, 공립학교 수업 및 교재에 대한 재정 지원을 유지하면서, 학교 선택권 확대와 국가 교육 기준 수립, 성과 측정 시험 등에 대한 연방 지원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개혁은 시장 논리와 기업 경영 이론의 원칙들을 따르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첫째, 개혁가들은 학교 개선을 성과 관리의 문제로 인식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서 정부의 역할은 학생의 명확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공통된 방식(예: 총괄 평가 시험)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은 징벌적 조치(학교 폐쇄, 교사 해고)와 장려책(성과급)을 혼합해 압력을 가함으로써 실적이 저조한 학교와 교사를 걸러내고 공립학교 시스템을 개선하려 했다.
둘째, 성과 관리의 논리에 따라 개혁가들은 학생이나 개별 학교를 이들이 속한 정책 및 제도적 구조보다 더 근본적인 분석 단위로 간주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도록 요구했으며, 교사와 학교의 성과를 학생들의 시험 점수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국은 구조적 차별을 해결하고 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특히 빈곤율이 높거나 유색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의 학생들이 처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러한 환경에 놓인 학생과 교사, 학교는 실패한 사례로 낙인이 찍히고, 처벌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셋째, 개혁가들은 학교 선택권과 경쟁이 학교 개선을 위한 강력한 촉매제라고 보았다. 정부는 학교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거나 제반 환경과 구조에 주목하기보다 누구나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시험 성적 등 학부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를 통해 학교 간 교육 수준 차이를 학교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려 했다. 소비자인 학부모가 성적이 높은 학교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다시 학교 간 경쟁이 이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개혁가들은 생각했다. 이런 경쟁 체제 속에서 지역과 교육구 내 모든 학교는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우수한 학교는 규모를 확장하는 반면, 성과가 저조한 학교는 문을 닫게 되는 구조였다.
우리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개혁에 일찍이 참여했다. 이 글의 필자인 매트는 시험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차터스쿨에서 일했고, 켄트는 민간 자선단체와 연방정부에서 기준 중심의 교육 개혁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 당시 대부분의 개혁가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활동했다. 교육자 중 선택권이나 경쟁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고민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학교를 개선하는 일에 집중하는 동안 교육이 민주적 기능으로부터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NCLB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 노력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모든 개혁 시도가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시도가 개선을 이룬 면도 있다. 주정부는 학습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고, 연구자들은 우수한 교사의 중요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NCLB는 인종 간 학업 성취도의 격차를 가시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입장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개혁 당시 가장 많이 활용된 데이터는 학생, 교사, 학교의 성과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과 측정 시험으로부터 나왔다. 그 결과 교육과정은 주제 범위가 축소되고, 기초 과목 중심으로 편중되었으며, 정작 교사들이 수업 방식을 개선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7 우수한 교사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난 수십 년간 교육자의 만족도와 교직의 위상이 모두 하락했다.8 또한 인종 및 경제적 격차 해소에 기여한 ‘위대한 사회’ 시대의 구조적 처방들, 가령 교육 재정 확대나 학교 통합과 같은 정책들은 신자유주의 개혁 과정에서 대부분 무시되었다.9 이는 학생 인구가 급속히 다양화되는 현실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 결과, 격차 해소에 대한 진전은 그만큼 정체되었고,10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 역시 지난 15년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교육계는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개혁의 일부 요소를 철회하면서도 다른 요소들에는 여전히 강하게 집착하고 있다. 교육 담론의 중심은 이제 교육 형평성, 사회정서 학습, 진로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아젠다들은 한때 중요하게 다뤄졌던 학업 성취 기준과 책무성 논의를 대체하고 있다. 한때 신자유주의 정책의 확고한 후원자였던 교육 분야의 자선재단들 역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확산을 촉진하는 동시에 자금 제공자의 영향력을 다양한 전략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2015년 제정된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이 NCLB가 강조해온 성과 책임 중심의 접근을 완화했다. 공화당은 국가 교육 기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당은 차터스쿨에 대해 지지를 축소하면서 양당 모두 기존의 합의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자유주의는 정치경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쇠퇴했다. 사실 NCLB 체제의 큰 균열이 처음 발생한 건 교육 분야에서가 아니었다. 2010년대 초반,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번역자주: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보수 성향의 대중 정치 운동으로 작은 정부, 세금 감축, 재정 보수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며, 연방정부의 교육 개입에도 반대함)이 공통 핵심 기준Common Core State Standard(번역자주: 미국 학생들이 학년별로 갖춰야 할 영어와 수학 역량을 규정한 국가 차원의 학업 기준으로 교육의 일관성과 대학 및 직업 준비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연방정부 개입 논란으로 일부 주에서는 반발이 일었고, 철회되기도 했음)에 강력히 반대하면서부터였다.11 좌파 진영에서는 경제적 포퓰리즘economic populism이 부상했는데, 이러한 흐름은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2016년과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무역, 노동, 산업 정책에서는 이념을 초월한 기묘한 정치적 연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균열이 생겼지만, 완전히 붕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환 과정은 오히려 미국 민주주의에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경제적 불안, 인구 구성의 변화, 뉴미디어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반정부 정서를 이상화된 과거로의 회귀라는 서사로 포장해 지지를 얻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더욱 가속화되었고, 과학 부정론부터 의료 선택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들이 보수주의의 주류 담론으로 흡수되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이념은 바로 ‘개인의 권리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믿음이다. 물론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말했듯, 개인주의는 가장 미국적인 가치 중 하나이지만, 개인주의는 공동선을 향한 책임과 결합할 때만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중요한 교훈은 잊혀져가고 있다.12
2020년, 교육계에서는 학교 폐쇄,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에 반대하며 시작된 ‘학부모 권리’ 주장이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에 대한 격렬한 논쟁으로 번졌다.13 이후, 학부모의 개별적 권리는 특정 도서 금지, LGBTQ+ 학생에 대한 차별 그리고 인종차별이나 미국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 같은 ‘논쟁적인’ 주제를 교육과정에서 제외시키거나 왜곡하는 명분으로 이용되었다. 일부 주의 주지사 선거나 교육감 선거에서는 배제와 편협함을 훈장처럼 내세우는 후보들이 승리하고 있으며, 교육위원회 같은 하위 공직 선거의 경우 반평등 의제를 추진하려는 전국 조직의 개입과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는 특정 보수 성향의 주red states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교사의 3분의 2는 징계나 사회적 괴롭힘이 두려워 교실 안에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을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려 기관을 해체시키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민족주의 우파 포퓰리즘에서는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학교 선택제 개념을 이용해 학부모들이 공교육 시스템을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공립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여러 주 의회에서 바우처 법안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민족주의 포퓰리스트와 신자유주의자 사이의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학교 선택제와 같은 정치적 쟁점에 있어 연대하는 현상은 하나의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다음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불안정한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요약하자면 신자유주의 주도의 교육 개혁 시대는 첫째, 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춰 재정의했다. 둘째,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고, 공립학교를 고립시키며 실패한 기관으로 낙인찍는 장기적 조건들을 만들었다. 이제 과거 수십 년간 시행된 학교 개혁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인종 민주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이루려면, 공립학교의 역할과 목적을 보다 대담하고 포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을 다시 세워야 할 때
신자유주의 이후의 패러다임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우리는 지금이 공교육의 목적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전환기라고 본다. 이 비전은 더욱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즉, 개인의 목표를 넘어 공동의 목적을 중심으로 결속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과 더불어 협력을 동등하게 중시하고, 성장과 함께 인간의 번영을 추구하는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양극화가 아닌 다원주의를 장려하는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출발점과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물론 이 비전이 신자유주의나 그 이전의 자본주의 모델에서 얻은 교훈을 배제해선 안 된다. 혁신, 경제적 역동성, 공정한 시장 경쟁 등은 우리가 여전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교육의 목적은 이러한 민주적 이상을 토대로 삼되, 점점 더 거대해지는 현대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민주적 목적의 재정립을 위해 두 가지 핵심 목표를 제안한다.
다양하고 변화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며, 윤리적 문제를 성찰하고,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시민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학교가 시민이 갖춰야 할 지식과 기술, 소양을 등한시해 온 흐름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말한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로서 교육의 본래 역할을 회복시켜야 한다.
학교의 공적 목적을 전 사회적인 차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 청소년들의 민주적 소양과 시민 역량을 키우는 것은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러한 민주주의적 목적이 교육 정책 결정자들과 시민 일반 사이에서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교육을 개인의 경제적 성취 수단으로만 강조해왔다보니 교육이 공동체적 목적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마치 잊혀진 언어를 되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립학교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 질문은 비록 광범위하지만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교와 졸업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공립학교의 민주적 목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수십 년 뒤에도 공립학교가 (컴퓨터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지식과 절차 전달에만 머문다면, 공교육은 점차 시대에 뒤처진 제도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미래의 경제와 민주주의로부터 요구받게 될 지식, 역량, 가치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학교가 진화한다면, 공립학교는 그 존재의 정당성을 견고히 유지할 것이다.
미래의 학교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구체화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더불어 현장의 교육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배워나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민주적 교육 경험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다섯 가지 핵심 원칙을 제안한다.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 교육은 민주적 지식과 역량, 태도를 길러야 한다 | 효과적인 민주 시민 교육은 여러 요소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는 시민의 권리와 책임, 삼권분립의 구조, 지역 정부에 녹지 공간 확대를 청원하는 절차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시민 학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지만, 이것만으로는 투표와 같이 시민적 책임을 다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다.14 민주적 역량은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이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하는 것처럼 젊은 세대가 사회 및 타인과 생산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포함하며, 지식의 한계를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적 소양은 시민적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으로,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상호 존엄성을 인정하며, 정치적 우정을 쌓는 것을 포함한다.
시민 교육을 교실에서 구현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실천적 가이드로는 ‘미국 민주주의 교육 로드맵Roadmap to Educating for American Democracy’과 같은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민주적 학습 모델로 확장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프레임워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협업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의미하는 4C 프레임워크는 애너하임 유니온Anaheim Union과 같은 교육구에서 민주시민 교육 요소를 더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상황에 지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심층 학습Deeper Learning 접근법은 원래 진로 개발을 위해 개발되었으나 시민적 기술과 소양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아메리카 어치브스America Achieves에서 개발한 새로운 교육 모델인 지속가능한 스킬Durable Skills은 고용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는 핵심 역량과 학생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기술 간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들은 효과적인 민주주의 교육이 젊은 세대가 미래의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교육은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지원해야 한다 | 사실에 대한 공통된 이해는 교육의 출발점이자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공통된 이해 기반은 허위 정보와 인공지능으로 조작된 미디어, 자신과 유사한 생각이나 신념만을 접하게 되는 정보 환경에서 취약해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과 성인은 허위 정보를 구분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를 필수 역량으로 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15 학교는 모든 연령대의 학생이 어떤 정보가 사실로 인정되는지, 유효한 전문 지식이란 무엇이고, 사실이 어떻게 여러 분야에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교육함으로써, 이러한 노력을 강화하고 확장할 수 있다.
교육은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 기후변화, 불평등, 양극화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의도치 않은 결과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이지만,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구조 안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재앙적인 수준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래의 패러다임은 자본주의 모델의 한 형태를 포함할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16 미국식 자본주의는 헝가리나 중국처럼 권위주의적 통제 방식을 시장의 자유와 결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북유럽 국가들처럼 강한 사회 안전망과 시장경제를 결합한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택할 수도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보면 자본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만을 자본주의의 유일한 형태로 오해하며, 그 밖의 접근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사회주의로 쉽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17 이러한 경향은 일부분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되지만, 신자유주의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본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가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가능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공교육은 이러한 인식을 다루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정한 신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가 상상했던 범주를 넘어서는 보다 창의적인 사회적 선택지들을 스스로 탐구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말이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배움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부정적인 여파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이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은 다른 교육 원칙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의 역량을 강화해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효과적인 토론을 이끌도록 하고, 의사결정에 있어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도록 하며, 학생들이 가능한 한 어릴 때부터 권력, 부, 도덕, 선택, 자유에 대한 폭넓은 사고를 경험하도록 돕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 등을 통해 가능하다.
교육은 공동의 시민적 가치를 함양해야 한다 | 학교에서 가치를 가르치는 것은 정치적 이념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또한 자칫 종교적 색채를 띠거나 반대로 어떠한 가치도 언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적 가치를 길러내는 일은 공교육 역사에서 가장 일관되게 강조되어 온 핵심 요소 중 하나이며, 오늘날에도 다시금 되새겨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은 자유, 평등, 정의, 다원주의, 차이에 대한 상호 존중과 같은 풍부한 가치를 담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환경에서 이러한 민주적 가치의 의미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전달하는 일은 교육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건설적인 논쟁과 갈등 해결 방식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청소년은 자신만의 가치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뿐 아니라, 자신과 다른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워야 한다. 학교는 여전히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드문 공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를 공공의 가치로 보존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관용을 증진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핵심적일 것이다.18
교육과정의 중심에 다시 민주적 가치를 두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변화뿐 아니라 문화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자들이 이같은 교육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인종 분리 문제와 같이 관용이나 소속감과 같은 시민적 가치를 저해하는 구조적 장벽을 해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인종 통합 교육이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 판결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이 진행된 수십 년간 학교 내 인종 분리는 계속해서 심화되었다. 그러나 대법관 서굿 마셜Thurgood Marshall이 1974년 밀리켄 대 브래들리Milliken v. Bradley 사건의 반대 의견에서 언급했듯, “우리 아이들이 함께 배우지 않는 한,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없다.”
교육은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우리는 경제적 삶과 시민으로서의 삶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교육자들은 AI가 초래할 단기적 과제와 가능성, 가령 부정행위 방지나 적응형 학습 소프트웨어의 활용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직업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우리는 젊은 세대가 인공지능과 함께 혹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일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 새롭게 파악하고, 이를 길러줄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협업, 의견 차이에 대한 조정, 사실성에 대한 평가 같은 직무 역량은 앞서 언급한 민주주의적 기술이나 노동 역량 프레임워크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질문은 오늘날 권위를 가진 직업들, 특히 지식 노동이나 정보 처리에 기반한 직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때, 교육의 목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이다. 만약 자율적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만큼 발전하거나 보편적 기본소득이 노동 임금을 대체하게 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 중심의 사회로 급격히 전환되는 시점에 우리는 지금부터 인간의 번영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교육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 비록 이 논의가 아직 개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두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첫째, 교육은 배려에서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자질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젊은 세대가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역량이다.
변화를 향한 첫걸음
학교가 가진 목적성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역시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학계와 자선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인재를 양성하고, 기관을 설립하며,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였다. 1970년대의 사회적 혼란은 그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19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분석하며 비판해 왔지만, 초기 신자유주의자들이 보여준 인내심과 체계적인 협력만큼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공교육의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는 우리의 과제에도 이와 같은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의 민주적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려면 견고한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변화하는 가운데 공립학교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새롭게 상상하거나 기존 개념을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아티클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지만, 공교육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더 많은 교육 프레임이 학계와 싱크탱크 그리고 공교육과 민주주의, 기술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활동하는 현장 교육자들에게서 활발히 제시되어야 한다. 설령 그것들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지니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가장 먼저 수용할 집단은 여론을 주도하는 인사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교사, 학부모, 시민 등 보다 폭넓은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립과 연계되면서도 실천적이고, 사회운동적인 성격을 띤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저절로 확산되지 않는다. 학계가 워낙 분절적이다 보니 어느 한 기관이 중심이 되어 의미 있는 지적 흐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한계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관에 대한 지원은 물론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새로운 싱크탱크 등을 설립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할 당시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수행한 역할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20
이론 연구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다양한 환경에서 시민 정체성과 소속감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시민적 역량이 직업적 역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는 인공지능 윤리 분야를 중등 교육과정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육대학원은 특정 교육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 결과를 교사 양성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다.21 교사를 효과적으로 지원한 사례로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Educating for American Democracy, EAD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300명 이상의 학자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민주적 지식과 기술 그리고 시민적 태도를 학생들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교육 기준을 마련했다. 또한 이 기준을 반영한 흥미로운 참여 유도형 수업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아우르는 역사 및 시민 교육과정이 설계되었고, 초등교육에서 창의적으로 역사와 시민 교육을 다루는 여러 시범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개념적 토대가 만들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도 반드시 중요한 혁신과 실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AD는 이론과 실천을 효과적으로 연결한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실천적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직접적으로 강화하거나 학교가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것 등이 있다. 사례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커뮤니티 학교 | 커뮤니티 학교는 전통적인 교육을 사회 및 건강 지원, 가족 서비스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와 통합한 학교 모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건 및 정신 건강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모델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커뮤니티 스쿨의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이 다른 학습의 사회적 결정 요인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새롭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책과 실천이 함께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시민 교육 | 우리가 앞서 살펴본 민주주의의 위협에 직면한 일부 주와 학군은 특정 도서를 금지하는 대신 시민 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22 2022년, 미 의회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교육 보장법Civics Secures Democracy Act’을 통해 시민 교육을 위한 연방 기금을 증액했지만, 여전히 다른 주요 정책 분야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23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민주시민 교육을 역사와 사회 과목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교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주의 민주주의 학교Democracy Schools 네트워크에서는 교육자들이 교과의 경계를 넘어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과 시민의 권리 및 책임, 기술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르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이 시민으로서의 주체성과 자기효능감을 기를 수 있으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삶과 관계 있는 문제를 탐구할 수 있는 교육과정, 시민적 역량을 길러줄 전문성을 갖춘 교사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포용적 교육과정 |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에서 인종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 출판사, 교육구, 주정부는 오늘날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반영한 교육과정과 교육 자료의 도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형평성이 강조되는 것에 대한 반발Backlash로 일부 출판사가 인종과 성별에 대한 언급을 교재에서 삭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포용적인 교육 자료가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고, 우리 역시 교육과정을 이러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기효능감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생의 목소리 | 학생의 목소리는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의 목소리를 키우는 활동은 학교 참여도와 학업 성취도 향상에 도움이 되며, 고등학교 시절 이러한 경험을 한 학생은 성인이 되어 투표, 자원봉사, 시위 참여, 공직 출마 등 다양한 시민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24 최근 교육계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며, 학생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활동을 내놓고 있다. 학교 생활에 대한 학생 설문조사부터 지역사회 문제 학습 및 해결 방안 모색 활동, 청소년 단체 활동 및 사회운동 참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가 학생의 발언권을 키우는 것은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더욱 주체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밑거름이 된다.
다양한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의 민주적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일은 전국적으로 개념을 정립하고, 실천을 확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미국의 분권화된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주정부와 교육구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미국 여러 주에서의 현장 경험과 관찰을 통해 각 주가 미래 세대를 민주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방식과 그 출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일리노이주는 탄탄한 민주주의 학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었고, 캘리포니아주는 커뮤니티 스쿨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또한, 앨라배마주와 매사추세츠주는 최근 실시된 주별 시민 교육 기준 평가에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주처럼 어떤 주는 시민 교육에 대한 지원 정책을 잘 갖추고 있지만 이제 막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주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주정부 관계자, 교육감, 교장, 교사들이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학습과 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 단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전체 공립학교 시스템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공립학교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역 기관에 더 높은 신뢰를 보이는 경향을 반영한다. 물론 미국 사회의 양극화는 일부 지역사회에서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미국인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가까운 지역사회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자선가와 정부, 지역 주민들은 학부모와 지역 구성원들이 입장 차이를 넘어서 자녀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도와줄 도구들은 이미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졸업생의 초상화portrait of a graduate’ 과정은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비판적 사고 능력처럼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기대하는 핵심 역량과 자질을 함께 정의하는 참여형 프로세스이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초기 연구 결과는 이러한 숙의 중심의 접근 방식은 지역사회 내 격렬한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성을 기르는 학교
미국 공립학교의 목적을 재정립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공교육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시민 교육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육 활동이 그들의 시민적 성장에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라면 ‘학생들이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의견 차이를 표현하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지’ 고민해 볼 수 있고, 사회정서 학습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소속감과 자기 효능감이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교육 현장이 아니더라도 선거권이나 민주주의 관련해서 활동하는 이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면서 투표권 확대와 같은 민주적 개혁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처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학교가 논쟁적 주제에 대해 순화하거나 검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연령에 맞는 방식으로 복잡한 개념과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룬다면 학생들의 학습 참여를 높이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며, 미래의 유권자로서 마주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교육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분열을 심화시키기보다 공립학교가 지닌 진정한 이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건국되던 시기, 교육의 핵심 목적은 시민을 양성하고, 분열된 민주주의 속에서 파벌 정치의 위험을 완화하는 데 있었다. 공립학교의 시민적 역할은 역사적으로 강화되기도, 약화되기도 하며 부침을 겪어왔다. 오늘날과 같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그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과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공립학교는 우리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응하는 장기적 해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가능성으로 가득한 미래를 바라보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회복과 발전에 필요한 인간적 자질을 구상해야 한다. 주체성, 공감, 호기심, 협력, 비판적 사고, 창의적 표현과 같은 자질은 번영하는 삶과 사회를 위해 중요하며, 건강한 인간관계와 사회를 이루는 데 본질적이다. 청소년들이 이런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모든 학생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학습 경험, 즉 다양하게 주제를 다루고, 몰입감 있게 배우며, 삶과 연결된 경험을 만드는 데 핵심적이며, 민주주의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참고
1. Thomas Samuel Kuhn,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2. Gordon Fletcher, The Keynesian Revolution and Its Critics: Issues of Theory and Policy for the Monetary Production Economy, London: Palgrave Macmillan UK, 1989.
3. Thomas E. Ricks, First Principles: What America’s Founders Learned from the Greeks and Romans and How That Shaped Our Country, New York: Harper Collins Publishers, 2021.
4. Patricia Graham, Schooling America: How the Public Schools Meet the Nation’s Changing Ne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5. Ibid.
6. Gary Gerstle,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2.
7. Charles Ablemann et al., “When Accountability Knocks, Will Anyone Answer?” in Richard F. Elmore, ed., School Reform from the Inside Out, Cambridge, Massachusetts: Harvard Education Press, 2004.
8. Matthew A. Kraft and Melissa Arnold Lyon, “The Rise and Fall of the Teaching Profession: Prestige, Interest, Preparation, and Satisfaction over the Last Half Century,” EdWorkingPapers, 2024.
9. Linda Darling Hammond, “Transforming the System,” address to the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 2024.
10. NAEP Long-Term Trend Assessment Results: Reading and Mathematics, US Department of Education, 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2023.
11. John O’Conner, “Tea Party Leader Says Common Core Can Revitalize Movement,” State Impact, May 31, 2013.
12. Robert Putnam, The Upswing,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 See also Alexis de Tocqueville, Democracy in America, 2nd ed., vol. 2, Sever & Francis, 1863.
13. Critical Race Theory (CRT) is an academic field focused on the relationships between social conceptions of race and ethnicity, social and political laws, and media. It came into prominence during the civil rights era, as 1960s civil rights laws were being eroded and schools were being resegregated. See Gloria Ladson-Billings, Critical Race Theory in Education: A Scholar’s Journey, New York: Teachers College Press, 2021.
14. Stephanie Coons, “Civics Test Policy Fails to Increase Youth Voter Turnout, Researchers Find,” Penn State University. October 6, 2023.
15. Joel Breakstone et al., “Students’ Civic Online Reasoning: A National Portrait,” Educational Researcher, vol. 50, issue 8, 2021.
16. For more discussion of different modes of capitalism and why it is likely to persist as an abiding frame, see Martin Wolf, The Crisis of Democratic Capitalism, New York: Penguin Random House, 2023.
17. Capitalism requires only private control of trade and industry; regulation, taxation, redistribution, shareholder profits, and more are all add-ons to the basic construct that the United States and other nations have adjusted over time.
18. This echoes the “difference without domination” principle explored in Danielle Allen and Rohini Somanathan, Difference without Domination: Pursuing Justice in Diverse Democracie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20.
19. David Leonhardt, Ours Was the Shining Future, New York: Random House, 2023.
20. Ibid.
21. For more detail, see Michael Feuer, Can Schools Save Democracy? Baltimore, Maryland: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23.
22. Linda Darling-Hammond and Kent McGuire, “Policy for Civic Reasoning,”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vol. 705, no. 1, 2023.
23. The US Department of Education spends about 15 cents per student on civic learning per year, compared with $54 per student on annual STEM programs. This is not to denigrate STEM but to underline that both disciplines matter to a functioning society.
24. Kelly Siegel-Stechler et al., “Youth Who Develop their Voice in High School Are More Likely to Vote,” CIRCLE, March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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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T MCGUIRE
켄트 맥과이어는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이다.
MATT WILKA
매트 윌카는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의 자문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