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중국] 장애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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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애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글로벌 시리즈: 평등을 향한 도전



FAN LI · SALLY REN



Summary. 중국의 신생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은 연합조직을 결성해 새로운 방식으로 장애 포용성을 높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는 삶의 일부이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 13억 명가량이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2018년 국제연합 장애와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용, 보건, 교육을 포함한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상황은 지난 4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 기후 재난, 경제 위기로 인해 증폭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전 세계가 겪는 이 문제에서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 중 6.5% 즉 8천 5백만 명이 장애인인 중국에서는 시각, 청각, 언어, 신체적, 지적, 정신적 장애 및 중복 장애를 아울러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를 60개 이상 제정했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 내 장애인의 생활 여건과 사회적 지위가 크게 나아졌다.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행정 및 입법 조치가 입안되었으며, 장애인 집단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었지만, 중국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족과 사회에 불편과 부담을 초래하는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중국장애인연합회中国残疾人联合会 같은 단체들이 장애인이 복지 보조금 및 여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권익 옹호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자격은 최중증장애인에게만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장애인 중 20%는 문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이들의 고용가능성이 크게 저하하고 있다. 장애, 가난, 차별은 서로를 강화하는 순환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에서 장애 포용성을 크게 진전시키는 방법의 하나는 영리 부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상의 실천 내용을 보고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장애인 관련 투자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과 FTSE 100대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협력해 일터와 사회 전반에서 장애인이 지니는 가치와 역량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하는 더밸류어블 500The Valuable 500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에는 이와 비슷하게 규모와 업종이 다양한 기업을 아울러 그들이 장애 포용성을 이해하고 지원하며, 장애인 집단의 능력과 잠재력에 대한 통찰을 얻고, 사회화나 이동성과 같이 장애인을 가로막는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기업 컨소시엄 비인액션B in Action이 있다. 신생 조직이지만 이미 8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이 컨소시엄은 사업을 통해 중국 내 장애 포용성과 장애인 복지를 효과적으로 증진할 방법에 대한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행동하는 기업

비인액션은 2022년 베이징에 본부를 둔 러핑사회적기업가재단Leping Social Entrepreneur Foundation의 두 이니셔티브를 통해 설립되었는데.  그 두 이니셔티브는 바로 다이버서빌리티랩Diversability Lab, 이후 디랩과 비콥차이나B Corps China이다. 디랩은 장애인 복지 향상에 헌신하는 개인 및 조직을 위한 지식과 자원의 허브이며, 비콥차이나는 중국 본토에 있는 비랩B Lab의 독점 파트너로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인증받은 51개 비코프스B-Corps를 지원하는 곳이다. 


비인액션 참여 기업은 자사에서 장애 포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적어도 하나 이상 도입하고 컨소시엄 활동에 적극 참여할 담당자를 지정하기로 약속한다. 또한 비임팩트어세스먼트B Impact Assessment를 자사의 사회적 환경적 성과 향상을 위한 지침으로 적용한다.


디랩과 비코프스차이나가 함께 설립한 비인액션은 장애 포용성 증진을 목표로 하는 시범 사업을 연달아 진행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장애인 복지를 향상하고 사회 전반의 포용성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데 헌신하는 개인 및 조직을 위한 세 가지 핵심 교훈을 도출했다.


1.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해결책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공공장소나 업무 공간에서 장애인이 잘 보이지 않을수록, 장애인의 필요를 인식하는 비장애인도 적어진다. 비인액션과 디랩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뿌리뽑는 것이 사회 변화를 위한 핵심 단계라고 본다. 일반 대중 및 근로자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 포용 사업을 홍보하고 활성화할 때는 장애인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강조해 보여준다.


중국계 다국적 기술기업으로 중국에만 직원이 7만 7천 명이 넘는 레노버Lenovo의 사례를 살펴보자. 레노버는 2022년 디랩과 함께 장애인과 자사의 기술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최신 컴퓨터와 관련 하드웨어 제품에 관해 토론하는 워크숍들을 시작했다. 배경이나 능력에 상관 없이 모든 사용자가 이용하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초기 설계와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워크숍이었다. 디랩은 레노버 직원을 대상으로 일터에서의 다양성 포용이나 수화 숙달하기 같은 주제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교육도 실시했다.


2022년 중국 시장에 진입한 벨기에 기업 루프 이어플러그스Loop Earplugs의 사례도 있다. 루프사는 디랩으로부터 이어플러그를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고객층이 시각장애인인만큼 제품 포장을 시각장애인친화적으로 개선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루프사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 징제 선과 멍싱 왕을 감독으로 영입해 새로운 포장 디자인을 기획했다. 이후 루프사의 이어플러그 포장에는 점자 설명서와 UV엠보싱을 입힌 음파 무늬가 추가되어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포장 디자인의 미적 특성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 베이징시 진바오 금융지구에 위치한 술집 시프터Shifter도 있다. 운영자 먀오 먀오는 시프터를 연령대와 체형, 직업이 다양하고 독특한 요구사항을 지닌 가지각색의 고객을 포용하는 매장으로 가꾸고자 한다. 시프터의 직원 교육에 디랩이 참여했고, 현재 매장 창문에는 ‘모든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중히 여긴다’는 다짐을 담은 “우리 없이 우리를 논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는 구호가 당당히 걸려 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유럽 정치권에서 통용되었고, 1990년대 장애운동 영역에서의 등장 이후 다양한 분야로 확산된 문구이다. 또한 매장 입구에 추가한 휠체어 경사로와 장벽을 제거하려는 의지를 상징하는 “치워Out of the Way, 외딴 곳/특이하고 비정상적인 존재의 의미로도 쓰임”라는 이름의 특별한 칵테일 메뉴에도 포용성을 추구하는 먀오먀오의 지향이 담겨 있다.


2. 기술은 더 나은 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에서 장애인은 오랫동안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장애인의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업무 환경에서 자신의 기술과 재능을 발휘하는 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들도 일터에서 용납과 동정이 아니라 능력과 기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제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과 인공와우 이식 같은 기술이 장애인이 일터에서 활약할 길을 열어주고 있다. 더불어 신체적 이동성이 크게 필요치 않은 분야들도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기술기업 텐센트Tencent가 디랩과 함께 신체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데이터 주석처리팀을 설치했는데, 텐센트는 CSR을 실천하기 위해서 다양한 영역의 비영리단체를 지원해오고 있었다. 텐센트는 산수이보존센터山水自然保护中心, 세계자연기금과 협력해 수천 장의 이미지 중에서 희귀한 눈표범을 식별할 수 있는 디지털 AI 탐지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그 후 데이터 주석처리팀을 훈련해 눈표범을 추적하고 주석을 달아 서식지 보존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10만 건이 넘는 데이터 주석처리 작업을 중국 각지에서 재택 근무하는 팀원 9명이 한 달 반 사이에 완료했다. 휠체어 사용자인 팀장 웨이 통은 이렇게 말했다. “눈표범 보호 사업에 참여하는 일은 재밌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았어요. 서식지에 관해서나 산간 지역에 사는 다른 야생 동물에 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텐센트와의 협력사업을 통해 디랩은 장애인의 기술과 소득 수준을 높이고, 기술 기업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 포용적 고용 방침을 도입하도록 북돋우고자 한다.


창업과 자영업도 장애인에게 유망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2019년 중국장애인연합회와 알리바바Alibab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Taobao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장애인이 17만 4천여 명에 이르며, 이들은 대부분 36세에서 50세 사이다. 이러한 경향은 생각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장애인의 사회 활동이 더욱 원활해지기를 바라는 청년 장애인 기업가, 디자이너, 예술가, 활동가가 모여들고 있는 디랩 커뮤니티에서도 나타난다. ‘장애청년 프로젝트'는 데이터 처리, 디지털 마케팅, 디자인, 소셜미디어 관리 등의 분야에서 역량이 있는 청년 장애인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루프이어플러그스사의 포장디자인 개선 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 징제와 멍싱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원이다.


3. 제도 개선의 핵심은 서사의 변화이다.

중국의 매체에서는 상반된 방식으로 장애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패럴림픽 선수들의 사례처럼, 장애를 강한 의지와 남다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개인의 고난으로 서술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를 동정해야 할 어떤 것으로 묘사하는 방식이다. 양쪽 모두 장애인 대다수가 편견에 맞서 싸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스토리텔링 전문가 브렛 데이비드슨은 이렇게 지적했다. “인간은 현실의 질서를 그 자체로 인지하기보다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대로,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불이익을 겪는 집단에서도 체제에 저항하는 활동을 지지하거나 참여하려는 의지를 잃고 달갑지 않은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배적인 문화적 서사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이다. 이 일에 메이하오 판 같은 이들이 앞장서고 있다. 디랩의 언론홍보책임자인 메이하오는 현재 30세의 휠체어 사용자로, 숏폼과 같은 개인 매체를 통해 도로 건너기, 지하철 이용하기, 배달 물품 받기, 박물관 방문하기 등 돌봄제공자이자 열정적인 생활기록자로서 자신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여준다. 2023년 중국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를 육성하는 재단 CNEX에서는 꿈을 좇아 작은 고향마을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하는 메이하오의 여정을 담은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원더풀 라이드A Wonderful Ride를 공개했다. 현재 소셜미디어 웨이보Weibo의 메이하오의 계정 구독자는 2천 5백 명이 넘고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영상의 재생 건수는 4백만 회가 넘는다. 여기에는 남다른 의지나 애처로운 삶이 아니라, 비장애인은 간과하기 쉬운 일상 속의 온갖 장벽과 씨름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의 공감 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디랩에서 시작한 장애 포용성 관련 기획과 인터뷰를 다루는 ‘아웃 오브 더 웨이Out of the Way 팟캐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번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교육의 문화적 기반을 연구하고 있는 디랩의 사업책임자 웨이준 장이 진행하는 방송이다. 웨이준과 메이하오 모두 데이비슨이 강조했듯이 영리하고 재치 있게 문제를 제기해 지배적인 서사의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이 부조리를 인지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돕는 전략을 사용한다. 시각장애인은 비디오 게임을 어떻게 할까?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조리대가 높은 아파트 주방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요리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이런 질문을 팟캐스트와 영상을 통해 다루는 것이다.



앞으로 넘어가야 할 길

한동안 중국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가리켜 '불구'나 '쓸모없는 존재'를 뜻하는 찬 페이can fei, 残废/잔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지금은 두 번째 글자를 '장애물'이나 '장벽'을 의미하는 글자로 바꾼 찬 장can zhang, 殘障/잔장이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이러한 언어적 변화는 장애에 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특이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비롯한다. 장애인이 본질적으로 결함 있는 존재여서가 아니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변 환경이 그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랩은 현재 중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액세스barrier-free access와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를 확장하기 위한 초기 단계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베이징 여행안내서를 최초로 제작하고 있다.


언뜻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비인액션과 디랩과 같은 사업단의 활동은 중국에서 장애 포용성을 지지하는 영역 간 연계망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이면에는 실패한 시스템에 장애인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맞추어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향이 담겨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근원을 밝히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직접 다룰 자원이 없고 비영리단체는 모든 필요를 채울 수 있을 만큼 규모 있는 대책을 추진할 역량이 없다. 하지만 기업과의 협력적 제휴와 집단적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지역사회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형평성과 접근성, 포용성이 구현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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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凡 (FAN LI)

판 리(李凡, FAN LI)는 2017년 러핑 사회적기업가재단이 중국에 처음 소개한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차이나의 공동편집장이다.


任仁 (SALLY REN)

샐리 런(任仁, SALLY REN)은 다이버서빌리티랩(Diversability Lab)의 공동창립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