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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성
2023-4
CHANA R. SCHOENBERGER
Summary. 유색인종 여성은 직장에서 여러 형태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유색인종 여성들은 직장에서 여러 문제를 경험한다. 동료나 매니저가 자신의 기여를 무시하거나, 사교 모임에서 배제하거나, 이름을 계속 잊어버리거나, 다른 직원과 혼동하는 등의 문제들을 겪는다. 이런 문제는 유색인종 여성들이 경력을 발전시키거나 소속감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을 ‘교차적 비가시성intersectional invisibility’이라는 이론적 틀로 분석하는 새로운 논문이 있다. 이 이론은 성별, 인종, 연령, 조직 내 지위, 이민 여부와 같은 복합적이고 비주류적인 여러 정체성으로 인해, 어떤 사람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 상황에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조사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현상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를 형성하여 사회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기까지의 다양한 행동을 조사했다. 연구는 소문으로 떠돌아다니던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의 증거를 제시한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 아이비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행동 조교수 바니니 바타차리야Barnini Bhattacharyya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제니퍼 L. 버달Jennifer L. Berdahl은 미국과 캐나다의 기업과 공공(교육, 비영리단체, 보건) 영역에서 일하는 유색인종 여성 65명을 인터뷰했다. 연구진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일을 경험하는 방식, 동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받았을 때 반응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여성이 직장에서 느끼는 투명인간 취급, 즉 비가시성을 네 종류로 분류했다. 지우기(회의에서 여성들의 기여를 무시하거나, 말을 가로채는 경우), 동질화하기(반복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르거나, 같은 인종인 동료와 헷갈리는 경우), 이국화하기(외국인이나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때로 성적인 암시가 담긴 말을 하는 경우) 그리고 백인화하기(백인과 유사한 점은 칭찬하고, 아닌 점은 무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유색인종 여성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때, 세 가지 중 한 가지 방식으로 반응했다. 해당 여성의 연령대와 직장 내 지위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 무시, 접근, 실용주의라는 세 가지 범주 안에서 대응이 이뤄졌다. 지위가 높은 여성들은 동료와 정면으로 부딪쳐 맞서면서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낮은 직급의 여성은 문제를 묵인하고 자책감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보였다.
이 연구는 연구 당사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것이다. 바타차리야 박사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고향인 인도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하며 처음 북미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인구 대부분이 백인인 환경에서 유색인종 여성으로 사는 삶이 어떠한지 경험했다. 동료들이 자신을 다르게 대하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전문적인 업무 환경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왜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의 상황을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습니다.”라고 그녀는 회고한다.
한편, 바타차리야의 친구들은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그들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한국인 여성 동료 한 명의 경우, 항상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던 그녀의 동료들이 추수감사절에 모두 같이 모이기로 하면서 그녀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타차리야는 만연해 있는 이러한 문제의 이론적 바탕을 이해하고 싶었고, 이런 현상이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직장에서 유색인종 여성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바타차리야는 말한다. “유색인종 여성의 반응을 과잉반응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것이 실제 문제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무직에서 이러한 부당대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대다수 유색인종 여성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바타차리야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여성들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있을 때, 가해 당사자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직접 말할 수 있었으며, 가해자는 자신이 피해 여성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기업 경영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색인종 여성들이 멘토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당사자가 자리에 없더라도 해당 여성의 편에 서 줄 수 있는 지지자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하고, 대변해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선행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타차리야는 기업이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려고 할 때, 해당 여성에게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 일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다양성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형평성과 포용성을 위한 자원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 연구는 직장에서의 공정성, 다양성, 포용성에 관한 보다 정교한 실천 방식을 설계해 대화하는 분위기와 조건을 조성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만이 근본적으로 솔직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유색인종 여성이 조직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막고 있는 구조적 장벽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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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A R. SCHOENBERGER
차나 R. 슈엔베르거(CHANA R. SCHOENBERGER)(@cschoenberger)는 뉴욕시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경영, 금융 및 학술 연구 관련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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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젠더 · 거버넌스
보이지 않는 여성
2023-4
CHANA R. SCHOENBERGER
Summary. 유색인종 여성은 직장에서 여러 형태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유색인종 여성들은 직장에서 여러 문제를 경험한다. 동료나 매니저가 자신의 기여를 무시하거나, 사교 모임에서 배제하거나, 이름을 계속 잊어버리거나, 다른 직원과 혼동하는 등의 문제들을 겪는다. 이런 문제는 유색인종 여성들이 경력을 발전시키거나 소속감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을 ‘교차적 비가시성intersectional invisibility’이라는 이론적 틀로 분석하는 새로운 논문이 있다. 이 이론은 성별, 인종, 연령, 조직 내 지위, 이민 여부와 같은 복합적이고 비주류적인 여러 정체성으로 인해, 어떤 사람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 상황에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조사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현상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를 형성하여 사회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기까지의 다양한 행동을 조사했다. 연구는 소문으로 떠돌아다니던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의 증거를 제시한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 아이비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행동 조교수 바니니 바타차리야Barnini Bhattacharyya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제니퍼 L. 버달Jennifer L. Berdahl은 미국과 캐나다의 기업과 공공(교육, 비영리단체, 보건) 영역에서 일하는 유색인종 여성 65명을 인터뷰했다. 연구진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일을 경험하는 방식, 동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받았을 때 반응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여성이 직장에서 느끼는 투명인간 취급, 즉 비가시성을 네 종류로 분류했다. 지우기(회의에서 여성들의 기여를 무시하거나, 말을 가로채는 경우), 동질화하기(반복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르거나, 같은 인종인 동료와 헷갈리는 경우), 이국화하기(외국인이나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때로 성적인 암시가 담긴 말을 하는 경우) 그리고 백인화하기(백인과 유사한 점은 칭찬하고, 아닌 점은 무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유색인종 여성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때, 세 가지 중 한 가지 방식으로 반응했다. 해당 여성의 연령대와 직장 내 지위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 무시, 접근, 실용주의라는 세 가지 범주 안에서 대응이 이뤄졌다. 지위가 높은 여성들은 동료와 정면으로 부딪쳐 맞서면서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낮은 직급의 여성은 문제를 묵인하고 자책감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보였다.
이 연구는 연구 당사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것이다. 바타차리야 박사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고향인 인도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하며 처음 북미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인구 대부분이 백인인 환경에서 유색인종 여성으로 사는 삶이 어떠한지 경험했다. 동료들이 자신을 다르게 대하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전문적인 업무 환경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왜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의 상황을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습니다.”라고 그녀는 회고한다.
한편, 바타차리야의 친구들은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그들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한국인 여성 동료 한 명의 경우, 항상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던 그녀의 동료들이 추수감사절에 모두 같이 모이기로 하면서 그녀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타차리야는 만연해 있는 이러한 문제의 이론적 바탕을 이해하고 싶었고, 이런 현상이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직장에서 유색인종 여성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바타차리야는 말한다. “유색인종 여성의 반응을 과잉반응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것이 실제 문제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무직에서 이러한 부당대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대다수 유색인종 여성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바타차리야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여성들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있을 때, 가해 당사자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직접 말할 수 있었으며, 가해자는 자신이 피해 여성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기업 경영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색인종 여성들이 멘토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당사자가 자리에 없더라도 해당 여성의 편에 서 줄 수 있는 지지자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하고, 대변해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선행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타차리야는 기업이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없애려고 할 때, 해당 여성에게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 일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다양성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형평성과 포용성을 위한 자원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 연구는 직장에서의 공정성, 다양성, 포용성에 관한 보다 정교한 실천 방식을 설계해 대화하는 분위기와 조건을 조성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만이 근본적으로 솔직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유색인종 여성이 조직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막고 있는 구조적 장벽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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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A R. SCHOENBERGER
차나 R. 슈엔베르거(CHANA R. SCHOENBERGER)(@cschoenberger)는 뉴욕시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경영, 금융 및 학술 연구 관련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