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양극화를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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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사회 · 커뮤니케이션
양극화를 벗어나려면

2023-4


ANGELA BRADBERY · JANE JOHNSTON



Summary. 공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분야는 양극화로 분열된 세상에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 뉴스의 헤드라인들은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를 이야기한다. 총기 규제를 예로 들어보자. 총기 난사 사건은 이제 너무 흔한 일이 되었고, 개혁을 위한 노력이 실패할 것이라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두 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뉴욕타임스의 2023년 1월 24일자 헤드라인은 총기난사 사건이 계속되면서 워싱턴이 총기문제에 있어 다시 교착상태에 놓였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진실은 헤드라인이 시사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총기 안전 운동은 심각한 좌절을 겪었지만, 성과도 거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위험한 사람이 총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양당의 입법자들 모두 이에 호응하고 있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낸 고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미국 26개 주와 워싱턴DC에서는 총기 안전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그중에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12개 주 의회가 포함되었다. 정신건강 전문가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사람의 총기를 경찰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델라웨어 주의 적신호 법red-flag law은 그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2022년 6월, 극심하게 분열된 미국 의회에서도 공화당 의원 20명 이상이 찬성하면서 총기 안전 개혁안은 순조롭게 통과되었다.


“지난 수년간 총기 관련 로비 단체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만이 있다는 신화를 퍼뜨렸다. 모두가 총기를 소지할 수 있거나, 아무도 총기를 소지할 수 없거나.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는 2011년 총기 난사범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개비 기퍼즈Gabby Giffords전 미국 하원의원이 설립한 '안전을 위한 총기 소유자 연합Gun Owners for Safety'의 설명이다. “모든 애국자들은 수정헌법 2조가 신원조회와 같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조치와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안전과 책임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외의 대상과도 동맹을 시도하는 이유다.”라고 연합은 설명한다.


공익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발전시키는 학자로서, 우리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하는 접근방식이 가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 필자들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고, 공익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서로 다른 정의를 가지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몇 가지 공통된 원칙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통점이 미국과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위험하고 고착화된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세 가지 기본 원칙

공익 커뮤니케이션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새로운 학문이다. 안젤라가 교수로 재직 중인 플로리다 대학교에서는 공익 커뮤니케이션을 연구 기반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의하고, 긍정적인 사회변화, 즉 특정 목표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제인이 교수로 재직 중인 퀸즐랜드 대학교에서는 공익 커뮤니케이션을 협의와 경청 같은 민주적 절차를 우선시하고, 합리적인 공개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공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결과나 해결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 가지 약속을 공유한다. 


첫째,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복잡한 사회와 정치 세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기퍼즈의 그룹이 말했듯이, 총기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개인들은 복잡하며 통상적인 범주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사안에 따라 진보에서부터 보수에 이르는 사고 스펙트럼 안 어딘가에 속한다. 저명한 인지 언어학자이자 정치 담론 분석가인 조지 라코프는 이를 ‘이중 개념주의biconceptualism’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진보적인 세계관과 보수적인 세계관을 모두 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관점을 적용할지는 상황과 이슈에 따라 달라진다.


이분법을 탈피하는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사회발전의 증거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학자 밥 요한슨은 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종합적 스펙트럼 사고full-spectrum thinking’로 명명했다. 사람들이 사회에서 점점 더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이분법은 비생산적인 사고방식이 되었다.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규모와 뉘앙스를 고려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현대사회에 대한 유연한 관점은 이제는 과거에 비해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이다.


둘째, ‘공통의 가치를 찾는 것’을 장려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후, 뉴스에서는 총기 소유자의 대다수가 특정 총기 안전 조치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개혁을 지지하는 메시지는 안전이라는 공통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총기를 자동차처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장비로 인식하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개인의 자유, 평등, 포용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동성 결혼과 자발적 안락사Voluntary Assisted Dying, VAD같은 사회 정의 관련 주제가 합법화되고 있다. 2017년 우편 투표를 통해 동성 결혼이 전국적으로 합법화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혼인법 개정을 성평등을 위한 상징적인 승리로 여기고 있다. 2019년 빅토리아 주에서 VAD가 도입된 이후 다른 주에서도 VAD가 도입되어 2023년까지 호주의 6개의 모든 주에서 VAD가 시행될 예정이고, 연말까지 두 개의 준주territory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에 걸친 공개 토론과 논쟁을 통해 공공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변화가 호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어떤 이슈에 대해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이슈를 뒷받침하는 가치에 대해 공통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될 때 양극화는 해결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누구와 결혼할지,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보장된다.


셋째, ‘다른 사람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것’을 추구한다. 적극적으로 경청하려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봐야 하고, 그래야만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이란 용어는 1957년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와 리처드 파슨에 의해 처음 고안되었다. 이 접근법은 결혼 상담, 고용 분쟁, 교실 내 갈등, 국가 간 평화 구축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누구든지 어릴 때부터 이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미국 교육 자원 정보 센터US Education Resources Information Center, ERIC는 학교 내 갈등 해결 방법으로 질문 구성, 재구성, 라포 형성, 효과적인 언어 사용, 부정적인 감정 완화, 비언어적 의사소통과 같은 의사소통 기술과 함께 적극적 경청을 제시한다.


갈등을 해결하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경청 기법을 사용하는 개인과 조직이 빠르게 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모튼 도이치 국제협력 및 갈등해결 센터Morton Deutsch International Center for Cooperation and Conflict Resolution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수십 개의 조직, 단체 및 개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과 개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역량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 센터에서는 '어떻게 하면 해로운 양극화를 극복할까How to Overcome Toxic Polarization'라는 워크숍을 통해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스스로 노력하도록 장려하는 '정치적 용기 챌린지political courage challenge'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분열된 사회적 습관을 극복하고, 정직과 관용을 확립하며,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훈련으로 구성된다.


미국의 다른 단체들도 이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원 스몰 스텝One Small Step은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진 낯선 사람들이 모여 50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원 스몰 스텝은 두 그룹 간의 상호작용이 편견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접촉 이론에 기반을 두고있다. 참가자들은 대화를 통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공통된 인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브레이버 엔젤스Braver Angels와 유니파이 아메리카Unify America도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점을 찾도록 돕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요양원의 공인 간호조무사Certified Nursing Assistants, CNAs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를 통해 간호조무사들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간호조무사들과 일대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두려움을 경청함으로써 신뢰를 쌓을 것’을 권장했다.


말하기보다 경청하기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의사결정에 있어 시민참여와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특정 이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점점 더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2013년 동성 결혼 국민투표를 실시한 아일랜드의 헌법 개정을 예로 들어보자. 이 국민투표는 선출된 대표들과 함께 일한 66명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되어, 2015년 결혼 평등을 위한 역사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여론을 측정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에는 수천 명의 디아스포라가 아일랜드로 돌아와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만든 #HomeToVote(고향으로 돌아와 투표를) 해시태그 캠페인이 있었다. 시민들이 주도한 이 운동은 궁극적으로 여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기존에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던 여론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극화되어 있고 일방적인 하향식 정치 의제가 아닌 풀뿌리의 상향식 대화가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스마트폰 내려놓기

우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회가 정치적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믿는 것과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믿는 것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컴퓨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직접 대화를 나누다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가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대화를 촉진하는 것만으로는 화합을 보장할 수 없다. 바로 이 시점에서 공익 커뮤니케이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분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익 커뮤니케이션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익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요소인 비이분법적 사고 훈련, 공통의 가치 발견, 자신과 전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적극적 경청을 실천한다면 정치적 균열을 완화하고, 사회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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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BRADBERY

안젤라 브래드베리는 플로리다 대학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대학에서 공익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프랭크 카렐 기금 석좌 교수이다.


JANE JOHNSTON

제인 존스턴은 퀸즐랜드 대학교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부교수이며, 공익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오픈 액세스 《공익 커뮤니케이션》의 공동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