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데이터의 힘으로 설계하는 미래

댓글   


사회혁신 일반 · 기술
데이터의 힘으로
설계하는 미래

2025-2


KRISS DEIGLMEIER



Summary. 우리가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데이터 자산을 탐색해보자.



스탠퍼드 사회혁신센터Center for Social Innovation의 창립 상임이사로서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가 창간 2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핵심 동력은 기술 발전의 속도와 데이터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다. 이를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든 '데이터 시대'로 부르든, 개인과 공동체, 국가,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의 토대는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몇 년 간, 센터를 시작할 당시 그렸던 미래가 데이터 시대를 지나며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고민해왔다. 당시 센터의 비전은 '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하며, 모두가 번영하는 세상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섹터 간 협력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다.1 이 비전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여전히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기업가, 활동가, 자선가, 비영리 기관 실무자 그리고 정책 담당자로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면, 모두에게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번영하는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정말로 구축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누구나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데이터 시대가 우리 사회와 사회혁신 조직에 일으킨 변화의 속도를 우리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구상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셜임팩트 시스템의 구조와 규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소셜임팩트 분야는 데이터 시대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 그 이유는 새로운 미래가 아닌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전환을 선택하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동안 이 분야와 그 혜택을 받아야 할 이들 모두가 더 크게 뒤처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설치미술가 엘리시아 에거트Alicia Eggert의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새겨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미래였다.'



데이터 격차

데이터는 곧 권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권력은 점점 영리 부문에 집중되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하며 번영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조직에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스플렁크Splunk의 글로벌 임팩트 최고책임자로 일한 지 1년쯤 되었을 무렵, 나는 데이터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새롭게 대두되는 데이터 격차 문제에 크게 우려했는데, 나는 이를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은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활용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상태'로 정의했다.2


사회의 근본적인 토대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소셜섹터는 여전히 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는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다니엘 허튼로커Daniel Huttenlocker가 공저한 <AI 이후의 시대The Age of AI>에 잘 설명되어 있다. 저자들은 인류가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로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신앙의 시대를 거쳐 이성의 시대로 발전했으며, 지금은 '인간과 기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점점 더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아닌 지능형 시스템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회 전반, 특히 소셜섹터는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지키고 돌보는 주체로, 인간 중심적인 소셜섹터보다 적합한 곳이 또 있을까?


다가오는 데이터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소셜임팩트 분야는 지금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임팩트 데이터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영리 부문에 비해 뒤처져 있는 영역에 과감히 투자해야 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


• 비영리 조직은 데이터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재정적, 기술적 자원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서 비롯된다.

• 기술과 데이터 인재 풀은 영리 부문에 비하면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

• 산출물과 서비스 제공 관련 데이터는 풍부하지만, 접근이 어렵거나 현재의 형태로는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 무엇보다 이 분야 전반의 데이터를 모아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임팩트를 극대화하며, 혁신을 이끌어낼 '살아 있는' 데이터 플랫폼(협업 체계와 데이터 정제소)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셜임팩트 분야의 데이터 역량, 인프라, 전문성의 격차는 이 분야가 처한 심각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분야가 데이터 시대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면, 주저하지 말고, 그 무대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간과 인재, 자본을 과감히 투입해 이 격차를 메워야 한다.


비록 지금은 뒤처져 있지만, 소셜섹터는 데이터를 새로운 가능성과 아직 상상조차 하지 못한 영역으로 우릴 이끌 특별한 능력과 기회를 지니고 있다. 다행히도 소셜임팩트 분야에서는 데이터 시대에 합류하기 위해 필요한 임팩트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를 설명하는 용어와 개념도 다양하다. 데이터 포 굿data for good, 임팩트를 위한 데이터 과학data science for impact, 오픈 데이터open data, 공익 기술public interest technology,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데이터 윤리, AI 윤리 등이 그 예이다.


개별적인 노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의 힘을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하며 모두가 번영하는 세상을 위해 온전히 활용하려면, 단편적 시도에 머물지 않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가진 자산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기반 위에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우리가 구축해야 할 데이터 자산

사람

사회혁신 분야에는 데이터를 통해 임팩트를 만들어내겠다는 신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헌신적인 리더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의 활동이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과감히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리더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스테판 G. 베훌스트Stefaan G. Verhulst, 조이 부올라무이니Joy Buolamwini, 짐 프루크터먼Jim Fruchterman, 카타라 맥카티Katara McCarty, 제프 멀간Geoff Mulgan, 레디에트 아베베Rediet Abebe, 제이슨 사울Jason Saul, 제이크 포웨이Jake Porway 등이 있다.


사람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 첫걸음이긴 하지만, 이것이 개별 조직이나 특정 분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데이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활용 능력은 앞으로 모든 직무에서 요구될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운영, 커뮤니케이션, 재정, 인사 등 모든 부서의 구성원들은 직급과 관계없이 데이터 역량을 갖춰야 한다. 또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데이터 인재를 소셜임팩트 분야로 적극 끌어들이는 일 역시 우선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투자를 단순 관리 비용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현장 밀착성

소셜섹터는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관여하며, 이러한 밀착성을 통해 데이터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진실과 보이지 않는 사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다. 데이터가 문제 자체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는 소셜섹터의 리더와 실무자에게 있다. 그들은 그 문제가 당사자에게 미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매우 적나라한 영향을 직접 목격한다.


이러한 현장 밀착성은 데이터와 인간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제이크 포웨이는 소셜섹터 구성원들이 현장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활동을 제안했다. 첫째, 지금의 세상을 관찰하고, 둘째,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숙고하며, 셋째,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3


견고한 데이터 생태계가 뒷받침된다면,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어려운 규모로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해 우리의 관찰 역량을 확장할 수 있다. 이어서 인간의 경험에 뿌리를 둔 데이터 통찰을 토대로 추론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확장된 관찰과 추론을 바탕으로 행동하면, 더 나은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목적

비영리 조직은 미션과 가치를 중심으로 세워진다. 그것은 비영리 조직의 존재 이유이자, 일상적인 활동을 이끄는 원칙이다. 이러한 기반 덕분에 우리가 구축할 데이터 생태계는 미션 중심적이고 가치에 충실하게 설계 및 운영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신속히 움직인다면,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과 Z세대 인재를 소셜섹터로 끌어들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최근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와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에 더 큰 애착과 소속감을 느끼며, Z세대는 금전적 보상보다 목적의식을 우선하는 첫 세대다.4 영리 부문이 최근 들어 '목적'이라는 요소를 조직에 도입하여 애쓰고 있지만, 소셜섹터는 이 점에서 이미 한참 앞서 나가고 있다.


인내

소셜섹터는 사회 변화가 분기별 주주 보고 일정에 맞춰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수익보다 소셜임팩트를 우선시한다. 사회와 환경에 대한 투자가 수년, 혹은 수세대에 걸쳐서야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인내는 소셜섹터만이 가진 독보적인 강점이자 영리 부문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리 부문을 배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 격차를 해소하고 데이터 기반 임팩트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영리 부문과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이미 수많은 글로벌 복합 위기가 전개되고 있는 지금, 사회 모든 부문의 문제 해결자들은 데이터의 힘을 활용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필자가 짐 필스 주니어Jim Phills Jr., 데일 밀러Dale Miller와 함께 SSIR에 기고한 '사회혁신의 재발견Rediscovering Social Innovation'에서 강조한 가장 중요한 요점도 바로 이것이다. '사회혁신에서 섹터 간 역동성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 즉 부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디어와 가치를 교환하고, 역할과 관계를 재편하며, 공공, 자선, 민간 자원을 융합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5


이러한 접근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사회 전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영리 부문이 우리를 데이터 논의의 장에 초대해주기를 기다릴 수도, 우리가 그들이 사회혁신의 장에 참여해주기를 마냥 바라고 있을 수도 없다. 이제 소셜섹터가 영리 부문과 함께 데이터의 힘을 앞세워,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가능하며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참고

1. The Center for Social Innovation's early vision is quoted from a pitch deck we put together at the founding.

2. Kriss Deiglmeier, "The 'Data Divide' is a New Form of Injustice. Ending it Could Help us Meet Humanity's Greatest Challenge," Forbes, October 6, 2022.

3. Jake Porway, "Funding Data and AI That Serve the Social Sector,"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May 16, 2022.

4. Afdhel Aziz, "The Power of Purpose: The Business Case for Purpose (All the Data You Were Looking For Pt 2," Forbes, March 7, 2020.

5. James A. Phills, Jr., Kriss Deiglmeier & Dale T. Miller, "Rediscovering Social Innovation,"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Fall 2008.




> 원문 기사 보기


KRISS DEIGLMEIER

크리스 다이글마이어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스플렁크Splunk의 글로벌 임팩트 최고책임자이다. 스플렁크 합류 전에는 타이즈 네트워크Tides Network의 CEO,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사회혁신센터장 그리고 주마 벤처스Juma Ventures의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