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스스로 탈식민지화하는 비영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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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커뮤니티 · 거버넌스
스스로 탈식민지화하는
비영리단체

2023-4


ERIC KAWA



Summary. 원빌리지 파트너스OneVillage Partners는 파트너십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에는 커뮤니티가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정도의 파트너십이 존재했다면,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커뮤니티가 조직을 이끌어가는 파트너십을 시도하고 있다.



시에라리온Sierra Leone은 19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수십 년 동안 교육, 사회,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2002년에야 끝이 난 10여 년간의 내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사상 최대의 에볼라 발병 등은 시에라리온의 상황을 악화시켰다. 시에라리온의 빈곤율은 64%에 이르고, 기대 수명은 60세에 불과하며, 시에라리온 시골 지역의 문해율은 48%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인구의 16%만이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식수를 사용하는 사람은 2%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후 각국 정부, 비정부기구, 자선가 등 외부로부터 도움이 쏟아졌다. 옥스팜Oxfam, 국제구조위원회the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및 기타 국제 구호 단체들은 기존의 긴급 구호 사업을 재건 활동으로 전환했다.


다른 구호 단체들처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 원빌리지 파트너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에라리온의 지역사회에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비영리단체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자인 제프 홀Jeff Hall에 의해 2005년 설립되었다. 제프 홀은 내전에서 살아남아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을 방문한 후, 감동을 받아 원빌리지 파트너스를 설립했는데, 이들의 관계는 1987년 홀이 시에라리온 동부시골에서 평화봉사단Peace Corps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빈곤이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파트너십이라는 토대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지역사회에 재정을 지원하고 프로젝트 관리를 도와줄 뿐 아니라,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리더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관계성은 비영리단체 활동의 기본 요소이다.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전무이사인 질 라론드Jill LaLonde는 “원빌리지 파트너스 활동은 커뮤니티의 주도성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며 활동합니다.”라고 말한다.



커뮤니티 주도 개발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커뮤니티 활동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일단 회원들을 소집해 커뮤니티 액션 그룹community action group, CAP을 대표할 12명의 주민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자원봉사자들은 커뮤니티와 원빌리지 파트너스 직원 간의 연락 담당자 역할을 한다.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CAP을 위해 프로젝트 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기술 전문가와 파트너를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원빌리지 파트너스와 함께 일해 온 32개의 커뮤니티에서는 모두 식수와 위생 문제가 최우선의 해결과제였다. 커뮤니티들은 저마다의 상황에 맞춰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어떤 커뮤니티는 고장난 우물을 복구해야 했고, 또 다른 커뮤니티는 새로운 우물이 필요하기도 했다. 어떤 커뮤니티는 우물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할 수도 있고, 어떤 커뮤니티는 우물을 개방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체 커뮤니티에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위생 개선을 위해 화장실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화장실 이용과 관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식수 및 위생 프로젝트를 시행한 커뮤니티에서는 평균적으로 설사 질환이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CAP 자원봉사자들은 시에라리온 동부 그리마Grima 지역의 높은 모자 사망률(2019년에만 그리마 전체 인구의 1%에 해당하는 5세 미만 아동이 사망)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보건 클리닉을 개조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불어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리더십 교육과 지원은 물론, 건축 및 기타 자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보조금을 제공했다. 그리마 커뮤니티는 건물을 짓고 태양열 조명, 타일 바닥, 수돗물과 같은 기본 편의시설을 갖췄다. 자원봉사자들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공동 소유권에 대한 교육을 하고 의료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료시설이 건립된지 1년 만인 2021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자는 단 두 명에 그쳤다.


이 프로젝트의 자원봉사단 리더인 모모 무사Momoh Musa는 지역 의료시설에서 출산을 선택하는 임산부의 수가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지역 의료시설에는 숙련되고 자격을 갖춘 간호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성평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 기회 육성Nurturing Opportu-nities for Women 프로그램은 여성과 가족들에게 금융 지식과 비즈니스 기술을 교육한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기존 커리큘럼을 대체하기 위해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직원들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문자 대신 그림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연필 잡는 방법부터 가르친다. 이 새로운 프로그램은 문맹이거나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울 능력과 열의를 가진, 가장 소외된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개인들에게 기부를 받기도 하고 모금을 하기도 하지만, 전체 자금의 약 4분의 1은 재단이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기업의 경우 이벤트 스폰서십을 후원받는다. 원빌리지 파트너스가 파트너인 커뮤니티에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제약 없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모텐슨 가족 재단Mortenson Family Foundation은 지난 9년간 원빌리지 파트너스에 제한 없는 기금unrestricted funding을 지원했다. 재단의 커뮤니티 관계 책임자인 다닐 오하라Danyelle O’Hara는 ‘원빌리지 파트너스가 수년 동안 이룬 성과에 힘입어’ 오랜 기간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재단은 ‘원빌리지 파트너스가 커뮤니티를 역량강화하는 방식, 즉 커뮤니티 인프라를 구축하고, 커뮤니티에서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방식’을 지원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권력의 이동

현재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시에라리온 동부 전역의 32개 파트너 커뮤니티와 8개 추장 지배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에라리온에는 53명의 직원이, 미국에는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비영리단체는 오랫동안 커뮤니티 주도의 프로젝트에 자부심을 가져왔지만, 최근 커뮤니티 주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조직 전반을 커뮤니티가 이끌어가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그램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시에라리온 농촌 주민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리더십 팀과 이사회가 속한 조직의 본부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리더십 팀과 이사회는 주로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그들이 돕고 있는 지역사회를 대표하지 않는다.


라론드에 따르면, 2020년 5월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본사가 있는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인종정의와 국제개발 활동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팀은 권력과 대표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지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운영적 변화를 통해 권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지, 이러한 권력의 이동이 어떻게 업무를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에라리온에 본부를 둔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국가 책임자인 채드 맥코딕Chad McCordic은 이 단체가 그저 말로만 탈식민지화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암묵적이고 명시적인 권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라고 맥코딕은 말한다.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 중 일부가 식민지배와 어떻게, 왜 연관되는지를 기부자와 후원자에게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다양성, 공평성, 포용성, 탈식민화 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회와 직원이 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전 전략을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권력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보상 구조,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언어, 미국에서 시에라리온으로 이동하는 단체의 윤리 등을 주제로 다뤘다.


이 일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2022년 이사회가 프로그램의 확장, 중요한 리더십 및 구조적 변화, 커뮤니티 주도의 가치에 대한 약속을 담은 새로운 전략 계획 초안을 작성하고 채택하는 것이었다. 향후 몇 년 동안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파트너십을 통해 시에라리온에서 프로그램을 확장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한 지역에서만 활동해 왔지만, 2028년까지 시에라리온 전역 15개 농촌 지역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확장에서 중요한 것은 비슷한 목표를 향해 일하는 현지의 개인과 지역사회 기반 단체를 파악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 작업을 강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전략은 현재의 리더십 구조를 근접한 리더십 중심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특히 원빌리지 파트너스는 조직의 전략, 운영, 프로그램을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정의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권력의 이동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즉, 운영 측면에서는 시에라리온에 기반을 둔 전무이사를 고용하고, 주로 미국에 기반을 둔 이사회를 시에라리온 주민 채용에 중점을 둔 글로벌 이사회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 리더십 구조를 재편하고 시에라리온 주민을 리더십 직책으로까지 승진시키는 가장 중요한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원빌리지 파트너스의 모든 구성원들은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강조한다. 특히 비영리단체가 탈식민지화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실수를 하겠지만, 그건 괜찮아요. 중요한 것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더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 우리의 업무 방식을 계속 탐구하는 것이지요.”라고 라론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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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KAWA 

에릭 카와는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Freetown)에서 활동 중인 저널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