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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순환 시스템,
그렇게 쉽게 구현할 수 없다
2023-4
KEN PUCKER
Summary. 패션 업계는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음료수부터 가구, 전자제품, 패션에 이르는 산업은 ‘만들고, 쓰고, 버리는’ 일방향의 경로를 따른다. 이러한 선형적인linear 시스템은 자원을 고갈시키고 해양을 오염시키며 산더미 같은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끝없는 성장에 대한 추구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대기 온난화를 가속화해 가뭄, 홍수, 이주 발생의 강도와 빈도를 높인다. 그 결과,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산업은 대중의 동의를 얻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환경제는 경제 성장과 환경 영향을 분리하고자 하는 컨설턴트, NGO, 기업이 제시하는 최신의 상생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지향을 가진 이들을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Sustainability Inc.이라고 부른다. 사실 순환을 설명하는 정의는 100개가 넘는다.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오래가는 디자인, 유지관리, 수리, 재사용, 재제조, 재가공 및 재활용을 통해, 원료 및 에너지의 순환을 늦추고, 닫고, 좁히면서 자원 투입, 폐기물 배출 및 에너지 누출을 최소화하는 재생형 체계’로 순환을 설명한다.
시장 주도로 경제 성장과 환경 영향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의 역사는 매우 긴데, 최소 유엔 브룬트란트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가 ‘지속가능발전’을 내놓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발표된 보고서 초안은 지속가능발전을 ‘환경을 훼손하거나 발전 자체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영구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발전’으로 정의했다. 유엔 위원들은 측정, 보고, 인증 등의 관리 도구와 함께 이뤄진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은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자발적 시장 주도 해법을 개발하고 도입해 왔다. 수천 건의 기업사회적책임CSR 보고서, 수백 개의 인증제도, 여러 상생 전략이 이러한 노력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공유가치창출CSV이나 ESG 투자 같은 개념도 포함된다. 공유가치창출은 사회의 필요와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재무적 이익도 함께 창출하는 실천을 뜻한다. 그리고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할수록 사회, 환경적 성과를 개선하는 동시에 주식시장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 중 그 어느 것도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급증하는 자원의 수요를 명시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환경제는 상생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알루미늄, 판지, 플라스틱병처럼 기술이 존재하고 원자재 가격이 재활용 원료 가격보다 비싸질 수 있는 일부 상품에 대해 순환 체계 구축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매년 약 80조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9천만 톤 이상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패션 산업에서도 순환은 주목을 받고 있다. 패션 산업의 환경 발자국이 언론의 부정적인 관심을 끌면서,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은 자원 사용과 수익의 흐름을 분리시키며 성장을 지속하는 기회를 촉진하고 있다.
순환경제의 전제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팀버랜드Timberland의 전 COO로 한때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에 몸담은 경험으로 볼 때, 필자는 업계 인센티브와 실제 법률, 굳어진 소비자 행동 패턴, 경제 구조에 상반되는 해법들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순환경제는 이론상 매력적이지만, 패션 산업에서 브랜드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는 기존의 선형 시스템을 뒤집을 수 없다. 이 글에서 필자는 순환경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 전환과 순환경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장벽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순환경제를 넘어 보다 효과적인 섹터 간 협력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제안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패션 산업의 헛발질
‘패션이 환경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패션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지’보다 더 쉽게 파악된다. 패션산업은 성장과 이익이라는 두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혁신, 빠른 제품 주기, 계획적 노후화, 값싼 노동력으로의 외주화, 과장된 마케팅, 의류 가격의 상대적 하락에 의존하는 선형 시스템을 최적화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까지 유효했다. 2000년 이후 패션 부문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제 새로운 스타일은 전통적인 가을/겨울, 봄/여름 시즌을 넘어 더 짧은 주기로 출시된다. 중국의 패스트패션 기업인 쉬인Shein과 같은 브랜드는 매주 수천 가지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대부분의 새 의류는 아주 잠시동안 입어지고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가나나 칠레와 같이 여벌의 의류 수입을 허용해 온 개발도상국에 보내지기도 한다.
현재 상장된 거의 모든 패션 기업이 CSR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 많은 기업이 블루사인(섬유 생산), 유해 화학 물질 무배출(ZDHC)(‘지속가능한 화학 물질’), 공정 무역(생산) 관련 녹색 인증을 받았다. 이러한 인증이 대세가 되고, 업계에서는 제로웨이스트나 제품 수명주기 반영 재생 디자인cradle-to-cradle design 등 여러 새활용upcycling 및 재활용 해법을 시험하고 있지만,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오염의 양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10%로 추정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산업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이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배출량이 프랑스, 독일, 영국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업계에서 천연 소재 대신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같은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패션 산업은 이제 연간 7천만 배럴,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거의 1% 가까이를 소비하고 있다. 화학 폐기물, 물 소비, 토지 이용,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지속가능성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생물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는 동안 패션 산업은 향후 10년 안에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의류 소매업체인 H&M과 같은 기업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규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절대적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면서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실현가능성이 낮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H&M은 순환경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H&M의 패스트패션 모델은 환경 운동가들의 표적이 되어왔다. 2020년 1월, 회사 최초로 창업주 일가가 아닌 헬레나 헬머슨Helena Helmersson을 CEO로 선택한 것도 거센 비판의 영향일 수 있다. 헬머슨은 H&M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많은 임무를 맡아왔고, 5년 동안은 지속가능성을 담당했다.
2020년 10월, 헬머슨은 스웨덴 출신의 지구 경계 프레임워크 설계자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öm과 지구의 미래, 패션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스웨덴 숲속에 있는 현대식 주택에서 진행되었는데, 행사의 주최사이자 나이키, 케링Kering, H&M을 비롯한 여러 패션 회사가 설립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글로벌 패션 아젠다GFA가 선정한 곳이었다. 록스트룀과 헬머슨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두고 빠르게 일치점을 찾았다. 록스트룀은 말했다. “솔직히 저는 순환 모델이 사실상 모든 부문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섬유 사업 부문에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헬머슨 역시 ‘순환이 해법’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렇기에 H&M이 순환경제를 지속가능 전략의 핵심에 둔 것은 놀랍지 않다.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2 GFA 컨퍼런스에서 H&M의 CFO 아담 칼슨Adam Karlsson도 헬머슨과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H&M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순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2백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회사에게 이러한 선택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H&M은 순환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심지어 순환경제 담당자를 두어 상품화, 생산,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기능 간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탄소 배출 및 재활용 소재 사용 목표를 위해 5억 유로(약 5억 4천 8백만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제품 대여, 중고거래 및 수선에 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 수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M은 순환경제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영국의 비영리 자선단체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등 60개 이상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의식 있는 캡슐 컬렉션(감수자주: 해당 시즌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영향력 있는 몇몇 제품을 모아 소개하는 것)을 통해 섬유 분야 혁신을 선보이고, 재활용 회사인 인피니티드 파이버Infinited Fiber, 스피노바Spinnova, 앰버사이클Ambercycle을 포함한 신기술에 투자하며, 재생농업 기술 및 혁신 소재 회사를 지원한다.
H&M은 순환경제를 추구하는 눈에 띄는 사례이다. 구찌, 애플, 아디다스, 이케아, 파타고니아, 아마존, 펩시콜라, 케링 역시 수익 상승과 자원 소비를 분리할 해법으로 순환경제를 꼽는다.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은 섹터를 넘나들며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엘렌 맥아더 재단과 맥킨지는 순환경제가 수조 달러 규모의 기회임을 밝히는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GFA와 기후를 생각하는 패션Fashion on Climate이 의뢰한 2022년 보고서 <순환경제 확장: 정책 관점Scaling Circularity: A Policy Perspective>에서는 “패션 산업 배출량 중 약 25%를 순환 모델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최대의 협의체인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의회CFDA도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순환경제에 투자하고 있다. CFDA의 CEO 스티븐 콜브Steven Kolb는 최근 "혁신을 이루고, 순환경제를 구현함으로서 패션 산업의 미래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활용, 재활용, 재상품화, 중고거래, 맞춤형 소재 및 맞춤형 공정 등을 활용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패션 순환경제를 늘리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제안하는 순환경제 행동계획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신제품 친환경 설계 프레임워크, 확장된 생산자 책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및 제품 표기 기준을 포함한 규정 개선, 높은 수준의 폐기물 분리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 설계, 직물 수선, 재사용 및 재활용 활성화, 그리고 컬렉션 수를 제한하는 조치가 포함되었다.
순환경제를 가로막는 7가지 장벽
패션 산업은 순환경제를 희망적으로 바라보지만 목표한 결과를 달성하려면 여러 기술적, 물리적, 과학적, 재정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순환경제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애물은 다음과 같다.
변하지 않는 시스템 목표와 인센티브 | 상장기업의 CEO와 CFO는 90일마다 주주에게 재무 성과를 보고한다. 이들의 인센티브는 여전히 매출 성장이나 수익성, 현금 흐름 창출에 있다. 그 결과 리더는 규제적 개입을 지지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나 섬유 폐기물 같은 외부 효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단기 재무 결과를 손상시킬 만한 혁신은 추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경영진은 자원 부족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시스템적 문제를 인식하긴 하지만, 결국 한정된 자원을 재무 목표 달성에 쏟을 가능성이 있다.
공급망 외주화도 시스템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브랜드와 공급업체 사이의 단기적인 관계는 품질, 납기일, 비용을 최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단편적이고 본질적으로 거래에 기초한 관계 때문에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연구개발 및 혁신 프로젝트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공급업체는 종종 추가 주문을 통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업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BCG는 지적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종종 교착상태를 야기하고 환경 개선은 전혀 이루지 못한다.
임의적이거나 누락된 측정 지표 | 현재는 순환에 관한 표준화된 측정 지표가 없다. 한 기업이 재활용 소재 비율을 목표로 설정할 때 다른 기업은 폐기물 감소를 측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국가 차원의 순환 정책을 개발했지만, 네덜란드는 2021년 순환경제 보고서에서 ‘실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순환경제 지표를 다룬 최근의 다른 메타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현재 상용되는 많은 순환경제 지표가 진척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진척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일부 지표가 원자재 소비 감소에 따른 부담을 다른 환경, 사회적 영향으로 전가한다는 점이다. 많은 순환경제 지표가 임팩트impact가 아웃컴output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한, 선형 시스템에서 순환 시스템으로 전환을 할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현저히 부족하다. 두 모델의 환경적 영향을 비교하는 생애주기 분석(동료 검토를 완료한 학문적 수준의)은 아직 없다. 업계가 순환 모델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분석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맥킨지의 <순환경제 확장Scaling Circularity>보고서에는 직물을 재활용한 제품이 해당 소재를 처음 사용한 제품보다 환경적으로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실렸다. 그러나 이런 결과값은 재활용을 위한 공정, 재활용 지점, 에너지원, 수거 방식 및 분석에 사용하는 다른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 손실 및 제품의 품질 저하 | 제품이 새로운 의류로 계속 업사이클 될 수 있다는 무한 순환 루프는 환상이다. 순환경제의 각 루프에는 에너지가 들고, 에너지가 전환되거나 변환되는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된다. 언젠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재생 에너지원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의 약 10%에 그친다. 게다가 직물은 대부분 재활용을 거치면서 섬유가 손상되고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의류로 새로운 의류를 만들기란 어렵다. 결과적으로 순환되거나 다른 옷으로 재탄생하는 패션 제품은 전체의 1%가 채 안 된다.
스케일업이 어렵거나 보장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 | 순환은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대여(예: Rent the Runway, Fernish), 중고거래(예: thredUP, The RealReal), 수선(예: Arc'teryx, Dyson)을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델이 아직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규모를 확장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거의 10년 전에 시작돼 잘 알려진 중고거래 프로그램, 파타고니아 중고의류Patagonia Worn Wear가 창출하는 수익은 회사 매출의 1%도 안 된다. 수선업체인 리뉴얼 워크숍Renewal Workshop은 많은 재정지원을 받았지만 현금이 부족해져 도산을 피하기 위해 매각되었다.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겨우 상장은 했지만 시가총액이 투자 자본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고, 스레드업thredUP은 손실을 안고 최고 시가총액 10분의 1에 가까운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여 모델은 사용률이 낮고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휴가용 별장 같은 특정 비즈니스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패션 분야에서는 아직 규모있게 작동한 적이 없다. 실제 사업이 잘 돌아간다 하더라도 패션 중고거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지수이다. 대여 모델로 인해 새 제품의 구매가 줄어들지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회사인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의 상품화 담당 수석 이사인 사샤 스코다Sasha Skoda는 새 의류와 중고 의류 판매를 두고, "소비자는 새 제품이든 중고 제품이든 상관없이 신상품에 중독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냈다.
이와 동시에, 재활용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재활용 직물의 초기 단가가 원단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 하지만 GFA의 <순환경제 확장>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 시간, 양, 경험이 많아지면 비용이 줄어 재활용 원자재 사용이 더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 여기에서도 재활용 기반시설의 자본 조달 주체, 초기 소재의 투입 가격, 수거 및 운송 비용 등을 어떻게 가정하는지에 따라 예측이 달라진다. 결국 자원을 가져다 만들고 버리는 기존의 선형 모델보다 순환경제 모델의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사람들은 순환모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 기반 소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또는 유한 원료 | 업계의 간행물들을 보면, 바이오 기반 생분해성 소재의 순환적 이점을 점점 더 많이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에는 파인애플 잎, 선인장이나 버섯으로 만든 ‘가죽’과, 옥수수, 설탕 같은 자연 원료로 만든 새로운 섬유가 포함된다. 지난 6년 동안 바이오 기반 소재는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자본을 유치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대광고처럼 해법이 항상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천연 소재인 선인장으로 만드는 대체 가죽 데세토Desserto를 생각해 보자. 데세토는 순환경제의 훌륭한 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사의 마케팅 자료는 이 제품에 수 세대가 지나야 생분해되는 화합물인 플라스틱(폴리우레탄)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설탕과 옥수수에서 나오는 바이오 기반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인구 성장에 맞춰 식량 생산량을 늘리려는 압력으로 이미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 상품의 수요가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발명품 중 어느 것도 상품화된 석유 추출물만큼의 일관된 생산량과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몇몇 신흥 바이오 기반 소재 기업은 유망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추럴 파이버 웰딩Natural Fiber Welding, NFW은 재활용 섬유를 처리하고 수명을 늘리는 공정과 플라스틱 없이 식물성 가죽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NFW는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Ralph Lauren과 올버즈Allbirds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또 다른 예로 프랑스 기업 페어브릭스Fairbrics는 이산화탄소 폐기물을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전환하는 공정을 개발 중이다.
역량 격차와 값비싼 기반시설 | 다양한 색상의 혼합 직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아직 규모화가 어렵다. 면이나 페트병으로 만든 제품 재활용은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하지만, 이 소재 제품의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10% 미만이다. 점점 더 많은 의류와 신발이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조각을 혼합, 염색, 코팅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스트레치 데님 청바지에는 대부분 긴 사슬형 합성 폴리머인 신축사가 들어있다. 앰버사이클Ambercycle이나 CIRQ 같은 유망 스타트업이 혼합직물에도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러한 재활용 기술이 규모화될 준비가 될 때까지 패션 순환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다.
기술이 준비되고 비용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매년 1천억 점 이상의 패션 제품을 재활용해야 하는 수요를 충족하려면 재활용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이 기반시설을 짓고 자금을 조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한 연구는 유럽에서만 발생하는 재활용량의 3분의 1을 처리할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60억~7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기반시설의 자본 비용을 고려할 때는 원료 섬유의 저렴한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조지아기술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재료공학자 유지앙 왕Youjiang Wang은 “폴리에스테르, 면 및 기타 직물의 생산 비용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재활용 공정 비용이 매우 낮지 않으면 이윤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비용의 재활용 기반시설이 순환경제 달성에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가장 큰 장벽은 수거 인프라와 소비자 행동 규범의 부재이다. 잘란도Zalando의 순환경제 담당자인 로라 코펜Laura Coppen은 “행동 격차가 정말 큽니다. 순환 영역이 특히 그렇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해법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티셔츠와 운동화를 수거 장소로 모으더라도, 쏟아지는 폐기물을 재활용품 생산으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 다음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경쟁 이전의 부문 간 협력 부족 | 필자는 팀버랜드의 전 COO로서 2022년 MIT가 개최한 신발 산업 순환 관련 컨퍼런스에 초대받았다. 이 회의에는 10개 이상의 브랜드와 수십 개의 공급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이 회의의 최종 보고서에는 혁신과 지적 재산에 있어 기존의 ‘폐쇄적’ 접근 방식으로는 신발 산업이 순환형 경제로 전환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결론이 담겼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업계가 순환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하고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패션 경쟁업체 간의 협력은 순환을 이루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더 나은 소재를 개발하는 것까지 여러 영역에서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류 및 수거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모두 패션 산업에 대한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순환형 패션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고,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 투자자, 운영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EU의 새로운 순환경제 실행 계획과 중국의 노력은 이러한 협력이 시작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은 해법은 다른 곳에 있다
인류에게는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의 여러 위기를 해결하는 데 쓸 시간이 수십 년씩 남아 있지 않다.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손실은 시급한 과제이다. 동시에 온난화를 섭씨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향후 7년간 탄소 배출량을 매년 7% 이상 줄여야 한다. 참고로 인류가 그나마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줄인 2008~2009년 당시 감소율은 2%였는데, 이는 전 세계가 경기 침체기였기에 가능했다.
시장 주도의 자발적 해결책으로는 환경에 대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가 이미 지났다. 측정과 보고를 통해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가설 또한 효과가 없는 것이 입증되었다.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은 자발적 행동이 가진 한계를 빨리 인식할수록 변혁적 조치를 더 신속하게 취할 수 있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패션은 경제의 일부분이지만,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산업의 규모보다 훨씬 크다. 거대한 장애물로 인해 진전이 없는 상황을 보면, 순환경제를 맹신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낳는 부정적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네 가지 권장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소비를 해결하라 |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원인은 변화시키기 가장 어렵다. 패션 산업은 마케팅 전략과 고도로 계획된 진부화 모델(수리가 어렵거나 빨리 구식이 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관행)을 통해 도파민 중독을 유도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이는 패션 산업이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의 소비자들은 평균적으로 매주 한 벌의 의류를 구매한다.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상황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환경적 혼란이 임박했다는 심각한 경고가 늘었지만 소비 패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패션 산업의 (환경을 덜 파괴한다고 여겨지는) ‘더 나은 소재’와 지속가능성 라벨 사용은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수요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지속가능한’ 신발과 셔츠 중 75%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상황에서 이런 제품의 판매를 늘려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끈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선진국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 구매를 한다면 자연의 한계치 내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같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리려면 보다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담배 소비를 줄이면서 공공 보건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담배세를 제정했던 것처럼, 어쩌면 패션 산업의 발자국을 개선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패스트 패션세fast-fashion tax 입법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가격을 올려야 할 만큼 세금을 크게 매긴다면 제품 판매량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효과적으로 규제하라 | 순환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EU의 입법 의도는 훌륭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부가 더 직접적으로 탄소 배출 등 환경 영향에 한도를 설정하되, 감소를 이루어낼 방법은 기업이 결정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뉴욕에서 제안된 법안인 패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법Fashion Sustainability and Social Accountability Act이 바로 이러한 규제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뉴욕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패션 회사는 전 세계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맞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매출의 최대 2%까지 벌금을 물 수 있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은 제조사 측 주장을 규제 및 검증해야 한다. 패션 회사는 (유기농 식품과 유사하게) 법적 정의가 확립되고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제품에 ‘순환’, ‘녹색’, ‘지속가능’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러한 법률이 시행중이며, H&M에서 최근 불충분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해 당국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 결과, H&M은 자사의 주장을 철회하고 패션 지속가능성 관련 부문에 50만 유로548,000달러를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영국과 EU도 허위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된 생산자 책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법은 브랜드가 제품의 수명 폐기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프랑스는 EU 순환경제 계획의 일부인 EPR 법을 2007년부터 적용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법률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며, 설계에 따라 더 무해하고 재사용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재활용 의류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혼합 소재 의류에 더 높은 EPR 의무금을 부과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의류 출처의 디지털화를 의무화하는 것도 EPR의 효율성과 재활용 수거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획기적인 해법을 지원하라 | 2022년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유망한 탈탄소화 기술에 지분 투자를 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기금에 270억 달러를 지원했다. 글로벌 차원의 다른 유사한 수단을 활용해 패션 분야의 유망한 해법에 자금을 지원하면 최선의 재생 아이디어를 더 높은 빈도로 상용화할 수 있다. BCG의 2020년 연구 <패션 산업 전환을 위한 투자Financing the Transformation in Fashion>에 따르면 패션업계가 지속가능성 영역에서 진전을 이루려면 연간 2백억~3백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자금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로부터 조달되어야 한다. 투자 회사인 클로즈드 루프 파트너스Closed Loop Partners는 민간 투자 회사가 업계 경쟁사 기금을 통해 혁신적인 지속가능성 해법에 재정을 지원한 사례다. 투자자가 새로운 기술의 검증자이자 사용자로서 역할을 하는 이 매력적인 모델은 패션 산업에서 확장적으로 시도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패션 분야의 혁신 자금 대부분은 가장 큰 배출원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패션에서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소재 생산을 처리하는 단계에서 배출되는데, 현재 자금은 제품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발자국 중 약 15%를 차지하는 새로운 소재나 비즈니스 해법에 주로 할당된다. 소재 생산 공정은 주로 선진국에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 계약업체의 직조, 염색 및 마감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설의 전력은 대개 석탄으로 공급한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의류 생산을 터키와 유럽연합 등 청정에너지를 혼합해 사용하는 지역으로 이전해, 의류 관련 배출량을 4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다.
사실, 순환을 이루겠다는 수많은 공언들보다 최근 체결된 금융 거래 한 건이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을 더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은 향후 3~5년 동안 공공기관과 민간 은행의 혼합 자금 지원을 받아 155억 달러를 투자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JETP'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금은 석탄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국가 에너지원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수출국인 베트남 공급업체 공장의 탄소 배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및 부문 간 협업을 가속화하라 | 패션 산업은 오랫동안 창의성의 산실이었다. 우리가 패션 산업의 방향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면, 경계를 넘어 창의성을 활성화하고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요 브랜드가 경쟁사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각 제품이 수명을 다한 후 폐기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도구와 표준을 정하고 더 나은 소재를 채택할 수 있다.
경쟁 탄산음료 브랜드인 마운틴듀와 스프라이트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녹색 플라스틱 병 디자인을 투명 병으로 교체하기로 한 최근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 두 회사 모두 업계의 재활용 PET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가능한 소재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양사 상품팀의 우려와 달리 투명 포장이 판매에 타격을 주지 않았다.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나파피리Napapijri는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최근 단일 폴리머로 만든 자켓을 선보였고, 프랑스 브랜드 살로몬Salomon도 한 가지 소재를 사용한 운동화를 선보였는데, 이 운동화는 새 스키 부츠로 업사이클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제품 수명이 다한 이후 소재를 재사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결정을 내렸다.
패션 산업은 환경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추세를 뒤집으려면 경쟁업체, 업계를 넘어 운영자, 투자자 및 공공 부문과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위한 한 가지 아이디어는 패션계 최고 경영진들이 제2의 JETP 민관협력을 위한 로비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아시아의 주요 생산 거점인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화석 연료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패션 산업 경영진이 협력하는 은행과 함께 거래 자금 조달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공동의 노력
소재 및 재활용 해법에 대한 혁신과 투자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긍정적 조치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관해서는 말이 현실보다 앞서며,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속도보다 환경 훼손이 계속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순환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미숙함을 고려할 때, 특정 브랜드의 터무니없는 목표가 아닌 부문 간 파트너십 규율 및 산업 투자가 결합될 때, 패션이 진정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H&M이 탈탄소화 목표를 설명했던 GFA 컨퍼런스에서 순환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세션이 있었다. 이 세션의 진행자가 패널에게 순환경제 달성까지 얼마나 걸리겠는지 물었다. 패널로 참석한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는 “영원히 걸리겠죠”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맥도노가 순환경제 운동의 창립 선언문 격인 책 <요람에서 요람까지Cradle to Cradle>의 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불길한 징조로 보인다.
회의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순환 시스템에 집중하는 것은 현상 유지를 노린 우회 전략일 수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이 산업이 부추기는 무제한적인 소비일 것이다. 이제 이 우회 전략을 바로잡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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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 PUCKER
켄 퍼커는 터프츠 플레처 스쿨(Tufts Fletcher School)의 겸임 교수이다. 팀버랜드에서 15년 동안 근무했고, 그 중 7년은 COO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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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환경 · 시스템변화
패션의 순환 시스템,
그렇게 쉽게 구현할 수 없다
2023-4
KEN PUCKER
Summary. 패션 업계는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음료수부터 가구, 전자제품, 패션에 이르는 산업은 ‘만들고, 쓰고, 버리는’ 일방향의 경로를 따른다. 이러한 선형적인linear 시스템은 자원을 고갈시키고 해양을 오염시키며 산더미 같은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끝없는 성장에 대한 추구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대기 온난화를 가속화해 가뭄, 홍수, 이주 발생의 강도와 빈도를 높인다. 그 결과,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산업은 대중의 동의를 얻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환경제는 경제 성장과 환경 영향을 분리하고자 하는 컨설턴트, NGO, 기업이 제시하는 최신의 상생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지향을 가진 이들을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Sustainability Inc.이라고 부른다. 사실 순환을 설명하는 정의는 100개가 넘는다.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오래가는 디자인, 유지관리, 수리, 재사용, 재제조, 재가공 및 재활용을 통해, 원료 및 에너지의 순환을 늦추고, 닫고, 좁히면서 자원 투입, 폐기물 배출 및 에너지 누출을 최소화하는 재생형 체계’로 순환을 설명한다.
시장 주도로 경제 성장과 환경 영향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의 역사는 매우 긴데, 최소 유엔 브룬트란트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가 ‘지속가능발전’을 내놓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발표된 보고서 초안은 지속가능발전을 ‘환경을 훼손하거나 발전 자체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영구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발전’으로 정의했다. 유엔 위원들은 측정, 보고, 인증 등의 관리 도구와 함께 이뤄진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은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자발적 시장 주도 해법을 개발하고 도입해 왔다. 수천 건의 기업사회적책임CSR 보고서, 수백 개의 인증제도, 여러 상생 전략이 이러한 노력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공유가치창출CSV이나 ESG 투자 같은 개념도 포함된다. 공유가치창출은 사회의 필요와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재무적 이익도 함께 창출하는 실천을 뜻한다. 그리고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할수록 사회, 환경적 성과를 개선하는 동시에 주식시장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 중 그 어느 것도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급증하는 자원의 수요를 명시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환경제는 상생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알루미늄, 판지, 플라스틱병처럼 기술이 존재하고 원자재 가격이 재활용 원료 가격보다 비싸질 수 있는 일부 상품에 대해 순환 체계 구축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매년 약 80조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9천만 톤 이상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패션 산업에서도 순환은 주목을 받고 있다. 패션 산업의 환경 발자국이 언론의 부정적인 관심을 끌면서,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은 자원 사용과 수익의 흐름을 분리시키며 성장을 지속하는 기회를 촉진하고 있다.
순환경제의 전제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팀버랜드Timberland의 전 COO로 한때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에 몸담은 경험으로 볼 때, 필자는 업계 인센티브와 실제 법률, 굳어진 소비자 행동 패턴, 경제 구조에 상반되는 해법들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순환경제는 이론상 매력적이지만, 패션 산업에서 브랜드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는 기존의 선형 시스템을 뒤집을 수 없다. 이 글에서 필자는 순환경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 전환과 순환경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장벽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순환경제를 넘어 보다 효과적인 섹터 간 협력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제안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패션 산업의 헛발질
‘패션이 환경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패션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지’보다 더 쉽게 파악된다. 패션산업은 성장과 이익이라는 두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혁신, 빠른 제품 주기, 계획적 노후화, 값싼 노동력으로의 외주화, 과장된 마케팅, 의류 가격의 상대적 하락에 의존하는 선형 시스템을 최적화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까지 유효했다. 2000년 이후 패션 부문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제 새로운 스타일은 전통적인 가을/겨울, 봄/여름 시즌을 넘어 더 짧은 주기로 출시된다. 중국의 패스트패션 기업인 쉬인Shein과 같은 브랜드는 매주 수천 가지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대부분의 새 의류는 아주 잠시동안 입어지고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가나나 칠레와 같이 여벌의 의류 수입을 허용해 온 개발도상국에 보내지기도 한다.
현재 상장된 거의 모든 패션 기업이 CSR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 많은 기업이 블루사인(섬유 생산), 유해 화학 물질 무배출(ZDHC)(‘지속가능한 화학 물질’), 공정 무역(생산) 관련 녹색 인증을 받았다. 이러한 인증이 대세가 되고, 업계에서는 제로웨이스트나 제품 수명주기 반영 재생 디자인cradle-to-cradle design 등 여러 새활용upcycling 및 재활용 해법을 시험하고 있지만,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오염의 양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10%로 추정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산업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이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배출량이 프랑스, 독일, 영국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업계에서 천연 소재 대신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같은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패션 산업은 이제 연간 7천만 배럴,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거의 1% 가까이를 소비하고 있다. 화학 폐기물, 물 소비, 토지 이용,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지속가능성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생물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는 동안 패션 산업은 향후 10년 안에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의류 소매업체인 H&M과 같은 기업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규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절대적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면서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실현가능성이 낮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H&M은 순환경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H&M의 패스트패션 모델은 환경 운동가들의 표적이 되어왔다. 2020년 1월, 회사 최초로 창업주 일가가 아닌 헬레나 헬머슨Helena Helmersson을 CEO로 선택한 것도 거센 비판의 영향일 수 있다. 헬머슨은 H&M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많은 임무를 맡아왔고, 5년 동안은 지속가능성을 담당했다.
2020년 10월, 헬머슨은 스웨덴 출신의 지구 경계 프레임워크 설계자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öm과 지구의 미래, 패션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스웨덴 숲속에 있는 현대식 주택에서 진행되었는데, 행사의 주최사이자 나이키, 케링Kering, H&M을 비롯한 여러 패션 회사가 설립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글로벌 패션 아젠다GFA가 선정한 곳이었다. 록스트룀과 헬머슨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두고 빠르게 일치점을 찾았다. 록스트룀은 말했다. “솔직히 저는 순환 모델이 사실상 모든 부문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섬유 사업 부문에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헬머슨 역시 ‘순환이 해법’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렇기에 H&M이 순환경제를 지속가능 전략의 핵심에 둔 것은 놀랍지 않다.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2 GFA 컨퍼런스에서 H&M의 CFO 아담 칼슨Adam Karlsson도 헬머슨과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H&M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순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2백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회사에게 이러한 선택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H&M은 순환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심지어 순환경제 담당자를 두어 상품화, 생산,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기능 간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탄소 배출 및 재활용 소재 사용 목표를 위해 5억 유로(약 5억 4천 8백만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제품 대여, 중고거래 및 수선에 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 수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M은 순환경제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영국의 비영리 자선단체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등 60개 이상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의식 있는 캡슐 컬렉션(감수자주: 해당 시즌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영향력 있는 몇몇 제품을 모아 소개하는 것)을 통해 섬유 분야 혁신을 선보이고, 재활용 회사인 인피니티드 파이버Infinited Fiber, 스피노바Spinnova, 앰버사이클Ambercycle을 포함한 신기술에 투자하며, 재생농업 기술 및 혁신 소재 회사를 지원한다.
H&M은 순환경제를 추구하는 눈에 띄는 사례이다. 구찌, 애플, 아디다스, 이케아, 파타고니아, 아마존, 펩시콜라, 케링 역시 수익 상승과 자원 소비를 분리할 해법으로 순환경제를 꼽는다.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은 섹터를 넘나들며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엘렌 맥아더 재단과 맥킨지는 순환경제가 수조 달러 규모의 기회임을 밝히는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GFA와 기후를 생각하는 패션Fashion on Climate이 의뢰한 2022년 보고서 <순환경제 확장: 정책 관점Scaling Circularity: A Policy Perspective>에서는 “패션 산업 배출량 중 약 25%를 순환 모델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최대의 협의체인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의회CFDA도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순환경제에 투자하고 있다. CFDA의 CEO 스티븐 콜브Steven Kolb는 최근 "혁신을 이루고, 순환경제를 구현함으로서 패션 산업의 미래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활용, 재활용, 재상품화, 중고거래, 맞춤형 소재 및 맞춤형 공정 등을 활용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패션 순환경제를 늘리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제안하는 순환경제 행동계획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신제품 친환경 설계 프레임워크, 확장된 생산자 책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및 제품 표기 기준을 포함한 규정 개선, 높은 수준의 폐기물 분리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 설계, 직물 수선, 재사용 및 재활용 활성화, 그리고 컬렉션 수를 제한하는 조치가 포함되었다.
순환경제를 가로막는 7가지 장벽
패션 산업은 순환경제를 희망적으로 바라보지만 목표한 결과를 달성하려면 여러 기술적, 물리적, 과학적, 재정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순환경제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애물은 다음과 같다.
변하지 않는 시스템 목표와 인센티브 | 상장기업의 CEO와 CFO는 90일마다 주주에게 재무 성과를 보고한다. 이들의 인센티브는 여전히 매출 성장이나 수익성, 현금 흐름 창출에 있다. 그 결과 리더는 규제적 개입을 지지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나 섬유 폐기물 같은 외부 효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단기 재무 결과를 손상시킬 만한 혁신은 추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경영진은 자원 부족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시스템적 문제를 인식하긴 하지만, 결국 한정된 자원을 재무 목표 달성에 쏟을 가능성이 있다.
공급망 외주화도 시스템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브랜드와 공급업체 사이의 단기적인 관계는 품질, 납기일, 비용을 최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단편적이고 본질적으로 거래에 기초한 관계 때문에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연구개발 및 혁신 프로젝트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공급업체는 종종 추가 주문을 통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업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BCG는 지적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종종 교착상태를 야기하고 환경 개선은 전혀 이루지 못한다.
임의적이거나 누락된 측정 지표 | 현재는 순환에 관한 표준화된 측정 지표가 없다. 한 기업이 재활용 소재 비율을 목표로 설정할 때 다른 기업은 폐기물 감소를 측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국가 차원의 순환 정책을 개발했지만, 네덜란드는 2021년 순환경제 보고서에서 ‘실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순환경제 지표를 다룬 최근의 다른 메타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현재 상용되는 많은 순환경제 지표가 진척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진척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일부 지표가 원자재 소비 감소에 따른 부담을 다른 환경, 사회적 영향으로 전가한다는 점이다. 많은 순환경제 지표가 임팩트impact가 아웃컴output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한, 선형 시스템에서 순환 시스템으로 전환을 할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현저히 부족하다. 두 모델의 환경적 영향을 비교하는 생애주기 분석(동료 검토를 완료한 학문적 수준의)은 아직 없다. 업계가 순환 모델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분석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맥킨지의 <순환경제 확장Scaling Circularity>보고서에는 직물을 재활용한 제품이 해당 소재를 처음 사용한 제품보다 환경적으로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실렸다. 그러나 이런 결과값은 재활용을 위한 공정, 재활용 지점, 에너지원, 수거 방식 및 분석에 사용하는 다른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 손실 및 제품의 품질 저하 | 제품이 새로운 의류로 계속 업사이클 될 수 있다는 무한 순환 루프는 환상이다. 순환경제의 각 루프에는 에너지가 들고, 에너지가 전환되거나 변환되는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된다. 언젠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재생 에너지원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의 약 10%에 그친다. 게다가 직물은 대부분 재활용을 거치면서 섬유가 손상되고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의류로 새로운 의류를 만들기란 어렵다. 결과적으로 순환되거나 다른 옷으로 재탄생하는 패션 제품은 전체의 1%가 채 안 된다.
스케일업이 어렵거나 보장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 | 순환은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대여(예: Rent the Runway, Fernish), 중고거래(예: thredUP, The RealReal), 수선(예: Arc'teryx, Dyson)을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델이 아직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규모를 확장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거의 10년 전에 시작돼 잘 알려진 중고거래 프로그램, 파타고니아 중고의류Patagonia Worn Wear가 창출하는 수익은 회사 매출의 1%도 안 된다. 수선업체인 리뉴얼 워크숍Renewal Workshop은 많은 재정지원을 받았지만 현금이 부족해져 도산을 피하기 위해 매각되었다.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겨우 상장은 했지만 시가총액이 투자 자본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고, 스레드업thredUP은 손실을 안고 최고 시가총액 10분의 1에 가까운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여 모델은 사용률이 낮고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휴가용 별장 같은 특정 비즈니스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패션 분야에서는 아직 규모있게 작동한 적이 없다. 실제 사업이 잘 돌아간다 하더라도 패션 중고거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지수이다. 대여 모델로 인해 새 제품의 구매가 줄어들지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회사인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의 상품화 담당 수석 이사인 사샤 스코다Sasha Skoda는 새 의류와 중고 의류 판매를 두고, "소비자는 새 제품이든 중고 제품이든 상관없이 신상품에 중독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냈다.
이와 동시에, 재활용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재활용 직물의 초기 단가가 원단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 하지만 GFA의 <순환경제 확장>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 시간, 양, 경험이 많아지면 비용이 줄어 재활용 원자재 사용이 더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 여기에서도 재활용 기반시설의 자본 조달 주체, 초기 소재의 투입 가격, 수거 및 운송 비용 등을 어떻게 가정하는지에 따라 예측이 달라진다. 결국 자원을 가져다 만들고 버리는 기존의 선형 모델보다 순환경제 모델의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사람들은 순환모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 기반 소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또는 유한 원료 | 업계의 간행물들을 보면, 바이오 기반 생분해성 소재의 순환적 이점을 점점 더 많이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에는 파인애플 잎, 선인장이나 버섯으로 만든 ‘가죽’과, 옥수수, 설탕 같은 자연 원료로 만든 새로운 섬유가 포함된다. 지난 6년 동안 바이오 기반 소재는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자본을 유치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대광고처럼 해법이 항상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천연 소재인 선인장으로 만드는 대체 가죽 데세토Desserto를 생각해 보자. 데세토는 순환경제의 훌륭한 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사의 마케팅 자료는 이 제품에 수 세대가 지나야 생분해되는 화합물인 플라스틱(폴리우레탄)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설탕과 옥수수에서 나오는 바이오 기반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인구 성장에 맞춰 식량 생산량을 늘리려는 압력으로 이미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 상품의 수요가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발명품 중 어느 것도 상품화된 석유 추출물만큼의 일관된 생산량과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몇몇 신흥 바이오 기반 소재 기업은 유망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추럴 파이버 웰딩Natural Fiber Welding, NFW은 재활용 섬유를 처리하고 수명을 늘리는 공정과 플라스틱 없이 식물성 가죽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NFW는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Ralph Lauren과 올버즈Allbirds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또 다른 예로 프랑스 기업 페어브릭스Fairbrics는 이산화탄소 폐기물을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전환하는 공정을 개발 중이다.
역량 격차와 값비싼 기반시설 | 다양한 색상의 혼합 직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아직 규모화가 어렵다. 면이나 페트병으로 만든 제품 재활용은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하지만, 이 소재 제품의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10% 미만이다. 점점 더 많은 의류와 신발이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조각을 혼합, 염색, 코팅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스트레치 데님 청바지에는 대부분 긴 사슬형 합성 폴리머인 신축사가 들어있다. 앰버사이클Ambercycle이나 CIRQ 같은 유망 스타트업이 혼합직물에도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러한 재활용 기술이 규모화될 준비가 될 때까지 패션 순환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다.
기술이 준비되고 비용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매년 1천억 점 이상의 패션 제품을 재활용해야 하는 수요를 충족하려면 재활용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이 기반시설을 짓고 자금을 조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한 연구는 유럽에서만 발생하는 재활용량의 3분의 1을 처리할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60억~7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기반시설의 자본 비용을 고려할 때는 원료 섬유의 저렴한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조지아기술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재료공학자 유지앙 왕Youjiang Wang은 “폴리에스테르, 면 및 기타 직물의 생산 비용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재활용 공정 비용이 매우 낮지 않으면 이윤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비용의 재활용 기반시설이 순환경제 달성에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가장 큰 장벽은 수거 인프라와 소비자 행동 규범의 부재이다. 잘란도Zalando의 순환경제 담당자인 로라 코펜Laura Coppen은 “행동 격차가 정말 큽니다. 순환 영역이 특히 그렇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해법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티셔츠와 운동화를 수거 장소로 모으더라도, 쏟아지는 폐기물을 재활용품 생산으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 다음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경쟁 이전의 부문 간 협력 부족 | 필자는 팀버랜드의 전 COO로서 2022년 MIT가 개최한 신발 산업 순환 관련 컨퍼런스에 초대받았다. 이 회의에는 10개 이상의 브랜드와 수십 개의 공급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이 회의의 최종 보고서에는 혁신과 지적 재산에 있어 기존의 ‘폐쇄적’ 접근 방식으로는 신발 산업이 순환형 경제로 전환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결론이 담겼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업계가 순환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하고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패션 경쟁업체 간의 협력은 순환을 이루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더 나은 소재를 개발하는 것까지 여러 영역에서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류 및 수거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모두 패션 산업에 대한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순환형 패션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고,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 투자자, 운영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EU의 새로운 순환경제 실행 계획과 중국의 노력은 이러한 협력이 시작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은 해법은 다른 곳에 있다
인류에게는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의 여러 위기를 해결하는 데 쓸 시간이 수십 년씩 남아 있지 않다.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손실은 시급한 과제이다. 동시에 온난화를 섭씨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향후 7년간 탄소 배출량을 매년 7% 이상 줄여야 한다. 참고로 인류가 그나마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줄인 2008~2009년 당시 감소율은 2%였는데, 이는 전 세계가 경기 침체기였기에 가능했다.
시장 주도의 자발적 해결책으로는 환경에 대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가 이미 지났다. 측정과 보고를 통해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가설 또한 효과가 없는 것이 입증되었다. 지속가능성 표방 그룹은 자발적 행동이 가진 한계를 빨리 인식할수록 변혁적 조치를 더 신속하게 취할 수 있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패션은 경제의 일부분이지만,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산업의 규모보다 훨씬 크다. 거대한 장애물로 인해 진전이 없는 상황을 보면, 순환경제를 맹신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낳는 부정적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네 가지 권장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소비를 해결하라 |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원인은 변화시키기 가장 어렵다. 패션 산업은 마케팅 전략과 고도로 계획된 진부화 모델(수리가 어렵거나 빨리 구식이 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관행)을 통해 도파민 중독을 유도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이는 패션 산업이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의 소비자들은 평균적으로 매주 한 벌의 의류를 구매한다.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상황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환경적 혼란이 임박했다는 심각한 경고가 늘었지만 소비 패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패션 산업의 (환경을 덜 파괴한다고 여겨지는) ‘더 나은 소재’와 지속가능성 라벨 사용은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수요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지속가능한’ 신발과 셔츠 중 75%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상황에서 이런 제품의 판매를 늘려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끈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선진국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 구매를 한다면 자연의 한계치 내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같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리려면 보다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담배 소비를 줄이면서 공공 보건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담배세를 제정했던 것처럼, 어쩌면 패션 산업의 발자국을 개선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패스트 패션세fast-fashion tax 입법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가격을 올려야 할 만큼 세금을 크게 매긴다면 제품 판매량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효과적으로 규제하라 | 순환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EU의 입법 의도는 훌륭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부가 더 직접적으로 탄소 배출 등 환경 영향에 한도를 설정하되, 감소를 이루어낼 방법은 기업이 결정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뉴욕에서 제안된 법안인 패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법Fashion Sustainability and Social Accountability Act이 바로 이러한 규제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뉴욕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패션 회사는 전 세계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맞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매출의 최대 2%까지 벌금을 물 수 있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은 제조사 측 주장을 규제 및 검증해야 한다. 패션 회사는 (유기농 식품과 유사하게) 법적 정의가 확립되고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제품에 ‘순환’, ‘녹색’, ‘지속가능’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러한 법률이 시행중이며, H&M에서 최근 불충분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해 당국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 결과, H&M은 자사의 주장을 철회하고 패션 지속가능성 관련 부문에 50만 유로548,000달러를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영국과 EU도 허위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된 생산자 책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법은 브랜드가 제품의 수명 폐기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프랑스는 EU 순환경제 계획의 일부인 EPR 법을 2007년부터 적용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법률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며, 설계에 따라 더 무해하고 재사용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재활용 의류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혼합 소재 의류에 더 높은 EPR 의무금을 부과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의류 출처의 디지털화를 의무화하는 것도 EPR의 효율성과 재활용 수거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획기적인 해법을 지원하라 | 2022년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유망한 탈탄소화 기술에 지분 투자를 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기금에 270억 달러를 지원했다. 글로벌 차원의 다른 유사한 수단을 활용해 패션 분야의 유망한 해법에 자금을 지원하면 최선의 재생 아이디어를 더 높은 빈도로 상용화할 수 있다. BCG의 2020년 연구 <패션 산업 전환을 위한 투자Financing the Transformation in Fashion>에 따르면 패션업계가 지속가능성 영역에서 진전을 이루려면 연간 2백억~3백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자금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로부터 조달되어야 한다. 투자 회사인 클로즈드 루프 파트너스Closed Loop Partners는 민간 투자 회사가 업계 경쟁사 기금을 통해 혁신적인 지속가능성 해법에 재정을 지원한 사례다. 투자자가 새로운 기술의 검증자이자 사용자로서 역할을 하는 이 매력적인 모델은 패션 산업에서 확장적으로 시도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패션 분야의 혁신 자금 대부분은 가장 큰 배출원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패션에서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소재 생산을 처리하는 단계에서 배출되는데, 현재 자금은 제품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발자국 중 약 15%를 차지하는 새로운 소재나 비즈니스 해법에 주로 할당된다. 소재 생산 공정은 주로 선진국에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 계약업체의 직조, 염색 및 마감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설의 전력은 대개 석탄으로 공급한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의류 생산을 터키와 유럽연합 등 청정에너지를 혼합해 사용하는 지역으로 이전해, 의류 관련 배출량을 4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다.
사실, 순환을 이루겠다는 수많은 공언들보다 최근 체결된 금융 거래 한 건이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을 더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은 향후 3~5년 동안 공공기관과 민간 은행의 혼합 자금 지원을 받아 155억 달러를 투자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JETP'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금은 석탄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국가 에너지원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수출국인 베트남 공급업체 공장의 탄소 배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및 부문 간 협업을 가속화하라 | 패션 산업은 오랫동안 창의성의 산실이었다. 우리가 패션 산업의 방향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면, 경계를 넘어 창의성을 활성화하고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요 브랜드가 경쟁사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각 제품이 수명을 다한 후 폐기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도구와 표준을 정하고 더 나은 소재를 채택할 수 있다.
경쟁 탄산음료 브랜드인 마운틴듀와 스프라이트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녹색 플라스틱 병 디자인을 투명 병으로 교체하기로 한 최근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 두 회사 모두 업계의 재활용 PET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가능한 소재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양사 상품팀의 우려와 달리 투명 포장이 판매에 타격을 주지 않았다.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나파피리Napapijri는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최근 단일 폴리머로 만든 자켓을 선보였고, 프랑스 브랜드 살로몬Salomon도 한 가지 소재를 사용한 운동화를 선보였는데, 이 운동화는 새 스키 부츠로 업사이클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제품 수명이 다한 이후 소재를 재사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결정을 내렸다.
패션 산업은 환경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추세를 뒤집으려면 경쟁업체, 업계를 넘어 운영자, 투자자 및 공공 부문과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위한 한 가지 아이디어는 패션계 최고 경영진들이 제2의 JETP 민관협력을 위한 로비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아시아의 주요 생산 거점인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화석 연료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패션 산업 경영진이 협력하는 은행과 함께 거래 자금 조달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공동의 노력
소재 및 재활용 해법에 대한 혁신과 투자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긍정적 조치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관해서는 말이 현실보다 앞서며,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속도보다 환경 훼손이 계속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순환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미숙함을 고려할 때, 특정 브랜드의 터무니없는 목표가 아닌 부문 간 파트너십 규율 및 산업 투자가 결합될 때, 패션이 진정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H&M이 탈탄소화 목표를 설명했던 GFA 컨퍼런스에서 순환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세션이 있었다. 이 세션의 진행자가 패널에게 순환경제 달성까지 얼마나 걸리겠는지 물었다. 패널로 참석한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는 “영원히 걸리겠죠”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맥도노가 순환경제 운동의 창립 선언문 격인 책 <요람에서 요람까지Cradle to Cradle>의 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불길한 징조로 보인다.
회의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순환 시스템에 집중하는 것은 현상 유지를 노린 우회 전략일 수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이 산업이 부추기는 무제한적인 소비일 것이다. 이제 이 우회 전략을 바로잡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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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 PUCKER
켄 퍼커는 터프츠 플레처 스쿨(Tufts Fletcher School)의 겸임 교수이다. 팀버랜드에서 15년 동안 근무했고, 그 중 7년은 COO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