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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라면
투자 철회보다
항의로 표현하라
2023-3
DANIELA BLEI
Summary. 투자자들은 불매운동이나 투자 철회보다 참여의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재무학 교수인 루이지 징갈레스는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진에게 자신의 가치와 선호도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조사했는데, 투자자 그룹과 고객, 직원 등으로 그룹을 나눠 질문하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이 가진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충족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에게 어려운 일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자 자유시장의 옹호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이 온전히 수익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해 배당금으로 분배하고, 주주가 원하는대로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징갈레스의 생각은 달랐다.
징갈레스는 자신의 전 지도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올리버 하트,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레오노라 브로카르도와 함께 작성한 최근 논문에서, 경영진에게 이윤 극대화 이상의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그룹이 자주 사용하는 두 가지 전략의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환경적으로 의식 있는 투자자가 경영진을 움직여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는 동시에 공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업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론적 모델을 사용해 두 가지 전략을 비교했는데, 이해관계자가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서로 다른 두 유형으로 종결 전략exit과 의견표명 전략voice을 실험했다. 종결 전략은 '발로 뛰는 투표voting with your feet'로도 표현되며, 투자 철회 또는 소비자 및 근로자의 보이콧 행동이 여기에 속한다. 의견표명 전략은 일반적으로 주주 투표를 통해 기업 경영에 참여해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사회적, 환경적 관심이 높아지며 투자자들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는 최근에서야 면밀히 검토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투자자에 대한 다음의 가정을 바탕으로 모델을 구축했다. 대다수 투자자는 약간의 '친사회적pro-social' 성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투자를 통해 '다각화된well-diversified'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투표를 한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징갈레스와 동료 연구자들은 의견표명 전략이 종결 전략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이뤄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종결 전략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과 자체는 놀랍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의 발견에 비해 훨씬 더 극명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는 우리 연구의 결과는 놀랍습니다"라고 징갈레스는 말한다.
연구진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예로 들어, 투자 철회와 보이콧에 따르는 인센티브와 비용을 구체화했다. 현재 다우 케미컬Dow Chemical로 사명을 바꾼 화학 회사 듀폰DuPont은 1984년에 독성 물질을 오하이오강에 유출해 강을 오염시키는 것과 비용을 들여 소각하는 것 사이에서 결정해야 했다. 연구진은 당시 투자자들의 종결 전략이 환경에 이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증거들을 찾아냈다. 기업이 오염 정화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들은 종결 전략을 약화시켜 버렸다. 기업을 처벌하고자 하는 의식 있는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해 주가를 하락시키는 방법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기적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해 가격이 하락한 주식을 매입하면 주가가 상승하게 되고, 경영진의 행동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의견 표명 전략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실험 결과는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프리드먼의 세계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없는 편리한 세계입니다. 이익은 그저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좋죠"라고 징갈레스는 말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이상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투자자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진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자신의 결정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비용보다 더 크다면, 다소 낮은 주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통념을 뒤집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재무학 교수인 아밋 세루는 "이 논문은 주주 이익 극대화 대 이해관계자 이익 극대화에 대한 논쟁을 해소할 독창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라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경영진과 소통하고 참여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최적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징갈레스는 말한다.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 철회가 아닌 참여입니다. 문제는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기관 투자자가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의향을 기업에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투자자의 의향을 기업에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합니다."
참고
1 . 엘레오노라 브로카르도, 올리버 하트, 루이지 징갈레스, <종결 대 의견 표출>, 정치경제학저널, 130권 12호, 2022, 310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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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A BLEI
다니엘라 블레이는 역사학자이자 작가, 학술 서적 편집자이다. 그녀의 글은 daniela-blei.com/writing와 X @tothelastpage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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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라면
투자 철회보다
항의로 표현하라
2023-3
DANIELA BLEI
Summary. 투자자들은 불매운동이나 투자 철회보다 참여의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재무학 교수인 루이지 징갈레스는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진에게 자신의 가치와 선호도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조사했는데, 투자자 그룹과 고객, 직원 등으로 그룹을 나눠 질문하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이 가진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충족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에게 어려운 일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자 자유시장의 옹호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이 온전히 수익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해 배당금으로 분배하고, 주주가 원하는대로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징갈레스의 생각은 달랐다.
징갈레스는 자신의 전 지도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올리버 하트,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레오노라 브로카르도와 함께 작성한 최근 논문에서, 경영진에게 이윤 극대화 이상의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그룹이 자주 사용하는 두 가지 전략의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환경적으로 의식 있는 투자자가 경영진을 움직여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는 동시에 공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업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론적 모델을 사용해 두 가지 전략을 비교했는데, 이해관계자가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서로 다른 두 유형으로 종결 전략exit과 의견표명 전략voice을 실험했다. 종결 전략은 '발로 뛰는 투표voting with your feet'로도 표현되며, 투자 철회 또는 소비자 및 근로자의 보이콧 행동이 여기에 속한다. 의견표명 전략은 일반적으로 주주 투표를 통해 기업 경영에 참여해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사회적, 환경적 관심이 높아지며 투자자들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는 최근에서야 면밀히 검토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투자자에 대한 다음의 가정을 바탕으로 모델을 구축했다. 대다수 투자자는 약간의 '친사회적pro-social' 성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투자를 통해 '다각화된well-diversified'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투표를 한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징갈레스와 동료 연구자들은 의견표명 전략이 종결 전략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이뤄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종결 전략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과 자체는 놀랍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의 발견에 비해 훨씬 더 극명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는 우리 연구의 결과는 놀랍습니다"라고 징갈레스는 말한다.
연구진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예로 들어, 투자 철회와 보이콧에 따르는 인센티브와 비용을 구체화했다. 현재 다우 케미컬Dow Chemical로 사명을 바꾼 화학 회사 듀폰DuPont은 1984년에 독성 물질을 오하이오강에 유출해 강을 오염시키는 것과 비용을 들여 소각하는 것 사이에서 결정해야 했다. 연구진은 당시 투자자들의 종결 전략이 환경에 이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증거들을 찾아냈다. 기업이 오염 정화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들은 종결 전략을 약화시켜 버렸다. 기업을 처벌하고자 하는 의식 있는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해 주가를 하락시키는 방법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기적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해 가격이 하락한 주식을 매입하면 주가가 상승하게 되고, 경영진의 행동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의견 표명 전략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실험 결과는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프리드먼의 세계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없는 편리한 세계입니다. 이익은 그저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좋죠"라고 징갈레스는 말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이상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투자자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진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자신의 결정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비용보다 더 크다면, 다소 낮은 주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통념을 뒤집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재무학 교수인 아밋 세루는 "이 논문은 주주 이익 극대화 대 이해관계자 이익 극대화에 대한 논쟁을 해소할 독창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라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경영진과 소통하고 참여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최적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징갈레스는 말한다.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 철회가 아닌 참여입니다. 문제는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기관 투자자가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의향을 기업에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투자자의 의향을 기업에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합니다."
참고
1 . 엘레오노라 브로카르도, 올리버 하트, 루이지 징갈레스, <종결 대 의견 표출>, 정치경제학저널, 130권 12호, 2022, 310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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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A BLEI
다니엘라 블레이는 역사학자이자 작가, 학술 서적 편집자이다. 그녀의 글은 daniela-blei.com/writing와 X @tothelastpage에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