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화석연료라는 골리앗 쓰러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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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환경 · 커뮤니케이션
화석연료라는 골리앗
쓰러뜨리기

2021-4


DANIELA BLEI



Summary.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투자 철회 운동이 성공하는 이유와 그 과정을 분석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 논의한다.



조지 펀스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무렵 화석연료 투자 철회 운동에 대해 배웠다. 펀스는 인권과 환경 정의를 위한 영국 최대 규모의 학생 네트워크인 피플앤플래닛People&Planet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연구원으로서 이들의 야심찬 의제와 성과를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 운동가들이 현재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화석연료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는지 궁금했다.


현재 카디프 비즈니스 스쿨에서 조직이론 및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펀스는, 바스대학교 질적연구센터에서 경영, 마케팅, 비즈니스 및 사회 분야 강사인 알리에트 램버트와 베를린자유대 경영경제대학의 박사과정 후보생인 마이크 귄터와 팀을 이뤄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처럼 기후운동가들이 어떻게 화석연료 산업에 성공적으로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었는지 연구했다.


세 명의 연구자들은 환경 운동가 및 국제적 투자 철회 운동의 주역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광범위한 활동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후운동가들이 만든 342개의 텍스트 언어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는데, 이 자료의 대부분은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빌 맥키번이 설립한 기후행동 단체 350.org와 피플앤플래닛과 같은 학생 주도 캠페인에서 배포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언어의 힘과 도덕적 설득에 대해 조사했다. 


이들은 기후운동가들이 비유를 이용해 화석연료를 담배 산업에, 투자 철회 운동을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남아공 백인정권의 유색인종 차별 정책 철폐 투쟁과 연결지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도적 비유가 담긴 운동을 통해 도덕적 ‘내집단ingroup’인 운동가들과 비도덕적 ‘외집단outgroup’인 화석연료 산업이라는 두 개의 그룹 간에 타협의 여지가 없는 도덕적 이원론이 형성됐다 .


기후운동가들은 시위와 같은 전통적인 전술로 화석연료 산업을 파산시키고 이들이 세계 자본에 휘두르는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오랫동안 인식해 왔다. 따라서 이들은 화석연료 산업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킴으로써 이익을 얻는 점을 부각시켜 낙인을 찍기 위한 목적 하에  투자 철회를 일종의 ‘상징적 도구’로서 채택했다. “이들은 화석연료 사업이 도덕적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펀스는 말했다. “역사적 비유는 우리 내면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환경 운동가로서 여러분은 역사적 사건에서 정서적 함축을 끌어올 수 있어요.”


펀스는 도덕적 이원론을 퍼뜨리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첫째, 투자 철회 운동은 ‘근접 적응proximal adaptation’을 통해 이전에도 기후운동에 힘을 보탰던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불러모았다. 인종차별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진보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와 나오미 클라인, 그리고 가디언지the Guardian가 투자 철회 캠페인에 참여해 메시지를 전파하고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두 번째 방법은 저자들이 ‘원거리 제정distant enactment’이라고 부르는 방법인데, 급진적 환경주의와 거리가 있는 다른 부류의 이해관계자들을 불러모았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각국 정부, 그리고 세계은행World Bank을 합류시켜 투자 철회를 금융 수단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을 통해 급진적 행동주의와의 연관성을 줄였다.


“제게 있어, 본 연구의 가장 큰 가치는 비유와 은유에 대한 이론적 초점입니다”라고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조직과 임팩트를 가르치는 에로 바라 교수는 말했다. “비유와 은유는 집단적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센스메이킹sensemaking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지만, 이를 개념화하거나 경험적 연구에서 명확히 정의내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비유와 은유에서 이성적이고 감정적 수사를 통해서 우리의 개념이 발전하고 변화하며, 이것은 하나의 운동이 다른 활동가들을 동원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의 분석은 비유적 비교가 어떻게 화석연료 산업에 낙인을 찍었는지 밝혀냈고, 마찬가지로 중요하게도 비유적 비교가 어떻게 투자 철회 운동가의 도덕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시켰는지를 보여줬다. “운동으로서 무조건 대기업을 부끄럽게 만들거나 죽음과 파괴의 언어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펀스는 말했다. “활동가들이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투쟁을 비유로 사용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도덕성을 대중에게 설득시킬 수 있었습니다. 기후운동가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낙인을 찍고자 했던 활동이 대중은 물론 지극히 보수적인 자본가와 대학 기부심사위원회의 눈에도 정당한 일로 보였던 이유입니다.” 펀스와 저자들은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그것이 도덕적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후운동가들은 기본적으로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거나 아파르트헤이트가 비도덕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매우 시기적절하고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라고 바라는 말했다. “우리는 기후 변화와 화석연료에 대한 싸움이 지금 당장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핵심 문제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물론, 충분히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이 연구 결과는 다른 사회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  

1 .     조지 펀스, 알리에트 램버트 & 마이크 귄터, 「도덕적 이원론으로서 비유적인 오명 구축: 화석연료 투자 철회 운동의 사례를 중심으로」,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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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A BLEI

다니엘라 블라이(DANIELA BLEI)는 역사학자이고 작가이자 학술서적 편집자이다. 그녀의 글은 daniela-blei.com/writing에서 읽을 수 있다. @tothelastpage에 가끔 트윗을 올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