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문화]제프 스콜은 왜 영화를 지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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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사회 · 예술문화
제프 스콜은 왜 영화를 지원하는가?

2020-2


TRACY E. GILCHRIST



Summary. 스콜 파운데이션의 설립자 제프 스콜은 파티시펀트 미디어를 설립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영화를 제작해 사회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



영화 《로마》, 《그린북》, 《판타스틱 우먼》,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수상작이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많은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모두 파티시펀트 미디어Participant Media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 회사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회문제를 부각시키고, 이에 상응하는 사회 변화를 촉진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15년 전에 설립됐다.


2004년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제프 스콜에 의해 창립된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그동안 100여 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했다. 이 중 73편은 아카데미 상에 지명됐고 18편은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러한 평론가의 호평을 넘어,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비영리 및 비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시급한 사회문제들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왔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는 스콜의 비전을 진전시켰다.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사는 부유한 가정에서 일하는 입주 도우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 파티시펀트 미디어의 가장 최근작이다. 이 영화는 평론가들의 찬사와 수상의 영예를 얻음과 동시에 가사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부각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파티시펀트 미디어의 최고 임팩트 책임자 홀리 고든은 “우리는 가사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전미가사노동자연맹National Domestic Workers Alliance, NDWA 이사 및 사회운동가 아이-젠 푸, 멕시코의 가사 노동자 지원 및 훈련센터Center for Support and Training of Household Employees, CACEH 및 리더 마르셀리나 바우티스타와 함께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봄에 멕시코 역사상 최초로 전국의 250만 가사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11월 《로마》가 개봉되면서, 파티시펀트 미디어와 전미가사노동자연맹은 영화 상영과 함께 가사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패널토론을 제공하는 캠페인 전략을 실행했다. 두 기관은 미국의 가사 노동자 권리장전Domestic Workers Bill of Rights에 대한 비전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의회 의원들을 위한 리셉션도 함께 기획했다. 행사에 참석한 가사 노동 자들은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와 공화당 소속 워싱턴주 연방 하원의원 프라밀라 자야팔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의원은 7월에 법안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전미가사노동자연맹의 젠더 평등 캠페인 책임자 모니카 라미레즈는 “가사 노동자들이 누구인지와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확실히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파티시펀트와 전미가사노동자연맹 이 실시한 소셜임팩트 캠페인과 영화 《로마》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대중적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녀는 《로마》 개봉 이후 주 및 연방 차원에서 가사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에 대한 담론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발의된 연방 법안 외에도 워싱턴 D.C.에서는 차별 금지법을 가사노동자에게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가사 노동자 권리장전이 통과되기도 했다.


라미레즈는 “이러한 법안 및 지역 조례의 도입은 가사 노동자들이 십 년 넘게 모여 활동한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압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이제 우리에게는 가사 노동자들이 어떻게 고립되고 때때로 갖은 수모와 피해를 입는지를 《로마》 라는 영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로마》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대중적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개의 비전

캐나다인 공학자 제프 스콜은 이베이eBay의 초대 회장으로서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가 되었으며, 이베이 재단 설립에 기여했다. 한때 경매 사이트의 대주주였던 그는 2001년 이베이를 떠나기 전까지 그곳에서 부를 축적했다. 그는 스콜 재단도 설립했는데, 스콜 재단은 파티시펀트 미디어 출범 이전부터 사회적기업가정신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


스콜은 2007년 테드 강연에서 사회 변화를 만드는 단체나 사업에 투자하면서 《간디》와 《쉰들러 리스트》처럼 도덕적 호소력을 갖춘 영화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합쳐져 미디어 회사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가 창업할 당시 그런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2005년,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장편 영화 《노스 컨츄리North Country》, 《시리아나》, 그리고 《굿나잇 앤 굿럭》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 《머더볼Murderball》을 포함한 작품들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이러한 초기작과 함께 사회적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ACLU, 미국공영방송PBS, 그리고 미국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과 협력했다.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주로 고품질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곧 방향을 바꾸어 콘텐츠 제작의 길로 들어섰다. 파티시펀트 미디어의 COO 가브리엘 브라킨은 “초창기에는 회사가 콘텐츠 출자자나 공동 출자자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는 항상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찾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는 항상 그러한 기준하에 우리가 관여할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멕시코 배우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영화 〈로마〉에 출연했다.

이 영화의 제작은 파티시펀트 미디어가 맡았다.


브라킨은 파티시펀트 미디어에서 근무한 11년 동안 회사가 꾸준히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과거 회사는 프로젝트 공동 출자자로서 자금을 출자하고 파트너들과 일했으나, 이제는 “우리는 관련 프로젝트의 80~90%를 창의적인 관점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는 “세상은 이제 제프가 처음 파티시펀트를 창업했을 때 갖고 있었던, 우리 회사가 꼭 사회에 긍정적인 공헌을 해야 한다는 비전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선한 목적을 위해 비즈니스를 활용하여 ‘목적과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기업에 주어지는 비콥 인증을 받았다.


파티시펀트 미디어 CEO 데이비드 린드는 비콥 인증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의 유전자에는 소셜임팩트와 책임이 새겨져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업의 설립 목적이자 핵심 미션입니다. 이번 비콥 인증은 우리가 동료 기업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전 세계 관객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을 연결하겠다는 우리의 지속적 헌신을 강화하고 또한 반영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고객 취향에 적응하기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디지털 계열사인 소울팬케이크SoulPancake를 통해 매년 장편 영화 6편, 다큐멘터리 영화 5편, TV 시리즈물 3편, 그리고 30시간 이상 분량의 디지털 단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홀리 고든은 2017년 파티시펀트 미디어에 합류한 이래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셜임팩트 캠페인을 총괄해왔다. 여기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와 이 이야기의 영화 버전인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포함된다.

 

파티시펀트 미디어가 사회문제를 성공적으로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든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어떻게 최대의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반복적으로 직면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와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경우, 그녀가 입사했던 시기에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성희롱과 여성 평등에 대한 국민적 담론의 물결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했다. 젠더 평등과 조직문화에 대한 논의가 다른 회사들로 확대되기 전에 벌어진 2017년의 여성 행진Women’s March와 미투운동#MeToo, 그리고 타임즈 업Time’s Up 캠페인 등은 긴즈버그의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탐구하면서 로펌에서의 여성 인권과 관련된 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성숙한 기회를 마련해줬다.


고든은 당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를 기업의 고위급 임원 차원에서 젠더 평등과 일터 평등에 대해 가시적인 약속을 할 수 있는 통로로 사용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영화를 통해 로펌과 기업들이 평등 관련 이슈들에 대한 약속을 직원들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외부적으로는 무료 재능 기부 또는 무료법률상담을 포함한 여성을 돕기 위한 프로보노 활동이나 지역사회 내 여성의 지위를 제고하는 노력 등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거죠.”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를 포함한 기업 및 로펌 맞춤형 상영회를 열기 위해 리프트Lyft,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 등의 기업은 물론이고 미국시민자유연맹과 같은 옹호단체와 협력했다. 70회 이상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통해 사내 여성의 가시성과 기업 내 역할에 대한 열린 대화가 활성화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여성 프로그램 담당 글로벌 매니저 팜 시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고위급의 여성들, 우리 은행이 고용한 여성 직원의 수, 이사회 구성 및 관련 프로그램 숫자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때로는 우리 회사가 지원하는, 여성을 위해 존재하는 정의실현단체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이러한 주제들을 지역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어 “우리가 하는 일과 파티시펀트 미디어가 하는 일 사이에는 실질적인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들은 우리의 여성 관련 전략과 인플루언서 전략 모두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젠더 평등에 대한 파티시펀트 미디어의 사회적 미션은 전 세계로 확장된다. 2018년 개봉된 《판타스틱 우먼》은 칠레인 트랜스젠더 여성이 애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깊은 슬픔에 대처하고, 그 이후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겪는 고립과 폭력을 다룬 극적인 영화다. 주인공 또한 트랜스젠더 연기자인 다니엘 베가가 연기했다. 영화의 화제성은 칠레에서 젠더 가시성 캠페인의 촉매제 역할을 했고, 출연진과 제작진은 당시 칠레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에 의해 대통령궁으로 초대받기도 했다. 베가는 궁에서 트렌스 젠더들을 위한 신분증 표기 방법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연설했다. 몇 개월 후, 칠레에서는 신분증상 성별 표시에 대한 새 법안이 채택됐다.


지난 몇 년 간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대중의 시청 방식에 맞춰 스트리밍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로마》와 자사 최초의 각본 드라마 시리즈인 에바 두버네이의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등이 대표 사례이다. 최고 운영 책임자 브라킨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브랜드 이미지를 발판 삼아 텔레비전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사업이 진화하는 방식에 대한 유기적 대응입니다.”라며 또한 “TV 프로그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예산을 통해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TV 시장의 경제적 환경도 일부 변화했습니다. 어느 순간 TV 프로그램 영역에서도 영화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예산이 주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영화와 스트리밍 플랫폼 전반에 걸쳐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선거구획정 문제를 다루는 《드래곤 죽이기》, 사법개혁을 다루는 《저스트 머시》, 그리고 식수에 들어 있는 유독 화학물질에 노출된 미국 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크 워터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디어 업계의 지형은 스콜 대표가 처음 비전을 가졌던 대형 영화관 시대에서 현재의 인터넷 스트리밍 시대로 급격히 변화했다. 그러나 여느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와 유사하게 파티시펀트 미디어 또한 발전에 끊임없이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여전히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든 청중에게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 행동을 촉구하는 행동지향적 캠페인들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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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Y E. GILCHRIST 

트레이시 E. 길크리스트(TRACY E. GILCHRIST)는 더 아 보케이트(THE ADVOCATE)의 페미니스트 편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