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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지성,
불확실성 시대의 문제 해결법
2026-1
CHARLES CONN & ROB MCLEAN
Summary. 찰스 콘·롭 맥린의 저서 ‘임퍼펙셔니스트The Imperfectionists’에서 발췌한 글로, 불확실성 속 전략적 문제 해결에 관한 통찰을 담고 있다.

CHARLES CONN & ROB MCLEAN
비영리단체와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조직이 원하는 투입 요소나 성과의 실현 가능성은 따지지 않은 채, 사실상 3년 치 예산에 불과한 것을 ‘전략’이라고 부르며 만족한다. 팬데믹, 기술 변화, 경제적 혼란 등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가속화되는 시대에, 우리가 돌아갈 ‘정상 상태normal’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략이라 포장된 이러한 허술한 계획들은 점점 공상에 가까워 보인다. 결국 많은 조직이 불확실성 속으로 발을 내딛기를 두려워하며 마비 상태에 빠지고, 익숙한 일을 그대로 반복하는 악순환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다른 길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임퍼펙셔니스트imperfectionist’의 방식이라 부른다. 임퍼펙셔니스트는 여섯 가지 전략적 문제 해결 사고방식을 통해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힌다. 이들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현재 속한 산업 밖에서까지 새로운 데이터와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위험 속으로 들어가 시행착오를 거쳐 나아간다. 이때 실패의 부담이 작고 되돌릴 수 있는 기민한 시도들을 활용하는데, 이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조직의 역량을 쌓는 과정이 된다. 다른 이들이 확실한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거나 성급한 도박을 감행할 때, 임퍼펙셔니스트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전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전략을 곧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보고 연구해 왔다. 첫 번째 저서 ‘탄탄한 문제 해결법: 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나의 기술Bulletproof Problem Solving’(2019)에서 탁월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핵심 역량들을 다루었다면, ‘임퍼펙셔니스트The Imperfectionists’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이 책은 50개의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하며, 그중 절반은 비영리 단체와 임팩트 투자 분야의 사례들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적 사고방식 중 하나인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다룬 아래 발췌문이 독자 여러분께 유익한 영감을 주길 바란다. — 찰스 콘, 롭 맥린
조이의 법칙
빌 조이Bill Joy는 현재 오라클Oracle에 인수된 선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공동 창업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조이의 법칙’으로 불리게 된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당신이 누구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 법칙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조직 외부에 존재하는 지성을 활용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빌 조이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당신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도록 만드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편이 낫다. 내부 직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세상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조직 안에 모으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가들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이의 법칙이 조직의 문제 해결 방식에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만약 우리가 생태계 내의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한다면, 기존의 채용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우리는 진정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을 구성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새로운 역량이 요구되는 혁신의 순간에 소위 ‘전문가’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조이의 법칙, 나아가 집단 지성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조직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집단 지성의 프레임워크
대화 중에 ‘집단 지성’이 언급되면, 많은 이들이 “항아리에 담긴 콩의 개수를 맞추는 ‘군중의 지혜’ 같은 것 아니냐”라며 안다는 듯 넘기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집단 지성에 그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집단 지성이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전문가를 존중하되, 규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과거에 형성된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 조직은 팀 내부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틀을 깨는 ‘자기 혁신Self-disruption’의 동력을 조직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피시페이스와 지속가능한 참치 어획
‘피시페이스Fishface’는 네이처 컨서번시The Nature Conservancy, TNC가 머신러닝을 활용해 어선에 잡힌 참치의 어종을 식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해상에서 어획된 어종과 수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수집하며, 이를 통해 어업 관리자들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자원 관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시페이스는 어업 관리의 고질적인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바로 지속가능한 어획 할당량 대비 실제 목표 어종과 혼획 어종이 얼마나 잡히는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어장의 34%가 남획 상태이며, 또 다른 60%도 추가적인 어획 압력을 견딜 수 없는 상태이다.1 TNC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어장의 90%에 효과적인 관리 체계가 부재한 실정이다.2 환경보전 활동가들은 지속가능한 어획 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예방적 관리 체계와 검증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해산물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는 30억 인구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TNC가 제시한 해법은 어종별 실시간 어획 데이터를 ‘리스크 관리 도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형 어업 기업들은 자신들의 어획이 지속가능성 약속과 규제를 준수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어업 분야에도 육상 농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공급망 차원의 지속가능성 검증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피시페이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016년 TNC가 호주에서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Google Impact Challenge’의 대중 투표 부문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TNC는 상금의 일부인 15만 달러를 내걸고 데이터 과학 플랫폼인 캐글Kaggle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선에 설치된 고정 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어종별 개체 수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5개월 동안 진행된 이 대회에는 총 2,293개 팀이 참여하며 캐글 역사상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대회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참가자들은 어선 카메라의 이미지 3,792장으로 구성된 학습 데이터셋과 1,000장의 테스트 데이터셋을 받았다. 참가팀들은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돌고래, 상어를 포함한 8개 어종으로 어류를 분류해야 했다. 공개 순위표는 1,000장의 테스트 이미지 결과를 기준으로 산출되었다. 공개 순위표에서 3위를 기록한 펠릭스 유Felix Yu는 영상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어종의 샘플 수가 적고, 중요한 식별 기준인 지느러미 영상이 불명확하며, 파도의 영향으로 영상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시간을 2022년으로 돌려보자. 반가운 소식은 피시페이스 알고리즘이 인도네시아의 한 어선에서 실제로 적용되어 90~95%의 정확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규정 준수 여부를 보고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음 단계는 전 세계 해산물 어획량의 50%를 차지하는 약 10만 척의 대형 어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개발하는 것이다.3 이를 위해 마크 짐링Mark Zimring이 이끄는 TNC 팀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선도 기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협력해 해상에서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TNC의 피시페이스는 전 지구적 중요성을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로,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패턴 인식 학습 엔진을 결합해 어업 관리의 오래된 난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경쟁적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조상의 지혜: ‘적당한 때 불 지피기’
호주 북부 상공을 나는 헬리콥터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옆자리에는 원주민 레인저가 앉아 골프공 크기의 글리콜 소이탄glycol incendiaries, 즉 작은 화염탄을 기계에 하나씩 넣고 있다. 이 기계는 열대 사바나 초원 위로 소이탄을 투하하고, 땅에 떨어진 화염탄은 작은 불길을 만들어낸다. 만약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면, 롭Rob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네이처 컨서번시 호주The Nature Conservancy Australia를 비롯한 환경보전 단체들과 원주민 레인저들 사이의 협력을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협력을 통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불 관리 기법이 호주 전역에 현대적 모델로 재도입되었다.
화재 진압에 초점을 맞춘 서구의 현대적 산불 관리 방식과 달리, 호주 원주민 공동체는 수만 년 동안 건기 초반의 계획적 소각에 의존해 왔다. 이들이 ‘적당한 때 불 지피기Right Way Fire’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토지 관리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대규모 산불로 번질 위험을 줄여준다.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하거나 잊고 지냈던 역사적 문제 해결책, 다시 말해 ‘조상의 지혜’라는 형태의 집단 지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 과학이 더해지면서 사바나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화재의 범위·강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사바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위성 지도를 활용해 화재의 범위와 강도를 파악한다. 탄소 크레딧은 이러한 계획적 소각이 없었을 때를 가정한 배출 기준치 대비 실제 감축량을 근거로 산출된다. 탄소 크레딧은 이러한 계획적 소각이 없었을 경우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실제 감축된 온실가스 규모를 산정해 발급된다. 호주 정부는 이렇게 생성된 탄소 크레딧을 공식 등록하고, 이를 정부나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경보전 활동가들은 세심하게 관리된, 불타지 않은 구역들이 모자이크처럼 남아 있는 경관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한다. 환경보전 활동가들은 계획적으로 불을 놓은 뒤 남겨진, 불타지 않은 구역들이 모자이크처럼 남아 있는 경관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지형은 소각지 사이에서 새와 동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며, 식물과 종자의 성장을 촉진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역할과 전문성이 어우러진 구조는 집단 지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지구 육지 면적의 16%를 차지하는 열대 사바나는 호주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도 분포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화재에 취약한 식생 유형 가운데 하나다.
지난 10년간 건기 초입 계획 소각을 재도입하여 거둔 극적인 변화는 호주 북부의 두 위성 영상 지도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건기 후반에 더 심각한 화재가 발생한 곳이며, 녹색 구역은 건기 초입에 계획적인 소각이 이루어진 곳이다. 지도 상단은 강수량이 많은 지역으로, 레인저 팀이 활동하고 탄소 프로젝트가 등록된 곳이다. 중간 지역은 오토 캄피온Otto Campion의 공동체가 현대적 계획 소각 모델을 처음 발전시킨 아넘랜드Arnhem Land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우측 상단은 당시 아직 계획 소각이 도입되지 않았던 케이프 요크Cape York지역이다. 케이프 요크의 저강수 지역에는 건기 후반의 파괴적인 화재가 많이 발생했는데, 탄소 크레딧 제도와 레인저 조직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2021년의 지도를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전통적인 계획 소각이 자리 잡은 고강수 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상의 환경 변화 가운데서도 가장 의미 있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10년 전과 비교해 저강수 지역에서도 건기 후반의 화재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탄소 프로젝트가 저강수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성과는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관리해 온 선주민들이 전통적인 불·토지 관리 방식을 다시 실천할 수 있도록 호주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지원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의 결합은 기후와 자연, 그리고 사람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집단 지성의 강력한 사례다.
AI 스웜AI Swarms
인간과 기계의 역량을 결합해 활용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집단 예측에 활용되는 ‘AI 스웜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스웜은 여러 사람이 AI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으로 판단을 조율하며 집단적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0경기의 승패를 예측하는 실험에서 스웜 참가자들은 승자를 72%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적인 군중 방식이나 개별적으로 예측한 경우의 정확도는 55%에 그쳤다. 참가자들을 AI 스웜으로 연결한 것만으로 정확도가 31% 향상된 것이다.4 이러한 차이는 스웜 참가자들이 단순히 의견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알고리즘이 조율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실시간으로 ‘함께 생각’하며 해답을 찾아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방식은 꿀벌 군집, 물고기 떼, 새 떼의 집단 행동 원리에서 착안했다. 이 분야의 선도 기업인 유나니머스 AIUnanimous AI는 스웜을 ‘두뇌들의 두뇌brain of brains’라고 부르며, 이를 통해 개별 구성원의 판단을 뛰어넘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딥러닝과 비교해보면, AI스웜의 성과는 어떨까? 스탠퍼드 의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스웜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의사 그룹은 과거 데이터만 사용한 최신 딥러닝 알고리즘보다 진단 정확도가 22% 높았다. 스웜 방식으로 함께 사고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딥마인드DeepMind는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참가자 가운데 상위 54%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코드 생성 시스템 알파 코드AlphaCode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5 나아가 집단 지성의 취지에 맞게 문제와 해법으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깃허브GitHub에 공개함으로써, 문제 해결과 코드 생성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반 집단 지성은 문제 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직 내부 전문가들의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가장 경험 많은 전문가조차 스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다양한 집단적 판단과 비교하며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다만 AI와 머신러닝이 집단 지성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더라도, 언제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치료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데 AI를 활용하려 했던 시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크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을 때, AI의 강점인 패턴 인식 능력이 오히려 가장 큰 한계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동시에 군중이 만들어내는 집단 지성에도 한계는 있다. 토드 로즈Todd Rose는 사람들이 집단이 원하는 바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실제 생각을 숨길 때 발생하는 ‘집단적 착각Collective Illusions’의 위험성을 경고한다.6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튤립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값을 넘어설 정도로 치솟았다. 그는 미국의 기후변화 인식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한다. 설문에서 개인들은 기후변화를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 3위로 꼽았지만, “대중(타인)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냐”라는 질문에는 그 순위가 33위로 내려가는 인식의 큰 간극이 존재했다. 이러한 집단적 착각을 피하려면,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정말 그런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벌거벗은 임금님의 새 옷을 진실로 믿었던 사람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
1 FAO State of World Fisheries, 2020
2 The Nature Conservancy Ocean Stories Fishface (Accessed 12 August 2022)
3 Private communication with Mark Zimring of The Nature Conservancy, January 2022.
4 Rosenberg, L., Pescettelli, N. and Willcox, G. (2018). Artificial Swarm Intelligence vs Vegas Betting Markets. 1 September, IEEE
5 Deep Mind, Competitive programming with Alpha Code, February 2, 2022, Accessed 12 August 2022.
6 Rose, T. (2022). Collective Illusions: Conformity, Complicity and the Science of Why We Make Bad Decisions. New York: Hachett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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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CHARLES CONN
찰스 콘은 생명과학 벤처 기업 모노그래프 캐피털Monograph Capital의 공동 창업자다. 옥스퍼드 로즈 트러스트Rhodes Trust의 CEO, 티켓마스터-시티서치Ticketmaster-Citysearch의 초대 CEO를 역임했으며,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파트너로도 활동했다. 현재 파타고니아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 유럽 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ROBERT MCLEAN
로버트 맥린은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명예 이사이며, 호주와 아시아 지역에서 네이처 컨서번시 수탁이사, 호주 최대 자선 재단인 폴 램지 재단Paul Ramsay Foundation의 이사를 맡고 있다. 호주경영대학원 학장을 역임했으며,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풀브라이트 방문학자Fulbright Scholar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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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일반 · 시스템변화
집단 지성,
불확실성 시대의 문제 해결법
2026-1
CHARLES CONN & ROB MCLEAN
Summary. 찰스 콘·롭 맥린의 저서 ‘임퍼펙셔니스트The Imperfectionists’에서 발췌한 글로, 불확실성 속 전략적 문제 해결에 관한 통찰을 담고 있다.
CHARLES CONN & ROB MCLEAN
비영리단체와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조직이 원하는 투입 요소나 성과의 실현 가능성은 따지지 않은 채, 사실상 3년 치 예산에 불과한 것을 ‘전략’이라고 부르며 만족한다. 팬데믹, 기술 변화, 경제적 혼란 등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가속화되는 시대에, 우리가 돌아갈 ‘정상 상태normal’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략이라 포장된 이러한 허술한 계획들은 점점 공상에 가까워 보인다. 결국 많은 조직이 불확실성 속으로 발을 내딛기를 두려워하며 마비 상태에 빠지고, 익숙한 일을 그대로 반복하는 악순환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다른 길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임퍼펙셔니스트imperfectionist’의 방식이라 부른다. 임퍼펙셔니스트는 여섯 가지 전략적 문제 해결 사고방식을 통해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힌다. 이들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현재 속한 산업 밖에서까지 새로운 데이터와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위험 속으로 들어가 시행착오를 거쳐 나아간다. 이때 실패의 부담이 작고 되돌릴 수 있는 기민한 시도들을 활용하는데, 이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조직의 역량을 쌓는 과정이 된다. 다른 이들이 확실한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거나 성급한 도박을 감행할 때, 임퍼펙셔니스트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전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전략을 곧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보고 연구해 왔다. 첫 번째 저서 ‘탄탄한 문제 해결법: 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나의 기술Bulletproof Problem Solving’(2019)에서 탁월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핵심 역량들을 다루었다면, ‘임퍼펙셔니스트The Imperfectionists’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이 책은 50개의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하며, 그중 절반은 비영리 단체와 임팩트 투자 분야의 사례들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적 사고방식 중 하나인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다룬 아래 발췌문이 독자 여러분께 유익한 영감을 주길 바란다. — 찰스 콘, 롭 맥린
조이의 법칙
빌 조이Bill Joy는 현재 오라클Oracle에 인수된 선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공동 창업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조이의 법칙’으로 불리게 된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당신이 누구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 법칙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조직 외부에 존재하는 지성을 활용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빌 조이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당신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도록 만드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편이 낫다. 내부 직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세상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조직 안에 모으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가들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이의 법칙이 조직의 문제 해결 방식에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만약 우리가 생태계 내의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한다면, 기존의 채용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우리는 진정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을 구성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새로운 역량이 요구되는 혁신의 순간에 소위 ‘전문가’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조이의 법칙, 나아가 집단 지성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조직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집단 지성의 프레임워크
대화 중에 ‘집단 지성’이 언급되면, 많은 이들이 “항아리에 담긴 콩의 개수를 맞추는 ‘군중의 지혜’ 같은 것 아니냐”라며 안다는 듯 넘기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집단 지성에 그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집단 지성이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전문가를 존중하되, 규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과거에 형성된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 조직은 팀 내부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틀을 깨는 ‘자기 혁신Self-disruption’의 동력을 조직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피시페이스와 지속가능한 참치 어획
‘피시페이스Fishface’는 네이처 컨서번시The Nature Conservancy, TNC가 머신러닝을 활용해 어선에 잡힌 참치의 어종을 식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해상에서 어획된 어종과 수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수집하며, 이를 통해 어업 관리자들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자원 관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시페이스는 어업 관리의 고질적인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바로 지속가능한 어획 할당량 대비 실제 목표 어종과 혼획 어종이 얼마나 잡히는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어장의 34%가 남획 상태이며, 또 다른 60%도 추가적인 어획 압력을 견딜 수 없는 상태이다.1 TNC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어장의 90%에 효과적인 관리 체계가 부재한 실정이다.2 환경보전 활동가들은 지속가능한 어획 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예방적 관리 체계와 검증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해산물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는 30억 인구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TNC가 제시한 해법은 어종별 실시간 어획 데이터를 ‘리스크 관리 도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형 어업 기업들은 자신들의 어획이 지속가능성 약속과 규제를 준수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어업 분야에도 육상 농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공급망 차원의 지속가능성 검증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피시페이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016년 TNC가 호주에서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Google Impact Challenge’의 대중 투표 부문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TNC는 상금의 일부인 15만 달러를 내걸고 데이터 과학 플랫폼인 캐글Kaggle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선에 설치된 고정 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어종별 개체 수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5개월 동안 진행된 이 대회에는 총 2,293개 팀이 참여하며 캐글 역사상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대회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참가자들은 어선 카메라의 이미지 3,792장으로 구성된 학습 데이터셋과 1,000장의 테스트 데이터셋을 받았다. 참가팀들은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돌고래, 상어를 포함한 8개 어종으로 어류를 분류해야 했다. 공개 순위표는 1,000장의 테스트 이미지 결과를 기준으로 산출되었다. 공개 순위표에서 3위를 기록한 펠릭스 유Felix Yu는 영상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어종의 샘플 수가 적고, 중요한 식별 기준인 지느러미 영상이 불명확하며, 파도의 영향으로 영상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시간을 2022년으로 돌려보자. 반가운 소식은 피시페이스 알고리즘이 인도네시아의 한 어선에서 실제로 적용되어 90~95%의 정확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규정 준수 여부를 보고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음 단계는 전 세계 해산물 어획량의 50%를 차지하는 약 10만 척의 대형 어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개발하는 것이다.3 이를 위해 마크 짐링Mark Zimring이 이끄는 TNC 팀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선도 기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협력해 해상에서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TNC의 피시페이스는 전 지구적 중요성을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로,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패턴 인식 학습 엔진을 결합해 어업 관리의 오래된 난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경쟁적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조상의 지혜: ‘적당한 때 불 지피기’
호주 북부 상공을 나는 헬리콥터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옆자리에는 원주민 레인저가 앉아 골프공 크기의 글리콜 소이탄glycol incendiaries, 즉 작은 화염탄을 기계에 하나씩 넣고 있다. 이 기계는 열대 사바나 초원 위로 소이탄을 투하하고, 땅에 떨어진 화염탄은 작은 불길을 만들어낸다. 만약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면, 롭Rob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네이처 컨서번시 호주The Nature Conservancy Australia를 비롯한 환경보전 단체들과 원주민 레인저들 사이의 협력을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협력을 통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불 관리 기법이 호주 전역에 현대적 모델로 재도입되었다.
화재 진압에 초점을 맞춘 서구의 현대적 산불 관리 방식과 달리, 호주 원주민 공동체는 수만 년 동안 건기 초반의 계획적 소각에 의존해 왔다. 이들이 ‘적당한 때 불 지피기Right Way Fire’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토지 관리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대규모 산불로 번질 위험을 줄여준다.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하거나 잊고 지냈던 역사적 문제 해결책, 다시 말해 ‘조상의 지혜’라는 형태의 집단 지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 과학이 더해지면서 사바나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화재의 범위·강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사바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위성 지도를 활용해 화재의 범위와 강도를 파악한다. 탄소 크레딧은 이러한 계획적 소각이 없었을 때를 가정한 배출 기준치 대비 실제 감축량을 근거로 산출된다. 탄소 크레딧은 이러한 계획적 소각이 없었을 경우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실제 감축된 온실가스 규모를 산정해 발급된다. 호주 정부는 이렇게 생성된 탄소 크레딧을 공식 등록하고, 이를 정부나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경보전 활동가들은 세심하게 관리된, 불타지 않은 구역들이 모자이크처럼 남아 있는 경관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한다. 환경보전 활동가들은 계획적으로 불을 놓은 뒤 남겨진, 불타지 않은 구역들이 모자이크처럼 남아 있는 경관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지형은 소각지 사이에서 새와 동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며, 식물과 종자의 성장을 촉진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역할과 전문성이 어우러진 구조는 집단 지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지구 육지 면적의 16%를 차지하는 열대 사바나는 호주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도 분포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화재에 취약한 식생 유형 가운데 하나다.
지난 10년간 건기 초입 계획 소각을 재도입하여 거둔 극적인 변화는 호주 북부의 두 위성 영상 지도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건기 후반에 더 심각한 화재가 발생한 곳이며, 녹색 구역은 건기 초입에 계획적인 소각이 이루어진 곳이다. 지도 상단은 강수량이 많은 지역으로, 레인저 팀이 활동하고 탄소 프로젝트가 등록된 곳이다. 중간 지역은 오토 캄피온Otto Campion의 공동체가 현대적 계획 소각 모델을 처음 발전시킨 아넘랜드Arnhem Land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우측 상단은 당시 아직 계획 소각이 도입되지 않았던 케이프 요크Cape York지역이다. 케이프 요크의 저강수 지역에는 건기 후반의 파괴적인 화재가 많이 발생했는데, 탄소 크레딧 제도와 레인저 조직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2021년의 지도를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전통적인 계획 소각이 자리 잡은 고강수 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상의 환경 변화 가운데서도 가장 의미 있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10년 전과 비교해 저강수 지역에서도 건기 후반의 화재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탄소 프로젝트가 저강수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성과는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관리해 온 선주민들이 전통적인 불·토지 관리 방식을 다시 실천할 수 있도록 호주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지원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의 결합은 기후와 자연, 그리고 사람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집단 지성의 강력한 사례다.
AI 스웜AI Swarms
인간과 기계의 역량을 결합해 활용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집단 예측에 활용되는 ‘AI 스웜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스웜은 여러 사람이 AI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으로 판단을 조율하며 집단적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0경기의 승패를 예측하는 실험에서 스웜 참가자들은 승자를 72%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적인 군중 방식이나 개별적으로 예측한 경우의 정확도는 55%에 그쳤다. 참가자들을 AI 스웜으로 연결한 것만으로 정확도가 31% 향상된 것이다.4 이러한 차이는 스웜 참가자들이 단순히 의견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알고리즘이 조율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실시간으로 ‘함께 생각’하며 해답을 찾아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방식은 꿀벌 군집, 물고기 떼, 새 떼의 집단 행동 원리에서 착안했다. 이 분야의 선도 기업인 유나니머스 AIUnanimous AI는 스웜을 ‘두뇌들의 두뇌brain of brains’라고 부르며, 이를 통해 개별 구성원의 판단을 뛰어넘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딥러닝과 비교해보면, AI스웜의 성과는 어떨까? 스탠퍼드 의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스웜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의사 그룹은 과거 데이터만 사용한 최신 딥러닝 알고리즘보다 진단 정확도가 22% 높았다. 스웜 방식으로 함께 사고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딥마인드DeepMind는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참가자 가운데 상위 54%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코드 생성 시스템 알파 코드AlphaCode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5 나아가 집단 지성의 취지에 맞게 문제와 해법으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깃허브GitHub에 공개함으로써, 문제 해결과 코드 생성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반 집단 지성은 문제 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직 내부 전문가들의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가장 경험 많은 전문가조차 스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다양한 집단적 판단과 비교하며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다만 AI와 머신러닝이 집단 지성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더라도, 언제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치료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데 AI를 활용하려 했던 시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크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을 때, AI의 강점인 패턴 인식 능력이 오히려 가장 큰 한계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동시에 군중이 만들어내는 집단 지성에도 한계는 있다. 토드 로즈Todd Rose는 사람들이 집단이 원하는 바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실제 생각을 숨길 때 발생하는 ‘집단적 착각Collective Illusions’의 위험성을 경고한다.6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튤립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값을 넘어설 정도로 치솟았다. 그는 미국의 기후변화 인식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한다. 설문에서 개인들은 기후변화를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 3위로 꼽았지만, “대중(타인)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냐”라는 질문에는 그 순위가 33위로 내려가는 인식의 큰 간극이 존재했다. 이러한 집단적 착각을 피하려면,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정말 그런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벌거벗은 임금님의 새 옷을 진실로 믿었던 사람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
1 FAO State of World Fisheries, 2020
2 The Nature Conservancy Ocean Stories Fishface (Accessed 12 August 2022)
3 Private communication with Mark Zimring of The Nature Conservancy, January 2022.
4 Rosenberg, L., Pescettelli, N. and Willcox, G. (2018). Artificial Swarm Intelligence vs Vegas Betting Markets. 1 September, IEEE
5 Deep Mind, Competitive programming with Alpha Code, February 2, 2022, Accessed 12 August 2022.
6 Rose, T. (2022). Collective Illusions: Conformity, Complicity and the Science of Why We Make Bad Decisions. New York: Hachett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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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CHARLES CONN
찰스 콘은 생명과학 벤처 기업 모노그래프 캐피털Monograph Capital의 공동 창업자다. 옥스퍼드 로즈 트러스트Rhodes Trust의 CEO, 티켓마스터-시티서치Ticketmaster-Citysearch의 초대 CEO를 역임했으며,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파트너로도 활동했다. 현재 파타고니아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 유럽 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ROBERT MCLEAN
로버트 맥린은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명예 이사이며, 호주와 아시아 지역에서 네이처 컨서번시 수탁이사, 호주 최대 자선 재단인 폴 램지 재단Paul Ramsay Foundation의 이사를 맡고 있다. 호주경영대학원 학장을 역임했으며,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풀브라이트 방문학자Fulbright Scholar로 활동했다.